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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의 계절 가을, ‘와우,’‘북(Book)소리’가 들린다!

  • 작성일 2013-10-10
  • 조회수 509




독서의 계절 가을, ‘와우,’ ‘북(Book)소리’가 들린다!







    끝나지 않을 것 같던 더위도 어느새 한풀 꺾이고, 어느덧 반팔을 입으면 조금 쌀쌀하다는 생각마저 드는 가을이 찾아왔다. 가을, 하면 자연스럽게 따라붙는 말이 ‘독서의 계절’이다. 휴가철인 여름이나 겨울에 비해 하도 책이 팔리지 않아 출판계에서 마케팅 차원에서 만든 표현이라는 말도 있지만, 기원이야 어쨌든 이제는 누구나 ‘가을=독서의 계절’이라는 공식을 머릿속에 담아두고 있다. 그런 공식에 조금 더 확신을 채워주는 것은 가을을 가득 메운 책 잔치 소식이 아닐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발표한 바 9월 한 달 동안 국내에서 열리는 각종 독서 관련 행사는 6,700여 개. 이렇게 많은 행사가 열리는 것을 보며 의문을 품을 만도 하다. 도대체 북 페스티벌이 뭐지? 저 많은 것 중에 어딜 가야 하지? 이 지면에서는, 전국 각지에서 열리는 6,700여 개의 행사 중 가장 규모가 크고 뚜렷한 두 축제, ‘제9회 와우북페스티벌’과 ‘파주북소리2013’을 여러분께 소개한다.



    ▶ 젊음의 거리 홍대, 책을 만나다 '제9회 서울와우북페스티벌'


    - 거리로 나온 책, 와우북페스티벌


    와우북페스티벌은 10월 1일부터 6일까지 홍대 일대에서 열린다. 1일부터 실내 행사가 시작되고, 이후 4일부터 6일까지 사흘 동안은 실외 거리 전체에서 행사가 열린다. 야외 공간에서 진행되는 책 잔치. 와우북페스티벌이 다른 독서 행사들과 가장 뚜렷하게 구분되는 특징이 바로 그 거리 행사다. 책이 있어야 할 곳은 도서관이나 서점, 집안의 서재 등 안락한 실내일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와우북페스티벌에서는 책을 거리로 들고 나왔다. 총 100여 개의 출판사가 홍대 거리에 모여 책을 전시 및 할인 판매한다. 사람들은 도서관이나 서점이 아닌 살아 숨 쉬는 홍대 거리에서 책을 만날 수 있다. 음악과 공연이 가득한 홍대의 이미지와 맞게 거리공연도 예정되어 있어 행사기간 동안 홍대 거리 일대를 책과 흥으로 가득 채울 예정이다. 홍대의 골목골목을 건축가 조한과 함께 둘러보는 ‘다 같이 돌자, 홍대 한바퀴!’ 행사도 마련되어 있는 만큼, 책과 더불어 홍대의 정취를 느끼기에 더할 나위 없는 시간이 아닐까.



    - 만인을 위한 인문학, 책과 사람의 만남


    이번 제9회 와우북페스티벌의 주제는 ‘만인을 위한 인문학_책에는 사람이 산다.’ 인간의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그러나 많은 사람이 낯설게만 느끼는 인문학을 거리로 들고 나와, 인문학이 대중의 일상에 조금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한다. 이권우 평론가, 강신주 철학자, 심보선 시인 등의 강연이나 정혜윤 PD, 정용실 아나운서 등의 토크쇼를 포함해 다양한 예술가들이 함께하는 특별행사 ‘마인드브릿지 인문학 콘서트’를 필두로, 인문학을 소리와 영상 등 멀티미디어로 구현해 낸 ‘인문학! 날다!’, ‘사람책’과 만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와우! 숨쉬는 도서관’ 등 각양각색의 프로그램이 6일간의 행사를 빼곡히 채우고 있다. 팀 보울러, 줄리아 골딩, 박범신, 김혜진, 이병률, 최제훈, 하성란, 강영숙 등 국내외 여러 저자와 만날 수 있는 강연회나 토크쇼, 낭독회도 행사 기간 내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된다. 각각의 프로그램 참가는 인원을 제한하여 사전접수와 현장접수로 참가자를 모집하며, 정확한 날짜는 프로그램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9월까지 사전접수를 받고 있으니 꼭 보고 싶은 프로그램이 있다면 꼼꼼히 알아보고 접수할 것.



    - 책과 함께 보내는 즐거운 시간, 홍대 거리로 소풍 가자!


    ‘인문학’을 주제로 내걸고 있다고 겁먹지 마시길. 인문학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줄 여러 행사가 마련되어 있는 것은 물론, 인문학 이전에 더 큰 주제인 ‘책’을 중심으로 맘 편히 즐길 수 있는 행사도 많다. 기본적으로 특별한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10월 4일부터 6일까지 사흘간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6일은 오후 6시까지) 거리 가득 전시된 책들을 보는 것만 해도 일단은 큰 즐거움이 될 것이다. 100여 개의 출판사에서 책을 전시하는 부스를 둘러보며 눈으로 즐겼다면, 이번에는 부스 사이에 마련된 야외 책 놀이터 공간에서 홍대의 상징, 거리 음악가들의 버스킹(즉흥 거리 공연)을 감상하며 귀가 즐거워질 차례다. 야외 행사가 열리는 동안은 매일 4시부터 6시까지 책을 배경으로 재기 넘치는 음악가들이 선보이는 다양한 음악을 들을 수 있다. 그뿐일까, 집에서 잠자고 있던 책, 손으로 직접 만든 책 관련 소품들을 판매하는 ‘와우책시장’ 코너도 마련되어 있다. 또, 어린아이들이 책을 오감으로 느끼며 즐길 수 있는 ‘어린이 책 놀이터’ 코너도 마련되어 있는 만큼, 온 가족이 함께 손잡고 돌아보기도 좋을 것으로 보인다.



   ● ※ 제9회 와우북페스티벌


언제? : 10월 1일(火)~10월 6일(日) (실내행사 : 1일~6일, 야외행사 : 4일~6일)
어디서? : 홍대 주차장 거리, 서교예술실험센터, 두성 In The Paper, 요기가표현갤러리, 북카페, 클럽 등
더 많은 정보: 서울와우북페스티벌 http://wowbookfest.com/
카페 http://cafe.naver.com/wowbookfest




    ▶ 책이 태어나는 곳에서, ‘파주북소리 2013’


    - 책이 만들어지는 곳에서 즐기는 책 축제


    이번에 3회째를 맞이하는 파주북소리의 가장 흥미로운 점은 아무래도 역시 출판사들의 사옥이 축제 공간의 일부라는 점일 것이다. 파주출판도시라는 넓은 공간을 모두 축제의 장으로 이용하는 만큼, 그 안의 출판사들도 자연히 축제에 녹아들어 있다. 대부분의 행사는 야외 특설무대나 출판도시 내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에서 진행되지만, 입주해 있는 각 출판사 사옥이 제각기 북마켓을 열고 책을 전시 및 할인 판매한다. 저렴한 가격에 책을 구매하는 동시에 출판사를 살짝 엿볼 기회. 동시에, 책과 사람, 건축과 자연이 만나는 ‘파주출판도시’라는 공간 안에 있는 다양한 출판 산업을 둘러볼 기회가 될 것이다.



    - 세계를 만나다


    파주북소리2013에서는 국내뿐만 아니라 여러 다른 나라의 작가와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어 국제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아시아 출판 수도’를 선언한 파주답게 가장 두드러지는 국제 프로그램은 아시아 16개국의 작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자신의 도시와 문학을 소개하는 ‘아시아 작가와 도시.’ 프로그램은 아시아의 옛이야기를 들려주는 ‘스토리텔링 아시아,’ 문학콘서트 ‘아시아 작가, 도시를 말하다’ 등 다양한 형태로 진행되며 조금은 낯선 아시아의 문학과 문화를 파주로 끌어들인다. 한편, 한국이 2014런던도서전의 주빈국으로 초대된 것과 맞물려 팀 보울러, 캐리 허드슨 등을 초대, ‘영국 문학의 날 북 콘서트’에서 한국과 영국 양국의 문학과 문화에 대해 많은 이야기가 오가고, 주한브라질문화원에서는 ‘올 댓 보사노바’ 토크 콘서트를 기획, 보사노바 음악의 선율과 함께 문학을 넘어 풍부한 문화의 장을 선보일 예정이다. 아시아 여러 국가와 영국, 브라질이라는 다양한 나라의 문학과 문화가 어우러진 축제는 관람객들에게도 새로운 기분을 선사하리라 기대된다.




    - 보고 듣고, 쓰고 이야기하고


    다양한 전시와 공연은 북 페스티벌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 파주북소리에도 당연히 각양각색의 전시 및 공연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다. 특별전 ‘고지도, 상상을 걷다’를 포함, ‘빅북 : 한 손 너머의 책,’ ‘책의 소리 그리고 꿈’ 등 지도, 책, 사진, 건물 등 여러 분야의 전시가 실내외 공간에서 이루어진다. 또, 독립출판, 아트북, 디자인북, 전자책, 오디오북, 멀티미디어북, 팝업북 등 다양한 책을 전시하고 출판 관련 정보 및 비즈니스 교류가 가능한 ‘북 콘텐츠 페어’도 마련되어 일반 관람객은 물론 출판을 희망하는 대학생이나 주부 등 일반인에게도 좋은 기회가 될 전망. 개막식을 비롯해 ‘인디음악 페스티벌,’ ‘가을풍경 콘서트’ 등 책의 계절 가을에 어울리는 음악도 행사 기간 내내 끊이지 않고 이어진다. 파주북소리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대표적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는 ‘지식난장’에서도 출판도시 내의 많은 출판사들이 주도적으로 저자와의 대화, 워크숍, 세미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펼친다.
파주북소리에는 관객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이벤트도 마련되어 있다. 전국 여러 독서모임이 24시간 내내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독서모임 대축전,’ 공모와 백일장, 스토리텔링 워크숍 등이 이루어지는 ‘글짓기 대축전’ 등에서 관람객들은 단순히 마련된 행사를 보고 듣는 것 이상으로 여러 활동을 통해 책 잔치를 더욱 즐길 수 있다. 여러 전시나 관객참여 행사 중에는 사전 및 현장접수를 통해야 하는 것도 있으므로, 홈페이지를 통해 접수 정보를 확인해 놓치지 않고 참가할 수 있기를.



   ● ※ 파주북소리2013


언제? : 9월 28일(土)~10월 6일(日)
어디서? : 경기도 파주시 파주출판도시 일대
더 많은 정보 : 파주북소리 http://www.pajubooksori.org/
파주출판도시 http://www.pajubookcity.org/
블로그 http://blog.naver.com/pajubooksori
페이스북 http://www.facebook.com/pajubooksori





   《글틴 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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