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홀경
- 작성자 유희수
- 작성일 2024-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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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회수 118
학교는 산 중턱에 있었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본
그들 속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숲을 내려다본 새는 나무에 달라붙어 사는 매미가 되고 싶지 않았다.
작은 교실에 스무 명 남짓의 아이들이 한 곳만을 바라보고 있다. 고개를 돌리는 것 만으로도 그 공간에서 유리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창가로 시선을 돌렸다.
하늘이 너무나 맑았다. 푸른색에 잔뜩 짓눌려 무서울 정도로. 창 밖엔 싱그러운 녹색 나뭇잎이 바람에 천연히 흔들리고 있었다. 여름 고유의 파쇄되는 노란빛 햇살이 먼지가 엉겨붙은 때 탄 창유리를 투과하여 나에게 닿는다. 무척이나 아름다운 순간이었다. 눈을 뗄 수 없었다. 지나치게 매혹적인 광경에 창밖으로 몸을 내던져야만 한다는 충동이 일었다. 무더운 공기가, 찬란한 일광이 나를 안아줄 것만 같았다. 추락의 끝에 무거운 몸뚱어리가 뜨겁게 달궈진 흙바닥에 닿아 바스라지면, 또 한 번 황홀할 것 같았다.
겁이 났다. '충동에 잡어먹혀 머지않아 몸을 내던지고 말거야.' 밑바닥에 감추어두었던. 소중한 것들을 지저분하게 덧발라 포장해두었던 열망이 한 꺼풀씩 벗겨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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