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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에는 훌라를-장편연재 5회

  • 작성일 2009-04-27

장편연재 5회

크리스마스에는 훌라를

 

 

 

강영숙

 

 

 

*

 


 

웅덩이 속에 죽어 있는 여자는 어린애들이 가지고 놀다 버린 흙 묻은 인형처럼 지저분했어요. 옷은 흙탕물에 절어 있었고 길쭉한 검불들은 벌레처럼 피부에 찰싹 달라붙어 있었죠. 허스키가 긴 나무 막대기를 집어 들고 여자의 다리를 쿡쿡 찔러 봤어요. 시체가 너무 단단하게 굳어서 오히려 나무 막대기가 부러졌죠. 부어올랐던 다리는 오묘한 색깔을 띤 채 딱딱하게 굳어 뭉쳐 버렸더군요. 보기만 해도 역겨웠어요. 아무리 그래도 사람을 웅덩이 속에다 쓰레기나 벌레처럼 버리다니, 정말 화가 났어요. “완전 개새끼들이네. 가만있을 거야. 너가 가서 한판 해.” 그 즈음 허스키의 입은 날로 거칠어지고 있었어요. 오히려 내 입은 얌전해지고 명색이 박사님 딸인 허스키는 욕 아니면 말이 안 될 정도였죠. “들것에 실려 간 그 여자도 안 보이지? 그 여자도 어딘가에 묻혔겠지.” 나도 화가 나기 시작했어요. “아, 씨발 진짜 너무들 한다. 넌 왜 이럴 때 아무 말도 안 해?” 말끝에 허스키가 갑자기 주먹으로 내 머리통을 갈겼고 그 진동 때문에 내 발밑에 눌려 있던 흙들이 순간적으로 무너져 내렸어요. 나도 모르게 웅덩이 안으로 고꾸라져 버렸죠. 재수 없게도 죽은 여자 몸의 가슴팍에 내 머리통이 박혔어요. 굉장한 탄력을 지닌 채 팽팽하게 굳어 있는 여자의 몸은 내 머리를 퉁겨져 나오게 만들 정도로 강한 에너지를 뿜어냈어요. 비린내 같은 게 확 치고 올라오면서 일시에 비위가 상했죠. 거대한 물고기 같았다고 할까, 그래 맞아요, 여자의 몸은 낱낱이 해체되기를 기다리는 거대한 물고기 같았어요. 모래를 잔뜩 묻힌 채 해변에 웅크리고 누워 있는 물고기요. 어쨌든 몸을 일으켜 세웠어요. 정말 그래서는 안 되는 거였는데 나도 모르게 이미 손바닥은 허스키의 뺨을 갈겨 버리고 말았어요. 허스키가 내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입술을 실룩거렸어요. 음악 소리는 여전히 들려오고 있었고, 허스키가 한 뺨에 손을 대고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날 노려보더군요. 입김을 불어 제 앞 머리카락을 휘휘 날리며 뻗쳐오르는 성질을 누르고 있었어요. 그래도 쳐다보는 눈빛이 왠지 사람 열 받게 만들었어요. ‘나쁜 돼지 새끼 같이!’ 말은 안 했지만 속으로 그렇게 종알거리고 있는 게 틀림없었어요. 역시 또 그래서는 안 되는 거였는데 이번엔 좀 더 세게, 아까보다 더 세게 손이 나갔어요. 머리통을 갈겨 버리자 허스키의 눈자위가 금세 붉어지며 이내 눈물이 맺혔어요. 갑자기 숲 속에서 거센 바람 소리가 들려왔어요. 그때 허스키가 나를 향해 돌진해 왔고 우린 둘 다 흙바닥에 쓰러지고 말았어요. 정말 성질 하나는 끝내 주게 나빴죠. 그 성질은 죽을 때까지도 변하지 않으리란 쪽에 한 표를 걸겠어요. 허스키가 금세 내 배 위에 날름 올라탔어요. 뱃살 위로 허스키의 딱딱한 꼬리뼈가 느껴졌어요. 내 몸에서 뭔가 꿈틀거렸죠. 우린 음악이 멈춘 줄도 몰랐어요. 허스키가 내 얼굴에 침을 뱉었죠. “나한테 한 번만 더 손을 댔다간 너 정말 죽을 줄 알아.” 허스키가 지껄였어요. 난 누운 채로 허스키의 오른팔을 잡아 확 꺾어 버렸죠. 길게 비명을 질렀어요. 허스키의 비명이 퍼져나간 평원 위의 하늘에 짙은 잿빛 구름이 몰려오고 있었어요. 우리가 삽입을 한 건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였어요. 허스키가 내 바지를 내리고 내 그곳을 쳐다보며 어린아이 달래듯 뭐라 뭐라 계속 지껄이더군요. 춥기도 했지만 모든 게 다 무서웠어요. 허스키의 엉덩이 속으로 어렵사리 들어간 직후 내 그것은 금세 풀어져 버렸답니다. 우르릉 쾅쾅, 구름이 하늘에서 무서운 소리를 내며 흔들렸어요. 쪽팔리게도 난 몰려오는 구름들이 무서웠어요. 내 몸이 하늘 위로 잡아 끌어당겨져 시커먼 구름 속으로 빨려들 것 같았거든요. 허스키는 내 배 위에서 내려갈 줄을 몰랐어요. 내 가슴에 뺨을 대고 배 위에 엎드려서는 허밍으로 노래도 부르고 혼자 잘 놀고 있더라구요. 허스키 머리의 정수리 부근이 내 입술에 닿을락 말락 했어요. 시큼한 냄새가 코를 찔렀죠. 허스키는 무슨 여자애가 점점 더 지저분해지고 있었어요. 그때 무심코 천막 쪽을 쳐다봤는데 사람들이 천막에서 나와 일제히 길 끝에 도열한 채 우리를 구경하고 서 있더군요. 가로로 빽빽하게 들어찬 나무들처럼 사람들은 움직임 없이 그냥 서 있기만 했어요. 늙은 감시원 자식들이 우리가 있는 곳으로 급히 뛰어오고 있었죠. 감시원들보다 앞서 여우처럼 생긴 누렇고 검은 몸피의 셰퍼드 몇 마리가 혀를 내민 채 맹렬하게 달려오는 중이었어요. 보기만 해도 등골이 오싹했죠. 평원 위의 개들은 도시에 사는 개들과는 달랐어요. 개한테 당하는 건 정말 끔찍할 것 같았죠.

감시원들의 검은색 부츠가 숲 위에서 찍찍 미끄러졌어요. 감시원들은 웅덩이 앞에 도착하는 것과 거의 같은 순간에 허스키와 나를 잡아 끌어가려고 했죠. 나한테는 세 사람의 감시원이, 허스키에게는 두 사람의 감시원이 달라붙었어요. 길고 날카로운 채찍이 허스키의 등 위에 떨어지는 순간 그녀가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땅바닥에 쓰러졌어요. 내 등 위에도 이내 채찍이 떨어졌지만 나는 허스키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어요. 허스키는 동쪽으로 나는 서쪽으로 끌려가고 있었죠. 삼류 영화라도 찍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었어요. 두 팔이 뒤로 묶인 채 고개를 쳐들 수도 없이 무거운 쇠파이프가 목덜미를 짓눌렀죠.

그러는 중에도 난 내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 셰퍼드들은 맹렬하게 짖어대고 여전히 사람들은 길 끝에 늘어서서 우리를 구경하고 있었죠. 그때, 낡은 배 위를 쳐다봤어요. 배의 앞쪽 끝에 서 있는 누나를 발견했거든요.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하얀 원피스를 입고 머리에 우스꽝스러운 흰 월계관을 쓰고 있었지만 분명 누나였어요. 누나 말고도 두 명의 여자가 같은 복장으로 서 있었지만 나는 누나를 바로 알아봤죠. 그리고 또 분명히 봤어요. 셰퍼드들이 죽은 여자를 입에 문 채 허스키가 간 동쪽으로 질질 끌고 가고 있었어요. 나는 소리를 질렀어요. 누나를 만나게 해 달라고, 누나를 만나면 모든 게 해결된다고 소리를 질렀죠. 그러나 제 엉덩이는 계속해서 감시원들의 부츠 발에 차이고 반복적으로 짓밟혔어요. 고개를 쳐들 수도 없고, 반항할 수도 없었던 그 순간, 그게 그때 나와 허스키의 운명이었던 모양입니다.

서쪽 숲 끝에 창고가 있었어요. 감시원들이 나를 창고 안으로 밀어 넣었어요. 망치 소리, 뭔가 달가닥거리는 소리, 싱겁게 웃는 소리, 달착지근한 담배 냄새가 창고 안으로 밀려 들어왔어요. 금세 주변은 온통 깜깜해졌어요. 공간을 감지할 만한 어떤 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고 사람들 인기척도 전혀 느껴지지 않았어요. 가끔 새소리가 들렸지만 그것도 너무 작게 들려서 새소리인지조차도 분명치 않았어요. 처음엔 허스키가 지르는 비명인 줄 알았지만 그건 그냥 새소리였어요. 동쪽 끝 숲 어딘가에 갇혀 있을 허스키를 생각했어요. 많은 생각들이 떠올랐죠. 내가 뭘 잘못했는지 알 수 없었지만 허스키가 따뜻한 설탕물이라도 마시고 있거나 딸기 맛이 나는 사탕이라도 빨아먹으며 안전하게 지내고 있길 바랐어요. 그러나 난 왜 늘 이상한 상황에 놓이는 건지 나 자신이 싫어졌어요. 짚단 따위가 깔려 있는 시멘트 바닥 위에 누워 있었던 것 같아요. 벽이 어떻게 생겼는지, 천장이 어떻게 생겼는지 보이지도 않았죠. 벽에 기댄 건지, 바닥에 누운 건지 잘 알 수도 없었어요. 처음엔 시간이 초 단위로, 분 단위로 아주 빠르게 흘러가는 것 같았어요. 그러나 곧 시간은 뭉텅이진 채로 아주 느리게, 기차에서 보이는 저 먼 곳의 풍경처럼 느리게 지나가기 시작했어요. 몸을 만져도 감각이 없었어요. 어디가 눈이고 어디가 손이고 어디가 배인지조차도 분간하기 어려운 순간이 다가오더군요. 그리고 꿈에 흰 눈을 봤어요. 아이들이 흰 눈을 뭉쳐 등에 쑤셔 넣고 달아나는 놀이를 하고 있었어요. 한 여자애가 옷핀 여러 개를 들고 찢어진 내 바지를 꿰매고 있었죠. 여자애의 몸 뒤로는 고리에 고리를 연결한 은색 옷핀이 길게 이어진 채 늘어져 있었어요. 여자애가 한 번씩 손을 놀릴 때마다 여자애의 다리 사이로 피가 한 방울씩 똑똑 떨어졌어요. 여자애의 다리 사이로 떨어지는 핏방울을 보려고 몸을 숙이면 누군가 자꾸만 내 등 뒤에 흰 눈을 넣고 달아났어요. 그럴 때마다 나는 그러지 말라고, 제발 그러지 말아 달라고 어깨를 웅크리며 소리를 질렀죠. 여자애는 등 뒤에 늘어진 옷핀 하나씩을 빼내어 입속에 집어넣으면서 울고 있었어요. 어떤 때는 어느 대도시 한가운데의 교차로에 서 있기도 했어요. 마마를 찾아가는 중이었나 봅니다. 횡단보도 앞에 수많은 도시 사람들이 서 있었어요. 아스팔트가 뒤집히면서 멀미가 날 것 같았죠. 고층 빌딩 위로 날아가는 헬리콥터에서 작은 종잇조각들이 팔락거리며 무수히 떨어져 내렸어요. 종잇조각들을 올려다보고 있으면 어지러워서 눈을 뜰 수 없었어요. 날도 맑아 몹시도 눈이 부셨죠. 사람들이, 자동차가, 오토바이가 내 어깨를 스치면서 냉정하고 빠르게 지나갔어요. 어떻게 만났는지 모르지만 결국 마마를 만났어요. 마마가 접시에 번데기를 잔뜩 담아 내왔죠. 탁자 위에는 가슴을 반쯤 드러낸 여자가 웃고 있는 표지의 오래된 외국 잡지 한 권이 있었어요. 번데기들이 살아 꿈틀거리며 접시 밖으로 나가려고 사투를 벌였어요. 손에 잡히는 대로 번데기를 마구 입속에 넣었죠. 운 좋은 번데기들은 무사히 길을 건너 잡지 표지의 표면 위로 올라가고 있었어요. 마마가 나를 보고 한심하다는 듯이 웃고 있었어요. 불쌍하다고 가여워하는 것 같기도 했고 인생은 그렇게 골 때리는 거라고 약을 올리는 것도 같았어요. 마마는 끝까지 입을 열지 않았답니다.

며칠이 지났는지 알 수 없는 어떤 날, 나는 풀썩 먼지를 일으키며 창고에서 덜렁 꺼내져 창고 앞 현관에 떨어뜨려졌어요. 감시원들이 빨리 일어나 제대로 걷지 않으면 죽여 버리겠다고 윽박질렀죠. 창고를 돌아보니 내가 누웠던 자리 주변만 흰 자국이 나 있었어요. 온갖 헛것에 시달렸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창고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어요. 처음에는 무릎을 펼 수도 없었어요. 그러나 어렵사리 몇 발짝 떼어 놓자 놀랍게도 다시 걷는 게 가능하더군요. 감시원들을 따라 숲길을 걸었어요. 창고에 들어가기 전보다 풀들은 더 무성해졌고 숲의 녹음도 매우 짙어 보였어요. 공기도 맑고 왠지 모든 게 새롭게 느껴졌어요. 발끝에 닿는 땅의 감촉도 우뚝 선 나무들도 모두 다 신기하고 새로웠어요. 바보처럼 나는 그 순간 희망이라는 걸 가졌어요. 태어나서 처음으로 희망이란 걸 가졌어요. 허스키만 살아 있다면, 무슨 일이든 다 참겠다는 희망을 가졌어요. 그리고 누나를 만나 한마디만 듣고 나면 이 산에서 내려가 예수님, 부처님, 천지신명의 이름으로 대대손손 착하게 살겠다고 다짐했죠. 감시원들이 천막 안으로 가지고 들어온 건 콩인지 팥인지 알 수 없는 곡식들로 쑨 죽 한 그릇이었어요. 수저도 없이 그릇에 입을 대고 훌훌 마셔 버렸죠. 헤벌쭉이 웃던 교육부장이란 여자가 가방을 들고 천막으로 들어왔어요. 다짜고짜 팔뚝에 주사를 한 대 놓고는 또 입을 벌리고 허탈하게 웃었어요. “저랑 같이 있던 여자애 보셨어요?” 그 여자에게 물었어요. 여자는 또 그냥 웃기만 하더군요. 여자의 웃는 입술이 참 이상한 모양으로 일그러진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중에 나는 잠이 들어 버렸어요.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나는 천막 안에 혼자 있었어요. 천막 문틈을 비집고 밖으로 나갔죠. 아래쪽으로 무심하게 펼쳐진 평원이 한눈에 내려다보였어요. 수많은 구획들로 쪼개진 공터들, 쌓아 올라가다가 중단된 여러 크기의 원통형 모양, 방추형 모양의 기둥들이 보였죠. 공사 현장을 천천히 걸었어요. 그냥 오래된 유적들 사이를 걷고 있는 느낌과 비슷하다고 최면을 걸었죠. 사실 그때 눈앞에 뭔가 도구가 있었다면, 눈앞에 있는 공사 현장을 확 갈아 버리고 싶었어요. 뭐 하는 짓들인지 알 수 없었거든요. 거의 평원 끝에 다다랐죠. 북쪽 도시를 내려다봤어요. 희미하게나마, 손톱 크기보다도 더 작은 집들이 보였어요. 도시 어딘가에 있을 사람들 생각을 했죠. 가운데가 동그랗게 불거진 항아리 모양의 철탑들은 평원 아래쪽 끝에 여전히 서 있었어요. 내가 떠나온 곳의 위치를 알려 주는 유일한 표시였죠. 철탑들도 언젠가는 부셔 버리겠다고 다짐했죠. 다 부셔 버리겠다고 다짐했어요. 도시도, 공사 현장도, 보스도 모두 다. 그때 누군가 내가 서 있는 쪽으로 타박타박 빠르게 걸어오고 있는 소리가 들렸어요. 나는 뒤로 돌아서지 않았어요. 허스키가 분명하니까,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알 수 없지만 허스키는 평생 나만 따라다닐 테니까. 팔로 내 뒷목을 살짝 감으며 매달리는 허스키의 손길은 소름끼치도록 차가웠어요. 복잡한 생각들은 하고 싶지 않았죠. 얼굴을 돌리지 않고 그냥 가만히 서 있었어요. 허스키는 뒤에서 내 종아리에 발바닥을 대고 등 위로 기어 올라왔어요. 그리고 내 등에 대롱대롱 매달린 채 두 다리로 내 배를 꽉 조였어요. 한없이 가벼웠지만 왜 그런지 허스키의 얼굴을 돌아볼 용기가 없었어요. 그때 왜 그런 감정이 생겼는지 나는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어쨌든 나는 그때 이유도 없이 부드득 부드득 이를 갈고 있었거든요.

 

 

6. 보스, 너의 도시를 보여 줘

많은 구획들로 쪼개진 평원 위에서 같은 조에 속한 사람들끼리 한 조가 되어 일했어요. 한 조는 보통 열 명 내외였는데 최소 백여 명은 넘는 사람들이 공사 현장에서 동시에 일을 했죠. 그런데도 주변은 너무 고요했어요. 마치 물속에 들어와 있는 것 같았죠. 어떤 완강한 막에 의해 한 풀 가려진 세상에 갇혀 사는 사람들 같았어요. 왜 그런지 사람들은 귀도 눈도 닫아 버리고 차갑고 느낌 없는 얼굴로 일만 했죠. 처음엔 그나마 아주 조금 똘똘하던 나도 사실은 그들처럼 변해 가고 있었어요. 각 구획마다 보스가 직접 정했다는 건물의 이름과 규모가 적혀 있었는데 그건 무슨 상형문자 같기도 했고 수학 기호 같기도 했죠. 그가 지으려고 하는 도시가 어떤 도시인지는 잘 알 수 없었지만 사람들은 그의 말과 철학 같지도 않은 철학을 줄곧 믿고 따라온 것 같았어요. 전문적인 건축 기술을 가진 사람들도 몇 있었는데 그들은 사실인지 거짓인지 반듯한 직장을 때려치우고 산으로 올라온 걸 자랑스럽게 여긴다고 공공연하게 떠들었어요. 가족들도 모두 대의를 위해 자기를 희생했다고, 훌륭하다고 칭찬을 한다고 했구요. 그러나 사실 허드렛일에 뼛골 빠지는 사람들은 따로 있었어요. 아무런 기술도 없는 사람들, 노인들, 여자들이 그랬어요. 그 사람들은 하루 종일 땅을 파 고르거나 돌이나 철근을 운반했어요.

전 보스를 만나 담판을 짓고 싶었죠. 그러나 만나면 무슨 말을 해야 할지는 생각나지 않았어요. 보스를 만나기 전에 누나를 만나야 하는지 보스를 먼저 만나고 누나를 만나야 하는지 순서를 정하지도 못했죠. 그러다가 내가 왜 그들을 만나야 하는지 그 이유조차 까먹고 말았지요. 초창기에 이곳에 온 사람들은 그를 절대 만날 수가 없다고 말하곤 했어요. 어떤 할머니 한 분이 알려 준 바에 따르면, 알 수 없는 주사를 여러 대 맞고 공터 가장자리 천막에서 교육부장에게 하루 14시간씩 꼬박 일주일 교육을 받은 후 다시 공사 현장에 투입돼 일주일 이상은 일을 해야 비로소 그를 만날 수 있다고 했죠. 할머니는 그의 이름이 미아미라고 했는데, 그게 본명인지 누가 지어 준 이름인지 원래 어디서 살다 온 사람인지는 아무도 몰랐죠. 아무튼 내가 미아미의 면상에 초강력 펀치라도 날리려면 최소한 일주일 이상은 노동을 해야 한다는 것인데, 맘에 들지는 않았지만 딱히 산을 내려가 할 일도 없고, 까짓것 참아 보기로 했죠.

나는 운전기사 한 명, 빨강색 펌프카 한 대와 같이 시멘트 타설 작업반에 배정되었답니다. 사람들은 구획이 정해진 땅을 파 돌을 골라내고 반듯하게 만들었어요. 그러고 나면 규격 측정을 했고 곧바로 틀이 만들어졌어요. 그 틀에 콘크리트 타설 작업을 시작했죠. 모든 현장이 모두 다 초기 공사 단계라 낡은 펌프카 한 대로는 무리였어요. 하루 종일 이 구획, 저 구획 돌아다니다 보면 어깨가 빠질 정도로 피곤했어요. 아무런 보호 장비도 없었고 도와주는 사람도 없었죠. 나는 염화칼슘이나 염화나트륨 자루를 운반하는 일부터 시작했어요. 콘크리트 경화제들을 섞기도 했죠. 붉은 게 다리처럼 허공으로 뻗어 올라간 펌프카 튜브에서 걸쭉한 시멘트가 쏟아져 나오면 반듯한 틀 안에 제대로 들어가도록 나무 삽을 들고 문지르는 작업을 했어요. 대게 다리처럼 중간에서 한 번 꺾인 채 허공을 향해 뻗은 펌프카의 붉은 다리는 정말 예술이었어요. ‘너를 마지막으로 나의 청춘은 끝이 났다.’ 운전기사는 짬만 나면 그 노래를 반복적으로 불러댔어요. 더 많이도 아니고 딱 그 부분만 반복적으로 불러댔죠. ‘너를 마지막으로 나의 청춘은 끝이 났다.’ 난 그런 식의 노래 가사가 싫었어요. 운전기사는 외모만 보면 교수나 박사라고 해도 믿을 만큼 오뚝한 콧날과 반듯한 이마를 가진 사람이었죠. 거의 말을 하지 않았는데 어쩌다 입을 열긴 했어요. 그러면 말을 하지 않을 때까지의 인상이 와장창 다 무너지고 정신 장애가 있는 사람이라는 걸 대번에 알 수 있었죠. 그렇게 긴 노래 가사를 외고 있는 것만도 참으로 장했죠. 한참 일을 하고 있을 때 감시원들이 펌프카로 급히 달려왔어요. ‘위의 지시 사항’이라고 하면서 시멘트에 붉은 흙을 섞어 타설하라고 했어요. 그렇게 짓는 게 더 멋지다는 것이 그 이유였어요. 운전기사는 그럴 수 없다고 떠듬떠듬 고집을 부렸죠. “그렇게, 하면, 내 차가, 다, 다, 망가져 버려요.” 그 말을 하는 순간 그의 표정은 정말 바보 같았어요. 입에서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그 즉시 감시원들로부터 구타를 당했어요. “니 차가 어딨어 자식아! 저 병신 돌았나.” 운전기사는 막대기로 흠씬 두들겨 맞았어요. 맞은 후에는 자기의 분신인 펌프카 밑으로 기어들어가 어린애들처럼 고개를 숙이고 오른손 손가락을 입속에 넣고 빨기 시작했어요. 좀 있다 감시원들이 다시 지시를 내렸고 그제야 운전기사는 아무 말 하지 않고 감시원들이 시키는 대로 했어요. 나는 감시원의 엉덩이 끝을 향해 자꾸만 뻗어나가려는 발끝을 진정시키느라 이를 앙다물었죠.

보스, 아니 미아미란 작자는 늘 흰 가운만 입었어요. 부대자루 같은 흰옷을 입고 수줍은 듯한 얼굴로 정면의 조금 위쪽을 바라보면서 늘 뭔가 생각하는 얼굴로 왔다 갔다 했죠. 잠수함처럼 하도 느리게 걸어 다녀서 보기만 해도 복장 터지게 만드는 스타일이었어요. 누구도 그의 과거를 얘기해 주지 않았지만 쳐다보기만 해도 뇌 속 구조가 몹시 복잡한 인간이라는 걸 알 것 같았어요. 가끔씩 드러나는 위쪽 뻐드렁니 때문에 더 웃겼죠. 가끔 얼굴 전체가 통째로 웃기게 생겼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지만 늘 뜨거운 열기 같은 것에 휩싸여 있어서 접근하기가 쉬운 인간은 아니었어요. “저 인간 어릴 때 엄청 상처 받은 것 같아”라고 허스키가 말했어요. 둘 사이에 짧게라도 어떤 대화가 오고갔다는 생각에 기분이 확 상해 버렸어요. ‘상처 받기로 치면 내가 더하지.’ 그러나 그런 말을 하는 건 왠지 치사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난 기본적으로 치사한 건 딱 질색인 사람이니까요. 내가 만일 살인을 한다면 그건 상대가 몹시 치사할 경우에 일어날 거라고 나는 믿고 있었어요. “돼지나 소도 상처는 받아.” 말꼬리를 내리며 겨우 그런 정도로 받아쳤죠. 매일 중노동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아침만 되면 볼을 부비며 두 척의 녹슨 배를 중심으로 모여 앉았어요. 우리의 하루는 미아미의 설교를 듣기 전 시간, 들은 후의 시간으로 이등분되었죠. 피곤에 찌든 사람들 입에서는 단내가 풀풀 났고 옷소매 밖으로 튀어나온 발목이나 손목은 갈퀴처럼 거칠어 보였죠. 뭉텅이 진 채로 평원 허공 위를 떠다니는 희뿌연 아침 안개가 공사장에 서 있는 원통 모양의 기둥을 절반쯤 지워 버렸죠. 바닥에는 타설하고 남아 여기저기 쌓인 시멘트와 붉은 흙들이 무질서하고 흉물스럽게 쌓여 있었어요. 붉은 흙들은 안개의 흰색과 대비가 되어 왠지 서늘하기까지 했죠. 게다가 안개는 매우 느리게 움직였어요. 자체 전력 시설이 있어 아침 체조의 배경 음악을 까는 정도는 문제도 아니었죠. 악기를 알아맞히기 어려운 연주 소리가 한참 동안 평원 위에 머물렀어요. 피곤한 사람들은 체조 따위는 하고 싶지 않았음에 틀림없는데 음악은 쉽사리 그치지 않았죠. 안개도 쉽사리 사라지지 않았어요. 음악이 끝나는 순간 사람들도 기다렸다는 듯 체조를 끝냈어요. 덩치에 비해 조금은 소심해 보이는 걸음걸이라고 말할 수 있었어요. 보폭이 크지 않은 조금은 기우뚱한 걸음걸이로 보스인 미아미가 걸어 나왔어요. 월계관을 쓴 세 명의 여자가 함께 나왔는데 누나는 보이지 않았지요. 그들은 멍한 얼굴로 먼 곳을 바라보다가 가끔 미아미의 옆얼굴을 슬쩍 쳐다보곤 다시 멍한 얼굴로 먼 곳을 바라보는 것이 하는 일의 다였죠. 그러거나 말거나 거기선 누구나 미아미의 설교를 들어야 했어요. 나는 학교를 떠난 지 오래였기 때문에 미아미가 배 앞에 내놓은 편편한 설교 의자 위에 올라앉는 순간부터 몸이 배배 꼬이고 머리가 아프기 시작했어요. 그는 늘 ‘학습’이란 단어를 맨 먼저 말했어요. 좋은 학습, 나쁜 학습, 학습의 결과, 학습의 경험, 축적된 학습, 학습 받은 사람……. 그런 단어를 들으면 멀쩡하던 배가 갑자기 쿡쿡 쑤시며 아팠어요. 뭔가가 심장을 짓누르는 것 같아서 편안하게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죠. 허스키는 머리를 질끈 묶고 책상 다리를 한 채 미아미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봤어요. 아무 생각 없는 얼굴이었죠. 정말 미아미의 입에서 뭔가 의미 있는 말이 나올 거라는 걸 확신하는 눈치였어요. 어떻게 된 건지 둘이 아는 사람들이 된 게 틀림없었어요. 미아미의 학습은 늘 인간이 얼마나 이상한 동물인가를 얘기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됐습니다. 학습장에 앉은 사람들은 그 순간부터 왠지 죄인이 된 듯한 얼굴로 뭔가 배우겠다는 강한 의욕을 드러내 보이느라 눈에 잔뜩 힘을 줬죠.

“여러분은 인간이 선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아마 그렇게 믿고 싶을지 모르겠지만 인간은 선하지 않습니다. 세상이 좋은 방향으로 발전할 거라는 것도 착각입니다. 세상은 망합니다. 부자나 가난한 것들이나 다 함께 한 날 한시에 망한다면 터럭만큼도 억울할 게 없겠죠. 그러나 그렇지 않습니다. 아주 천천히, 그리고 각자가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른 양상으로 망합니다. 여러분들이 여기에 와 있는 이유는 여러분들 자신의 미래가 없다는 것을 미리 알았기 때문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여러분들은 남이 보지 못하는 것을 봤습니다. 현재가 고통스럽지만 미래는 더 나아질 거라고 뻥을 쳐서는 안 됩니다. 고통이 반드시 유리한 결과를 가져다주지도 않습니다. 사람들은 선하지 않기 때문에 절대로 평화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말할 수 없이 잔혹한 동시에 고통을 좋아하는 족속들입니다. 여러분들이 저를 따라 여기로 온 것은 수많은 인간이 범하는 오류를 범하지 않고 평화롭게 살기 위해서라고 저는 믿습니다. 여러분들이 우리들만의 공간을 갖기 위해 노동하는 동안 저는 끊임없이 생각합니다. 끊임없이 머리를 돌리면서 고통의 나락에 빠진 여러분을 안전하게 대피시킬 영속적인 장소에 대해서 끊임없이 생각합니다. 바다 위에 떠 있는 낙원, 다리 위에 매달려 있는 유토피아, 지하에 매설된 하늘나라를 상상해 보신 적 있나요? 저는 그런 도시들을 지을 꿈을 꾸며 매일같이 책을 보고 연구합니다. 여러분이 육체노동을 하는 시간에 저는 그것보다 더 센 강도로 제 머리를, 제 가슴을 돌리고 있다는 걸 여러분도 아셔야 합니다! 여러분, 저는 보았습니다. 그리고 저는 알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삽을 들고 땅을 팔 때마다 저는 제가 수없이 보아 온, 그 위대한 낙원이, 바로 이곳에 기적처럼 나타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파세요! 옮기세요! 그리고 믿으세요! 여러분!” 어쩌면 미아미 앞에 앉은 사람들에게는 침이 튀었을지도 모르겠어요. 그리고 미아미의 눈이 뒤로 살짝 뒤집어지는 것도 봤을지 모르겠어요. 그쯤 되면 거의 모든 사람들이 고개를 숙인 채 꾸벅꾸벅 졸았고 미아미 혼자만 제 강의에 취해 정신을 못 차렸죠.

훗날 그에게서 학습을 받은 몇몇 젊은 애들이 대도시의 쇼핑센터를 점령한 채 인질을 잡고 난투극을 벌이는 일이 일어났어요. 거의 열흘에 걸쳐 무고한 인질들을 잔인한 방법으로 죽였지만 젊은 애들은 전혀 반성하는 표정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보스에게서 배운 대로 했고, 배운 대로 성과를 내서 기쁘다는 말만 반복했죠. 보스에게 보내는 자기들끼리의 손인사가 전파를 타고 온 세상으로 퍼져나갔습니다. 그랬었죠. 그 일이 있었을 때 나는 어디에서 뭘 하고 있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네요. 아마 겨울이었을 겁니다. 영하 5도쯤은 될 것처럼 느껴지던 아주 짱짱하게 춥던 날씨만 기억나네요. 불을 피운 드럼통 앞에 서서 인생 낙오자들과 같이 불을 쬐며 소주병이나 빨았는지도 모르겠어요. 어쩌면 고물상 한 구석의 작은 텔레비전에서 그 뉴스를 봤는지도 모르겠군요. 누구 인생이 더 파란만장한가 얘기하는 시합을 하다가 졌다는 느낌이 들어 상대를 죽지 않을 만큼 패 버리고 난 후였는지도 모르겠어요. 그러나 한 가지, 나는 아이들의 눈자위가 흥분한 미아미처럼 붉게 변하고 있는 걸 발견했습니다. 아쉽게도 미아미는 말을 좀 더듬었고, 더듬다 혀가 꼬이면 눈자위가 금세라도 튀어나올 것처럼 빨갛게 부어올랐었죠. 그들은 혈연은 아니었지만 형제였던 모양입니다. 나는 그들을 ‘눈자위가 붉어지는 형제단’이라고 불렀습니다. 그 형제단은 온 도시가 봄꽃 축제에 흔들려 모두들 바깥으로만 나가려고 기를 쓰던 계절 한 날 한시에, 그 쇼핑센터에서 시체로 발견됐습니다. 시체는 각각 흰 천으로 몸을 말고 있었고 흰 천들은 토사물로 얼룩져 있었죠.

학습은 계속되었어요. 미아미는 공사 현장을 눈으로 둘러본 뒤 두툼한 손가락으로 한 지점을 가리키며 말했습니다. “시내에 있는 저 무식한 토목꾼들에게 도시를 맡겼다가는 그 토목꾼들마저도 자기가 언제 죽는지도 모르고 깔려 죽고 말거야. 내가 제일 경멸하는 인간들이 세상의 토목꾼들이야.” 미아미의 말 때문인지 정말 그때부터 나는 이유도 없이 토목꾼들을 싫어하게 됐어요. “내가 짓는 저 건물을 봐. 당신들은 내가 뭘 짓고 있는 줄도 모르지! 모르잖아! 그렇잖아! 당신들은 아무것도 모르잖아.” 흥분한 미아미의 몸이 앞뒤로 흔들리기 시작했어요. 이내 흰색 옷자락이 바람에 부풀었다가 다리 사이로 찰싹 달라붙어 버렸죠. 미아미의 눈자위가 붉어지기 시작했어요. “내가 약속하지. 분명히 약속해. 당신들은 둥그런 창이 달린 성스러운 방을 하나씩 분양 받게 될 거고, 또 햇빛과 바람과 공기를 공평하게 나눠 갖게 될 거야. 문 하나를 열면 당신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사는 방이 나오고 또 문을 열면 그보다 더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사는 방이 나오는 그런 도시가 바로 여기야, 내가 반드시 그런 곳을 이뤄 낼 테니 두고 봐!” 미아미의 신경질이 온통 곤두서는 순간이 되어야 학습의 클라이맥스에 다다랐습니다. 미아미는 매우 감상적인 사람이었어요. 양쪽 팔을 위로 치켜들고 “두고 봐”를 몇 번은 외쳐야 아침 학습이 끝났죠. 사람들은 힘없이 박수를 쳤어요. 그리고 우리의 미아미가 주절거리는 동안 평원은 안개로부터 깨끗하게 벗어났습니다. 앞 차체는 흰색이고 뒤쪽은 붉은색인 낡은 펌프카도 건설 현장 주변에서 모습을 드러냈죠. 내가 그 평원 위에서 유일하게 좋아한 게 있다면 바로 그 귀여운 펌프카였습니다.

습기가 잔뜩 밴 아침 공기가 뒷목 부근을 스치고 지나갔어요. 아침 기온은 점차 오르고 있었고 자극적인 풀 비린내가 진동하기 시작했어요. 숲 속에서 아침 용변을 본 사람들이 방아깨비처럼 이 숲 저 숲에서 폴짝폴짝 뛰어나왔어요. 천막 쪽에서는 연기가 피어나고 있었죠. 너무 배가 고팠어요. 아침이라고 해봐야 콩비지나 분유 가루 같은 이상한 가루를 넣어 지은 밥에 된장국이 전부였어요. 양도 그리 많지 않아서 나 같은 돼지는 굶어 죽기 십상이었죠. 늘 더 많이 먹고 싶은 감정을 느낀다는 건 참 불편한 일이었어요. 먹으려도 해도 먹을 게 없는 산속에서는 감정을 억누르는 수밖에 없었어요. 사람들은 줄을 선 채 식판에 음식을 받았어요. 두 척의 배를 주변으로 강강술래를 하듯 줄을 섰죠. 닥닥, 플라스틱 식판 긁는 소리 때문에 점점 더 신경질이 뻗쳤죠. 아무리 수저질을 해도 커다란 건더기 하나 걸리지 않았어요. 허스키는 식판 위에다 가짜 바나나와 사과를 올려놓고 가짜 후식을 맛있게 먹었어요. 제 입속에도 잘라 넣어 주고 맛있게 먹으라고 어깨를 두드려 주기도 했죠. 밥은 먹고 나도 금세 배가 고팠고 뭔가 인상적인 향내가 늘 밥으로부터 목으로, 또 뱃속으로 전달되어 왔어요. 몽롱해졌다고 해야 하나, 체중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상태로 하루를 보낼 수 있었죠. 내 인생에서 몸무게가 가장 가볍던 시기가 바로 그때였어요. 그때의 무게로 다시 돌아간 적은 없지만.

벼랑을 파서 땅 깊숙한 곳에 건물을 들인다는 계획을 실현시켜야 하는 공용 시설 구획이 골 때렸어요. 도무지 일에 진전이 없다고 힘이 센 남자들만 그 구획에 배당되었죠. 그때는 그게 정말 정신 나간 짓이라고 생각했어요. 벼랑을 파고 거기에 건물을 들이고 그 안에서 사람들이 살아가게 한다는 미아미의 계획 말입니다. 미친놈이 따로 없었다니까요. 벼랑은 이미 꽤 많이 파 들어간 상태였어요. 직경 이십 미터는 되어 보였죠. 사람들은 사다리에 매달려서 작은 스테인리스 양동이에 흙을 퍼 담아 나르고 있었어요. 보기만 해도 미친 짓이라는 걸 금세 알 수 있었죠. 미아미가 그렸다는 표지판에는 정말이지 벼랑을 파고 세운 특이한 건물이 있더군요. 벼랑 위로 기어 올라온 사람들은 나쁜 공기 때문에 팰 듯이 기침을 해댔어요. 도대체 무엇 때문에 이런 짓거리를 해야 하나 그때서야 정신이 번쩍 들었어요. 하지만 뒤에 서 있는 감시원 늙은이들이 끊임없이 사람들을 벼랑 속으로 들어가도록 밀어 넣었답니다. 나오면 금세 다시 밀어 넣고 나오면 금세 다시 밀어 넣고, 벼랑 끝에 걸터앉아서 사람들이 올라올 때마다 발로 밀어 넣었답니다. 심지어 벼랑 아래 흙바닥에 주저앉아 고개를 숙인 채 땅 밑만 쳐다보는 사람들도 있었어요. 벼랑에 건물 뼈대가 들어서면 그 위에 우주선처럼 생긴 접시를 얹고 그 접시 위에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무슨 센터를 짓는다나, 미친 소리들이 벼랑 주변을 떠돌아다니고 있었습니다.

누나를 만나, 억지로라도 산에서 끌고 내려가고 싶었는데, 아니 말 한마디만 듣고 내려가려고 했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누나는 보이지 않았어요. 하루는 누나를 찾을 계획으로 아침 설교가 끝난 후 보스의 천막이 내려다보이는 바위틈에 숨었어요. 월계수를 쓴 여자들이 나오면 뒤를 밟을 생각이었죠. 이젠 더 이상 시간을 끌고 싶지 않았어요. 펌프카 운전기사 아저씨에겐 교육부장에게 불려갔다고 거짓말을 해 둔 상태였기 때문에 서너 시간쯤은 여유가 있었어요. 한 시간쯤이 지난 것 같았는데 천막 안으로 들어가는 사람도 없고 밖으로 나오는 사람도 없었죠. 두 시간쯤 지났을 때 감시원 둘이 천막 안으로 들어갔다가 자루 하나씩을 메고 나왔을 뿐이었어요. 돌아가지 않으면 또 공짜 몰매를 맞아야 할 상황이었죠. 나는 더 이상 기다리고 싶지 않았어요. 자루를 따라가기로 마음먹고 빈 삽에 돌멩이 하나를 올려놓고는 길을 가로질러 뛰어갔어요. 감시원에게 걸리더라도 저쪽 공사 구역에서 특별히 필요로 하는 귀한 돌이라고 뻥을 칠 생각이었죠. 삽에 올려진 돌멩이를 보고 학교 다닐 때 이렇게 공부를 했으면 판검사가 되어도 벌써 되었을 거라며 스스로 놀라고 있는 사이, 자루가 숲으로 사라지고 말았어요. 숲으로 난 길은 낯설었어요. 누군가 일부러 만들어 놓은 길처럼 곧고 반듯한 상태였죠. 붉은 흙이 다 드러난 걸로 봐서 최근에 길을 냈거나 사람들이 자주 지나다니는 것 같았어요. 쭉 뻗은 길을 따라가다가 저만치 앞서 가고 있는 흰 자루를 발견했어요. 자루는 붉은 흙색을 띤 낮고 긴 동굴로 들어갔어요. 동굴은 막다른 길 끝에 자연스레 길과 이어져 있었죠. 비밀 장소인 것 같았어요. 누군가 뒤에서 따라오지 않나 확인한 뒤 동굴 입구로 다가갔죠. 문이 열려 있었어요. 굉장히 많은 여자들이 일을 하고 있었는데 역시 또 매우 조용했어요. 심지어 옆에 다가간 나를 쳐다보지도 않았다니까요. 전혀 방해 받지도 않고 술렁거리지도 않았죠. 일렬로 설치된 작업대 위에는 단순해 보이는 컨베이어벨트가 돌아가고 있었고 여자들은 작은 틀 안에서 흰 물건 하나씩을 꺼내 벨트 위에 올려놓았어요. 십자가 모양, 나뭇잎 모양, 원반 모양, 투구 모양 등 그동안 봤던 이 이상한 인간들을 상징하는 각종 문양들이 머릿속에서 팽그르르 돌기 시작했죠. 벨트 중간 중간에는 작고 흰 상징물들이 뼈처럼 산더미 높이로 쌓여 있었고 몇 사람들이 수레에 실어 동굴 끝까지 운반해 갔어요. 어디로 운반해 가는지 알 수 없었지만 정말 세상에서 제일 이상한 인간들이었죠.

비가 내리는 날이 많아졌어요. 비가 오는 날은 타설 작업을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깨고 작업 지시가 내려졌어요. 늘 했던 일이고 타설 환경이 나쁘지는 않았지만 빗줄기가 점차 거세지고 있었거든요. 남자들 열 명 정도가 공터에 모였어요. 처음엔 작업복 위에 우비를 입고 있었지만 나중엔 그것조차도 다 필요 없게 되어 버렸죠.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다 젖어 버렸어요. 운전기사는 쉴 새 없이 시멘트를 쏟아 부었고 우리는 표면을 고르느라 정신이 없었어요. 표면이 고르지 않으면 어떤 일이 생길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죠. 강풍까지 불어서 구획 구분을 위해 설치해 놓은 나뭇조각들, 철근들이 마구 주변으로 떨어져 내렸어요. 사람들은 하나 둘 천장을 쳐다보며 작업 현장에서 떠나 펌프카 모서리에 주저앉았어요. 입에서는 연신 뜨거운 김이 솟아났고 빗줄기에 가려진 사람들 얼굴은 한낱 그림자처럼 보였어요. 나는 그날 밤 지독한 감기에 걸려 고열과 기침에 시달렸어요. 천막 여기저기서 기침 소리, 끙끙거리는 소리가 떠나지 않았죠. 기다란 바늘로 목을 쿡쿡 찌르는 것처럼 아팠어요. 아침이 되어도 열이 내리지 않아 천막 안에 누워 있었는데 감시원들이 들이닥쳤어요. “어제 했던 걸 다시 해!” 천막 한 끝을 잡고 담배를 피우며 그렇게 지껄였어요. 화가 나서 뱃속이 덜덜 떨렸어요. 나중엔 뱃가죽까지 떨렸죠. 머리끝까지 화가 치밀었어요. 뭔가 보여주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나 내가 명이 짧았다면 그날 죽을 수도 있었겠죠.(다음 호에 계속)《문장 웹진/2009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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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를 시작하며

연재를 시작하며 손홍규 폐허가 된 서울을 써야겠다고 생각한 건 오래된 일이다. 처음 만났던 그 순간부터 어쩐지 내게 서울은 폐허로만 여겨졌다. 하지만 그것은 하나의 비유에 지나지 않았다. 황량한 나의 내면이 투사된 도시거나 몰락해가는 세계의 축소판이거나 어쨌든 해석이 가능한 비유일 뿐이었다. 그러다 언젠가부터 이 해석은 불투명해졌고 혹은 불완전해졌다. 나는 폐허가 된 서울 앞에서 끝없는 불안을 느꼈고 그 불안마저 폐허가 되는 듯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폐허란 무엇일까. 사람이 살지 않는 곳일 수도 있고 사람이 살되 사람이 산다고 말할 수 없는 곳일 수도 있다.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사는 곳일 수도 있으며 사람이 살아야 하는 곳이지만 살 수 없는 곳일 수도 있다. 폐허는 생각보다 다양한 가능성을 지녔으나 어떤 폐허를 선택하든 그곳에서 사람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흔적은 기억이며 기억은 흔적이다. 흔적이 되어버린 기억이기도 하고 기억이 되어버린 흔적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그것은 이미 한 편의 소설이었다. 폐허가 된 서울에서 어떤 흔적을 발견하게 될지 아직은 알 수 없다. 이 소설을 다 쓰게 되면 그것이 무엇인지 알게 될지도 모른다. 알고 싶으나 알 수 없는 것들을 위해 이 소설을 쓴다. 《문장웹진 1월호》

  • 웹관리자
  • 2012-12-26
야구란 무엇인가 [마지막 회]

장편연재_마지막 회 야구란 무엇인가 김경욱 병원을 나서는 사내는 사냥꾼의 얼굴을 되찾는다. 무슨 일이 있어도 염소를 찾아내야 한다. 하늘이 무너졌지만 솟아날 구멍을 뚫어야 한다. 실제로 구멍을 뚫었다. 간호사실 책상 서랍에서 슬쩍한 명함. 염소의 가족이 찾아오면 연락 달라며 보험회사 직원이 남긴 명함. 염소는 보험회사 쪽에 기웃거리지 않을까. 쥐도 새도 모르게 줄행랑 친 염소가 섣불리 꼬리를 드러낼까? 꼭꼭 숨어버리면? 하늘이 무너지는데 겨우 바늘구멍을 뚫었다. 제로손해보험 영업팀장. 이름 밑에 휴대폰 번호만 달랑 적혀 있다. 이상한 명함이다. 사내는 명함 속 휴대폰 번호로 전화를 건다. 신호음이 길게 이어진 뒤 굵고 낮은 남자 목소리가 들려온다. 여보세요. 보험회사죠? 아닌데요. 제로손해보험 아닙니까? 아, 맞아요. 수화기 저쪽의 말이 빨라진다. 엎지른 것을 주워 담는 목소리. 석연치 않다. 염소와 관련 된 것은 하나같이 다 수상쩍다. 무슨 일로? 거시기 명함을 보고……. 돈 쓰시게? 아님 받을 돈이 있으신가? 남자의 말에는 주저하는 기색이라고는 없다. 닳고 닳은 점원이 물건을 권하는 말투다. 받을 돈이라고? 혼란스럽지만 사내는 상황을 파악하려고 애쓴다. 적어도 보험회사는 아니다. 염소에게 돈을 줄 사람이 아니라 돈을 받아내려는 사람이다. 일단 미끼를 던져 보기로 한다. 받아야 할 돈이 있습니다. 사무실로 찾아오쇼. 사무실이 어디죠? 사내는 남자가 불러 준 주소를 명함에 받아 적는다. 서울이고 가리봉께다. 사내는 여관으로 달려간다. 아이는 거미집에 엎드려 『파브르곤충기』를 큰 소리로 읽고 있다. 사내는 부산스레 짐을 챙긴다. 세면대에 늘어놓은 세면도구를 비닐봉투에 챙기고 객실 의자 등받이에 널어 둔 속옷을 거둬들인다. 그제야 아이가 관심을 보인다. 집에 가? 아이는 『파브르곤충기』에게 묻는다. 찾을 사람이 있어. 어서 짐 챙겨. 친구? ‘친구’라는 말이 거슬리지만 말씨름할 시간이 없다. 그래. 친구 병원에 있어. 지금은 없어. 친구 다 나았어? 몰라. 친구 어디 갔어? 몰라. 친구 아니야. 어서 짐이나 챙겨. 사내가 버럭 소리 지르며 거미집을 철거한다. 바닥에 널린 곤충부대를 스파이더맨 가방에 쓸어 담는다. 질풍처럼 짐을 꾸린다. 마지막으로 냉장고에서 어머니를 꺼낸다. 오동나무 상자가 서늘하다. 아이는 벽에 붙은 생활계획표를 조심조심 떼어내고 있다. 벽의 심장이라도 떼어내는 것처럼 신중하다. 복장이 터지지만 사내는 입술을 깨물며 참는다. 더 다그치다 잠자는 파란 토끼를 깨우면 곤란하다. 염소를 깨운 것만으로 어리석은 짓은 충분하다. 카운터로 내려가 숙박비를 치르고 차에 오른다. 전에 왔던 길을 되짚어 도시의 북쪽으로 올라간다. 서울하고도 가리봉이라면 다른 길, 질러가는 길이 있을 수도 있지만 익숙한 길만 고집한다. 도시의 북쪽에서 120번 고속도

  • 웹관리자
  • 2012-12-01
야구란 무엇인가 (제8회)

장편연재_제8회 야구란 무엇인가 김경욱 여관 근처 기사식당에서 돈까스와 된장찌개로 아이와 자신의 배를 채운 사내는 염소의 흔적이 끊긴 곳으로, 목사가 일러준 동네로 차를 몰고 돌아간다. 가장 먼저 눈에 띈 부동산중개업소 앞에 차를 세운다. 불펜에서 꼼짝 말고 기다려. 싫어. 아이가 간밤에 무슨 꿈을 꿨는지, 꿈결에 무슨 낌새라도 챘는지 떨어지지 않으려 한다. 아빠는 선발투수고 진구는 구원투수잖아. 구원투수는 불펜에서 기다려야지. 선발투수가 계속 던질 수는 없어. 아이가 창밖을 바라보며 말한다. 사내는 말문이 막힌다. 혹을 떼려다 혹에게 보기 좋게 한방 맞았다. 사내는 정신을 추스르며 반격을 쥐어짠다. 진구가 투수 할 거야? 그럼, 너 혼자 내려야 돼. 아빠도 내려야 해. 왜? 아빠는 코치야. 투수가 바뀔 때는 코치도 올라가. 사내는 또다시 말문이 막힌다. 아이는 야구율법학자다. 어쩔 수 없이 아이를 데리고 부동산 사무실에 들어간다. 아이는 벽에 걸린 지도 앞에 얼굴을 들이민 채 꿈쩍도 않는다. 눈도 깜박하지 않는다. 지도와 눈싸움하는 것 같다. 사내는 부동산중개업자에게 인근 고물상의 위치를 얻어낸다. 큰물이 빠져나간 땅이 말랐는지 확인해 줄 비둘기를 수중에 넣는다. 사내는 바퀴 달린 방주에 다시 올라타 창문 너머로 비둘기를 날린다. 비둘기를 따라간다. 비둘기가 오락가락한다. 내려앉을 곳을 찾지 못해 갈팡질팡 좌고우면한다. 간선도로와 이면도로를 이리 기웃, 저리 갸웃한다. 부동산중개업자가 표지 건물로 일러준 편의점, 휴대폰대리점이 너무 많아 헷갈린다. 아빠, 세븐일레븐에서 좌회전. 부동산중개업자의 말을 다 듣고 있던 걸까. 아이가 큰 소리로 외친다. 방주는 아이의 지시에 따른다. 아빠, SK텔레콤에서 우회전. 부동산 사무실의 지도를 머릿속에 담아 온 걸까. 아이의 목소리는 손바닥을 들여다보듯 거침없다. 아이의 지시대로 휴대폰대리점을 끼고 골목으로 들어서니 정말로 고물상이 나타난다. 하느님은 내비게이션의 갈비뼈를 꺼내 아이를 빚은 걸까. 사내는 아이가, 아이의 재주가 신기하다. 담임선생의 말대로 아이는 별나다. 별난 토끼, 별나라 토끼다. 고물상에도 아이와 함께 간다. 야구율법학자의 말에 따르면 이번에는 사내가 구원투수고 아이가 코치다. 고물상에는 고물이 많다. 산을 이루고 있다. 폐지 산, 고철 산, 플라스틱 산, 라디오 산, 텔레비전 산, 냉장고 산. 폐가전제품의 산이 가장 높다. 동생은 전기를 먹는 것이라면 뭐든 뚝딱 고쳤다. 죽지 않았다면 국제기능올림픽 금메달은 떼어 놓은 당상이었을 텐데. 금메달을 목에 걸고 무지개차, 아니 무개차를 타고 카퍼레이드도 했을 텐데. 어쩌면 우주인이 되어 달나라에 갔을지도 모르지. 세상을, 우주를 가졌을 텐데. 그러니까 살아만 있었다면. 사내는 라디오와 텔레비전과 냉장고 더미를 보며 쓰게 입맛을 다신다. 고물상 사무실을 나서면서도 사내는 쓴 입맛을 다신다. 염소의 흔적을 찾지 못했다. 다

  • 웹관리자
  • 2012-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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