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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경, 「이 고도(古都)를 사랑한다」

  • 작성일 2014-08-29
  • 조회수 1,334



“내가 보는 것은 한 그루의 소나무가 아니라 천 그루의 소나무이며, 나는 유일한 존재가 아니라 연대로 존재하고 있다.”

- 애니 딜라드,『자연의 지혜』중에서 -



강석경, 「이 고도(古都)를 사랑한다」






아르헨티나의 시인 보르헤스는 “꿈의 궁전에서 살듯이” 아름다운 지명에서 살기를 좋아했다. 꿈은 시인의 특권이라 싱가포르, 사마르칸트에서는 지명의 발음을 음미하며 살았다고 한다. 매혹적인 지명이 분명 있으니 나는 전에 「아스파한에서의 하룻밤」이라는 단편을 읽고 아스파한을 오랫동안 꿈꾸었다. 티베트의 수도 라사도 나를 사로잡았던 이름이어서 ‘라사’가 들어가는 제목으로 장편소설을 썼다.


신라라는 이름을 불현듯 떠올리고 뒤늦게 몸을 돌린 것은 인도 여행 뒤다. 농경민의 후예처럼 좁은 땅에 붙박여 살다가 인도의 드넓은 대륙에서 삶의 본질을 보고 경주로 향했다. 자연인 듯 이지러져 천오백 년 전 고분이 도심에 솟아 있는 풍경은 근원적이었다. 김씨 왕들의 거대 능을 산책하며 내 속에 유목민의 피가 흐르고 있음을 알았고, 비로소 한국인으로서 자기 정체성을 가질 수 있었다. 신라라는 찬란한 이름을 만나기 전 나는 디아스포라였다. 경주는 모태와 같으니, 이 책은 유목민의 금빛 꿈이 묻혀 있는 고도에서 발길 닿는 곳마다 길어올린 사색의 우물이다.


나와 우리들의 뿌리에 대한 소박한 찬미이다.
신라- 당신도 시인처럼 이 아름다운 발음을 음미해보라.




▶ 작가_ 작가 강석경...... 1951년 대구에서 태어남. 이화여대 조소과 졸업. 1973년 《문학사상》제1회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 시작함. 소설집『숲속의 방』『밤과 요람』, 장편소설『가까운 골짜기』『내 안의 깊은 계단』『세상의 별은 다 라사에 뜬다』『신성한 봄』등이 있음.


▶ 낭독_ 서진 - 배우. 연극 『서울,댄스홀을 허하라!』, 『러브스토리』, 『안티고네』, 『모든 이에게 모든 것』 등에 출연.



배달하며

경주’하면 강석경 작가이지요. 언젠가 선생은 “내가 경주로 돌아온 것은 근원으로의 회귀이다”라고 쓴 적이 있습니다. 거의 봉천동에서 태어나 여태 살고 있는 저는 요즘 무슨 바람이 불어서인지 이런 저런 동네들을 기웃거리고 있는 중입니다. 어디로 가면 근원으로 회귀한다, 라고 느낄 수 있을까 골똘히 생각하면서 말입니다.
아무래도 경주에 한 번 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강석경 선생에게 전화를 걸어 책의 22쪽에 소개된, 파전과 보리밥을 잘 한다는 숙영식당에 같이 가자고 하고 싶지만 선생은 지금 몽고에 계십니다. 다시 경주로 돌아오기 위해서.
지금은 그저 ‘신라’ 라고, 시인처럼 그 아름다운 발음을 음미해보는 것도 좋겠군요.


문학집배원 조경란


▶ 출전_『이 고도古都를 사랑한다』(난다)

▶ 음악_ Aircraft /cine music 중에서

▶ 애니메이션_ 강성진

▶ 프로듀서_ 양연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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