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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구체적이지 못한.

  • 작성자 조해진
  • 작성일 2012-07-18
  • 조회수 330

별을찾습니다님,


반가워요.
오늘은 무척 덥네요. 방학은 했나요? 그렇다면... 오늘은 한가한 오후? ^^



사연을 읽고 저도 몹시 돕고 싶단 생각을 했는데 - 시를 쓰다뇨! 멋져요! ㅎㅎ - 아무래도 저는 시를 좋아하기만 할 뿐 잘 알지도 못하고, 게다가 별을찾습니다의 시를 읽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만족할 만한 답변을 하는 데에 어려움이 좀 있을 것 같아요.



일단 문학 작품에서 주제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짚어볼까요?



주제theme는 작가가 재현하고자 하는 최초의 의도인 동시에 재현하는 내용에 대한 독자의 최종적인 판단입니다. 작가의 의도와 독자의 판단은 일치할 수도 있고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는데, 일치하는 경우 그 주제는 성공적으로 전달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일치하지 않는다고 해서 실패작이라고는 할 수 없다고 저는 생각해요. 하나의 작품이 전달하는 주제는 여러 가지일 수도 있고 독자 역시 자신의 경험과 생각의 틀로 작품을 받아들이기 때문이죠. 물론 가장 핵심적인 주제는 왜곡되어서는 안 되겠지만요. 가령 인간의 고독에 대한 시를 사랑이나 화합 등의 단어로 해석하면 좀... 이상하겠죠? ^^; 


 
일단 별을찾습니다님에게 묻고 싶어요.


시를 쓰기 전에 주제를 생각하나요?


최초의 의도가 있었나요?


이 시를 읽는 사람이 이렇게 받아들였으면, 하는 구체적인 방향이 있었어요?



별을찾습니다님의 시를 읽지 않아서


그 시에 녹아든 주제가 어떻게 명확하지 않은 건지는 잘 모르겠네요.


그래도 시를 쓰기 전에 늘 생각해보세요.


내가 이 시를 쓰려는 의도는 무엇이고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무엇인지, 친구들이 어떻게 읽어주었으면 좋겠는지에 대해서요.



그럼 제가 좋아하는 시 한편을 소개할게요. 별을찾습니다님도 좋아하는 시일지도 모르겠어요.



혼자 아픈 날


-진은영


 


 


 


말라가는 건초향기가 계단을 따라 올라오는 오후야


너를 기다리며 이파리 사이에 달린


검은 버찌알들 전부 닦아놓았어 방문 앞엔


바람에 흔들리는 종이별을


문을 활짝 열지는 마, 약봉지들이 멀리 날아가네


먹지 않고 숨겨둔 알약들은


길 잃은 아이들의 손바닥에


가본 길로는 결코 되돌아가지 않을 오누이들에게


그럼 자작나무숲과 새들에게, 너에게만 말해줄게


내 몸엔 점이 여섯 개야 나는 오늘 과일칼을 깎았어


고통과 긴 이야기를 나누었지


그자는 살인에는 관심이 없대


아무래도 미치광이 같아, 아름답게 찌르는 일에 중독된


그리고 나는


검정 속의


오렌지 같아 아무래도 점점 흐릿해지는


이 병에서는 무슨 냄새가 날까?


페스트는 익은 사과냄새 홍역은


막 뽑은 깃털냄새가 난대


초록과 빨강 사이에서 문득 깨어나고 싶다면?


검지손가락 위의 꿀 세 방울과 성난 말벌의 벌통 사이에서


화려한 접시 장식보다는 푸른 아스파라거스 밭의 초조함 사이에서


오늘 밤엔 어떤 병을 앓고 싶니? 어떤 시를?


내 몸엔 점이 여섯 개 뿐이야


달아난 한 개를 찾으러 밤의 손가락이 무한히 길어지고 있어


잘려나간 밑둥들이 송진냄새 뿜어내는


그곳에서


마지막으로 너를 기다릴게



어때요? 이 시의 주제가 명확한가요?


그 주제를 전달하는 언어는 어떤가요?


추성적인가요, 구체적인가요?



한 번 잘 생각해보세요.


그리고 다시, 써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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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을 쓰는 것도, 그것을 누군가에게 보여주는 것도 좋아하는 한 고등학생입니다. 그런데 처음에는 지적 받지 않던 부분을 요즘 지적을 많이 받곤 하네요. 바로 '구체적이지 못하다.' 인데요, 예를 들어 어떠한 시를 쓰면 이 시의 주제가 어느정도 잡히지만 명확한 주제를 알 수가 없다고 하네요.


 항상 조금더 구체적으로 써 보라고 하지만, 저도 정말 어떻게 써야 구체적으로 쓸 수 있는 지 모르겠거든요. 그렇다고 아예 초현실주의인 것도 아니고, 초현실주의를 쓰고 싶은 건 아니라 그대로 나둘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무엇이 문제일까요? 도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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