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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다른 길에선

  • 작성자 채현126
  • 작성일 2024-03-16
  • 조회수 218

세상이 너무 빨라서

정해진 끝까지 정신없이 내달리다가

느닷없이 막다른 길을 만나면

그림자를 그늘 삼아 느긋하게 눈 좀 붙여라

세월이 네 마음을 바꿔 길을 터놓을 때까지

고게 강산을 바꾸는 세월에 못 이겨 스러질 때까지

채현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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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채현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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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채현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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