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그늘
- 작성일 2015-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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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그늘 / 흑 비
나는 내 삶이 만든 그늘이다.
언젠가
속내 다 보여준 사람들과 함께
술자리를 같이 한 적이 있는데,
소주를 마시며
각자 걸어온 삶을 말하다가
지들은 이리 살 사람이 아니라며
월급에 목을 맨 사람이 아니라며,
한 사람이
딱 10년만 젊었으면 좋겠다 하고
또 한 사람은
20대로 돌아갔음 좋겠다고 하며
쓴 소주를 사발 때기로 마시다가,
문득
말이 없는 나에게 묻기에
“난 싫다.”라고 말을 툭 던지자
이유를 물었으나 답하지 않았다
나는
하필이면
비 내리는 세상에
우산도 없이 마실 나와서
가랑비, 여우비, 소나기, 자드락비
비란 비 다 맞고 세월을 건너느라
나의 마음은 상처와 흉터투성이며
내 몸은 천형처럼 무겁기만 한데
내 어찌 미치지 않고서야
세월을 거슬러 오르고 싶겠는가?
나에게 소망이 있다면
경로석에 앉을 만큼 나이 들어서
손바닥 만한 삶의 그늘에서 벗어나
내가 왔던 그 곳으로 돌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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