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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좌담 : II 문학상과 유사 공모제도 참여 과정

  • 작성일 2020-06-01
  • 조회수 2,733

[기획특집/좌담]


본 연속 좌담은 고착화된 문단권력과 창작자의 불평등 문제, 관행화된 불공정 거래 문제에 대한 반발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 따라, 현황 진단 및 개선 과제 도출을 목적으로 기획되었다.

ㅇ 회차별 주제
   – (1차) 문예지 원고청탁 및 작품 발표 과정
   – (2차) 문학상과 유사 공모제도 참여 과정
   – (3차) 작품집 발간과 계약 등 출판 과정
   – (4차) 신진의 시선으로



 

 

2020년 예술위 현장소통소위원회·문장웹진 공동기획 연속좌담 :
II 문학상과 유사 공모제도 참여 과정

 

 

- 문학상이라는 관행 – 권리 또는 적폐
- 저작권과 출판권 그리고 표준계약서
- 작가 연대 : 작가라는 정체성, 노동자라는 주체성
- 공모제 당선, 권리의 획득인가 양도인가
- 작가가 '된다'는 것 - 글쓰기 말고도 작가가 알아야 할 것들
- 심사라는 (불)공정성의 권위
- 왜 지금(에야) 우리는 이것을

 

사회 : 백지은(문학평론가)
좌담 : 김소연(시인), 백다흠(문예지 편집자), 백수린(소설가), 유영소(동화작가)

 

 

 

□ 좌담 내용

 

〈개회〉

 

 

백지은 : 오늘 좌담의 배경을 간략히 말씀드리겠습니다. 문학사상사의 이상문학상 운영 방식, 즉 우수상으로 선정된 작품에 대해 3년간 저작권을 양도받고 수상작을 향후 소설집의 표제작으로 사용하지 못한다는 조건에 대해 김금희 작가가 먼저 이의를 제기하고 수상을 거부하자, 이기호 작가, 최은영 작가가 이어 수상을 거부하면서 올해 수상이 취소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작년도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자인 윤이형 작가가 절필을 선언하고, 이어 문학사상사의 업무를 거부한다는 문인들의 목소리가 들려오면서 출판사와 작가 사이의 불공정 거래 및 관행적 계약에 관한 논의의 필요성이 강력하게 제기되었던 것을 아실 것입니다. 오늘 좌담을 위한 붙임 자료에 '현황 분석'이 되어 있던데요, 정치, 경제, 사회문화 이렇게 세 분야로 나누어 분석된 원인으로는, 공정사회 구현의 핵심 정책으로서 적폐 해소 대두, 성과 만능주의에서 과정 중심주의로 패러다임 전환, 개인주의의 확산 등이 거론되었습니다. 이 분석에 동의하기에는 각각에 대한 부연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이 말씀을 드린 이유는, 오늘 우리가 나누게 될 이야기들이 '문학상'이라는 구체적 사건과 그 주변에 한정된 것이라기보다 현재 우리 사회가 급진적으로 질적인 변동의 시기를 지나고 있다는 사실과 밀접하게 연동되어 생각할 문제라는 점을 먼저 짚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문학상에 대한 문제의식을 통해 '문학'이라는 제도를 유지해 온 암묵적인 합의와 관습을 재검토하게 되겠지만, 이런 여러 문제들은 적폐와 공정, 가치와 권리, 계약과 시장 등 다방면으로 생각해 봐야 할 지점들을 포함하고 있을 것 같습니다. 지난 회차 좌담의 녹취록을 저희가 검토해 보고 왔는데요, 그 의견들에서도 이런 다양한 지점들이 문제화되었던 것 같습니다. 아마 선생님들께서 1차 좌담에 계셨어도 하실 얘기가 많으셨을 거예요. 일단은 오늘 우리 주제인 문학상과 유사 공모제도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겠지만 1차 좌담에서 나왔던 이야기들도 또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오늘 좌담의 주제가 '문학상과 유사 공모제도 참여 과정'이라고 표현되었듯, 이것은 크게 둘로 나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하나는 이상문학상처럼 이미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기성 작가들에게 포상으로 주어지는 문학상이 있고요, 또 하나는 공모제로서 등단의 역할을 하는 문학상이 있지요. 둘은 상의 의미와 기능이 다르므로 따로 얘기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요. 먼저 포상의 경우에 대해 얘기를 해보면 어떨까요. 이번에 문제가 불거진 부분이기도 하니까요.

 

 

문학상이라는 관행 – 권리 또는 적폐

 

김소연 : 저는 이런 류의 좌담에 참여하는 것에 회의가 많은 편이라 많이 꺼렸는데요. 김금희 작가와 윤이형 작가를 비롯해 많은 작가들이 목소리를 낸 것에 어떤 좋은 결과라도 나타나길 바라는 마음이 크다 보니 이 자리에 와 있네요. 문학사상사가 우리한테 알려준 적폐를 이런 내용으로 저는 받아들였어요. 문학사상사는 이상문학상 수상 작품집을 노골적으로 상업적인 목표를 내세워 운영했다 여겨져요. 그랬기 때문에 작가의 저작권을 배타적으로 독점하고 있으면서도 작가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는 자각이 없었던 것일 테죠. 어쩌면 침해하고 있다는 자각이 있었을 수도 있겠다 싶어요. 상의 권위에 짓눌려 작가가 이의제기를 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것을 악용한 걸로 느껴지는 면도 있어서요. 그리고 수상 결정 이후 불가능할 정도의 기간 안에 수상 작품집을 발간해 왔어요. 수상 작가에게 수상 통보가 간 이후 불가능한 속도로 인터뷰를 하고, 수상 소감을 쓰고, 작가론을 수상자 지인에게 청탁해서 원고를 쓰게 하고요. 수상자가 자신의 수상 자격과 스스로의 성과에 대한 회포를 가질 만한 시간도 허락하지 않는 비인간적인 속도로 일을 진행한다는 것이죠. 상을 수락할지 수락하지 않을지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작가에게 주어져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생각할 시간이 필요한데, 그 절차는 완전히 생략되어 있고요. 이상문학상은 작가에게 격려와 보상을 주기 위한 시스템이라기보다는 수상 작품집을 출간함으로써 주요한 수익을 창출하려는 목적으로 운영되어 왔다는 것이 명백하게 드러난 대목이었어요.

 

백지은 : 이상문학상은 출판사가 제정하고 출판사가 운영하는 상인데, 방금 말씀하신 것처럼 자사의 수익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는 비판이 종종 있었습니다. 그런데 포상의 성격을 띤 문학상 중 가령, 김유정문학상, 이효석문학상 등, 상을 운영하는 사단법인 재단 같은 게 따로 있거나 신문사 주최의 문학상에는 기업 같은 데서 들어오는 펀드가 있는 경우에는 그런 수익성을 별로 의식하지 않고서 운영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면 문학상 운영에 대한 이야기를 이쪽, 출판사와 얽힌 몇 군데의 문학상으로 한정시켜 이야기해 보는 것이 나을까요?

 

유영소 : 출판사는 원래 상업적인 메커니즘을 기반으로 하니까 그것으로만 이야기하는 것은 한계가 있을 것 같아요. 또, 어린이문학의 경우에는 포상 개념의 문학상 보다는 공모제의 비율이 높거든요. 물론 포상의 경우도 있지만요. 그런데 그것을 재단이 운영한다고 해서 덜 상업적이고, 출판사가 운영한다고 해서 더 상업적이고, 이런 것 같지는 않아요. 이 문제는 전반적으로 문학상을 보는 작가와 작가 외 시선의 차이, 그러니까 문학상을 다른 측면으로 보고 있달까요. 거기에 상업적인 것이 있을 수도 있고, 권력의 문제도 있을 수 있고, 또 다른 문제도 있겠죠.

 

김소연 : 무지한 반응이지만, 어린이문학은 공모제 성격의 문학상이 훨씬 많다는 것도 몰랐던 사실이네요. 흥미롭고요. 저는 출판사가 운영하는 문학상이 왜 이렇게까지 많은지 다른 나라의 문학상들을 떠올려 보면 문제가 많다고 생각돼요. 문학상의 의미가 훼손될 수밖에 없는 요인 같고요.

 

백다흠 : 가장 뜨겁게 드러났던 부분은 큰 틀에서 보면 '공정'의 문제가 아닐까 싶어요. 지금 시점에서 왜 이 문제가 이렇게 불거져 나왔는지가 두 번째 같고요. 이상문학상을 비롯한 많은 문학상들이 삼사십 년을 계속 유지해 왔는데요. 이 말인즉슨, 삼사십 년 동안 불공정한 것들이 바뀌지 않고 계속 이어져 왔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왜 하필 지금, 이제야 이 문제를 이야기하는가, 이 부분에 좀 포인트가 있을 것 같습니다. 먼저 문학상의 저변을 살펴보는 일이 선행되어야 할 텐데요. 조금 나중에 해야 할 이야기일지도 모르겠으나 우리에겐 문학상이 너무 많습니다. (일동 웃음) 문학상이 많다는 것은 문학상을 제정하거나 문학상에 기생하는 사람들 사이의 경쟁이 치열하다는 말과 같은데요. 사정이 그렇다 보니 상을 제정하고 공급하는 지방자치나 출판사 입장에서는 경쟁이 굉장히 치열할 수밖에 없고, 또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상업적인 면에서 도드라지는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방향성이 작가의 권리를 착취하고 때로는 저작권을 횡포하는 방식으로 진행해 온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 의견을 나누어야 할 부분은 그런 지점들 같고요. 좀 원론적인 이야기이지만, 이 문학상들을 건강하게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어떻게 하면 건강하게 바뀌고 건전하게 유지되도록 할 수 있는지 한번 생각해 보는 자리가 되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이런 일을 계기로 안 좋은 일이 벌어질 것 같아서 우려됩니다. 예를 들어 상금을 없애는 문학상이 등장할 수도 있고요. 문학상이 없어질 수도, 아니면 상금의 폭이 굉장히 줄어들 수도 있을 거 같아요. 수상집을 출판하지 않는 문학상도 나올 수 있고요. 이런 반작용을 막기 위해서라도 폭넓은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김소연 : 생각을 하면 할수록 계속 기본으로 회귀해서 자기반성을 하게 되는데요. 1차 좌담 내용 전체를 읽어 봤을 때 저의 소회는 그랬어요. 우리가 엄청 수동적으로 작품 활동을 하는구나. 원고청탁이 안 오면 청탁에 목말라하는 것 말고는 취하는 태도가 없고, 그런 식으로 계속 살고 있구나. 문학상의 경우도 어린이문학에서는 공모제가 훨씬 많다는 사실이 저는 무척 건강하게 느껴집니다. 작가가 얻고 싶은 성과를 자발적으로 얻는 시스템이니까요. 작가로 살아가면서 자발성을 발휘할 수 있게끔 시스템이 돌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리고 문학상 운영은 운영 방식과 절차를 공개하며 진행되어야 건강해진다고 생각합니다. 이상문학상은 운영 방식 중간에 저작권을 착취하는 범위를 조금씩 넓히면서 진화해 갔다는 것을, 문제점이 고발된 이후에야 우리가 제대로 알게 된 것이죠. 문학상이라는 게 출판사의 소유물일까요. 아니면 공공적인 면이 있어서 우리 시대의 중요한 작가를 계속 조명해 주는 역할을 해야 마땅한 것일까요. 예심을 포함해서 심사 경위는 얼마만큼 투명하게 모든 이에게 공개해야 할까요. 그런데 이 자리에 와서 이런 이야기를 하면 뭔가가 달라질까요? (일동 웃음)

 

백지은 : 그러면 보다 폭넓게 문학상 관련 이야기를 하기 위해 먼저 그 순기능과 역기능을 따로 생각해 보면서 문제점들을 파고들어가 보면 어떨까요? 백수린 선생님께서 가장 최근에 문학상을 받으셨는데…….

 

 

백수린 : 네, 저는 사실 이 좌담에 안 나오려다가 나오게 된 경우인데요. (웃음) 앞서 말씀하신 것처럼 이런 논의가 긍정적인 기능을 해서 제도를 바꾸는 데 기여하면 좋을 텐데, 사람들이 그냥 손쉬운 방법으로 상을 없애거나 상금을 없애거나 하겠다고 나올 수도 있잖아요. 그렇게 되는 것은 다른 동료 작가들, 특히 후배 작가들에게 좋은 일이 아니니까 저보다는 말주변이 더 좋은 분이 좌담에 참여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망설였던 것입니다. (웃음) 문학상의 순기능을 말씀하셨는데, 사실 문학상을 받는다는 건 기쁜 일이죠. 문학은 혼자 하는 외로운 작업인데, 상이라는 것은 동료들, 선후배들로부터 자신이 해온 작업에 대해서 유형의 형태로 격려와 응원을 받을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니까요. 젊은 작가들 같은 경우는 그 수상 작품집 한 권에 실리는 일이 인지도를 높이는 길이기도 합니다. 문학상, 그중에서도 수상집을 출간하는 문학상이 가지고 있는 장점이라고 하면 상을 받는 사람이든 수상 후보에 오른 사람들이든 독자들에게 그 작가를 소개해 주는 좋은 루트가 된다는 점도 이야기할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어떻게 보면 책을 통해서는 수익이 잘 나지 않는 작가들이 생활비를 벌 수 있는 루트이기도 하고요. 근데 저는 이상문학상 사태를 기점으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전까지는 작가와 출판사가 어떻게 보면 대등한 파트너십 같은 관계라고 생각했는데 이상문학상 사태는 사실은 그게 아닐지도 모른다는 것을, 어떤 경우에는 작가가 일종의 소비재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 계기였던 것 같아요. 계약서를 쓸 때에 계약서상에서는 출판사가 을이고 작가가 갑이라고 지칭하고 있지만요. 문학상 수상과 관련한 이야기를 다른 동료 작가들과도 나누어 보았는데, 만약에 정말로 서로 파트너십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라면 하지 않았을 일들이 상을 매개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있다고들 입을 모았습니다. 이상문학상 같은 경우에는 그게 더욱더 극단화된 방식으로 표출되었던 것이지만요. 예를 들면 아까 김소연 시인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어느 날 갑자기 연락을 해와 '우리가 상을 줄 거고 이 상은 굉장히 권위 있는 상이고 너에게는 무척 영광스러운 일이니까 너의 스케줄이 어떻든 간에 우리 수상집 출간 스케줄에 맞춰서 필요한 원고들을 당장 다음 주까지 갖고 와.'라고 하는 식의 일 같은 건, 사소해 보이지만 엄밀히 이야기하면 상을 주는 주체와 상을 받는 대상 사이가 대등하지 않다는 걸 전제하는 일이죠. 그런 것부터 시작해서 '당신이 이 상을 받게 되면 당신은 향후 1년 내지 3년 동안 수상집 외에는 수상작을 싣지 마시오.'라고 하는 경우도 많은데요. 상을 주는 출판사 입장상 상업적인 이유에서 반드시 그런 조건이 필요하다면 이런 제약이 따르는데도 이 상을 받겠느냐고 작가에게 먼저 물어봐야 하는 건데 사전에 설명 없이 수상집을 묶은 후에야 그런 것들을 얘기하기도 하고요. 이런 일들이 상을 통해 격려를 받았다는 사실에 기뻐하던 작가들로 하여금 어느 순간 스스로 그냥 수상 작품집을 판매하기 위해 쓰이는 존재가 되어버린 것 같다고 회의하게 만드는 지점인 것 같아요. 이런 상을 주는 일에 정말로 격려와 포상의 의미가 있고, 한국 문학에 기여한 바가 있는 작가와 작품을 기리기 위해 상이 존재하는 거라면, 그것에 맞게 상을 주는 사람과 상을 받는 사람이 동등한 자격을 가졌으면 해요.

 

백지은 : 앞에서 문학상의 영광 같은 건 거의 없다는 이야기가 나왔고, 그래도 작가님은 "내가 괜히 잘못 말했다가 상이 없어져서 후배 작가들이 상을 못 타게 될까 봐 걱정된다"고도 하셨는데, 그렇다면 상이 없어졌을 때 후배 작가들이 받을 타격이란 문학상의 상금일까요?

 

백수린 : 상금도 굉장히 큰 몫이겠죠. 어쨌거나 책만 팔아서 먹고살 수 있는 작가는 극히 소수잖아요.

 

백지은 : 그러면 수상의 장점으로 자기 홍보와 상금이 있다는 거죠?

 

백수린 : 일반 독자들한테 홍보가 될 수 있는 루트인 것은 틀림없어요. 일반 독자인 친구들, 학생들한테 어떤 작가를 어떻게 알게 됐냐고 물어보면 수상 작품집을 통해서 알게 됐다고 말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아서요. 그런 부분은 문학상이 지닌 명예와도 틀림없이 관련이 있겠죠. 상이 얼마만큼 공정한 심사 과정을 거쳐 주어지는가, 문학상이 예전만큼의 명예를 지니기 위해서는 무엇이 보완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는 앞으로 더 나누게 되겠지만요. 상이라는 것이 지닌 홍보의 루트로서의 기능과 격려로서의 기능은 분명히 있는 것 같고요. 그래서 문학상이 너무 많다고는 하셨지만 (웃음) 전 특히 후배들을 생각하면 문학상 자체가 없어지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

 

백지은 : 요즘 생겨난 새로운 트렌드로 작가들이 모여서 앤솔로지 같은 걸 내곤 하던데요, 그런 책이 수상 작품집 정도의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수상에 기대는 대신에요. 신인작가들이 단행본 출간 전에 자기소개를 좀 할 수 있는 지면을 원하는 건 사실일 테고요. 다만 그런 책 역시 출판사를 통해 낸다면 거기에도 수상 작품집을 묶을 때와 유사한 과정이 있을 것 같네요.

 

김소연 : 이번에 윤이형 작가가 SNS를 통해서 그간의 고민들을 계속해서 말했는데요. "저는 이미 상금을 받았고 그 상에 따라오는 부수적 이익들을 모두 받아 누렸습니다."라고 적었어요. 이상문학상 같은 아주 굵직한 상에만 한정된 것인지는 몰라도 부수적 이익이라는 것이 이후로 당연히 발생합니다. 많은 작가들이 문학상 수상을 반길 수밖에 없는 이유겠구나 새삼 느꼈습니다. 문학상 수상이 작가의 인지도에 영향을 끼친다는 점은 인정해야 하는 것 같아요.

 

백다흠 : 저는 좀 다른 측면에서 김유정문학상 이야기를 드리고 싶은데요. 김유정문학상은 김유정기념사업회가 주관을 하고 한국수력원자력공사에서 상금을 대는 구조예요. 김유정기념사업회에서 중간 역할을 하고, 은행나무출판사에서 수상 작품집 출판을 하고요. 이상문학상은 문학사상사가 자체적으로 꾸려서 운영하는 상이고, 김승옥문학상은 지방행정 순천시와 출판사인 문학동네가 연결되어 있는 구조라고 들었고요. 제가 김유정문학상 수상 작품집 출간 실무를 맡아 운영하면서 들었던 생각이 있었어요. 뭐냐면, 작가들이 출간계약이나 인세와 고료 등 권리에 대해 이의제기하면 최대한 원하는 대로 수정해 운영 방식이나 계약서 조항들을 바꿀 수 있고 당연히 조율할 수 있다는 것이에요. 크게 서로 충돌하지 않는 선에서요. 생각해 보면 이런 예도 있었는데요. 몇 해 전 수상자로 김영하 선생님이 내정됐는데, 당신은 책을 내고 싶지 않다고 하셨어요. 수상 소식을 전해 들었지 수상 작품집 출간에 대한 언급은 못 들었다고요. 그래서 그럼 내지 마시라, 안 내도 된다고 결론지었어요. 저작권자가 내지 않겠다고 하는데 어떻게 저작권자에게 어떤 굴레를 씌워서 책을 내겠어요.

 

유영소 : 상과 상금은 받고 책은 내지 않겠다는 거죠?

 

백다흠 : 네, 그렇죠. 근데 이 문제는 이제 중간에 있는 기념사업회가 작가를 설득할 부분인 거예요. 책을 내지 않아도 괜찮은가 했을 때 출판사에서 아무 무리가 없고 기념사업회 측에서도 무리가 없으면 간결하게 저자의 마음대로 가는 거죠.

 

백지은 : 그럼 그때 출판사에서는 출판으로 얻을 수 있는 수익만 포기한 것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백다흠 : 그렇죠.

 

백지은 : 기념사업회에서도 동의했나요?

 

백다흠 : 그렇습니다. 동의했습니다. 그래서 그해는 책을 내지 않았어요.

 

백지은 : 이 경우에는 손실이 출판사에만 있는 거니까 기념사업회 쪽에서는 문제가 별로 없는 거군요.

 

백다흠 : 하지만 기념사업회도 그 책으로 여러 가지 활동을 해요. '우리가 이런 상을 만들어서 이런 결과물을 냈습니다.'라는 증명도 필요하고요.

 

김소연 : 이런 이야기는 왜 알려지지 않았을까요. (일동 웃음) 이런 선례들이 널리 알려져야 다른 작가들도 자기 권리를 사용할 텐데요.

 

백다흠 : 그 다음해에는 황정은 씨가 상을 받았는데 그때는 기념사업회가 수상자에게 부탁을 한 거예요. 우리가 전에는 수상 작품집을 못 냈으니까 이번엔 꼭 출간 동의 부탁한다고요. 이때는 황정은 씨의 허락으로 책이 나왔는데, 나중에 황정은 작가가 이의를 제기했어요. 요즘에는 표준계약서에는 종이책과 전자책을 동시에 같이 내잖아요? 요즘 표준계약이 그렇게 되어 있는데, 디지털 책도 같이 묶여 있는 식으로요. 그래서 전자책을 같이 냈는데, 황정은 씨가 자기는 전자책 출간에 대한 이야기를 듣지 못했고 계약을 한 적이 없다고 해서 인터넷 서점에서 전자책을 내려버렸어요. 그 책을 절판 표기와 함께 삭제해 버렸고요. 그리고 그 다음해 수상자는 상금 이외의 저자에게 주는 인세가 없냐고 이의를 제기해서 수상작 포함 후보작에게도 인세를 책정했고요.

 

백지은 : 백다흠 선생님, 혹시 지금 운영하시는 문학상이 김유정문학상 말고 또 있나요?

 

백다흠 : 저희는 제주4·3문학상이랑 논산시와 같이하는 황산벌청년문학상이 있어요.

 

김소연 : 한 출판사가 어떻게 그렇게 많은 문학상을 운영하게 되었을까요? (일동 웃음)

 

백다흠 : 제가 처음에 말씀드렸듯이 대한민국엔 상이 너무 많아요.

 

백지은 : 그런데 출판사에서 상금을 걸고 직접 운영하는 문학상의 경우 작가들의 권익과 관련된 문제들에 더 취약한 것 같아요. 수상집 계약서 문제도 그런 경우에 발생하는 것 같고요.

 

백수린 : 아까 계약서 같은 경우에도 김영하 선생님이나 황정은 선생님이 그렇게 요구하시는 걸 받아들여 주셨잖아요. 저는 그게 좋은 선례라고 생각은 하는데, 그것도 어떻게 보면 출판사가 책을 통해서 수익을 낼 필요가 없으니까 좀 더 쿨하게 받아들여 주실 수 있었던 부분이지 않을까 싶어요.

 

백다흠 : 그렇기도 하죠. 이거는 출간이 발생하면 플러스인 거고 출간이 발생하지 않으면 마이너스가 아니라 제로인 거예요. 정확하게 따져 보면 그렇죠. 수상 작품집을 출간하지 않으면 마이너스가 아닌 그냥 제로예요.

 

백수린 : 특히 매년 출판사에서 나오는 수상 작품집 같은 경우, 모두 그런 건 아니지만 그 수상집을 통해서 상금을 회수하려고 하는 일이 많잖아요. 그러니까 상금을 어떤 식으로든 수상 작품집으로 만회해야겠다는 생각이 개입되면 그때부터는 여러 가지 조건이 고려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또다시 이상문학상 같은 사태가 생길 수도 있고요. 결국은 상업적인 부분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부분인 것 같아요.

 

김소연 : 말씀하신 것처럼 선인세를 상금으로 지급하는 그 많은 문학상이 사실 지난 세기만 해도 많지 않았거든요. 저는 1993년도에 등단을 했기 때문에 여기서 가장 많은 변화를 겪으면서 살아온 사람으로서 말씀드리면, 그 선인세 지급 방식도 어떤 한두 곳의 문학상이 시범적으로 운영했던 게 확산된 것이지 전체가 다 이렇지는 않았어요.

 

백지은 : 근데 그때 출판사들의 입장이란 것도 있잖아요. 그렇게 운영하지 않으면 적자가 너무 크고, 그래도 상이 있는 편이 작가들에게 낫지 않겠냐는 거지요. 출판사 경영이 힘든데도 상을 제정해서 상금을 주고 작가들을 육성하고 있으니 서로 이해하자는 식의 논리가 통용된다는 거예요. 1회차 좌담에서는 문예지를 발간하는 일에서도 이와 마찬가지 논리가 내세워진다는 얘기가 있었지요. 한 분은, 그렇게 힘들면 그 문예지를 없애면 되지 왜 그렇게까지 하면서 운영하느냐고도 하시던데요. 그런데 저는, 앞에서 나왔던 말 중에 '문학상에 기생'해 온 어떤 것들이라고 한 것과 이런 윈-윈 논리가 서로 통하는 데가 있는 것 같아요.

 

김소연 : 선인세를 지급하는 문학상은 특정 작가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부여해서 스타 작가를 통해 이윤을 극대화하는 상업적인 효과가 있었어요. 저는 그때는 그게 변질됐다고 보지는 않았어요. 상업성을 추구하는 한 축이 생기는 정도로 받아들였죠. 1990년대 중반에 처음 생기기 시작했는데, 그때가 한국 사회가 각자도생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기 시작할 때였고, 문학도 이제 좀 상업적이어야 하지 않느냐는 얘기가 나오기 시작할 때였어요. 그런데 그 상업성이 점점 더 공고해지면서 다른 출판사들도 그걸 모방해 버린 것이죠.

 

유영소 : 그전에는 순수하게 상금으로 받았어요? 선인세 개념이 아니라요?

 

김소연 : 1990년대 중반 이후에 선인세를 상금으로 지급하는 문학상들이 많이 생겼어요. 예를 들면 김수영문학상 같은 경우는 1981년부터 운영되었는데, 처음에는 그해에 출간된 시집 중에서 선정하는 방식으로 운영됐어요. 그러다 2006년경부터 선인세를 지급하는 공모제로 운영 방식이 변화되었고요.

 

유영소 : 그러면 그전에는 그냥 상금이었네요.

 

김소연 : 네, 다른 출판사에서 출간한 시집도 수상 대상이었던 상이었으니까요.

 

유영소 : 확실히 그때는 그 상을 받는 게 영광이었겠네요.

 

김소연 : 아까 백다흠 선생님께서 언급하신 김영하 작가와 황정은 작가의 의견이 반영된 경우는 실은 수상자와 직접 소통을 하는 문학상 집행 실무자가 권한이 많을 때에만 가능하겠다 싶어요. 또한 수상자도 당당하게 요구할 만한 위상이 전제되었을 때에야 양보와 조율이 가능할 것 같고요. 예전에 박근혜 대통령의 수필이 실렸던 《현대문학》에 대해서 작가들이 연대해서 보이콧 운동이 일어났지만, 그 이후 불거져 나왔던 몇 번의 저작권 침해 항의나 표절 사태 같은 경우에는 작가들이 그렇게까지 연대하는 움직임은 꾀할 수가 없었어요. 비판의 목소리는 있었어도 보이콧 운동까지 하지는 않았죠. 작가들은 암암리에 알고 있었어요. 지대한 권력으로 존재하는 출판사를 상대로는 보이콧 운동조차 벌일 수가 없다는 것을요.

 

백지은 : 작가나 출판사나 서로 상대를 가려서 문제를 제기한다는 말씀인가요?

 

김소연 : 이길 수 있는 싸움을 우선 시도하는 것이지 않을까요. 작가들이 자신들과 오래 인연을 맺어 온 출판사를 상대로 목소리를 낼 때에는 아주 많은 번뇌와 고민을 거치고 상상 이상의 용기를 내야 하므로, 승리의 체험도 중요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목소리를 냈다가 다치기만 하는 항의보다는 이길 수 있는 싸움을 우선 선택할 수밖에 없고요.

 

유영소 : 상대를 가리는 것도 있고 범주를 가리는 것도 있을 것 같아요. '박근혜 대통령 수필'이라는 문제와 '계약, 저작권, 저작료 같은 작가 권리' 문제는 대의명분의 차원부터 다르고 공적 범주가 아니라고 여기는 거죠. 결국 작가들이 알고 있다는 거예요. 개인적으로 싸워서 이길 수 있는 싸움의 범주가 아니라는 걸요. 저는 이게 너무너무 이해가 돼요. 우리는 갑인데 을이잖아요. 개인이 출판사와 이야기를 하면 둘 중의 하나예요. 예를 들어 제가 '그 계약서를 고치겠어요.'라고 했을 때 출판사가 '안 돼요.'라고 하면 계약이 무산되고요. '네, 고치세요.'라고 해서 고치면 그다음부터는 그 출판사와 계약이 안 이루어질 경우가 많죠. 개인적인 해결은 너무 어려워서 불가능에 가까워요. 그래서 저는 연대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얘기할 만한 작가가 얘기했대도 결국은 그 작가의 일일 뿐, 전체적으로 달라지는 지점은 지금까지 없었거든요. 작가들이 연대해서 작가 조합을 만들고 협상과 합의를 이끌어낼 만한 공동의 대응이 간절하게 필요해요. 계약서 자체가 불공정하고, 계약이 이루어지는 환경이 대등하지 않은 지금의 시스템에서 저작권자의 온전한 권리 찾기는 힘들어요. 개인적으로 대응하기란 더 어려운 문제죠. 그래서 연대의 힘이 정말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해요.

 

 

 

저작권과 출판권 그리고 표준계약서

 

백다흠 : 문학에 1등은 없잖아요.

 

김소연 : 그러게요.

 

백다흠 : 문학에는 1등은 없는데, 문학상은 어쩌면, 상을 주는 사람과 그 상을 목격하는 사람들이 수상을 올림픽 금메달 같은 걸로 인식하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될 때가 있어요. 외국이나 국내나 마찬가지로 '파이널리스트'를 올리고 경연대회의 이미지를 부여합니다. 심사평의 공공연한 수사 중 이런 말이 있잖아요. 치열한 심사 과정, 쟁쟁한 후보작을 제치고…… 등등. 이런 것들이 곁들여져 독자들 또한 문학상 수상 작품에 대해 어떤 검증을 마친 것이라는 편견을 갖고 그 작품을 대하는 게 아닐까도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이상문학상을 받으면 읽지 않고도 상을 획득했으니 그 작품은 훌륭한 작품이라고 생각하는 것처럼요. 물론 작품들이 훌륭하지 않다는 말은 아닙니다. 문학에서 1등이 없다는 말은 문학의 본질적인 속성이면서 슬픈 말이기도 해요. 그럴 필요까진 없는데 꼭 굳이 1등을 찾아야 한다는 어떤 강박들이 퍼져 있으니까요. 이번 이상문학상 문제도 문학상 저변에 깔린 생각들이 건강해져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던 게 아닌가 싶어요. 소위 말하는 검증 가능하고 올림픽 메달권에 들어온 유명 작가의 작품만 탐독하게 하는 방식이 꾸며져 있는 것이죠. 그러기에 문학 독자들은 수고를 좀 덜하며 문학상의 권위에 의탁하는 방법을 찾았던 것이고요. 그렇기 때문에 이 문학상이 가지고 있는 어떤 난제나 문제점을 쉽게 바꾸려고 하지 않는 것일 수도 있어요. 실무자들은 그런 독자들의 습관 같은 것들을 잘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요. 다른 면에서 생각해 볼 거리는 저작권과 출판권이에요. 저는 이 부분도 얘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책이 나오는 순간 저작권과 출판권은 그 안에 아주 모호하게 섞이게 되거든요. 작가가 출간 후에 저작권이라는 권리를 찾으려고 노력해도 그 안에는 출판권이란 게 섞여 있기 때문에 그 권리를 완벽하게 찾기가 어려워져요. 출판권은 출판권대로 행사할 수 있는 권리가 존재하고, 저작권은 저작권대로 또 가져가야 하는 것이 정석이겠죠. 사실은 이 권한에 대해 출판사가 굉장히 많은 부분을 제한하고 행사하게 되어 있는 게 지금의 표준계약서상의 내용이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내가 어떤 영화사나 드라마사와 콘텐츠 저작권 계약을 하고 싶어도 출판사가 행사하는 제한 영역 안에서만 가능하지 단독으로 할 수 없게끔 되어 있어요. 물론 앞서 언급한 문학상 문제와는 거리가 멀지만, 저작권과 출판권의 권한 행사 및 2차 저작권 문제나 해외번역권 문제 같은 곳에서부터 조금씩 출발해야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해요. 이런 기본적인 부분에서부터요.

 

유영소 : 출판권과 저작권은 분리되어야 하고, 본래는 분리되어 있어요. 아까 말씀하신 파트너십은 출판권과 저작권이 결합한 시너지를 기대하기 때문에 나오는 말이라고 생각하고요. 사실 이게 굉장히 어려운 일은 아니거든요. 최근에 백희나 작가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을 받았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작가가 『구름빵』을 낸 출판사로부터 많은 상처를 받았다는 이야기부터 했어요. 그런데 수상 직후에 지금 제일 먼저 하고 싶은 일이 뭐냐고 묻는 인터뷰이에게 백희나 작가가 "나와 함께 책을 만든 편집자와 통화하고 싶어요."라고 대답하더라고요. 물론 그 편집자는 『구름빵』 이후에 백희나 작가가 작업한 다른 그림책을 낸 출판사분이시죠. 그 편집자한테 제가 물어봤어요. 백희나 작가가 왜 그런 얘기를 했다고 생각하는지요. 그 편집자 말이 자기네는 별거 없고 그냥 기본을 지킨다고 대답하더래요. 멋있는 척하려고 한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웃음) 어쨌든 기본을 지킨다고요. 그래서 기본이 뭘까 생각해 봤는데요, 저작권은 저작권자에게 주고 출판권은 출판권자가 갖는데 그 사이 정보를 투명하게 공유하는 것이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런데 지금의 계약서는 출판권자가 저작권에 너무 많이 관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것에 조정하고 합의하는 분위기도 아니고요. 정보 역시 일방적으로 정한 자료를 일방적으로 전달해요. 이를테면 2차 저작물 작성권은 저자의 권리임에도 불구하고 출판권자의 제한이 너무 많아요. 그와 관련해서 처음부터 수익의 분배를 정한 계약서를 내밀거든요.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인데요. 물론 일어날 수도 있고 일어나면 좋은 일이고 그래서 일어나는 방향으로 노력할 수도 있겠지만, 미리 그 수익을 나눠 놓겠다는 것은 명백하게 출판권자가 저작권을 행사하고 싶다는 거죠. 계약서를 처음 쓰는 작가 입장에서는 그게 맞는지 안 맞는지 너무 헷갈리고, 다른 작가들은 어떻게 하는지 전혀 정보가 없으니 모르고요. 또 안다고 알아서 이의를 제기하면 계약 자체가 어려워지기도 해요. 결국 이 문제는 백희나 작가가 가장 힘들어하는 장래 창작물의 문제까지 연결돼요. 백희나는 단 한 권의 『구름빵』을 작업하고 저작권 양도계약을 했지만, 출판사는 그 후로 다른 내용, 다른 설정의 수많은 『구름빵』을 만들어냈어요. 백희나 이름을 달아서요. 책만이 아니라 애니메이션, 뮤지컬, 캐릭터 상품 등등도 있죠. 저작권 일체를 무기한 양도하는 계약서에 사인하면서 첫 책을 내는 백희나 작가가 이런 상황을 인지했을까요? 사실 저작권 양도계약은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어요. 자기 작품의 장단점을 고려한 작가의 선택이니까요. 출판권 설정 계약서도 마찬가지죠. 그 자체로는 불공정하지 않아요. 하지만 백희나 작가가 사인한 계약서는 명백하게 불공정하고, 우리가 받아드는 계약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 문제인 거죠. 출판권자지만 저작권을 행사하겠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들까지 미리 계산해서, 이건 불공정하죠.

 

백다흠 : 표준계약서 자체 문구로 볼 때 발생 가능할지도 모르는 그 실효성을 미리 제약해 놓는 거겠죠. 최근에 박상륭문학상이 제정되고 실시가 됐는데, 공모제도입니다. 그러니까 문학상으로 신인을 배출하거나 기성작가에게 수상하는 방법인 것 같아요. 그런데 공모 요강에 이런 문구가 있어요. 주최 측이 "수상작의 저작권 출판권 권리를 주장하지 않는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굉장히 발전된 형태죠? 근데 당선작이 책으로 나오지 않는다는 게 신인들한테는 좀 아쉬울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자, 이제 그 부분을 우리가 보완해 주는 게 좋을 거 같아요. 여러 가지 대안이 있을 것 같은데요. 예를 들어 출판권을 경쟁 입찰하게 한다든가, 이건 굉장히 좋은 방법 아닌가요? 사실은 저는 모든 상들이 이랬으면 좋겠어요. 여타 다른 문학상도 상을 주는 것까지는 좋아요. 작가들한테도 좋고요. 하지만 이 출판권은 경쟁 입찰하는 게 좀 필요한 게 아닌가 싶어요. 왜냐하면 문학상은 문학상대로 어떤 의미 부여가 필요하고요. 또 출판은 상업적인 부분이나 출판권 같은 부분이 따로 존재해야 하거든요. 이런 부분들이 유기적으로 밀접하게 붙어 있어서 문제가 많은 것 같아요. 박상륭문학상도 완벽하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과도기에서 필요한 조건들을 품고 있는 건 확실한 것 같고요. 그다음에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건, 이 지방자치들이 세비가 많이 남아서 그런지 문학상을 많이 유도하고 문학상 공모를 많이 하는데, 왜 굳이 저작권을 가지려고 하는지 모르겠어요. 좀 불안한가. 저작권 포기를 안 하려고 해요. 좀 과감히 정부와 문체부에 말씀드리고 싶은데, 이 저작권에 관련된 것들도 사실은 신인 공모제도를 통해서 수상했다면 모든 권리를 저작권자에게 줘야 하는 게 맞거든요. 그런데 대부분 지자체들이 자기가 상금을 부여했다는 것만으로 5년에서 7년 동안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어요.

 

유영소 : 그걸로 딱히 뭔가를 하지도 않잖아요.

 

백다흠 : 그렇죠. 오히려 방해가 된달까요. 왜냐하면 2차 저작권과 관련한 다양한 장르의 회사에서 출판사로 연락을 하면, 그 저작권이 지자체에 있기 때문에 그쪽으로 연결을 해줘요. 그러면 이 지방자치제에 계신 그 공무원분들의 일처리가 좀 쉽지 않죠. 거기서부터 많은 벽에 부딪쳐 연결이 잘 되지 않는 경우가 많고요. 그럴 바에는 차라리 그냥 그 작가가 저작권을 갖고 있는 게 나은 결정이 아닌가 생각하게 되죠. 그게 아니라면 좀 다른 방법으로 그 지방에서의 강연이나 행사에 참여하게 하는 식으로 작가들의 쓰임이 있으면 좋을 테고요. 그 저작권을 안 갖고 있으면 무슨 큰일이 날 것처럼 두려운 모양인데, 그러지 마시고 과감하게 개도할 필요가 있어요. 특히 신인 공모제도의 상에 대해서는 더욱더 그렇고요.

 

백지은 : 저작권 출판권을 분리해서 실행하는 게 출판권 경매라고 하셨나요?

 

백다흠 : 그렇죠. 저는 경쟁 입찰이 필요하다고.

 

김소연 : 그걸 강제하는 게 가능할까요?

 

백다흠 : 좀 더 많은 의견이 모아져야 하겠죠. 많은 사람들이 경쟁 입찰은 뭔가 상업적이지 않으냐고 생각하실 텐데, 그건 아니에요. 그 방법이 어쩌면 생각보다 공정할 수도 있어요.

 

김소연 : 인상적인 아이디어네요.

 

백다흠 : 그 경쟁 입찰을 저작권자가 선택하게끔 해야 하는 거죠. 같은 조건과 다른 조건을 비교해 가면서요. 혹시 시 장르에서도 2차 저작권을 계약하나요?

 

김소연 : 그럼요, 하죠. 수출권에 대한 항목도 있고요. 하기는 하는데, 남들은 어떻게 계약하는지 모르기 때문에 계약서에 적힌 내용을 그대로 수용하는 비자발성으로 계약을 합니다. 출판사가 책정해 놓은 그대로를 수용할 뿐이에요. 저의 의견을 계약서에 반영하기 위해 시도해 본 적도 없고, 계약서 내용에 대해 제가 꼭 숙지해야 할 것을 편집자로부터 따로 설명을 들어 본 적도 없어요. 저는 아무리 친분이 높아도 이런 문제까지 상의하며 지낸 작가는 여태껏 없었던 것 같아요. 대체로 다들 그러리라고 짐작하고요. 너무 이상하죠. 작가의 작품 외적인 요인들, 출간 계약서에서 스스로의 권리를 지키는 방식에 대한 고민 같은 것을 건강하게 소통할 생각조차 못 하고 지내 왔습니다. 출판사가 제안하는 계약서가 맞겠거니 하고 말죠. 몇 장짜리 그 내용들을 제대로 숙지하는 것만으로도 버거워하면서 사인을 합니다. 계약서를 꼼꼼하게 확인한 뒤에 사인을 하지는 않아요. 왜냐하면 계약서를 차분히 검토해 볼 여건이 주어진 적이 없어요. 그냥 만났는데 기습적으로 계약서를 내민 경우도 있고요. 계약서를 내밀 때에 읽어 볼 시간을 따로 얻을 수 없는 상황일 때가 대부분이었고요. 편집자가 식사 한번 하자고 해서 마주 앉아 밥을 먹다가 계약서를 내밀면 사인하는 그런 상황이 몇 번 있었어요. 그 자리에서 숟가락을 내려놓고 계약서를 찬찬히 읽어 보는 건 어쩐지 매너가 아닌 느낌이 들어 사인을 얼른 하게 되죠. 사소한 디테일에서 계약서 내용을 숙고하고 내 권리를 반영해 볼 기회 자체가 이미 비켜 가게 되죠. '이것 좀 꼼꼼히 읽어 볼게요'라고 편히 말할 만한 상황이 내게 주어진 적이 없었다는 게 큰 아쉬움이에요. 부디 계약서를 미리 메일로 건네받고 검토가 끝난 며칠 후에 미팅을 해서 서명을 완료하는 절차를 요구하고 싶은데, 그런 것을 작가가 요구하는 게 어딘지 모르게 애매해요. 비관습적이랄까요. 이렇게 풍토처럼 만연되어 있는 자잘한 문제들은 출판계에서도 이제 올바른 매뉴얼을 공유해야 할 시점이라 생각합니다.

 

 

유영소 : 작가는 작가라는 정체성이 없는 사람은 갖기 힘든 직업 같아요. 어쩌면 많은 작가들이 작가를 꿈꿀 때부터 이미 작가의 정체성을 갖는다는 생각도 들고요. 그런데 건강한 시민으로서의 정체성은 부족한 거예요. 사회구성원으로서 자신의 노동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가장 보편적인 관계에서도 내 권리를 행사하는 일이 너무 어색해요. 내 창작은 노동이고, 그렇게 발생한 저작료를 요구하고, 그 과정이 공정인지 불공정인지 따지는 일보다 내 작품 자체에 훨씬 몰입되어 있는 거죠. 그러다 보니 피해가 일상화돼요. 그래서 한편으로 저는 우리가 피해자이기만 할까 하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그냥 가만있었다는 것 자체가 어쩌면 우리가 묵인하고 동조해 왔구나 하는 생각까지 들어요. 내 권리에 무심하고 포기함으로써 불평등한 관계를 강화시킨 거죠. 그렇게 나쁜 파트너 역할을 한 건 아닐까 하고요.

 

백수린 : 저는 이 문제와 관련해서는, 수상집도 마찬가지고 모든 책을 내면 계약서를 쓰는 문화가 정착이 되었으면 좋겠고, 문체부에서 만든 표준계약서를 기준으로 각 출판사가 수정하는 부분들에 대해서는 작가들한테 고지를 해주는 걸 의무화하는 문화나 제도가 정착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작가들, 특히 신인작가들이 다른 동기나 선배한테 쉽게 물어볼 수 없는 사항들 때문에 고통스럽지 않을 수 있도록요. 2차 저작권 비율을 8대 2로 했다거나 7대 3으로 했다거나 5대 5로 했다거나 하는 것에 대해서 작가들은 서로 모르니까요. 예를 들어 제가 읽은 표준계약서에는 7대 3으로 되어 있었는데, 출판사의 경우 다르게 비율을 정한다면 작가한테 반드시 그 부분을 설명해 줘야 하는 거예요.

 

유영소 : 자본주의 자유경쟁 체제에서 출판사가 이 작가와 저 작가를 다르게 대우하는 게 불법은 아니라서요.

 

백수린 : 그러니까 대우를 다르게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너한테 제시한 계약서에서 나는 표준계약서의 이러이런 부분과는 다르게 제시했다. 그런데도 네가 이 계약서에 사인할래?'라고, 이 정도는 설명해 주는 것은 법적으로 의무화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유영소 : 제가 출판사라면 안 그럴 거 같아요. (일동 웃음) 그리고 표준계약서에는 실제 숫자가 써지는 부분은 모두 공란으로 되어 있어요.

 

백수린 : 그러니까 의무화라고 말씀을 드렸던 거예요. (일동 웃음) 수치 부분은 제가 예로 말씀드린 거지만 꼭 그런 게 아니더라도, 저는 예전에 한 출판사와 계약할 때, 담당 편집자님이 '표준계약서에서 달라진 부분은 어디어디니까 거길 유심히 보시라' 이런 이야기를 해주신 적이 있거든요. 그런 게 아무것도 모르는 신인에게는 큰 도움이 되더라고요.

 

 

작가 연대 : 작가라는 정체성, 노동자라는 주체성

 

 

백지은 : 우리가 '글쓰기 노동'이라고 말할 때, 조금 다른 두 가지 생각이 교차하는 것 같아요. 유영소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작가가 되기 전부터 이미 갖고 있었던 '글 쓰는 사람'의 정체성은, 글 쓰는 사람도 생계를 꾸려야 하니까 글 쓰는 일은 당연히 노동이라는 생각으로 일을 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단 말이죠. 그 차이를 직시해야 할 것 같아요. 노동은 상품을 만들어내는 것이잖아요. 우리가 자기의 글쓰기를 노동이라고 할 때, 그럼 나는 노동자이고 출판사는 나의 고용인인가? 아니면 나는 출판사에 물건을 파는 생산자인가? 출판사에서 내 생산물을 2차 가공하여 다른 데 파는 것인가? 아니면 나와 출판사는 함께 물건을 만들어내는 파트너인가? 등등의 생각이 이어지면서 그동안 우리가 '작가 정체성'이라는 말로 은연중 낭만화 했던 어떤 의식들에 대해 다르게 보아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게 됩니다. 글쓰기가 노동이고 그것을 생산하는 것이 자본이어야 한다면, 우리의 글쓰기가 대개 자본으로 환산되지 않는 구조에 처해 있는 채로 계속 노동을 하고 있는 상황인 것이지요. 한편으론 글쓰기를 노동이라 하기가 좀 어색했던 것이, 이걸 노동으로 여기면 그 대가가 너무 보잘 것 없다는 것을 미리부터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인 것 같아요. 글쓰기를 자본 생산과 이어지는 노동으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어려운 것이 그렇게 되면 시장 논리에 전적으로 휘말리게 되고 그러면 나에게 돌아올 보상은 생계도 걱정해야 할 정도니까요. 그런 딜레마 속에서 우리의 일이 지속되는 중이라는 걸 확인하게 됩니다.

 

김소연 : 옛날에 김수영 시절에 시인협회 같은 단체가 처음 생겼을 때, 아마 그 시절 나름의 어떤 위기감 때문에 연대체가 만들어진 것이겠죠? 작가 단체로부터 작가의 권리 문제를 상의하고 문제해결의 도움을 받았다는 사례가 있을까요. 저는 들어 본 적이 없어서요.

 

유영소 : 저는 지금 '어린이청소년책작가연대'라는 단체에서 저작권위원회에 속해 있어요. 동화, 동시, 그림책, 지식정보 관련 책 등을 쓰는 약 300명이 넘는 작가들이 모여 있죠.

 

백지은 : 언제 만드셨어요?

 

유영소 : 2017년 6월에요. 그때 생각했던 것이 작가의 권익을 실질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작가 단체가 없다는 거였어요. 특히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작가 스스로도 너무 부족하다는 관점에서 저작권위원회가 만들어졌죠. 그때부터 작가 연대 회원들을 상대로 저작권 관련 교육이나 설명회, 토론회를 열고, 공청회나 정책토론회에 나가서 발언도 시작했어요. 지적재산권에 특화된 법무법인을 고문으로 두고 법률 관련 상담도 돕고요. 신인작가든 기성작가든 계약상 뭔가 궁금하거나 꺼림칙한 점이 있다면 민망하지 않게 물어볼 수 있는 채널이 생긴 거죠. 문제의 사안이 심각하다고 판단되면 작가가 변호사를 통해 직접적인 소송을 제기하기도 하고요. 더 큰 연대에 연대하기도 해요. 이를테면 작가들 외에도 저작권을 가진 창작자들이 있어요. 만화나 웹툰, 다큐멘터리 PD, 음악 같은 분야요. 이런 단체들은 저작권 관련한 노동운동이 먼저 진행된 분야이기도 해서요. 같이 창작노동자연대테이블을 구성해서 저작권법 개정을 위한 활동도 해요. 지금 우리가 불공정으로 받아들이는 여러 경우는 저작권법이 개정되지 않는 한 바뀌지 않는 것들이 더 많거든요. 현재는 출판협회와 표준계약서를 두고 협의를 진행 중에 있어요. 작가와 출판사 양편이 함께 공정하다고 생각하는 표준계약서를 만들어 보자인데, 이것도 쉽지 않더라고요. 양편의 의견 차도 크지만, 우여곡절 끝에 만들어져도 과연 실용화가 될까 싶고요.

 

백지은 : 작가 노조 설립이 제일 중요하다는 얘기는 1차 좌담에서도 나왔고요, 작가 연대 혹은 작가 노조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데 충분히 동의하면서도, 작가들이 저작권 등에 대한 권리 인식에 미흡하고 계약 관계 처리에 익숙하지 않아서 등등의 이유보다도 글 쓰는 데 집중하려면 그 외의 활동을 너무 힘들어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들기도 합니다. 계약서 읽기도 어려워하는 분들이 많은데…….

 

유영소 : 네, 문제는 그거예요. 조합이나 노조가 아닌 이상 출판사가 협의를 하지 않아도 법적인 구속력이 없거든요. 그런데 그에 앞서 작가들이 고착화된 환경과 수동성을 재인식해야 하는데 사실은 이 단계부터 어려운 거죠. 계약서도 못 읽는데요. 그걸 넘어가도 큰 산이 또 있어요. 재인식한 작가들이 연대에 얼마나 힘을 쏟을 수 있겠나 하는 문제요. 작가 노조든 조합이든 연대체에 얼마나 많은 작가가 함께하고, 그 일들을 나누어 해낼 것인가 하는 거예요. 작가는 일반 노동자하고는 다른 부분이 있거든요. 일반 노조의 경우에는 위원장이 되면 그에 대한 급여가 나오는 걸로 알고 있어요.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죠. 그런데 작가들은 급여로는 해결되지 않는 지점들이 있어요. 자기 글을 쓸 시간과 에너지가 있어야 해요. 작가 연대체에서 일을 열심히 했다고 해서 그걸로 이 사람의 글쓰기에 보상이 되는 건 아니니까요. 어쨌든 저희는 해보겠다고 이런저런 일들은 열심히 해보고 있지만, 그것이 다 되지는 않는다는 경험을 하고 있어요. 대신에 그것이 어떤 지점에서 좌절되고 그래서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 고민하면서 앞으로 발을 떼고는 있다고 생각해요.

 

백지은 : 네, 지금 앞으로 발을 떼고 있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말씀일 텐데요. 오늘 논의의 시작부터 나왔던 이야기, '지금 시점에서 왜 이 문제가 이렇게'라고 하신 백다흠 선생님 질문도 같이 생각이 듭니다. 지난 5∼6년간 '문단 내 OO'이라 할 만한 폐해들이 다방면에서 불거지고 공론화되면서 문학이라는 이름으로 예전부터 행세해 온 이상한 구속과 퇴행, 그런 것들이 여전히 청산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더 이상은 그냥 두고 볼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동시에 문학을 신비화하는 어떤 낭만성이랄까, 아우라랄까, 그런 것이 재고(再考)되는 와중이어서, 이런 문제점들도 활발하게 공론화되는 게 아닌가 싶어요. 우리가 '작가'의 정체성을 생각할 때 거기에 '글을 쓴다'는 행위 말고 다른 어떤 자부심, 자존감 등이 덧붙어 있었다면, 이제 그런 것이 '노동'의 이름으로 어떻게 변환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이렇게 될 때는 전과 다르게 생각해야 하는 근본적인 지점이 있겠지요. 그 지점은 상업주의와도 가깝게 맞닿아 있고요. 1등이 있을 수 없는 곳에서 1등을 만들고 인기를 만들어 이윤을 남기려 하는 세상에서 우리가 어떤 걸 지키고 어떤 걸 깨야 하는가, 그런 데로 생각이 모아져야 할 것 같아요. 선생님들 의견을 듣다 보니까요.

 

 

〈휴회〉

 

 

공모제 당선, 권리의 획득인가 양도인가

 

백지은 : 2차 좌담 2부를 시작하겠습니다. 오늘 여기 와 계신 분들 - 문체부와 예술위원회의 관련 업무 담당자분들 - 을 뵈니 이런 논의를 통해서 실질적인 제도 개선과 변화를 가장 직접적으로 이끌어낼 수 있는 자리가 여기인 것 같네요. 저는 오늘의 주제에 대해 생각할 때 자꾸 근본적이고 자기반성적인 지점으로 되돌아가는 기분이었는데, 바뀌기를 바라는 사항들을 보다 구체적으로 면밀하게 생각해 왔어야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후반부에는 조금 더 구체적인 방안이나 건의사항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얘기해 봤으면 좋겠습니다. 이제 문예 공모제 형식의 문학상 이야기도 해보지요. 공모제도는 한국식 데뷔 방식인 등단제도와 관계가 있어요. 출판사나 신문사에서 운영하는 신춘문예나 신인상 같은 것도 상금이 지급되는 일종의 문학상 형식을 가지고 있고요. 아까 아동문학 쪽에서는 문학상 중에 문예 공모제의 성격을 지닌 상이 훨씬 많다고 말씀해 주셨는데요. 그 이야기를 먼저 들어 보면 좋겠습니다.

 

유영소 : 어린이문학 쪽은 등단 여부를 구분하지 않고 응모하는 공모전이 좀 더 많은 편이에요. 기회라는 측면에서는 공정해 보일 수 있지만, 이용되는 측면에서는 외려 그렇지 않다고 봐요. 어린이문학은 교육적으로 접근하는 상업화가 다양하고 세밀하다는 특이지점이 있고, 문학상도 이런 폐해들로부터 자유롭지 않거든요. 사실 문학상의 존재 의의는 귀감이 될 만한 문학성을 지적하고 그에 영광을 얹어 주는 건데, 문학성 자체보다 어떤 자재의 역할을 좀 더 확실하게 맡긴다고 할까요? 그래서 대부분의 상금이 선인세 개념이거나 저작권 양도를 요구하는 곳이 많고 순수 지원금이나 상금은 드물죠. 이상문학상 사태 이후에 어린이청소년책작가연대에서도 성명서를 냈어요. 피해 작가들을 지지하면서 어린이문학의 문학상 운영에서도 문제적인 부분들을 짚은 건데요, 그때 언급했던 문학상들이 있어요. 밀크티 창작동화상이라는 문학상이 있는데, 천재교육이라는 출판사가 운영을 해요. 올해로 2회째인데, 공모 요강에 '수상작에 대한 포괄적인 사용 권한 및 권리는 향후 7년간 주최사에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명시되어 있어요. MBC창작동화대상 같은 경우는 금성문화재단과 MBC가 공동 주최하는데, 입상작에 대한 저작 재산권 일체의 저작권이 발표일로부터 5년간 문화방송에 귀속되게 되어 있고요.

 

백수린 : 그런 게 공모 요강에 이미 나와 있어요?

 

유영소 : 네. '목일신문학상'도 있는데요. 이 상은 동시 작가 목일신 선생님을 기리면서 유가족과 작가들이 만든 목일신문화사업회에서 운영해요. 여기도 당선작의 저작권을 목일신문화사업회에 귀속하는데요, 작가로서는 더 속상하더라고요. 속사정이야 있겠지만 상업적인 곳도 아니고 저작자들이 직접 관련이 있는데도 저작권을 이렇게 처리하니까요. 1회 때 천재교육 문학상 수상자가 계약서를 보고 수상을 거부했어요. 이 출판사는 교과서와 참고서, 학습지 등을 주로 만드는 곳이라서 이 작품을 교과서에도 쓰고, 학습지에도 쓰고, 인터넷 강의 같은 전송도 하고, 할 수 있는 걸 다할 텐데, 작가에게 어떤 허락도 구하지 않고, 아마 묻지도 않을 거예요. 물론 저작권료도 발생되지 않고요. 그것도 무려 7년 동안이나. 문학상을 운영하는 의도 자체가 의심스럽지 않나요? 좌담회를 준비하면서 MBC창작동화대상을 수상한 작가들과도 통화를 했는데, 대부분 계약서를 수상식날 시상식장에서 썼다고 하더라고요. 계약서를 자세히 읽을 수도 없는 데다가 상 받으러 갔는데 사인을 안 하기도 어려워서 빌려주는 펜으로 얼른 사인을 했다고요. 뽑아 준 데 대한 고마운 마음이 앞서기도 했고요. 그런데 금성출판사도 교과서와 학습지를 내는 출판사예요. 여기는 단행본 영업이 아예 없는데 유일하게 'MBC창작동화대상' 수상작만 내거든요. 이 책들이 서점에 깔리는 경우는 거의 없고, 인터넷 서점에서 한두 권 살 수는 있지만 그마저도 곧 품절돼서 아마 학습지 회원들 선물용으로 증정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또 이 상의 운영 주체가 금성출판사가 사회공헌사업을 목적으로 만든 금성문화재단이라서 이 문학상을 운영하는 데 드는 비용보다 더 많은 금액을 세금으로 돌려받는다는 얘기도 있더군요.

 

백지은 : 아동문학 쪽 얘기를 들어 보니까 유통과 판로가 일반 문학보다 훨씬 다양하다고 해야 할까요? 교육 쪽으로도 쓰임이 다양하고 소비자와 타깃층이 좀 더 명확한 것으로 보여요. 그래서 작가가 글을 쓰는 일이 콘텐츠를 생산한다는 의미와 훨씬 더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는데, 오히려 그 부분과 관련한 작가들의 권리를 보장받기가 더 어렵다는 말씀인 것 같고요. 이런 실태를 얘기해 주신 것 같네요. 물론 일반 문학에도 그런 공모제들이 있는 걸로 알고 있어요. 저작권과 출판권을 주최 측에 다 넘기고 몇 년간 주최사가 그 작품으로 시나리오를 만들든 무얼 하든 작가가 손을 댈 수 없는 경우들이요.

 

백다흠 : 제가 아동문학 쪽의 응모 요강을 한번 살펴봤는데 저작권을 착취하는 문구들이 굉장히 많네요. 저희는 이 정도는 아닌 것 같아요. (일동 웃음) 이 정도는 아닌데, 여기는 이런 말도 있어요. '활용할 때에 작품을 수정·보완할 수도 있다.' 근데 이거는 굉장히 폭력적인…….

 

김소연 : 말씀하신 그 부분이 저는 양가성이 있다고 생각해요. 악용할 경우도 많지만, 출간물의 퀄리티를 더 높일 수 있는 과정이기도 하니까요. 어린이문학 작가들로부터 편집자가 작가의 원고에 적극적으로 가담해서 토론하고 제안하면서 애초에 작가가 출판사에 넘긴 원고보다 더 나은 원고로 진화해 간다는 체험담을 자주 들었어요. 정말로 작품을 함께 만들어 가는 거죠. 편집자의 권한이 시의 경우보다는 좀 더 큰 것 같았어요.

 

유영소 : 권한이라기보다 처음에 나왔던 파트너십의 맥락이라고 봐요. 독자를 배려하는 어린이문학에 있어 '함께'라는 코드가 좀 더 자연스럽기도 한 것 같고요. 작품에 대해 고민하게 만드는 부분을 편집자가 던져 주면 작가는 자기 작품을 다른 시각으로 생각해 볼 수 있거든요. 그러다 조금 더 좋은 쪽을 발견하고 선택하기도 하고요. 그렇다 해도 수정 작업의 모든 판단과 책임은 작가에게 있고 작가가 주체적으로 진행해야 해요. 애초에 작가가 자연스럽게 수용할 수 있는 정도여야 하는 거죠. 편집자는 가장 먼저 텍스트를 읽는 독자이기도 하니까요.

 

백다흠 : 편집권이란 게 있다고 한다면 그거는 저작권자와 편집자가 일을 하는 와중에 깨닫게 되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그런 문구가 없어도 파트너십으로 편집자의 재량이 활용되기도 하고 수정·보완도 가능해요. 다만 거기에 대한 기준은 상호 합의하에 어떤 공동 목표가 있다고 가정했을 때 발휘되는 거고요. 공모 요강이라는 것 자체는 어떤 정언 명령처럼 기능할 수도 있는 거지만, 이런 작품에 대한 수정은 합의가 되어야 해요.

 

김소연 : 수정·보완이 일반적이라는 거죠.

 

유영소 : 그래서 저는 여쭤 보고 싶었던 게, 이런 일이 문학상의 경우에 더 폭력적인 거잖아요. 다른 문학상도 수상 선정 이후에 수정이나 보완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나요?

 

백수린 : 공모제가 아닌 경우에요?

 

김소연 : 공모제에서는 그런 경우가 있고, 그리고 저자가 그걸 거부할 권한도 같이 주죠.

 

유영소 : 어린이문학도 물론 거부할 권한이 있기는 하지만, 수정이 좀 더 일반화 되어 있는 것 같긴 해요. 이를테면 출판사가 운영하는 문학상에서도 예심이나 본심을 본 심사위원들의 의견을 수상자에게 전달하고 수정을 해보는 게 어떠냐고 권유하는 일들이 왕왕 있으니까요. 물론 더한 경우는 아까 살펴본 대로 뽑았으니 내 거 하자, 내 맘대로 쓸게, 하는 폭력적인 상황도 있고요.

 

백다흠 : 그런 것 같아요.

 

김소연 : 마음대로 발췌해서 교과서 등의 교육 용도의 출간물에 수록할 수도 있고요.

 

유영소 : 어린이청소년책 작가들은 동화, 동시, 그림책, 청소년소설 같은 다양한 작가군이 활동하고 비교적 책들도 다양하게 읽히는 편이거든요. 독서가 교육 안에서 행해질 때도 많아서요. 그래서 책이 잘 팔리거나 인지도가 높은 작가들한테 포커스가 맞춰지기보다 많은 작가들이 저작권과 창작권이 침해되는 경험을 공유하는 것 같아요.

 

백다흠 : 아, 그럴 수도 있겠네요.

 

 

작가가 '된다'는 것 - 글쓰기 말고도 작가가 알아야 할 것들

 

 

백지은 : 공모제에서 상을 받는다는 것은 한국에서 작가라는 타이틀을 갖게 되는 것과 같은 의미일 텐데요. 아까 박상륭문학상 얘기 나왔을 때, 등단작이 책으로 출간되지 않는다는 얘기에 백수린 선생님 표정이 좀 서운해 보였어요.

 

백수린 : 네, 누군가 등단을 하는 건 궁극적으로는 자기 작품으로 책을 내고, 독자를 만나고 싶기 때문이잖아요. 그러니까 등단했는데 책으로 묶을 수가 없다면 조금은 서운할 것도 같아요. 책이 언젠가는 나올까 불안할 것도 같고요. 신인이 박상륭문학상을 받았을 경우, 상을 받은 후 해당 작품 출판이 어느 출판사와도 약속되어 있지 않다는 측면에서는 신춘문예를 통한 등단이랑 유사할 것도 같은데요. 그 경우에도 인터넷에 소설이 게재되지만 활자로 찍힌 걸 보고 싶어서 당선자들이 신문을 사기도 하니까요. 신춘문예 당선작들을 모아 내는 앤솔로지도 출간이 되는 경우도 있고요. 물론 백다흠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문학상 주최 측은 저작권과 출판권을 주장하지 않되, 출판사들 간의 출판권 경쟁 입찰을 통해 작가가 출판사를 선택해 결국 책을 낼 수 있게 된다면 가장 이상적인 상황이겠지만요. 한편으로는 모든 문학상, 특히 신인을 배출하는 문학상 수상작의 출판이 경쟁 입찰 방식으로 운영된다면 부작용으로, 많은 출판사들이 상업적 미래가 불투명한 신인 발굴에 힘을 쓰기보다는 수익이 보장되는 기성작가들 책만 내려고 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살짝 되긴 합니다. 그래도 제가 신인작가로서 서운할 수 있는 점이나 우려되는 점을 이야기하긴 했지만 주최 측에서 수상작에 대한 저작권이나 출판권을 주장하지 않고 작가의 권리를 중시하는 상이 생겼다는 건 유의미한 진일보 같긴 해요.제가 등단과 관련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 이유는 아무래도 이 좌담을 준비하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들은 이야기들이 생각나서인데요. 출판사에서 우리 공모전에 뽑히면 무조건 출판 계약을 하겠다는 문구를 명시하면 신인작가들한테는 어떻게 보면 그게 안전망같이 느껴지는 경우도 있는 것 같아요. 왜냐하면 내가 문단에 나왔는데 아무도 나에게 계약을 안 해주면 등단만 한 후 문단에서 사라지게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계속 있으니까요. 그런데 이것이 양날의 검이기도 한 것이, 어떤 출판사에서는 장편 공모상을 수상하고 등단하면 첫 장편뿐만 아니라 두 번째 장편, 세 번째 장편까지도 한꺼번에 한 계약서 안에 하위 항목으로 넣어서 출판 계약을 강제하는 경우도 있었다더라고요. 그러면 그 상을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출판사와 계약을 하고 싶어도 몇 년 동안 할 수가 없는 거잖아요. 단편의 경우에도 비슷한 이야기를 해준 작가가 있었는데요. 그 작가의 경우는, 작은 출판사를 통해 등단을 했는데, 공모 요강에는 등단 후 해당 출판사와 계약을 해야 한다는 조항이 없었고, 계약서를 쓰지도 않았대요. 그런데 그 작가가 문단에서 주목을 받으면서 첫 소설집을 대형 출판사와 내기로 계약을 했더니, 등단을 시켜 준 출판사 관계자가 작품의 저작권을 뺏어오겠다는 둥, 업계에서 살아남지 못하게 하겠다는 둥 협박을 했다더라고요. 그런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작가로서는 공모전을 통해 세상에 나오는 것이 중요하고 내 책을 만들게 되는 것까지도 굉장히 중요한데, 이런 부분들이 보완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백지은 : 보완적인 부분을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신다면요?

 

백수린 : 우선 저는 공모 요강이 좀 더 꼼꼼해졌으면 좋겠어요 '우리 출판사를 통해 등단을 하면 한 권의 장편을 계약한다'거나 '첫 소설집을 계약한다' 혹은 '우리 출판사는 등단 이후 반드시 우리 출판사와만 계약해야 한다는 강제조항이 없다' 하는 식으로요. 그리고 공모 요강에 명시하지 않은 것은 당연히 신인작가에게 요구하면 안 되는 거고요. 그런 부분들에 대한 어떤 보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이었는데요. 그렇게 하면 투고하는 사람들도 자기가 원하는 조건에 맞춰서 공모전을 준비할 수 있잖아요.

 

백지은 : 지금 현재 박상륭문학상에는 그런 건 없죠?

 

백다흠 : 네, 없습니다. 이 상이 제정되는 과정에서 저도 많은 이야기를 나눠 봤는데요. 사실 이것과 관련해서 출판권을 가져오고 싶었어요. 근데 그 운영위원회에 강한 의지가 있었어요.

 

백지은 : 출판하지 않겠다는 의지요?

 

백다흠 : 네, 그렇죠. 저작권과 출판권을 갖지 않겠다는.

 

백지은 : 그게 기한이 있나요? 아니면 영원히 못 내는 거예요? 작가가 나중에 책으로 내고 싶으면 낼 수 있는 기약이 있는 거죠?

 

백다흠 : 그렇죠. 이것도 신인 같은 경우에는 아까 백수린 선생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제가 만약에 당선자라면 조금 서운한 면도 있을 것 같아요.

 

김소연 : 당선작은 어떻게 발표되고 있어요?

 

백다흠 : 자체 홈페이지에서 공모와 심사 경위 작품 발표가 이뤄지고 있어요. 이 상은 기존에 있던 문학상들이 가지지 않은 것들을 일단 시도해 본다는 의미가 있다고 보고요. 저작권을 보장해 주고, 작품집의 출판권도 보장해 주고, 그걸 다 저자한테 위임한 케이스거든요. 이런 조건들은 사실 다른 문학상의 반대급부에서 다르게 시도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고요. 운영회의 이분들이 왜 그렇게 정했는지는 사실 잘 모르겠지만, 일단은 과도기에 있고 수정·보완이 필요하겠지만, 이런 상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유영소 : 운영위원회에서 출판권을 갖지 않는다는 말은 그 작가한테 전부 주는 거니까 그 작가가 원하면 어느 출판사에서도 낼 수 있는 거죠.

 

백다흠 : 그럴 수 있어요.

 

김소연 : 윤이형 작가가 이상문학상 수상 작품집 출간을 위한 계약서를 작성할 때에 문구를 제대로 읽을 겨를조차 없었다고 했잖아요. 정용준 작가도 1차 좌담 때에 그렇게 얘기했고요. 그런데 저는 주고받은 계약서조차 없었는데 그걸 인지하지도 못했다는 걸 그제야 알았어요. 수상 작품집에 시를 수록하며 공저자로 참여한 경우가 몇 번 있었어요. 그런데 그 과정에 저는 계약서를 쓴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출간과 관련되어 공저자 중 한 명인 저에게 어떤 권리가 있는지도 모르는 채로 단행본이 나왔어요. 수상 후보로 공저에 참여할 때에는 재수록료는 물론 받고요. 수상 작품집을 비롯해서 엔솔로지 출간물 같은 경우까지, 공저자의 권리가 명시된 계약서를 주고받지 않고 1회 원고료 지급만으로 권리가 끝나는 경우가 거의 관례입니다.

 

백수린 : 저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아요. 저는 김소연 선생님보다 조금 더 후배 세대인데도 불구하고 제가 받았던 상의 종류를 생각해 봤을 때 계약서를 쓴 게 한 가지밖에 없었어요.

 

김소연 : 작품집이 출간되었는데도요?

 

백수린 : 네, 그런 앤솔로지로, 수상 작품집으로 책이 나왔는데 계약서를 쓴 경우가 한 번밖에 없었어요. 저는 그래서 관례상 안 쓰나 보다, 라고 생각했어요.

 

김소연 : 이런 관례는 좀 개선되어야 합니다.

 

백수린 : 네, 그래서 저도 이 일을 통해서 바뀌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을 했어요.

 

백지은 : 1차 좌담에서 청탁서와 관련된 얘기도 나왔더라고요. 문학상 관련해서도 절차를 엄정하게 하고 계약서를 명시하는 방안에 대해 이야기해 보면 좋을 것 같아요. 계속 관행에 의지해 왔던 많은 일들이 사전 서면 계약으로 명확해지기를 작가들이 바란다는 것을 표명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백다흠 : 저희는 문예지 발간 지원사업체라서 예술위에서 발간 지원금을 받아요. 근데 한 1년인가 6개월 전부터 청탁서 양식을 보내주더라고요. 그 청탁서 양식에는 굉장히 디테일한 조항들이 있어요. 너희가 문예진흥기금을 집행할 때에는 작가들한테 계약서에 준하는 이런 청탁서를 제시해야 한다는 거죠. 그걸 보면서 깨달은 바가 있었어요. 청탁서라는 건 굉장히 좀 허접한 문장들로 이루어진 거였거든요. 몇 월 며칠까지, 원고료 얼마, 이런 식으로요. 그리고 요즘에 가장 정확하게 짚어야 할 것은 원고료 지급일인데요. 이런 것들까지 이제 의식이 잡힌 것 같아요. 근데 더 정확하게는 좀 더 세분화되는 사항들을 실무자들이 알아야 하고, 만약에 없을 시에는 작가들도 그 사항들을 요구해야 한다는 거죠. 그런 부분들이 필요하죠.

 

백지은 : 그런데 작가들이 그야말로 계약서로 진행되는 절차에 유난히 취약했고 그런 걸 교육받을 기회도 없었다는 문제가 가장 크다고 하지만, 어쨌든 계약서 없이 그런 관행들이 지금까지 유지되어 온 까닭은 뭘까요. 특히 문학계, 출판계에서 너무나 당연한 계약서 작성을 그동안 거의 안 해왔다면, 작가들이 몰랐다는 것 말고 다른 이유는 없을까요?

 

김소연 : 작가가 돈 얘기를 꺼내는 건 금기시되어 있다고 말해도 될 정도고요. 작가가 '왜 당신은 나에게 원고료 지급과 관련된 얘기를 먼저 해주지 않고 뭔가를 의뢰합니까?'라고 말하는 건 그냥 손절하자는 얘기죠. (일동 웃음) 거의 그렇게 받아들여요. 그렇게 받아들일까 봐 두려워서 아예 얘기를 못 꺼내기도 하고요. 신인 때 다들 한 번쯤은 그런 경험 속에서 손해를 보거나 상처를 받아 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생기게 된 방어적인 태도들이죠. 돈 얘기는 굳이 꺼내지 않아도 청탁하는 쪽에서 당연히 먼저 설명해 줘야 한다는 인식이 문예지를 주관하는 사람들에게 부족해요.

 

백지은 : 네, 그런 분위기가 분명히 있다고 생각해요. 이건 뭐 한국 사회 전반의 문제이기도 했지만, 특히 작가들은 오랫동안 조선 시대의 문사(文士) 같은 아우라를 풍기면서 더 선비처럼 행동해야 하고 돈 얘기 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 더 얽매였는지도 모르겠어요. 작가들 스스로 그런 분위기의 허위성을 깨달으려는 노력도 있어야 할 것 같아요.

 

유영소 : 제가 신인 때 전집을 작업하는 출판사에 계약을 하러 간 적이 있거든요. 갔더니 테이블 앞에 작가들을 일렬로 쭉 앉게 하고 계약서를 나눠 주더라고요. 사인을 하라는 거죠. 그때 제 옆에 앉아 계신 분이 대선배 작가였어요. 옆에 같이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좋아서 가슴이 두근두근했거든요. 그런데 제가 계약서를 읽고 있으니까 그 선생님이 그러시는 거예요. "너는 왜 이렇게 계약서를 오래 보니?" 제 모습이 뭔가 불편하셨던 것 같더라고요. 그러고 집에 오는데 감정이 좀 복잡했어요. 그런데 더 큰 문제는 그때 제가 받았던 계약서와 지금 제가 받는 계약서가 별로 다르지 않다는 거예요. 결국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거죠. 아무 요구도, 행동도 없었으니 변화도 없는 거죠.

 

 

백다흠 : 권여선 선생님이 하셨던 말씀인 것 같아요. 권여선 선생님과 《악스트》 인터뷰를 할 때, 선생님께서 후배 작가들 오리엔테이션을 하고 싶다고 하셨어요. 그 말이 굉장히 머릿속에 오래 남았는데, 저는 편집자들한테도 그런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신인작가들한테 오리엔테이션을 해줄 수 있는 사람 중에 편집자가 있거든요. 동료 작가들이나 선배 작가들하고 접촉이 없는 후배 작가도 있을 수 있고, 작가들이 모임을 갖는다고 해도 한계가 있을 거예요. 결국 실무적으로 직접 부딪칠 수 있는 사람은 편집자들인데, 저는 편집자 후배들한테 종종 그런 얘기를 많이 합니다. 계약서를 작성하는 방법이라든가 저작권이라든가 계약 내용에 관한 구체적인 언급 등. 이런 부분은 작가들도 많이 공부해야 해요. 이 계약서가 괜찮은지 아닌지, 그다음에 그것에 대해 뭔가 말할 수 있어야 해요. 계약서에 대해 물어보고 확인해도 되는 분위기를 만드는 거죠. 옛날에는 그런 분위기가 없었어요. 도서관 같은 출판사 사무실의 한쪽에 앉아 있으면 누군가 프린트를 쫙 해서 건네주고, 그러면 거기에 쓱쓱 사인하고, 그러고 나서 쭈뼛쭈뼛 몇 개 물어보고 끝나는. 이제 조금씩 세대가 바뀌고 사회 분위기가 바뀌어 가면서 편집자들도 작가와 계약할 때에 계약서 조항에 대해 논의를 하는 그런 문화는 조금 생긴 것 같아요. 몇몇 출판사들은요. 그래서 이런 논의를 하다가 2차 저작권같이 굉장히 민감한 여지가 있는 부분들, 그리고 제가 아까 처음에 말씀드렸던 것처럼 출판권의 애매한 부분들에 대해서 꼭 질문을 유도하게끔 하고 질문하기도 해요. 괜찮다고 생각하느냐고요. 그때 편집자들이 개입해서 오리엔테이션을 해주는 거예요.

 

김소연 : 그럴 때에 문학 담당 편집자가 그 출판사의 이익에 반해서 작가 편에 서서 조언을 할 수 있을까요?

 

백다흠 : 글쎄요. 그 부분을 인지하게끔 하고, 이게 어떤 문제가 있는지 공감대를 형성하는 방법이 차후 벌어진 손해를 만회하는 방법일 수도 있으니까요.

 

유영소 : 공감대를 형성하는 건 정말 중요하죠. 그런데 출판사의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법무팀이나 저작권 부서가 따로 있으면, 편집자는 잘 모를 때도 많아요. 물어봐서 대답해 주는 경우면 중간에서 설명이 엉킬 때도 많고요.

 

 

심사라는 (불)공정성의 권위

 

백다흠 : 그런데 이건 여담인데, 제가 오늘 여담을 굉장히 많이 하네요. (웃음) 저한테 지방의 한 문학상 예심을 해달라는 요청이 있었어요. 아까 그 자료집에도 있는 이야기와 같은데요, '네가 잡지를 총괄하고 있으니 너희 잡지에 실었던 단편 중에서 네가 1등이라고 생각하는 작품을 자기한테 보내주라.'라고 요청해요. 그게 예심인 거죠.

 

김소연 : 여론조사를 하는 거네요.

 

백다흠 : 그렇죠. 그때 무슨 생각이었는지 단호하게 말했어요. 이런 식으로 운영할 거면 예심을 하지 마시라고.

 

김소연 : 문학상 후보가 되었다고 담당자에게 연락을 받은 적이 있는데, 선정된 후보들을 생중계하는 문학상이었어요. 후보가 되었다는 통보를 하면서, 당신이 지난 1년 동안 발표한 작품으로 후보가 되었다, 발표한 작품을 추려서 우리한테 파일로 보내달라는 식입니다. 이름만 보고 예심 통과 후보를 정한 후에 후보들이 직접 추려 보낸 작품들로 본심 심사를 하는 것이죠.

 

백다흠 :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문학상이 너무 많아서 그런 걸까요.

 

백지은 : 이번에 이상문학상의 수상작에 대한 작가의 권리가 문제제기 됐지만, 사실 이 상은 예심 절차에서도 신뢰를 얻지 못한 부분이 있었던 것 같아요. 방금 말씀해 주신 것과 유사하게요. 임의의 문학 종사자들에게 이메일로 우수작 추천을 의뢰하는데 그 이후 본심에 이르기까지 심사 과정은 잘 알려져 있지 않으니까요. 문학상 심사는 상의 권위와도 연결되고, 또 문학 공모제의 경우 이건 등단이므로 어떤 관문을 통과하는 절차이기 때문에 심사의 공정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잖아요. 사실 문학상과 관련된 공정성이라고 하면 작가의 권리보다 먼저 생각나는 게 심사의 공정성일 수도 있잖아요. 이 문제를 이야기해 봐야 할 것 같네요.

 

 

김소연 : 저는 문학상이 한 작가에게 주어졌을 때 '왜 저 사람이 저 상을 받았지?'라고 생각해 본 적은 그다지 없었어요. 다들 너무 잘 쓰기 때문에요. 다만 그 과정이 불투명해 보여서 낙후된 시스템을 갖고 있는 대목들에 의문이 생기는 거죠. 예를 들어 볼게요. 우선 좋았던 사례를 먼저 말씀드릴게요. 대산문화재단에서 대산대학문학상을 운영하잖아요. 2016년도에 저에게 심사위원 제안을 해오면서 대학 출강 여부를 먼저 체크하는 거예요. 대학 재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공모전이니까요. 대학에 출강을 하고 있다면 대학에 출강하지 않는 시인을 추천해 달라고 하더라고요. 이전에는 그런 절차를 거치지 않았거든요. 개선되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그리고 나쁜 사례를 말씀드려 볼게요. 2018년 초에 국회에서 문화예술계의 적폐 청산과 관련된 포럼을 연 적이 있었어요. 그때 자료집에 수록된 이성미 시인이 작성한 문서에 의하면,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있었던 문학상, 신인상, 창작지원금에서 7명 정도에게 심사위원 기회가 과도하게 편중되어 있어요.

 

백지은 : 명단을 짐작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일동 웃음)

 

김소연 : 몇 명이 1년에 10건 가까운 심사에 참여를 해요. 이 정도이기 때문에 권한이 분산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고요. 심사위원 활동에 관한 횟수 제약은 암묵적이든 명시하는 형태이든 그냥 약속으로 정했으면 좋겠다 싶네요.

 

백지은 : 네, 암묵적으로라도 그런 분위기가 되면 아무래도 좀 덜해질 텐데요.

 

김소연 : 그리고 또 하나는 예를 들면, 문예지에서 주관하는 어떤 문학상 같은 경우에는 후보를 추천해 달라고 하더라고요. 많은 사람들에게 추천해 달라는 단체 메일을 보내겠죠? 저도 누군가를 추천했고요. 나중에 수상자가 발표되었어요. 설문조사의 절차와 결과가 투명하게 공개되지는 않았어요. 선정 경위가 보다 투명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백지은 : 그런데 몇몇 문학상 외에 대부분의 경우는 심사의 경위 측면에서 상당히 공정하고자 한다고 생각해요. 장강명 작가가 본인이 여러 공모제에 당선되고서 이 공모제의 성격을 살펴보겠다는 의도로 쓴 책이 있어요. 『당선, 합격, 계급』이라는 제목이에요. 거기에도 그런 내용이 있었던 게 생각나는데요. 이 공모제는 과거제도로 장원급제를 뽑았던 조선 시대의 전통에까지 이어진 공채 문화의 일부로, 공채가 한국 사회 전체에 공정한 관문으로 군림해 온 사실과 긴밀하다는 얘기도 있었고요. 아무튼 대부분의 문학상은 최대한 공정하게 운영하기 위해 제도적으로 개인적으로 많이 노력한다고 생각해요. 다만 그렇지 않은 점이 여전히 없지 않기 때문에 이런 이야기를 하게 되는 거고요.

 

김소연 : 문학상 심사위원에게는 광범위한 후보작들을 읽어야 하는, 노동력 투자에 대한 기본적인 의무가 주어져야 하지 않을까요. 그에 합당한 심사료도 지급이 되어야 하고요. 특히 구석구석 숨어 있는 작품들까지 찾아내어 다 검토하려면 예심 심사위원의 노고가 아주 클 텐데요. 지금은 예심 절차가 비용과 수고 측면에서 약식으로 처리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공정성은 이때부터 이미 상당 부분 잃게 되는 것 아닐까요. 수상자 선정 발표 지면에는 예심을 포함한 심사 절차를 투명하게 오픈해야 합니다. 불투명하게 운영될수록 문학상을 신뢰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해요. 서울문화재단 같은 경우에는 지원사업에 지원할 때 기발표 작품을 포함해서 지원하거든요. 이 이야기가 1차 좌담에서도 약간 언급이 되었던데, 과정 자체는 공정하기 위해 고심했다는 게 역력해요. 작품을 무기명으로 처리해서 심사위원에게 전달하고, 다른 심사위원이 누구인지도 심사 토론 당일에 알게 해요. 하지만 기발표작이다 보니 심사를 하다가 작품 제목만 인터넷에 쳐봐도 누구 것인지 알 수 있는 경우가 많죠. 정말 무명인 시인들, 그러니까 누군가가 시를 필사해서 인터넷에 올린 적이 한 번도 없는 시인의 경우만 공정한 심사를 받는다고 볼 수 있죠.

 

백다흠 : 저도 작년에 방금 말씀하신 한 심사에 참여했는데, 깜짝 놀랐어요. 심사 당일에 아무도 모르는 상태에서 심사위원들과 심사를 보는데, 저한테는 지면을 통해 읽어 봤던 다 아는 사람들인 거예요. 아까 김소연 시인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이름도 지워지고 정보도 지워졌는데도 불구하고 이미 다 알고 있었어요. 제출한 사람들의 이름도 다 알고요. 혹시 저만 그런가 싶어 심사위원들에게 물어보니 대부분 저와 비슷하게 알고 있었어요. 그렇게 무기명으로 하는 시도는 좋은데 좀 허술한 부분도 많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김소연 : 그리고 심사를 제안하기 전에 먼저 올해에 다른 심사에 참여한 적이 있냐고 여쭤 보는 일이 결례가 아닌 문화가 필요한 것 같아요. 신춘문예도 한 해에 두세 군데를 심사하는 분도 계시잖아요. 그럴 때도 혹시 이미 다른 신춘문예 심사자로 선약이 되어 있냐고 여쭤 봐서 많은 사람이 분산해서 그 역할을 맡아 갈 수 있도록 관행을 개선해 갔으면 해요.

 

유영소 : 심사는 보통 평론가들이 많이 하는데 어린이문학 쪽은 평론이 풍성하지 않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심사위원이 부족해요. 그 부족한 사람들이 출판사 편집위원이나 기획위원으로 거의 대부분 들어가 있어요. 그래서 방금 말씀하신 경우처럼 심사위원들이 누군지 거의 다 아는 거죠.

 

김소연 : 아까도 말씀드린 것처럼, 어떤 과정에서 어떤 여론을 수렴하고 어떤 조사와 투표를 거쳤는지 심사 경위 정도는 밝히고 문학상을 줬으면 좋겠어요. 이게 기본 아닐까요.

 

백지은 : 보통은 예심 심사평, 본심 심사평에서 그런 경위가 거론되죠.

 

김소연 : 심사 경위가 심사위원 개인의 문체로 씌어 있으면 그것 자체로 하나의 작품처럼 읽는 맛이 있거든요. 그걸로 공부도 하는 것이고요. 근데 그런 걸 생략하는 경우도 종종 있어서…….

 

백다흠 : 상을 받으면 보통 심사평을 싣잖아요? 심사평을 싣게 될 때 그 선정을 반대하신 분에게는 심사평을 청탁하지 않는 게 관례 같아요. 예를 들어서 백수린 작가님이 (일동 웃음) 뭐 무슨 상을 받았다고 해요. 만약에 그때 제가 심사위원 중 한 명이고 그 당선자를 선정하는 데 반대표를 던졌다면, 실무자들이 반대표를 던진 저 같은 심사위원한테는 심사평 원고를 청탁하지 않아요. 찬성한 심사위원들에게 청탁하죠. 그러면 심사평에는 심사위원들이 왜 찬성했는지 좋은 이유만 나와 있는 거죠. 그런데 제가 반대한 이유도 나오면 더 좋지 않을까요.

김소연 : 그렇게 한 경우도 더러 있어요.

 

백다흠 : 네, 더러 있어요. 문학동네 권희철 평론가님 그분의 심사평에는 자기가 왜 그 선정에 반대했는지 구구절절 나와 있죠. 하지만 같이 심사했던 사람들에게 설득 당했다고 하는 내용까지 나와 있고요.

 

김소연 : 그 심사 과정 자체가 우리가 문학상을 지켜보는 관전 포인트거든요.

 

유영소 : 예전에 박완서 선생님이 문학동네에서 문학상 심사를 맡으셨을 때 수상작을 두고 '나는 이 글이 도대체 뭘 얘기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왜 잘 썼다고 하는지 모르겠다.' 이렇게 쓰신 심사평을 읽은 적이 있어요. 그때 독자로서 저는 외려 존중받는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좋아서 칭찬하며 뽑은 사람도 있고, 아니라는 사람도 있는데, 네 생각은 어때? 하고 물어보는 것 같고요. 온전히 내 눈으로 작품을 읽을 수 있겠다는 확신이랄까, 건강한 생각이 들었어요. 문학상은 텍스트도 그렇지만 과정도 문학스러울 필요가 있잖아요. 표현이 좀 그렇지만, 문학상이 유기적으로 소통하는 부분들을 놓치고 가면서 여러 문제들이 더 발생한다고 봐요.

 

김소연 : 저도 유영소 선생님하고 비슷한 생각을 자주 했어요. 심사위원들이 다양한 층위에서 작품을 읽고 있다는 것이 그대로 드러났으면 해요. 수상작에 결례가 될까 봐 토론상에 오갔던 반대 의견들이 심사 경위 내용에서 누락되는 것은 많이 아쉬운 측면이 있어요. 좋은 모양새를 추구하느라 생생함을 누락하는 것 같고요. 수상자도 존중해야 하지만 독자들을 고려했을 때에는 그렇게 하는 것이 문학이 더 건강해지는 길이라 여겨져요. 이건 좀 다른 이야긴데, 심사에 임하는 태도와 관련돼서 경험담을 하나 더 추가해 보고 싶네요. 서울문화재단과 같은 공적 기관에서 심사할 때는 심사회피난이 따로 준비돼 있어요. 심사 대상과 같은 직장 소속이거나 친족 관계라면 심사 기피를 선택하라는 거죠. 그런데 다른 방식으로도 얼마든지 친분 관계일 수 있잖아요. 공정하기 위한 노력에도 불과하고 공정해질 수는 없는 허점이 될 수밖에 없어요. 한 문학상 심사에 참여한 경험을 또 말씀드려 보면, 심사위원 한 분이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어요. 나는 누구를 뽑기 위해 왔다고. 우리가 공공연히 다 알고 있는 같은 동인 멤버예요. 내가 뭐 하러 여기 왔겠느냐면서 투표할 때마다 계속 그 사람한테만 표를 행사하셨어요. 더 놀랐던 건 심사위원 대부분이 그 마음을 순정한 우정으로 예쁘게 보시더라고요. (일동 웃음) 공적인 역할이 주어졌을 때에는 나와의 친분 때문에 누군가를 역차별할 수도 있다는 것까지 감내하고 참여해야 하지 않을까요.

 

유영소 : 아까 기관과 출판사가 필터링이 필요할 것 같다고 했는데 아닌 것 같아요. 심사위원들 스스로도 필터링이 필요한 거 같아요.

 

백지은 : 사실 누군가가 남의 글을 심사한다는 데는, 우정이라기보다 기질과 취향의 문제가 끼어들 것 같아요.

 

김소연 : 이 세계에선 우정과 취향이 겹쳐 있죠. 문학적으로 기질과 취향이 너무 멀면 친분도 생길 수 없고, 이렇게 공과 사가 묘하게 섞여버리는 요소가 전제돼 있죠.

 

백지은 : 네, 그런 것 같아요. 그리고 심사위원 몰림 현상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는데요, 제 생각엔 그 심사위원 수가 가령 합집합으로 약 30명 정도였는데 약 50명 정도로 분산시킨다고 한들, 어쨌든 기성 문인 혹은 학계에 있는 편집위원이나 업계 전문가가 심사를 하는 거라면, 결국 기성의 문학성이 다음 문학성을 뽑는 데 지대한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는 큰 차이가 없을 것 같아요. 공모제 문학상과 신춘문예가 다 유사한 경우라고 생각하는데요. 이건 결국 '문학성'이 대물림되는 문제일 수도 있고, 역으로 당대의 새로운 문학성을 발견하는 일과도 관계가 있겠지요. 다시 말해, 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기성 문인들의 선택을 받을 수밖에 없다면 그 부분에 대한 문제가 또 있을 수도 있고요. 더 투명한 절차로 진행하고 심사위원을 더 분산시켜도, 그게 현행의 등단제도가 재생산하는 문학에 근본적인 문제제기를 하기는 어려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사실 제가 이런 말씀을 꺼낸 건 이제 등단제도는 낡았다, 철폐하자, 그런 주장을 하려는 게 아니고요. 이런저런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어떤 작가 지망생들 혹은 글을 쓰면서 살려고 마음먹은 사람들은 어떤 공식적인 관문을 통과해서 작가의 타이틀을 얻는 것을 꿈으로 갖기도 하잖아요. 그런 누군가에게 이 제도가 아주 불공정하기만 한가에 대해서도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아요.

 

김소연 : 문학성 대물림은 한 번의 등용문에서 문제가 된다기보다는 장기적으로 한 작가가 성장해 가는 전반적인 우리 시스템에서 기인된 것일 수 있다고 저는 생각해요. 문예지가 신인을 배출할 때나 출판사가 한 작가의 첫 창작집을 내고자 할 때에는 어쨌든 누군가의 안목에서 선별을 하기 마련이잖아요. 누가 그것을 결정하고 얼마큼의 유연성이 보장되느냐에 따라 문학성 대물림과 거리를 둔 작가가 더 많이 나타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백지은 : 네, 맞습니다. 등용문에만 관련된 문제는 아닐 거예요. 저는 현행 등단제도의 문제점이라기보다 작가가 되고 싶어 하는 누군가에게 오히려 그것이 필요한 역할을 할 수도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고요. 직접 발표 지면을 만들어 보고 출판사에 투고하고 하는 일보다, 일정한 제도에서 마련된 심사 과정을 거쳐 뽑히게 되는 과정, 말하자면 공채가 가장 공정하게 느껴지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요.

 

김소연 : 근데 등단제도 중에서 신춘문예 정도가 공채의 성격을 갖고 있고, 문예지를 운영하는 출판사는 그렇지 않잖아요. 문예지 신인상을 통해서 신인을 뽑는 경우에는 그 문예지의 편집위원들이 해마다 전부 심사위원으로 들어가고 소수의 외부 인원 정도만 추가로 개입되는데, 그게 공채일까요?

 

백지은 : 한국에서는 문예지 편집위원들과 신춘문예 심사위원들이 별로 구별되지 않고 그 심사위원들이 많이 겹치는 것 같아서요.

 

김소연 : 문예창작과와 각종 등단 지망생을 위한 강좌들과 문예지 신인문학상 등 등단으로 권한과 수익을 창출하려는 시스템 전반이 등단제도를 더욱더 공고하게 지키고 있다고 생각해요. 어떤 면에서는 등단 장사와 유사한 면도 있다고 봐요.

 

백지은 : 공채가 있으면 항상 사교육이 생기기 마련인가 봐요.

 

유영소 : 어린이문학 쪽엔 《어린이와 문학》이라는 잡지가 있어요. 작가들이 만들고 운영하는 동인지에 가까운 비영리 잡지인데요. 출판 시장과 문학의 권력으로부터 자유롭고자 하는 책이라 정말 가난해요. 무보수로 작가들이 자기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서 매달리지만, 희한하게 또 어찌어찌 계속 운영이 되고 있어요. 이 잡지가 최근에 월간에서 계간으로 바뀌면서 응모추천제와 심사평을 폐지했어요. 그래서 기획과 실험실 꼭지를 제외한 모든 원고가 투고로 채워지죠. 물론 이러기까지 여러 의견들을 모으고 토론하는 시간들이 있었지만, 우선은 신인 기성 모두 창작자라는 관점으로 창작 자체를 고민하자는 데 마음을 모았고요, 또 하나 아까 말씀하신 기존의 문학성을 대물림하지 말자는 의도를 반영하기로 한 거죠. 사실 등단제도는 작가한테는 아주 현실적인 문제라서 이 방식도 완전하다고 볼 수는 없어요. 그렇지만 저는 이런 변화들을 의미 있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백수린 : 그러면 선별 과정이 없나요?

 

유영소 : 잡지 내부에 편집위원과 기획위원들이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는데, 이 위원들이 블라인드 처리된 원고를 읽고 실을지 여부를 결정한다고 해요. 과반 이상이 찬성하면 원고를 싣는다고 하더라고요.

 

김소연 : 1990년대에는 일반 문학에서도 계간지가 수시 투고된 원고를 선별해서 실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거의 신인상 제도로 바뀌면서 한 해에 한 번, 한 명의 수상자를 배출해요. 간혹 두 명이거나 당선자 없음일 때가 있지만요. 그런 식으로 하다 보니까 심사위원 여러 명의 합의를 거친 단 한 명의 당선자가 나오는 건데, 여기서 개성이 특출한 신인을 배출할 확률이 점점 희박해지는 거죠. 그런데 유영소 선생님께서 말씀해 주신 사례를 병행한다면, 보완적인 데뷔 시스템이 될 것 같아요. 누군가는 신인상으로 등단하고, 누군가는 시 발표와 동시에 시작 활동을 시작하고. 1등만 선호하지 않아도 되고요.

 

백다흠 : 이상적인 모델 같기는 한데요. 저도 이상적인 모델에 한해서 말씀을 드리자면, 가장 좋은 방법은 어느 정도 취향을 보장하는 지면과 제도들이 고정되어 있는 거예요.

 

김소연 : 신인 등용문에서요?

 

백다흠 : 그렇죠. 가장 큰 문제는 뽑히는 작품의 정형성 아닐까요. 문예창작과 교육도 그렇고 다른 등단 사교육도 그렇고 다 비슷비슷하게 쓰고 가르치잖아요. 그걸 깨려면 어떤 신문사 이러한 경향, 어떤 신인문학상은 저런 취향의 경향이라는 색깔들을 공고히 하는 게 이상적으로 좋지 않을까 생각해요. 이런 개성들이 계속 뿔뿔이 각개전투를 벌여야 건강하다고 생각해요. 어느 순간부터 그런 게 다 없어지고 그냥 고만고만하게 모양 좋은 신인들을 계속 뽑아 주고 배출되고 있는 것 같아요.

 

백지은 : 문학상뿐만 아니라 문예지도 그런 개성을 지켜준다면 좋겠지만, 출판사들은 그럴 의무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백다흠 : 사실은 투고자들의 보이지 않는 어떤 경향성이 있어요. 그러니까, 이것도 나쁜 일일 수도 있는데, 모 신문사 신춘문예에 모 심사위원이 계속 반복되면 투고자들은 그 심사위원이 좋아하는 소설로 조금씩 쏠리게 되어 있거든요. 예를 들면 제가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신춘문예 경향을 살펴보았는데 《동아일보》에서 꾸준히 심사를 보는 모 소설가분이 계신다고 했을 때, 투고자들의 소설이 그 소설가분의 작품의 어떤 이상한 형태로 모이는 경향이 보여요. 이거는 보이지 않는 투고자들의 경향성이라는 거죠.

 

백지은 : 그러면 같은 심사자가 계속 심사를 함으로써 가령 《동아일보》의 취향이 생긴다면 이건 또 긍정적인 효과라고도 할 수 있겠는데요. 그런데 가령 문예지 《창작과비평》의 특성이 이러저러하다는 생각으로 거기에 이러저러한 작품을 투고했지만 그런 기대와는 전혀 다른 작품이 뽑힌단 말이죠. 문예지에 자기 색깔을 가져 달라는 독자의 기대가 무너진 지는 오래되었습니다. 상업주의라고 매도하기도 어렵고요.

 

백다흠 : 네, 그렇죠. 그래서 제가 이상적인 모델을 기준으로 얘기한 겁니다.

 

 

왜 지금(에야) 우리는 이것을

 

백지은 : 지금까지 꽤 긴 시간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한 건지 안 한 건지 모르겠지만 시간은 다 갔네요. 오늘의 논의를 정리해 봐야 할 시간입니다. 그동안 관행의 폐해에 눈 감았던 작가들이 이제 재점검하고 목소리를 내는 것에서 이런 이야기들이 시작된 것일 텐데요, 이게 전면적인 계약 사회에 작가들이 적응하는 문제인 것만은 아니겠지요. 반드시 사회의 다른 질적 변동하고 맞물려서 생각해 봐야 할 지점들이 많았습니다. 아무튼 오늘 미처 못 한 이야기를 마저 나누고 정리하겠습니다.

 

백수린 : 저는 얘기를 못 한 것 중 하나가, 아까 유영소 선생님도 말씀하셨던 건데요. 젊은 신인작가들 같은 경우에는 그 등용문이 장편 공모전이든 단편 등단이든 다들 자기 작품을 알아준 것에 정말 감사하고 기뻐하고 그런 마음에 압도되잖아요. 근데 그런 마음을 출판사 같은 데서 악용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요.

 

김소연 : 그걸 무척 기쁘게 받아들이는 것도 문예창작 교육이 주입해 온 것 아닐까요.

 

백수린 : 그렇죠. 그래서 저는 거기서부터 뭔가 잘못된 어긋남이 있는 것 같아요. 저도 처음 계약해 줬을 때 너무 감사해서 그냥 그 감사한 마음에 압도되어서 계약서에 사인을 했지, 내가 이 계약서를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나에게 유리한지 아닌지 따져 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저는 작가들도 변해야 할 것 같아요. 압도될 정도로 감사한 마음을 가질 필요도 없고, 우리 개개인이 노동자로서의 권리에 대해서 생각하고 목소리를 낼 줄 알아야 한다는 의미에서요. 출판사에서도 투고자의 절박한 마음을 너무 악용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다행인 것은 그래도 점점 인식들이 많이 바뀌고 있는 것 같다는 거예요. 예를 들면 최근에 《자음과모음》의 경우, 상금이 선인세였다는 게 이슈가 됐잖아요. 《자음과모음》만 그런 게 아니지만, 젊은 습작생들과 작가들이 어떻게 상금을 선인세로 대신할 수 있냐고 항의하면서 문제가 대두된 건데 그런 걸 보면 뭔가 바뀌고 있다는 생각은 들어요.

 

김소연 : 왜 《자음과모음》만 문제가 된 거예요?

 

백수린 : 제가 알기론 《자음과모음》에서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했던 소설가가 당선작의 원고료 명목으로 상금을 준 것이 아니라, 추후 출간될 책의 선인세 명목으로 준 부분에 대해서 문제제기를 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선인세 형식으로 상금을 받은 거니까, 결국 당선작을 문예지에 실었지만 원고료는 한 푼도 지급받지 않은 셈이 된 거고, 그 점이 문제라는 이야기가 나온 것 같습니다. 저보다 더 젊은 작가들과 이야기해 보면 상금을 선인세로 대체할 수 있다는 시스템 자체를 납득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는데요. 이런 점은 인식이 확실히 달라진 부분 같아요.

 

백다흠 : 《자음과모음》 공모가 단편이에요?

 

백수린 : 단편이고, 그 단편을 싣는 첫 소설집의 선인세조로 상금이 주어지는 거예요.

 

백지은 : 백수린 선생님께서 신인작가들의 감사해 하는 마음에 대해 말씀하셨는데, 저는 좀 더 근본적으로는 우리가 그런 식의 감사한 마음을 갖지 않을 수 있는 분위기가 되어야 할 것 같아요. 등단이 아무튼 어려운 관문이어서 그런 것일 수도 있다면, 1회차 좌담에서도 다양한 플랫폼으로 문학 활동을 하는 요즘의 시도들이 어떻게 이 판을 바꾸고 있는가 하는 얘기가 나왔는데요, 아무튼 등단 혹은 작가라는 타이틀에 너무 큰 감사와 열망이 막 쏠리지 않는 분위기가 더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김소연 : 모든 문학상과 문학인에게 주어지는 혜택들에서 비등단자를 배제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지금 비등단자의 플랫폼도 꾸준히 넓어지고 독자도 두터워지고 있지만, 한국 문학의 제반 수혜들은 등단의 벽 안쪽으로만 기회와 눈길을 줍니다. 비등단자를 배제하는 단서들을 내건 문서들을 자주 접해요. '등단자에 한함'이라고 말이죠. 어떤 식으로든 동등한 예우와 경쟁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여러 혜택들이 지나치게 등단자 중심이에요.

 

백다흠 : 저는 이 문학상과 유사 공모제도의 이야기가 결국엔 불공정에 대한 이야기인가 하는 생각을 하고 왔다가, 이야기를 나눠 보니까 권력의 확산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해요. 이 문제는 정말 오래 전부터 이야기되어 왔고요. 문단 내 성폭력도 마찬가지고요. 그것도 권력에 관한 문제였고요. 미투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부분도 사실은 연관이 있는 것 같아요. 출판사가 가지고 있는 보이지 않는 권력이라는 점에서요. 그리고 그 권력 하에서 작가들이 놓치고 있는 권리, 자기 권리에 대한 문제가 아닐까 싶어요. 우리가 어떻게 하면 이 점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어떻게 하면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몇 가지 생각해 볼 것들은 출판사들이 갖고 있는 이 출판권에 대한 권력, 그리고 그것들을 공고히 하려고 하는 어떤 이상한 구조들이에요. 이런 것들을 출판협회나 문체부를 통해서 제도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또 하나는 작가들의 연대예요. 노조까지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연대는 굉장히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더 중요한 것은 독자와의 공감대 형성이에요. 사실은 이 세 가지가 함께 가야지만 어떤 변화가 분명하게 일어날 것 같고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게 좀 오래 지속되었으면 좋겠어요. 사실 우리들의 가장 큰 단점이 너무 빨리 피로함을 갖는다는 것이에요. 어쩌면 이게 가장 중요한 부분이 아닐까 싶네요. 지치거나 포기해 버리는 것 말이죠. 조금 긍정적인 부분도 있어요. 제가 얼마 전 신인인 작가와 계약 얘기를 했는데, 그 신인작가가 인터넷에서 자기 권리를 좀 찾아보고 왔어요. 자기 권리가 무엇인지, 출판사가 가진 권리는 무엇인지 알아보는 일. 정확하진 않지만 그걸 인터넷에 검색해서 저한테 확인하는 과정을 가졌는데, 저는 그게 굉장히 올바르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아, 이게 조금씩 변하고 있긴 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요. 나중에 시간이 지나면 '아, 우리 그때는 그 문제 때문에 굉장히 심각했었어.'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만큼 명확해지고 건강해지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유영소 : 말씀하신 것처럼 우리가 나눈 이야기들은 결국 권력과 구조에 대한 문제라고 생각해요. 지금은 그와 관련한 문학상과 공모전 얘기만 잠깐 했지만, 사실은 작가와 작품을 둘러싼 내외부적인 사회 인식과 관계가 그렇거든요. 그래서 저는 저작권법이나 예술인권리보장법이 개정되고 제정되었으면 해요. 『구름빵』이 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리는 중인데, 지금의 법리 해석으로는 하나부터 열까지 작가가 패소하게 되어 있어요. 2차 저작물 작성권은 물론이고 캐릭터나 배경 설정 등을 이용한 장래 창작물까지요. 이 얘기는 무기한으로, 전 지구적으로, 앞으로 개발하는 모든 기술 방식을 이용한, 포괄적 양도가 가능하니 작가더러 그것을 받아들이라는 거예요. 현재의 저작권법은 사업자 위주로 편향되어 있고, 그것에 대해 그동안 작가들이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고 아무 행동도 하지 않았으니까요. 그래서 이제 얘기하고 요구하자는 거예요. 우리의 요구는 가난한 작가를 보호해 달라는 게 아니에요. 특별대우가 아니라 불공정을 수정하고 공정하게 하자는 거죠. 그래서 저는 아까 연대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하셨는데, 연대 정도 해서는 안 바뀐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일동 웃음) 조합이나 노조쯤 되어야 상대가 대화를 하러 나와요. 연대 정도 해서는 아예 대화가 어려워요. 상대가 어떠냐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공고한 권력을 이제는 확산할 만하다 한 구조에 무뎌져 있다면 더욱 그렇겠죠. 저희가 여태까지 부딪쳐 본 결과로는 그런 것 같아요. 또 하나 말씀드리고 싶은 건 국가의 지원 분야인데 최근에 디지털 콘텐츠 산업을 장려하고 거기에 지원을 많이 하더라고요. 저도 그쪽이 좀 더 이익이 나는 분야라는 건 알아요. 그런데 디지털 콘텐츠 산업은 어떻게 시작하는 걸까 생각해 보면 결국 그 씨앗은 기초예술이거든요. 그 기초예술을 무시할 때 과연 어떤 콘텐츠가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요? 저는 건강한 시장을 가진 사회일수록 시장의 질서와 시장의 편에서 보지 않는 눈을 갖고 있다고 생각해요. 문학은 어쩌면 그 눈을 가장 끝까지 지키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장이거든요. 그런데 작가도 밥은 먹어야 지키죠. 이슬만 먹고는 그 눈을 못 지켜요. 기초예술 지원의 중요성을 다른 누구보다 국가가 먼저 인식하고, 사회적인 합의를 이끌어 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김소연 : 말하려고 했지만 생각이 정리가 덜 되어서 미처 못 한 이야기도 있고, 말을 하면서 내내 아픈 부위를 들춰 보는 듯해 괴로움이 밀려옵니다. 여태껏 그래 왔던 것처럼 특집 좌담으로 끝날까 봐 염려도 크고요. 이번엔 정말 개선되길 희망해 봅니다. 예술인권리보장법이 꼭 제정돼야 합니다.

 

백지은 : 말씀 감사합니다. 아동문학 쪽은 저희가 몰랐던 부분도 많았는데, 오늘 여러 사례들을 많이 얘기해 주셔서 알게 된 것도 많았고요. 마지막에 해주신 말씀, 시장의 편에서 보지 않는 눈에 대한 강조가 더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이 문제는 확실히 오늘날 권력 이동 및 확산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일 수도 있는 것이, 권력 확산은 민주화만 의미하는 게 아니라 상업주의와도 맞물려 있으니까요. 그럼에도 상업적으로만 접근해서는 안 되는 요소들이 여전히 있으니, 오늘 우리의 논의에도 잘 풀리지 않는 딜레마 같은 것이 없지 않았던 것 같아요. 어떻게 하면 나의 노동은 노동대로, 나의 예술은 예술대로 같이 지키면서 여러 개의 눈을 동시에 작동시켜서 이 문제를 잘 풀어 갈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하게 만든 자리였습니다. 선생님들 말씀 고맙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일동 박수)

 

〈폐회〉

 

 

 

 

 

 

 

 

 

 

 

 

 

 

 

사회자 / 백지은

2007년 《세계의 문학》 신인상으로 비평 활동을 시작했다.
지은 책으로 『독자 시점』 등이 있다.

 

참여자 / 김소연

1993년 계간 《현대시사상》으로 등단.
시집 『극에 달하다』, 『빛들의 피곤이 밤을 끌어당긴다』, 『눈물이라는 뼈』, 『수학자의 아침』, 『i에게』를 출간. 노작문학상, 현대문학상, 육사시문학상, 현대시작품상 수상.

 

참여자 / 백다흠

《악스트》 편집장

 

참여자 / 백수린

2011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소설집 『폴링 인 폴』, 『참담한 빛』, 중편소설 『친애하고, 친애하는』, 짧은소설집 『오늘 밤은 사라지지 말아요』 를 출간했다.

 

참여자 / 유영소

1998년 제6회 MBC 창작동화대상 단편 부문 「용서해 주는 의자」로 등단 「우리 할머니 아기 별」로 아동문예문학상 수상했다. 지은책으로 『할머니랑 달강달강』 『알파벳 벌레가 스멀스멀』『겨울 해바라기』 『행복빌라 미녀 사총사』 등 다수가 있다.

 

 

   《문장웹진 2020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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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쾌의 여정

[에세이] 책쾌의 여정 우당탕탕 독립출판 북페어 기획자 도전기 임주아 뜻밖의 부재중 이름이 폰에 떠 있었다. 도서관에서 근무하는 S 팀장이었다. ‘이 시간에 무슨 일이지?’ 일로 만난 공무원이 퇴근 시간을 넘어 전화 문자 콤보로 연락했다는 건 모종의 긴급 상황 아닌가 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어딘가 다급해보이는 목소리였다. “헉 제가요?” 요지는 전주에서 처음 독립출판박람회를 여는데 내가 총괄 기획을 맡아줬으면 한다는 것이었다. 시기는 6~7월이라 했다. “오늘이 벌써 3월 7일인······” 기간도 기간이지만 독립출판 전문가도 아닌 내가 총대를 메는 게 맞는지 주제 파악에 나섰다. 그러자 팀장은 전주에서 책방을 운영하는 동료와 팀을 꾸리면 어떻겠냐며 인건비도 한번 생각해보라고 했다. 당황스러우면서도 눈에 광이 돌았다. 단기간에 아이디어를 짜고 사람 모으고 경주마처럼 내달리는 일은 내 주특기 아니던가. 그렇게 살아온 임시변통스러운 삶에 드디어 어떤 보상이 따르려나. 함께할 내 기쁜 동료는 누구인가. 기획자 동료 구하기 첫 타깃은 전주에서 10년 가까이 독립출판 전문책방을 운영중인 뚝심의 M이었다. 그의 책방 인스타그램 프로필에는 ‘기성으로 출간된 도서는 입고를 받지 않습니다’라는 문구가 단호하게 적혀 있다. 설사 혈육이 역사에 남을 명저를 썼다 하더라도 독립출판이 아니면 가차 없이 거절 메일을 전송하고야 말 꼿꼿함이었다. 그런 M의 책방에는 개인이 스스로 쓰고 만든 각양각색의 독립출판물이 대거 진열되어 있는데 그 큐레이션된 목록에는 웰메이드 작품인 ‘책방을 꾸리는 중입니다’라는 에세이도 있다. 화학공학과를 나온 공대생이 어쩌다 모교 대학로의 한 건물 지하에서 책방을 시작해 지금 모습에 이르게 됐다는 애환 서사가 담긴 책이다. 그는 그 책을 들고 전국을 쏘다니며 독자를 만났다. 주6일 책방 문을 여는 그가 문 닫는 날엔 어김없이 북페어 현장에 가 있었으니까. 캐리어를 끌고 고속버스를 타고 기꺼이 책 보부상으로 분해온 그는 힘들다 힘들다 해도 매년 매회 출전을 멈추지 않았다. 전주에서 오로지 독립출판만을 다루는 책방 주인은 M이 유일해서 대표성도 남다른 터다. 때문에 함께 하자는 내 제안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 그의 눈높이도 짐작이 간다. 일찍이 S 팀장이 독립출판박람회 관련 자문을 구하고 싶다고 여러 번 M의 책방을 찾았으나 그는 ‘박람회’라는 명칭부터 맞지 않다고 생각해 소통에 소극적이었던 것이다. 특히 독립출판 행사는 스스로 책을 낸 제작자나 책방 운영자들이 자발적으로 시작해 열리는데 전주에선 도서‘관’ 주도로 만들어질 행사라 생각하니 최대한 피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럴수록 나는 M이 적극적으로 합류해 의견을 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잘되면 그가 책방 꾸리는 일에도 전환점이 올 거라

  • 관리자
  • 2024-05-01
도깨비 이야기

[에세이] 도깨비 이야기 한정현 최근 친구의 부탁으로 점집에 동행한 적이 있었다. 사실 무속에 대해선 알면 알수록 이건 민속 문화의 하나이지, 미래를 알려주는 예언과는 거리가 멀다는 생각이 든다. 주변에서 무속 때문에 큰 피해를 본 경우도 있어서 나같은 경우는 사실 이제 거의 점괘를 안 믿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번 경우는 친구가 갓 신내림 받은 애동이라기에 나 또한 어디 구경이나 한 번 해보자 하는 생각에 따라가겠다고 했다. 문화로서의 무속은 여전히 관심거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옆에서 들어보니 그 영검하다던 무속인의 점사는 무척 일반적인 내용이었다. ‘어깨가 아프지 않느냐’ ‘밤에 늦게 자지 않느냐’ ‘두통이 가끔 오지 않느냐’ 오랜 시간 책상에 앉아 있는 친구의 직업상 대부분 추측 가능한 증상이었다. 게다가 친구는 불면증도 없고 두통도 없다는 거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순간 친구는 자신이 혹시 두통이 있는 걸까? 이런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마치 도깨비에 홀린 것처럼 그 말에 순간 따라가고 있더란다. 하긴 나도 그 당사자가 되면 순간 나도 모르게 내가 그런 건 아닐까? 싶기도 할 것 같다. 말 그대로 이런 걸 보고 도깨비에 홀린다고 하나 보다. 다행히 친구는 도깨비에 홀려 도깨비가 되기 전에 그곳을 빠져나왔다. 그런데 이후 나는 왜인지 내내 도깨비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살면서 도깨비 만나기 사실 어렵지 않군, 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말이다. 사실 어릴 땐 도깨비 이야기를 많이 들었던 것 같다. 아무래도 큰 산을 끼고 있는 작은 시골마을에서 나고 자라다 보니 자연스레 온갖 민간 신들의 이야기를 듣게 되면서인 것 같다. 흔히 도깨비와 저승사자는 이길 수 없고 오로지 속일 수만 있다고들 한다. 그들이 그만큼 무서운 존재라는 것인데 특히 도깨비에 대해서는······. 얼마 전 영화 〈파묘〉에서도 나왔지만, 도깨비들은 주로 안 쓰는 물건에 혼이 깃들어 만들어지는 귀신이다. 이후엔 도깨비가 그 사물을 대신하여 그 자체가 되어버리기 때문에 일반적인 혼령하고는 아주 다른 무시무시한 존재가 되어버린다고 한다. 한데 찾아보니 이 험상궂은 도깨비는 사실 일제강점기 이후 도입된 ‘일본식 도깨비’ 이야기가 일부 섞여 있다고 한다. 대표적으로 혹부리 영감이 그러한데, 우리가 알고 있는 혹부리 영감에서는 영감이 부러 도깨비를 속여 혹을 떼지만 이것은 일제강점기 때 일본이 만들어낸 이야기라고 한다. 원래 한국 전래동화에서는 도깨비가 그리 나쁜 존재로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영감과 같이 어울려 놀던 도깨비들이 서로의 교감을 통해 친밀해진 후 먼저 나서서 영감의 혹을 떼준다는 이야기라고 한다. 생각해 보면 혼령이 물건에 깃들어 만들어진 것이 도깨비라고 한다면 무슨 혼령이냐에 따라 좋은 도깨비가 될 수도 있고 나쁜 도깨비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내가 이십 년 가까이 이고지고 다니

  • 관리자
  • 2024-05-01
어떤 기준

[에세이] 어떤 기준 전석순 “그래도 꽃은 잊지도 않고 제때제때 피네.” 예년보다 개화가 늦어지던 해였다. 어머니는 작년 봄 집 근처 공원에서 찍은 사진을 살펴보며 분명 이번 주쯤에는 피었어야 했다고 중얼거렸다. 이어서 괜히 달력을 들춰 보며 오늘 날짜를 확인했다. 사진 속 날짜와 일치했지만 어째선지 올해는 아직 봉오리조차 불거지지 않았다. 왠지 노크라도 해봐야 하는 게 아닌가 싶었다. 뭐 잊은 거 없냐고. 어디선가 계절을 알려주는 나무는 계절관측목이라고 부른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개나리, 진달래, 매화, 벚꽃 같은. 이 기준에 따르면 아직 봄이 오지 않은 셈이었다. 옆에서 발톱을 깎던 아버지는 아마 까먹은 거 같다고 말하며 히죽였다. 사람도 깜빡깜빡하는데 꽃이라고 다를 게 있겠냐면서. 심드렁하게 이어지는 목소리에 어머니는 아버지를 슬쩍 흘겨봤다. 안 그래도 요새 외출하고 집에 들어올 때 수선 맡긴 바지를 찾아와야 한다거나 식초와 긴장이 떨어졌다는 사실을 더러 잊었던 일이 떠올랐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도 있는 일이었지만 어머니는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닌 눈치였다. 몇 번쯤 길을 걷다가도 순간순간 또 뭔갈 잊고 지나쳐 버린 건 없는지 따져 보는 것 같았다. 한참 골몰하다가 겨우 친목회 회비 날짜를 기억해 낼 때도 있었다. 그때부터 사소한 거라도 핸드폰에 따로 메모를 해두고 수시로 빠뜨린 건 없는지 살펴봤다. 요가 교실 수업 신청 날짜나 관리비 납부 마감일과 함께 수리기사 방문 일정까지. 고개를 들다 어머니와 눈이 마주친 아버지는 돌아앉으며 우물댔다. “한 해쯤 그냥 지나가면 뭐 어때서.” 아버지의 생각과는 달리 뉴스에서는 연일 전국 봄꽃 개화 예상 일정을 내보내며 전문가까지 나와 늦어진 원인을 분석했다. 동네 사람들은 환경오염을 들먹이며 사나워진 날씨 탓에 종잡을 수 없는 계절 때문일 거라고 입을 모았다. 꽃도 계절을 헷갈리는 거라고. 개중에는 진짜 꽃이 피지도 않고 봄이 지나가는 게 아닐지 염려하는 이도 많았다. 어머니도 그중 하나였다. 나중에는 꽃을 향해 잊을 것 같으면 알람을 맞춰 두거나 메모하는 습관을 기르라고 조언해 줄 기세였다. 어머니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앞산을 내다보고 매일 지나다니던 화단과 공원을 천천히 돌아봤다. 더러 까치발까지 하고선 주변을 휘둘러보기도 했다. 혹시 진즉 만개한 꽃을 놓친 게 아닌가 싶은 듯했다. 처음에는 조금 서운한 기색이더니 나중에는 아예 울상이 되었다. 어느새 나도 거리를 돌아다니면서 꽃이 필 기미가 보이는지 기웃거렸다. 언뜻 봉오리라도 보이면 사진을 찍어 바로 보내드리려 했지만 좀처럼 찾아볼 수 없었다. 바람까지 서늘하니 날짜와는 상관없이 정말 봄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이러다가 봄을 건너뛰고 곧바로 여름이 되는 게 아닐까,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그즈음 제법 많은 양의 봄비가 내리더니 하루 사이에 기온이 크게 올랐다. 곧 지천으로 사방이 꽃이었다. 지난해 유난히 다닥다닥 모여 있

  • 관리자
  • 2024-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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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건

  • 김유원

    백다흠씨, 백수린작가의 출판사관련 발언을 듣고 무슨 생각을 하셨는지요? 마음이 '아주' 불편해집니다.

    • 2021-01-19 15:17:58
    김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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