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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나의 지구에게

  • 작성자 소유월아
  • 작성일 2023-09-29
  • 조회수 515

사랑하는 나의 지구에게.

 

지구의 마지막은 예상보다 초라했다어느 미디어 매체에 나오는 결말처럼한 번쯤은 상상해본 가정운석 충돌흔하디흔해서 최근에는 쓰이지도 않는 플롯이었다만일 그런 소재를 차용한 영화가 나온다면 고리타분하다며 욕을 했을 테지어쨌거나 우리가 살고 있는 행성은 운석 충돌로 인해 곧 멸망한다.

앞으로 정확히 48시간 후 운석이 지구의 궤도 안에 들어와 충돌하게 된다위대하신 우주 기구에서 도출해낸 결론이었다아침 8시 뉴스매일 아침 엄마가 틀어놓는 뉴스에서 그것이 나왔다밥상에 앉은 아버지와 어머니저 멀리서 밥 달라며 짖는 우리 집 강아지이제 막 깨어난 부모님의 아들놈별다른 것 없는 일상이었다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긴급 속보입니다미항공우주국에서 소행성의 궤도를 분석한 결과, 2일 이내로 지구와 충돌할 것이라고.

그 뉴스를 들었을 때내 머릿속에 떠오른 이는 바로 우습게도 너였다언젠가 너와 나누었던 대화가 머리를 맴돌았다.

내가 물었었다.

만약에지구가 멸망한다면 어떻게 할래?

갑자기글쎄.

지구를 버리고 다른 행성으로 간다면 살 수 있어그래도 너는 지구를 버리지 않을 거지?

그러자 그 아이가 웃었다.

당연한 소리를.

왜 그 대화가 지금 생각나는 걸까어머니는 비명을 지르며 아버지를 안으셨다아버지는 어머니를 진정시키려 노력하셨지만당신도 정신을 차리지 못한 상태였다아들놈은 상황을 인지 못 한 채 시답잖은 농담 따먹기나 했다아비규환이었다나는 내 방으로 뛰어가 전화기를 들었다.

010손가락이 삐끗하며 자꾸 다른 숫자를 눌렀다나는 욕지거리를 삼키며 차분히 숫자를 하나하나 다시 눌렀다익숙한 연결음이 났다귓가에 전화기를 댔다스크린이 차가웠다손이 떨렸다한 손으로 팔을 붙잡았다.

여보세요?

그 아이의 목소리는 너무나 해맑아서뉴스를 보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너에게만은 소리 지르지 않으려 했는데 지금은 그게 어려웠다.

지금 당장 뉴스 틀고 옷가지 챙겨!

뭐야무슨 일 났어밖에 사람들이 엄청 많아오늘 무슨 행사 하나?

느긋하게 있을 때가 아니야까딱하면 우리 다 죽는다고!

그게 무슨 소리야?

나는 호흡을 가다듬었다한 글자한 글자 또박또박 말했다.

운석이 충돌할 거래지구가 멸망할 거라고그러고 있어.

응답이 없었다나는 그 아이의 이름을 연신 불렀다상황을 설명하는 것도 함께였다이틀 이내로 운석이 충돌할 거고각 나라에 우주선을 파견할 테니 다른 행성으로 도망치면 된다고비밀리에 그런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어서 그리 걱정 안 해도 된다고다 잘될 거라고그러자 그 아이가 대답했다.

너희 집 앞으로 갈게기다리고 있어.

그 애의 말에는 특별한 힘이 있었다나는 그 아이가 내 앞에 없는데도 고개를 끄떡였다알겠어전화가 끊겼다시계를 쳐다봤다. 8시 5벌써 5분이 지났다창밖을 보았다어수선했다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아버지와 어머니가 나를 불렀다짐 챙겨우리도 나가자나는 고개를 저었다친구 기다려야 해요아버지가 호통쳤다얼른 짐이나 챙겨지금 친구랑 소꿉놀이할 때가 아니라고그 말에 움츠러들었다가그 아이와의 약속을 떠올리고 거부했다아버지가 한숨을 쉬며 허락했다그때 초인종 소리가 들렸다.

띵똥.

평범하기 짝이 없는 소리라서나는 이 모든 일이 거대한 트루먼 쇼가 아닌가 생각했다쓸모없는 생각이었다.

왔어?

그 아이가 고개를 끄떡였다아버지와 어머니에게 눈빛을 보냈다우리는 그렇게 집을 나와 사람들 사이로 섞였다.

나는 그 아이에게 물어봤다.

같이 갈 거지?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사람들이 나를 밀쳤다어머니와 아버지하고 떨어졌다내 곁에 남은 건 그 아이뿐이었다나는 맞잡은 손에 힘을 줬다그 애하고 마저 떨어진다면 나는 완전 혼자였다그것은 지금 너무도 두려운 일이었다.

비켜비켜어른들이 계속 우리를 밀치고 뛰어갔다그들이 어디로 가는지는 명백했다우주선이 있는 곳우주선은 우리가 사는 곳 인근에 도착했다고 들었다한 어른이 나를 밀쳤다제기랄 비켜 망할 새끼들아나는 넘어지며 그 아줌마의 얼굴을 봤다그는 내 옆집 사람이었다옆집에 사는내게 친절하셨던 아줌마그제야 나는 주변을 돌아볼 수 있었다저기 사람들을 치고 지나가는 사람은 내 윗집 아저씨저기 땅바닥에 엎어진 애기들은 그 아저씨의 자식들그 아이들을 밟고 지나가는 남자는 아랫집 대학생앞질러나가는 여자의 머리채를 잡고 내던지는 여자는 옆집 아줌마의 딸.

멸망 직전의 세계에서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것이 있었다그것은 삶에 대한 인간의 집착이었다.

때론 인간의 집착은 다른 모든 감정을 뛰어넘는다그 때로의 일례가 바로 지금이었다인간은 자신의 목숨이 위협받는 상황에서삶에 대한 집착을 드러낸다살고 싶다는 욕망이 그것이다너무나 원초적이고 인간적인 감정그 감정이 우리를 발전으로 이끈 계기가 되어준 것은 옛적이었다지금은 그저 발버둥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나는 친구의 손을 꼭 잡고 앞으로 나아갔다이 앞으로 가면우리 부모님이 있을 거야같이 타고 여기서 벗어나자우리는 반드시 살 수 있을 거야.

25호 우주선의 탑승을 마칩니다.

저 멀리서 소리가 들렸다사람들이 비명을 질렀다다음다음 거 있는 거지우리도 살려달라고발걸음을 멈췄다사람들이 한 공간에 모여있었다여긴 공원이었다그나마 넓은 공간으로 온 건가주위를 둘러보았다어머니와 아버지는 보이지 않았다.

26호 우주선의 탑승을 돕겠습니다차례를 지켜 탑승해주세요순서를 지켜주세요.

무감한 기계음이 귀를 후벼팠다나는 고개를 들어 위를 봤다가로등 불빛이 스피커를 비췄다자그만 먼지가 허공을 부유했다사람들이 서로를 밀치며 제가 먼저 들어가겠다고 난동을 부렸다.

저깄다엄마랑 아빠가 너 엄청 찾았어어디 있었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뒤를 돌아봤다엄마가 나를 끌어안았다나는 한 손으로 그를 끌어안았다따뜻했다눈물이 번지는지 어깨죽지가 축축했다왠지 웃음이 나왔다.

야 우리 다음 거 탈 수 있겠다.

26호 우주선의 탑승을 마칩니다.

그와 동시에 기계음이 울렸다하얀색으로 칠해진 철 덩어리가 하늘로 날아갔다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나는 가만히 공중을 바라보았다불꽃이 멀리 날아가며 작아졌다.

곧 같은 것이 내려왔다이게 우리가 탈 27호선.

27호 우주선의 탑승을 돕겠습니다차례를 지켜 탑승해주세요순서를 지켜주세요.

문이 열렸다우리는 그것을 향해 걸어갔다뒤에서 발소리가 멈췄다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안 가?

그러자 너는 내게 웃어 보였다네가 내게 보인 모든 모습을 눈에 담았는데왜 유독 그 미소만 기억나지 않는 걸까기억이 희미했다안개가 끼인 것처럼 너의 그 미소를 떠올릴 수가 없다.

두고 온 게 있어다음 거 타고 갈게.

약속하는 거지?

약속이야.

새끼손가락을 걸었다엄마가 나를 불렀다나는 어쩔 수 없이 엄마의 곁으로 돌아갔다.

너는 그렇게 나를 떠났다.

27호 우주선의 탑승을 마칩니다.

기계음만이 우리의 마지막을 작별했다닫히는 문 사이로 네가 내게 손을 흔드는 것이 보였다나도 손을 흔들었다문이 닫혔다너는 이제 보이지 않는다.

 

 

27호 우주선의 탑승을 마칩니다.

우주선의 문이 닫혔다곧 그것은 붉은 화마를 내뿜으며 하늘로 날아갔다나는 그것이 점이 되어 내 눈에서 사라질 때까지 지켜보았다빛이 밝다손으로 눈 위를 가렸다우주선이 떠나간 자리에는 연기와 먼지만이 남았다.

사람들이 서로를 밀치며 다음은 제가 타겠다고 난리를 피웠다소란이 났다지옥이나 다름없었다자리를 피했다.

28호 우주선의 탑승을 돕겠습니다.

뭐야저리 비키지 못해한 어른과 부딪쳤다그는 자신이 달려와서 부딪친 거였으면서 나에게 괜히 화풀이했다그러나 어른이 화를 내는 것은 무서운 일이기에나는 그저 고개를 조아리며 죄송하다는 말만을 반복했다그 인간은 밥맛이 떨어진다는 듯 경멸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보고 침을 뱉었다정수리 부분이 축축하다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그것은 내 머리카락에 뭉쳐 천천히그렇게 하염없이 눈앞으로 떨어졌다손등으로 머리를 닦았다축축하고 기분 나쁜 것이 묻어났다씻고 싶다눈을 감았다차라리 비가 내렸으면 좋겠다.

보고 싶었다너를 떠나보낸 지 몇 분이 지나지도 않았는데.

얼굴을 쓸어내렸다사방을 사람들이 에워싸고 있었다잠깐만요지나갈게요그 말을 연신 뱉으며 틈새를 비집고 들어갔다살덩이들이 비비며 열기를 자아냈다사람들이 비명을 지르고 몸부림친 탓에덥고 축축했다타인의 땀이 볼을 스쳤다반사적으로 얼굴을 찡그렸다토가 나왔다.

마지막으로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자사람이 보이지 않았다끝이었다드디어 탈출했다나는 그 기쁨을 누리며 허공을 올려다봤다별이 빛났다벌써 밤이구나너와 함께 있으면 시간이 너무나 빨리 간다오늘은 비단 그것뿐만 아니라 지구의 멸망이라는 소식 때문이기도 하겠지하여튼 밤이라니 믿을 수가 없었다저 멀리서 빛나는 별들에네가 있을까손을 뻗어보았다소용없는 짓이다닿지 않는다.

고개를 떨구었다집으로 돌아가자.

삐삐삐익숙한 전자음이 울렸다손가락이 현관의 터치패드를 눌렀다곧 문이 열렸다철컥문고리를 돌리고 대충 닫았다어차피 집에 들어올 사람은 없다.

아침에 틀어놓은 티피가 혼자 떠들어댔다소파에 털썩 쓰러지듯이 누웠다고개를 비틀어 번쩍거리는 티비 화면을 쳐다봤다아나운서가 우주선의 앞에서 말하고 있었다음질이 좋지 않았다리모컨을 찾아 손을 더듬거렸다여기 있다음량을 키우는 버튼을 꾸욱 눌렀다소리가 커졌다.

미항공우주국에서 결과가 발표된 지 24시간이 경과했습니다시민분들은 인근 지역에 배치된 우주선을 타고 즉시 지구에서 떠나도록 하십시오.

평소라면 여러 추측을 떠들어댔을 티비가 오늘따라 조용했다그들은 최소한의 단어만을 사용하고 있었다복장도 그랬다간편한 츄리닝분명 이 방송을 끝내고 우주선을 타고 도망가려는 것일 테다.

티비를 껐다더 이상 보고 싶지 않았다.

.

문득 든 생각에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푹신한 소파가 내 몸을 출렁이며 받쳤다.

나는 전에 꺾어둔 꽃들을 침대 곁에 뿌렸다전등을 모두 껐다그리고 성냥에 불을 붙였다작은 막대기의 끝에서 불꽃이 피었다그것을 바닥에 던졌다불이 가구를 타고 번져나갔다.

신발을 벗어두고 침대에 누웠다불타는 냄새가 코를 찔렀다베개가 내 목을 받쳤다눈을 감았다.

지구가 멸망하기까지 24시간.

나는지구와 함께 끝을 맞이할 것이다.

후회하지 않는다.

이것은 오로지 내가 결정한 최후이기 때문이다.

숨쉬기가 힘들었다머리가 아팠다.

다만 한 가지.

마지막으로 네가 보고 싶을 뿐이다.

 

지구야.

사랑하는나의 지구야.

너는 내 마음속에 영원히 나만을 위한 지구로 남으리라.


소유월아
소유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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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유월아
  • 2023-10-14
주제글쓰기1-축제

그러니까, 그게 언제 일이더라.그날은 축제였다. 1년에 한 번, 죽은 자들이 돌아오는 것을 기리는 축제. 사람들은 해골 분장을 하거나 괴물 흉내를 내는 등 그러한 토속 신앙을 즐겼다. 사실 토속이라기보다는 외속 신앙에 가까웠지만, 하여튼. 아이들은 ‘trick or treat!’ 하며 주홍색 호박 상자를 들며 사탕을 받으러 다녔다. 길거리에 사탕 껍질이 나뒹굴고 차량 접근 금지라고 써진 붉은 팻말이 도로에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조명이 위태롭게 깜빡거렸다.나는 그 거리에 서 있다.너는 죽었고, 우리는 다시는 만날 수 없다.이곳에 너는 없다.아이가 까르르 웃으며 나를 스쳐 지나갔다. 그 뒤를 비슷한 또래로 보이는 아이들이 뒤쫓았다. 그들의 손에 풍선이 들려있었다. 호박. 박쥐. 유령. 축제에 어울리는 장식품들. 뒤를 돌았다. 연인으로 보이는 남녀도 그것을 들고 있었다. 그들이 웃으며 내 곁을 스쳤다.멀리서 풍선 장수가 보였다. 그의 곁에 카트가 있고, 그 고리에 풍선이 여러 개 묶여 있다. 나는 그것 중 하나를 손으로 가리켰다.“이거 하나, 주세요.”주머니를 뒤적였다. 검은색 지갑에서 지폐 다발을 꺼내 장수의 손에 억지로 쥐여 줬다. 그는 한사코 거부했지만 내 알 바가 아니었다. 이렇게 돈이라도 써야 기분이 편해질 것 같았다. 돈이라면 차고 넘쳤다.호박 모양 풍선을 건네받았다. 고개를 숙였다. 손에 들리는 물건이 어색했다. 줄을 꼬고 꼬아 새끼손가락에 걸었다. 꼭 약속하는 것만 같은 모양새가 났다. 새끼손가락 걸고, 약속. 그것도 다 옛날 일이다.나는 풍선을 흔들었다. 그러자 그것이 허공에서 하늘하늘 춤을 췄다. 호박 풍선이 내가 그리는 대로 앞뒤로 움직였다. 고개를 숙여 인사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격렬한 춤을 추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그렇게 계속 걸었다. 연인, 가족, 친구 사이로 보이는 이들이 나를 지나쳐갔다. 그들은 재밌다는 수다를 떨기도 했고, 손을 잡기도 했다. 때때로 불만스러운 표정의 이들을 지나치기도 했으나, 많지는 않았다.마지막으로 한 연인을 지나치자 길이 끝났다. 축제의 함성은 이미 저 멀리서 들리고 있었다. 얼마 없는 조명이 깜빡거렸다. 빛이 검은 바닥에 둥그런 달을 그렸다.조명이 꺼졌다. 전구를 감싼 유리는 조각나 있었다. 바람이 전구를 스쳤다. 유리가 바닥으로 추락했다. 귀 옆에서 큰 소리가 나며 바람 꺼지는 소리가 이어서 들렸다. 손에 들린 것이 힘 없이 아래로 떨어졌다. 조각난 유리가 새끼손가락을 할퀴었다. 매듭 묶인 실이 붉게 물들어갔다. 살결에 맺힌 붉은 방울이 천천히 낙하했다.“뭐야, 여기서 뭐 하고 있어?”새끼손가락에 묶인 실이 팽팽해졌다.10월 31일. 폭죽이 터진다. 형형색색의 색채가 하늘을 물들인다.붉은 실은 그의 약지에 이어져 있다.10월 31일.네가 돌아온 그날. 사담: 와 진짜 짧네요....이걸 소설이라고 올리는 게 맞나 싶습니다....지난 번 소설에서 친절히 비평해주신 영0님하고 김병운님, 정말 감사드립니다. 제 소설이 부족하고 쓰레기 같다는 건 알고 있지만, 정확히 어떤부분이 고쳐야하는

  • 소유월아
  • 2023-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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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 상당히 아쉬운 소설이었던 것 같아요.묘사라던가 표현부분은 나쁘지 않은 느낌이었지만, 등장인물이 지구에 남은 이유 남고 싶어야만 하는 이유가 조금 더 들어났으면 좋았음 합니다. 그러니까 주인공이 너무 멀게만 느껴졌어요.상황도 거대운석충돌이라는 실현되기 어려운 상황이니까요.그러니 뭐랄까 주인공들이 보내는 일상을 조금 자세히 서술 후 이야기를 시작하셨다면 조금 더 좋았을 것 같습니다.뭐, 그냥 부족한 저의 사견이라고 생각해주십시오. 자세한 것은 아마 작가님께서 다루어 주실테니까요.

    • 2023-10-09 21:04:39
    영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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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유월아

      @영 0 친구의 부탁으로 쓰게된 소설이라서 운석충돌부분만 짧게 써서 영0님이 그런 느낌을 받으신거 충분히 이해됩니다. 저도 제가 쓴 소설 맘에 안들거든요^^

      • 2023-10-10 19:15:35
      소유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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