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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문학의 세계 <3>

  • 작성일 2007-05-10
  • 조회수 554



            

 최초의 탐정은 프랑스 지식 청년


지금부터 156년 전인 1841년 미국의 그래함(Graham)이라는 잡지의 편집장이던 에드가 앨런 (Edgar allan poe, 1809~1849)는 뭐 재미있는 이야기가 하나 없을까 하고 궁리했다. 문득 불가사의한 범죄를 만들고 범인을 찾아내는 스토리를 만들면 어떨까 생각하고 소설 <모르그 거리의 살인 사건>(Murder in the Morgue)을 써냈다. 이것이 바로 인류 최초의 추리소설로 인정받은 작품이다.

포는 영문학상의 중요 인물로 시인이며 평론가 작가였다. 그는 항상 잡지사 편집장 일이 따분하다고 생각하고 좀 더 자극적이고 색다른 일이 없을까 늘 생각하였다. 그러다가 내놓은 것이 뒤에 추리소설로 부르게 된 탐정 소설인 것이다.

<모르그 거리의 살인사건>의 반응이 좋자, 포는 <마리로제의 비밀>(1842) <황금 벌레>(1845) <잃어버린 편지>(1845) 등 3편의 소설을 연달아 내 놓았다. 이 중 <황금벌레>(The gold bug)는 엄격한 의미에서 추리소설이 아니라는 평도 있었으나 소설 자체의 모험성, 암호 풀이 등 추리의 요소를 많이 갖추고 있기 때문에 추리소설의 범주에 넣는 사람이 더 많다.

최초의 추리소설로 불리는 <모르그 거리의 살인사건>은 최초의 탐정인 뒤팽을 탄생시켰다. 모르그 거리는 파리에 있는 지명이며 뒤팽 역시 파리의 청년 탐정이다. 실제로는 파리를 한 번도 가 본 일이 없다는 포가 어째서 처음 쓰는 소설의 무대와 등장 인물을 프랑스로 했느냐 하는 것은 아직도 의문중의 하나다.

탐정 뒤팽은 엄청난 지식인이며 내성적인 성격에 정신 이상의 경계에 가까울 만큼 독특한 성격을 가진 인물이다. 이 뒤팽의 캐릭터는 뒤에 추리소설을 쓰는 많은 후세 작가들에게 영향을 주어 추리소설 상의 탐정 성격을 창조하는 모델이 되었다.

추리소설의 근간을 이루는 정통파, 또는 고전파 추리소설의 틀은 이 포의 소설 작법 영역을 크게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에 포는 150여 년 동안 추리소설의 아버지로 불리고 있다. 포는 비록 4편의 추리소설만을 남기고 40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지만 뒤에 프랑스, 영국, 일본 등 중요 추리소설 국가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추리의 3대 강국


포를 이어 받은 작가는 프랑스에서 나왔다. 아마도 프랑스인 탐정 뒤팽이 프랑스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1860년대에 활약한 프랑스 작가 에밀 가보리오(Emile gaboriau, 1832~1873)는 <르콕 탐정>(Monsieur Lecoq, 1868)을 발표하여 주목을 끌었다.

그는 13년간 21편의 추리소설을 써서 포와 영국의 코넌 도일(Arthur Conan Doyle, 1859~1930)을 연결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가보리오 소설의 모델이 된 것은 프랑스의 전설적 실존 탐정이던 비독(Francois Vidocq 1775~1857)이라는 사람이었다. 비독은 서커스 단원, 선원 등을 전전하다가 도둑질을 하며 젊은 시절을 인생의 밑바닥에서 보냈다. 그는 쟝 발장(Jean Valjean)과도 유사해 탈옥을 식은 죽 먹듯이 하며 경찰을 조롱했다. 도피 생활을 하던 그는 경찰과 협상을 벌여 범인 잡는 일을 돕기로 하고 사면을 받았다. 그 후 그는 뛰어난 탐정 기질을 발휘하여 18년 동안 2만여 명의 범인을 잡는 실력을 보여 주었다. 그는 은퇴한 뒤 회고록 3권을 내 놓았는데 이 책은 뒤에 작가들이 참고서로 삼을 정도였다. 가보리오의 르콕 탐정이나 유명한 팡도 이 회고록의 영향을 받았다.

루팡은 1907년 프랑스 작가 모리스 르블랑(Maurice Leblanc, 1864~1941)이 <신사 도둑 루팡>(Arsene Lupin Gentleman Combrioleur)이라는 이름으로 발표한 소설에 처음 등장하여 1930년까지 계속된 추리소설의 주인공이다. 괴도 루팡은 처음에는 신출귀몰하는 도둑이다가 점점 독자들의 관심을 끌어 마침내 영웅으로 캐릭터가 바뀌게 되고 몰래 경찰을 돕다가 명탐정이 되어 버렸다. 이 소설 주인공 덕분에 작가 르블랑은 프랑스 명예 훈장까지 받게 되었다.

그 뒤 추리 소설은 영국으로 건너가 코난 도일 같은 위대한 작가를 탄생시켰다. 이로써 미국, 프랑스, 영국이 19세기의 추리 3대 강국으로 등장했다.


코난 도일과 셜록 홈즈


미국에서 탄생되어 프랑스에서 육성기를 거친 추리소설은 마침내 19세기부터 영국에서 꽃을 피우게 된다. 영국의 대표적인 추리작가로는 물론 코난 도일을 꼽는다. 그러나 그 외에도 아가 크리스티(Agatha Mary Clarissa Christie,1890~1976) 같은 문호급 작가도 탄생한다.

코난 도일은 1930년 71세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단편소설 57편과 장편소설 4편을 남겼다. 이 작품에는 모두 셜록 홈즈(Sherlock Holmes)라는 명탐정이 등장하며 이 명탐정은 전 세계의 탐정 팬 ‘셜록키’를 탄생시켰다.

코난 도일은 1859년 영국의 에딘버러 시에서 탄생하 에딘버러 의과 대학을 졸업하고 이 학교에서 의학 박사 학위를 받아 의사로서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다. 그러나 의사직이 마음에 들지 않았을 뿐 아니라 돈벌이가 시원아 다른 일을 찾으려고 노력하다가 마침내 추리소설을 쓰게 되었다.

그가 발표한 최초의 추리소설은 <주홍색 연구(A Study in Scarlet)>로, 1888년에 세상에 내 놓았다. 이 세상의 범죄는 흰 실뭉치에 섞인 주홍색 실과 같은 것이어서 이것을 찾아 없애야 한다는 논리로 범죄 말살을 주제로 삼았다. 이 범죄의 붉은 실을 찾아 나선 사람은 뒤에 명탐정이 된 셜록 홈즈다.

사람들은 작가인 코난 도일은 몰라도 셜록 홈즈는 모두 알며 소설 속의 인물인 이 탐정이 실존 인물 대접을 받고 있다. 그 뒤 도일이 쓰는 작품은 모두 베스트셀러가 되어 도일은 잡지사와 출판사의 원고 독촉에 시달리게 되었다. 시달리다 못한 도일은 마침내 1901년 <마지막 사건>(The last adventure)에서 홈즈를 계곡에 떨어뜨려 죽여 버렸다. ‘이제 원고 독촉에서 해방되었다’생각한 도일은 그러나 그것이 착각이라는 것을 곧 알게 되었다. 이번에는 전 세계의 독자들로부터 비난이 쏟아졌다. 명탐정 셜록 홈즈가 죽다니 말도 안 된다는 것이었다. 독자들은 셜록 홈즈를 살려내라고 아우성을 쳤다.

견디다 못한 도일은 1년도 채 못 견디고 1902년 ‘홈즈의 사후 기록에 따른다’라는 변명과 함께 <버스커빌가의 사냥개>(The Hound of Baskervilles)라는 장편을 발표하여 도일 최고의 장편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도일은 내친 김에 항복하자고 생각했는지 그 이듬해에는 <빈 집의 모험>(The Adventure of the Empty House)과 함께 12편의 단편을 발표하면서 셜록 홈즈가 계곡에 추락했지만 구사일생으로 살아났다는 변명과 함께 다시 활약을 하게 했다.

지금도 런던 베이커가 221의 B라는 곳에는 셜록 홈즈의 하숙집이 그대로 남아 있다. 당시 소설에 나오던 모양 그대로 영국 경시청 복장의 경찰관이 문을 지키고 있고 집안에는 하숙집 아주머니와 홈즈가 쓰던(?) 집기가 그대로 있어 생생한 박물관 역할을 하고 있다. 근처에는 셜록 홈즈 기차역과 호텔도 있으며 홈즈의 하숙집에는 세계 곳곳의 팬들로부터 수십 통의 편지가 매일 오고 있다.


영국의 별들


이 무렵 영국에서는 셜록 홈즈가 워낙 유명해 다른 작품들은 크게 빛을 발하지 못했으나, 이 시기를 영국 고전파 추리소설의 전성기로 꼽는다.

명탐정 손 다이크를 탄생시켜 법의학을 추리소설에 도입한 의사 작가 오스틴 프리맨(Austin Freeman)이라든지 명탐정 휴위트를 만든 기자 출신 작가 아더 모리슨(Arthur Morrison), 유머 탐정 유겐  발몽(Eugen Valmon)을 만들어 추리소설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킨 로버트 바아(Robert Barr) 은 사람이 추리문학사의 별들이다.

같은 시기 영국에서는 에 불세출의 여류작가 아가크리스티의 명탐정 미스 마플의 모델이 된 소위 ‘안락의자형 탐정’이 유행이었다. 안락의자형 탐정이란 현장을 뛰어 다니지 않고 안락의자에 앉아서 머리만 굴리며 진짜 추리로만 범인을 찾는 탐정을 말한다. 바로네스 오르치(Baroness Orzy)라는 작가가 이런 유형의 탐정을 만들어낸 사람이다. 또한 뛰어다니지 않고 보고서만 면밀히 검토하고 단서를 찾아내는 성직자 탐정 브라운 신부를 창조한 작가는 길버트 체스터톤(Gilbert Chesterton)이다.

작품에서도 새로운 경향이 나타났다. 장편 추리소설의 재미를 새롭게 인식하게 되었다. 다작 작가이던 코난 도일이 장편소설을 단 4편만 쓴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전까지는 단순 플롯으로 추리를 쉽게 해낼 수 있는 단편소설이 주류였으나, 추리의 과정이 복잡하고 웬만한 기교파가 아니면 플롯을 끌고 갈 수 없는 장편소설 시대가 열리어 20세기의 크리스티에까지 연결된다.

범행의 동기를 중요시하고 깊이 파고 들어가 인간적 고뇌를 다루는 소설이 등장하여 순문학과 경쟁 단계에 이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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