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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그늘

  • 작성일 2015-12-03
  • 조회수 194

삶의 그늘 / 흑 비

 

 

나는 내 삶이 만든 그늘이다.

 

 

언젠가

속내 다 보여준 사람들과 함께

술자리를 같이 한 적이 있는데,

소주를 마시며

각자 걸어온 삶을 말하다가

지들은 이리 살 사람이 아니라며

월급에 목을 맨 사람이 아니라며,

한 사람이

딱 10년만 젊었으면 좋겠다 하고

또 한 사람은

20대로 돌아갔음 좋겠다고 하며

쓴 소주를 사발 때기로 마시다가,

문득

말이 없는 나에게 묻기에

“난 싫다.”라고 말을 툭 던지자

이유를 물었으나 답하지 않았다

 

 

나는

하필이면

비 내리는 세상에

우산도 없이 마실 나와서

가랑비, 여우비, 소나기, 자드락비

비란 비 다 맞고 세월을 건너느라

나의 마음은 상처와 흉터투성이며

내 몸은 천형처럼 무겁기만 한데

내 어찌 미치지 않고서야

세월을 거슬러 오르고 싶겠는가?

 

 

나에게 소망이 있다면

경로석에 앉을 만큼 나이 들어서

손바닥 만한 삶의 그늘에서 벗어나

내가 왔던 그 곳으로 돌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