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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건(黑鍵)

  • 작성일 2024-12-01

   흑건(黑鍵)


임희강


   요셉이 정수용을 만난 건 약 두 달 전의 일이다. 

   요셉은 좁은 골목의 치킨 가게에서 피아노를 연주하고 있었다. 치킨집 바로 오른쪽에는 50년 전통의 순두부 가게가 있었다. 치킨집의 왼쪽엔 50년 전통의 순두부 가게 사장의 아들이 운영하는 아구찜 가게가 있었다. 그 외에도 갈비찜, 감자탕, 굴보쌈과 족발을 파는 가게가 차곡차곡 잘 맞춘 블록처럼 쌓여 있는 골목이었다. 두 사람이 지나기도 빠듯한 골목에는 서로 다른 음식에서 사용한 간마늘과 참기름 냄새가 진동을 했다. 예스럽고 한국 음식의 전통을 느낄 수 있는 곳이었지만 누가 봐도 서양의 클래식 음악과는 어울리지 않는 곳이었다. 

   요셉은 가진 옷 중 가장 깔끔한 재킷을 챙겨 입고 치킨 가게로 출근했다. 치킨 가게 사장은 바로 요셉의 이모부였다. 가게를 인수할 때 내부에 있던 낡은 업라이트 피아노 한 대를 보고 이모부는 놀고 있던 요셉을 불러 연주를 부탁했다. 

   요셉이 가장 좋아하는 연주곡은 〈흑건〉이었다. 〈흑건〉은 쇼팽의 에튀드 G Major. Op.10 No.5를 말한다. 백건반이 아닌 흑건반으로만 주요 선율이 이뤄져 있어서 ‘흑건’이란 별칭이 붙었다. 어느 대만 영화에 메인 테마곡으로 등장해 대중적으로도 잘 알려진 곡이었다. 

   〈흑건〉의 박자는 비바체였다. 대단히 빠르지만 급한 티를 내면 안 된다는 점에서 프레스토 박자와 구분된다. 프레스토를 사용하는 곡으로는 니콜라이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왕벌의 비행(Flying of bumblebee)〉이 있다. 요셉이 생각하기에 그 곡은 손가락 훈련 곡에 지나지 않았다. 우아함을 따지자면 〈흑건〉이 훨씬 우세하다. 요셉은 품격을 잃지 않는 선에서 경쾌하게 연주를 이어나갔다. 건반에 묻어 있던 기름때가 손에 묻으며 쩍쩍 소리가 났다. 연주자만 들을 수 있는 소리라는 점에서 요셉에겐 특권처럼 여겨졌다. 

   “제대로 밟을 줄 아는군요.” 

   연주가 끝났을 때 정수용이 다가와 말했다. 

   페달을 다루는 스킬을 알아봐 주는 손님은 드물었다. 그럼에도 요셉은 그가 말을 걸어온 게 반갑게 느껴지지 않았다. 

   이 가게에서 말을 거는 사람은 십중팔구 취객이었다. 요셉은 처음 연주를 했을 때 60대 남성의 기립 박수를 받았다. 그는 이미 옆 가게에서 지인들과 굴보쌈에 소주 6병을 해치우고 넘어온 상태였다. 등산복 차림에 시뻘겋게 달아오른 얼굴이 반갑진 않았지만 연주를 알아봐 준 것엔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요셉이 인사를 하려고 그의 곁에 다가갔을 때 남성은 몸을 휘청거렸고 그대로 바닥에 뒹굴었다. 요셉은 이후 손님과 대화를 삼갔다.

   “시끄럽지 않으셨다니 다행이에요.”

   요셉이 수용에게 말하곤 카운터 쪽으로 몸을 돌렸다. 이 가게는 피아노 연주를 듣기 위해 찾는 곳은 아니다. 요셉이 소리가 증폭되는 뎀퍼 페달 대신 소리를 줄이는 시프트 페달을 밟은 이유다. 손님들은 치킨 가게에서 피아노 연주를 해 준다는 사실을 신기하게 생각했지만 소리가 너무 커지면 곧장 볼멘소리를 했다. 요셉은 자기의 소리를 숨길 수밖에 없었다.  

   “단 하나의 백건도 밟지 않았어요.”

   정수용이 요셉을 따라오며 말했다. 요셉은 그제야 그가 페달이 아닌 건반을 ‘밟는다’고 표현한 것을 깨달았다. 흑건만을 쳐야 하는 연주에 실수로 백건을 치는 일이 없었다는 뜻의 칭찬이었다. 

   “미스터치가 없다고 완벽한 연주라곤 할 수 없죠.”

   요셉은 모처럼 연주에 귀를 기울여 준 수용이 고마웠지만 그렇게 말하고 말았다. 피아노를 잘 모르는 사람일수록 정확한 음을 내는 것에 집착을 한다. 그런 사람들은 많은 음을 빠르고 정확하게 치면 잘한 연주라 여긴다. 요셉은 그가 그런 사람 중 하나일 거라 생각했다. 

   “노랑할미새는 절대 물을 묻히지 않죠.”

   정수용이 카운터에 몸을 기대며 요셉에게 말했다. 알콜 향이 진하게 전해져 왔다. 스킨 화장품 때문인지 술 때문인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었다. 요셉은 뒤로 주춤했지만 정수용은 그럴수록 더욱 눈에 힘을 주며 요셉에게 말을 걸었다. 

   “노랑할미새는 발에 물이 묻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강가에 살더라도 높은 디딤돌만 밟고 놀죠. 방금 하신 연주와 꼭 닮았습니다.”

   요셉은 이모부가 계신 쪽을 흘끗 봤다. 몰려드는 손님 때문에 정신이 없어 보였다. 정수용은 요셉을 그윽하게 바라보더니 문득 그가 머무는 호텔 이름과 객실 번호를 알려 줬다. 

   “제 방에도 그랜드 피아노가 있습니다.”

   이번엔 요셉이 수용을 바라봤다. 그랜드 피아노를 마지막으로 연주한 건 약 이십 년 전의 일이었다. 연주자라면 누구나 웅장한 소리를 뽐내는 그랜드 피아노를 연주하고 싶어 한다. 요셉은 제 마음을 꿰뚫어 보기라도 한 듯 의기양양하게 선 수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는 무대로 돌아가 천천히 업라이트 피아노 뚜껑을 내리고 그대로 가게에서 나왔다. 정수용이 가만히 서서 그가 나가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수용의 볼이 시프트 페달을 밟은 것처럼 푹 패어 있었다. 

   요셉은 식당이 모여 있는 골목을 지나 한산한 거리를 걸었다. 색이 다른 보도블록 사이에서 그는 붉은색 블록을 고집해 밟았다. 지금 이 순간 그에게 흰 블록은 지연이었다. 지연이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지 어린 나이에도 흰 머리가 많이 났다. 헤어지기 전날까지 요셉은 집요하게 지연의 새치를 뽑았다. 

   “난 그대로도 좋은데.”

   지연은 남은 머리도 애초에 완전한 흑색이 아니라고 했다. 태어날 때부터 어두운 갈색 머리를 타고난 지연은 숱만 있으면 색은 무엇이든 상관이 없다고 했다. 요셉은 주요 경제지가 뽑은 영향력 있는 여성 오피니언 리더 다섯 명 중 듬성듬성 난 흰머리를 방치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알려줬다. 구매력 평가 지수가 낮은 국가의 국민일수록 흰머리가 많다는 연구 결과도 있었다. 이런 사실을 말했을 때 지연은 더 건드리지 말라는 듯 머리카락을 한 가닥으로 모아 묶며 요셉에게 말했다. 

   “입냄새가 많이 나는 사람일수록 말이 많더라.”

   요셉은 그건 아무 관계가 없다고 반박했다. 지연은 흰머리도 마찬가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연은 요셉이 구분 짓는 데 환장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 기준은 아무 근거가 없고 오로지 요셉의 주관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요셉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고 둘은 어우러지지 못한 채 영영 다르게 구분 지어졌다. 

   흰 블록을 피해 필사적으로 점프하던 요셉은 문득 불 꺼진 유리창에 비친 제 모습을 봤다. 거울에 비친 요셉은 어딘가를 향해 가기보다 무언가를 신경질적으로 피하는 것에 가까워 보였다. 문득 한 심사평이 떠올랐다. 그가 20년 전 한 신문사가 주최한 콩쿠르에 나갔을 때 받은 내용이었다. 

   ‘어쩐지 불쾌.’ 

   요셉의 평가지엔 단 다섯 글자만 덩그러니 적혀 있었다. 셋잇단음표 박자가 틀렸다거나 리드음이 생생하게 표현되지 않는다는 평들과는 다른 종류였다. 더 의아한 것은 그의 스승조차 이러한 평가에 동의하는 듯한 태도를 보인 것이다. 요셉이 다섯 살 때부터 레슨을 맡아 온 강 교수는 무거운 표정으로 요셉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생각해 볼 일이다.”

   요셉은 이후 어른이 될 때까지 〈흑건〉을 연주하지 않았다. 떨어진 이유를 생각하기보단 연주를 포기하는 게 맞는 일 같았다.

   이후 그는 일반 고등학교에 진학했고 평범한 대학교의 인문대를 졸업해 중소 식품회사의 영업팀으로 입사했다. 이후 농업용 필름 제조 회사, 제약사, 사무용 기기 납품 회사를 전전했지만 20년 전 받은 심사평만은 아직도 뇌리에 남아 있었다. 도대체 심사위원을 불쾌하게 만든 그 ‘어떤 것’은 무엇이란 말인가. 그걸 해결하기 전까지 요셉의 인생은 단 한 발짝도 다음 마디로 나아가지 못할 것 같았다.

   ‘노랑할미새는 절대 물을 묻히지 않죠.’

   요셉은 방금 정수용이 한 말과 유리창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비교했다. 무언가를 묻히지 않고 배척하는 모습. 제 길을 가는 게 아니라 다른 길을 신경질적으로 피하는 모습은 노랑할미새와 수용의 닮은 점이었다. 요셉은 그제야 자신의 흑건 연주가 어떤 문제를 가졌는지 이해했다. 그는 흑건을 치는 게 아니라 백건을 완벽하게 피하고 있었다. 

   요셉은 천천히 고개를 돌려 주위를 돌아봤다. 그의 눈처럼 충혈된 붉은 블록이 이어진 길 끝에는 수용이 묵는다고 알려 준 호텔이 위치해 있었다. 요셉은 눈을 감았다. 한밤중이었지만 이름 모를 새가 가로수에서 푸드덕 발돋움을 하는 소리가 들렸다. 

   다음날 요셉은 정수용이 묵는 호텔을 찾았다. 크리스탈로 제작한 대형 샹들리에가 천장에 걸린 고급스러운 호텔이었다. 로비 중앙엔 고전파 작곡가들의 초상화가 여러 점 나란히 배치돼 있었다. 요셉은 정수용이 알려 준 객실 번호를 떠올리며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그의 객실은 호텔 꼭대기에 위치해 있었다. 

   “반갑습니다.”

   벨을 눌렀을 때 밝은 표정의 수용이 나와 인사를 했다. 

   최고급 스위트룸이라는 그의 객실은 요셉이 다녔던 여느 관광호텔의 방과는 차원이 달랐다. 여러 공간 중 눈에 띄는 건 역시 최고급 브랜드의 그랜드 피아노가 놓인 응접실이었다. 다른 객실과 공간이 떨어져 있고 벽에는 방음 처리도 되어 있기 때문에 하루 종일 피아노를 쳐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수용의 안내에 따라 피아노를 둘러보면서 요셉이 말을 꺼냈다. 

   “저는 사실 노랑할미새를 본 적이 없습니다.”

   정수용은 웃음을 터뜨리고 되물었다.

   “그 얘기를 하러 여기까지 오신 겁니까?”

   요셉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는 정수용이 어떻게 그 시끄러운 치킨집에서 자신의 연주를 알아듣고 정확한 평을 한 건지 듣고 싶었다.

   수용은 요셉을 편안한 쇼파로 안내했다. 테이블 위엔 그가 먹다 남은 흑빵이 놓여 있었다. 

   정수용은 북한에서 유명한 피아니스트였다고 한다. 세계 3대 콩쿠르에서 나름 좋은 성적을 얻을 정도로 명성이 자자했지만 체제 선전에도 많이 앞장섰기 때문에 한국 IP로 접속된 포털 사이트에서는 그의 프로필을 찾아보기 힘들다고 했다. 10여 년 전 정치 문제로 북한을 떠난 뒤 그는 한동안 피아노를 멀리했다고 한다.

   “그런 곳에서 〈흑건〉을 만날 거라곤 생각도 하지 못했죠.”

   재즈바도 아닌 치킨집에서 우연히 요셉의 연주를 들은 수용은 오랜만에 전율을 느꼈다. 동시에 연주자의 히스토리를 엿볼 수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고 한다. 〈흑건〉은 연주보다는 시험으로 많이 출제되는 곡이다. 난이도도 높지 않아 초등학교 고학년에서 중학생 정도면 마스터할 수 있다. 아무리 치킨 가게지만 엄연히 무대에 오르는 곡인데 입시곡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연주자의 훈련은 그 시기에 타인에 의해 멈춘 것이 분명했다. 정수용은 요셉이 언젠가 연주곡인 소나타나 콘체르토를 치는 모습을 꼭 보고 싶다고 했다. 그러기 위해서 지금은 〈흑건〉을 완벽하게 소화하는 것을 돕고 싶다고 했다. 

   요셉은 수용이 얼마나 집중해서 자신의 연주를 들었는지 단번에 이해할 수 있었다. 

   그는 정확한 터치에 집착하는 클래식 입문자도 아니고 술에 취한 진상 손님도 아니다. 진정으로 음악을 사랑하고 귀 기울일 줄 아는 프로였다. 모처럼 전문가의 정성스러운 평가를 받은 요셉은 저도 모르게 마음이 열렸다. 그는 천천히 그랜드 피아노 앞으로 가 앉았다. 

   오래 전이었지만 콩쿠르에 나갔을 때 습관이 요셉에겐 아직 남아 있었다. 무대에 나서기 전 대기실에서 요셉은 늘 눈을 감았다. 주변은 경쟁자들이 가져온 메트로놈 소리로 소란스러웠다. 아이들은 각자가 원하는 속도를 기억하기 위해 디지털 메트로놈을 들고 와 귀에 갖다 댔다. 음량을 최소화했지만 워낙 자극적인 소리기 때문에 밖에 새어 나오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이들은 서로의 박자에 영향을 받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자기 메트로놈 스피커에 귀를 밀착시켰다. 그 진풍경 속에 홀로 명상을 하는 요셉은 단연 눈에 띄었다. 그는 메트로놈 없이도 박자를 기억하는 유일한 참가자였다. 요셉은 연주곡의 모든 것을 정확히 체화하고 있었다. 피아노 앞에 앉기 전 박자를 기억하기 위해 그가 할 일은 눈을 감는 것뿐이었다. 

   요셉은 20년 만에 다시 눈을 감았다. 바로 어제 했던 연주처럼 생생하게 박자가 떠올랐다.  

   쿵. 쿵. 쿵. 

   속으로 세던 박자는 어느새 그의 심장이 뛰는 박자와 비슷해졌다. 요셉은 호흡을 가다듬고 카운트를 시작했다. 하나. 둘. 셋. 네 번째 박자에 망설임 없이 〈흑건〉의 첫 음을 밟아 내려갔다. ‘플랫 도’였다. 

   흑건은 ‘플랫 솔’로 시작하지만 내림 사장조기 때문에 계이름은 ‘플랫 도’가 된다. 플랫 여섯 개가 붙어 ‘솔’을 ‘도’로 만드는 세상에서 요셉의 손가락은 두려운 것 없이 춤을 췄다. 브릴란테(brillante). 쇼팽은 첫 마디부터 ‘화려하게’ 연주할 것을 주문했다. 화려함에 장애물은 있을 수 없다. 이 곡 안에선 모든 모티프가 ‘화려함’으로 어우러질 뿐이다. 요셉은 오랜 기간 그를 억누르던 심사평과 연이은 실패를 떠올렸다. 요셉은 그것을 건반 위에서 튕기고 굴리며 공중에 흘려보냈다. 

   뎀퍼 페달은 소리가 제 색깔을 찾아가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오랜만에 제대로 된 페달을 밟는 건 어색했지만 익숙해지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그 역시 요셉이 어린 시절 체화한 것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화려한 손가락 스킬과 그랜드 피아노의 음량에 뎀퍼 페달이 더해져 여느 협주곡에 맞먹는 웅장한 〈흑건〉이 완성됐다. 그는 자칫 페달 소리에 묻혀 소리가 지저분해지는 것을 경계하며 적당한 선을 찾아 조율했다. 그 또한 연주자만 느낄 수 있는 재미였다. 

   〈흑건〉엔 한 옥타브를 넘는 ‘스케일’ 구간이 많다. 즉, ‘도레미파솔라시도’로 이어지는 구간이 많은 것이다. 스케일 구간에서 실수를 하지 않고 부드럽게 층계를 쌓았을 때 요셉은 쾌감을 느꼈다. 기술적인 실수를 하지 않았다고 해서 안도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의 스케일은 피아노가 낼 수 있는 소리를 넘어 자유롭게 승강했다. 그것은 누군가의 미끄러지는 드라이빙이었고 아름다운 무용수의 턴이었다. 정수용은 여전히 새를 봤다고 했다. 

   “오늘은 흰눈썹황금새가 왔군요.”

   곡을 마치고 눈을 떴을 때 수용은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마치 자신이 흰눈썹황금새가 된 것처럼 경쾌한 발걸음으로 요셉에게 다가왔다.

   “한 가지 아이디어가 떠올랐어요.”

   수용은 빈 종이를 가져와 악보를 그리기 시작했다. 그가 쓱쓱 그린 악보엔 왼손 음표가 조정돼 있었는데 어쩐지 익숙한 박자였다. 

   “덩 쿵 쿵 덕쿵···.”

   요셉은 몇 번이고 엇박자가 섞인 박자를 입으로 되뇌어 보았지만 좀처럼 비슷한 박자를 찾을 순 없었다. 재즈나 보사노바가 유행한 후엔 좀 달랐지만 고전 클래식까지만 해도 엇박자를 잘 사용하지 않았다. 즉흥적이고 엇박자를 자주 사용하는 장르를 생각하던 요셉은 문득 아주 엉뚱한 곳에서 장단을 떠올렸다.

   “자진모리인가요?”

   요셉이 오랜 기억을 더듬어 민요 장단을 떠올렸을 때 수용은 기쁜 표정을 지으며 박수를 쳤다. 

   “역시 아는군요!”

   평양에서는 클래식을 민요로 재해석하는 일이 많다고 한다. 수용이 3대 콩쿠르에서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었던 것도 우리 음악을 기본으로 서양 클래식을 재해석한 덕분이었다는 것이다. 그가 듣기에 ‘흑건’은 왼손 선율이 단조로운데 이를 엇박이 가미된 자진모리 장단으로 재해석하면 훨씬 다채로운 연주가 될 거라고 수용은 조언했다. 

   “덩덕덕쿵덕쿵. 덩덩쿵딱쿵. 쿵딱쿵더덩더덩더.”

   직접 그린 악보를 요셉이 받아 간 뒤에도 수용은 여러 번 고개를 갸웃하며 박자를 조정했다. 휘모리 장단은 너무 빠르기 때문에 자진모리와 휘모리 중간쯤의 장단으로 조정하는 것이 좋겠다는 것이 그의 결론이었다. 

   “다음에 올 때까지 가능할까요?”

   수용은 왼손 반주에 우리 장단을 덧입히는 연습을 완벽히 해 올 것을 주문했다. 국내 교수들에게선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해석이었다. 요셉은 엉거주춤 대답을 마치고 호텔 스위트룸을 나왔다. 흑건에 자진모리 장단은 생각해 본 적 없는 조합이다. 수용이 엉터리 조언을 한 건 아닐까. 

   요셉은 손가락을 허공에 까딱거리다가 문득 지연의 말을 떠올렸다. 

   ‘입냄새가 많이 나는 사람일수록 말이 많더라.’

   요셉은 아직도 무언가를 감별하고 평가하려는 자신을 깨닫고 반성했다. 정수용의 조언에 틀린 말이 없었다. 흑건과 자진모리 장단은 얼마든지 섞일 수 있었다. 

   요셉은 전보다 자주 이모부의 치킨 가게에 출근했다. 그에겐 피아노를 연습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었다. 브릴란테. 화려하게 연주하라는 쇼팽의 주문을 되새기며 그는 열린 마음으로 국악의 여러 장단을 조율해 보았다. 자진모리와 휘모리 장단 사이의 리듬을 찾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요셉은 처음 악보를 읽는 사람처럼 더듬거리며 왼손을 여러 박자로 쪼개어 연주했다. 

   왼손의 8분음표 세 개를 16분음표 하나와 8분음표 두 개 그리고 16분쉼표 세 개의 구성으로 바꿀 수 있다. 이론은 그렇지만 실제 손이 움직이는 것은 달랐다. 그게 어울릴지도 미지수였다. 혹은 첫 음을 4분음표로 늘리고 나머지 두 음을 8분음표로 조정할 수 있다. 그렇게 하면 마지막의 8분쉼표가 사라져야 한다. 요셉은 이렇게 쳐도 괜찮은지 확신할 수가 없었다. 정수용의 대답은 늘 명쾌했다. 

   “그게 새의 움직임이라면 그렇게 해야지요.”

   정수용은 요셉에게 여러 박자에 귀 기울일 것을 조언했다. 수용은 요셉의 발걸음이 느긋한 4분음표와 같다고 했다. 가끔 그가 말을 더듬고 정정할 땐 점 16분음표와 점 8분음표가 따라온 박자와 같다. 지금 스치는 바람은 경쾌한 셋잇단음표지만 가끔 천둥이 칠 땐 무거운 2분음표가 이어지기도 했다.

   집으로 돌아온 요셉은 그를 따라 여러 주변 박자에 귀를 기울였다. 창밖으로 들리는 오토바이 소리가 묵직한 4분음표 두 개로 정리됐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들린 새소리는 16분음표를 스타카토로 친 것 같았다. 가게에선 손님들이 웅성대는 소리만 들렸는데 의외로 낮은 화성의 온음표가 떠올랐다. 

   일상에서 박자를 찾게 됐을 때 요셉은 조금 더 정박에 대한 강박을 내려놓고 리듬을 조절할 수 있게 됐다. 생각한 틀에 꼭 박자를 가두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니 왼손이 전보다는 자유롭게 움직였다. 정수용의 아이디어대로 국악의 ‘장단’을 좀 더 잘 구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역시 실망시키지 않는군요.”

   정수용은 달라진 요셉의 연주를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요셉은 행복했다. 지연과 헤어진 후 오랜만에 느낀 행복이었다. 두 사람이 단수이에 가서 같이 홍마오청을 둘러본 날 지연은 붉은 벽돌에 둘러싸인 요셉을 보며 말했다.

   “흐릿해진 네가 좋아.”

   홍마오청은 붉은색 외 다른 색을 찾기 어려웠다. 요셉도 비슷한 계열의 옷을 입었기 때문에 요셉은 마치 그 건물의 일부인 것처럼 보였다. 흑과 백이 없는 건물에서 요셉은 지연과 입을 맞췄다. 지연은 그때의 요셉이 마치 그림판의 브러시 같았다고 말했다. 너무 연해서 스케치 선조차 만들어 내지 못하는 점박이 브러시. 브러시 툴로 스케치를 하려면 여러 번 무리하게 선을 반복해 그어야 한다. 결국엔 깔끔한 선도 만들어 내지 못한다. 지연은 홍마오청 안의 요셉이 뭉툭하고 투명해 보였다고 회상했다. 

   홍마오청에서 내려온 두 사람은 단수이강에서 붉게 떨어져 가는 해를 보며 같이 자전거를 탔다. 지연은 그때 붉은 태양 안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요셉이 그 뒤를 따라갔다. 미처 다 뽑지 못한 지연의 새치가 석양 아래 반짝거렸다. 요셉은 행복했다. 요셉이 기억하는 마지막 행복이었다. 

   정수용은 요셉의 어깨를 두드리며 격려했다. 아직 그의 박자는 완전하지 않다고 한다. 색다르지만 오른손 음과 완벽하게 융화되지 못한 것이다. 어쩌면 그 이유는 요셉의 편견 때문인지도 몰랐다. 

   “원래는 현악기였던 사실을 알고 있나요?”

   정수용은 피아노를 타악기로만 생각하면 곤란하다고 말했다. 피아노는 하프시코드라는 현악기에서 세기 조절의 기능을 더해 타악기로 개발한 것이다. 원래 이름도 피아노포르테였다고 한다.

   “가야금과 장구는 전혀 이질적이지 않죠.”

   정수용은 오른손을 피아노로 생각하지 말고 같은 현악기인 가야금이라고 생각하라고 조언했다. 그러면 왼손의 장단을 맞추는 일은 더욱 수월한 일이 될 거라는 것이다. 요셉은 그 자리에 앉아 두 손의 멜로디를 조화롭게 상상해 보았지만 단번에 이해되지는 않았다. 

   “실제로 한번 들려주시면 어떨까요?”

   요셉은 조심스럽게 수용에게 실연을 요청했다. 수용은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이런 말씀까지 드려도 될지 모르겠지만.”

   잠시 망설이던 수용은 어렵게 입을 열었다. 그는 체제 선전 이력 때문에 탈북 후 피아노를 칠 수 없게 됐다고 한다. 그 조건으로 남한의 하나원 입소를 허락받았다는 것이다. 

   요셉은 한 소절이라도 어려울지 다시 물었지만 수용은 고개를 저었다. 새터민들에겐 늘 감시요원이 따라붙어 있다고 한다. 남과 북이 각각 수시로 요원을 보내기 때문에 한시도 안심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너무도 예민한 문제기 때문에 요셉은 더 이상의 요청을 하지 못했다. 그 이상을 요구하는 건 실례가 될 것 같았다. 

   “당신에게 주고 싶은 게 있어요.”

   수용은 갑자기 생각이 난 듯 한켠에 놓인 종이 더미에서 팸플릿 한 장을 꺼내 내밀었다. 자세히 읽어 보니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안내 책자였다.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는 세계 3대 경연 중 하나로 벨기에 왕가가 주최하는 대회였다. 

   “내년이 마침 피아노 부문 경연입니다.”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는 매해 분야를 달리해 대회를 개최한다. 바이올린, 성악, 피아노, 첼로를 돌아가며 경연하는데 내년이 딱 피아노 부문 경연이라는 것이다. 수용은 요셉이 연습할 시간이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요셉은 수용이 자신을 위해 팸플릿을 챙겨 둔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 그는 도내 경연 대회의 본선에도 오르지 못한 실력이었다. 수용의 레슨으로 잠시 자신감이 생겼지만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참가는 어불성설이다. 요셉은 설렘을 누르고 이성적으로 판단하려 노력했다.

   “저는 어릴 때 이후 이런 경연에 참가한 경험이 없습니다.”

   요셉이 강경한 목소리로 말했다. 정수용은 뜻밖의 말을 했다.

   “저한테 심사위원 제안이 왔습니다.”

   아직 극비긴 하지만 그가 퀸 엘리자베스 심사위원 물망에 올라 있다는 것이었다. 요셉은 놀랐지만 침착한 표정을 유지하려 노력했다. 수용은 그런 그에게 벨기에 왕실로부터 받은 임시 심사위원 위촉장과 가계약서 사본을 보여 줬다. 

   “저는 자신이 있습니다.”

   수용이 확신의 눈빛으로 요셉을 바라봤다. 예선 심사는 영상 자료를 통해 이뤄지니 지금부터 연습해 비디오를 제작해 보자는 것이었다. 그 뒤에 결과가 좋으면 콘체르토 연습까지 레슨을 맡아 주겠다고 했다. 수용의 예감이 맞다면 요셉은 뮤직 샤펠 성에 들어가 결선을 치르게 될 것이다. 상금은 2만 5천 유로였다. 요셉에게 큰 금액이었지만 그것만이 문제는 아니었다. 퀸 엘리자베스 수상자라는 타이틀이 가져올 파급력은 어마어마하다. 그때가 되면 수용처럼 스위트룸에 묵으며 그랜드 피아노를 마음껏 연습할 수도 있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요셉은 다시 마음을 다스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 안 되는 소리였다. 그는 20년 동안 피아노를 치지 않았고 그나마 연주할 수 있는 곡도 중학생 입시곡 수준이다. 가장 감수성이 풍부하고 테크닉이 좋았던 소년기에도 혹평을 받았는데 지금의 굳은 손과 감성으로 세계 3대 콩쿠르에 참가하겠다는 건 누가 봐도 무모했다. 분명 수용이 뭔가 착각을 한 것이다. 아니면 수용이라는 사람 자체를 신뢰할 수 있는지 되짚어 봐야 했다. 요셉은 침착하게 서류를 챙기고 있는 수용을 바라봤다. 그에 대한 의심은 궁극적으로 요셉 자신의 실력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됐다. 요셉은 스스로의 못남을 꾸짖으며 피아노 의자에서 내려왔다. 집으로 돌아온 그는 한동안 아무 곳에도 나가지 않고 이불 속에 틀어박혀 있었다. 

   요셉은 처음 피아노를 연주한 날부터 피아노를 사랑했다. 연주하는 동안 행복했고 마음에 드는 연주를 마치고 내려올 땐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가슴이 벅차올랐다. 누군가는 정해진 악보를 그대로 따라 밟는 행위가 무슨 의미가 있냐고 하지만 그건 모르는 소리다. 같은 악보를 두고도 연주자에 따라 곡이 전개되는 양상은 천차만별이었다. 요셉은 자기가 원하는 방식대로 멜로디를 구현하고 세기를 조절하며 페달을 밟아 소리를 가꿔 내는 작업을 너무도 사랑했다. 

   알 수 없는 심사평으로 피아노를 그만두게 됐을 때부터 그의 인생은 암흑이었다. 처음부터 만난 적 없는 것처럼 피아노를 잊고 살려고 했지만 결국엔 그 갈증을 해소할 수 없었다. 요셉은 치킨집이라도 좋으니 건반 앞을 지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렵게 되찾은 연주였다. 그 삶을 옳다고 말해주는 사람 앞에서 그는 약해질 수밖에 없었다. 무엇이 정답인지 요셉은 알 수 없었다.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단 하나였다. 건반을 연주해야 했다.

   늘 그렇듯 주말 저녁 이모부의 치킨 가게는 사람들로 붐볐다. 요셉이 집에 있는 사이 정수용이 몇 번 더 가게를 찾아왔다는 얘기를 들었다. 요셉은 이모부의 말에 답하는 대신 피아노 쪽으로 걸어갔다. 그새 뽀얗게 먼지가 가라앉아 있었다. 요셉은 마른행주를 가져와 덮개 위 먼지를 가볍게 털었다. 이모부가 다가와 마른행주를 가지고 돌아갔다. 요셉은 피아노 의자에 앉아 페달 위에 오른발을 올려놓았다. 뎀퍼 페달이었다. 

   심호흡을 세 번 하는 순간 많은 소리가 엉켜 부딪쳤다. 주말 황금시간대에 맞춰 방영되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들리는 웃음소리는 시끄러웠다. 손님들의 맥주가 부딪치는 소리는 날카로웠고 이모부가 치킨을 튀기는 소리는 가벼웠다. 그는 주변의 소리와 박자에 주의하며 네 번째 호흡에 연주를 시작했다. 어느 뉴에이지 음악을 연주하려고 했는데 손이 먼저 간 곳은 뜻밖에도 〈흑건〉 첫 마디였다. 

   그는 본 적 없는 노랑할미새를 떠올렸다. 노랑색 깃털을 가진 작은 새가 물을 피해 어느 돌을 밟을지 고민하고 있다. 순간 요셉은 왼손을 떼고 호흡을 멈췄다. 새가 빠르게 디딤돌을 찾았다. 눈앞에 고르고 편평한 바위 대신 사람들은 보지 못하고 지나칠 조그마한 조약돌을 향해 발을 뗐다. 새가 발을 떼고 뛰는 순간 요셉은 다시 왼손을 연주했다. 새의 움직임과 하나가 된 그의 연주는 어느새 자진모리 장단을 그대로 구현하고 있었다. 

   새가 다음 발 디딜 곳을 정하지 못하고 발을 파르르 떨 때 왼손의 화음은 길게 늘어뜨려 연주했다. 마침내 편평한 곳에 안착해 평화를 누릴 때 박자를 늦추고 오른손의 멜로디를 아름답게 흘려보냈다. 한동안 평화가 이어졌다. 이내 급류를 만났고 박자는 빨라졌다. 

   요셉은 더 이상 자기의 피아노 소리를 숨기지 않았다. 그가 반복해 페달을 밟을 때마다 치킨 가게는 업라이트 피아노가 낼 수 있는 최대한의 음량으로 가득 찼다. 이모부가 다가와 그의 어깨를 두드리는지도 모른 채 요셉은 완전히 연주에 몰입했다. 그의 연주 안에서 노랑할미새는 두 발 높이 뛰고 또 뛰었다. 

   “너무 자주 어울리지 마라.”

   이른 마감을 하며 이모부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요셉에게 말했다. 정수용을 염두에 두고 하는 말이었다. 요셉은 테이블 위를 행주로 닦으며 이모부의 눈치를 살폈다. 세상엔 그냥 거짓말을 하는 사람도 많다고 말하는 이모부의 눈썹은 하얗게 세어 있었다. 

   그날 밤 요셉의 계정으로 접속된 유튜브 앱의 추천 영상엔 뜻밖의 쇼츠가 떴다. 어느 등산객이 찍은 노랑할미새의 영상이었다. 노랑할미새는 발목 깊은 곳까지 물에 발을 담근 채 첨벙거리며 씩씩하게 먹이를 찾아다녔다. 조회수도 딱히 높지 않은 영상이 무슨 알고리즘으로 추천된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 뒤 요셉은 노랑할미새의 쇼츠를 여러 건 더 봤다. 다른 영상에서도 노랑할미새는 쉽게 물에 발을 담그고 먹이를 먹거나 꼬리를 흔들고 때로는 긴 음을 내며 노래도 불렀다. 그가 ‘물 싫어하는 노랑할미새’로 검색어를 입력했을 땐 정확한 검색이 어려워 대체어로 검색된 고양이 영상이 떴다. 물 묻은 발이 싫어 파르르 뒷다리를 떠는 검은 길고양이의 짧은 영상이었다. 어느 영상에서도 물을 피하는 노랑할미새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다음날 요셉은 정수용을 찾아갔다. 정수용은 요셉의 연주 영상을 찍어 주겠다며 휴대폰 카메라 화질을 설정하고 있었다. 요셉은 가만히 수용의 휴대폰을 테이블 위에 내려놨다. 

   “제가 노랑할미새를 만났습니다.”

   최근 본 영상을 떠올리며 요셉이 말했다. 모순되게도 노랑할미새 영상을 보기 직전 요셉은 노랑할미새를 본 것 같은 완벽한 연주를 했다. 그렇다고 거짓이 진실이 되진 않았다. 현실 속의 노랑할미새는 발에 물을 첨벙첨벙 묻히길 좋아했다. 수용이 요셉에게 건넨 첫 문장부터 오류가 있었던 것이다. 정수용은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웃더니 요셉을 보고 말했다. 

   “그것 참 잘됐군요.”

   그의 고른 호흡은 요셉을 더욱 흥분하게 만들었다. 

   요셉은 솔직하게 말해달라고 요구했다. 그가 정말 3대 콩쿠르에서 활약한 북한의 유명 피아니스트인지 알고 싶었다. 프로들은 한 음만 들어도 실력을 알 수 있다. 요셉은 제발 한 음만 터치해 보라고 말하며 수용의 손을 잡아끌었다. 

   “실연을 할 수 없는 이유는 진작 말씀 드렸지요.”

   정수용이 침착하게 요셉을 떼어내며 달랬다. 다리에 힘이 풀린 듯 요셉은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고 말았다.

   “선생님이 진짜여야 저도 진짜가 된단 말입니다.”

   요셉의 어깨가 흐느낌으로 들썩거리고 있었다. 요셉은 기생할 수밖에 없는 제 처지가 서글펐다. 왜 쇼팽처럼 그는 홀로 우뚝 서지 못하는 걸까. 쇼팽은 홀로 선 것을 넘어 조국의 독립을 위해 애썼다. 그는 작은 반도 국가의 절반에 묶인 것으로도 모자라 남은 절반에서 온 사람의 평가에 기대 하루살이 연주를 이어 가고 있었다. 정수용이 그냥 거짓말하기를 좋아하는 사기꾼이라면 지금까지 요셉이 했던 연주는 모두 물거품이 된다. 잠시나마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를 꿈꿨던 순간조차 누군가의 웃음거리가 되고 말 것이다. 요셉은 20년 전 교수의 평가 그대로 ‘어쩐지 불쾌’한 실력의 그저 그런 아마추어 연주자일 뿐인 걸까. 애써 긍정해 보려 했던 인생이 결국은 이 모양 이 꼴이라니 한심했다. 정수용은 여전히 피아노 의자에 앉을 생각이 없어 보였다.  

   “북한 사람은 맞는 거예요?”

   고개를 파묻고 울던 요셉이 실낱같은 희망을 붙잡듯 수용에게 물었다. 수용은 대답할 가치가 없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말투는 왜 그렇게 부드러운 거예요? 마치 평생 이쪽에서 살기라도 한 사람처럼요.”

   요셉의 채근에도 수용은 더 말을 하지 않았다. 그저 다정하게 요셉의 어깨를 토닥일 뿐이었다. 그건 폴란드도 북한도 아닌 이쪽 동네의 토닥임이었다. 너무도 익숙한 위로에 요셉은 다시 고개를 숙였다. 

   바깥에서 천둥 치는 소리가 들렸다. 곧 비가 올 것처럼 구름에 멍이 들어가고 있었다. 모든 게 엉망진창이었다. 빗방울이 닿은 곳의 선이 흐릿해지고 곧 진흙으로 땅이 범벅될 때까지 요셉은 한참 고개를 파묻고 있었다. 경계가 흐릿할 때 어떻게 마음을 다잡아야 할지 좀처럼 알 수 없었다.

   한 계절이 지났을 때 요셉은 다시 정장을 입었다. 그는 벨기에가 아닌 경기도의 작은 마을을 향했다. 이모부의 소개로 양계 농장이 있는 마을의 작은 음악회에 초대를 받은 것이었다. 요셉은 연주를 놓지 않았고 가끔 연주 봉사를 할 일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요셉은 좁은 농로를 지나고 있었다. 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수 있는 좁다란 농로에는 방역복을 입은 한 무리가 망원경으로 밭 너머를 관찰하고 있었다. 그들은 차를 발견한 후 양쪽으로 흩어줘 길을 내줬다. 철새들을 쫓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했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요셉은 익숙한 눈빛을 마주했다. 정수용은 처음 다가올 때처럼 강렬한 눈빛으로 철새를 쫓고 있었다. 마스크와 방역 모자로 얼굴을 다 가렸지만 눈빛만큼은 그대로 살아 있었다. 지금쯤 벨기에에서 심사를 준비하고 있어야 할 정수용이 왜 경기도의 작은 마을에서 철새를 쫓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동행한 마을 이장이 동네 저소득층 주민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요셉은 그 말을 한 귀로 흘렸다. 다가올 연주에 온 신경을 집중하기로 했다. 

   곧 작은 담벼락 앞에 설치된 피아노 앞에 요셉이 뚜벅뚜벅 가서 섰다. 요셉 이후로는 첼로와 바이올린 그리고 성악 공연이 이어질 예정이었다. 관객에게 정중하게 인사를 한 요셉은 의자 높이를 조절하고 페달 앞에 발을 갖다 댔다. 시프트 페달도 뎀퍼 페달도 작동하지 않는 작은 업라이트 피아노였다. 

   연주 시작을 위한 카운트는 필요 없었다. 그가 원하는 시간에 그가 원하는 세기로 손가락을 담그기만 하면 됐다. 요셉은 물에 첨벙 뛰어드는 노랑할미새를 떠올리며 〈흑건〉의 첫 음을 터치했다. 제멋대로인 속도에서 여러 번의 미스터치가 발생했다. 사람이 하나둘 몰리며 요셉은 강세와 박자를 조절하기 시작했다. 

   박자가 누그러지고 제법 아름다운 선율이 그려졌을 때 요셉은 하나둘 모여든 인파 속에서 지연을 발견했다. 지연이 이 동네에 산다는 말은 들어 본 적 없었다. 지자체에서 최근 관광지로 개발을 한 덕분에 외부인이 유입되고 있는 것인지도 몰랐다. 지연의 은빛 머리가 논밭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타고 아름답게 흩날렸다. 지연의 머리가 흩날리는 리듬에 따라 요셉은 다시 한번 템포를 높였다. 심박수와 다른 박자로 진행되는 선율이 낯설었지만 갑갑하게 느껴지진 않았다. 

   왼손은 자진모리인지 휘모리인지 모를 흥겨운 박을 맞췄다. 흰머리와 충혈된 눈은 하나가 됐고 어느 하나 회피할 블록 없이 자유롭게 요셉은 연주곡과 뒹굴었다. 마지막 스케일에서 뭉개지듯 굴러떨어진 그는 최종음의 세기를 결정하기 전 한 번 더 지연의 얼굴을 찾았다. 옅게 웃으며 요셉을 바라보는 얼굴이 바이에른의 어느 여왕을 떠오르게 했다. 요셉은 그 어떤 세기로도 분류될 수 없는 깔끔한 터치로 마지막 음을 마무리했다. 그가 완주한 첫 콘체르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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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사과 박솔뫼 어느 날 아침 애리는 자신이 오랜 시간 흔들리는 창을 보며 시간을 보내왔음을 알았다. 일을 하러 가는 길이었고 이곳에 이사와 이 열차를 탄 것은 1년 7개월째였지만 아주 오래전부터 학교에 들어가기 전 아이일 때 모든 것이 멈춰 서 있고 시간이 영원한 것처럼 느껴지던 때부터 탈 것에 올라타 멀어지는 집과 나무들을 보아 왔다고 느꼈다. 그것은 당연한 일이었을 텐데 왜 그제야 그것이 새삼스럽게 느껴진 것일까. 어딘가로 향하는 감각과 함께 창 너머 공터와 집들과 골목들을 실제로 걷는 일은 왜인지 일어나지 않을 일처럼 느껴지고 언제까지나 좌석에 앉아 멀어지는 사람과 집들과 빨래와 커튼을 보고 있을 것 같다. 애리는 사원 숙소를 제공하는 회사에서 오랫동안 일을 하다 그만두고 나와 집을 구해 살다 사회복지와 개호 관련 자격증을 따고 이후에는 자격증과 상관없는 일을 몇 년을 하였다. 그러다 역시나 숙소를 제공하는 지금의 회사에 다니게 되었다. 회사는 큰 항구가 있는 대도시와 인접한 소도시에 있었고 숙소는 회사 직원만이 아니라 해당 지역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한 곳이었기 때문에 회사와는 아주 가깝지는 않았다. 그 때문에 예전 회사는 숙소에서 회사까지 걸어갈 수 있었지만 지금 회사에 가기 위해서는 숙소에서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역으로 가서 다시 20분가량 열차를 타야 했다. 숙소 앞에서 버스를 타는 방법도 있었고 버스를 타는 것이 여러모로 더 편했지만 버스는 늘 같은 회사 사람들로 붐볐고 앉아 가기가 힘들어서 애리는 보통 열차를 탔다. 오랜 시간 흔들리는 창을 보며 살아왔다는 것을 깨닫자 곧이어 오랜 시간 기숙사에서 공동 부엌에서 공용 생활공간에서 얼굴만 익숙한 사람들과 살아왔다는 사실이 마치 연결된 문제처럼 새삼스럽게 다가왔다. 둘은 전혀 상관없는 일인데. 마음을 먹자면 살 곳을 구해서 혼자 사는 것이 가능했던 것도 같지만 애리는 왜인지 그럴 마음을 쉽게 먹지 못했다는 생각을 한다. 이렇게 나이가 들어서 공동 숙소에서 사는 것이 부끄럽거나 괴롭지는 않고 돈을 아낄 수 있고 여러모로 편리한 점도 많았지만 혼자 살 집을 찾아 오래 쓸 가구를 사는 일에 겁을 먹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는 자신을 냉정하게 바라본다. 창은 여전히 흔들리고 창밖으로 아무것도 없는 텅 빈 공터가 보인다. 공터 구석에서는 무언가 야채 같은 것을 심는 것도 같지만 대부분은 아무것도 없는 공터. 도시 어느 한구석의 아무것도 없는 텅 빈 공터는 드물다는 생각을 한다. 가끔은 누군가의 넓은 방과 책장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다가도 애리는 동시에 이것저것 모든 것을 한 번에 버리고 어딘가로 금세 떠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고 그것이 실제로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기 때문에 지금 생활은 지금 생활대로 좋다고 여기게 된다. 하지만 그럼에도 누군가의 텅 빈 방 (떠올려 보면 아주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가져 본 적이 없는)이 필요하다고 느낄 때 그것을 원하는 마음은 원하는 마음으로 눈에 보이는 곳에 확실하게 붙여 두어야 한다. 그러다 보면 텅 빈 방의 모습이

  • 관리자
  • 2025-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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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싶습니다 최재영 가끔 인생이 내게 애벌레가 파먹는 중인 사과를 베어 물도록 강요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토요일 저녁 아홉 시 뉴스에선 오늘도 전 세계 기아들이 굶고 있고 남미 쿠데타 정부의 진압 몽둥이에 시민들이 맞고 있으며 전장의 포탄은 군인과 민간인들을 죽인다. 그러나 우리 집 안방엔 세 살 연상 아내와 세 살짜리 딸이 곤히 잠들어 있다. 비록 내일이면 공룡 박사 딸은 파키케팔로사우루스 흉내 내며 내 턱에 박치기를 날릴 것이고 아내는 원시인 사냥꾼처럼 괴성을 지르며 딸을 쫓을 것이지만··· 서른여섯 살의 나는 대한민국 성남시의 아파트에, 지금 여기에, 우리 세 가족과 잘 있고, 그것참, 다행이다. 내가 베어 문 사과 반쪽에 벌레가 없어서. 뉴스에 어느 북한군이 등장한 건 그런 생각을 할 때였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전장이었다. 한 북한군이 부상 때문에 낙오했는지 홀로 하늘을 보며 누워 있었다. 러시아 것인지 우크라이나 것인지 모를 드론이 공중에서 그를 촬영하고 있었다. 곧 드론은 부드럽게 수직 하강하며 그에게 다가갔고 그는 영화 속 주인공처럼 쓰으윽- 줌인 됐다. 뉴스 진행자와 패널들이 호들갑 떨었다. “너무나 리얼합니다!” 무슨 아는 사람이라도 본 것처럼 오바하네. 나는 그들의 반응에 코웃음 치며 손에 든 캔맥주를 쓰으윽- 들이키려다, 멈칫했다. 아는 사람 같았다. 낯이 익었다. * 약 15년 전 여름, 나는 백령도에 주둔한 해병대 6여단 영창에 15일간 구금되어 있었다. 죄명은 후임 폭행이었다. 막 상병이 됐을 때 생긴 일이었다. 영창의 개인 감방에 들어서자 정말이지 감옥처럼 생겨서(정말 감옥이긴 했지만) 울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철커덩 자물쇠가 닫히는 소리와 함께 스물한 살에 인생이 망해 버렸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했다. 감방 철창 너머론 건물의 입구와 헌병 하나가 근무하며 감시하는 공간이 보였다. 그 공간을 기준으로 네 개의 감방들이 반원을 그리며 각각 1호 창, 2호 창, 3호 창, 5호 창이라는 이름으로 있었다(4호 창은 없었다, 해병대에선 숫자 4를 쓰지 않으니까). 나는 3호 창에 수감됐다. 감방 안에 앉아 있으면 보이는 건 꾹 닫힌 건물 문, 그리고 중앙의 그 헌병밖에 없었다. 양옆의 다른 감방들은 시야에 아예 들어오지 않았다. 1호 창과 5호 창에도 수감자가 한 명씩 있다는 것만 알 뿐이었다. 단 2호 창만은 비어 있다고 했는데 폭행 사건이 일상적이라 항상 미어터지던 백령도 해병대의 영창에선 이례적인 일이었다. 나중에 듣기론 당시 북쪽 상황이 심상치 않아 각 부대들의 징계 절차가 보류됐기 때문이라고 했다. 감방 안은 어두컴컴하고 축축했다. 폭은 누워서 다리를 뻗지 못할 정도였다. 물론 화장실은 따로 없었다. 안쪽으로 세 걸음 가면 구석에 수도꼭지를 비롯해 쪼그려 앉아 일을 보는 일명 고무신 변기가 있었다. 무릎 정도 높이의 아담한 담만이 가림막을 해 주었다. 큰 것이든 작은

  • 관리자
  • 2025-07-01
프레살레

프레살레 반수연 홍은 미로처럼 이어진 길을 솜씨 좋게 빠져나갔다. 홍을 놓칠세라 일행들은 빠른 걸음으로 따라붙었다. 이른 아침이었지만 공항은 번잡했다. 챙이 넓은 홍의 검은색 모자는 인파 사이에서 사라졌다가 나타나곤 했다. 모자가 사라질 때마다 짧은 불안이 스쳤다. 우리 중 누구도 파리에 처음 오는 이는 없었다. 정아는 작년 패션 위크에도 왔다고 했다. 하지만 출구로 빠져나와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홍을 만난 순간, 홍이 웰컴 투 패리스, 라며 환하게 웃던 순간, 제가 잘 모시겠습니다, 라며 농담과 카리스마가 뒤섞인 환영 인사를 건네는 순간, 홍은 우리가 놓쳐서는 안 될 깃발이 되었다. 몇 개의 건물과 긴 복도를 통과해 홍이 예약해 둔 렌터카 사무실에 도착했다. 미리 맡겨 두었다는 홍의 짐이 사무실 모퉁이에 쌓여 있었다. 각지고 거대한 두 개의 캐리어, 명품 마크가 선명한 가죽 배낭과 보스턴백, 두 개의 쇼핑백도 포개져 있었다. 캐리어 계의 에르메스라는 바로 그 리모와 아닌가요? 색깔 너무 이쁘다. 이삿짐을 떠올리게 하는 홍의 짐에 약간의 충격을 받은 나와는 달리 정아는 레몬색 캐리어에 먼저 관심을 보였다. 자기야, 그건 좀 그렇지 않아요? 에르메스야 버킨 말고는 뭐가 있나. 홍과 정아의 대화를 들으며 나는 며칠 전 정아가 단톡방에 올린 메시지를 떠올렸다. 유럽 항공은 수하물 분실이 잦으니 위탁 수하물 없이 기내용 캐리어와 작은 손가방으로 짐을 제한해요! 정아는 해당 항공사의 기내 반입 수하물 규정을 캡처해서 올리며 당부했다. 같은 옷을 이틀 연달아 입거나, 옷과 콘셉트가 맞지 않는 신발이나 가방을 견디지 못하는 예민한 패션 감각의 소유자인 정아가 분실이 두려워 그런 제안을 한다는 건 조금 의외였다. 그런데 이제 보니 정아는 홍의 짐이 어마어마하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정아가 홍을 위해 우리 짐을 단속했다는 사실보다 진실의 내막을 뒤틀었다는 것이 묘하게 신경을 긁었다. 독일제 7인용 SUV 차량의 마지막 3열을 접어 트렁크의 공간을 넓혔다. 홍의 캐리어를 먼저 싣고 그사이에 네 개의 기내용 캐리어를 테트리스 하듯 넣었다 뺐다 씨름하느라 손가락이 욱신거렸다. 어찌어찌 짐을 욱여넣고 나니 트렁크는 룸미러로 후방이 보이지 않을 만큼 꽉 찼다. 배낭이나 손가방은 발아래에 두거나 안고 타면 될 거라고 홍이 운전석으로 올라타며 말했다. 나는 노트북과 파우치와 책이 담긴 배낭을 가슴에 안고 뒷좌석에 올라 안전띠를 당겨 맸다. 짐과 사람이 뒤엉켜 숨 쉴 공간마저 충분치 않게 느껴졌다. 답답함이 불안으로 바뀌며 숨이 가빠 왔다. 다른 일행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프로작을 한 알 꺼내 입에 물고 창을 조금 열었다. 약기운이 신경을 눌러 주기를 기다리며 눈을 감았다. 파리는 오전 열한 시, 한국은 오후 여섯 시였다. 지금쯤이면 윤수는 일어났을 것이다. 냉장고 제일 위 칸에 김치찌개 있어. 냉동실에 육개장도 얼려 두었어. 전자레인지에 데워 먹어. 공항으로 출발하기 전 나는 신발을 신다 말고 식탁에 앉아 짧

  • 관리자
  • 2025-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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