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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서솔 - 담배와 새치[에세이] 담배와 새치 서솔 S#1. 아파트 앞의 오피스텔 화단 멍하게 앉아 있던 여자. 무언가 떠오른 듯 가방을 뒤진다. 가방 앞주머니에서 빨간색 말보로 담배와 라이터를 꺼낸다. 여자는 머뭇거리며 담배 한 개비를 꺼내 손에 쥐어 보지만 불을 붙일 용기는 없다. 한참을 머뭇거리던 여자는 담배를 구겨 가방에 넣는다. 부러진 담배에서 재가 쏟아진다. 스무 살, 나는 이모 집에 얹혀살았다. 그곳에 들어가자마자 받았던 가장 큰 충격은 발바닥을 뜨겁게 데우는 화장실 대리석의 온기였다. 화장실 바닥에 보일러가 들어올 수 있구나. 그것은 ‘폐업’ 종이가 붙어 있는 단골 카페를 마주한 것처럼 하루아침에 세상이 바뀌는 사건이었다. 방배동의 방 네 개짜리 브랜드 아파트에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몸속까지 가닿는 훈기가 있었다. 그러나 그 시절 내 마음에는 야멸찬 비바람만이 몰아쳤다. 흔쾌히 방을 내준 이모가 지금 듣는다면 뒤통수가 얼얼한 이야기일지도 모르겠지만 그 무렵 나는 어떻게든 집에 늦게 들어가기 위해 아파트 주변을 배회했다. 야심한 시각에 일어나는 술자리에 굳이 참석한다든지, 카페베네에 앉아 고등학교 친구들에게 시시한 문자를 보내곤 했다. 이모와 이모부가 잠든 사이 들어가는 것이 하루를 끝마치는 일과였다. ‘이모에게 빚을 지고 있다’라는 빚쟁이의 감각은 해가 지면 더욱 선명해졌다. 선명해질수록 무거워지는 감각은 나를 언제나 주눅 들게 했다. 등록금이 너무 비싼 예술대학에 입학한 것은, 아무래도 그 시절 나에게 큰 짐이었다. 아직 두 살 터울의 언니가 졸업하지 않은 시점. 먼저 미대에 진학한 언니를 따라 덩달아 영화과에 진학한 나는 나의 선택이 우리 집의 기둥을 뽑아 먹을까 봐 입학 전부터 전전긍긍했다. 그러면 조금 눈을 낮춰 장학금을 받은 학교에 진학했어도 됐다. 그러나 나라는 인간은 선뜻 욕심과 타협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결국 타협보다는 욕망을 선택한 나는, 그때부터 대가를 치러야 했다. 수능이 끝난 친구들이 하릴없이 시간을 죽일 때, 엄마 친구 딸들의 집을 전전하며 영어 과외를 했다. 그렇게 ’입학하면서 용돈을 받지 않은 나’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고 이모 집으로 들어갔다. 내방역 3번 출구에서 나와 언덕에 있던 아파트로 올라가던 길. 하늘에 보이지 않는 별을 억지로 찾던 의미 없는 행동은 발걸음을 늦추기에 제격이었다. 서울의 밤은 언제나 칠흑같았다. 이렇게 진행되는 에세이는 무릇, 그 시절 내가 겪었던 슬픈 사연이 등장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그 얘기를 하려는 건 아니다. 에세이 주제로 전달받은 ‘스무 살’ 키워드에서 떠올랐던 건, ‘스무 살의 내가 지녔던 비대한 자아’뿐이었다. 당시 나를 구성하고 있는 여러 가지 자아 중, 내가 가장 중요하게 지녔던 것은 ‘나 때문에 엄마 아빠가 너무 고생할 것‘이라는 명제였다. 거기서 오는 자기연민과 우울에는 세상의 중심이 나의 우울함
작성일 2025-08-01 댓글수 4상세보기 -
기획 [공개인터뷰 나는 왜_황정은 소설가편]나는 왜 서사에 리듬을 입히는가?
연속기획 공개인터뷰 _ 나는 왜?(제8회) 나는 왜 서사에 리듬을 입히는가? - 소설가 황정은 편 정리 : 강지혜(시인) 한 번 손을 대면 좀처럼 끊을 수 없는 소설이 있습니다. 길이는 별로 중요치 않습니다. 짧거나, 길거나 일단 첫 페이지를 펼치는 순간. 기묘하지만 아름답고, 그리고 힘찬. 그 리듬에 우리는 몸을 맡기게 됩니다. 리듬은 억지로 만든다고 해서 쉽게 생성되는 것이 아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어딘가에서, 누군가로부터 퍼진 박동 같은 것이 우리의 어떤 부위를 톡톡톡 건들이면서부터, 아주 자연스럽게 시작되는 것이죠. 오늘은 최근 『계속해보겠습니다』라는 장편소설을 출간한 황정은 작가와 함께 소설의 리듬을 타볼까 합니다. 자 그럼, 시작해보겠습니다. 가장 하고 싶은 게 소설쓰기였으니까 ▶ 오창은(이하 오) : 원래 이 인터뷰는 딱 10명만 모시는 행사인데요. 오늘은 10명보다 훨씬 많은 분들이 참가해주셨습니다. 그만큼 황정은 작가에 대한 여러분의 관심이 대단하다는 것을 잘 알 수 있네요. 황정은 작가님 인사 부탁드립니다. ▶ 황정은(이하 황) : 반갑습니다. ▶ 오 : ‘나는 왜’ 공개인터뷰는 여기 앉아계신 분들과 작가와 매우 밀착된 대화의 시간을 갖는 프로그램입니다. 그래서 참여 독자가 10명이라는 것을 강조했는데요. 오늘 거의 30여명이 오셨습니다. 보다 많은 대화의 기회가 더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황 작가님, 2005년 등단하셨는데요. 일반적으로 등단하기가 쉽지 않다고 얘기하잖아요. 등단 즈음에 상황을 기억하시나요? 당시에는 어떤 마음이었나요? ▶ 황 : 저는 등단하기 전에 ‘소설을 쓰겠다’고 생각한 기간이 그다지 길지 않았고요. 건강이 좋지 않아서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었는데 건강해지고 나니 뭐든 배우고 싶더라고요. 내신 성적이 좋지 않아서 실기 비율이 높은 과목을 찾아보았고 그게 글쓰기였어요. 등단한 해엔 어떤 회사에서 1년째 일하고 있었는데 1년 내내 읽지도 쓰지도 못하고 지냈어요. 이러다가는 아무것도 못 쓰겠다는 생각을 자주 했고 신춘문예 마감을 40일 정도 앞둔 때 회사를 그만두고 단편을 썼어요. ▶ 오 : 그렇다면 왜 ‘소설을 쓰지 못하면 안 되겠다’ 생각하셨고, 왜 ‘소설’을 선택해야 했는지 궁금해지는데요. 40일 동안 집중적인 시간을 투자했을 만큼 절박했던 이유가 무엇이었을까요? ▶ 황 : 가장 하고 싶은 게 소설쓰기였으니까. 저는 출퇴근하며 소설 쓰는 게 잘 되지 않더라고요. 쓰고 싶은데 쓸 수 없으니까 바쁘지 않을 때는 근무 중에 멍하니 키보드를 두드렸어요. 아무런 의미도 없는 문장을 엄청나게 빠른 타수로. 나중에 들으니까 “쟤는 매일 뭘 저렇게 열심히 쓰고 있는 거야? 타자할 게 그렇게 많아?” 그런 불평이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풉풉풉풉, 천진난만하게 쓴다는 것 ▶ 오
작성일 2014-12-08 댓글수 0상세보기 -
기획 김경욱 - 맥도날드 사수 대작전
십년감수(十年感秀)_소설 맥도날드 사수 대작전 김경욱 평양의 맥도날드 매장에 어젯밤 원인 모를 화재가 발생했다. 폐점시간에 벌어진 일이라 인명 피해는 없었다. 여러 정황으로 미루어볼 때 누전 때문일 공산이 크지만 화재의 정확한 원인은 감식반의 조사 결과가 나와야 알 수 있으며 지난주 개성의 맥도날드 매장에 발생한 화재와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확인된 바 없다는 것이 소방당국의 공식입장이다. 내가 스무 살이 되던 해 봄, 세상은 뭔가를 지키기 위해 분주했다. 누군가는 투기성 외국자본으로부터 경영권을 지켜야 했고 누군가는 만연한 학원폭력으로부터 자식을 지켜야 했고 누군가는 신자유주의의 칼바람으로부터 생존권을 지켜야 했고 또 누군가는 백 년 만의 폭설로부터 도시의 간선도로를 지켜야 했다. 그해 봄은 지켜야 할 뭔가를 사람들에게 일방적으로 척척 안겨주었는데 우리들이 지켜야 할 것의 목록에는 심지어 ‘독도’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리하여 사람들은 우호적인 주주들을 끌어모아야 했고 학교에 감시카메라를 설치해야 한다고 목소리 높여야 했으며 생존권 사수라는 글이 박힌 머리띠를 두르고 길바닥에 드러누워야 했고 사라진 길 위에 밤새 염화칼슘을 뿌려야 했으며 무엇보다 성난 얼굴로 일본대사관 앞으로 달려가야 했다. 전쟁처럼 소란스럽고 잔인한 봄이었다. 스무 살이 되던 그해 봄, 나에게도 ‘사수’해야 할 것이 몇 개 있었다. 장래가 불투명한 남자친구의 폭발 직전인 성욕으로부터 순결을 사수해야 했고 좀체 원망의 대상을 찾을 길 없는 아버지의 실직 때문에 파탄에 직면한 가정을 돌봐야 했다. 그리고 실체가 불분명한 위협으로부터 맥도날드 매장을 지켜야 했다. 하나같이 사수하기 만만치 않은 것들이었으나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나는 그것들을 반드시 지켜내야 했다. 지켜내서 나라는 존재가 아주 쓸모없지 않다는 것을 세상에 증명해야 했으니까. 그러니 그해 봄 내가 새끼 밴 고양이처럼 독기를 품은 채 지켜내려 했던 것은 거추장스럽기도 했던 순결과 있으면 성가시고 없으면 아쉬운 가정과 하나쯤 사라진다 해도 표도 나지 않을 다국적 패스트푸드점이 아니라 안락한 미래와 교환될 수 있는 나의 ‘가치’였다. 누군가는 그것을 ‘몸값’이라 부르기도 하는 모양이다. 용돈이나 벌 요량에 파트타임으로 일하던 내가 맥도날드 매장에 매일 출근하게 된 것은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실업 때문이었다. 아버지는 그 당시 우리나라에서 두번짼가 세번짼가 큰 자동차회사에 부품을 납품하는 업체의 관리부장이었다. 나에게는 아버지의 연말성과급이 얼마인지 보너스가 있는 달이 언제인지가 중요할 뿐 그 회사가 어떤 부품을 납품하는지는 관심 밖의 일이었다. 어쨌거나 모든 일은 아버지의 회사가 생산라인을 중국으로 이전하면서 비롯됐다. 원자재 가격상승 압박 때문에 생산비를 절감할 수밖에 없는데 생산비 절감을 위해서는 공장의 중국 이전이 불가피하다고 경영진이 전격 발표했다. 중국 이전만이 유일한 대안이라
작성일 2013-03-01 댓글수 0상세보기 -
기획 2000년대 한국문학, 첫 10년을 정리한다 (1부)
[기획특집] [좌담] 2000년대 한국문학, 첫 10년을 정리한다 - 1부 - ◆ 일시_ 2010. 11. 17(수) ◆ 장소_ 예술위원회 본관 대회의실 ◆ 진행_ 복도훈(문학평론가) ◆ 참석_ 서희원, 양윤의, 이선우, 장성규(이상 문학평론가) 10년간, 작가와 작품의 경향 ▶ 복도훈___ 안녕하세요? 다들 원고 마감으로 한창 바쁘실 텐데 이렇게 대담에 참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우리가 하려고 하는 이야기는 2000년 초반부터 10년 동안의 한국소설, 그리고 그를 통한 문학의 전반적인 흐름과 경향에 대한 것들입니다. 2000년대 첫 10년 동안에 나온 한국소설과 그 경향은 이전, 곧 90년대 후반의 소설들과 변별되는 어떤 특징이 있을 것입니다. 2000년부터 2010년 사이에 나온 한국소설의 경향이나 흐름도 세분화할 수 있지만, 먼저 2000년대의 한국소설이 이전의 소설과 뚜렷하게 변별되는 특징이 있는지, 있다면 그것은 작가이거나 작품이거나 경향이거나 논쟁들이고 또 무엇 무엇일 텐데, 한 분씩 편하게 이야기하면서 자연스럽게 대담을 시작했으면 좋겠습니다. ▶ 서희원___ 『문예연감』에서 작품목록이라도 뽑아 놓을 걸 그랬나 봐요. (웃음) 작품목록을 뽑아 놓고 보면 대충 감이 잡히잖아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2000년대 초반이라고 하니까 대단히 먼 것처럼 느껴지네요. ▶ 이선우___ 네. 2000년이면 사실 10년 전이니까요. 그래서인지 2010년에 문학 좌담을 하면, 실제로는 2000년대 중·후반부터 논의되는 것 같아요. 물론 그건 단지 시간적 거리 때문만은 아닐 겁니다. 1997년, 그러니까 IMF 외환위기 이후에서 2000년대 중반까지 어느 정도 일관된 흐름이 있었던 것 같고, 그 이후부터는 좀 다른 흐름이 있었던 것 같거든요. 2000년대 문학을 정리할 때 중·후반 이후의 흐름을 가지고 이야기해야 할지, 1990년대의 연장선에서 2000년대 초반부터 이야기해야 할지가 문제인데……. 10년 단위의 문제점이 여기서 나타나는 것 같네요. ▶ 서희원___ 대담을 시작하기 전에 고봉준 평론가가 “리얼리즘 모더니즘 논쟁이 2000년대 초반에 있었다”라고 이야기할 때 그 순간이 아득히 먼 옛날처럼 느껴졌습니다. 지금은 그런 논쟁을 거의 안하지 않나요? ▶ 이선우___ 그런가요? 물론 예전처럼 그렇게 기계적으로 이분화하지는 않지요. ▶ 서희원___ 비평이 많이 유연해진 부분도 있고, 또 그 사이에 그 이분법이 그다지 큰 효용이 없다는 것이 밝혀진 것 같기도 하고요. ▶ 이선우___ 그런데 리얼리즘·모더니즘 논쟁과는 다소 다르지만, 순수·참여 논쟁의 새로운 버전이 최근 다시 문단을 달구지 않았나요? 분명 다른 것인데도 불구하고 같은 방식으로 반복되는 경향이 없지 않아 있었고, 그래서인지 최근에는 60년대가 소환된다는 느낌을 많이 받아요. ▶ 양윤의___ 그런 논쟁의 지점이라면 2005년 이후 비평 담론 안에서
작성일 2010-12-10 댓글수 0상세보기 -
기획 [공개인터뷰 나는 왜_성동혁 시인편] 최저음부의 풍경을 그리는 소년 사도
연속기획 공개인터뷰 _ 나는 왜?(제9회) 최저음부의 풍경을 그리는 소년 사도 - 시인 성동혁 편 정리 : 안희연(시인) 내가 아는 동혁은 살갑고 밝은 사람이다. 늘 뒤에서 살뜰하게 사람을 챙기고, 분위기를 환하게 만들기 위해 자주 농담을 던지는 사람. 혼자 밥 먹기 싫다며 자주 외로움을 호소하지만 실은 모든 이들의 “옆집”(「나 너희 옆집 살아」)에 기거하며 늘 주변을 돌보는 사람. 만날 땐 그 시간에 최선을 다하고 귀가 후에는 어김없이 잘 들어갔느냐는 문자를 잊지 않는 사람. 나는 그의 다정함을 참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가끔은 그런 그가 애틋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가 다섯 번의 큰 수술을 받고 여섯 번째 목숨을 살고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꽤 쌀쌀했던 12월의 두 번째 수요일, 동혁은 ‘카페라떼’ 한 잔을 앞에 두고 편안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러니까 그것은 그가 생각하고 경험하고 노래한 최저음부의 풍경들. 그 첫 이야기는 그가 병실을 나서며 바람을 맞는 순간으로부터 시작된다. 병실을 나서며 ▶ 이영주(이하 이) : 문장 웹진》 연속기획 공개인터뷰 [나는 왜], 어느덧 올해의 마지막 행사군요. 아마도 오늘은 [나는 왜] 사상 동료 시인들이 가장 많이 온 인터뷰가 아닐까 싶은데요, 우선 오늘의 주인공인 성동혁 시인의 프로필을 간단히 소개해 드릴게요. 성동혁 시인은 1985년 서울에서 태어났고, 2011년 《세계의 문학》 신인상으로 등단, 시집으로 『6』(민음사, 2014)이 있습니다. [나는 왜]에서 꼭 한 번 모시고 싶은 분이었는데 마침 시집이 나와서 기쁜 마음으로 초대했어요. ▶ 성동혁(이하 성) : 네, 감사합니다. 조금 어색하기도 하네요. ▶ 이 : 그 어색함을 좀 누그러뜨리고자 [나는 왜] 공식 질문으로 인터뷰를 시작해 볼게요. 성동혁 시인을 문학의 길로 인도한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는지, 어떻게 시를 쓰시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 성 : 왜 시를 쓰게 됐는지, 어떤 계기가 있었냐는 질문을 받을 때가 있는데, 저는 사실 특정 시인을 동경했다거나 어떤 작품을 보고 시인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한 적은 없었어요. 독서도 조금 늦게, 고등학교 때 시작을 했고요. 글을 처음 쓰기 시작한 것도 고등학교 2, 3학년 때 교내 독후감 대회 같은 델 나가면서부터였어요. 사실 제가 글을 쓰기 시작한 이유는 건강상의 이유가 컸어요. 활동적인, 신체적인 운동을 하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으니까, 대신 정신의 운동을 했던 거죠. 글을 쓰는 일은 제게 레저와 같은 것이었어요. 제 몸이랑 잘 맞았거든요. ▶ 이 : 신체적인 운동이 안 되어서 정신적인 운동을 할 수밖에 없었고 그래서 문학에 입문하게 되었다는 말씀이군요. 지금껏 한 번도 들어 보지 못한 대답이라 아주 신선하네요. 오늘 뭔가 인터뷰가 재미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드는데요. 아무쪼록 우리가 시집을 읽다 보면 그 시인의 현재 상태
작성일 2015-01-01 댓글수 2상세보기 -
기획 연속좌담 : Ⅰ 문예지 원고청탁 및 작품발표 과정
[기획특집/좌담] 본 연속 좌담은 고착화된 문단권력과 창작자의 불평등 문제, 관행화된 불공정 거래 문제에 대한 반발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 따라, 현황 진단 및 개선 과제 도출을 목적으로 기획되었다. ㅇ 회차별 주제 – (1차) 문예지 원고청탁 및 작품 발표 과정 – (2차) 문학상과 유사 공모제도 참여 과정 – (3차) 작품집 발간과 계약 등 출판 과정 – (4차) 신진의 시선으로 2020년 예술위 현장소통소위원회·문장웹진 공동기획 연속좌담 :Ⅰ 문예지 원고청탁 및 작품발표 과정 - 저작권과 원고료 문제 – 창작자의 입장에서 - 매체(플랫폼)의 권력 - 원고청탁의 과정, 작가의 자기 결정권 - 문단 내에서의 미투(Me Too) 문제 - 문예지의 상징권력과 지원사업 - 새로운 플랫폼의 형성 사회 : 정여울(작가)좌담 : 권창섭(시인), 김덕희(소설가), 이성미(시인), 정용준(소설가) □ 좌담 내용 〈개회〉 정여울 : 올해 초 이상문학상 사태 이후로 촉발된 창작자의 저작권을 비롯한 전반적인 예술인의 권리 문제를 논의해 보는 자리를 마련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좌담을 통해 더 많은 공론장에서 창작자의 권리와 문단 안에서의 '미투me too' 같은 심각한 문제들이 제대로 공론화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공론화에 발맞추어 제도적인 개선이 확실히 이루어져야, 끊임없이 토론은 하지만 실제로 상황은 나아지지 않음으로써 창작자들이 지쳐버리게 되는 상황을 막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김금희 작가, 최은영 작가, 이기호 작가의 이상문학상 수상 거부, 그리고 윤이형 작가의 절필 선언 이후 창작자의 권리 문제에 대한 공론화는 문단과 언론을 통해 많이 이루어졌습니다. 하지만 출판사 대표들이나 문예지의 대표들은 여전히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끊임없이 '출판계가 어렵다, 문예지가 어렵다'면서 사태의 본질을 흐리고, 문예지 대표들은 원고료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음으로써 창작자들의 사기를 심각하게 떨어트리고 '글을 써서는 도저히 먹고살 수 없다'는 모멸감을 느끼도록 하는 현실이 바뀌지 않고 있습니다. 첫 번째로 이상문학상 사태로 불거진 저작권 문제와 원고청탁 및 발표 과정의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해서 자유롭게 얘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먼저 말씀을 드리면, 저는 올해로 등단한 지 17년째인데, 저뿐만 아니라 주변 문인들도 잡지사나 문예지로부터 원고료를 못 받은 적도 있고, 또 원고료가 아예 오르지 않은 곳이 대부분이라고 합니다. 그나마 원고료가 오른 곳은 언론사들이에요. 언론사에 기고하는 칼럼의 고료는 올랐거든요. 그런데 문예지를 비롯한 문단 내의 원고료는 거의 오른 것 같지 않더라고요.또 하나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창작자로서의 자유가 완전히 보장되지 않는 거였어요. 며칠 전에도 겪었던 일인데요. 서울시에서 만드는 잡지였어요. 그런데 원고 수정을 계속 요구하더라고요. 작가의 글은 '홍보물'이 아니라 엄연히 자유로운
작성일 2020-06-01 댓글수 0상세보기 -
기획 김소월 「왕십리」를 다시 읽는다
장철문 이태 전인가, 약속이 있어서 왕십리역에 간 적 있다. 상대가 조금 늦겠다고 해서 지하철역 근처를 무료하게 서성거렸다. 소월의 흉상을 발견한 것은 우연이었다. 그 뒤쪽에는 발표 당시의 옛투로 「왕십리」가 새겨진 시비가 서 있었다. 잘되었다 싶어 느긋한 마음으로 시를 읽는데, 처음 읽은 것도 아니련만, 새삼스레 충격으로 다가왔다. 배우는 사람으로서의 의무감이 전혀 없이, 무연하게 바라본 그 시는 가슴을 흥분으로 뛰게 했다. 아무리 반복해서 읽어도 질리지 않는 첫연의 리듬감, 그 유장한 리듬감은 시어를 해석하려는 충동을 번번히 밀어내곤 했다. 그리고 그 강력한 리듬 뒤에 가려진 모호한 의미와 극적 전환들은 적잖은 시간 시를 읽고 써온 나를 당혹케 했다. 연과 연 사이의 비약적인 거리는 자칫 발이 빠질지도 모르는 도랑을 건너뛰는 현기증마저 느끼게 했다. 그런데 그 두 둔덕 사이의 간극은 유연한 리듬에 의해 천연덕스럽게 이어졌다. 모호한 의미는 그대로 젖혀두고라도 그 리듬은 강력한 정서적 울림을 가지고 밀려왔다. 에밀 슈타이거가 “시인은 음악적인 것에 우선권을 주고 싶어하는 존재”라고 한 것을 나는 나중에야 읽었다. 그때 나는 소음에 속수무책으로 노출된 도시 한복판에서 비 올 바람을 흠뻑 머금은 벌판 바람에 휩싸인 느낌이었다. 그 바람의 실체는 ‘님의 부재’로 인한 비애에 불가항력적으로 노출된 화자의 정감 그것이었다. 비가 온다 오누나 오는비는 올지라도 한닷새 왓으면죠치. 여드래 스무날엔 온다고 하고 초하로 朔望이면 간다고햇지. 가도가도 往十里 비가오네. 웬걸, 저새야 울냐거든 往十里건너가서 울어나다고, 비마자 나른해서 벌새가 운다. 天安에삼거리 실버들도 촉촉히저젓서 느러젓다데. 비가와도 한닷새 왓스면죠치. 구름도 山마루에 걸녀서 운다. 1925년 시집 『진달래꽃』에 수록된 전문이다. 이 시는 1923년 『新天地』에 처음 발표되었다. 당시에는 제목 옆에 “(民謠詩)”라고 병기되어 있었으며, 3연 3행의 쉼표가 마침표로 되어 있었다. 그때 이후로 「왕십리」는 그 유려한 리듬으로 나를 자주 찾아왔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이 시의 해석을 둘러싸고 소장학자들간에 한차례 논쟁이 있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정끝별 1998’ ‘김점용’에 그 과정이 소상히 밝혀져 있다. 人名에 관련한 書誌는 ‘참고자료’란에 밝힌다). 이 기회에 나는, 그때의 충격으로 내 나름대로 여러 차례 곱씹어보고 또 기왕의 연구와 논쟁들을 훑어본 기억을 살려 기존과 달리, 새롭게 읽어보려고 한다. 리듬은 어디에서 오는가? 그동안 첫 연의 기본형 ‘오다’의 반복에 의한 리듬에 대해서는 7?5조의 변격이라거나 3?4, 4?4와 같은 민요조 음수율과 더불어 여러 차례 언급되어왔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단 네 행으로 이루어진 한 연에서 무려 다섯 번이나 ‘오다’가 반복되면서도 말이 낭비되었다
작성일 2006-02-22 댓글수 0상세보기 -
기획 우리 모두의 힘
[2012년 장르소설 특집] 우리 모두의 힘 듀나 1. 서화영이 담임을 따라 교실 안으로 들어왔을 때, 지희를 포함한 2학년 D반 아이들은 모두 피부에 정전기가 스치고 지나가는 것과 같은 짜릿한 감각을 느꼈다. 처음에 아이들은 자기네들이 새 전학생의 외모에 반응했다고 생각했다. 화영은 인상적인 외모의 아이였다. 예쁘다기보다는 잘생긴 편이었고, 날카롭게 날이 선 얼굴은 거의 인공적이었지만, 성형수술의 결과물보다는 모델의 개성을 강조한 조각품 같은 인상을 주었다. 키가 특별히 크지는 않았지만 깡마르고 긴 팔다리 때문에 후리후리해 보였다. 보고 신기해하거나 감탄할 수는 있지만 굳이 닮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는 그런 외모였다. 담임의 맥없는 소개가 끝나자, 화영은 지희 옆자리로 가 앉았다. 한 달 전까지만 해도 그 자리에는 박윤중이라는 남자애가 앉아 있었다. 그 아이는 사흘 동안 변종 폐렴을 앓다 죽었고, 그 뒤로 그 자리는 계속 비어 있었다. 전염병이 휩쓸고 간 뒤 학교에는 그와 같은 빈 자리가 일곱 개 생겼다. 매스컴에서는 조용했지만 유전자 해커의 짓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심지어 세금 뜯어먹는 빈민가의 노인들을 처리하기 위해 복지부에서 세균을 풀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점심시간이 될 때까지 화영은 그 자리에 그냥 앉아 있었다. 쉬는 시간이 되어도 화장실에 가지 않았고 주변 아이들과 안면을 틀 생각도 하지 않았다. 수업시간에는 프롬프트 안경의 스크립트를 낭송하듯 읽고 있는 교사들의 얼굴을 쳐다보며 가끔 책상의 터치스크린 위에 끄적거리는 것 이외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다른 아이들과 눈이 마주치면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까딱이는 게 전부였다. 그러는 동안 전학생들이 보통 거치는 통과의례는 얼렁뚱땅 건너뛰고 말았다. 점심시간 때도 화영은 혼자였다. 지희는 멸균 뚜껑을 열고 식판 안의 음식을 꼼꼼하게 챙겨먹는 전학생의 옆모습을 훔쳐보았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저 아이가 신경 쓰이는 거지? 전에 알고 지내던 아이였나? 그때 내가 저 아이에게 무언가 잘못했나? 아니면 그냥 얼굴이 내가 아는 연예인이랑 닮은 것뿐일까? 갑자기 불이 나갔다. 반 지하 식당 안은 신경질적인 웃음소리로 가득 찼다. 불은 다시 들어왔지만, 아이들은 이전의 소란스러움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그 짧은 순간 동안 무언가가 식당 안의 공기를 바꾸어 놓았다. 세 명의 여자아이들이 일제히 화장실로 달려갔다. 다 먹은 식판을 들고 일어나던 남자아이 하나가 휘청거리더니 엉덩방아를 찧었다. 누군가는 훌쩍거리며 울기 시작했고, 누군가는 욕을 했다. 갑자기 쩍 하고 복도 쪽 나무 벽이 갈라지는 소리가 났고, 그와 함께 구석의 작은 창문에 거미줄 모양의 금이 갔다. 수업시간이 끝나자, 지희는 같은 반 단짝 아이들 둘과 함께 수다를 떨면서, 물건을 챙겨 들고 자리에서 일어나는 화영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지희는 화영으로부터 20여 미터 간격을 유지하며 천천히 뒤를 따랐다. 교문 앞에 하얀 소형차 하나가 화영
작성일 2012-07-27 댓글수 0상세보기 -
기획 신용목 - 2008 서울, 젊은 작가들 참가기
2008 서울, 젊은 작가들 참가기 신용목 1. 작가들, 그리고 축제 모든 만남이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어떤 만남은 전쟁의 재앙을 낳기도 하였고, 어떤 만남은 한 세계의 종말을 불러오기도 하였다. 역사상 한 문화 공동체의 결정으로서 문명과 문명의 만남은 대체로 (오로지 힘의 논리에 의해) 기우는 쪽 문명의 비극을 감수해야 했다. 아시아가, 아프리카가, 먼 아메리카가 그러하였다. 그러나 가해자로서 유럽을 설정하는 것도 어리석은 일이다. (문화적 관점으로 볼 때) 그들 역시 자신들이 만든 비극에 대한 아픈 자성을 내적으로 두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가해자나 피해자 모두 집단화 된 욕망의 피해자라는 것이다. 새로운 정보를 접할 때처럼 은총일 수도 저주일 수도 있는 새로운 만남을, 그럼에도 갈구하는 이유는, 그것이 우리의 세계를 확장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일 것이다. 적어도 문화적 영토에서는 분명하다. 물질 없이 풍요로울 수 있으며 피 흘리지 않고 다칠 수 있는 것. 충돌과 충돌이 개간하는 넓은 지평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의 존재 확인이 그러하듯 문화는 하나 이상의 개체가 만들어 내는 관계 속에서 발생한다. 관계가 발생하는 곳은 크든 작든 사회가 만들어지고 그 표현 양식인 문화가 존재한다. 관계의 방식을 규정하고, 강제로 조율하는 법률이 문화보다 비본질적인 것은 그것이 언제나 불완전한 세계를 규정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작가들의 만남은 그 문화적 형식에 의해 형성된 내적 자아의 만남이다. 그 만남을 통해 만들어지는 어떤 것도 어쩔 수 없이 한 사회적 속성을 지니겠지만, 그것은 규정된 방식이나 강제적 조율의 범주 밖에서만 가능하다. ‘작가’라는 정체성과 상반된 ‘축제’라는 형식이 공존해야 하는 이유가 그것이다. 그렇게 세계 20개국에서 온 20명의 작가와 한국 작가 20명이 서울에서 만나 일주일 동안 함께 했다. 한국문학번역원의 주최로 이루진 은 와 , 등으로 짜여졌다. 전체적인 행사 내용을 상세하게 전달하면 좋겠지만 홍대를 중심으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된 행사에 모두 참가할 수 없었으며 일주일 만에 모든 작가들과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기도 불가능했다. 내가 보고 만나고 느낀 행사와 작가들, 작품들에 대해서만 여기에 옮길 수밖에 없어 내심 안타깝다. (전체적인 행사 스케치는 주최 측인 한국문학번역원의 홈페이지나 블로그를 통해 볼 수 있다.) “We have no choice!" 리셉션 인사말에서 ”여러분은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라고 한 윤지관 번역원장의 말이 행사 내내 유행하였다. 멀고 낯선 나라에 와서 빡빡한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외국 작가들의 불만을 사전에 불식시키고, 행사를 내실 있게 꾸리기 위해 한국 작가들도 숙소에 함께 투숙하게 한 이유에 대한 설명이었다. 한국문학과 작가들을 해외 작가들과 교류하게 함으로써 한국문학의 질적 수준을 높이고 해외작가들에게 한국과 한국문학에 대한 긍정적 자세를 견지하고자 했던 행사는 그렇게
작성일 2008-05-30 댓글수 0상세보기 -
기획 연속좌담 : Ⅳ. 신진의 시선으로
[기획특집/좌담] 본 연속 좌담은 고착화된 문단권력과 창작자의 불평등 문제, 관행화된 불공정 거래 문제에 대한 반발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 따라, 현황 진단 및 개선 과제 도출을 목적으로 기획되었다. ㅇ 회차별 주제 – (1차) 문예지 원고청탁 및 작품 발표 과정 – (2차) 문학상과 유사 공모제도 참여 과정 – (3차) 작품집 발간과 계약 등 출판 과정 – (4차) 신진의 시선으로 2020년 예술위 현장소통소위원회·문장웹진 공동기획 연속좌담 :Ⅳ. 신진의 시선으로 - 왜 하필 문학이었는가? - 문예지 중심의 문학현장에서 웹플랫폼으로 - 동시대 작가 모임, 문학 커뮤니티의 필요성 - 국가·공공기관 차원의 문학 지원사업 사회 : 노태훈(문학평론가, 사회)좌담 : 이유리(소설가), 서호준(던전 대표, 작가), 차도하(시인), 한의연(비릿 편집자, 작가) □ 좌담 내용 왜 하필 문학이었는가? 노태훈 : 안녕하세요. 《문장 웹진》 편집위원을 맡고 있는 문학평론가 노태훈입니다. 저를 포함하여 아마 다들 초면이실 듯하지만, 지금 한국 문단의 가장 첨예한 현장이라 할 수 있는 트위터에서 서로를 확인하고 계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웃음) 오늘은 동세대 혹은 지금 한국 문학의 현장에서 이제 막 뭔가를 시작해보려는 사람들끼리 편하게 얘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지면 어떨까 생각을 하고 왔습니다. 아시다시피 이 좌담은 연초에 이상문학상 사태로부터 촉발되어 기획되었는데요. 그 이후로 여러 일들이 있었죠? 윤이형 작가님이 절필 선언까지 하시고, 문학상 혹은 공모제도에 관한 문제들이 불공정하고 불합리하게 운영되는 행태들에 대해 성토 같은 게 이어졌고요. 또 작가들이 책을 내고 작품을 싣는 청탁이나 계약 과정에서의 문제들도 많이 터져 나왔던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그건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도대체 왜 이런 일들이 생기는지 전반적인 내용들에 대해 한번 같이 이야기를 나눠 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앞서 열린 좌담에서 논의된 내용들은 자료로 공유가 됐고 다들 살펴보셨기 때문에 그걸 제가 요약해서 다시 말씀드리는 건 불필요할 것 같고요. 우선은 오늘 참여하신 분들께서 각자 자기소개를 하는 것으로 시작을 해볼 텐데요. 소개하시면서 오늘 어떤 마음을 갖고 이 자리에 오셨는지도 한번 들어 보겠습니다. 제가 미리 간단한 질문지를 드리면서 ‘왜 하필 문학이었나요?’라고 여쭙기도 했는데요. 그 질문에 대해 운을 떼주시면 어떨까 싶네요. 한의연 : 오늘 이 자리에 오기 전에 자료를 보면서 ‘왜 하필 문학이었는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곰곰이 생각해봤어요. 저는 ‘어쩌다 보니까’였던 것 같아요. 문학계에도 엘리트 코스라고 할 만한 게 있다고 보는데 저는 그와 가까운 코스를 밟아 본 적은 없는 것 같고요. 고등학교 때 시인지 가사인지 모를 그런 애매한 글을 쓰는 취미가 있었는데, 대학을
작성일 2020-07-01 댓글수 0상세보기 -
기획 2010년대 결산특집 연속 좌담ㆍⅠ ― 단편소설 부문
[기획좌담] 이번 좌담은 지난 10년간(2010-2019) 출간된 다양하고 개성이 뚜렷한 한국 문학 작품을 재조명함으로써 해당기간의 우리 문학을 총결산해 보려는 취지로 기획되었다. 2019. 11. 6부터 12. 9까지(34일간), 지난 10년간 《문장 웹진》에 필진으로 참여한 평론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으며, 64명의 평론가가 보내온 설문의 취합 결과를 토대로 시집(12. 20), 소설집(12. 17), 장편소설(12. 18) 각 영역별로 3차에 걸쳐 좌담을 진행했다. 좌담 내용은 이번 소설집과 시집(1.1)을 시작으로 장편소설(1.8) 순으로 각각 게재할 예정이며, 이번 설문과 좌담을 통해 호출된 개별 작품의 상세 목록은 2020. 2월호(2.1 발행)에 발표하고자 한다. 끝으로, 설문에 참여한 64명의 평론가와 좌담에 참여한 모든 분께 감사의 말을 전한다. ⁃ 설문 참여자 명단 (가나다순) ㆍ 강지희, 고봉준, 김건형, 김남혁, 김 녕, 김문주, 김미정, 김수이, 김영삼, 김영임, 김요섭, 김정현, 김주선, 김태선, 김형중, 김효숙, 노대원, 노태훈, 민경환, 박다솜, 박동억, 박수연, 박신영, 박윤영, 박인성, 백지은, 복도훈, 서희원, 소유정, 손정수, 송민우, 신샛별, 신수진, 신형철, 안지영, 양순모, 양윤의, 양재훈, 염승숙, 오연경, 오은교, 오창은, 오혜진, 유성호, 이병국, 이성혁, 이소연, 이은지, 이지은, 이철주, 인아영, 장예원, 장은영, 전소영, 정영훈, 정은경, 정홍수, 조대한, 조재룡, 조형래, 최선영, 한 설, 한영인, 허 희 ⁃ 좌담 참여자 명단 (분야별, 가나다순) ㆍ 노태훈, 박선우, 이원석, 장희원, 조시현 ㆍ 강지혜, 김태선, 양안다, 이병국, 정다연 ㆍ 김수온, 염승숙, 은모든, 이현석, 임국영 2010년대 결산특집 연속 좌담ㆍⅠ ― 단편소설 부문 일시 : 2019년 12월 17일(화) 14시 장소 : 대학로 공공그라운드 001스튜디오참여자 : 노태훈(사회), 박선우, 이원석, 장희원, 조시현 노태훈 : 안녕하세요. 《문장 웹진》 편집위원을 맡고 있는 노태훈입니다. 오늘은 2010년대 "한국 문학 총결산"이라는 이름으로 그중 소설집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지려 합니다. 일단 이 기획의 취지를 간단히 설명해 드려야 할 것 같아요. 이 좌담이 업로드 될 때는 2020년이 되어 있겠네요. 햇수가 바뀌는 것을 기념 삼아 지난 2010년대 한국 문학에는 어떤 작품과 작가들이 있었는지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 보려고 합니다. 저희가 2010년대에 《문장 웹진》에 글을 주신 평론가분들께 소설집(단편), 장편소설, 시집, 이렇게 3개 부문에 걸쳐 가장 인상적이었던 단행본을 3개씩 뽑아 달라고 요청을 드렸어요. 그 결과 60명이 넘는 평론가분들께서 회신을 주셨고요. 오늘은 그 결과를 토대로 소설집 부문에 대해서 함께 이야기해 보고자 합니다. 어떻게 좌담을 진행하면 좋을지 고민하다가, 이제 막 본격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신인작가분들과 조금
작성일 2020-01-02 댓글수 0상세보기 -
기획 인유(引喩)에 대하여
인유(引喩)에 대하여 ―정지용의 「향수」를 중심으로 김윤태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There is nothing new under the sun)”라는 이 유명한 말은 구약성서에 나온다고 한다. 이 말을 문학에 적용시키려 하자, 문득 김기림의 발언이 떠오른다. 그는 「오전의 시론」(조선일보, 1935. 4.20)에서 “실로 벌써 말해질 수 있는 모든 사상과 논의와 의견이 거진 先人들에 의하여 말해졌다. 그들은 우리가 말할 수 있는 것을 별로이 남겨 두지 않고 그들의 머리에 떠오르는 뭇 일을 인색함이 없이 토로해 버렸다. 남아 있는 가능한 최대의 일은 선인이 말한 내용을 다만 다른 방법으로 설명하는 정도라는 것을, 더군다나 자신의 작품에서 발견하는 때 우리들의 자존심은 여지없이 쓰러진다”1)고 하면서, 시에서 내용이나 사상보다 기술(技術)의 문제를 강조하였다. 그렇다고 김기림의 저 주장을 액면대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는 것이지만, 문학에서 후속 세대들이 앞선 세대의 작품에서 배워 오는 사례를 우리는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시에서는 이런 경우에 ‘인유(引喩)’라는 기법을 흔히 거론하곤 한다. 사전에서 ‘인유’란 말의 의미는 “다른 예를 끌어다 비유함”(『표준국어대사전』)이다. 즉 인유는 인용(引用)과 비유(比喩)가 적절하게 결합된 것으로 이해해도 큰 무리가 없을 것이다. 오늘날에는 인유의 개념은 인용되는 텍스트와 인용하는 텍스트 간의 관계, 즉 ‘상호텍스트성’(intertextuality)의 차원에서 이해되기도 한다. 요즘 정치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표절’의 문제와는 차원이 다른 개념인 것이다. 인유의 경우는 대체로 그 가치가 긍정되는 사례가 더 많다. 왜냐하면 인유는 “선행 작품과의 대조를 통해서 작품에 밀도를 더해주고 고도의 암시성을 부여”2)하기 때문이다. 인유의 유명한 사례로는, 이미 너무 널리 알려져서 식상한 감마저 없지 않지만, 김상용의 시 「남으로 창을 내겠소」가 있다. 그 작품의 마지막 연인 “왜 사냐건 / 웃지요.”라는 구절이 이백(李白)의 한시 「山中問答」에서 나온 것이란 사실은 다 아는 바이다. 이백은 ‘問余何事棲碧山 笑而不答心自閑’이라고 했는데, 이를 굳이 직역하자면 “묻노니, 그대는 왜 푸른 산에 사느뇨. 웃을 뿐, 대답하지 않으니 마음이 절로 한가롭네.”라는 정도가 될 것이다. 이백에게서 14字의 한자가 김상용에 와서 7字의 한글로 간결하게 압축된 것도 눈여겨볼 부분이지만, 두 작품에서 풍겨나는 탈속에의 지향이 일견 도가풍의 사상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정지용이 한학적 교양이 풍부한 시인이란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거니와, 그중에서도 특히 『詩經』을 좋아하였으며 거기에 나오는 시들을 줄줄 외울 정도였다고 한다.3) 그의 시 「長壽山 1」의 첫머리에
작성일 2006-08-31 댓글수 0상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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