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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후명, 「절망」

  • 작성일 2015-09-10
  • 조회수 1,742


윤후명, 「절망」





다른 사람이 말하기 전에
말하리라
절망이 쾌락처럼 오고 있기 때문에
나는 늘 도둑으로 살아 왔음을
밝혀두어야 한다
어느 날 칼을 들고 내 욕망이란 욕망은
다 베어버리려고
난동을 부리다가
무덤가에서 나누었던 그 키쓰
열아홉 살의 죽음을 기억했지
그 여자는 마흔이 넘어 시집을 갔고
나는 알콜에 내 날개를 담가
표본으로 만들었지
그래서 나는 지금 날개가 없고
그저 꿈틀댈 뿐이지 꿈틀꿈틀
절망이 욕망처럼 오고 있기 때문에





_ 윤후명 - 1967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시가, 197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소설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주요 작품으로 『협궤열차』 『꽃의 말을 듣다』 『새의 말을 듣다』 『둔황의 사랑』 『별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등이 있다. 한국일보문학상, 현대문학상, 이상문학상, 김동리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낭송_ 홍서준 - 배우. 뮤지컬 '우리 동네', '위대한 캐츠비' 등에 출연.



배달하며

언제부터인가 우리 시의 시계(視界)에는 무욕(無慾)으로 무장한 도사, 교훈을 내포한 지사적 포즈. 그럴듯한 감상과 낭만으로 포장한 상업주의적 잠언들이 자욱하게 깔려 있다. 작은 실패나 상처를 과장하고 가난을 미화하는 시가 진정한 비극이나 절망인 것처럼 엄살을 떨기도 했다.
시는 때로 파멸과 퇴폐를 사랑하고 절망에 몸을 눕혀야 한다. 칼을 들고 욕망이란 욕망은 베어 버리고 홀연 입산을 하는 것이 아니라 언어의 난동을 부려야 한다. 무덤가의 키쓰? 알콜에 날개를 담가 표본을 만들고 이제는 펜이 아니라 숨결 같은 것으로 꿈틀꿈틀 소설을 쓰는 시인!

문학집배원 문정희



▶ 출전_

▶ 음악_ 권재욱

▶ 애니메이션_ 제이

▶ 프로듀서_ 김태형

문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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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2건

  • 익명

    반론, 배반, 도주선. 학교 앞 풍경

    • 2015-10-09 14:02:56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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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엠스타

    "무덤가에서 나누었던 그 키쓰" '키스'가 아니라 '키쓰'여서 더 다가옵니다.~ㅎㅎ 짜릿한 "그 키쓰" 오메, 하고 싶은 거,

    • 2015-09-11 19:44:41
    포엠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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