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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이 지기 전에

  • 작성일 2015-10-17
  • 조회수 207

낙엽이 지기 전에 / 흑비

 

 

햇살의 투신을 받아 안고

말없이 강은 흐른다.

 

 

어디 햇살의 주검만 있으랴

생을 다한 것들은

강으로, 강으로 모여들고

강은 묵묵히 이들을 받아 품는다.

 

 

그와 같은 강이

내 육신 한편에서도 흐른다.

가슴엔 듯, 눈엔 듯, 핏줄엔 듯

잠든 사람들이 숨어 있는 곳

생각은 열쇠가 없다

단지 본능으로 답을 찾는다.

잠재운 맘의 강에 다가설 수록

능욕 같은 그 무엇인가가

나의 끓는 핏줄을 타고 돌면

두려움에 발길을 돌리려는데

새벽이 정수리에 쏟아진다.

작두 날처럼 푸른 새벽을

마음속에 사람들이 우러르고

그 모습 마치 성자처럼 다가오며

귓구멍을 관통하는 붉은 아우성!

 

그렇구나,

나의  깨어있는 맘 다 하였으니

이제 잠재운 마음을 깨워서

맘속에서 잠이든 이들과 함께

낙엽들이 다 지기 전에

한 마리 늙은 비둘기가 되어

측은한 조국의 눈물 찍어먹고

이 나라의 아랫도리를 다리삼아

총성 없는 평화를 가슴에 장전하고

 

 

나, 유유히 대동강을 흐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