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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사람은 그냥, 사랑으로부터 - 홍은전 작가의 「그냥, 사람」

  • 작성자 난바다
  • 작성일 2024-03-24
  • 조회수 341

나는 사랑이란 단어를 좋아한다. ‘사람이란 단어 역시 좋아한다꽤나 뜬금없는 말이지만 나는 사랑과 사람이란 단어는 굉장히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믿는 사람이다사랑의 받침을 바꾸면 사람이 되고사람에서 또 받침을 슬며시 바꾸면 다시 사랑이 되고사랑을 겪어보지 못한 사람은 있어도 사랑이란 감정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없는 것처럼나는 사랑 없이는 성숙한 사람은 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물론 나 역시 아직은 성숙한 사람이 아닌 한낱 고등학생인데다 진정한 사랑에 대해서 열심히 탐구해 나가는 과정을 밟는 한 사람으로서 이러한 글은 섣부를 지도 모른다하지만 사람은 사랑만 있다면 그냥사람이 되기에홍은전 작가의 그냥사람이라는 이 책은 그러한 내게 있어 사랑과 사람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더욱 잘 알려주었다.

 

홍은전 작가의 그냥사람을 처음 접하게 된 것은 꽤나 단순한 이유였다내가 다니는 고등학교에서 지금은 떠났지만 유독 책에 열정적인 선생님이 있었고 그 선생님과 나는 꽤나 친한 사이였던 것 덕분이었다자연스레 선생님의 추천으로 이 책과 관련된 프로그램에서 조교와 같은 역할을 제안을 받게 되었고 그로 인해 이 책과의 연은 시작됐다솔직히 말하자면 이 책과의 연이 이리 오래 갈 줄은 몰랐다그저 내가 좋아하는 책도 보고생기부도 채울 수 있겠다는그런 안일한 마음가짐이었다선생님은 그런 내 마음을 아시기라도 하셨는지아마 너 이 책을 보면 평생 기억할 걸?, 이라는 말을 덧붙였지만 나는 농담으로 받아들였다지금 생각해 보면 선생님은 앞으로의 내 미래를 다 알고 있는 게 분명했다.

 

그냥사람에 대해 말하기 앞서이 책의 이야기를 간단하게 말하자면 홍은전 작가의 삶그니까 작가님이 노들야학 (장애인 야간학교)에서 활동하며 쓴 글을 이어붙인 글이다부끄러운 말이지만 장애인과 관련된 책들을 많이 읽은 적이 없었던 탓에 이 책이 더욱 더 신선하게 느껴졌다물론 장애인에 대한 이야기만 다룬 것이 아닌홍은전 작가의 시점으로 바라본 세월호젠더아이 등 사람에 관한 이야기뿐만이 아닌 동물의 문제들도 다양하게 다루고 있지만나는 장애인이라는 그냥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이 글을 전개해 나가고 싶다.

 

1. 장애인이라는 이름의 사람.

 

일단 이 책의 이야기를 시작하기 앞서 나의 이야기를 먼저 하자면 나의 할아버지가 장애인이었다는 말을 하고 싶다선천적 장애인이 아닌 후천적 장애인장애를 얻게 된 사정은 생각보다 어두웠다할아버지가 나와 비슷한 나이였던 그 시절일본 군인에게 총을 맞아 거동이 불편하게 되셨다는 것도거동이 불편한 탓에 걸으시다 그만 크게 넘어져 장애를 얻게 되었다는 사실도꽤나도 아닌 많이 어두운 이야기였다하지만 나의 할아버지는 그러한 사정과는 달리 밝은 사람이었다늘 산책하시는 걸 좋아하여 매일같이 할머니가 끌어주는 휠체어를 탔고카페에 가 언니와 내게 줄 과자를 구경하는 게 유일한 취미였다고 말할 정도였다전동 휠체어를 탄 이후에는 할머니 없이 혼자 산책을 나가는 경우가 대다수였으니나는 그런 할아버지가 존경스러웠다왜냐하면 그 때 할아버지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빛 대부분은 별로 좋지 못했으니까.

 

예를 들어 할아버지와 함께 식당에 들어갔다가 쫓겨난 일과 할아버지의 전동 휠체어를 누가 훔쳐간 일들을 얘기할 수 있었다전자는 종종 일어나는 일이었고 후자는 꽤나 내게 충격적으로 다가왔다후자의 일은 내가 중학생 때그니까 비교적 최근의 일이었다우리나라가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선이 많이 개선되었다고 들었을 만큼그 때의 사건은 할아버지나 나나아니 그냥 가족 모두에게 상처가 되어 돌아왔다후의 범인들은 잡혔지만 그들이 했던 말은 그저 돈이 필요했다는 말이 전부였다사과는 없었다그게 더 기가 막힌 사실이었다.

 

할아버지가 장애인이 되었을 적은 내가 막 다섯의 나이가 되었을 때였다그 전의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할머니가 말하시길할아버지는 늘 여행 가는 걸 좋아했다고지금 남아있는 사진들을 보면 할머니의 말씀은 정확하다는 사실을 쉽게 유추해 낼 수 있었다해외여행을 잘 가지 않았다던 엄마한테서 온갖 나라의 기념품이 있다는 사실 역시 그러한 할머니의 말씀에 신뢰를 보탰다그리고 그런 할아버지가 장애인이 되고 나서 살고 있는 동네를 한 번도 벗어난 적이 없었다는 그 사실은 나를 못내 아프게 만들었다버스에서 장애인 석을 보았을 때 정말로 다리가 불편한 장애인이 앉아 있었는지 다시 돌이켜 보면 정말로 없었던 것처럼할아버지는 이동하지 못했다버스를 타려고 하면 휠체어 탓에 타지 못했고 그나마 저상 버스가 있다고는 하지만 장애인이 탈 수 있는 저상 버스는 우리 동네에서 운행하지 않았다할아버지는 동네 산책 나가는 것도 좋다며 웃어댔지만 할아버지와 같이 산책 나갔을 적에 우리를 향해 소리를 지르는 한 아주머니와 비웃는 다른 학생들을 보면서나는 상처를 받았다아마 나의 할아버지는 그보다도 더 큰 상처를 받았을 것이다.

 

이러한 경험을 겪으며 자란 나는 개인적으로 내가 장애인을 많이 배려하며 산다고 생각했다장애인들이 겪는 서러움들을 곁에서 지켜온 만큼 나는 내 딴에서 가장 최선을 다한다고 그렇게 일축을 했던 것 같다하지만 아니었다나는 여전히 이 책에서 작가님이 겪었던 그대로 정상인이라는 단어의 갇혀 살았다그리고 배려라는 말이 당연하다고 여겼다당연하다는 말은 어찌 보면 굉장히 쓰기 어려운 말인데도 불구하고내가 당연하다고 여겼던 모든 일들이 그들에게 있어서 당연한 일이 아닌데도 난 그것 역시 세상이 돌아가려면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치부하였고 그것 역시 당연하다고 생각했다몹시도 이기적이며 오만한 생각이었다.

 

홍은전 작가의 그냥사람」 중 혹독하게 자유로운무지개를 보려면그리고 강가의 사람들이라는 부분을 보면서 나는 더욱 더 나의 생각이 이기적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특히나 혹독하게 자유로운이라는 제목의 이야기를 보면 꽃님 씨라는 인물이 나오게 된다이 책을 처음 접한 지이 년이 지난 지금도 나는 꽃님 씨를 잊지 못하고 있다꽃님 씨는 정말 꽃과도 잘 어울리는 사람이라서중증 장애인이라는 자신의 처지에도 불구하고 늘 날개를 갈구하고 바라던 사람이라서기억이 나는 것일지도 모른다.

 

노들야학의 학생이었던 그녀는 그 누구보다도 자유를 갈구하며 끝내 그것을 갖게 된 인물이었다자신과 같은 장애인 단체에 기부를 하며 살았고 여전히 장애인 운동을 펼치며 다른 사람들에게도 자신과 같은 자유를 선물하고자 노력하는 사람그 부분을 보며 얼마나 형광펜으로 그녀가 하는 문장들을 그었는지 모른다노란색 형광펜으로 직직. “나는 행복해그런데 나만 행복하면 너무 미안하잖여.”, 라며자신의 시간과 몸을 부시며 끝내 얻은 자유를 남들에게도 주고자 하는 그 모습이그리고 그 자유는 우리 같은 비장애인들에게는 너무나도 쉽게 얻어지는 것이라그 부분을 읽으며 나는 입을 꾹 다물었다그녀가 기부한 금액은 이천만원남들에게는 쓸모없는 존재라고 손가락질 받고 이를 악물고 차곡차곡 모으던 그 이십 만원이 이천만원이 되어 그녀처럼 자유를 갈망하는 사람들에게 쓰일 돈은 꽃님 기금이라는 이름으로 사용이 될 것이라고 홍은전 작가는 표현했다꽃님 기금이름만큼이나 아름답고 귀한 그 돈은 지금쯤 누군가에게 있어 발과 바퀴날개가 되어 있어줄 지도 모른다.

 

무지개를 보려면 과 강가의 사람들은 지금껏 장애인들이 자신의 권리를 위해 싸운 모습들이 자세히 묘사된 이야기로 구성되어있었다여전히 나는 지금 이 사회가 장애인들을 위하지 못하고 있으며 장애인들을 위한 시설은 현격히 부족하다고 생각했었다하지만 이 부분을 보면 이 사회 모습조차도 전에 있었던 장애인 운동을 통해 형성된 것이라 말하고 있었다전에 있었던 장애 등급제와 지금은 전국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활동 보조 서비스가 그 사례이다개인적으로 장애 등급제라는 제도는 너무나도 기괴하다고 생각이 들었다장애 등급이라니마치 고기 품질을 매기는 것 마냥 장애에 따라 복지를 따로 시행하겠다는 말 자체가 이상하게 느껴졌다물론 장애에 따라 혼자서도 활동이 가능하고 불가능한 것이 나눠지겠지만 등급이라는 말은 사람을 마치 고깃덩어리로 취급하는 느낌이 들었다아마 이러한 느낌이 들었던 것은 나뿐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장애 등급제 폐지와 활동 보조 서비스를 위한 투쟁은 장애인들이 우리가 걷는 그 거리에서 자신이 겪는 어려움을 보여주면서 이어졌다. 2017년 정부가 중증 장애인들을 위한 예산을 삭감하고 서울시는 한강 노들섬에서 오페라 하우스를 짓겠다는 발표를 이어하면서 중증 장애인들의 현실이 우리 사회에 선명히 드러날 수 있었다아니선명하다는 말도 애매했다왜냐하면 그들은 그들이 겪는 어려움의 ’ 부분을 보인 것이니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그들에게 있어 어려움은 더 크다는 것이고 정부가 이를 인정하고 서비스를 시행했다고 하더라도 우리 사회는 아직 부족했다지금으로부터 약 일 년 전일어난 지하철 장애인 시위 때에도 그들이 이동하지 못하는 현실을 보기보단 자신이 늦을까 봐그리고 지하철을 타지 못할까 봐 조급한 사람들이 더 많았으니까.

 

이 책을 보며 확신할 수 있었던 것은 단 한가지였다.

 

우리 사회는 아직 부족하다.

 

2. 너는 영원한 열여덟.

 

낭랑 18세라는 말이 있다그만큼 열여덟이라는 나이를 가진 아이들의 발랄함과 청춘푸르디 푸른 봄을 상징한다고 생각한다그리고 2014그 푸르디 푸른 봄들의 꽃잎들이 한 순간에 바람결에 떠나버린 일들이 있었다그 당시의 나는 매우 어렸기에 그저 어른들이 추모하는 것을 따라 노란 빛의 리본을 늘 달고 다녔었다지금 생각해 보자면 열여덟이라는 나이는 아주 어리고 청춘이라는 이름에 맞게 새싹에 불과한 나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그 일이 일어나고서 십 년이 지난 지금내가 희생자들보다 나이가 많아진 것을 보고그리고 내가 아직 미성숙한 인간이라는 것을 느끼며그 사건을 홍은전 작가의 그냥사람을 보며 다시 되짚어 볼 수 있었다.

 

그냥사람의 첫 시작이 바로 세월호 사건이었다단원고 416교실이 철폐될 수 있다는 소식에 홍은전 작가가 교실을 찾아가는 것이 그 시작이었다교실 책상에 반듯이 놓인 편지지와 노란 꽃다발노란색에 걸맞게 4월의 봄이 만연할 때에그 교실에서는 울음소리가 울렸다. 8시 45교실 시계가 가리키고 있던 시각홍은전 작가는 그 시각을 보면서 깨달음을 얻었다. 45분은 50분이 되기 전의 시각그니까 무언가를 바꿀 수 있는 시각이므로우리는 그 시각에서 무언가를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이 문구를 마주하기 전, 5분이란 시간을 매우 짧게 여겼던 나였지만 이 문장을 마주한 뒤로는 5분이라는 시간을 매우 소중히 여기게 되었다그니까, 5. ‘무언가를 바꿀 수 있는 시간되돌릴 수 있는 시간이니까.

 

그리고 홍은전 작가는 엄마라는 이름을 지닌 사람도 결국 그냥사람인 것을주목하였다죽은 제 아이의 유골함을 들고서 비를 맞아가며 푹 얼굴을 숙인 부모와 아이를 기억해 달라며 혹시나 민폐라면 죄송하다고 말하는떡을 돌리는 부모의 모습들을 보면서그 영원한 열여덟의 부모님의 마음은 어떠할지다시 보는 시간동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처음에 이 부분을 봤을 때에는 먹먹했고두 번째로 볼 때는 그들의 마음을 내가 감히 헤아려 볼 수가 없어 그저 그들이 말하는 글자 하나하나를 내 눈에 담으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몇 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도 우리는 이 사건을 기억해야 하기에그리고 우리는 그들의 심정을 헤아리기보단 이야기를 들어주는 역할이기에.

 

2014년부터 지금 2024년이 되기까지여전히 열여덟인 자신의 아이들을 기억하는십 년의 그 세월을 보낸 모든 사람들에게.

 

우리는 묵묵히 그 이야기를 들어주어야 한다.

 

3, 말을 할 수 없는 에게

 

사실 그냥사람을 보면서 동물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줄은 몰랐다제목부터가 그냥사람이니그냥사람으로서 살기 위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내용인 줄 알았다그러나 홍은전 작가에게선 그냥사람이라는 제목은 아마 그냥라는 제목으로 받아들인 것 같다그러니 말을 할 수 없는사람과는 모습이 다른 너그러니까사람들로 인해 오히려 고통을 받는 모든 동물들도 포함이 되는 제목으로 말이다처음 보았을 때에는 왜 동물 이야기가 나오는지 궁금했지만 이렇게 생각을 해 보니 그냥사람이라는 제목 자체를 더욱 사랑하게 되었다동물들 역시 사람과 마찬가지라고 은유적으로 알려주는 것 같아서 더욱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내 주변 친구들 중 동물과 관련된 복지 운동을 펼친 친구들이 많다실제로 친구 중 한 명은 동물과 관련된 복지학과로 진학할 계획을 세우고 있으며 또 다른 친구는 직접 보신탕 집에서 구조한 강아지를 기르고 있다고등학교가 달라 많이 보지는 못하지만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존재였다동네가 같아 산책할 때 종종 보곤 하는데 어렸을 적에 많이 보아서 그런지늘 나를 향해 꼬리를 흔드는 모습이 애틋하게 느껴졌다.

 

그래서일까나는 그냥사람을 접하기 이전에도 동물과 관련된 책을 많이 보았다주로 강아지나 고양이와 같은 우리가 흔히 기르는 반려동물과 관련된 이야기를 많이 보지만 (그냥사람」 역시 강아지에 대해 주로 다루고 있다요즘에는 소돼지와 같이 반려동물이 아닌 동물들도 집중하여 보려고 하고 있다우연히 요리 프로그램에서 본 푸아그라가 만들어진 과정이 너무나도 잔인해서그리고 여전히 푸아그라를 소비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 충격적이어서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고기를 먹으면 안 된다는 이야기가 아니라그저 우리가 고기를 소비할 때동물들의 이야기를 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사실은 아마 내가 그 영상을 접하기 전이었더라면 이리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예상한다홍은전 작가 역시 자신이 길고양이를 구조하고 기르면서 동물들의 고통을 헤아리기 시작했다고 서술하고 있으니까.

 

그를 통해 그냥사람이 사람만 다루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나의 사고가 편협했다는 것을 더욱 알 수 있었다말을 할 수 없고 우리와 생김새도종도 다르지만 그 동물들 역시 우리와 같은 감정을 느끼는 것만으로도우리는 동물들을 헤아려야 한다는 것을 뒤늦게 알고 말았다.

 

유기견 보호소에 갔다던 친구를 통해 보았던 말티즈가 아직도 기억나는 것을 보면 그러했다비록 말을 할 수 없었고 표정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지만 사진 속그 검은 눈동자에서 그 말티즈의 감정을 읽을 수 있었기에.

 

말할 수 없는 에게미안하다는 말을 말할 수 있는 괜히 전하고 싶어졌다.

 

정말로미안해.

 

4. 되돌아보며.

 

나의 할아버지는 내가 중학교 2학년이 되던 해에 곁을 떠났다마지막으로 들을 수 있었던 말은 산책에 나가고 싶었다는 말이었다그 기억이 여전히 생생하게 카세트 테이프마냥 자동적으로 돌아갔다할아버지를 떠올리면 아직도 애틋했다우리 가족들 중에서 내가 글을 쓰는 일을 좋아했던 사람은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전부였으니까.

 

그래서인지 그냥사람은 내게 있어 정말로 특별한 책이었다책을 읽는 동안 할아버지뿐만 아니라 내가 앞으로 사회에서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잘 알려주었다많은 이야기들이 담겨 있는 만큼 모든 이야기를 풀 수 없다는 점이 아쉬운 점이지만 그럼에도 이 글을 쓰는 동안 다시 한 번 그냥사람을 보았다는 것이 만족스러웠다이를 통해 그냥사람을 나는 총 세 번 읽었다.

 

홍은전 작가님께서 학교에 와 인터뷰를 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했다내가 만든 포스터 앞에서 작가님이 이야기를 하는 동안 졸리지도 않았고 계속해서 이야기를 들었다장애인들을 주목해서 사회운동을 하게 된 계기와 그냥사람을 쓰면서 들었던 생각느낌점들을 들으면서나는 그냥사람에 대해 들었던 나의 생각들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그냥사람은 정말로 글의 이야기와 딱 어울리는 제목이라고 생각한다그냥사람은 그냥사람의 이야기를 다루고그냥사람의 이야기는 우리가 주목하고 또 사랑을 해야 하기에그리고 그냥사람을 사랑하는 사람이 있기에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사람과 사랑의 관계는 매우 밀접하고 또 나는 그 관계를 사랑하고 또 사랑하며나를 더욱 더 성숙하게 만들어 주었다.

 

그냥사람은 사랑을 통해 더욱 단단해지는 것이니나는 앞으로 그냥사람의 이야기를 사랑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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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그것은 늘 당신 곁에 있다 - 윤동주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詩」를 읽고

나의 할머니께서는 시인이시다. 그 탓에 나는 어린 시절부터 내 주위에는 시가 함께 있었다. 시인은 태어났을 때부터 죽을 때까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을 모두 낭만적으로 바라보시며 그것들을 사랑한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그 덕분인지. 할머니께서는 고령이 다 되어가는 나이에도 여전히 낭만적이시다. 그러나 내가 어렸을 적, 그니까 산과 바다와 함께 지냈을 때에는 지금보다도 더 낭만적이셨다. 예를 들어, 바다를 좋아하는 내게 있어 바다와 관련된 시를 즉석에서 짜 선물을 해 주신다거나 편지를 쓰실 때면 집 앞 들꽃을 꺾어 한데 엮은 뒤에 내게 주신다거나. (그 덕인지 아직도 할머니의 편지를 다시 읽으면 꽃향기가 난다.) 가끔은 글자가 이미 적힌 책 위에 자신의 글자를 덧입혀 쓰시기도 하셨다. 내가 왜 그런 행동을 하느냐 물으면 할머니께서는 그러면 책의 향기가 더욱 잘 기억이 된다고 답하셨다. 그러다 보니 나도 어느 순간부터 시집을 읽을 적에 그 옆에 내 글씨체로 그 시를 똑같이 쓰는 것이 습관이 되었는데 그 중, 내가 가장 기억에 남고 사랑하는 시집이 있다면 윤동주 시인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詩」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 몇 가지를 소개해 보고자 한다. 삶과 죽음 삶은 오늘도 죽음의 서곡을 노래하였다.이 노래가 언제나 끝나랴. 세상 사람은-뼈를 녹아내는 듯한 삶의 노래에춤을 춘다.사람들은 해가 넘어가기 전이 노래 끝의 공포를생각할 사이가 없었다. (나는 이것만은 알았다.이 노래의 끝을 맛본 이들은자기만 알고다음 노래의 맛을 알려 주지 아니하였다.) 하늘 복판에 아로새기듯이이 노래를 부른 자가 누구뇨. 그리고 소낙비 그친 뒤같이도이 노래를 그친 자가 누구뇨. 죽고 뼈만 남은,죽음의 승리자 위인들! 이 시는 윤동주 시인의 최초의 시로 열여덟의 나이에 쓴 글로 알려져 있다. 이 시의 해석을 보아하면 삶과 죽음을 면밀하게 표현하여 삶과 죽음이 다른 것이 아닌, 같은 것이라는 윤동주 시인의 인식이 반영된 작품이라고 한다. 죽음에 대한 공포를 극복하고 삶이 죽음의 서곡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자신의 ‘이상’을 추구한 사람들이야말로 진정한 위인이라 부를 수 있노라고 말하는 작품이라는 것이다. 사실, 난 이 작품 해석을 보았을 때에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처음 이 작품을 보았을 때에 나는 우습게도 위로를 받았었기 때문이다. 모두가 한 번이라도 그랬듯 죽음에 대하여 생각하고 살아가지 아니한가. 어떤 이들은 죽음이 두려워 도망치는 것만 생각할 수 있고 또 다른 이들은 오히려 죽음을 바라며 죽음만을 바라보고 살아갈 수 있다. 그 중 한 가지만 꼽자면 나는 후자에 더 가까운 사람이었다. 거창한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니었다. 나는 그 당시에 자존감이 매우 낮았고 (지금도 자존감이 낮긴 하다.) 사람들의 시선을 매우 두려워했다. 그 탓에 몇몇 아이들에게 나는 굉장히 만만한 존재였는데 그 것 때문에 더 그런지 몰라도 그 어린 나이에 나는 죽음에 대하여 많이 생각하곤 했다. 하루라도 울지 않은 날이 없었고 내가 그리워하는 바다와

  • 난바다
  • 2023-12-25
당신은 내게 돌아온다고 말했고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 이디스 워튼의 「여름」

나는 여름을 싫어한다. 그럼에도 여름을 사랑한다. 신기하게도 여름이란 단 두 글자는 나에게 참 다양한 감정을 선사해주는 단어였다. 분명 여름이 왔을 때에는 찝찝하고 더워 금방 가기를 원하다가도 되돌아보면 여름 감성이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아련하니. 여름은 그 두 음절마저 애틋했다. 이디스 워튼의 「여름」 역시 마찬가지다. 가수는 노래 제목에 따라 산다는 말이 있지 아니한가. 「여름」은 말 그대로의 계절, 그래 그 여름을 닮았다. 솔직히 말해 이 책의 홍보 글귀에서처럼 ‘여성의 성적 열정을 솔직하게 다룬 최초의 작품’, 이라던가 ‘인습과 전통에 맞서 자신의 욕망을 직면하는 여성을 묘사하여 미국 사회에 큰 충격을 준 작품’, 이라던가. 그런 거창한 말과는 잘 어울리지 않은 작품이면서도 묘한 충격을 준 작품이라 한동안 나는 「여름」에 대하여 곱씹었다. “그런데 말이죠, 공기와 햇볕을 조금만 쏘여도 이 책에 큰 도움이 될 거예요. 꽤 귀한 책이거든요.” (p.19) 채리티는 로열 씨가 산에서 데려온 아이로, 자유를 갈망하는 여성이다. 그녀가 이 책이 시작된 이후로 처음 내뱉은 말은 다름 아닌 모든 게 지긋지긋하다는 말이었는데 그럴만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다름 아닌 채리티의 후견인 역할을 하던 로열 씨가 그녀에게 청혼을 한 것. 그녀와 큰 나이 차이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키워준 거나 다를 바 없는 로열 씨가 자신에게 고백을 하자 채리티는 당황하면서도 동시에 그에게 큰 경멸을 느끼게 된다. 한편, 해처드 부인의 사촌 동생인 하니는 그녀가 살던 노스도머에 놀러오는데 그는 도서관에서 책을 관리하는 채리티와 첫 만남을 갖게 된다. 이것이 채리티에게 있어 행운인지, 불행인지는 나 역시 아직까지도 헷갈리는 부분이다. 노스도머에 머문 열흘 동안 루시어스 하니는 단 한 번도 채리티에게 사랑의 말을 고백하지 않았다. (p.71) 채리티는 도시에서 온 하니와 만나서는 안 된다는 주위의 염려와 계속해서 그와 가까이 지내지 말자며 연신 자신에게 다짐의 말을 하면서도 채리티와 하니는 만남을 지속해왔다. 결국 로열 씨까지도 그 소식을 알게 되는데 로열 씨는 그런 채리티에게 자신과 결혼을 하는 것이 더 좋을 것이라며 청혼을 재차 하지만 채리티는 이미 하니에게 사랑에 빠진 후였다. 그러나 하니는 그런 채리티에게 사랑의 말을 고백하지 않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하니가 약혼자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채리티는 그런 하니에게 약혼자가 있다는 것을 왜 알리지 않았냐며 따지지만 한 편으론 차라리 모르는 것이 나을 것이란 생각을 한다. 하니는 그런 채리티에게 약혼을 취소하고 돌아오겠다고 약속을 한다. 채리티는 그것을 믿었다. 그러나 그는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만약 당신이 애너벨 볼치와 결혼을 약속했다면 그녀와 결혼했으면 해. 당신은 그 일로 내가 몹시 가슴 아파할 거라고 걱정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오히려 나는 당신이 옳게 행동했으면 하는 마음이야.-당신을 사랑하는 채리티-(p.203) 채리티는 돌아오지 않는 그에게 편지를 부쳤다. 약혼을 진행하라는 말을 담은 채. 그녀는 자신의

  • 난바다
  • 2023-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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