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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 작성자 김윤지
  • 작성일 2024-04-30
  • 조회수 272
이 게시글은 트라우마를 유발할 수 있는 요소를 포함하고 있으니 주의를 요합니다. (폭력, 자살, 자해 등)

불길 속에서 어둠은 들숨이, 열기는 날숨이 된다. 

사람은 불길속에 삼켜지고, 없어지지 않는 열기 속에서 온갖 악을 지른다. 불길은 종종 화려한 춤사위를 내보이며 아름다운 자태를 뽐냈다. 휘청거리다가 쓰러지기도 하였으며, 자신을 주체못해 달려가다가도 돌무리에 걸려 넘어졌다. 

별 하나 없는 밤하늘에 별이 생기는 순간이었다.


그 별은 순식간에 멈췄다. 

우두커니 서서 그저 멍하니, 하늘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에게는 더이상의 고통도, 숨결도, 현실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 누구도 그를 보고 있지 않았지만, 그는 주인공이었다. 

그는 모든 조명의 주인이었다. 

숨이 멎어가는 그 순간까지, 밤하늘의 잔혹한 현실은 한발자국도 그에게 다가설 수 없었다. 

꿈과 현실, 생사의 기로에 서있는 그는, 어느 순간보다도, 그 누구보다도 행복했다. 

그는 자신의 속에서 불타오르는 감정을 제어하지 못하고 세상을 안을 듯이 팔을 활짝 벌렸다. 

팔을 활짝 벌려 자신이 별이 되는 그 마지막 순간을 힘껏 즐겼다. 

이제 그는 인간의 헛되고도 아름다운 자유의지에게 버려져 제 기능을 하지못하는- 이름하여 시체가 되었다. 

그러나 이제 상관없었다. 

무슨 짓을 한다해도 이보다 나아질 순 없다. 

삶은 축복이고 죽음은 구원이었으며, 삶은 즐거웠고 죽음은 황홀했다. 이제와서 누구를 탓한다 한들 달라지는 건 먼지만큼도 없었다. 

그가 자신의 의지로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그 모든 비극을 즐거움으로 승화시키는 것 뿐이었다. 

뭐, 이제 아무렴 어땠다. 

이제 아무렴 좋았다. 

어차피 우린 모두 같은 인간이었다.

김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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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윤지
  • 2024-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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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윤지
  • 2024-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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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윤지
  • 2023-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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