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찬의 「겨울빛」을 배달하며
- 작성일 2023-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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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이수명
추운 겨울이 오면 무엇이든 잘 보인다. 운동장에는 추운 줄도 모르고 빨갛게 언 얼굴로 공놀이를 하는 아이들이 있다. 거기서 멀지 않은 뒷골목에는 무너진 담을 넘어가는 개가 있다. 만나는 사람마다 “춥다, 추워, 말하면서 자꾸 뛰는데” 이런 호들갑도 친근하다. 무엇이든 선명해지는 것 같다.
그런데 금방 해가 기운다. 겨울빛은 짧고 빨리 풀이 죽는다. 지금 막 산책을 시작했다 해도 찬 기운이 스미기 전에 벌써 귀가할 생각을 해야 한다. 하지만 아직 보지 못한 무엇인가 있는 것 같다. “아직도 발견되지 않은 사람이 하나 있”는데, 겨울의 날들은 너무 빨리 문을 닫는 것이다. 나는 그냥 돌아서지를 못한다. 무엇인가 주워온다. “깨진 조각 죽어 있는 빛”들이다. 그 시들어 죽어 있는 빛 속에, 내가 발견하지 못한 사람이 들어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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