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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울림+김중혁 소설 '나는 농담이다'

  • 작성일 2017-11-02
  • 조회수 284

김중혁 <나는 농담이다> 토론 기록

수다 진행 날짜 / 시간 : 2017년 11월 1일 (수) 오후 16 ~ 17시

장소 :  인천마전고 2학년 2반 교실

수다 참가 인원 및 명단 : 총 12명  [인천마전고 독서토론동아리 ‘어울림’]

허수은 (교사 1명), 이동준, 고은혁, 임강민, 이수현, 채종현, 조대환, 윤지석, 박윤석, 정채현, 지완현, 김응서 (학생 11명)

수다 원작 작품 : 김중혁 소설 '나는 농담이다'

사회자 : 토론을 시작하겠습니다. 먼저 돌아가며 감상을 얘기하고 생각해 본 질문을 말한 후, 나온 질문으로 토론하는 걸로 하겠습니다.

이동준 : “미래는 돈이 될 수 있지만 돈은 절대로 미래가 될 수 없다.” 저는 이 구절이 인상깊었습니다. 공감이 많이 되는 구절이었어요. 그리고 세미가 생각하는 희망적인 결말, 그리고 주인공이 ‘농담 속에 살고 싶다’고 이야기한 것 등이 여운이 남았습니다.

사회자 : 제가 읽어 보기엔 김중혁 씨의 다른 작품도 동준이가 말한 것처럼 ‘따뜻한 분위기’ 즉 낭만적이고 동화적인 분위기가 있었어요. 그리고 또 상상력이 풍부하고 기발한 면이 있어요. 무겁지 않고 기발한데 담긴 뜻은 상징적이거나 깊이 생각해 볼만한 점들이 있더군요. 다음 사람으로 넘어가 볼게요.

고은혁 : 주인공이 모든 일을 할 때 항상 스탠드업 코미디를 생각하고 구상하는 열정이 인상깊었습니다. 그리고 농담의 중요성을 느꼈습니다. 이성을 유혹할 때 농담이 쓰이지 않습니까? 농담으로 이어지는 관계, 그런 걸 중점적으로 봤습니다.

사회자 : 고은혁 학생은 안 읽은 티가 굉장히 나는데요? (하하하) 은혁이가 읽었으면 굉장히 토론을 잘 했을 거야. 그런데 오늘은 좀 준비가 안 되었으니 경청 위주로 참여하는 게 좋을 듯 합니다. 그 다음 사람 말씀해 주세요.

임강민 :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소설의 전개 방향이라든가 그런 게 굉장히 신기했어요. 보통은 큰 그림을 보여주고 그 다음에 세부적인 내용으로 파고드는데 이 소설은 시간의 나열이나 그런 것, 기본적인 나열만 해 두고 다 조각조각 잘라서 이상하게 배열을 했단 말이에요. 처음엔 되게 이해가 안 갔는데, 끝까지 읽었을 때 아 이런 내용이구나 하면서 되게 인상깊었어요. 이런 식으로 소설이 전개될 수 있구나 했고, 이런 구성은 처음 읽어봐서 재밌었어요.

조대환 : 이런 전개 방식은 저도 참 참신했어요.

임강민 : 제가 만든 질문은 이거예요. 송우영이 자기는 농담 속에 살고 싶다고 했는데 그가 말하는 ‘농담’이 무엇인지 궁금했습니다. 약간은 언급이 되어 있지만, 자세하게는 무엇인지..

채종현 : 중간 중간 코미디들이 나오는데 순서가 전혀 안 맞았던 것이 신기했고, 강민이랑 비슷한 느낌이었어요. 잔잔한 전개방식이란 생각이 들었고, 등장인물이 어떻게 아픔에 대응해가는지 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사회자 : 인물들이 아픔에 대응해 가는 방식이 어떠했다는 것인가요?

채종현 : 일영이가 죽었잖아요. 그걸 엄마는 꿈에서 봤다고 했잖아요. 한 번 밖에 안 만났지만 되게 사랑한다고 했고요. 그리고 강차현은 일영의 죽음을 일에 집중하면서 잊으려고 했고요.

사회자 : 아,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에 대해 대응하는 방식이 각자 다 다르더라, 그런 얘기군요.

채종현 : 그리고 제가 만들어 온 질문은 일영이 어머니에 대한 거예요. 아들은 굉장히 사랑하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왜 한 번 밖에 만나지 않았는지 궁금합니다.

이수현 : 굉장히 잘 읽히는 책이었어요. 그렇게 무거운 내용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무게감 없는 가볍기만 한 책도 아닌데, 심오한 내용이 있는 책인데 잘 읽히는 책이었고, 또 각 인물이 가진 사연을 각자 한 곳에 치우침 없이 잘 풀어내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리고 형식도 중간 중간 검은 화면에 우주의 이야기가 나오잖아요. 흰 화면으로는 현실의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처음엔 무슨 얘긴지 모르다가 읽어나가다 보니 아 이런 거였구나 하면서 참신한 느낌을 받았어요. 제가 만들어 온 질문은 “강차연이 이일영의 죽음을 받아들인 계기는 무엇이었을까”입니다.

사회자 : 생각해 보면 되게 생각할 게 많은데 그러나 쉽게 잘 읽히고, 또 무겁지 않은데 가볍지도 않은 그런 게 아까도 말했듯 이 작가의 경향이라고 저도 생각해요. 그리고 형식이 신기하단 얘기가 나오는데 이게 진짜 보면 볼수록 되게 재미있는 구성이거든요. 나중에 더 얘기해 봅시다.

조대환 : 사실 전체적인 이야기가 그렇게 밝은 내용은 아닌데, 스탠드업 코미디를 통해서 이런 내용을 포장해서 겉으로는 괜찮아 보이고요. 그런데 진짜 내용은 어둡고 쓸쓸한 그런 것을 가지고 있다는 게 좀 인상적이었어요. 그걸 전달해 주려는 작가의 마음이 느껴졌어요.

임강민 : 대환이 말대로 코미디라는 밝은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그 속엔 그런 무거움을 담고 있다는 것에 동의해요. 대환이가 평소 말하는 방식과 달라서 놀랍네요.

사회자 : (하하하) 평소 모습과 달라요? 평소보다 진지하게 말했다는 뜻이네요.

박윤석 : 저도 전개가 재밌었어요. 우주랑, 그 밑의 현실. 그렇게 전개되는데도 내용이 융합하며 잘 이어지는 게 좋았습니다.

윤지석 : 우주와 현실이 번갈아 나오는데 우주 이야기가 검은 바탕에 흰 글씨로 나오고 현실의 이야기는 흰 바탕에 검은 글씨로 나오잖아요. 이게 진짜로 무중력과 중력을 오가는 느낌이 들었구요. 신선한 소재와 재기발랄한 표현이 가득 차서 읽기 편하고 쉽게 몰입할 수 있고 참신했습니다.

참가자들 : 지석이, 블로그 보고 얘기하는 거예요.

(일동 웃음)

사회자 : 네. 모 블로그 내용 브리핑 잘 들었습니다.ㅋㅋㅋ

이동준 : 저는 이런 구성이 그렇게 읽기 편하지는 않았어요. 파악하기가 어려워서. 그렇지만 흰 바탕의 내용에서는 등장인물의 대화나 독백 등으로 등장인물의 심리는 잘 드러났다고 봤습니다.

정채현 : 이런 전개 방식으로 책을 쓸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구요. 게임이나 영화 등등이 등급이 있듯이 책도 그래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사회자 : 너무 야했다는 얘기인가요?

정채현 : 중학생까지는 괜찮은데 그 이하는 안 읽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사회자 : 등급 얘기도 사실 해 볼만 합니다. 소설 책에 등급 매기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고은혁 : 아니오. (왜요?) 그래야 제가 야한 책을 볼 수 있잖아요.

조대환 : 저도 반대합니다. 성적인 말들을 청소년들은 몰라야 된다, 그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사회자 : 사실 제 생각엔 성적인 표현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그런 표현들이 뭔가 올바르지 않다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영미권에서 말하는 ‘정치적으로 올바른’(politically correct) 표현이냐의 문제인데요. 교실 수업 때 배운 ‘혐오표현’ 이런 게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은 표현의 예이지요. 제가 생각할 땐 성적 표현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그걸 묘사하는 데 있어서 폭력적인 요소가 들어 있다, 즉 어느 한쪽을 대상화하거나 도구로 삼거나 이런 식의 방식이 더 문제일 거 같아요. 사실보다 사실에 대한 태도 자체 그게 더 문제일 거 같아요. 또 제 생각엔 책이 영화 등의 매체보다 덜 읽혀서 영향력 면으로 주목을 덜 받는 거 아닐까 싶기도 해요.

최완현 : 저는 책을 친구에게 전달받지 못해서 지금 좀 전에 받았는데요. 그래서 못 읽었어요. 그래서 책 디자인만 봤습니다. 이 책이 검은 색과 흰 색으로 전체적으로 구성된 것이 되게 멋지구요. 표지도 그렇고, 속 내용의 구성도 그렇고, 그렇네요. 사이에 끼우는 줄은 (회색 끈) 달빛을 닮았다고 생각합니다.

(일동 웃음)

사회자 : 네. 완현이는 책 디자인을 살폈네요. 완현이 덕분에 디자인을 주목해 보게 됩니다. 우주는 검고 지상은 희게 진행되는데 그게 또 어떤 사건들을 통해 이어지고 만나잖아요. 그 사이를 가로지르는 회색 줄에도 의미가 있을 거 같아요. 디자인 면에서.

김응서 : 책을 읽으면서 어머니를 잃고 형이 실종된 어려운 상황에서도 농담을 지키며 심지어 농담 속에서 살고 싶다는 모습이, 어떻게 보면 긍정적이지만 한편으로는 깊은 슬픔을 농담으로 애써 가리려는 듯해서 안쓰러웠습니다. 또한 결국에 형이 우주에서 죽잖아요. 그런데 마지막 통신이 전달되었을 때, 그때 비로소 형의 애인(강차현)이 비로소 형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그 부분도 인상 깊었습니다. 왜 이일영 씨는 지구에서 수많은 날을 보내면서 자신의 마음을 전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아무도 없는 우주에서 마지막으로 통신을 하면서 모두에게 속마음을 전했을까? 저의 의문입니다.

사회자 : 저는 이 책의 구성에 눈길이 많이 갔어요. 그리고 그것과 함께 ‘시간과 공간’의 문제가 주목하게 되더군요. <인터스텔라> 생각도 나고. 시간과 공간을 흐리는 부분이 되게 많은데요. 흥미로운 부분이 굉장히 많은데, 한 가지 예를 들면, 90쪽의 미래의 우주 독백에서 무슨 소리가 들린다고 하고, 91쪽에서 과거이자 지상인 부분 샤워 장면이 나오고, 92쪽에서 다시 미래의 우주 독백으로 이어져서 ‘샤워하는 자신을 봤다’고 나와요. 그런데 만일 이게 같은 차원의 공간이면 이렇게 나란히 놓이는 게 이상할 거예요. 서로 다른 시간이기 때문에. 그런데 한쪽은 우주, 또 다른 쪽은 지상이라는 전혀 다른 차원의 공간이기 때문에 이렇게 놓여도 별로 이상하지가 않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러면서 ‘샤워’라는 사건으로 연결되죠. 이런 식의 배치가 되게 많아요. 한쪽은 우주, 한쪽은 지상인데, 서로 시간이 달라요. 그런데 이렇게 사건을 통해서 만나요. 또 예를 들면 지상에서 차연이와 일영이가 동생의 코미디를 보러 가서 시디 녹음을 사요. 그 얘길 우주 부분에서 하죠. 그러면 그 다음 장면에선 지상의 차연이 그 시디를 차에 넣고 틀어요. 이 세 파트는 모두 시간이 서로 다르죠. 그런데 공간이 다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병치가 되고, 그러면서 한 사건으로 자연스레 연결이 돼요. 이런 게 되게 재밌었어요. 과거와 미래가 그 사건을 통해 만나는 것. 시간과 공간을 조각내서 사건을 통해 만나게 하는 구성. 이것이 가지고 있는 의미가 있겠죠. 그걸 같이 얘기해 보면 재밌을 거 같아요.

그리고 또 자꾸 ‘이어야 한다.’는 내용이 나와요. 말이나 편지는 전해져야 하고 사람은 만나야 하고. 근데 일영이가 어머니를 만나는 순간 ‘공간이 확장되고 이어지는 것 같다’, ‘방문이 열리는 것 같다’고 하는데, 이렇게 그 행동을 통해 무한히 확장되는 것도 이 소설의 주제 중 하나인 듯 해요. 행동을 통해 공간과 시간이 변조되는 것. 시간도 그래요. 일영이와 어머니가 편지를 통해서만 연락하기 때문에 시간이 되게 느리게 흐른다고 하는 부분이 나오거든요.

사회자 : 이제 우리들이 내놓은 질문을 가지고 토론해 볼게요. 시간이 많지 않아서 한 질문으로 집중해서 해 봐야 할 거 같아요. “농담 속에서 살고 싶다”가 무슨 의미인지 한 번 얘기해 볼까요.

조대환 : 현실도피인 것 같습니다. 농담이란 것은 지어내는 것이잖아요. 원래 있던 얘기지만 거짓말 하는 거잖아요. 그것을 통해 자신에게 들이닥친 일을 잠시 잊어버리는 거죠.

사회자 : 진짜 우리가 현실 속에서 이런 용도로 농담을 많이 쓰긴 합니다.

조대환 : 이 사람은 코미디언, 농담을 하는 게 직업인 사람입니다. 이 사람은 현실도피를 계속 쭉 하는 거죠.

사회자 : 이 사람은 직업으로서도 코미디를 하면서 현실을 계속 외면하고 있다는 얘기인데요. 또 다른 의견 부탁합니다.

고은혁 : 동의합니다. 코미디는 결국 평상시 생활에서 자연스럽게 웃음을 지을 수 없기 때문에 억지로 지어내서 웃게 하는 것입니다. 아픔이 있기 때문에 농담을 통해서 삶을 즐겁게 만드는 그런 행위인 것입니다.

임강민 : ‘농담 속에서 살고 싶다’고 했잖아요. 그건 자신의 소망을 말하는 것입니다. 송우영은 모친상을 당했고, 형에게 갑자기 전달해야 하는 편지가 생겼고, 이것은 갑자기 들이닥친 일입니다. 평소에 하던 농담을, 처음엔 이렇게 말해요, ‘무대에 서지 못하겠다’고. 그런데 후반부엔 무대에 서요. 평상시에 하던 농담인데, 그것을 어려운 일이 닥쳤을 때 그것을 버텨내기 위한 수단으로 쓴 것 같아요. 그래서 또 농담 속에서 살고 싶다고 하고.

이수현 : 송우영이 했던 말 중에 “사람을 슬프게 하는 것은 쉬운데, 사람을 웃게 하는 것은 몇 초만 웃겨도 대단한 것이다.” 그런 말이 있어요. 아마 사람들이 슬픔은 많은데 웃음은 적으니까 적으나마 웃음을 웃게 하는 게 농담이고, 농담 속에 살고 싶다는 것은 그런 웃음 속에 살고 싶다는 소망을 드러낸 게 아니었을까 싶어요.

채종현 : 계속 농담을 하는데, 힘들었거나 꺼림칙한 일들을 가지고 농담을 하잖아요. 그런데 그것에 사람들이 웃어주잖아요. 사람들도 다 그런 기억이 있을 건데 주인공이 그런 기억을 통해서 사람들을 웃겨주니까 농담 속에 살고 싶다는 걸 보면 슬픔을 웃음으로 바꿔서 슬픔을 견뎌내는 그런 걸 하면서 살아가고 싶다는 얘기 같아요.

사회자 : 두세 가지 갈래의 이야기가 나왔는데 하나는 슬픈 일을 웃음으로 가리면서 농담으로 회피하고 싶은 욕망이 있다는 거였구요. 그거랑 좀 다른 두 가지 의견은, 버텨내기 위한 수단이다, 슬픔을 슬픔으로 만나는 건 너무 힘들고 무겁고, 그러니까 농담으로 만나서 버텨내는 힘을 얻는 것, 그러니까 좀 긍정적인 방향이죠, 현실도피보다. 그리고 종현이는 이것에 듣는 사람들의 일까지 포함해서 ‘버텨내는 것을 집단화’했네요. 수현이도 농담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어요. 농담 속에 산다는 것은 웃음이 많은 사회에 살고 싶은 소망으로요.

사실 이 소설의 구조와 함께, 이 ‘농담’, 이 이야기에서 ‘말’이라는 것에 대해 또 할 얘기가 엄청 많습니다. 그러나 오늘 토론하는 집단의 규모가 너무 커서 이야기를 충분히, 깊이 하기가 힘들 것 같아요. 그래서 오늘 이만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아, 그리고 하나 덧붙일 것은 일영이가 우주에서 동생을 흉내 내서 스탠드업 코미디를 해요. 그게 마지막 모습이죠? 그러면서 생을 마쳐요. 이 형님은 농담 속에서 영원히 살고 있는 게 되는 셈이에요. 우주에서 행방불명되었으니까. 그런 식으로 연결돼요. 동생이랑, 동생의 말이랑. 여하튼 오늘 토론은 이까지로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