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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소설은 기본적으로 이야기인데 스토리가 안 짜져요

  • 작성자 고래잠속
  • 작성일 2009-07-15
  • 조회수 414

 

 

저는요, 이 게시판에 들어와서 글 써주신 분들의 이야기를 읽을 때 매번 놀라요.

난 열일곱 열여덟에 어떤 학생이었나, 돌아보게 되거든요.ㅎ

저는 어렸을 때 그저 천방지축이었던 것 같은데, 여러분들은 이렇게나 간절히 고민하고 있으니 말예요. 그런데 한편으로 안타까운 것은, 아직 충분히 어린데, 쉽게 포기해버릴 듯한, 절망해 버릴 듯한 뉘앙스가 느껴진다는 거예요. 창의력이 없는 걸까요, 소설을 쓰기엔 너무 부족한 걸까요, 하는 질문들을 제가 계속 받고 있으니 말입니다. 의무감 때문이 아니라, 너무나 당연하게도 저로서는 아니요, 아니요- 라고 말씀드릴 수밖에 없죠. 왜냐, 아직 너무 어리고 젊으니까요. 꿈을 이룰 시간은 많고도 많아요. 스스로, 꾸준히 노력한다면요.

 

알고 계신 것처럼 소설은 허구의 이야기이고, 작가가 마음껏 지어낸 것이죠. 어쩌면 소설의 매력은 이것이 전부라고도 말할 수 있을 테고요. 하지만 그렇다고, 작가의 경험이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작가가 일상에서 겪은 것, 보고 듣고 느끼고 체험한 것들 모두가 소설의 일부가 될 수 있죠. 중요한 것은, 쓰고자 하는 것을 어떻게 사건화 시킬 것인가에 관한 문제입니다.

 

말씀하셨다시피 자판기에서 천원짜리를 넣고 캔을 뽑았는데 손에 쥐어진 삼백원을 드니 묘한 상실감이 느껴졌던 것, 이건 작가가 겪고 생각한 거예요. 다만 이 때의 경험이 소설로 이어지지 못한 건 이것을 사건화할 아무런 준비가 안 되어 있었던 것이죠. 개인이 느낀 것을 보편적 정서로 끌어내는 것, 모두가 공감할만한 이야깃거리로 만드는 것이 소설이니까요. 

 

소설을 구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는 인물, 사건, 배경이고 한 편의 이야기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그야말로 지극히 구체적인 설정들이 요구되는 법이죠. 하지만 캔을 뽑은 뒤 남은 동전을 보고 상실감을 느낀 건 작가 혼자만이 알 수 있는 개인적인 상념입니다. 상실감이란 소재 혹은 주제마저도 아주 추상적이에요. 하지만 소설에서 필요한 건 구체적인 사건의 전개와, 에피소드의 나열, 공감할만한 정서 등이죠.

 

사실, 소설이란 무엇이며 또 어떻게 쓰는가를 이 좁은 공간에서 설명하기란 굉장히 어려워요. 다만 말씀드리고 싶은 건, 아직 어린데, 너무 조급해하지 말라는 거예요. 그리고 자신의 소설 쓰기에 대해 남이 어떻게 보고 또 평가하든 마음 상해할 필요도 없어요. 내가 어떻게 쓰는지, 내가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 어쩌면 그건 스스로가 더 잘 알고 있는 법이거든요. 저는 대학에 진학해서야 소설을 쓰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그전까진 소설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고요. 저에 비하면, 무지 일찍 시작한 거니까 좀 더 희망적이지 않아요?

 

많이 읽고, 많이 고민하되 즐겁게 소설 쓰는 연습, 했으면 좋겠어요. 뭐든 즐겁지 않고는 힘겨운 법이잖아요.

 

(아, 앞쪽에 게시된 질문과 답들, 참고해주시길. 달을안다 님이나, YMK 님이 써주신 글과 제 답변들이요.^^)

 

힘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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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쓴다고는 부끄러워서 함부로 말하지 못하는 고2 여학생인데요

일단 그래도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싶은 게 아주 오래된 꿈이에요

지금도 아주 쪼....금씩 쓰고 있어요.

 

그나마도 중학교 2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했구요. 사실 이런 말 하면서도 손발이 오그라드네요(ㅋ..) 사실 그 때 쓰던 소설들은 제가 너무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아서 만들어진 일종의 배설물...같은 글이었구요, 하나도 제 감정이 여과되지 않은. 쓰는 제 자신도 이게 수필인지, 소설인지 했을 정도였으니까요. 근데 이제 나이가 조금 들고 나서 감정배설용이 아니라 제대로 써보려고 하니까 힘들었어요. 제 이야기가 아닌 이야기는 써지지가 않는 거에요ㅠ...

 

음....뭐라고 해야 하지? 어떤 소재를 보면 느낌은 오는데 그걸로 이야길 만들기가 너무 힘들었어요. 제가 이 고민을 말씀드릴 때마다 항상 드는 예인데, 언제인가 한 번, 자판기에서 캔을 뽑아먹었는데 그때 천원을 넣고 나온 거스름돈 삼백원을 손에 쥐고서 굉장히 묘한 상실감이 들어서 그걸 글로 옮겼더니, 에이포용지 한 페이지도 못 채우더라구요. 서사는 없고 감정만 있으니까 당연하겠지만.....

 

제 한 줌도 안 되는 글을 보신 분들은...(자랑은 아니지만) 순간적인 감정포착은 잘 하는 것 같다, 시적이다, 무서운 감수성이다....가 제일 좋게 들은 말이고 그나마도 드물게 들은 칭찬이고 다 저런 방향이에요. 칭찬은 기뻤는데...소설이 그런 감성만으로 되는 게 아니잖아요. 일단 소설은 기본적으로 이야기인데, 이야기가 없는 소설은 제가 생각해도 너무 아닌 거에요. 제일 많이 들은 지적이 소설인데 이야기가 없다, 흐름이 막힌다. 무슨 얘긴지 모르겠다. 뭐 이런 말들이었어요. 심한 말로는 재능이 없다는 말도 많이 들었구요.

 

제 자신도 확실히 느끼는 거에요. 구상할 때 이야기를 지어내는 게 제일 힘들어요. 스스로도 창의력이나 상상력이 부족한 것 같다고 항상 생각해요. 일단 소설이 서사 갈래인 만큼 이야기인데....저도 라이터보다는 스토리텔러가 되고 싶거든요. 소설가가 되고 싶다고 하면서 가장 기본적인 것부터 못해서야 싶어서 항상 자괴감이 들어요.

 

소설가 체질이 아닌가...하는 생각도 수없이 해봤어요. 어떤 분은 너한테는 시가 더 맞는 것 같다고도 조언해주셨는데, 제가 시를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전 소설을 쓰고 싶어요. 그리고 시도 그렇게 쉽게 쓸 수 있는 게, 당연히 아니잖아요. 소설을 쓰겠다는 게 굉장히 오래되고 소중한 꿈이라서 쉽게 포기하고 싶지도 않구요.

 

대체 뭐가 문제기에 이렇게 이야기를 못 지어내는 걸까요...ㅠ

이 정도면 진짜....상상력이 결여된 거 아닐까요, 적어도 소설가에게 요구되는 만큼의 상상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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