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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워를 하면서 눈을 감으면

  • 작성일 2016-03-14
  • 조회수 330

물내음 코 끝에 비릿하다
몸을 녹이기에 굴곡은 여간 부드럽지 않다
등 받혀주는 젖은 나른함을 뒤로하고
눈길은 타일 물바닥에서 미끄러진다
지나간대로 지나간 하루가 남은, 사춘기의
여린 수염이 잘려나는 욕실
나는 여전히 푸석하게 말라있다

샤워를 하면서 눈을 감아보면
여전히 젖어있는 나태가 있다
침수(沈水)된 생각이 축축한 것인지
내 낯빛이 마르지 않은 것인지
아직 나는 모른다
하루를 적시고 꺼지는 습기
나태의 알몸을 씻겨주고 싶어진다
후회는 아무리 빠르어도 늦어진다

물은 떠날 때 뿌옇게 아른거리는구나
후회도 욕실문 젖히자 아른하고 사라진다
생각을 녹이기에 비누는 차가울 것이고
나의 몸은 아직 젖어있을 것이다
오늘을 적시고 스쳐간
물은 더러워졌고 더욱 낮아진다
나는 내일을 위한 샤워를 남겨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