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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해지고 싶어서 (새로 올림)

  • 작성일 2016-01-21
  • 조회수 346

녹슨 저녁 지하철 빈 좌석에 앉아있다가

유리창 너머로 너끈히 날아올랐습니다

흐드러지게 핀 가난한 나뭇가지의

끄트머리에 걸터앉았습니다

간지러운 속삭임에 흔들리는 소녀여요

가벼워진 종아리가 시계추처럼 똑딱였습니다

 

반나절 동안 하루살이의 하루를 요리조리

가지치기 해보았어요 땅으로 힘없이 곤두박질 치더니

뿌리처럼 거꾸로 피어오르더군요

중구난방 날뛰는 음률들을 위해 귀 기울여

정갈한 샛길을 하나 내줬어요

어미 새는 내 귓등에 둥지를 틀었죠

 

겨울날의 담배연기 흰 입김이 죽어 스러지는

화장터에 뒤늦은 편지를 보냈어요

펼쳐지지 못할 페이지이지만요

 

길가를 지키는 가로등들 사이

불꽃이 사그라드는 한 장병의 어머니가 되었어요

죽도록 울부짖다 슬며시 조용해지는 순간

그건 얼마나 슬픈 것인가요

 

달님이 풀어내린 금발머리를 타고 하늘탑에 올라갔어요

멀리서 보는 야경 달에게는 모든 밤이

홀로 보내는 성탄절이었다니까요

모두들 창문을 열어두세요

오늘 달에게 주는 선물은 돋보기예요

 

고양이의 울음을 대화라고 명명했고

껌을 파는 노인을 선생님이라고 불렀어요

나이 든 부부들 그들은 모두

사랑을 사랑한 사람이다...

나는 사랑을 사랑하게 될 사람이다... 되뇌었어요

나 행복해지고 싶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