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알림] 2007년 9월호 <문장 웹진>이 발간되었습니다

  • 작성일 2007-09-03
  • 조회수 287

 

철지난 관광지에 와 있습니다. 혼자 여행을 하게 되면 가방 속에 챙겨왔던 책들도 어쩐지 열심히 안 읽게 되고 밥도 맛이 없어지고 주량에 턱없이 못 미치는 술을 마셔도 금세 취기가 오릅니다. 그리곤 숙소 발코니에 나가서 멍하게 생각에 잠기게 되는 것이죠. 이 ‘생각’이란 걸 잠시 하지 말자, 하고 떠나온 여행인데도 말입니다. 지난 한 달간은 우리사회에 참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지요. 두 사람을 잃긴 했지만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무장세력에 억류되어 있던 우리 인질 열아홉 명이 모두 무사히 돌아오게 된 건 정말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유명인사의 허위 학력 사건 같은 것들도 이제 곧 이 여름처럼 지나가게 될까요.

 

《문장 웹진》9월호로 여러분들을 초대합니다. 이상운의 「와인 한 상자」는 ‘정사’를 구체적인 ‘죽음’의 실체와 결합시켜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 단편소설입니다. 친구의 부음 소식을 듣고 고향을 찾아간 주인공이 거기서 보게 된 것은 결국 나의 ‘생(生)’이라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 이화경의 「개밥바라기」,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아주 먼 곳, 킬리만자로를 찾아간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함정임의 「킬리만자로의 눈(目)」, ‘영화’를 통해 ‘혁명’ 꿈꾸는 주인공이 지난 생의 국면마다 ‘운명’을 바꿔놓았던 인물들의 ‘눈빛’들을 떠올려 보는「눈빛」으로 소설 란은 더욱 새롭습니다. 박라연, 송종규, 위선환, 이세기, 장경린, 정기복, 정양, 정한아, 진은영, 허수경의 신작시들로 사색의 계절인 가을을 한껏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이밖에도, 「인공신체의 경계들」이라는 주제로 우리 문학의 흐름을 짚어 보는 김미정의 글과 이청준 작가의 대표작인 『당신들의 천국』에서 나타난 ‘배반과 복수’라는 큰 화두에서 그것을 넘어서는 ‘통로’를 제시한 이수형의 「배반과 복수의 곤경을 넘어서」, 그리고 책벌레 손홍규에 관한 김종광의 글들 역시 9월호 웹진을 빛내주고 있습니다.


생각이 너무 많다보면 때로 오류에 빠질 때도 있지만 그러나 어쩌면 ‘진리’ 같은 것도 찾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너무 생각만하고 있다 보면 인생이 너무 지루하고 엄숙해지겠죠? 가까운 동료이자 스승이었던 플라톤이 ‘책 읽는 사람’이라고 부를 정도로 아리스토텔레스는 책 속에 머리를 파묻고 있을 때가 많았지만 ‘안락한 삶’을 중요시하기도 했다는군요. 이를테면 좋은 옷과 말끔한 머리, 멋진 반지도 그에게는 삶의 중요한 요소였던 것입니다. 책을 읽고 사색을 하는 9월을 맞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여러분들은 또 어떤 ‘안락한 삶’을 갖고 계시는지요. 저로 말할 것 같으면 책상을 떠나와 지금 머물고 있는 이 설악 밑에서의 적요한 닷새가 저의 또 다른 ‘안락한 삶’이랍니다. 문장 ‘웹진’과 더불어 도토리나무처럼 풍성한 가을 맞으시기 바랍니다.


댓글 남기기

로그인후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을 남겨 주세요!

댓글남기기 작성 가이드

  •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 비방 등은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 주제와 관련 없거나 부적절한 홍보 내용은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 기타 운영 정책에 어긋나는 내용이 포함될 경우, 사전 고지 없이 노출 제한될 수 있습니다.
0 / 1500

댓글0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