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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잔인함? 선정성?

  • 작성자 조해진
  • 작성일 2012-07-13
  • 조회수 450

kj님, 반가워요.



혹시 한국 소설가 중 편혜영, 최제훈 작가를 아시나요?


편혜영 작가님의 초기작 - <아오이가든>(문지), <사육장 쪽으로>(문학동네)


그리고 최제훈 작가님의 최근작 - <퀴르발 남작의 성>(문지), <아홉 개의 고양의 눈>(자음과 모음)


이런 작품들이 kj님에게 도움이 될 듯해요. 전자는 잔인한 이미지가 많이 나타나 있고 후자는 추리소설적 기법이 잘 현현되어 있죠.


또, 백민석 작가님의 <목화밭 엽기전>(문학동네)과 <정원의 심부름꾼 소년>(문학동네)도


일독을 권합니다.



미셀 우엘벡의 <소립자>, 아고타 크리스토프의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도


kj님이라면 즐겁게 읽으실 거예요.



소설 기법 중 '그로테스크 리얼리즘'이란 것이 있습니다. 러시아 형식주의의 영향을 받아 개성적인 미학적 이론을 제시한 미하일 바흐친이 도입한 개념입니다. 그로테스크란 '기존의 고정된 사물의 형태나 예술적 양식을 일그러뜨리거나 과장된 모습으로 부풀려 자유분방하고도 기상천외한 형태로 재창조해 내는' 기법이고요.


그러니까 kj님은 잘못되거나 잘못을 하고 있는 게 아니라 문학의 가능한 기법 중 하나에 매료되어 그 방식으로 세계를 구현해내는 작업을 하고 있는 거예요.


문학에는 '꼭'이란 부사어가 적용되지 않아요.


꼭 이래야 하고 저러면 안 되고... 그런 건 없습니다.


인류 역사상 최고의 작품 중 하나로 평가받는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에서도 도끼로 살인을 저지른 청년이 주인공이죠. 물론 살인사건 자체보다는 그 사건 전후로 주인공이 겪는 인식 변화나 그에 반응하는 다양한 인간 군상의 세밀한 묘사가 더 중요하게 제시되어 있지만, 어쨌든 이 소설은 '따뜻하고 온화'하지 않습니다.



세상은 따뜻하지만도 않고


그렇다고 따뜻한 것이 없다고도 말할 수 없는...


그런 상태 아닐까요?


작가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어디쯤에 있는지에 따라


그/녀가 보여주는 작품의 표면은 달라질 수 있어요.


또 달라져야 하고요.


중요한 것은 그 표면이 따뜻하든 잔인하든...


독자를 설득할 수 있느냐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설득의 여부는 작품의 진정성에 따라 달라질 테고요.


어떤 언어, 어떤 표현, 어떤 기법이든 상관없어요.


그 언어들, 표현들, 기법들을 모아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했을 때


우리에게 문학적 충격과 감동을 줄 수 있다면요.



친구들의 반응은 신경쓰지 마세요.


친구들은 그저 친구로서의 kj님에게 익숙해서 그런 것뿐이에요.


친구들도 작가와 작품 속 인물을 구분하는 것이 독서의 기본임을 알게 된다면


글을 쓰는 kj님의 '잔인한' 모습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될 거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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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남들이 보기엔 잔인한 글을 씁니다. 어렸을 때 부터 책 읽는 것을 좋아했고, 초등학생때 이미 셜록홈즈 시리즈, 괴도 뤼팽 등을 다 읽었을 정도로 추리소설, 스릴러소설을 굉장히 좋아합니다. 중학교때 부터는 편식없이 이것저것 닥치는대로 씹어삼키기 시작했지만, 역시 추리나 스릴러쪽으로 손이 가는 건 어쩔수가 없네요. 그래서 그런지 저는 죽음에 대해 상세히 묘사하거나, 시체에 대해 묘사하는 글, 살인에 관한 소설을 자주 씁니다. 추리소설처럼 플롯을 짜기도 하지만 아직 많이 미숙해서 부분들만 쓰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걸까요? 제가 가끔 글을 쓴다는 걸 안 친구 한 놈이 제 글을 한 번만 보여달라고 사정을 하기에 딱 하나, 정말 짧은 글 하나를 보여줬습니다. 그런데 친구가 너 좀 무섭다, 했어요... 근데 저는 사실 잔인한 영화, 공포영화 절대 절대 못 봐요! 만화도 못 보고... 그저 글만 읽고 쓸 뿐인데, 이게 큰 문제가 될까요? 꼭 온화하고 따뜻한 글만 써야 하는 건가요? 제가 어디가 잘못된 걸까요?


 


도와주세요... 이런 얘기를 또 친구들에게 하면 이상한 애로 볼까봐 무서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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