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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지저분하고 난잡한 질문입니다만,

  • 작성자 조강석
  • 작성일 2010-03-02
  • 조회수 643

인터넷에 문제가 좀 있어서 답변이 늦어졌습니다.



음, 이 문제는 전혀 지저분하거나 난잡한 것은 아닙니다만^^ 상당히 어려운 질문이네요~.


예로부터 문학의 교훈성, 문학의 효용성에 관한 논의는 수 없이 많았습니다.


어떤 이는 예술이란 교훈을 위한 것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하기도 했고 어떤 이는 예술이란 하나의 새로운 구성물이므로 그것이 이떤 기술을 통해 만들어졌는지가 중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너무나 많은 생각들이 다양하게 존재하기 때문에 한 가지 생각을 학생에게 옳은 것이라고 말해주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 겁니다. 각자의 관점이 존재하는 것이겠지요.


만약, 학생이 생각하기에 문학은 현실에서 별로 쓸모도 없고 오히려 해가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문학을 멀리하면 되겠지요. 굳이 그 해악을 감수하면서 책을 읽을 아무런 이유도 없습니다.


다만, 학생이 읽은 책들을 보니 그냥 그런 차원에서 생각하는 독자는 아닐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작품이 현실적 효용을 지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항상 옳거나 선한 것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는 것도 아닌데 우리는 왜 문학을 읽을까요?'라는 것이 학생의 본의겠지요?



음, 어려운 문제이지만 저는 문학이 무엇을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있기 때문이라고 우선 답하고 싶네요. 재미있고 아름답기 때문에 읽는 것이지 그것이 무엇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읽는 것은 아닙니다. 심지어 악을 다루고 도덕적으로 문제 있는 상황을 다룬다고 해도 그 자체로 읽는 이에게 재미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면 그 글은 어떤 방식으로도 존재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교훈이나 도덕적 깨달음 등등은 결과적으로 우리에게 주어지는 것입니다.


달리 말해, 재미있고 아름다워서 읽는 것인데 그러다 보니 결과적으로 우리에게 무언가에 대해 느끼게 하고 생각하게 하기 때문에 우리는 문학을 읽는 것이겠지요. 이 순서가 뒤바뀌면 문학은 다른 것이 됩니다. 도덕을 위해서는 윤리학을 공부하고 경서를 읽는 것이 훨씬 좋습니다. 효용을 위해서는 자기계발서나 경제학 서적을 읽는 것이 훨씬 좋습니다. 다만, 토마스 만의 말처럼 "사태가 깊어지고 슬퍼지는 데까지" 보기 위해서는 예술이, 문학이 아니면 안되겠지요. 패악을 관찰한 이에게 결과적으로 도덕에 대한 느낌과 기준이 생겨납니다. 슬픔을 아는 이에게 윤리가 있는 법이지요.


그러니까, 문학은 현실과 윤리의 교사라기보다는 감정 교사입니다.



문학의 가치는 오히려 효용 없음에 있습니다. 현실적인 효용이 없기 때문에 우리는 무한정 상상해보고 표현해보고 생각해보고 할 수 있겠지요. 그것이 문학의 효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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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도서관에서 르 클레지오의 '조서'를 빌린 적이 있습니다.


도입부만 읽고 읽기를 그만 두었습니다. 혹시 읽어 보셨는지 모르겠지만 정신 병자인 듯한 주인공의 이상한 말과 행동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2009년 노벨 문학상을 받은 책이라는데 무엇이 문학적이고 우수한 것인지 궁금합니다.



언젠가는 서점에서 오르한 파묵의 '새로운 인생'을 제목 때문에 사서 보게 되었는데, 이 작품은 끝까지 다 읽긴 했으나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지 확실하게 알 수가 없었습니다. 주인공이 정신 병자는 아닙니다만 갑작스럽게 버스 사고가 나더니 주인공이 천사를 보았다느니 하는 말들이 정신 나간 사람처럼 느껴집니다.



또 예전에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 실격'을 읽게 되었는데, 그 책을 읽고 나서 친구들에게 줄거리를 말해주었더니 그런 책 왜 읽느냐며, 주인공도 책도 미친 거 아니냐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저는 굉장히 충격적이고 색다른 책이며, 주인공은 너무나 순수해서 비극적인 인간이라고 말해 주었습니다. 그러자 저마저도 미친 놈 취급하는데(노골적이 아니라 은근히) 더 이상 제가 할 말이 없었습니다. 이 책의 문학성은 무엇입니까, 설령 문학성을 말한다 하여도 그게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정신 나갔거나 정신 나간 듯한 책들을 읽고 혼란스럽고 불편해지기보다는 차라리 질서 정연하고 편안한 상태에서 미래를 대비하여 공부를 하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요? 아니, 이런 질문을 하려던 것은 아닙니다. 제가 알고자 하는 것은, 과연 문학성이라는 것이 무엇이며, 어떻게 알 수 있고 그 가치는 무엇이냐 하는 것입니다.  



중학교 시절에 데이비드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을 읽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 책은 저에게 규율 어김과 탈선을 아무렇지 않게 여기도록 작용한 것 같습니다. 사회의 부조리를 파헤치고 있다는 그 책이 무슨 소용이 있는 거죠? 그 책 덕분에(?) 부조리를 학습한 학생으로서, 그 책을 비롯한 문학 작품이 무슨 소용이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르 클레지오의 '조서'나 오르한 파묵의 '새로운 인생'이나 데이비드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이나 각각의 문학성은 여러 번 읽고 생각해보면 알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어떻게 문학성을 알게 되는지, 문학성을 안다 해서 무슨 소용이 있는지, 문학의 가치가 무엇인지, 대체?



저는 그 책들을 여러번 읽으면 문학성을 알 것 같기도 하다 했기에 또다른 질문을 드립니다만, 문학성을 확실히 알 수는 있습니까? 믿을 수 없습니다, 문학성을 느꼈다해서 그것이 문학성인지 아닌지, 확실한지 아닌지.



언젠가 김연수의 '꾿빠이 이상'이라는 책도 빌렸는데 딱 첫번째 에피소드만을 읽고 그만 두었습니다. 대체 무슨 내용인지, 지금 생각해도(기억도 잘 나지 않지만)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였습니다. 혹시 이 이야기를 알고 계신다면 무엇에 대한 것인지도 말씀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여러모로 무지해서 죄송합니다. 좀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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