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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당연필

  • 작성자 채현126
  • 작성일 2024-02-23
  • 조회수 348

내가 어릴 적 아꼈던 몽당연필

너는 내 추억과 함께 수십 번 돌려졌다

어느새 내 새끼손가락보다 작아진 너는

나도 잊어버린 나를 그 작은 몸에 품고서

어느 날의 눈물, 어느 날의 웃음 또 어느 날의 아픔으로 써 내려갔다

뭉툭해진 심은 날이 갈수록 흐려갔고

짧따랗진 몸통은 조그맣던 손으로도 붙잡기 어려웠지만

 빳빳한 새 연필보다도 너를 아낀 것은

오늘의 나도 네 곁에서 추억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 아니었을까

채현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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