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황인찬의 「겨울빛」을 배달하며

  • 작성일 2023-12-14
  • 조회수 2,690

시인 이수명

   추운 겨울이 오면 무엇이든 잘 보인다. 운동장에는 추운 줄도 모르고 빨갛게 언 얼굴로 공놀이를 하는 아이들이 있다. 거기서 멀지 않은 뒷골목에는 무너진 담을 넘어가는 개가 있다. 만나는 사람마다 “춥다, 추워, 말하면서 자꾸 뛰는데” 이런 호들갑도 친근하다. 무엇이든 선명해지는 것 같다.

   그런데 금방 해가 기운다. 겨울빛은 짧고 빨리 풀이 죽는다. 지금 막 산책을 시작했다 해도 찬 기운이 스미기 전에 벌써 귀가할 생각을 해야 한다. 하지만 아직 보지 못한 무엇인가 있는 것 같다. “아직도 발견되지 않은 사람이 하나 있”는데, 겨울의 날들은 너무 빨리 문을 닫는 것이다. 나는 그냥 돌아서지를 못한다. 무엇인가 주워온다. “깨진 조각 죽어 있는 빛”들이다. 그 시들어 죽어 있는 빛 속에, 내가 발견하지 못한 사람이 들어있는 것일까.

댓글 남기기

로그인후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을 남겨 주세요!

댓글남기기 작성 가이드

  •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 비방 등은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 주제와 관련 없거나 부적절한 홍보 내용은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 기타 운영 정책에 어긋나는 내용이 포함될 경우, 사전 고지 없이 노출 제한될 수 있습니다.
0 / 1500

댓글0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