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이 지기 전에
- 작성일 2015-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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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이 지기 전에 / 흑비
햇살의 투신을 받아 안고
말없이 강은 흐른다.
어디 햇살의 주검만 있으랴
생을 다한 것들은
강으로, 강으로 모여들고
강은 묵묵히 이들을 받아 품는다.
그와 같은 강이
내 육신 한편에서도 흐른다.
가슴엔 듯, 눈엔 듯, 핏줄엔 듯
잠든 사람들이 숨어 있는 곳
생각은 열쇠가 없다
단지 본능으로 답을 찾는다.
잠재운 맘의 강에 다가설 수록
능욕 같은 그 무엇인가가
나의 끓는 핏줄을 타고 돌면
두려움에 발길을 돌리려는데
새벽이 정수리에 쏟아진다.
작두 날처럼 푸른 새벽을
마음속에 사람들이 우러르고
그 모습 마치 성자처럼 다가오며
귓구멍을 관통하는 붉은 아우성!
그렇구나,
나의 깨어있는 맘 다 하였으니
이제 잠재운 마음을 깨워서
맘속에서 잠이든 이들과 함께
낙엽들이 다 지기 전에
한 마리 늙은 비둘기가 되어
측은한 조국의 눈물 찍어먹고
이 나라의 아랫도리를 다리삼아
총성 없는 평화를 가슴에 장전하고
나, 유유히 대동강을 흐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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