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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글틴캠프 후기

  • 작성일 2024-02-23
  • 조회수 58

필자는 지난 1월 29일부터 1월 31일까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관하는 문학광장 글틴캠프에 다녀왔었다.

글을 올리는 시간을 기준으로 하자면 '너무 시간이 지난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할 텐데, 그때의 감정을 아직 간직하고 있다는 믿음으로 일단 후기를 작성해 보겠다.


필자는 글틴캠프를 가기 전, 상당한 슬럼프에서 고뇌하던 사람이었다. 거기다 그 고뇌는 점점 커져서 우울을 키우기 시작했었다.

어떤 때는 글을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고, 가끔은 머릿속에 수없이 떠오르는 복잡한 잡념을 견디며 괴로워하기도 했었다.

지금 회고하자면, 필자의 마음의 병은 열등감이었던 것 같다. 보통 인간은 '같은 분야의 뛰어난 사람'을 보면 질투와 동경을 같이 갖게 되는데, 필자는 딱 그런 열등감을 가진 것이었던 셈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글틴캠프가 두려웠었다. 성격은 모난 편이 아니지만, 생전 처음 보는 낯선 사람들과 2박 3일을 함께 지내야 하는 건 누구든 익숙한 일이 아닐 테니까.

거기다 이곳은 똑같이 글을 쓰는 이들이 모인 집단이다. 그 부분에서부터 이미 자연스러운 고통이 따라왔던 것 같다.


하지만 그런 우려가 무색하게도, 글틴캠프는 필자에게 즐거운 기억을 선물해 준 곳이 된 것 같다.

아직도 필자는 감성이라는 건 부족하고, 문체는 건조하며, 문장은 낯선 인간이다.

그러나 필자의 문장을 사랑해 주는 것은 똑같은 분야를 걸어가는 이들이었다.

정확히는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그 글을 수용하는 것일 테지만.


아무튼 필자에게는, 같은 분야의 사람과 소통하고 이야기하며 배우는 것이 즐거운 시간으로 다가왔었다.

그리고 위로가 된 것은 아니지만, 지금을 살아갈 이유를 찾은 것 같기도 하다.


합평도 즐거웠고, 촌극도 힘들지만 재밌었던 경험이었다.

ACC에 간 것도 놀라운 경험이었고, 지금도 ACC에서 가져온 씨앗은 잘 기르고 있다.

무엇보다 새로운 인연을 만났다는 점에서 매우 행복했던 시간이었다.


비록 2024년에는 또 어떻게 될지 우리는 아직 알 수 없다. 2023년의 필자는 글틴캠프에 왔으나, 2024년의 필자는 오지 못할 수도 있는 곳일 테니까.

하지만 10대의 추억 중 일부를 이곳에 남기고 갈 수 있다는 사실 하나는 변함없이 아름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