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재미나요
희곡
아르코문학창작기금 선정작-
희곡 김연재 - 복도 굴뚝 유골함
복도 굴뚝 유골함 undocumented 김연재 등장인물 건축사진사 타일공 건축사진사의 조모 이거포 식물화석연구자 영구차 운전사 한인마트 사장 간병인 스튜어디스 백인 남자 소년 승객 병원 직원1, 2 주민센터 직원 법원 직원1, 2 우체국 직원 떠도는 미장이 가족 연표 1939이거포 황해도 출생 1950한국전쟁 1951간병인 부산 출생 1962마포아파트 건설 1965세종로 이순신 동상 건설 1970이거포 결혼 1972영구차 운전사 서울 출생 1974간병인 미국 이민 1980이거포, 영구차 운전사 가족 LA 이주 1988서울 올림픽 1992LA 폭동 1993이거포 남편 피살 1994건축사진사 서울 출생, 식물화석연구자 LA 출생 1995타일공 서울 출생 2017트럼프 제45대 미국 대통령 당선 2020이현실 혹은 이현아 혹은 이현경 피살 2021건축사진사의 미국 방문 “네가 여행자, 중개인, 다양한 아나운서 등 메신저에 천사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은 이해가 돼. 그러다 보면 심지어 세계의 흐름이나 파동…… 심지어 비행기에조차 그러겠네!” -미셸 세르, 『천사들의 전설』 “비합법적 처형, 정치적 살상, 시위대를 향한 공격을 기록했을지도 모를 이미지가 그 사건들을 보여줄 수 없을지라도 그것은 자체적인 주변화의 흔적을 담고 있다. 그 이미지의 빈곤은 결여가 아니라, 내용보다는 형식에 대한 정보의 추가적인 층위이다. (……) 빈곤한 이미지는 자신의 물질적 구성을 통해 재현의 영역을 훌쩍 넘어서 사물과 인간, 삶과 죽음, 정체성의 질서가 유예된 세계에 도달한다.” -히토 슈타이얼, 『스크린의 추방자들』 1막. 그 일이 일어났을 때 당신은 어디에 있었습니까? 1. 뼈 붉은 흙밭에 타일공 서 있다. 봄비가 내린다. 타일공 뒤로 멀찍이 버스가 도착한다. 일꾼들이 줄지어 버스를 탄다. 비에 젖은 시골길을 구르는 버스의 바퀴 소리. 모두 떠난다. 침묵. 이따금 새소리. 타일공의 발치에 흰 뼛조각 튀어나와 있다. 타일공의 발이 붉은 진흙 속으로 빨려든다. 그는 몸을 굽혀 뼈에 묻은 진흙을 걷어낸다. 뼈가 모습을 드러낸다. 타일공의 발부터 종아리 절반까지 진흙 속에 빠져든다. 마치 흙 속에 심어진 것 같다. 뼈는 떠오르고 타일공은 가라앉는다. 2. 천사 요양원. 회칠된 흰 벽이 있다. 정오의 환한 햇빛이 들어온다. 침대 위, 건축사진사의 조모가 몸을 곱게 접어 자고 있다. 그 옆에 건축사진사, 앉아서 조모를 바라본다. 긴 사이. 조모, 몸을 뒤척인다. 건축사진사할머니? 사이. 건축사진사할머니, 저 왔어요. 너무 늦었죠. 사이. 건축사진사화나신 건 아니죠. 더 늦기 전에…… 보러 왔어요. 사이. 건축사진사이런 말 하면 화내실 수도 있는데. 건축사진사, 심호흡을 한다. 건축사진사저랑 동생이 할머니 집에 버려지기 전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조모, 벌떡 일어난다. 건축사진사아니에요, 할머니.
작성일 2022-09-30 작성자 관리자 좋아요 0 댓글수 0 조회수 2381상세보기 -
희곡 조제인 - 구와 마젠타
구와 마젠타 조제인 무대 신이문에 위치한 옥탑, 원룸. 장마철 잦은 비로 덥고, 또 습하다. 이곳의 장점은 신이 노하더라도 물에 잠길 위험은 없다는 것이고 단점은 재개발을 앞두고 있어 집주인이 집 관리에 다소 소홀하다는 것이다. 소정과 민서가 이사 올 때부터 지붕 틈 사이로 전봇대 전기선이 조금씩 보이지만 두 사람은 이에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있다. 주의사항 소정과 민서의 원룸에는 아날로그 3 : 4 화면비의 티브이 대여섯 대가 큐브와 섞인 채로 배치되어 있다. 민서가 동네에서 하나둘 주워 오던 것들이다. 극 중 이 티브이 화면을 통해 이미지나 텍스트가 송출된다. 무대에 송출되는 텍스트와 이미지는 희곡 내에서는 분홍색으로 작성되어 있다. 무대 위 소정과 민서는 큐브와 티브이를 가구 대용으로 사용한다. 그 위에서 밥을 먹거나, 잠을 자기도 한다. 그 외 공간은 모두 사실적인 사물들이 배치되어 있다. 조잡한 페인팅으로 가득 찬 파란색 가벽들과, 쓰레기를 꽉꽉 채워 야무지게 묶은 이문동 전용 쓰레기봉투 더미, 송골매 신곡 모음 레코드판, 작은 자개 문짝 같은 것들. 하지만 2부 전까지는 조명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등장인물 소정 그리고 민서. 두 사람은 서로를 끔찍하게도 아끼고 의심한다. 1부 1장 소정, 라디오를 앞에 두고 있다. 지직, 지지직, 지지직. 라디오가 장마철 폭우처럼 울며 드문드문 소리를 뱉어낸다. 라디오 소리[신이문역…… 이문2동의 재개발을…… (앞두고―는 묵음 처리) 도시재정비…… (위원회―는 묵음 처리)는 노후, 불량 건축물이 밀집해 열악한 주거 환경 개선이 필요한……] 소정은 심각한 표정으로 라디오를 몇 번 때리거나 높이 들어 올려 신호를 잡아 보려 한다. 소정할 수 있다. 할 수 있어, 아이 캔 두잇. 소정은 의자 위로 올라가 발을 힘껏 딛고 라디오를 최대한 위로 올린다. 기적처럼 다시 신호가 잡힌다. 라디오 소리[최근 주식 시장에 격변이 불어오며 남녀노소 다소 충동적인 투자를…… 정부는 이에 대해] 소정아니야! 이게 아니라고! 소정, 있는 힘껏 라디오를 때린다. 라디오 소리[꿈을 포기한 사람들, 작가, 철학가, 영화인……] 소정됐다! 라디오 소리[소설가, 수필가, 사업가, 극작가, 지식인, 칼럼니스트로 유명한 베르나르 앙리 레비는 나는 내 젊은 날의 꿈을 서른 번도 넘게 배반했다 말합니다. 여러분도 잘 알고 계신 영화, 〈방가방가〉의 육상효 감독님이 하신 말이 기억나는데요. 꿈이 바뀐 것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부끄러운 건 꿈이 없어진 것이고, 더 부끄러운 건 꿈을 핑계로 삶을 망가뜨리는 것이다. 이옥섭 감독님의 단편 영화 〈플라이 투 더 스카이〉에 나오는 내레이션이죠. 감독님은 올해 신진 예술가 지원 사업을 하고 계시죠. 꿈을 포기한 사람들에서는 저번 주 사연 신청을 받아 감독님에게 전달했습니다. 감독님이
작성일 2022-10-21 작성자 관리자 좋아요 0 댓글수 0 조회수 2110상세보기 -
희곡 김수형 - 심봉사, 뺑덕이네 고발 사건
심봉사, 뺑덕이네 고발 사건 김수형 등장인물 심봉사, 뺑덕이네, 판사, 김변, 하주승, 황기사, 의사, 뺑덕, 심청, 증인들 1장. 사건명 극 진행은 마당극 형식을 기본으로 하며, 뮤지컬 또는 판소리 창극 형식으로 연출할 수 있다. 막이 오르면, 사람들 무대 위로 등장하면서 노래를 부른다. 중앙에는 판사, 좌우로 심봉사와 김변, 그리고 뺑덕이네가 선다. 증인들이 무대 좌우로 나열한다. 관객들이 배심원이다. #노래1. 고발 고발 고발이다_모두(합창)+심봉사(독창) 합창 고발, 고발, 고발이다, 몹쓸 뺑덕이네 고발 어디 훔칠 게 없어서 효녀 심청 꽃 같은 몸값을 가로채, 눈먼 심봉사를 속였구나 심봉사 (화가 나서) 뺑덕이네, 저 여자가 나를 속였습니다. 개안 수술 하자고 나를 꼬드겨서 서울로 갔는데 젊은 애인과 짜고, 내 눈 수술비를 가지고 도망갔습니다. 합창 사기, 횡령, 정신적 피해, 못된 뺑덕이네 고발 어디 속일 데가 없어서 불쌍한 심봉사 수술비를 가로채? 청이가 알면 기절초풍이다 판사 뺑덕이네는 심봉사가 고발한 이 사실을 인정하십니까? 뺑덕네 네, 인정합니다! (사이) 하지만, 저는 잘못이 없습니다! 증인들 (분을 내며) 뭐야? (웅성거리며) 뭐, 저런 인간이 있어······. (다양한 반응들) 생긴 거부터가 완전 사기야······. 합창 눈 뜨고 코 베 가는 이 세상 눈 없는 심봉사는 어찌 살꼬 심봉사 저 못된 뺑덕이네 고발한다! 합창 속고 속이는 위태로운 세상 몹쓸 뺑덕이네 어찌할꼬 심봉사 저 몹쓸 뺑덕이네 고발한다! 합창 심봉사, 뺑덕이네 고발 사건! 2장. 사건 개요 판사 고소인 측, 이야기하시죠. 김변 고소인 심봉사의 변호사, 김변입니다. 존경하는 판사님과 (관객 보며) 앞에 계신 배심원 여러분들에게 지금부터 간략하게 이번 사건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심봉사 님, 황주시 도화동에 사는 심학규 맞지요? 심봉사 네. 맞습니다. 김변 언제 봉사가 되셨나요? 짧게 말씀해 주시죠. 심봉사 유전인지······ 어릴 적부터 당뇨에 합병증이 있다 보니, 결혼하고 실명을 했지요. 아내는 딸 청이를 낳고, 일주일 만에 죽었습니다. (야속하다는 듯) 매정한 여자······ 그래서 딸 하나를 데리고 시각장애인으로 살았습니다. 선진국 선진국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장애인으로 산다는 것은······ (서러움이 올라와) 너~무 힘들고 어렵습니다. 길 걷는 거, 계단 오르내리는 거, 버스 지하철 환승 너무 어렵고, 식당에서 밥 먹으려면 키
작성일 2023-04-07 작성자 관리자 좋아요 0 댓글수 0 조회수 2023상세보기 -
희곡 신은수 - 율도국
율도국 신은수 등장인물 홍인형, 홍길동, 양삼봉, 여진, 꽃비, 배덕성, 장오출, 옹말석, 김처선 배경 1506년(연산군 11년) 조선. 사옹원(司饔院)1) 분원(分院), 어소(漁所)2)의 집무실 안. 책상과 의자가 놓여 있는 공간 주변으로, 문서들이 놓여 있는 책장들. 그 옆 편엔 넓지 않은 마루방 공간이다. 굴비 등의 생선들이 볏짚에 엮여 매달려 있으며, 작은 옹기들이 주변에 놓여 있다. 잔잔한 파도 소리. 1. 어전(漁箭)3)을 살펴보는 홍인형, 안개가 자욱한 이른 아침의 바닷가. 홍인형 ······. 무언가 생각에 잠긴 표정, 도포 차림에 갓을 쓴 김처선이 다가와. 김처선 쌀쌀하구먼, 그래. 1)사옹원(司饔院): 임금과 대궐의 식사 공급을 위해 설치된 기관. 2)어소(漁所): 궁궐에 생선 등의 어물을 공급하던 곳. 3)어전(漁箭): 물고기를 잡기 위해 물속에 둘러 꽂은 나무 울. 예를 갖추는 홍인형. 홍인형 이른 아침부터 나오셨습니까. 김처선 어전에 뭔가 많이 잡혔는가. 홍인형 그래 봤자······ 배에서 올리는 것보단 미비하죠. 김처선 요즘 같은 철엔······ 조기들은 많겠는데······. 홍인형 잘 알고 계시는군요. 김처선 평생 수라를 책임졌던 사람일세. 홍인형 진상해 올리는 것에 혹여 흠이라도 있나, 늘 걱정뿐입니다. 김처선 전하께선 별말 없으시네. 홍인형 다행이로군요. 김처선 예부터 이 연안엔 늘 어족이 풍부했지. 어전에 모인 물고기들을 살펴보며. 김처선 밀물에 몰려온 고기떼들이 썰물 때 나갈 물살을······ 저렇게 나무 울로 막아버리고선 잡는식이로구먼. 홍인형 상선(尙膳)4) 어른······. 김처선 뭐든 망설이지 말고 말하게. 홍인형 근래 어획량이 줄어 용왕제를 지내려 하는데, 어떠십니까. 김처선 미신은 나라에선 금하는 것이네만. 홍인형 이것마저 막는다면 동요될까 염려스럽습니다. 김처선 조선팔도 어디든 어렵긴 마찬가지라네. 홍인형 날씨에 따라 바뀌는 어촌은 앞일을 알 수 없는지라, 대책 없이 이대로 겨울에 이른다면, 굶어 죽는 자들이 늘어갈 것입니다. 김처선 조정의 대책을 기다려 보세나. 홍인형 용왕제라면 어쨌든 동요는 잠재울 테니, 제 처벌을 각오하고라도······. 김처선 사옹원과는 별개로···&midd
작성일 2023-03-24 작성자 관리자 좋아요 0 댓글수 0 조회수 1886상세보기 -
희곡 조현주 - 유령들의 시간
유령들의 시간 조현주 등장인물 강민형 강소정: 강민형의 여동생 강민수: 강민형의 남동생 강윤: 강민형의 아들 한미주: 강소정의 딸 그 외 네 명의 배우: 각각 사슴, 두 마리의 코뿔소, 종을 든 소년을 연기한다. 공간적 배경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외진 시골 마을이다. 한창때는 50여 가구에 200여 명이 살았지만 지금은 10여 가구에, 주민은 13명이 전부다. 남성이 3명, 여성이 10명이며, 모두 70대 이상이다. 가장 고령자는 95세의 여성. 이 마을은 수십여 년 전의 정전(停戰) 이후 강씨 일가가 모여 살게 된 집성촌이다. 그들은 성실한 노동으로 험난한 시기를 함께 이겨내면서 대를 이어 자식들을 키워냈다. 시간이 흘러 어른이 된 자식들은 도시로 떠났다. 나이 든 이들이 마을을 지키다 고령으로(대부분이 그랬다), 사고사로 혹은 예상치 못한 병으로 사망하면서 마을에는 점차 빈집이 늘어나게 되었다. 간혹 도시 생활에 지친 자식들이 부모 곁으로 되돌아오긴 했지만 잠시 머물렀을 뿐, 정착하지는 않았다. 그들에게 이 시골 마을은 부모들의 공간인 것이다. 무대는 마을의 서편 산등성이 아래에 드넓게 펼쳐진 땅이다. 밭으로 활용하기에는 모든 조건이 최악인 탓에 누구도 관심 두지 않았고, 그로 인해 오래도록 폐허로 남아 있었다. 주변의 논과 밭을 일구면서 옮겨 온 바위와 자갈과 온갖 폐기물들로 가득했던 곳이다. 반년 전 강민형이 이 폐허를 사고, 매화나무를 심겠다는 결심을 하기 전까지는. 무대 설명 무대의 양옆은 빼곡하게 자란 나무들로 채워져 있다. 이 나무들 사이사이로 배우들의 등·퇴장이 가능하다. 황량하고 광활한 폐허가 무대 뒤쪽에 펼쳐져 있고 멀리 산등성이가 보인다. 무대 위에는 등받이 없는 의자 둘, 낡은 소파 하나, 낡은 소파에 걸쳐 있는 담요들 말고는 다른 건 아무것도 없다. 오직, 그리고 여전히 폐허뿐이다. 시간적 배경 현대, 봄날의 어느 날. 제1막 정오 무렵 제2막 1막의 해 질 무렵 제3막 1막의 밤 제4막 3막에서 일주일이 지난 후의 저녁 †극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진행되며 시간, 장소, 분위기의 변화를 표현하기 위해 23개의 장으로 구분된다. †〈//〉표시가 있는 부분은 그 지점부터 대사가 겹친다. 제1막 1장 멀리에서 들려오는 산새 소리. 잔잔한 음악이 깔린다. 희미한 조명이 무대의 벽면을 비춘다. 사슴 등장. 산책하듯 천천히 걷는다. 사슴은 이따금 무대 안으로 들어오지만 잠깐일 뿐, 대부분 숲 저쪽에 있다. 잠시 후 그림자 곁으로 강민형이 등장한다. 여든을 넘긴 노인. 지쳐 보이지만 표정에는 초연한 느낌이 어려 있다. 강민형은 마치 사슴 곁을 지키듯 무대 벽을 따라 천천히 걷는다. 강민형 어련히 알아서 들어갈까 봐, 뭐 한다고 또 나왔어. (잠시 멈춰 서서 물끄러미 하늘을 올려다본다) 날이 좋기는. 구름 한 점 없으면 볕만 따갑지. (다시 걷는 다) 오후에는 풀부터 좀 뽑아야겠어. 왜 그 당숙모 묘 가는 길목에 불룩하니 솟은 땅 있잖아.
작성일 2023-03-31 작성자 관리자 좋아요 0 댓글수 0 조회수 1775상세보기 -
희곡 김성배 - 런드리 하우스
런드리 하우스 등장인물 강수혁: 37세, 런드리 하우스 직원 조이슬: 27세, 런드리 하우스 직원 김동인: 61세, 런드리 하우스 직원 최억수: 35세, 런드리 하우스 직원 전영자: 45세, 런드리 하우스 직원 양진철: 15세, 런드리 하우스 아르바이트 사원 윤주섭: 57세, 런드리 하우스 사장 손철오: 56세, 형사 수혁의 모친 이슬의 부친 회장 새로운 사장 등 때 현대, 어느 해 겨울에서 봄까지 곳 어느 도시의 영세 세탁공장 ‘런드리 하우스’ 안팎 무대 주 무대는 평화시장 인근의 세탁공장 ‘런드리 하우스’ 내부. 중앙에는 다림질대 세 개가 놓여 있고 왼쪽으로는 다림질이 끝난 세탁물을 포장하는 작업대, 그 왼쪽에는 국내에 유통되거나 해외로 수출되는 의류가 등급별로 구분된 채 옷걸이에 걸려 있다. 뒤쪽으로 박스 포장된 옷들이 차곡차곡 쌓여 있고 그 너머로는 화물차에 박스를 싣기 위한 공간으로 빠져나가는 문이 있다. 다림질대 오른쪽으로는 세탁을 마치고 다림질을 진행해야 하는 세탁물들을 넣어 두는 커다란 통이 있고 그 오른쪽으로는 의류를 수선하거나 얼룩을 지우는 작업대, 간단히 차를 마실 수 있는 탕비실, 세탁실로 이어지는 문이 있다. 무대 뒤쪽 벽에 ‘오늘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라’는 표어가 붙어 있다. 1장 막이 오르면 다림질대 앞에서 이슬, 영자, 동인이 능숙하게 다림질을 하고 있다. 그 앞쪽에서 진철이 쭈그려 앉아 핸드폰 게임을 하고 있다. 동인, 진철을 못마땅하다는 듯 흘끗 쳐다본다. 진철, 그런 시선을 의식하지만 못 본 척 게임을 계속한다. 벽시계가 오전 11시를 가리키고 있다. 동인 이제 그만하지? 진철, 못 들은 척 게임을 계속한다. 이슬과 영자의 손놀림이 빨라진다. 동인 어찌 하는 짓을 보면 싹수가 노란 것도 같고……. 이슬 좀 봐줘요. 방금 전에 포장 작업 끝냈잖아요. 동인 다른 사람들은 놀았대? 저러다 또 억수 녀석한테 한 소리 듣지. 영자 그나저나 요새는 영 A급이 안 들어오네. 그런 게 좀 들어와야 우리도 재미를 보는데. 동인 저번에 블라우스 챙겼다가 사장님한테 그 욕을 먹어 놓곤 아직 정신 못 차렸군. 진철 (벌떡 일어서며) 아싸라비아! 신기록 세웠어요! 동인 뭐? 진철 자동차경주요. 최고 기록이라고요! 이거 당분간 안 깨질걸요? 동인, 그 모습을 보며 혀를 찬다. 그때 억수, 몸을 움츠리며 등장한다. 억수 으 추워! 이놈의 겨울은 왜 이리 길어? (진철을 발견하고) 야! 양진철! 너 또 땡땡이냐? 이게 진짜 틈만 주면 저러네? 집합! 진철 (볼멘소리로) 왜 그래요? 포장 작업 다 끝냈다고요. 억수 이리 못 와? 억수가 눈을 부라리면 진철, 억수 앞에 달려가 차려 자세를 한다. 억수 열중쉬어! 차렷! 열중쉬어! 차려! 진철 (제대로 따라 하
작성일 2023-04-28 작성자 관리자 좋아요 0 댓글수 0 조회수 1544상세보기 -
희곡 이미경 - 축지법과 비행술
축지법과 비행술 이미경 등장인물 고진옹(49세 남) - 고공농성 노동자 허수인(49세 남) - 고공농성 노동자 이윤미(43세 여) - 고진옹 아내 도근행(42세 남) – 노조원 동료 안상태(49세 남) – 국회의원 한우근(48세 남) – 미래자동차 사장 서지만(55세 남) – 미래자동차 팀장 홍성호(51세 남) – 고공농성 함께했던 동료 *아래 사람들은 일인 다역 가능 경찰들 / 노조 동료들 (여직원 / 남직원) 국회의원 보좌관 / 기자 무대 굴뚝 위 농성 현장 : ‘노사합의 이행하라!’ ‘노동 악법 철폐하라’ ‘한우근 대표 약속을 지켜라!’ ‘굴뚝 고공농성 ― 372일차‘ 현수막이 굴뚝 밖을 둘러싸 걸려 있고, 굴뚝을 둘러 이들 삶의 공간 위로 천막이 쳐져 있다. 천막 안엔 초라한 세간. 사무실 미래자동차 사장 한우근 사무실 / 국회의원 안상태 사무실 / 고진옹 사무실 : 간단한 탁자와 의자, 특정 장소를 나타낼 수 있는 패널을 활용하여 장소 구현. 구치소 미래자동차 정문 앞 추모 공간 1장 75m 높이의 굴뚝 위, 고진옹과 허수인 조명 들어오면 초라한 상 위에 소주 한 잔과 향이 꽂힌 쌀그릇이 놓여있다. 허수인, 상 앞에서 두 번 절을 한다. 고진옹은 왼손으로 빨간색 조끼 목덜미를 잡고 오른손으로 조끼의 끝자락을 잡은 후, 북쪽을 향해 조끼를 흔들면서 소리친다. 초혼1)을 부른다. 고진옹미래자동차 홍성호, 복! 복! 복! 빨간색 조끼에 붙어 있는 ‘비정규직 철폐, 정리해고 철폐, 노동 3권 쟁취’라는 표어가 흐느끼듯 나부낀다. 오른쪽에 귀신이 된 홍성호가 밝게 웃으면 예전 모습 그대로 굴뚝 위로 돌아온다. 홍성호, 고진옹에게 다가가 핸드폰을 빼앗으려 하자, 고진옹 안 뺏기려 한다. 고진옹내 건데. 홍성호난 죽었잖아. 고진옹, 핸드폰 쥔 손에 힘이 풀린다. 홍성호, 핸드폰을 가져가서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게 노래를 튼다. 옛 만화영화 주제가, 바로 그 노래다. ‘달려라 달려 로보트야 / 날아라 날아 태권브이 / 정의로 뭉친 주먹 로보트 태권 / 용감하고 씩씩한 우리의 친구 / 두 팔을 곧게 앞으로 뻗어 / 적진을 향해 하늘 날으면 / 멋지다 신난다 태권브이 만만세 / 무적의 우리 친구 태권브이~~’ 홍성호, 노래에 맞춰 축지법 쓰듯 잰걸음으로 굴뚝 위를 돌아다닌다. 홍성호이렇게 높은 곳까지 올라온 이상, 뭐라도 해내야지. 그러려면 열정적으로다가, 열정적으로다가 움직여야 해. 절대 지치면 안 돼. 이곳에서 축지법과 비행술 수련한다 생각해. 정의로 뭉친 주먹 로보트 태권브이처럼 (잰걸음으로 돌아다니며) 75m 상공 위에서 비행하는 거지. 고진옹과 허수인, 홍성호의 모습을 그리워하듯 물끄러미 바라본다. 고진옹(울컥하며) 형님. 홍성호뭐 하는 거야? 그렇게 앉아 있지 말고 날아다녀. 비행술을 익히라고. 홍
작성일 2022-09-16 작성자 관리자 좋아요 0 댓글수 0 조회수 1529상세보기 -
희곡 이원희 - 얼룩 지우기
얼룩 지우기 이원희 작품 배경 초라한 무덤. 비석에 얼룩이 있다. 이를 지우기 위해 능역 관리인 박씨와 황씨는 세제로 박박 닦는다. 여전히 지워지지 않는 얼룩. 두 사람은 아리송한 표정을 짓는다. 세찬 매미 소리가 더 덥다. 이거 왜 이래? 더위를 피해 그늘 속으로 들어가버리는 두 사람. 유치원 아이들이 노래를 부르며 고개를 내민다. 청바지 차림의 유치원 교사 들어온다. 아이들이 이 왕릉은 왜 이렇게 작고 못생겼냐고 묻자 얼버무리는 교사. 아이들의 질문에 신하들에게 쫓겨난 임금이라고 한다. 그러자 아이들이 나쁜 왕이라며 손가락질을 한다. 교사가 만류해 보지만 소용이 없다. 후다닥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버린다. 박씨와 황씨, 몇 번 시도하다가 세제가 아닌 양잿물로 씻어 보자며 나간다. 달빛 혼곤히 고인 능역. 혼유석에 앉은 두 여인. 광해군 부인 유씨와 광해군 모친 김씨다. 아이들이 까불거리며 자신들의 묘를 가리키면서 손가락질했던 낮일을 떠올리며 쓸쓸해 하는 김씨. 그녀를 위로하는 유씨. 광해는 소나무에 매단 그네를 타며 어떤 것을 기다리는 듯 마음은 저쪽 어디. 능역이 납덩이처럼 차갑고 무겁다. 차가운 밤공기가 오히려 덜 쓸쓸하다. 난데없이 말 울음소리. 단종의 정비 정순왕후가 팔십 노객의 모습으로 들어온다. 근처에 있는 사릉의 주인, 정순왕후가 석마를 타고 왔다. 애원성인 듯 밤마다 김씨의 흐느끼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다. 정순왕후는 자신이 살아왔던 신산스러운 삶을 들려주며 이들을 위로한다. 정순왕후의 말이 와 에서 재현된다. 수양에 놀아나는 대신들, 수양 숙부의 왕위찬탈, 단종의 영월 유배와 죽음 그리고 정순왕후의 삶이 무대를 구성한다. 단종은 군주가 아니었다. 권력욕에 사로잡힌 수양과 그의 입맛대로 움직이는 관료들에 의해 철저히 농간당하면서 단종이 죽어야 할 왕으로 만들어져 결국 그렇게 생을 마감한다. 그의 정비인 정순왕후의 삶 역시 자신의 것이 아니었다. 그 세월이 무려 80여 년. 그 버려진 세월 동안 정순왕후는 쪽물을 들이며 산다. 연명도 연명이지만 쪽풀처럼 파란 세상이 되기를 바라는 소망 때문이다. 또한 타인의 얼룩으로 더 이상 고통받지 않는 세상이길 꿈꾸면서. 광해군 모친인 김씨는 왕비에서 폐서인으로 전락해 신산스러운 삶을 살아왔던 정순왕후의 말을 듣고, 자신의 아들 광해 또한 주변인들이 새겨놓은 얼룩에 갇혔다며 그의 삶을 풀어낸다. 광해군 시절, 신하들이 작당하여 광해를 모함하고, 임해군이 반란하는 등 역사적 사건들이 와 에서 재현된다. 임진왜란을 겪고 광해는 철저히 대외정책을 실리적인 데 두었다. 명나라와 이제 막 발흥한 청나라 사이에서 실리라는 잣대로 명분과 현실 사이에서 거리재기 외교를 한다. 하지만 새로움은 언제나 이미 있는 것의 저항을 받는 법. 대명의리론에 감금된 대신들의 강력한 반발 그리고 당쟁의 틈바구니에서 점차 광해의 뜻이 허물어진다. 급기야는 어린 영창군과 형 임해군을 죽이고 계모 인목대비를 폐위시켜 감금한다. 권력을 향한 복잡한 궁중 인물들의 역학관계와 주변인들의 작당으로 임금 자리에서 쫓
작성일 2022-09-23 작성자 관리자 좋아요 0 댓글수 0 조회수 1505상세보기 -
희곡 이민구 - 개 짖는 소리
개 짖는 소리 이민구 등장인물 하준 마람 유영 춘식 노숙자 보민 남자(1인 다역) 여자(1인 다역) 무대 무대는 고시원이 뒤에 있고 커다란 개집이 하나 있다. 덩그러니. 고시원 창문은 전부 방범창이 달려 있다. 고시원에는 ‘경축! 재개발 확정!’이라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0. 프롤로그 하준미사일처럼 올랐습니다. 피슝! 부동산마다 미사일 발사대가 있는 것 같았습니다. 내 통장에는 찍혀 본 적도 없는 숫자들이 연일 고공행진을 했습니다. 도무지 현실처럼 느껴지지 않는 숫자들을 보면 머리가 아득했습니다. 투표장이 있었습니다. 75%가 목표라고 합니다. 역시나 높은 숫자들은 저의 동의 없이 멀리멀리 날아갑니다. 전 분명히 반대표를 던졌는데, 제 표가 의미가 있었을까요? 저 미사일이 언젠가 펑 하고 터져 불꽃놀이처럼 하늘을 수놓을까? 내 두 손에 있는 것은. 펄떡펄떡. 펄떡였습니다. 1. 무대의 조명 하나. 등장하는 하준. 하준은 무언가의 목을 조르고 있다. 하준고등학교 때였습니다. 자유민주주의였나 자유시장경제 체제였나. 아무튼 자유가 중요한 단어처럼 여겨지는 그런 내용의 시간이었습니다. 자유라는 단어를 계속해서 들었는데 그게 윤리 시간이었는지 사회 시간이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마 수학 시간이었을 것 같기도 합니다. 그때 선생님은 이렇게 말했죠. (선생님 성대모사) “대한민국에서 자유란 가치는 숭고합니다. 여러분들은 무엇이든 될 수가 있죠. 그러니까 꿈을 가지세요.” 저는 손을 번쩍 들고 말했습니다. 큰 집을 가지는 게 꿈이 될 수도 있나요? 주변에서 키득거리며 “저 병신.”, “뭐래.” 따위의 소리가 들려서 괜히 주눅이 들었죠. 하지만 선생님은 달랐어요. 진지한 얼굴로 (선생님 성대모사) “그럼! 대한민국에서는 무엇이든 꿈이 될 수 있단다.” (깊은 한숨) 씨발! 그때 그 선생님은 그렇게 말하면 안 됐죠! 하여간 선생들은 이게 문제야. 어린 애들한테 솔직하지 않은 거! 그건 네가 가지기에는 존나게 큰 꿈이라 턱도 없어! 이게 양심의 가책이 느껴진다면 그냥 세상에는 다른 꿈들이 많단다. 집은 그냥 사는 곳이잖니? 이렇게 동화 같은 유치함을 심어주기만 했어도! 그럼 난 이 자리에 없었을 수도 있습니다. 무대 조명 둘. 등장하는 마람. 히잡을 쓰고 있다가 벗는다. 마람은 무언가의 목을 조르고 있다. 마람한국이 지도 어디에 있는지 몰랐어요. 지도가 무엇인지 몰랐다는 것이 좀 더 정확하겠네요. 여자들에게 뭘 가르쳐주지 않거든요. (히잡을 들며) 이건 아무것도 모른다는 증거예요. 아빠는 내가 모른다는 걸 자랑으로 여겼어요. 대신 제가 샤이는 기가 막히게 타거든요. 아침에 집에서 나가기 전에 제가 만든 샤이를 꼭 드셔야 했죠. 전 주로 박하 잎을 탔어요. 아침에 마시면 개운하거든요. 그날은 왜 박하 잎이 없었을까요? 그걸 얻으러 나갔다가 와르다가 BTS를 알려줬어요. 코리아? 그게 어딘데? 잘생겼는지도 모르겠어. 그날, 아
작성일 2022-09-09 작성자 관리자 좋아요 0 댓글수 0 조회수 1400상세보기 -
희곡 황은화 - 마부들
마부들 부제: 버려진 죽음들 황은화 등장인물 김척 (척) 오형탁 (탁) 조민국 (꾹) 어떤 남자 화난 사람들 환영들 작품 배경 노인들의 고독사를 처리하는 민간업체들이 있다. 그중 하나가 ‘황금마차’란 이름을 가진 회사이다. 대표는 김척. 황금마차는 누군가의 고독사 뒤처리를 담당하고 지자체로부터 비용을 받는다. 김척이 황금마차를 설립한 후 곧바로 건설 현장에서 만난 오형탁을 일에 끌어들인다. 그리고 두 달 후 후배 조민국까지 데려온다. 오형탁은 10년 이상 시체를 닦는 일을 했던 인물이지만 시체 일이 지겹고 지쳐 노후 귀농을 생각하며 건설 현장에서 일하다 김척의 수완에 넘어가 회사의 멤버가 된다. 반면, 조민국은 김척의 고향 후배로, 이사업체에서 일하다가 폭력 사건으로 2년 징역을 살고 나와 허송세월하던 중 김척의 부름을 받는다. 김척은 부동산 업자로 한때 승승장구했지만 주식 투자 실패로 이혼과 함께 어려운 시기를 보내다가 새로운 사업에 뛰어들었다. 무대 두 개의 공간 교차. 무연고자들이 죽은 공간과 황금마차의 사무실이 교차하는 구조. 1막 1-1 빛이 없는 방 영세민 아파트 (404호 내부). 낮. 밤이 아니지만 내부는 동굴처럼 어둡다. 망자의 소리죽음아~ 죽음아~. 망자의 음성이 어둠 저편에서 들려온다. 낮고 작은 음성이라 관객들이 알아듣기가 쉽지 않을 정도이다. 고요 속에 울림. 잠시 후, 문이 조심스럽게 열리고 우주복 차림(점프 수트)을 한 남자 세 명이 차례차례 등장한다. 마치 우주를 탐사하는 우주비행사와 같은 움직임이다. 세 명은 헤드랜턴을 켜 주변을 살피기 시작한다. 두 명은 주변에 소독제를 뿌리면서 이동, 나머지 한 명은 잔뜩 긴장해 움직임이 어색하다. 조민국(꾹)낮인데 왜케 어두워! 불 좀 켜 봐요. 불! 쫌! 오형탁(탁)조용! 김척(척)확 그냥 막 그냥! 얌마! 안 켜진다. 이거 뭐 전기도 끊긴 거였네. 가지가지! 꾹뭔 냄새야?!! (역한 냄새를 맡고 헛구역질을 하며) 대체 이게 뭐예요? 척저놈 저거 확 그냥~ 가만히 있어 봐. 여기가 죽었던 자리네. 탁상태 보니 석 달도 넘은 거 같다. 척석 달? 오마이 니미럴 갓! 꾹척형~~ (바닥에 깔린 구더기를 보며) 난 못하겠어. 척야! 꾹! 일단 꾹! 꾹 참아 봐! 꾹씨발, 이건 아닌 거 같아! 본능적으로 나랑 안 맞아. 나 갈게! 척막 그냥, 확 그냥~ 꾹딴 사람 찾아. 나 이거 빼곤 몽땅 다 할 수 있을 거 같은 확신이 좆나 들어. (속이 다시 울렁거린다) 웩~ 탁조용! 척(검지를 입술에 대며) 쉿! 일동 조용! 일단 집 전첼 다 둘러보고 바로 작업 들어 가자! 니미 오늘 지대로 걸렸네. 꾹척형, 제발 불 좀 켜줘 봐! 원래 이 일이 이래? 불 쫌~ 탁반장. 쟤 보내. 부정 탄다. 척이미 탄 거 같긴 한데요. (얼굴 도리도리 흔들며) 아니지. 셋이 좋아요. (강조하는 말투) 셋이 무조건 좋아. 내가 미아공주님한테 물어봤는데 우린 셋이 무조건 좋대. 저 꼴통이 나무, 나무 목, 나
작성일 2022-10-07 작성자 관리자 좋아요 0 댓글수 0 조회수 1317상세보기 -
희곡 오태영 - 21세기 벼룩시장
21세기 벼룩시장 오태영 등장인물 노 철학자(노철, 90세) 노 시인(노시) 노파 광대 청년1 청년2 숙녀 사이보그(여) 사이보그(남, 경찰) 안경 쓴 약장수 경찰 1장. 벼룩시장 좌판을 벌여놓고 앉아 있는 몇 명의 초라한 노인들. 첫 번째 노인의 좌판에는 몇 개의 뼈와 해골. 그 옆 노인은 몇 장의 헌책과 종이 뭉치. 옆 노파는 약간의 낡은 의상과 손수건, 그리고 붉은 천 몇 점. 노인들 뒤에 진열대 대용의 철창이 보인다. 노파의 천 조각들은 철창 구조물에 빨래처럼 걸려 있다. 팔러 나온 상품치고는 너무 초라하다. 무대 옆은 노점 음식점. 젊은이들이 아이스크림과 커피를 먹고 마시며 유쾌하다. 그리고 무대 뒤쪽에 CCTV 화면이 작동되는 수상기 4대. 노철(소리쳐 손님을 부른다) 싸요, 싸. 구경들 하세요! 노시다시는 못 볼 물건, 21세기 마지막 유물. 인류가 이룩한 위대한 유산! 싸게 팝니다! 싸게 팔아요! 노파구경들 하세요. 날이면 날마다 나오는 물건이 아닙니다! 구경들 하세요! 노철(힘이 빠진다)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는군.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아. 노시(힘없이) 에이, 아침부터 소리쳐 목만 쉬었어. 노파포기하지 마세요, 힘을 내요. 목소리도 높이고. 노시글쎄, 목이 쉬었다니까. 목이 팅팅 부었소. 노파(힘을 내서) 싸요, 싸. 구경들 하세요. 다시는 못 볼 물건, 21세기 마지막 유물! 노파, 의욕적으로 손님을 부르는데, 북소리가 들려온다. 노철(더욱 절망적) 또 시작이군. 또 시작이야. 노시(맥이 빠진다) 저놈이 손님을 다 빼앗아가지. 있지도 않은 우리 손님을. 북을 치며 광대가 등장한다. 광대쥐약 있어요, 이약. 성 기능 촉진제 비아그라가 왔어요. 효과가 있다 없다, 떠들지 말고 그냥 먹어만 봐. 한 알이면 벌떡, 두 알이면 벌떡벌떡, 세 알이면 사망이야 사망! (북을 칠 때마다, 바지 앞이 즉 성기가 벌떡벌떡 일어난다) 이놈 봐라, 이 버릇없는 놈. 아줌마도 벌떡, 할머니도 벌떡, 개를 봐도 벌떡! 구경꾼들이 몰린다. 노시망했어. 오늘 장사 다 글렀다고. 노철3천 년 전 어느 날 자라투스트라가 산에서 내려왔소. 인류를 구제하기 위한 뜨거운 열망을 안고. 그때 나타난 게 바로 저런 광대 놈이었지. 줄을 타는 어릿광대 놈! 노시북을 치든 줄을 타든 다 같은 광대지요. 민중은 우매하고 광대는 환영받고. (한숨) 세상은 절대로 바뀌지 않아요. 노파아뇨, 그렇지 않아요. 100년 전 레닌이 산에서 내려왔을 때, 우리가 어떻게 했는지 알잖아요? 그날 그 광장에서? 우리는 광대를 밟아 죽였어요. 노시어쨌든 그 100년 뒤 광대가 레닌을 다시 끌어내렸소. 바로 그 광장에서. 민중은 우매한 법이오. 어느 시대든 똑같아요. 노파그렇지 않아요. (노파, 곧장 광대한테로 간다) 썩 꺼져! 이 멍청이 어릿광대 놈아. 저리 비키지 못하겠니! 광대(북 치며 놀리듯) 두 알을 먹으니 벌떡벌떡! 할망구를 보고도 벌떡벌떡! 할망구 마침 잘 만났소. 노파에끼 이이…… 버릇
작성일 2022-10-14 작성자 관리자 좋아요 0 댓글수 0 조회수 1002상세보기 -
희곡 도은 - 베이비, 걸, 우먼
베이비, 걸, 우먼 (Baby Girl Woman) 도은 등장인물 윤미수: 1950년대 초반생. 전국 곳곳을 돌아다니며 여성학 강연을 진행하는 유명 강사이자 작 가이다. 심 안: 1970년대 초반생. 소규모 타일 시공 업체를 운영 중이며, 가장이다. 심미지: 1990년대 초반생. 대학원 휴학생이자 페미니즘 웹진을 창간 준비 중이다. 강현재: 1990년대 초반생. 필명 ‘깡’으로 활동하는 퀴어 칼럼니스트이다. 박수오: 1980년대 초반생. 구술 작업 책을 준비하고 있는 작가이자, 미지의 애인이다. 양기호: 1970년대 중반생. 도배 전문 업체를 운영 중이며, 안의 동거인이다. 때 1992년부터 2022년까지. 무대 미수의 스튜디오 겸 작업실, 안과 기호의 단층 주택, 미지와 수오의 투 룸 빌라, 현재의 방, 백화점 문화센터, 강연장, 시상식장이 등장한다. 무대 위에서 사실적으로 구현되어야만 하는 공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강연장과 시상식장에서만 무대의 단차가 존재하길 바란다. 0. 1992년 백화점 내 문화센터 강연장. 셔츠에 정장 바지 차림의 미수가 강연장 안에 들어선다. 40세의 미수다. 단상 앞에 서서 마이크의 위치를 조정하는 미수. 미수 너무 높네요. 미수의 말에 강연장 내에 간간이 웃음이 터진다. 미수, 이내 마이크를 뽑아 들고는, 전선을 질질 끌며 단상을 지나, 강단에서 내려온다. 미수 심지어 턱도 높아. 그쵸? 청중들은 미수의 물음에 별다른 대답이 없다. 미수 노원 어머님들이 점잖으신가 봐요. 원래 지금쯤 되면, 선생님! 홍보사진보다 실물이 더 나아요, 이런 말씀들 해주시거든요. 그제야 간간이 터지는 웃음을 확인하듯, 긴장이 풀리는 미수의 얼굴. 미수 농담이고요. 여태 강연하느라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그런 얘기 들어본 적 한 번도 없 습니다. 좀 들어보고 싶어요. 제가 강연 제안을 받았을 때 젊은 어머님들, 흔히 말하 는 요즘 신세대 어머님들을 상대로 강연을 하라고 해서 흔쾌히 알겠다고 했습니다. 그 냥 친구 만나는 것처럼 만나서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을 줄 알았거든요. 근데······. 미수, 잠시 말을 고르다가. 미수 전혀 아니네요. 전혀 아녜요. 지금 절 바라보시는 여러분들을 보고 있으니까 제가 올해 로 마흔인데. 전 신세대가 아니라는 걸 확실히 깨닫고 있어요, 지금. 약간 후회도 되는 데 그래도, 강연비 받았으니까 열심히 해야겠죠? 여러분들도, 아이 유치원 간 사이에, 남편 출근한 틈에, 집안일도 많고 가뜩이나 바쁜데도 불구하고 강연 들으러 와 주셨잖 아요. 미수, 마이크를 든 채로 걸음을 걷다가 멈춰 선다. 꼬인 마이크 줄을 푼다. 미수 이게 은근히, 아니 너무 귀찮아요. 줄 푸는 시간 다 합치면, 강연 하나쯤은 나올걸요. 마이크 줄을 푼 미수, 앞으로 뚜벅뚜벅 걸어간다. 청중과 미수의 거리는 처음보다 훨씬 가까워졌다. 미수 어머님들 잘 아시겠지
작성일 2023-04-21 작성자 관리자 좋아요 0 댓글수 0 조회수 943상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