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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고 책을 읽고 살을 빼는 중입니다.

  • 작성일 2008-08-08
  • 조회수 545


























1. 간단한 자기소개를 해주세요.


이름은 손지상입니다. 志尙이라고 한자로 쓰는데, 국어사전에서 찾아 지은 이름이라고 합니다. 고상한 마음과 뜻이라는 의미라더군요. 옛 어른들이 이름과 팔자는 반대된다고 일부러 개똥이 쇠똥이라고 지으셨다고 하는데, 제가 그래서 이 꼴인가 봅니다.

1986년 3월 5일 생으로, 아시안 게임 때 태어났습니다. 아버지가 당시 공수부대에 계셨고, 당시 태권도시범단 사범이셨지요.

그래서 아시안 게임 경기장에서 봤다고 합니다. 이후 2년 뒤, 올림픽을 하던 해 동생이 태어났고, 아버지는 역시나 태권도시범단 단장격 직책을 맡으셨습니다. 그래서 유아 시절 두 개의 빅 이벤트를 직접 볼 수 있었다고 합니다. 기억은 나지 않습니다만, 어쨌든 보았다니 그랬었나 봅니다.

필명 도스까라아스는 프로레슬러 도스 카라스에서 따온 것입니다. 멕시코의 가면 레슬러인데, 잘 때도 안 벗고 공황도 그냥 쓰고 통과한다는 가면 레슬러 형제 중 막내이지요. 그 이중성이 좋아 사용했습니다. 직접 레슬링 선수 가면을 만들어 보기도 했지요. 몸도 레슬러처럼 키워 보려고 했는데 스모 리키시 같은 몸이 돼버려서 낙담했습니다.

레슬링을 좋아하고 Funk를 즐겨 듣습니다. 프린스와 제임스 브라운이 좋아요.

2. 입상 소감은?

글이랍시고 써 보겠다고 마음먹고, 처음 썼던 글이 <인간돼지>라는 글이었는데, 문장에서 작년 8월에 주간 우수작을 받았었지요. 그땐 정말 배꼽이 경련할 정도로 기뻤습니다. 이번에는 월간 우수작으로 입상을 해서 배꼽이 파열될 정도로 기쁘답니다. 나름 열심히 쓰긴 했는데, 항상 저는 제 글이 무슨 배설물 인 것처럼 기분 나쁘거든요. 써놓고 얼마 놓아두면 어떤 녀석들은 살아서 움직이기까지 합니다. 바르고 고운 심성을 가질 수 있도록 바른 길잡이가 되어주려고 노력은 하는데 자꾸 삐뚤어지기만 하네요.

3. 문장 사이트를 알게 된 경위, 또 작품 응모 계기는?

지금은 군대 간 친구가 인터넷 상에 글을 올릴 수 있고 잘 쓰면 평가도 받을 수 있는 곳이 있다고 해서 응모를 시작했습니다. 응모를 하면서 걸출하신 분들의 작품을 읽느라 공익생활의 지루함도 잊을 수 있었지요.

4. 평소 좋아하는 작가가 있다면?


엄청나게 많습니다. 만, 약간만 추려서 써야 할 것 같아 일부만 적겠습니다. 저는 호불호가 그다지 뚜렷한 편이 아니라서 완전히 '이건 아니다' 싶은 것 아니면 다 OK거든요.

오오야부 하루히코, 더실 해미트, 츠츠이 야스타카, 스티븐 킹, 레이먼드 챈들러, 로버트 E 하워드, 레이먼드 카버, 유메마쿠라 바쿠, 딕 프랜시스, 잭 히긴스, 가르시아 마르케스, 이탈로 칼비노, 데니스 루헤인, 딘 쿤츠, 아가사 크리스티, 호르헤 보르헤스, 코마츠 사쿄, 로버트 하인라인, 아이작 아시모프, 존 스타인백, 메리 히긴스 클라크, 어술러 르 귄, 호시 신이치, 아이라 레빈, 로랜스 샌더스 기타 등등등 입니다.

5. 가장 인상 깊게 읽은 문학작품(혹은 책)과 그 이유는?

세 권이나 있습니다.

첫번째는 오오야부 하루히코의 <야수는 죽어야 한다>(야주 시스베시) 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종류의 책을 체로 걸러다가 푹 고와서 굳혀놓은 것 같은 소설이었습니다. 오오야부 하루히코는 일본산 하드보일드, 하드 액션 로망의 창시자입니다. 오오야부 하루히코가 너무 좋아 구해 보았더니, 번역된 것이 거의 없더군요. 그래서 일본어 문고판으로 40권 정도, 헌책방이나 서울역 북오프, 부산 보수동 골목 일본서적 전문 헌책방을 돌면서 샀습니다. 이 중 절반 정도 읽었지요.

<야수는 죽어야 한다>도 물론 원판과 번역판을 모두 읽었습니다. 고려원에서 90년대에 냈던 번역판을 먼저 읽었었지요. 훈련소 들어가기 이틀 전이었습니다. 훈련소 들어가기 전에, 모은 돈 40만원 탈탈 털어 책을 사고 남은 돈으로는 권총 프라모델을 샀지요. 이 책에 나오는 총이었습니다.

오오야부 하루히코는 일제 강점기 서울에서 태어나, 6.25때 신의주에서 부산까지 난민으로 피난을 내려온 경험이 있는 사람입니다. 국가 권력에 대한 분노, 가식적인 인간성에 대한 환멸, 살아남기 위해 정당화 되는 수단들, 자신을 철저히 스토익하게 단련하는 남자, 그리고 그의 손에 닿는 모든 것은 이용당하는 기회주의, 이런 땀내 나는 마초의 이야기가 담겨있지요.

와세다를 다니다 <야수는 죽어야 한다>가 유명해져서 전업작가가 되었다고 합니다. 글재주가 그다지 뛰어난 편은 아니어서 남긴 책이 200권이 넘는데도 모두 문장은 거칠고 아마추어적입니다. 게다가 대부분 통속소설이었고, 차와 섹스와 총에 대한 이야기 빼면 남는 것이 없다는 비난을 받아왔지요.

저는 오오야부 하루히코가 자신의 한계를 자각하고 있고 그래도 최선을 다한다는 인상을 받았고 그 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의 소설은 폭력의 판타지입니다. 총신을 식히기 위해 죽은 동료의 방광을 가르거나, 권력과 돈에 다가가기 위해 접근한 애인이 자신의 아이를 임신한 채 불의의 사고로 죽자 그 시신 위에 앉아서 해결책을 모색하는 장면들이 유명합니다. 누가 보아도 폭력적인 묘사를 쓰고 싶어서 소설을 쓴다가 눈에 보이는 사람이지요. 살기위해 먹는 사람이 아니라 먹기위해 사는 사람이었습니다. 저는 그 폭력 묘사를 통해, 유물적으로 감정을 사물을 다루듯 하는 완벽한 주인공 상이 묘사되는 것에 저릿저릿 했었지요. 여담이지만 얼마 전 개봉했던 람보 IV는 일본에서 '오오야부 하루히코 소설의 영화화'라는 평을 받은 적도 있다고 합니다. 좋은 면 나쁜 면 모두 다 포함해서요.

이렇게 B급 영화(저는 굉장히 B급 영화를 좋아합니다만)같은 글이 맘에 든 이유는, 철저하게 자신의 글이 판타지임을 자각하면서 그 한계점까지 우직하게 밀고 나가는 것이지요. 저는 이런 것을 좋아합니다. 프로레슬링도 같은 맥락에서 엄청나게 좋아하지요.

두 번째는 스티븐 킹의 모든 작품입니다.

말이 필요할까요? 스티븐 킹 좋아한다는데? 스티븐 킹 또한 자신의 글에 한계점과 가능성을 철저히 자각하면서 글을 쓰는 진지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아왔습니다. 물론 저의 개인적인 인상이지만요. 진부할 수 있는 소재들을 신선하게 다루는 솜씨에는 감탄 말고는 덧붙일 게 없군요. 개인적으로는 단편보다는 장편을 더 좋아합니다.

마지막으로 테즈카 오사무의 모든 작품입니다.

만화가입니다. 소설가는 아니지요. 하지만 너무도 거장이라, 이분에 대한 위대함만 나열해도 책 한권을 쓸 수 있을 만큼 굉장한 사람이지요. 제가 평생의 라이벌로 감히 생각하는 분입니다.

만일 테즈카 오사무를 아톰의 아버지 정도로만 생각하신다면, 엄청난 오산입니다. 마치 최고급 애저찜과 돼지족발을 같은 돼지라고 동급으로 취급하거나, 흑채뿌린 대머리와 봉두난발 머리가 검게 보인다고 다 숱 많다고 하는 것과 같습니다.

저는 테즈카 오사무의 단편을 보면서 플롯의 정교함을, 장편을 보면서는 주제의식이 뚜렷하면서도 절대 가르치려 들지 않는 스토리텔러의 모습을, 대담이나 에세이를 보면서는 테즈카라는 한 인간이 얼마나 치열했는지를, 저릿저릿하게 느꼈습니다. 이 정도로 만화적 재능에 천재면서도 노력과 열정에도 천재일 수 있는지, 신은 고약한 분인가 봅니다.

6. 입상작품을 쓸 때 어떤 문제의식이 있었는지, 그래서 무엇을 말하고 싶었는지?

흔히, 이런 질문에 대한 가장 좋은 대답은 '글을 통해 다 이야기 했습니다.' 라고 생각하긴 합니다만, 굳이 제 입으로 변명을 좀 해보겠습니다(웃음).

저는 군인가족입니다. 이 단어가 저를 규정하는 올가미 중 하나지요. 17살이 될 때 까지, 5번의 전학과 20번에 가까운 이사를 경험했지요. 그러면서 겪었던 외부에 대한 마찰이나 갈등은 저 자신에게는 일상적이면서도 긴장이 넘치는 환경이었습니다.

제가 쓴 글은 대부분 제가 어린 시절 겪었던 이야기를 극단적으로 확장시킨 것에 불과합니다.

7. 문화상품권은 어떻게 사용할 계획이신지?

이미 책을 사는 데에 다 썼습니다. 지금 공익을 하고 있는데, 매달 20만원을 월급으로 받습니다. 그 중 10만원은 적금 들고 나머지는 다 책사는 데에 씁니다. 이번에는 거기에 20만원이 더해져 30만원어치나 살 수 있어서 배꼽이 파열되는 줄 알았습니다. 그간 비싸 손을 못 대던 양장판 물리학, 뇌과학 서적과 민음사 세계문고, 동서추리문고, Mr.Know 세계문학 시리즈, 등등등등을 샀지요.

8. 맨 처음 글을 쓰게 된 특별한 동기

대학 1학년 때, 존경하던 선배 연준이형이 "인마 소설을 안 읽으믄 사상에 뼈대만 있고 살이라곤 찾아 볼래야 찾아 볼 수도 읍서지는 벱이여. 고전 명작부터 쏙쏙 골라 읽어라." 라는 권유를 해 주셨지요. 그 때 부터 조금씩 조금씩 소설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가리면 안 된다는 생각에 장르건 순문학이건 뭐건 가리지 않고 읽었지요. 사실 애초에 가릴 줄을 몰랐어요. 공익을 하면서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했습니다. 돈을 벌기 시작했으니까요. 매달 10만원 어치 씩 사다가 낑낑 대면서 읽습니다.

주로 인터넷 서점, 인터넷 헌책방을 이용하는데 서울에 마실가면 헌책방 순례를 합니다. 천안에 이제는 유일해진 헌책방도 틈나면 가곤 합니다.

이렇게 읽다보니 소설이라는 것이 참 재미있더군요. 막연히 소설에 호감을 품던 차에,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를 발견했습니다. 스티븐 킹에 대해서는 그 때까지는 잘 모르고 있었지요. 친구들이 대단하다고 추천하긴 했는데, 읽을 마음이 들지 않았습니다. 공포소설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거든요, 그때는(매우 큰 편견이었음을 시인합니다.)

그 전에 제가 쓰는 글은 대부분 논설문에 가까운 개인적인 리포트나, 에세이였습니다. 마술에 대하여. 프로레슬링에 대하여. 독서에 대하여. 애니메이션에 대하여. 만화에 대하여. 게임에 대하여. 이런 식으로 쓴 글들이 하드디스크나 플로피디스크에 가득 했지요. 지금 읽어보면 정말 객관적인 가치 없는 글입니다만.

그래도 글 쓰는 것 자체에는 건방진 자신감이 있었지요. 그래서, 나도 한번 써 보자 하는 생각에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모' 소설가의 '모' 소설을 읽고, "젠장! 이런 건 내가 쓰면 열배는 잘 쓰겠다!" 하고 친구에게 불평 했을 때, "증명해봐."라는 말을 들은 것도 이유 중 하나입니다.

9. 앞으로 이런 작품 쓰고 싶다?

저는 심리학과를 다니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세뇌에 대해 공부를 하고 있지요. 세뇌에 관한 일본어나 영어로 된 자료가 의외로 풍부해, 에릭슨 최면이니 NLP니 브레인워싱이니 하는 것들을 독학으로 공부하고 있습니다. 저는 의외로 순진해서, 진짜 자유의지라는 것이 존재할 것이라는 작은 희망을 품고 있습니다. 세뇌된 프로그램이 모두 제거되면, 진짜 자유의지가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인간은 기계가 아니다! 하는 주장을 흔히 듣습니다.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도대체 인간은 뭘까? 뭐가 인간을 인간답지 않게 하는 걸까? 하는 질문에는 어떻게 대답을 할까요? 저는 이 질문에 답을 찾고 있습니다.

10. 최근 근황,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글을 쓰고 책을 읽고 살을 빼는 중입니다.

11. 문장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솔직히, 저는 더 이상 바랄 게 없습니다. 자기가 쓴 글을 공적인 장소에 게시할 수 있는 장소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저는 만족합니다. 저도 사람이라 과시욕이 있거든요. 제가 쓴 글을 여기저기에 올려 사람들이 봐주길 바라는 마음이 있지요. 이게 저속한지 자연스러운 건지는 모르지만요.

한 가지만 바란다면, 저희 집 컴퓨터가 느린 관계로 조금 '가벼워' 졌으면 하는 생각도 합니다만, 이건 문장에 바랄 점이 아니라 제 컴퓨터를 업그레이드 해야할 문제이니 관계가 없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