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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숫자는 어디로 간 걸까

  • 작성일 2016-01-26
  • 조회수 375

 

 

나의 숫자는 어디로 간 걸까

 

 

내가 10대일 때엔 어서 20대가 되었으면 했네

나의 1*이란 숫자는 책갈피로 쓰고도 남았지

20대가 되었을땐 김광석의 서른즘에를 들으며 30대를 궁금해했네

나의 2*이란 숫자는 노래방의 어느 벽에 걸려있을테지

나의 30대는 연년생과 함께 시작을 했네

그 사실조차 30대가 훌쩍 지난 다음에야 깨달았네

나의 31은 아이 유모차 주머니에 숨어 있을 것도 같고

나의 33은 주방 찬장에 누런 락앤락통 옆에 앉아 있을 것도 같고

나의 35는 다시 출근하는 통근차에 함께 올라탔을 것도 같네

아이들의 나이와 학년은 히말라야 16좌를 정복하는 중이고

나의 나이와 직책은 산사태에 덮여진 대답없는 메아리가 되고 있네

나의 4*이란 숫자는 아버지의 휠체어에 앉아있네

어머니의 굽어진 어깨에도 앉아 있네

나의 5*이란 숫자는 과연 어디에 둥지를 틀 것인가

생각해보면 내 머리에도 숫자가 자라고 있지

어릴적 이마를 짚어주던 부모님의 체온 36.5

남편을 만났던 가슴 뛰는 나이 20대

까르륵 걸음마 걷던 아이들의 신발 문수

지금 타자를 치고 있는 내 독수리 손가락 6

나의 숫자와 맞바꿈한 숫자들

나의 숫자를 떠나 보내고 새로 맞이한 둥지의 생명들

따뜻이 품었다가 꿈틀거릴때 나뭇가지에 매달아 보네

크리스마스트리가 따로 없을 것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