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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영,「그 가녀린 것들의 외로운 떨림」중에서

  • 작성일 2013-01-17


인류의 오랜 꿈 중에 하나는 아마도 자연과의 다감한 융화(融化)가 아닐까. 자본은 융화가 아니라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자연을 침탈(侵奪)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전히 자연의 품속을 꿈꾼다. 특히나 도회지에 사는 사람들은 메말라가는 인성 때문인지, 아니면 시멘트 문명의 염증 때문인지 모성에 흠뻑 젖고자 한다.
시인들은 여기서 더 나아가 자연의 음과 양이 조화로운, 자기만의 새로운 세계를 시 속에서 창출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자연계는 그야말로 무궁무진한 데다가 그 조홧속이 천변만화(千變萬化)라 간절함만 솟구칠 뿐, 대부분 거기에 다다르지 못한다. 시인들은 그 문턱에서 허덕이며 자기 문자속의 졸렬함이나 한탄하기 일쑤다.
그런데 달리 생각하면 이는 당연한 것 아닐까. 자연은 그저 말로만 자연이 아니지 않은가. 그러니 그 조홧속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시인 스스로 천변만화의 변신에 능해야 하는 것이다.
그것도 그냥 변신이어서는 곤란하다. 그야말로 자연스럽게, '아닌 듯 그러하게, 그러한 듯 아니게' 눈을 열고 귀를 열고 마침내는 마음을 열어야 한다.
그러므로 이때의 변신은 단순한 변신이 아니라 전이라는 뜻이 가미된 변전(變轉)이어야 하지 않을까. 변전, 그렇다. 변전으로 물질적 속성마저도 달라져야 비로소 '우주의 음과 양이 조화로운, 새로운 자연계'를 그려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변전은 쉽지 않다. 특히 현대사회에 살면서 변전으로 가는 길은 산 첩첩 물 첩첩이다. 자본 문명에 매몰된 비인간적이고 척박한 욕망이 자연과의 교감을 딱 가로막고 있다. 제어하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증식하는 이 욕망은 범주의 경계가 없다. 이성과 감성을 두루 다 말아먹고 만다. 현대인들의 심리적 병리 현상은 다 여기서 비롯된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에 비하면 변전을 주춤거리게 하는 문자의 욕망쯤은 차라리 순진하다 할 것이다. 나는 천박한 욕망의 습윤(濕潤)이 자연계로 향하는 시의 발길을 붙잡는다고 믿는다. 자연과 인간, 혹은 물(物)과 아(我)의 경계를 넘나드는 시가 드문 이유도 다 이 때문일 것이다. 아마도 근래에 이르러 폭발적인 관심 대상이 된 시인 백석쯤이 거기에 가장 가까이 다가간 시인 아닐까.
이렇게 생각할 때 같은 연대에 김사인 시와 호흡하고 있음은 다행스럽다. 그도 또한 백석처럼 자연의 경계를 넘나들며 교감의 기를 순환하고 있는 듯 비친다.

이도 저도 마땅치 않은 저녁
철이른 낙엽 하나 슬며시 곁에 내린다

그냥 있어볼 길밖에 없는 내 곁에
저도 말없이 그냥 있는다

고맙다
실은 이런 것이 고마운 일이다 ― 김사인, 「조용한 일」

작가․낭독_ 정우영 - 1960년 태어나 1989년 《민중시》로 등단했다. 시집 『마른 것들은 제 속으로 젖는다』,『집이 떠나갔다』,『살구꽃 그림자』, 시평에세이『이 갸륵한 시들의 속삭임』,『시는 벅차다』등이 있다.

* 배달하며

올겨울은 유난히 춥고 초입부터 눈도 많이 내렸죠. 겨우내 산야가 훤합니다. 북국의 정취마저 물씬하여 위뜸 살던 백석 시인의 시들이 생각납니다. '산골집은 대들보도 기둥도 문살도 자작나무다/ 밤이면 캥캥 여우가 우는 산도 자작나무다/ 그 맛있는 메밀국수를 삶는 장작도 자작나무다/ 그리고 감로같이 단샘이 솟는 박우물도 자작나무다/ 산 너머는 평안도 땅도 뵈인다는 이 산골은 온통 자작나무다'(백화(白樺)). 마음이 이런 시구에 젖어 잠시 입이 다물리고, 연하여 뭔가 다른 데 이야기가 꿍얼꿍얼 궁금해지는 걸 보면 우리가 아직 자연으로부터 아주 멀리 떠난 아이들은 아닌 듯싶습니다. 늘 문지방을 내다보는 자리에 백석이 있듯, 세상 나대며 사는 요즘 시인들이래도 늘 엉덩이 붙이는 한 자리는 있는 모양입니다. 그리움이 들고 시가 시작되는 자리 말입니다.

문학집배원 전성태

출전_ 『시는 벅차다』(우리학교)
음악_ Digital Juice - BackTraxx
애니메이션_ 이지오
프로듀서_ 김태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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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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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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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기원, 『별밭 공원』중에서 내가 세상을 이승과 저승 식으로 둘로 나누는 버릇을 시작한 것은 어머니의 자살을 알게 된 순간부터였을 것이다. 1980년의 소위 ‘내란음모사건’으로 구 년이라는 형을 받고 감옥에 갇힌 후 얼마 되지 않아 어머니는 그만 자살을 하고 만 것이었다. 당신으로서는 세상이 뒤집힐 만한 죄목으로 자식이 감옥에 갇히자 새벽마다 뒤울안에 정안수 한 사발 떠놓고 당신의 신불에게 치성을 드리다가 바로 그 자리에서 중풍을 맞고 쓰러져 급기야 문밖출입도 못한 채 남의 손에 대소변을 받아내던 끝이었다. 어머니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내가 감옥에서 나온 후였다. 감옥살이를 하는 동안에는 아내며 주위 사람들이 내가 자칫 어머니의 뒤를 따라 흉한 생각이라도 품을까 염려하여 어머니의 죽음을 중풍이 약화된 때문인 것처럼 둘러댔던 것이다. 감옥에서 나와 서해안에 있는 어머니의 산소에 들린 나는 우연하게 마을 사람으로부터 자살 소식을 전해 듣게 되었다. 나는 어머니의 단발마의 순간이 너무 선연하게 눈앞에 떠올라서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 이미 마비된 손이며 발이며 배며 허리 같은 전신을 안간힘을 다해 꿈틀거리며, 무슨 척수동물처럼 안방을 기어 마루를 넘고 안마당을 뒹굴어 대문에 다다른다. 좀 더, 조금이라도 더, 자식 쪽으로 가까이 다가가고 싶다. 이윽고 대문의 문고리를 잡아 노끈을 잡아맨다. 그리고 그 노끈으로 목을 감고는 척수동물 같은 몸을 뒤틀어 한껏 뒤로 버틴다. 자식에게 보여주어야 한다. 어미가 어떻게 죽어가는지 자식에게만은 기필코 보여주어야 한다. 눈앞에 너무 선연하게 그려지는 단발마의 순간을 나는 멀쩡한 정신으로는 도무지 받아들일 수도 그렇다고 지울 수도 없었다. 나는 하루하루를 눈에 시퍼렇게 광기를 품은 채, 마시면 마실수록 갈증이 나게 하는 폭음으로 보냈다. 그런 폭음에 빠져 마침내 정신을 잃기까지 나는 결코 단발마의 순간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나로서는 차라리 어머니가 머무르고 있을 저승 쪽이 부러웠을 것이다. 폭음으로 하루하루를 넘기는 나에게는 이승이란 차라리 저승보다 훨씬 먼 곳에 있는 어떤 곳이었다. 그런 식으로 마침내 나는 이승과 저승을 구별하지 않게 되었다. ▶ 작가_ 송기원 – 소설가. 1947년 전남 보성 출생. 1974년 《중앙일보》와《동아일보》 신춘문예에 각각 소설과 시로 등단. 시집으로『그대 언살이 터져 시가 빛날 때』,『마음속 붉은 꽃잎』등과 소설집 『다시 월문리에서』 『인도로 간 예수』, 장편소설 『너에게 가마 나에게 오마』『청산』등이 있음. ▶ 낭독_ 이상구 – 배우. 연극 , 등에 출연. ▶ 출전_ 『별밭공원』(실천문학사) ▶ 음악_ sound idea - romantic ,pastoral 8 ▶ 애니메이션_ 이지오 ▶ 프로듀서_ 양연식 배달하며 절절합니다. 무겁습니다. 피가 멈추지 않아서 승천하지 못하고 있는 영혼을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혈육, 사회, 국가. 우리를 존재하게 하는 이 구성체는 왕왕 구

  • 2013-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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