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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카페 유랑극장 리뷰]‘제1회 문학카페 유랑극장’을 보고

  • 작성일 2014-02-24
  • 조회수 746


[문학카페 유랑극장 제1회 리뷰]



‘제1회 문학카페 유랑극장’을 보고


강진수(오현고 1학년)






직접 전국 방방곡곡을 찾아가면서 진행되는 문학콘서트, ‘문학카페 유랑극장’. 그 첫 번째 행사는 새해의 여운이 남아 있는 1월 23일 오후 6시 반, 강원도 원주의 토지문화관에서 열렸습니다. 저는 이번 ‘제9회 문장청소년문학캠프(글틴 캠프)’를 통해서 유랑극장을 만나 볼 수 있었는데요. 제1회 문학카페 유랑극장의 제목은 “길들임-지배인가? 보호인가?”로 전상국 작가님의 『우상의 눈물』을 두고 이야기를 나눠 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행사 진행은 ‘신비주의 미녀 작가’이신 이은선 소설가님께서 맡아 주셨는데요. 굳이 이것을 언급하는 이유는, 후기를 쓰는 지금까지도 작가님의 나긋나긋한 목소리가 떠오를 만큼 맛깔나게 진행해 주셨기 때문입니다. 제가 제주도에 살고 있지만 가끔 책 축제도 다니고 일부러 강연을 들으러 박물관에 가기도 했는데 이번처럼 진행자 분이 또렷이 기억나는 행사는 처음이었어요. 덕분에 글틴 캠프 참가자 분들 모두가 장시간 이동으로 인한 피곤함을 견뎌내고 강연에 집중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은선 작가님의 글을 아직 안 읽어 봤는데 나중에 꼭 일부러 찾아서 읽어 볼 거예요.
유랑극장에 대한 간단한 소개 말씀과 더불어 공식 카페 안내를 받은 후, 낭독공연이 시작되었습니다. 극단 해인에 계신 세 분의 배우들이 나오셔서 작품 속 인물들의 대사와 그 상황을 번갈아가면서 읽어 주셨는데요. 저는 『우상의 눈물』을 읽어 보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낭독 공연’ 덕분에 작품 내용을 거의 다 이해하고 충분히 즐길 수 있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미리 작품을 읽고 오신 ‘사전 독자 감상단’ 분들의 간단한 감상까지 준비되어 있어서 새삼 놀랐어요. 모두 유랑극단에 참여하신 스태프 분들의 섬세한 배려가 느껴지는 부분이었습니다. 오히려 작품을 읽고 오지 않아서 다양한 콘텐츠와 함께 더 설레는 마음으로 행사에 참여할 수 있었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좋았다고 말하면 이기적인 걸까요? (웃음)
이어진 전상국 작가님의 강연에서는 처음 소설을 쓰고 등단하게 된 계기와 창작론, 그리고 김유정 문학촌 촌장을 맡고 계시는 마음가짐을 알 수 있었습니다. 작가님께서는 대학 시절, 황순원 소설가님을 만나 뵙고 학과 사무실 앞에서 오랫동안 기다린 후 그분께 원고를 건네 드렸는데요. 한 달 반쯤 지나고 난 후에야 황순원 소설가님으로부터 '잘 썼네.'라는 말씀과 함께 원고를 받을 수 있었다는 작가님. 하지만 막상 꺼내 본 원고에는 보는 곳마다 빨간 줄이 쳐져 있었고, 어휘력과 문장력이 부족하다는 평이 적혀져 있었습니다. 작가님은 이것을 전환점으로 삼고 계속된 연습 끝에 등단까지 하실 수 있었다고 합니다.
여기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전상국 작가님께서는 '어휘력과 문장력이 부족한' 결점을 자기만의 무엇으로 승화시키셨다는 것입니다. 사전에 실린 뻐꾸기의 울음소리인 '뻐꾹' 대신 '워꾹'을, 게다가 요즘 자주 쓰이는 초성체 'ㅎㅎ'이나 'ㅋㅋㅋ'를 가장 먼저 사용하셨다는 사실. 어찌 보면 문법 파괴라고 할 수도 있지만 결국 ‘나다움’을 스스로 만들어 가신 작가님이 존경스러웠습니다.
또 작가님께서는 '왜 소설을 쓰냐?'는 질문에 오히려 '왜 사냐?'고 반문하셨는데요. 제 얘기를 잠깐 해보면, 저는 초등학교 3학년 때 처음 시를 썼고 중학교 3학년 때 어느 한 사건을 계기로 진지하게 '시인'이 되고자 나아가고 있습니다. 솔직히 지금까지 시를 쓰고 있는 제 발걸음은 결코 가볍지만은 않았어요. 친구들부터 주변 어른들, 심지어 가족들에게도 '시 써서 뭐 먹고 살 거냐?'는 말을 숱하게 들어 왔고, 저 스스로도 방황을 많이 했습니다. 그럴 때면 저도 제게 '왜 시를 쓰고 있니?' 하는 질문을 해봤어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명확한 대답이 생각나지 않아서 혹시 내가 지금 시를 쓰는 게 무의미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곤 했는데요. 하지만 이번에 전상국 작가님의 말씀을 듣고 어쩌면 '시를 쓰는 이유'가 없다는 것이 당연할지도 모르겠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오래 글을 쓰지는 않았지만 글을 쓰면서 많이 울고, 혼자가 되어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이유' 따위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도 나중에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휩싸인 친구들에게 전상국 작가님처럼 멋진 말을 전해 주고 싶어졌어요.
잠시 동안 쉬고 난 후, 안광복 철학자님의 강연에서는 『우상의 눈물』에 대해 더 깊이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길들임-지배인가? 보호인가?'를 제목으로 단순히 작품 안의 세계를 벗어나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 속에서 갖는 '우상의 눈물'의 의미를 설명해 주셨어요. '길들임'이란 말을 듣고 저는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에서 여우가 말한 대사가 생각났어요.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우리는 서로를 필요로 하게 될 거야. 너는 나에게 이 세상에 유일한 존재가 될 거야. 나는 너한테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존재가 될 거고……." 이처럼 『어린 왕자』에서 말한 '길들임'이 '온전한 관계를 맺는 일'이라면 『우상의 눈물』에서 그것이 갖는 의미는 많이 달라 보였습니다. '재수파'의 우두머리로 담뱃불로 지짐질까지 서슴지 않는 소위 '일진' 기표, 그런 기표에게 권력을 맛보게 한 후 그의 모든 것을 낱낱이 밝힘으로써 바닥까지 떨어뜨린 '담임선생', 담임선생을 충실히 따르면서 일사천리로 계획을 실행해 나간 반장 '형우', 그리고 이 모든 것의 방관자인 '유대(나)'와 다른 반 아이들까지. 제가 생각한 『우상의 눈물』의 주제는 '인간은 어디까지 잔인해질 수 있나'였습니다. 그것은 '여우와 어린 왕자의 관계'와는 거리가 멀었고 겉으로 드러난 행위 이면에 숨겨진 진실은 소름끼칠 정도로 무서운 것이었습니다.
멀리 제주도에서 원주까지 와서 만난 '문학카페 유랑극장'. 행사가 늦게까지 이어져서 집중을 잘하지 못한 게 후회스럽네요. 핸드폰 배터리와 필기도구도 진작 챙기지 못해서 사진은커녕 메모도 잘 못하고 그냥 듣기만 했던 강연이지만 유익한 경험이었습니다. 안광복 선생님의 강연이 끝나고 간단한 질문과 답변 이후 마지막이었던 '다섯 글자로 말하기' 시간에서 전상국 작가님이 말씀해 주신 한 가지가 기억나네요. 이은선 작가님께서 '다음 소설은?'이라고 여쭤 보시자 '내 대표 소설'이라고 답하셨던 작가님. 어쩌면 이미 『우상의 눈물』로 충분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끝없는 열정과 녹슬지 않은 용기에 힘껏 박수를 쳐드렸습니다. 그런데 듣기로는 '유랑극장'이 제주 문학의 집에서 한다던데 맞나요? 시험을 하루 앞둔 날이면 조금 고민을 해봐야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바로 달려갈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문학카페 유랑극장' 사랑합니다!





《글틴 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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