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묫바람

  • 작성자 송희찬
  • 작성일 2024-05-06
  • 조회수 243

먼지가 책 위에 움트면 그 곳에는 합장이 이루어진다


여러 이름 없는 무덤 위에는

붉은 풀이 솟는다


붉은 풀은 여우가 주변에서

꼬리를 움틀어 만든다


유명 작가의 책은 맨 앞 좋은 터에서

먼지 없이 풀도 정리가 다 된

자손의 손길을 먹고 있네


나도 제석인데

여우만 있는 묘지에

붉은 풀만 자라게 하네요


좋은 땅! 좋은 땅! 좋은 땅!

이사! 이사! 이사!

묘의 이동을 원하는 제석들이 협회를 만들었다


목소리를 높히고

꿈 속에 자리를 잡고

붉은 풀의 기운을 전파한다


기운을 전파하니

붉은 풀은 더 깊게 뿌리를 뻗고

여우들은 깊게 땅굴을 판다


먼지들이 점차 땅으로 떨어지고

우리는 태양의 빛을 보네


파묘가 된 이후

드디어 우린 이사를 할 수 있었다


베스트 셀러는 아니어도

이름 없는 터에 있는 것보다 괜찮겠지


빛은 뜨거워지고

내 몸은 점차 불에 그을려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한 줌의 뼛가루는

하늘에 남겨져

붉은 풀에 향기에 다리 잡힌다


*묫바람: 무속 신앙 용어로 죽은 이가 묻힌 곳이 터가 좋지 못하여 후손에게 악한 피해를 주는 현상을 의미한다.

*제석:조상신 중 하나로 집안의 수명과 같은 것을 관리한다. 풀 명칭은 제석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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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희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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