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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청소년문학상 수상자 인터뷰] 책은 한 달에 25권정도 읽고 장르는 안 가려요 외 2편

  • 작성일 2015-05-18
  • 조회수 935


[문장청소년문학상 수상자 인터뷰①]



책은 한 달에 25권 정도 읽고 장르는 안 가려요

- 비평&감상글 부문 우수상 수상자 한승용 인터뷰




작성 : 이상학(문학특!기자단 3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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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을 시작으로 올해 10회를 맞는 2014년 사이버문학광장 시상식. 《문장》에 등록된 총 3417건의 창작물 중 월 장원으로 선정된 50편 중 우수한 작품을 골라 대상(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 최우수상, 특별상, 위원장상 등 8편의 수상자를 선정해 시상이 진행됐다. 오전 11시에 시작된 행사에는 한국일보 황영식 논설위원, 이정록 시인, 김도연 소설가 등이 참석했고, 소설, 장르소설, 시, 산문 부문으로 나뉘어 시상이 진행됐다.(수상자 전체 명단은 문장의 ‘알립니다’ 게시판, ‘2014년 제10회 문장청소년문학상 선정 발표’ 수록)
시상식의 마무리로 시낭송이 이어졌다. 심영해 수상자는 수상작 「주간 김밥집」을, 성하영 수상자는 「머리카락」을 낭송했다. 수상이 모두 끝난 뒤 간단한 사진촬영을 하고 시상식이 마무리됐다. 한 시간 정도의 시상식 행사가 끝난 뒤 주최 측에서 제공한 식사 자리에서 문장청소년문학상 비평&감상글 부문 우수상 수상자인 한승용(19, 경기도 수원) 씨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 이상학 학생기자 : “수상 축하드립니다. 시상식에서 말 못 했던 소감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 한승용 수상자 : “제가 전년도에 비평글로 수상을 했기 때문에 ‘설마 또 주겠어’ 했어요. 전혀 생각도 못 하던 상을 받아 조금 당황스러웠습니다.”


◑ 상학 : “정말 대단하네요. 비평 부문에서 2년 연속 수상했는데, 비평을 쓰는 데 있어서 자신만의 습관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 승용 : “글쓰기 습관이라고 한다면 제가 좀 게으른 편이라 글을 그렇게 많이 쓰지 않아요. 그리고 비평이라는 글은 디테일한 소감을 적는 거라 굉장히 많은 정보를 알아야 하고 그 정보들을 적어 나가는 작업이 이어집니다. 그래서 제 글쓰기 습관과 잘 맞는 것 같아요.”


◐ 상학 : “비평에 많은 정보가 필요하다고 하셨어요. 그러면 책을 굉장히 많이 읽을 것 같은데, 독서량이나 좋아하는 장르는 무엇인가요?”
◑ 승용 : “요즘은 좀 줄어서 한 달에 25권 정도 읽어요. 그리고 장르는 가리지 않고 보는 편이에요. 보통 한 가지 장르에 꽂히면 관련 서적을 계속 읽고 다시 다른 장르로 넘어가 보는 편이에요. 지금은 신학에 꽂혀서 신학 책을 읽고 있어요.”


◐ 상학 : “와, 한 달에 25권! 어떻게 그렇게 많은 책을 읽나요? 책은 빨리 읽는 편인가요?”
◑ 승용 : “네, 보통 흐름을 보면서 읽어요. 책을 볼 때 편하게 보는 편이에요.”


◐ 상학 : “지금까지 정말 많은 책을 읽었을 텐데, 특별히 추천할 만한 비평이나 책 또는 이 글은 정말 내가 비평하고 싶다 하는 글이 있나요?”
◑ 승용 :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도스토예프스키)의 비평 중 이런 구절이 있어요. ‘이 소설은 인간의 모든 것을 담은 소설이다’, 그 비평이 정말 완벽하다고 느꼈어요. 그리고 지금은 김영하, 김애란, 김연수 작가의 비평을 모두 하는 것이 목표예요.”


◐ 상학 : “그럼 반대로 읽은 책들 중에 이건 정말 기대 이하였다 하는 책이 있나요?”
◑ 승용 : “『이방인』(알베르 카뮈)이랑 『설국』(가와바타 야스나리)이요. 이 두 책은 보면서 두 번 졸았어요. 그만큼 재미없게 읽었어요. 이 두 책이 엄청난 명작이라는 평가를 받아서 기대가 높았는데 그런 평가를 받는 이유를 모르겠어요.”


◐ 상학 : “그렇군요. 자, 이제 마지막 질문으로 최종 꿈이 어떻게 되나요?”
◑ 승용 : “현재 공부하고 있는 의학과 관심 있는 글쓰기, 철학을 접목해서 하나의 새로운 학문으로 수렴시켜, 그 새로운 학문이 발산해 가는 틀을 완성시키는 것이 큰 꿈이고, 가까운 목표는 도서관에 있는 책의 코드번호에 있는 모든 책을 읽어 보고 싶습니다.”


◐ 상학 : “ 대단하네요. 꼭 그 목표 이루길 바라겠습니다. 인터뷰 감사합니다.”




[문장청소년문학상 수상자 인터뷰②]



자, 우리 손을 잡고 태양을 뜨겁게 해보자

- 시 부문 최우수상 수상자 성하영 인터뷰




작성 : 정은지(문학특!기자단 3기)





제10회 문장청소년문학상 시 부문 최우수상 수상자로 선정된 성하영(18, 의정부여고) 양은 “한 번도 내 글을 남에게 보여준 적이 없다, 문장글틴을 통해 누군가 내 글을 읽어 준 것이 설레고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마이크를 잡고 수줍게 한 글자씩 꾹꾹 눌러 말하는 그녀의 조심스러움에 이끌려 필자는 인터뷰를 제안했다. 인터뷰를 허락해 준 하영 양의 첫 이미지는 매우 부끄러움이 많은 학생이었다. 그러나 시상식이 끝나 근처 음식점에서 밥을 먹으며 대화를 나눌 때 하영 양은 자신은 ‘찍먹파’인데 소스를 부은 탕수육이 나왔다며 아쉬움을 내비치는 웃음 많고 귀여운 여고생이었다.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자 어색한 분위기가 사라져 천천히 인터뷰를 시작했다.


◐ 정은지 학생기자 : 언제부터 시를 쓰게 되었나요?
◑ 성하영 수상자 : 어릴 때부터 시를 흉내 낸 글을 써봤고, 마음먹고 쓴 것은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예요.


◐ 정은지 : 평소 글 쓰는 곳은 어디예요?
◑ 성하영 : 주로 시간을 많이 보내는 학교에서 쓰고, 길에서 핸드폰으로 쓰기도 해요. 그리고 집에 와서 퇴고를 합니다.


◑ 정은지 : 퇴고 과정이 힘들지 않나요?
◑ 성하영 : 읽고 고치고 또 고치다 보면 맨 처음 썼던 것보다 이상해져서 ‘이번 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퇴고가 많이 힘들어요.


그녀에게 어떨 때 시상이 떠오르는가 묻자 “인상적인 장면을 보았을 때 떠올라요”라고 대답하며 자신이 쓴 시의 내용을 예시로 들어주었다.
“떨어진 꽃송이가 너무 예뻐서 두꺼운 시집에 꽂아 놓았다가 나중에 보았더니, 수술이 꺾인 꽃이 너무 잔인해 보였어요. 그게 너무 충격적이라서 쓴 시도 있어요.”
“이번에 수상을 받은 시 「머리카락」도 어느 날 문득 머리카락을 보았는데 시상이 떠올랐어요.”
그녀에게 감정이 더 결합되는 환경은 없냐고 묻자, 그녀는 망설임 없이 ‘햇빛’이라고 대답했다.
“선명한 햇빛이 비치는 곳을 보면 아름답고 감동을 느끼고 생각이 풍부해져요.”
유독 햇빛을 좋아하는 까닭은 어쩌면 우울한 사춘기 시절 자신의 마음을 위로해 준 J. M. 바스콘셀로스의 『햇빛사냥』에 나오는 구절 때문인지 모른다고 그녀는 고백했다. 아래는 그녀가 실제로 적어 둔 구절이다.
"제제, 중요한 것은 인생이 아름답다는 것을 깨닫는 거야. 그리고 우리들의 가슴을 뜨겁게 하는 태양은 하느님이 아름다움을 더욱 크게 하라고 우리에게 준 것이야."
"그러니까 내가 우는 것은 나의 태양을 적시는 거란 말이지?"
"그래. 나는 네가 너의 태양을 식히지 않게 하려고 온 거야. 자, 우리 손을 잡고 태양을 뜨겁게 해보자."
국문과나 국어교육과에 진학하고 싶다는 성하영 양은 “그래도 등단은 하고 싶어요”라고 문학에 대한 열망과 포부를 보였다. 많은 세상을 겪으면서 굳건해지는 자신을 보고 싶고, 문학적으로도 성장한 것을 느끼길 바라는 것이 꿈이라는 하영 양과의 인터뷰는 예전의 나의 모습을 보는 기분이었다. 그래서일까? 매 질문마다 눈동자를 위로 올리며 생각을 정리한 뒤 수줍게 대답하던 그녀가 아직도 눈에 선하다. 마지막으로 그녀가 이번 수상으로 본인이 쓰는 것이 ‘시’라는 확신을 갖고, 자신의 다채로운 감정표현을 많은 사람에게 좋은 작품으로 보여주었으면 한다.




[문장청소년문학상 수상자 인터뷰③]



수상의 비법, 허기와 졸림?

- 시 부문 우수상 심영해 인터뷰




작성 : 박준영(문학특!기자단 3기)





사전교육에서 얼핏 들은 내용은 도움이 되기보다는 부담감으로 다가왔다. 첫 모임, 첫 인터뷰 이런 단어들이 신참 기자를 짓누르는 건 ‘문학특!기자단’의 오래된 관행일까. 그래서인지 커피를 마신 것치고는 하루 종일 이뇨 작용이 활발했다.
이런 나를 짜장면 집에서부터 달래 준(?), 시 부문 우수상에 빛나는 작문 실력만큼이나 발랄하게 맞아 준 심영해 양(필명 해영)의 이야기를 들어 봤다.


* 일탈을 통해서 찾은 문학


◐ 박준영 학생기자 : 오늘날 수상에 이르게 된, 시를 쓰게 된 계기가 뭔가요?
◑ 심영해 수상자 : 제가 중학생 때 문예창작 동아리 학생들이 시상식에 참여하기 위해 수업을 빠지는 걸 봤어요. 저도 막연히 수업을 빠지고 싶은 마음에(너무 부러웠어요!) 그 동아리에 들어가 그때부터 문학에 뜻을 품기 시작한 것 같아요. 그래서 예술고등학교에 진학하겠다는 생각도 자연스럽게 가지게 되었어요.


◐ 박준영 : 예술고등학교 진학에 대해 부모님께서 동의해 주시던가요?
◑ 심영해 : 사실은 처음에는 반대하셨어요. 아버지께서 어렸을 때 제대로 교육을 받을 만한 여건이 안 돼서 ‘내 자식에겐 대학 등록금까지 꼭 내줘야지’라는 생각을 갖고 계셨대요. 하지만 저는 대학진학도 내키지 않고 글을 쓰는 게 좋았거든요. 그래서 있는 그대로 말씀드렸더니 제가 갈 만한 예술고등학교를 꼼꼼히 찾아 주셨어요.


◑ 박준영 : 아버지가 굉장히 자상하시네요!



* 될성부른 떡잎은 다름 아닌 나


◑ 심영해 : 제가 중학교 때 문예창작 동아리에 들어간 건 사실이지만 처음으로 시를 쓴 것은 안양예고 진학 실기 시험 때였어요.
◐ 박준영 : 정말요? (경악) 지금 상 받았다고 부풀리는 거 아니죠?
◑ 심영해 : 정말이에요. (웃음) 제가 시집을 잘 안 읽기도 하고 그렇다고 시를 열심히 쓰는 것도 아니라서요.
◐ 박준영 : 습작생이란 다 그런 법이죠. (웃음) 그렇다면 영해 학생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온 시인은 누군가요?
◑ 심영해 : 권혁진 시인이요. 보통 ‘등단’을 통해서 ‘시집’을 내며 문단에 나오는데 권혁진 시인의 경우 그렇지 않거든요. ‘시집’을 먼저 낸 다음 등단이라는 과정을 생략하고 문단의 인정을 받았기 때문에 저한테는 멋있게 느껴졌어요.
◐ 박준영 : 와, 굉장히 특이한 경우네요.



* 허기와 영감의 상관관계(?)


◐ 박준영 : 보통 영감은 시도 때도 찾아온다지만, 영해 학생은 언제 영감이 오나요?
◑ 심영해 : 저는 배고플 때랑 잠을 자고 나면 영감이 찾아오는 편이에요. 학교가 집에서 멀기 때문에 자취를 해요. 그래서 학교에서 저녁을 먹고 혼자 자취방에 있으면 허기가 지거든요. 한동안은 먹을 거로만 시를 쓴 적도 있어요.
◐ 박준영 : 그렇군요. 근데 잠을 자고 나서 잘 써진다면 주로 아침에 쓰는 건가요?
◑ 심영해 : 그런 건 아니고 실기 시험장에서 깜빡 졸아버린 적이 있어요. 그런데 오히려 깬 뒤에 잘 써지는 거 있죠? 그렇게 해서 잠을 빌려 시를 쓴다는 게 효과적이란 걸 깨달았죠.
◐ 박준영 : 정말 예상 밖의 비법이네요.


스스로 경험한 걸 기반으로 사실적인 시를 쓰고 싶다는 심영해 학생, 내년에는 시상식에서 받지 못한 상패(우수상은 상패가 없다)를 들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을지, 게시판에서 그녀가 투고하는 작품을 주목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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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틴 웹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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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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