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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점프,내 인생의 점프는 언제?" - 테마 글쓰기 공모전

  • 작성일 2010-06-10
  • 조회수 44,277

점프와 문장이 함께하는 희망의 글쓰기 공모전, 인생에서 만났던 '점프의 시간'은 과연 언제였나요? 통쾌한 도약의 순간, 당신의 이야기가 듣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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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214건

  • 익명

    열 여섯 살의 무대, 우리들의 첫번째 도약<br/><p style="margin: 0px"> </p><p style="margin: 0px"> 오래 전 봄날, 인천의 여자고등학교에서 있었던 일이다. 나는 청색 교복 치마와 검은 스타킹을 입학 첫날부터 찢어먹고 복도를 뛰어다니던 일학년생이었다. 들뜬 내 눈에 비친 고등학교는 중학교와는 다른 세계였다. 스쿨버스와 야간자율학습이 있었고 어른스런 선배들이 있었으며, 무엇보다 '써클'이 있었다. </p><p style="margin: 0px"> </p><p style="margin: 0px"> 나는 독서토론부에 들고 싶었다. 스스로 또래보다 많은 책을 읽었다고 생각했고, 책을 좋아하는 선배들이 멋있어 보였다. 부실의 문 앞에 줄을 서서 친구와 함께 면접을 보았다. 친구는 붙고 나는 떨어졌다. 나중에 친구가 전해주길, 내가 떨어진 이유는 '너무 튀어서'라고 했다. 나는 그 이유가 억울해서 눈물을 뚝뚝 흘렸다. 독서토론부가 아닌 다른 써클에는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p><p style="margin: 0px"> </p><p style="margin: 0px"> 그런데 어쩌다가 연극부 오디션을 보게 되었는지는 정확하지 않다. 같은 반 친구가 권해 주었는지도 모른다. '무슨 말이야? 우리 학교에 연극부 없지 않아?' 라며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을 것이다. 대답은 다음과 같았으리라. '이번에 새로 만든대.' </p><p style="margin: 0px"> </p><p style="margin: 0px"> 2학년 선배 몇몇이 작당을 하고 써클을 만든 것이다. 학교의 승인을 받지 못해 부실도 없는 연극부였다. 오디션 결과 2학년에서 열 명, 1학년에서 세 명이 뽑혀서 연극부 1기가 만들어졌다. 다같은 '1기'였기에 선후배 개념도 없었다. 아무 것도 없는 곳에서 새로 시작한다는 스릴이 우리를 뭉치게 했다. 우리, 그래, 나는 '우리'가 된 것이다.  </p><p style="margin: 0px"> </p><p style="margin: 0px"> 우리는 연극부, 그러므로 연극을 많이 보아야 했다. 머나먼 서울 대학로에서 좋은 연극을 한다고 했다. 연극을 보아야 하기 떄문에 야간자율학습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교무실의 선생님은 어이없는 눈으로 우리를 쳐다보며 일갈했다. '우리 학교에 연극부가 어딨어?" 우리는 답했다. "있어요. 저희가 연극부예요."</p><p style="margin: 0px"> </p><p style="margin: 0px"> 우리는 축제를 대비한 연극 준비에 들어갔다. 기본기를 다지는 훈련같은 것은 아무도 알지 못했다. 선배 중 한 명이 윤대성의 희곡 '방황하는 별들'을 가져왔다.  '이걸 하자!" "좋아!"  우리는 강당 한 구석에서 연습했다. 늦게까지 자율학습을 하는 교실의 불빛을 바라보며, 운동장 수돗가에서 무대 배경으로 쓸 천을 빨았다. 방과 후 빈 교실을 빙빙 돌며 배역을 연구했다.</p><p style="margin: 0px"> </p><p style="margin: 0px"> 오월의 축제가 시작되었다. 젠장. 축제 프로그램표에는 우리의 이름이 없었다. 우리는 열심히 연습했는데, 동인천과 주안의 지하 상가를 휘휘 돌며 소도구와 분장도구들을 모두 모아놓았는데, 우리의 연극은 축제 프로그램에 없었다. 연극을 올릴 만한 공간이 주어지지 않았다. 우리는 있는데, 존재하는데, 학교에서는 연극부가 없다고 했다. </p><p style="margin: 0px"> </p><p style="margin: 0px"> 이를 악물었다. 어떻게든 하자. 이 연극을 무대에 올려야 한다. 하지만 어떻게? </p><p style="margin: 0px"> 우리 학교는 교장과 이사장의 권한이 센 사립학교였다. 우리는 모여서 편지를 썼다. 매일매일 편지를 썼다. 자존심 상하는 방법이지만 그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교장선생님을 위시한 선생님들에게 계속 투서를 했다. 우리의 연극을 올리게 해달라고.  </p><p style="margin: 0px"> 우리 학교는 생긴 지 얼마 안 된 학교였고 선생님들의 나이가 젊은 편이었다. 선생님들은 '연극부'를 재미있어했다. 특히 한 국어 선생님은 우리의 지도 교사를 자처하며 지원을 해주셨다.</p><p style="margin: 0px"> 학생회에서도 주요 안건으로 연극부 공연 문제를 거론하였다. </p><p style="margin: 0px"> </p><p style="margin: 0px"> 결국 축제가 끝나고 한 달 후, 토요일 수업이 끝난 뒤 강당에서 연극을 올리게 되었다. 매일 우리가 구석에서 눈치보며 연습했던 그 강당이다. 쉬는 시간에 도시락을 미리 까먹고 점심시간에 모여 연습했던 그 공간이다. 수위 아저씨가 나가라고 호령할 때까지 되풀이 연습했던 그 공간이다. 이제 오늘 우리는 이곳에서 당당하게 정식 공연을 올리는 것이다.</p><p style="margin: 0px"> </p><p style="margin: 0px"> "많이 왔어?"  얼굴에 분장을 하며 나는 물었다. 커텐 사이로 밖을 내다보던 동기가 소리쳤다. </p><p style="margin: 0px"> "진짜 많아! 축제 떄 방송부 행사보다 훨씬 많은 거 같아!" </p><p style="margin: 0px"> </p><p style="margin: 0px"> 흔히 무대에 서면 스포트라이트 때문에 객석이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환한 대낮, 우리의 무대에는 조명 따위 없었다. 많은 학생들이 강당 아래 모여 있었다. 그들의 얼굴이 또렷이 보였다. 그들의 표정과 눈빛을 바로 쳐다 보며 나는 살짝 돌은 소녀의 멍한 대사를 읊었다. 관객들이 웃었다. 우리는 행복했다. </p><p style="margin: 0px"> </p><p style="margin: 0px"> 그날 우리의 연극이 어떤 수준이었는지는 알 수 없다. 그 전까지 제대로 연극 한 편 해본 적 없는 우리가 무엇을 알았겠는가. </p><p style="margin: 0px"> 다만 알 수 있는 것은, 살아오면서 그 순간만큼 벅찬 적이 없었다는 것이다. </p><p style="margin: 0px"> 막이 내리고 박수갈채가 나올 때 우리 중 몇몇은 눈물을 터트렸다. 결국 우리는 성공한 것이다. 존재하지 않는다던 연극부가, 우리의 연극을 무대에 올린 것이다. 그 순간 우리 모두가 인생의 어떤 단계로 점프했음을 나는 지금도 의심하지 않는다. </p><p style="margin: 0px"> </p><br /><p style="margin: 0px"> </p><p style="margin: 0px"> 그 첫번째 도약 이후 어떤 일이 있었는지 간략하게 적도록 하겠다. 우리는 졸업할 떄까지 학교의 공식 써클로 승인받지 못했다. 그럼에도 우리는 새로운 기수를 계속 뽑았고 매년 새로운 연극을 올렸다.</p><p style="margin: 0px"> </p><p style="margin: 0px">  1기들의 졸업 공연도 올리고 싶었지만, 끝내 학교는 공연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결국 졸업 공연은 동인천의 소극장을 빌려 무대에 올렸다. 그 소극장은 지금은 없어졌다. 하지만 아직도 그날의 작고 어두운 무대와 습기찬 공기는 선명하게 남아있다. </p><p style="margin: 0px"> </p><p style="margin: 0px"> 동기 중 몇몇은 대학에 와서도 연극을 계속하였다. 처음 연극부를 만든 이 중 한 명은 마임전문배우가 되었다. 고등학교 때의 열정에 비하면 연극으로 나간 사람은 적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언더써클 연극부에서 우리가 얻은 것은, 비단 '연극' 만이 아니었다. 그게 무엇인지 굳이 적지 않아도 알 수 있으리라. 우리 모두는 그렇게 세상 속에서 뛰는 법을 배운 것이다. </p><p style="margin: 0px">    </p><p style="margin: 0px">   </p><br /><p style="margin: 0px">     </p>

    • 2010-09-22 23:59:43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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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익명

    유쾌한 점프를 만드는 힘. 탄성에 관한 이야기.<br/><p style="margin: 0px" class="바탕글"><font face="바탕"><font size="2">  <br /></font></font></p><p style="margin: 0px"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font size="2" face="바탕"> 모두가 퇴근한 7시. 저물녘 빛이 투명한 창으로 스며들어 사무실 구석구석을 적셔온다. 하얀 벽과 책상 위로, 하얀 A4용지 위로 길고 진하게 번져나가는 그림자와 농도가 짙은 주황빛. 그리고 무겁게 가라앉아 있는 사무실 안의 적막과 빛이 쓸쓸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문득 생각나는 얼굴과 목소리.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가 이내 체념하듯 내려놓는다. 이럴 때 나는 완벽한 혼자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못다 한 일은 내일 일찍 와서 하기로 하고 서둘러 퇴근 준비를 한다. </font></span></p><p style="margin: 0px" class="바탕글"><span style="font-family: 바탕"><font size="2">퇴근길. 집집 담장 너머로 저녁밥 짓는 소리와 냄새가 저물녘의 석양이 내리는 골목길에 자욱하게 깔린 길을 걸으며 가만히 생각을 해본다. 내 인생의 점프란 무엇일까 하고 말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살아온 날들을 돌이켜 본다. 점프라고 할 만한 일이 내게 있었을까. 몇 가지 지난 순간들이 머릿속을 훑고 지나가지만 좀처럼 감이 오지 않는다. 나 입술을 지그시 깨물고 잠시 걸음을 멈춘다. 점프라는 단어가 주는 의미를 정확하게 알기 위해. 그리고 나도 펄쩍 점프를 해본다. 그러나 어정쩡하고 짧게 떠오르는 내 몸뚱이. ‘엄마야’ 이내 나는 비명을 내지르며 고꾸라지듯이 떨어지고 만다. 내가 신고 있는 구두굽이 7cm라는 것을 잠시 잊은 것이다. 주머니 속 동전 몇 개가 부딪히며 경쾌하게 짤랑 울려 퍼진다. 저기 골목길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던 아저씨가 내가 소리를 지른다. ‘거 아가씨 괜찮아요?’ 나는 당장 자리에서 사라지고 싶을 만큼 창피해져 겨우 고개를 끄덕여 보이고 어깨 아래로 흘러내린 핸드백 끈을 손으로 단단하게 부여잡고 걸음을 재촉한다. </font></span></p><p style="margin: 0px" class="바탕글"><font face="바탕"><font size="2">  <br /></font></font></p><p style="margin: 0px" class="바탕글"><span style="font-family: 바탕"><font size="2">잠자리까지 길게 이어지는 점프에 대한 생각들 때문에 어둠 속에서 뒤척거리다 문득 어릴 적 탔던 트렘플린이 생각이 난다. 기분 좋은 탄력을 받은 몸이 펄쩍 뛰어올라 공중에 높게 부웅 떠 있던 그 황홀하고 아찔했던 순간. 점프의 진정한 의미는 그런 것일거다. 그러나 나는 지금 조금 다른 이야기 하려고 한다. </font></span></p><p style="margin: 0px" class="바탕글"><font face="바탕"><font size="2">  <br /></font></font></p><p style="margin: 0px"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font size="2" face="바탕"> 2005년 그 해 봄. 이제 막 앞자리가 2로 바뀐 나이를 받아들고 그것이 잘 실감이 나지 않아 어색해하게 머리를 긁적이던 스무 살. 나는 학생도 직장인도 그 무엇도 아닌 어정쩡한 신분으로 맥주와 식사를 함께 팔고 있는 호프집에서 저녁 6시부터 새벽 3시까지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었다. 내 또래 애들 모두 대학이란 새로운 세계에 입문했지만 나는 시급 3000원이라는 아르바이트의 세계에 입문했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신 탓에 어머니 혼자의 몸으로 우리 세형제를 키우셨기에 등록금을 내줄 만큼 넉넉한 형편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오히려 우리 집에서는 대학에 가지 않는 것이 당연하게 흐르는 분위기였다. 저녁 6시부터 3시까지 9시간을 일하면 하루 일당은 27000원. 쉴 새 없이 몸을 움직이고 부지런해야 하는 일이었기 때문에 발바닥과 종아리가 욱신거리긴 했지만 2일 일하면 54000원이었고 일주일에 한번 휴일을 빼고 한 달 동안 일하면 70만원 돈이었다. 적다면 적은 돈일 수도 있었지만 그때 당시 나에게 70만원이라는 돈의 가치는 위대하고 커보였다. </font></span></p><p style="margin: 0px" class="바탕글"><font face="바탕"><font size="2">  <br /></font></font></p><p style="margin: 0px" class="바탕글"><span style="font-family: 바탕"><font size="2">호프집에는 퇴근 후 찾는 직장인들이 많았다. 그들을 위해 내가 하는 일은 벨을 누르면 잽싸게 뛰어가는 일과 맥주 거품을 부드럽고 풍성하게 올라오도록 따르는 일이었다. 어두운 조명 아래 흐트러진 자세로 맥주를 마시는 이들의 얼굴에는 불그스름한 술기운과 즐거움이 드리워져 있었다. 경쾌하게 벨을 누르고 한손을 번쩍 들어 ‘언니! 여기 오백 한잔 더요!’ 라고 외치는 이들의 얼굴과 말투에는 어떤 여유와 호기로움이 묻어났다.(왜 나이 많은 남자들이 나에게 언니라고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곳에는 점잖게 술을 마시고 가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이상한 일을 시키는 사람들도 많았다. 담배 심부름을 시키는 경우도 왕왕 있었고 나에게 왜 이렇게 못생겼냐며 시비를 거는 사람도 있었다. 그렇게 새벽 3시까지 일을 하고 퇴근 하고 집에 가도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았다. 지나치게 피곤했던 탓이었다. 뒤척이다 5시쯤 겨우 잠이 들어 다음날 늦은 오후 3시 4시가 겨우 일어났다. 아무 생각 없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출근하고 일하고 퇴근했지만 밤낮이 뒤바뀐 생활에는 리듬이란 것이 없었다. 단순 노동이 주는 생활 무기력했고 활력 또한 없었다. 늘 똑같은 일상의 반복이란 것은 높낮이가 없는 대단히 지루한 노래와도 같았다. </font></span></p><p style="margin: 0px" class="바탕글"><span style="font-family: 바탕"><font size="2">내가 시급 3000원에 몸을 맡기고 있던 그 사이 대학이라는 세계에 입문한 친구들은 새로운 언어를 익히고 또 새로운 일을 당연하게 겪어냈다. 동창들을 다 같이 만나는 자리에서 수강 신청이라던가. 미팅, 거나했던 과 뒤풀이 후기를 풀어내고 또한 정보를 공유하는 친구들의 모습이 그랬다. 그들은 일을 하고 있는 나를 의식해서인지 자신이 소속 된 집단에 대해 별것 아니라는 투의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지만 새로운 세계에서 입문한 그들의 모습에는 감추기 힘든 들뜨고 부풀어 보이는 무언가가 있었다. 내가 가보지 못한 세계에서 일상적으로 쓰는 언어들 그러니깐 수강신청이라던가 휴강이라던가. 전공이라던가. 교양과목은. 내가 아무리 입으로 수십 번을 발음해보고 들어봐도 나는 그 말들이 낯설었다. 내 것이 일 수 없는 것들이었기 때문이었다. </font></span></p><p style="margin: 0px" class="바탕글"><span style="font-family: 바탕"><font size="2">나와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이들과 비교가 될 때마다 ‘스스로 돈을 벌어 나 자신을 먹여 살리는 기특한 자부심’과 ‘대학 갈 성적도 안됐는데 뭘’이라는 생각으로 애써 스스로를 위로하곤 했지만 자욱한 담배 연기와 바닥에 흥건한 가래침 그리고 사람들이 술 취해 아무렇게나 내뱉는 흐트러진 말들과 욕설들. 그것들이 나를 대신 말해주는 것 같아 이따금 울적해지곤 했었다. </font></span></p><p style="margin: 0px" class="바탕글"><span style="font-family: 바탕"><font size="2"></font> </span></p><p style="margin: 0px" class="바탕글"><span style="font-family: 바탕"><font size="2"> 그렇게 리듬과 굴곡 없이 단순하고 지루하게 흐르고 있던 어느 날. 친구의 소개로 한 남자를 만나게 되었다. 아주 멀리서 온 사람이었다. 남쪽에서부터 밤기차를 타고 긴 시간과 수많은 역을 거슬러 올라와 나에게 온 사람. 멀리서 뚜벅뚜벅 걸어오는 그의 모습이 사진으로 보아왔던 모습보다 별로여서 실망하고 있는 나에게 그 사람은 환하게 웃으며 악수를 건네다. 나 그때 어땠나. 반갑게 웃었나, 떨떠름한 표정으로 악수에 응했나.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악수를 건네던 순간 그 사람의 덧니를 환하게 들어내며 웃던 그 순박한 웃음만은 마치 어제 일처럼 생생하다. 대부분의 모든 연애가 그러듯 나 역시 처음에는 그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 사람은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을 지닌 것도 아니었고 근거 없는 자신감이 넘쳤고 고 엉뚱하고 헛소리를 잘했기 때문이었다. 거기다가 매일 밤 내가 일 끝나는 시간에 맞추어서 전화를 하곤 했다. 피곤하고 졸려워 그만 끊고 싶은데도 그는 자꾸만 이야기를 하고 싶어 했다. 그만 끊자고 좋게 달래보아도 울어버릴 거라는 말도 안 돼는 소리로 나를 몹시 귀찮게 했지만 한편으론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늘어놓는 것도 귀여웠고 나 역시 무료한 일상에 생긴 변화가 마냥 싫지 만은 않았던 것 같다. </font></span></p><p style="margin: 0px" class="바탕글"><span style="font-family: 바탕"><font size="2">그러던 어느 날 자신이 아끼는 장소라 하며 나를 데리고 높은 산에 데려간 적이 있었다. 어두운 밤이었고 사람이라곤 우리 밖에 없었다. 우리는 듬성듬성 켜진 가로등의 노란 불빛에 의지해서 산에 올랐다. 나는 도대체 이런 곳에서 무엇을 보여주겠다고 하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font></span></p><p style="margin: 0px"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font size="2" face="바탕">‘언제까지 올라갈껀데? 나 힘들다’</font></span></p><p style="margin: 0px"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font size="2" face="바탕">‘힘드나? 조금만 참아라. 거의 다 왔다. </font></span></p><p style="margin: 0px"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font size="2" face="바탕">‘너 그 소리만 한 시간 째 인거 아냐?’</font></span></p><p style="margin: 0px"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font size="2" face="바탕">‘맞나. 그런데 진짜 장난 아니다. 보고 오빠야 너무 멋있어요. 소리 지르면서 나 붙잡고 눈물 흘릴 거다.’</font></span></p><p style="margin: 0px"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font size="2" face="바탕">겨우 그 곳에 도착했을 때 나는 '오빠야 너무 멋있어요'라고 소리를 지르며 눈물을 흘리지도 감탄도 하지 않았다. 멍해졌기 때문이다. 내 발치 아래 펼쳐져 있는 도시의 밤 풍경. 살포시 낀 밤안개 속에 부드럽고 환하게 번져 있던 불빛들. 도시의 밤풍경은 야경은 숨 막힐 듯 아름다웠다. 나는 내 발치 아래 펼쳐진 수십 개의 불빛에 깃들은 삶들에 대해 생각했다. 어느새 내 옆으로 다가 온 그가 내 어깨위에 무언가를 걸쳐 주었다. 폼이 크고 솜을 두툼하게 넣은 따뜻한 외투였다. 그 순간 이상하게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 느낌이 야릇하고 숨이 막혀 픽 웃었다. 어디선가 바람이 길게 우리 쪽으로 불어왔다. 부드럽고 선선한 봄바람이었다. </font></span></p><p style="margin: 0px"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font size="2" face="바탕"></font> </span></p><p style="margin: 0px"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font size="2" face="바탕"></font> </span></p><p style="margin: 0px"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font size="2" face="바탕"> 연애 초기에는 정말 행복했다. 나를 즐겁게 해주기 위해 미리 데이트 코스를 짜오던가,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포장해 오는 등 세심하고 배려 깊은 행동은 나를 감격하게 했다. 차를 타보고 멀리 여행을 가는 일, 여행지의 유명 명소를 구경하고 낯설고 새로운 음식을 나누어 먹는 일은 정말이지 행복한 경험이었다. 사랑 받는다는 느낌은 건조한 일상에 숨결을 불어넣었고 윤기 돌게 했다. 함께 라는 느낌은 나를 안도시키고 편안하게 해주었다. </font></span></p><p style="margin: 0px"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font size="2" face="바탕"> </font></span></p><p style="margin: 0px"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font size="2" face="바탕">어느 날 그와 이야기를 하던 중 그가 나에게 기형도를 아냐고 물어왔다. 나는 기형도가 당연히 누군지 몰랐기에 ‘기형도? 너희 과에서 배우는 도형 같은 건가? 아니면 섬인가?’ 라고 중얼거리자 그가 기가 찬 듯이 웃으며 말했다. ‘너 장난이지?’ 그리고 이어지는 말. ‘할 말이 없다.’ </font></span></p><p style="margin: 0px" class="바탕글"><span style="font-family: 바탕"><font size="2">그 뿐만 아니라 그는 내가 미니홈피에 써둔 일기에 일일이 덧글을 달며 틀린 맞춤법을 고쳐 쓰곤 했다. 가게를 가계로 쓰는 나. 빨리 나아를 빨리 낳아 로 쓰는 어리석은 스무 살의 나. </font></span></p><p style="margin: 0px" class="바탕글"><span style="font-family: 바탕"><font size="2">그는 곧장 나를 끌고 서점에 데려 갔다. 그리고 아무 책이나 고르게 했다. 책에 대해 전혀 무지했던 나였기에 한참을 고민하다가 집어든 책이 ‘2006 작가가 선정한 좋은 소설’ 이었다. 책을 촤르륵 펼치자 빳빳한 종이에 찍힌 잉크 냄새가 기분 좋게 흘렀다. 책을 산 후 헤어지기 아쉬워 근처 맥주 집으로 들어갔다. 술 몇 잔에 취기가 확 올라와 정신이 없던 와중 말없이 술만 마시던 그 사람이 입을 열었다. </font></span></p><p style="margin: 0px"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font size="2" face="바탕">‘네 꿈이 뭐고?’</font></span></p><p style="margin: 0px"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font size="2" face="바탕">‘꿈?’</font></span></p><p style="margin: 0px"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font size="2" face="바탕">‘그래 꿈 말이다. 앞으로 뭘 하고 싶고 뭐가 되고 싶냐는 말이다.’ </font></span></p><p style="margin: 0px" class="바탕글"><span style="font-family: 바탕"><font size="2">꿈이라니. 술이 단번에 확 깨게 만드는, 단 한 번도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는 주제였다. 학교 다닐 적에는 좋은 대학에 진학하고 싶었고 그 꿈이 깨진 지금은 아무것도 아닌 이 생활에서 벗어나는 것이 내 목표였다. 하지만 그것을 꿈이라고 할 수 있는지.</font></span></p><p style="margin: 0px"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font size="2" face="바탕">‘잘 모르겠어.’ </font></span></p><p style="margin: 0px" class="바탕글"><span style="font-family: 바탕"><font size="2">그 사람은 풀이 죽은 나에게 빙긋 웃어보이곤 소주를 입에 털어 넣었다. </font></span></p><p style="margin: 0px"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font size="2" face="바탕">‘난 정말 하고 싶은 게 많다. 이 말 들으면 네가 웃을지 모르겠지만 가수 오디션도 봐보고 싶다. 가수가 되기보다는 그냥 내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시험해보고 싶다. 가능한 많은 것을 해보고 싶다. 난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서 탈인데 넌 나이도 어린데 왜 하고 싶은 게 없누 네 인생도 참 답답하다. 그만 일어나자’</font></span></p><p style="margin: 0px"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font size="2" face="바탕"></font> </span></p><p style="margin: 0px"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font size="2" face="바탕"></font> </span></p><p style="margin: 0px"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font size="2" face="바탕"> 그 날의 일은 두고두고 나를 상처 입혔다. 길을 걸을 때, 밥을 먹을 때, 맥주 거품을 만들고 있을 때 문득문득 생각나는 그의 기가 찬 듯 한 조롱 섞인 표정과 말들은 생각날 때마다 가슴을 답답하게 했다. 사실 상처를 입힌 장본인은 그가 아니라 나였다. 나 스스로가 나 자신에게 입힌 상처였다. 할 말 없게 만들도록 무식한 나. 꿈이 없는 나. 답답한 인생을 살고 있는 나. </font></span></p><p style="margin: 0px" class="바탕글"><span style="font-family: 바탕"><font size="2"></font> </span></p><p style="margin: 0px" class="바탕글"><span style="font-family: 바탕"><font size="2"></font> </span></p><p style="margin: 0px" class="바탕글"><span style="font-family: 바탕"><font size="2">어느 때부터인가 누군가에게 나를 소개할 때도 망설이는 기색을 보이는 그를 볼 때 ‘아, 저 사람이 나에 대해 자신이 없어 하는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 학생도 아니고 직장인이 아니고 그저 작은 호프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스무 살 여자. 내가 누구인지, 어떤 곳에 서 있는지, 어떤 사람인지를 간략하고 명쾌하게 설명할 수 있는 어떤 요소도 없는 나. 기형도도 모르는 나. 호프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것이, 기형도를 모른다는 것이 결코 나쁜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나와 가장 가까운 사람이라 여겼던 사람이 나를 부끄러워한다는 사실은 나를 한없이 작아지게 했다. </font></span></p><p style="margin: 0px" class="바탕글"><span style="font-family: 바탕"><font size="2"></font> </span></p><p style="margin: 0px" class="바탕글"><span style="font-family: 바탕"><font size="2">그 일이 있은 후 책을 읽으려고 노력해봤다. 하지만 최신 댄스곡이 흐르는 술집 어두운 조명 아래서 읽는 문장은 솔직히 머리에 들어오지 않았다. 사장님은 그런 나에게 ‘인마 뭐하는 거야!’라고 소리를 질렀다.</font></span></p><p style="margin: 0px"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font size="2" face="바탕">‘내가 누누이 얘기했지만 꿈? 가져봤자 소용없어. 그냥 밥 세끼 잘 먹으면 장땡이라고. 공부? 해봤자 소용없어. 여자는 무조건 얼굴이 예쁘면 오케이야. 남자 잘 만나서 시집 잘 가면 게임 끝이라고!’ </font></span></p><p style="margin: 0px"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font size="2" face="바탕">‘전 안 예쁘잖아요.’ </font></span></p><p style="margin: 0px"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font size="2" face="바탕">내가 시무룩하게 대꾸하자 사장님은 골뱅이를 무치던 손을 잠시 멈칫 하더니 다시 말없이 골뱅이를 주물주물 무쳤다. </font></span></p><p style="margin: 0px"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font size="2" face="바탕">‘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네 얼굴이 아니라 오늘 손님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야! 네가 책 읽으니깐 오던 손님도 안 오잖아. 도대체 이게 어떤 일이야.’</font></span></p><p style="margin: 0px" class="바탕글"><span style="font-family: 바탕"><font size="2">나는 테이블을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리다 익살맞게 씩 웃어보였다. </font></span></p><p style="margin: 0px"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font size="2" face="바탕">‘그런데요 사장님’ </font></span></p><p style="margin: 0px"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font size="2" face="바탕">‘왜?’</font></span></p><p style="margin: 0px" class="바탕글"><span style="font-family: 바탕"><font size="2">기형도가 누군지 알아요?’ </font></span></p><p style="margin: 0px" class="바탕글"><span style="font-family: 바탕"><font size="2">사장님은 말하는 소를 본 듯한 표정을 짓더니 골뱅이를 무치던 비닐장갑을 쓰레기통으로 휙 집어던지며 나에게 소리를 질렀다. </font></span></p><p style="margin: 0px"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font size="2" face="바탕">‘옥상에 가서 맥주 통이나 가져와 인마!’ </font></span></p><p style="margin: 0px" class="바탕글"><font face="바탕"><font size="2">  <br /></font></font></p><p style="margin: 0px" class="바탕글"><span style="font-family: 바탕"><font size="2">  그는 아주 오랜 망설임 끝에 나에게 그만하자고 했다. 다시 생각해보라는 내 말에 그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너와 나는 서로 맞는 것 같지 않는다고’ 그 말에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렇게 전화를 끊고 길게 엎드려 울었다. 그 해 마지막 태풍이 빠르게 북상하고 있는 중인 가을의 일이었다. </font></span></p><p style="margin: 0px" class="바탕글"><font face="바탕"><font size="2">  <br /></font></font></p><p style="margin: 0px" class="바탕글"><span style="font-family: 바탕"><font size="2"> 그 후 나는 일자리를 옮겨 작은 사무실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 9시부터 5시까지가 근무시간이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사람이 북적이는 버스에 타는 일은 버거웠지만 보통 사람들과 똑같이 오전에 하루를 시작한다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자판 두들기는 소리만 들리는 고요한 사무실에서 내가 하는 일은 간단한 문서 작성 등의 일이었지만 마음이 편했다. 그곳에서는 누구도 나에게 담배 심부름을 시키지 않았고 언니라고 부르지 않았다. 나는 내 이름 뒤에 붇는 호칭이 어려우면서도 한편으론 좋았다. 나를 존중해준다는 느낌 때문이었다.</font></span></p><p style="margin: 0px" class="바탕글"><span style="font-family: 바탕"><font size="2">남들 보다 조금 이른 퇴근. 바뀐 계절로 인해 해가 짧아져 어둑어둑 해진 5시. 갑자기 남아도는 시간과 나를 떠난 그 사람 생각에 마음이 싸해지는 저녁.  무엇이라도 해야겠다 싶어 선택한 것이 구립도서관에 다니는 일이었다. 책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었기에 우선 그 사람이 사준 ‘2006 작가가 선정한 오늘의 소설 ’부터 시작했다. 좋은 작품을 만나면 그 작품의 작가의 책을 다 찾아서 읽는 것이 내가 책을 읽는 방식이었다. 활자로 이루어진 문장 그리고 문장으로 이루어진 이야기의 세계를 조금씩 알아가는 일은 즐거운 일이었다. 내가 몰랐던 세계, 내가 감히 상상할 수 없던 이야기를 흡수할 때마다 나를 설레게 했고 기쁘게 했다. </font></span></p><p style="margin: 0px" class="바탕글"><span style="font-family: 바탕"><font size="2">퇴근 후에 규칙적으로 도서관에 다녔다. 노루 꼬리만큼 짧아진 겨울해가 비스듬하게 지고 있는 퇴근 길 도서관으로 가는 길은 이상하리만치 가슴을 뛰게 했다. 도서관에 도착하면 지하식당에 내려가 2500원짜리 백반으로 저녁을 먹고 (양파를 듬뿍 넣은 제육볶음과 부드러운 계란말이를 마음껏 먹을 수 있던 구내식당은 나를 행복하게 했다.) 도서관 주변을 가볍게 산책 한 다음 창가에 자리를 잡고 책을 읽었다. 자판기 커피를 홀짝홀짝 마시며 좋은 책에 집중하는 시간은 밀크커피처럼 부드럽고 진했다. 지금까지 그 무엇에도 의욕 없던 내가 무언가에 집중하고 있는 사실에 나는 기뻤다. 그때만큼은 내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 시간은 그 무엇도 그 누구를 위한 것이 아닌 오직 나만의 시간이었다. </font></span></p><p style="margin: 0px" class="바탕글"><span style="font-family: 바탕"><font size="2"></font> </span></p><p style="margin: 0px" class="바탕글"><span style="font-family: 바탕"><font size="2"></font> </span></p><p style="margin: 0px" class="바탕글"><span style="font-family: 바탕"><font size="2">  책을 읽고  어느 밤이었다. 문득 고개를 들어 창 밖에 무언가 희끗희끗 한 것이 스쳐지나 가는 것을 보았다. 눈이었다. 그 해의 첫눈. 눈은 가로등 불빛 아래서 천천히 부유하며 반짝이며 내리고 있었다.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읽던 책을 잠시 덮고 두꺼운 스웨터를 껴입고 밖으로 나가 무작정 걸었다. 오랜 시간 웅크리고 앉아 있던 탓에 허리와 목이 아팠기 때문이었다. 그러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평생 책을 읽으며 살고 싶다. 수많은 책을 읽고 누군가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러자 말 할 수 없이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많이 흐른 지금도 눈발이 고요하고 부드럽게 휘날리던 그 날 밤을 생각하면 행복해진다. </font></span></p><p style="margin: 0px" class="바탕글"><span style="font-family: 바탕"><font size="2">그 해 겨울부터 다음 해 봄까지 도서관 나무탁자 위에서, 길 위에서, 사무실 책상 위에서 수십 권의 책을 읽었다. 그렇게 책을 읽는 동안 시간의 흐름과 함께 이별의 아픔과 지난 시간 또한 지나갔다. </font></span></p><p style="margin: 0px" class="바탕글"><span style="font-family: 바탕"><font size="2"></font> </span></p><p style="margin: 0px" class="바탕글"><span style="font-family: 바탕"><font size="2"></font> </span></p><p style="margin: 0px"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font size="2" face="바탕"></font> </span></p><p style="margin: 0px" class="바탕글"><span style="font-family: 바탕"><font size="2"> 시간이 흐른 뒤 다른 누군가를 알게 되었다. 내 모든 것을 다 주어도 아깝지 않았고 할 수 있다면 오래오래 함께 하고 싶고 사랑하고 싶은 사람 길을 걷다 좋은 풍경을 보게 되면 함께 공유하고 싶었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이 맛있는 음식을 맛보게 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그에겐 나보다 더 중요한 것이 많았다. 그에겐 친구도 많았고, 소속해 있는 좋은 집단도 있고, 꼭 나가야할 모임도, 해야 할 일도 많았다. 당연히 나는 그의 우선순위가 될 수 없었다. 나에게 그 사람은 언제나 생각나는 사람이었지만 그에게 나는 어쩌다 생각나는 사람이었다. 그것이 우리의 다른 점이었다. 그렇기에 나보다 더 가진 것이 많은 그에게 언제나 자신이 없었고 부족하다고 느꼈다. 그래서 더 그에게 잘해주고 싶었고, 가능한 함께 하고 싶었던 것 같았다. 두려웠다. 그가 변심할 까봐. 나보다 더 좋은 사람을 사랑하게 될까봐. </font></span></p><p style="margin: 0px" class="바탕글"><span style="font-family: 바탕"><font size="2"></font> </span></p><p style="margin: 0px" class="바탕글"><span style="font-family: 바탕"><font size="2"></font> </span></p><p style="margin: 0px" class="바탕글"><span style="font-family: 바탕"><font size="2">나에게 사랑은 두 가지의 유형이었다. 사랑은 분명 나를 기쁘게 하고 따스한 느낌을 주었지만 허전하고 외로웠던 날들이 더 많았다. 사랑은 나를 긍정적인 쪽으로 방향을 틀어주기 보다는 나를 혼자 걷게 하고, 나를 아무것도 아닌 사람으로 만들었고, 나를 자주 울렸다. 그가 집착하는 나의 모습을 견디지 못하고 헤어지자고 했을 때 가장 가슴 아팠던 것은 그 사람의 싸늘한 모습도, 냉정한 말도 아닌 언제나 나보다 그 사람을 먼저 생각하고 위했던 나를 이토록 비참하게 했다는 것이었다. 그와 헤어지던 날 밤 나는 울면서 그에게 말했다. </font></span></p><p style="margin: 0px"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font size="2" face="바탕">‘지난 2년 동안 내 전부는 너였어. 널 위해 살았다고. 네가 있어서 나도 있었던 거야’ </font></span></p><p style="margin: 0px" class="바탕글"><span style="font-family: 바탕"><font size="2">그는 고개를 푹 숙이며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한숨과 함께 이어진 말. </font></span></p><p style="margin: 0px"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font size="2" face="바탕">‘미안해. 나보다 더 좋은 사람 만나길 바라.’ </font></span></p><p style="margin: 0px" class="바탕글"><font face="바탕"><font size="2">  <br /></font></font></p><p style="margin: 0px" class="바탕글"><span style="font-family: 바탕"><font size="2">한번 하는 이별도 아니었는데 어쩜 그리도 싸하고 아픈지. 헤어진 뒤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회사에도 나갈 수도, 밥을 먹을 수도, 책을 읽을 수도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울다 지쳐 잠드는 일 뿐이었다. 정말이지 죽을 것 같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앓았다. 이별의 아픔은 시시각각 나를 조여 왔고 꿈자리까지 어지럽혔다. 그때의 상황을 회상하며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순간까지. 내가 너무 힘들어하자 보다 못한 동생이 나에게 면담을 청해왔다. </font></span></p><p style="margin: 0px"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font size="2" face="바탕">‘ 언니 많이 힘들지?’</font></span></p><p style="margin: 0px"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font size="2" face="바탕">‘.......’ </font></span></p><p style="margin: 0px"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font size="2" face="바탕">‘야, 나는 정말 사랑이라 생각했는데 어째서 그 사람한테는 그것이 사랑이 아닌 거지?’ </font></span></p><p style="margin: 0px"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font size="2" face="바탕">‘언니, 근데 언니는 언니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것 같아. 언니 참 괜찮은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늘 자신이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font></span></p><p style="margin: 0px" class="바탕글"><span style="font-family: 바탕"><font size="2">자꾸만 눈물이 흘렀다. 내 몸 어디에 이렇게 많은 슬픔이 고여 있었던가. </font></span></p><p style="margin: 0px"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font size="2" face="바탕">‘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자기 자신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해. 나 자신을 사랑해야만 다른 사람도 사랑할 수 있는 거야. 언니 남자친구 만나는 2년 동안 단 한번이라도 언니를 위해서 무언가를 해본 적이 있어? 내가 보기엔 지난 2년 동안 언니의 기쁨과 목표는 오직 남자친구의 행동에 따라 좌우됐던 것 같았어’</font></span></p><p style="margin: 0px" class="바탕글"><span style="font-family: 바탕"><font size="2">그리고 이어지는 동생의 말.</font></span></p><p style="margin: 0px"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font size="2" face="바탕">‘언니는 충분히 누군가에게 사랑 받을 자격이 있고, 또 참 괜찮은 사람이야. 그러니깐 언니 용기를 가져. 언니는 다시 일어날 수 있어 나 왠지 예감이 아주 좋아. 이번 일이 분명 언니에게 전환점이 될 거고 기회가 될 거야.’ </font></span></p><p style="margin: 0px"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font size="2" face="바탕"></font> </span></p><p style="margin: 0px"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span> </p><p style="margin: 0px"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font size="2" face="바탕">동생과 대화 이후로 다음 날 사무실에 출근하여 한가한 시간을 틈 타 내가 할 수 있는 일 그리고 하고 싶은 일을 나를 위한 일들에 대한 목록을 노트에 쭉 적어봤다. 한때 막연하게 하고 싶다 생각하다 이내 포기했던 것들을. 그리고 결심했다. 하나씩 실천하겠다고. 그리하여 더 나은 내가 되겠다고. 누군가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해 살겠다고. </font></span></p><p style="margin: 0px" class="바탕글"><span style="font-family: 바탕"><font size="2">운동을 시작했다. 집 근처 초등학교 운동장을 매일 30바퀴씩 뛰었다. 숨이 턱까지 차오를 정도로 뛰면 모든 것은 지워지고 세상에는 오로지 뛰는 나 밖에 없는 듯한 그 느낌. 가끔 너무 힘들어 ‘다 때려치워!’ 소리 지르고 주저앉고 싶을 때도 많았지만 그럴 때면 이를 악물고 더 힘껏 뛰었다. 목덜미를 적시고 흐르는 땀이 저녁 바람에 말라갈 때의 서늘함도 좋았고 종아리와 허벅지를 팽팽하게 감싸 올라오는 근육통의 느낌도 좋았다. 그 시간만큼은 진지하게 나 자신과 내 몸에 집중하던 시간이었다. 좋아하던 밀가루 음식과 육류를 줄이고 몸에 좋은 야채와 두부를 많이 먹었다. 그렇게 한 달이란 시간이 흐 뒤 저울에 올라가니 내 몸무게는 10키로가 빠져 있었다. </font></span></p><p style="margin: 0px" class="바탕글"><span style="font-family: 바탕"><font size="2">일이 그다지 많지 않았기 때문에 여유 시간이 많은 회사에서는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출근해서 30분 동안 업무를 끝내놓고 오전 시간에는 커피를 마시며 영어 문장을 2문장씩 외우고 문장을 부드럽고 정확하게 말하는 연습을 했다. 입과 혀에 부드럽게 감기는 세련된 발음으로 이국의 언어는 낯간지럽고 쑥스러운 기분이 들긴 했지만 그것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된 느낌을 주었다. 그 느낌이 싫지 않아 이왕 하는 거 조금 더 세련되고 느끼하게 굴리고 싶었다. 단어도 꾸준히 외우고, 영어로 쓰인 문법책으로 공부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이런 일이 엄두도 안 날 만큼 마냥 막막하게 느껴졌지만 역시 사람은 적응력이 뛰어난 동물이었다. 내가 알지 못했던 것을 하나 둘씩 배워갈 때마다 가슴이 벅찼다. 조금 더 나은 내가 되겠지. 달라지겠지. 언젠가는 ‘500문장을 외웠더니 영어가 술술 터지기 시작했어요.’ 뻐기듯 호기롭게 말할 수 있겠지. </font></span></p><p style="margin: 0px" class="바탕글"><span style="font-family: 바탕"><font size="2">하루 일과를 모두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샤워를 하고 팩을 하면서 좋아하는 책을 읽었다. 이제 책은 나에게 습관이 되어버렸다. 하루 동안 쌓인 피로와 땀을 뜨거운 물로 샤워하는 것으로 풀어내고 난 후 가장 늘어지고 게으른 자세로 책을 읽는 시간은 나의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시간이 돼버린 것이다. 되도록 부지런하게 많이 걷고 시간에 빈틈을 두지 않고 오직 나에게 집중하는 동안 지난 2년의 시간도 아픔도 그 사람도 천천히 지워져나갔다.</font></span></p><p style="margin: 0px" class="바탕글"><span style="font-family: 바탕"><font size="2">한 사람을 향해 쏟아지던 시선을 나에게 돌린 후 깨달은 것은 은근히 내가 괜찮은 사람이라는 것이다. 살아온 날들보다 살아갈 날들이 많은 것 그리고 가능성이 있다는 사람이라는 것을 나는 알게 되었다. 어쩌면 단순하고 당연한 진리겠지만 그것을 깨닫기 까지 참 많은 시간 수많은 사건과 아픔을 지나왔다는 생각이 든다. </font></span></p><p style="margin: 0px" class="바탕글"><span style="font-family: 바탕"><font size="2"></font> </span></p><p style="margin: 0px" class="바탕글"><span style="font-family: 바탕"><font size="2"></font> </span></p><p style="margin: 0px" class="바탕글"><span style="font-family: 바탕"><font size="2"> 다시 돌아가 점프에 대해 생각한다. 몇 번의 발을 굴린 뒤 하늘을 찌를 듯 ‘점프’를 할 때 온 몸의 신경을 통쾌하게 자극시키는 점프. 시간이 흐른 후 나는 열심히 자신을 가꾸어서 토익 900점을 맞고 날 다시 찾아온 그 남자를 보기 좋게 뻥 차버리고 더 좋은 남자를 만나서 행복해졌다 라고 썼더라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다면 조금 덜 지루했을 텐데. 진정한 완벽한 점프에 대한 이야기일 텐데. 하지만 여전히 나는 혼자 걷고 혼자 먹고 혼자 다니는 완벽한 ‘혼자’이다. 어떤 것이 좋은 삶인지는 알지 못하지만 이렇게 나 자신에게 집중하고 나를 위해 살고 있는, 잔잔한 리듬이 주를 이루는 고요가 바탕으로 깔려져 있는 지금의 삶이 참 마음에 든다. </font></span></p><p style="margin: 0px"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font size="2" face="바탕"></font> </span></p><p style="margin: 0px"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font size="2" face="바탕"> 이 이야기는 한 여자가 이별을 겪은 후 여자의 내면과 외면에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누구나 사랑하고 헤어진다. 세상의 모든 슬픔은 그것을 겪는 자신에게만 특별할 뿐이다. 그런 면에서 내 이야기는 수두나 홍역처럼 누구나 살아가며 한번쯤은 겪는 통과의례 같은 지극히 평범한 이야기 일 것이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점프’가 아닌 ‘탄성’에 대한 이야기다. 몸을 떠오르게 만들어주는 점프의 원리인 탄성. 그런 의미에서 나의 이야기는 신경과 근육을 통쾌하게 자극시켜주는 점프는 아니지만 보다 높이 뛰어오를 수 있도록 도와주는 ‘탄성’에 가깝다. </font></span></p><p style="margin: 0px"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font size="2" face="바탕"></font> </span></p><p style="margin: 0px"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font size="2" face="바탕"></font> </span></p><p style="margin: 0px" class="바탕글"><span style="font-family: 바탕"><font size="2"> 여전히 나는 혼자이고 좋은 사람도 못 만났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내 자신이 이렇게 숨을 쉬고 살아있다는 것이다. 나에게는 매일 아침 출근 할 직장이 있고, 해야 할 일들이 있고, 지갑에는 많지는 않지만 커피 한잔 사 마실 수 있는 정도의 돈이 있고, 읽어야 할 책도 있고, 이루고 싶은 꿈도 있다. 살아있음을 느끼는 순간들이 있다는 것 그 사실 자체가 기적이 아니고 무엇일까. 나는 조금씩 성장하고 있고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좋은 점프를 하기 위해선 건강한 몸과, 즐길 수 있는 유머와 여유와 배짱, 탄탄한 허벅지의 힘으로 만들어진 탄성이 필요하다. 언젠가는 멋지게 ‘탁’하니 박차 올라 점프하면서 삼단 회전까지 해보이고 싶다. 아니 반드시 그럴 것이다. 승리의 브이자를 그리곤 씨익 덤덤하게 웃어 보이며.</font></span></p><p style="margin: 0px" class="바탕글"><font face="바탕"><font size="2">  <br /></font></font></p><p style="margin: 0px"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font size="2" face="바탕"> ‘겨울에는 견뎠고 봄에는 기쁘다’ (한강 ‘아기부처’ 중)를 나지막이 중얼거려 보는 저녁.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이 너무나도 행복해 가슴이 벅차오른다. 사랑의 끝은 세상의 끝이 아니다. 그것은 더 큰 사랑의 시작이다. </font></span></p><p style="margin: 0px" class="바탕글"><span style="mso-fareast-font-family: 바탕" lang="EN-US"></span> </p>

    • 2010-09-22 23:5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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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속주머니 사건<br/><!--StartFragment--><p style="margin: 0px" class="바탕글"><span style="font-family: 굴림체; mso-hansi-font-family: 굴림체; mso-ascii-font-family: 굴림체">초등학교에 가면 나는 주눅 들었다. 그 이유는 다름 아닌 바로 속주머니(?) 때문이었다. 같은 반 친구 녀석이 나에게 속주머니가 있는 옷을 자랑하는 것이었다. 그것도 달랑 한 벌만 계속 입고 왔다. 그런데 문제는 내 옷에는 속주머니가 없었다는 것이다. 그 아이는 늘 내 앞에서 속주머니에서 무엇을 꺼내고 뺐던 행위를 반복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아이의 행동이 우습지만, 당시에는 무척 부러웠던 것이 사실이었다. </span></p><p style="margin: 0px" class="바탕글">  <br /></p><p style="margin: 0px" class="바탕글"><span style="font-family: 굴림체; mso-hansi-font-family: 굴림체; mso-ascii-font-family: 굴림체">나는 집에 가서 부모님에게 그 이야기를 했다. 아버지께서는 독일군 군복(당시 유행했던 텔레비전 영화에 나오는)보다 더 멋진 어린이 양복을 맞춰주셨다. 당시의 우리 집은 가난하게 살았기에 매우 뜻밖이었다. 지금은 당시의 아버지 마음을 이해할 수도 있겠다. </span></p><p style="margin: 0px" class="바탕글">  <br /></p><p style="margin: 0px" class="바탕글"><span style="font-family: 굴림체; mso-hansi-font-family: 굴림체; mso-ascii-font-family: 굴림체">다음날 나는 학교에 갔다. 보무도 당당하게... 물론 그 문제의 아이 앞에서 내 멋진 양복을 선보이고 고 나서... 내 왼 손은... 양복 깃을 열어 제치오른손으로는 속주머니를 더듬었던 것이다. 그런데 왼쪽에만 속주머니가 2개... 오른 쪽에도 속주머니가... 그 때의 그 아이의 표정은... 지금도 기억이 난다. 물론 그 후로 다시는 그 아이의 손이 내 앞에서 속주머니에 가는 일은 없었다. </span></p>

    • 2010-09-22 23:4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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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점프는 방울방울<br/><p style="margin: 0px"><font color="#00b0f0" size="5"><font color="#000000">점프는</font> <font color="#ff0000">방</font><font color="#ffff00">울</font><font color="#00b050">방</font><font color="#0070c0">울</font></font></p><p style="margin: 0px" class="HStyle0"><br /></p><p style="margin: 0px" class="HStyle0"><font size="3"> 점프. 지금의 나보다 더 높은 곳으로의 도약. 하지만 점프가 항상 좋은 것만을 남기는 것은 아니다. 아파트 1층에서 밑을 내려다보는 것보다 옥상에서 내려다보는 것이 더 무섭듯. 가끔은 더 높은 곳으로 점프한다는 것이 무서울 때가 있다. 그래서 점프를 하기 싫어질 때도 있고, 누군가가 내가 서있는 곳을 깨부숴서 점프를 해야만 할 때도 있다. 무섭지만 점프는, 나의 꿈으로 다가선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기에 높은 곳에서도 버틸 수 있는 것인가 보다. </font></p><p style="margin: 0px" class="HStyle0"><font size="3"> 고등학교 2학년. 약 18년의 인생을 살아오면서 내 인생에는 다른 사람이 감탄해 마지않을 점프는 없었다. 큰 병을 이겨낸 적도, 큰 시련을 겪은 적도 없다. 사랑하는 가족들의 품에서 넘어져도 크게 다칠 일 없는 놀이방에서 지난 시간을 보내왔다. 그리고 어떤 의미에서는 하루하루가 나에게는 점프인 나날을 보내며 지내왔다. 하지만 최근 나는 높은 점프를 하였다. 행복하지만은 않은 점프였다. 말 한마디에 내가 서있던 곳이 톡 터져버렸기 때문이다. </font></p><p style="margin: 0px" class="HStyle0"><font size="3"> 어릴 적부터 나는 꿈이 아주 많았다. 유치원 선생님이 되겠다는 꿈은 좀 더 크자 세상에는 더 재밌는 것이 너무 많아 접었고, 화려하고 예쁜 모습에 홀려 한 때 품었던 연예인이란 꿈은 너무 힘들고 연예인 할 얼굴은 아닌 것 같아 포기했다. 그렇게 카멜레온처럼 때에 따라 변하던 나의 꿈은 결국 현실과 기대와 고민에 조화로 결국 의사로 결정되었다. 그리고 그 결정과 함께 나에게는 한 겹의 비눗방울이 씌어졌던 것이다. 그 방울은 빛은 받아 무지개 색으로 알록달록 빛났다. 그리고 그 것을 보면 나도 왠지 행복해졌다. 알록달록 빛난다는 것이 나의 앞으로의 인생이 무지개처럼 아름답기만 할 것이라는 상상은 아니었다. 그 것은 일종의 내가 그 꿈을 갖게 되면서 생기는 변화에 대한 것이었다. 아주 거만한 상상을 했던 것이다.</font></p><p style="margin: 0px" class="HStyle0"><font size="3"> 내가 의사가 되면 아픈 사람 모두를 치료해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주변에 있는 아픈 사람들이 모두 사라질 것이라는 말도 안 되는 착각에 무의식적으로 빠져있었다. 세상에는 고치지 못할 병도, 아픈 사람도, 내 손길이 닿지 못할 곳에서 시름하고 있는 사람도 많은데 말이다. 하지만 이러한 사실은 나에게 너무 당연한 것이었다. 한 번도 상상해보지 않았지만 그냥 내제되어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이모든 생각은 단 한마디에 갑자기 터져 나와 내 비눗방울을 터뜨려버렸다.</font></p><p style="margin: 0px" class="HStyle0"><font size="3"> “의사는 자기 앞에 온 한 사람에게만 무엇인가를 해줄 수 있는 거죠.”</font></p><p style="margin: 0px" class="HStyle0"><font size="3"> 방학을 맞아 참여한 캠프에서 들은 말이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약간 멍해졌다. 눈이 튀어나올 만큼 놀라지도 않았고, 내 환상이 깨졌다고 눈물이 날 것 같지도 않았다. 그냥 그동안 내게 깔려있던 상상들이 하나 둘 명확해지며 ‘넌 그동안 그냥 행복한 착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었어!’라고 속삭이는 것 같았다. 맞는 말이었다. 100명의 사람이 아프다 한들 나는 그 중 나에게 찾아온 단 1명의 사람만 치료해줄 수 있는 것인데 혼자서 신의 손이라도 가진 것처럼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내 손은 열 개의 손가락을 가지고 있는 조금 크긴 해도 그냥 지극히 정상적인 손인데 말이다. 그리고 그 순간은 약간 충격이었다. 그 비눗방울이 터지는 일은 없을 거라 믿었기 때문이다. 아니 그런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다. 나에게는 그 것이 당연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 비눗방울은 무참히 터져버리었고, 이것은 나에게는 일종의 충격으로 또 다른 깨우침으로 다가왔다.</font></p><p style="margin: 0px" class="HStyle0"><font size="3"> 여기까지만 해서는 나는 완전한 점프를 한 것은 아니었다. 단지 곧 터질 것만 같은 비눗방울 안에서 도약할 준비만 했을 뿐. 완전한 점프는 그 다음에 일어났다. 새로운 결심을 하면서부터. </font></p><p style="margin: 0px" class="HStyle0"><font size="3"> “찾아가자! 나한테 올 수 없다면 내가 찾아가자.”</font></p><p style="margin: 0px" class="HStyle0"><font size="3"> 많은 사람을 아프지 않게 할 수 있다는 나의 환상을 깨지게 놔둘 수는 없었다. 그래서 찾아가는 의사가 되기로 결심을 하였다. 실은 의사라는 직업을 처음 마음먹으면서 다른 사람의 목숨을 다룬 다는 것이 무서웠다. 나에게는 용기가 필요했다. 찾아가는 의사는 나에게 있어 그 용기를 더욱 북돋을 수 있는 깨달음이었다. 약을 만들고,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하여 한 걸음, 그들을 직접 치료하고, 또 그 과정을 지켜보며 한 걸음, 나에게 오지 못하는 사람들을 찾아 또 한 걸음. 그렇게 한 발짝씩 용기를 내어 다가가야 겠다는 결심이 선 것이다. 찾아가는 의사는 전부터 생각했던 것이지만 이번의 점프로 더욱 명확히 나의 가슴에 자리 잡았고, 더욱 절실해 졌다.</font></p><p style="margin: 0px" class="HStyle0"><font size="3"> 그렇게 하여 난 또 다른 비눗방울로 뛰어들었다. 또 환상일지도 모른다. 이번에도 쉽게 터져버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난 이 안에서 또 뛸 준비를 하며 또 한 편으로는 이 모든 비눗방울들이 터지는 순간 나타날 현실을 준비할 것이다.</font></p><p style="margin: 0px" class="HStyle0"><font size="3"> 앞으로도 나의 비눗방울은 계속하여 생기고 또 터질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하나, 하나 터지고 점프하다 보면 환상은 현실이 되어 내 앞에 펼쳐질 것을 믿는다. 아마 그 순간은 아직 저 높이에 있겠지만 말이다.</font></p><p style="margin: 0px" class="HStyle0"><font size="3"> 점프로 빚어진 비상을 꿈꾼다.</font></p>

    • 2010-09-22 23:2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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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창시절 영웅담 하나쯤은...있어야 남자쥐~<br/><!--StartFragment--><font size="3"> </font><p class="HStyle0" style="margin: 0px"><font size="3">본격적인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충격으로 남아있는 가슴아픈 이야기를 꺼내야겠다</font></p><p class="HStyle0" style="margin: 0px"><font size="3">때는 1999년, 6학년 1학기가 시작된지 3일째 되던 무렵. 점심시간이었다..</font></p><p class="HStyle0" style="margin: 0px"><font size="3">나는 초등학교내에서 최고 어른이 되었다는 생각에 사기충천한 상태로 몇몇의 친구들과 함께 운동장 한가운데를 가로 질러 걸어가고 있었다.</font></p><p class="HStyle0" style="margin: 0px"><font size="3"></font> </p><p class="HStyle0" style="margin: 0px"><font size="3">아무튼 터벅터벅 걸어가고 있는데 내 앞에 저학년으로 보이는 아이가 공을 이리저리 몰고있었다. </font></p><p class="HStyle0" style="margin: 0px"><font size="3">그 순간 나는 6학년의 위엄을 보여주자는 생각으로 공을 빼앗아 골망에 넣어버렸다.</font></p><p class="HStyle0" style="margin: 0px"><font size="3">지금은 어떨지 모르지만 당시만해도 초등학교6학년은 저학년입장에서는 공포 그 자체였다 그래서인지 내가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되자 나도 모르게 목에 힘이 들어갔던것 같다.</font></p><p class="HStyle0" style="margin: 0px"><font size="3">곧 나는 가던 길을 가려고 돌아섰는데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깨달았다</font></p><p class="HStyle0" style="margin: 0px"><font size="3">.</font></p><p class="HStyle0" style="margin: 0px"><font size="3">무슨 영문인지 상황을 파악하려고 주위를 둘러보는데, 골대 옆에서 앉아있던 덩치가 산만한</font></p><p class="HStyle0" style="margin: 0px"><font size="3">아이가 나를 향해 뚜벅뚜벅 걸어오고 있었다.</font></p><p class="HStyle0" style="margin: 0px"><font size="3">그 아이는 내게 말 한마디없이 주먹으로 내 눈두덩이를 후려쳤다.</font></p><p class="HStyle0" style="margin: 0px"><font size="3">워낙 갑작스러운 일이라 나는 그때 까지도 무슨일인지 영문을 몰랐다.</font></p><p class="HStyle0" style="margin: 0px"><font size="3">“니 뭔데 축구하는걸 방해하냐”? XX!</font></p><p class="HStyle0" style="margin: 0px"><font size="3">그 아이가 입을 오물오물 대는데, 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신기하게도 나는 그 아이가 하는말을 알아들을 수 있었다.</font></p><p class="HStyle0" style="margin: 0px"><font size="3">아픈 것은 둘째치고 눈두덩이가 약해서인지 주먹이 쎄서 그런것인지는 몰라도 나는 눈탱이가 밤탱이가 되었다.</font></p><p class="HStyle0" style="margin: 0px"><font size="3"></font> </p><p class="HStyle0" style="margin: 0px"><font size="3">나는 속으로 “뭐지?.... 처음 보는 아이인데. 6학년중에 전학 온 아이인가? 라고 생각하며, 그 아이를 향해 달려들었다. 한 대라도 때릴려는 마음에서 말이다.</font></p><p class="HStyle0" style="margin: 0px"><font size="3">하지만 곧 주변의 아이들이 말려서 싸움은 그렇게 마무리됐다. </font></p><p class="HStyle0" style="margin: 0px"><font size="3">5교시가 끝나고 만신창이가 된 나의 얼굴을 보고 아이들은 큰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font></p><p class="HStyle0" style="margin: 0px"><font size="3">“무슨일이야” “누구한테 맞은거야” “누군지 내가 때려줄게.”</font></p><p class="HStyle0" style="margin: 0px"><font size="3"></font> </p><p class="HStyle0" style="margin: 0px"><font size="3">나는 자초지종을 소상히 남자아이들에게 말해줬다. 영화속에서 타 조직원들에게 당한 동료를 위해 싸움에 나서는 조직폭력배처럼 아이들이 나서겠군.</font></p><p class="HStyle0" style="margin: 0px"><font size="3">“이게 바로 사나이의 의리구나” “그 아이를 너무 심하게 다루지는 않았으면..”</font></p><p class="HStyle0" style="margin: 0px"><font size="3">쉬는 시간이 끝나고 반의 정보통을 통해 가해학생의 정체를 알게 되었다.</font></p><p class="HStyle0" style="margin: 0px"><font size="3">소위 일진인 그 아이는 5학년 짱이였다. </font></p><p class="HStyle0" style="margin: 0px"><font size="3">5학년 5학년 5학년!!! </font></p><p class="HStyle0" style="margin: 0px"><font size="3">나보다 한 살 어린아이한테 이렇게 얻어터지다니...</font></p><p class="HStyle0" style="margin: 0px"><font size="3"></font> </p><p class="HStyle0" style="margin: 0px"><font size="3">나에게는 굉장히 큰 충격이어서 지금까지도 그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다. 한편 나의 마음 한 구석에는 두려움과 궁금증이 자리잡게 되었다. 초등학생이 어떻게 그런 강한 주먹을 가진것이지? 그때 아이들이 싸움을 말리지 않았으면 나는 어떻게 되었을까..?</font></p><p class="HStyle0" style="margin: 0px"><font size="3">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우리반에서의 싸움짱이 그 아이에게 직접 싸움이 일어나게 된 계기를 전해 듣고 와서는 또 한번 확인사살을 했다.</font></p><p class="HStyle0" style="margin: 0px"><font size="3"></font> </p><p class="HStyle0" style="margin: 0px"><font size="3">“ 니가 잘못했네. 뭘” 그러니까 뭐하러 가서 애들 공을 뺏냐.“</font></p><p class="HStyle0" style="margin: 0px"><font size="3">“그리고 너를 3학년이나 4학년으로 착각했데.” 니가 키가 작아서..</font></p><p class="HStyle0" style="margin: 0px"><font size="3">그리고는 반 아이들은 아무일도 없었다는듯이 자리로 돌아갔다. </font></p><p class="HStyle0" style="margin: 0px"><font size="3">이상하리만치 조용히 일이 마무리됐다. 고학년이 저학년에게 당한 치욕적인 일에 대한 소문</font></p><p class="HStyle0" style="margin: 0px"><font size="3">도 우리반 밖으로 확대되지 않았다.  </font></p><p class="HStyle0" style="margin: 0px"><font size="3"></font> </p><p class="HStyle0" style="margin: 0px"><font size="3">또 그때 그 일로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하지도 않고 즐거운 학교생활을 이어나갔지만 내 인생에 크나큰 오점으로 지금까지 남아있다.</font></p><p class="HStyle0" style="margin: 0px"><font size="3"> </font></p><p class="HStyle0" style="margin: 0px"><font size="3">1년이 지나고 중1! 2000년 밀레니엄의 시대가 도래한 그 해</font></p><p class="HStyle0" style="margin: 0px"><font size="3">나의 일생일대의 가장 화려했던 그 날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었다.</font></p><p class="HStyle0" style="margin: 0px"><font size="3">어느 날 도덕시간! 선생님께서 지난번 실시했던 조별발표활동 개인점수를 발표하고 계셨다.</font></p><p class="HStyle0" style="margin: 0px"><font size="3">그런데 조별활동당시 조장을 맡았던 한 여자아이(최자영)가 별안간 손을 들며 점수가 공평치 못하다며 불만을 드러냈다.</font></p><p class="HStyle0" style="margin: 0px"><font size="3"></font> </p><p class="HStyle0" style="margin: 0px"><font size="3">바로 나의 점수를 말하는 것이었는데, 이유인즉슨 나는 조별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도 의견을 제시하지도 않았는데 나에게 조원들과 같은 점수가 돌아가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었다. 그러자 선생님은 그 여자아이를 나무라기 시작했다.</font></p><p class="HStyle0" style="margin: 0px"><font size="3">같은 반 친구끼리 헐뜯는 것은 옳지못하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선생님의 20분간의 설교 끝에 여자아이는 펑펑 울기시작했다.</font></p><p class="HStyle0" style="margin: 0px"><font size="3"></font> </p><p class="HStyle0" style="margin: 0px"><font size="3">조금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크게 개의치 않았다.</font></p><p class="HStyle0" style="margin: 0px"><font size="3">그렇게 도덕시간이 끝나고 종이 울리고 선생님이 나가셨다.</font></p><p class="HStyle0" style="margin: 0px"><font size="3">나는 다음시간의 교과목교과서를 꺼내놓고 화장실을 가려던참이었는데, 별안간 박광균이라는 이름의 아이가 나에게 주먹을 날렸다.</font></p><p class="HStyle0" style="margin: 0px"><font size="3">나도 동물적 반사신경을 발휘해 그 아이의 얼굴에 주먹을 꽂아 넣었다.</font></p><p class="HStyle0" style="margin: 0px"><font size="3"></font> </p><p class="HStyle0" style="margin: 0px"><font size="3">곧 아이들이 벌떼같이 달려들어 박광균을 뜯어 말리기 시작했다. </font></p><p class="HStyle0" style="margin: 0px"><font size="3">반면 내 주변에서는 박광균의 눈에 띄지 않는 곳으로 도망가라는 말만 들려왔다.</font></p><p class="HStyle0" style="margin: 0px"><font size="3">뒤늦게 여러아이들로부터 최자영과 박광균이 연인사이라는 사실을 들을 수 있었다.</font></p><p class="HStyle0" style="margin: 0px"><font size="3">박광균은 자신의 여자친구가 나로 인해 울음을 터뜨리게 되었다는 생각을 하게 되 나를 때리려고 한 것이었다. 나는 그때까지도 어안이벙벙했다. 내게 왜 또 이런일이 발생하는지 하늘이 원망스러웠다.</font></p><p class="HStyle0" style="margin: 0px"><font size="3">내가 최자영을 울린 것인가...</font></p><p class="HStyle0" style="margin: 0px"><font size="3"></font> </p><p class="HStyle0" style="margin: 0px"><font size="3">선생님이 울린것이지..그리고 나는 점수에도 전혀 관심없다고!!</font></p><p class="HStyle0" style="margin: 0px"><font size="3">주변의 만류로 소란은 그렇게 일단락되었고, 다음날부터 나는 최대한 그 아이와의 마찰을 피하려고 다른반에 가서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font></p><p class="HStyle0" style="margin: 0px"><font size="3">그런데 곧 박광균이 나를 반으로 이끌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나는 하나의 오해를 더 사고 있었다.</font></p><p class="HStyle0" style="margin: 0px"><font size="3">전 날 박광균은 다른 아이를 통해 방과 후 시간에 나와 끝장을 보려고 도전장을 전달했지만, 나는 아무런 대답없이 학교를 떠났다는 오해말이다. </font></p><p class="HStyle0" style="margin: 0px"><font size="3"></font> </p><p class="HStyle0" style="margin: 0px"><font size="3">나는 금시초문이었다. 전혀 그런 말을 전해듣지 못했던 상황이었다.</font></p><p class="HStyle0" style="margin: 0px"><font size="3">변명할 틈도 없이 곧 그의 소나기펀치가 날라왔다.</font></p><p class="HStyle0" style="margin: 0px"><font size="3">동시에 여러 가지 생각이 내 머릿속을 뒤 흔들었다.</font></p><p class="HStyle0" style="margin: 0px"><font size="3">“나도 오기가 있어.” 또 다시 더 이상! 패배자로 남기는 싫다고“</font></p><p class="HStyle0" style="margin: 0px"><font size="3">나도 곧 맞대응을 펼쳤다. 덩치,힘,키 모든면에서 불리했지만 깡다구 하나로 버텼다. 땅을 뒹굴었지만 </font></p><p class="HStyle0" style="margin: 0px"><font size="3">오뚝이같이 계속해서 일어나 주먹을 날렸다.</font></p><p class="HStyle0" style="margin: 0px"><font size="3"></font> </p><p class="HStyle0" style="margin: 0px"><font size="3">이런 나의 처절한 모습이 아이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겨 이 후 나의 별명은 좀비(zombie)가 된 후문이 있다. 반은 괴물이고 반은 사람인 시체괴물말이다.</font></p><p class="HStyle0" style="margin: 0px"><font size="3">내 인생에 있어서 그런 치열한 싸움은 처음이었다. 오랜 시간의 싸움으로 서로 지칠때로 지친 상태에서 우리는 마지막 혼을 불사르는 싸움을 계속했다.</font></p><p class="HStyle0" style="margin: 0px"><font size="3">그런데... 많은 이들의 예상과는 달리 막상막하의 싸움이 지속됐다. 결국 우리반 우두머리의 판정으로 싸움은 종결됐다. “야 이건 비긴거야. 비겼어”</font></p><p class="HStyle0" style="margin: 0px"><font size="3"></font> </p><p class="HStyle0" style="margin: 0px"><font size="3">그것은 사실 기적이었다. 박광균은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잘하고 싸움도 곧 잘하는 이른바 엘리트학생이었다. 그런 그에게 내가 전혀 밀리지 않고 대등한 싸움을 이끌어 낸 것이었다.</font></p><p class="HStyle0" style="margin: 0px"><font size="3">그 후 나의 학교생활은 180도 달라지게 되었다. 인생의 점프를 하게 되었다.</font></p><p class="HStyle0" style="margin: 0px"><font size="3">반 내에서 아니 전교에서 나를 함부로 대하는 사람은 자취를 감췄다. 나를 보는 아이들의 경외의 눈빛으로 변하였다.</font></p><p class="HStyle0" style="margin: 0px"><font size="3"></font> </p><p class="HStyle0" style="margin: 0px"><font size="3">그 여세를 몰아 가끔 나에게 시비를 걸던 아이도 혼내주었다.</font></p><p class="HStyle0" style="margin: 0px"><font size="3">나는 매사에 자신감과 의욕이 넘친 아이가 되었다. 그 누구도 무섭지 않았다.</font></p><p class="HStyle0" style="margin: 0px"><font size="3">그 싸움으로 큰 명성을 얻어 중학교졸업할때까지  편한 학교생활을 할 수 있었다.</font></p><p class="HStyle0" style="margin: 0px"><font size="3">그러나 아쉽게도 그때 이후로 나는 그때의 영광을 재현하지 못하고 있다..</font></p><p class="HStyle0" style="margin: 0px"><font size="3">술자리 단골 이야기 소재로 활용하고 있을 뿐</font></p><p class="HStyle0" style="margin: 0px"><font size="3"><br /></font></p><p class="HStyle0" style="margin: 0px"><font size="3">내가 6학년때 당한 치욕이 없었다면 그때 박광균과 대등하게 싸울 수 있었을까?</font></p><p class="HStyle0" style="margin: 0px"><font size="3">아마 패배하고 말았을 것이다....</font></p><p class="HStyle0" style="margin: 0px"><font size="3">스프링에게 많은 힘을 가하면 가할수록 스프링은 더 높이 도약한다는 사실을 누구나 알 것이다.</font></p><p class="HStyle0" style="margin: 0px"><font size="3">스프링처럼 위축되고 쪼그라들고 압박을 받아야 높은 점프를 할 수 있다고...</font></p><p class="HStyle0" style="margin: 0px"><font size="3">고로 인생에 있어서 점프란 고난과 역경없이는 불가능하다고....</font></p><p class="HStyle0" style="margin: 0px"><br /></p><p class="HStyle0" style="margin: 0px"><span style="font-family: "한컴바탕""><br /></span></p>

    • 2010-09-22 23:11:12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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