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찬의 「겨울빛」을 배달하며
- 작성일 2023-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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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겨울이 오면 무엇이든 잘 보인다. 운동장에는 추운 줄도 모르고 빨갛게 언 얼굴로 공놀이를 하는 아이들이 있다. 거기서 멀지 않은 뒷골목에는 무너진 담을 넘어가는 개가 있다. 만나는 사람마다 “춥다, 추워, 말하면서 자꾸 뛰는데” 이런 호들갑도 친근하다. 무엇이든 선명해지는 것 같다.
그런데 금방 해가 기운다. 겨울빛은 짧고 빨리 풀이 죽는다. 지금 막 산책을 시작했다 해도 찬 기운이 스미기 전에 벌써 귀가할 생각을 해야 한다. 하지만 아직 보지 못한 무엇인가 있는 것 같다. “아직도 발견되지 않은 사람이 하나 있”는데, 겨울의 날들은 너무 빨리 문을 닫는 것이다. 나는 그냥 돌아서지를 못한다. 무엇인가 주워온다. “깨진 조각 죽어 있는 빛”들이다. 그 시들어 죽어 있는 빛 속에, 내가 발견하지 못한 사람이 들어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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봬요 숙희 내일 봬요 그래요 내일 봬요를 처리하지 못해 그냥 평범한 사람처럼 보이고 싶어서 내일 뵈요 라고 썼다가 그건 또 영 내키지가 않아 그럼 내일 뵐게요 라고 적어보니 다소 건방진 듯해서 이내 그때 뵙겠습니다 라고 고치자 너무 거리를 두는 것 같고 내일 봐요에 느낌표를 붙였다가 떼었다가 두 개를 붙였다가 떼었다가 갈팡질팡하는데 가벼운 인사를 가벼운 사람으로 당신이 나를 오해할까 잠시 망설이다 숨을 고르고 다시 봬요로 돌아온다 그런데 봬요를 못 알아보고 세상에 이렇게 한글을 이상하게 조합하는 사람도 있네 라고 하면 어쩌지 아니면 봬요는 청유형 존대어라 어색한 걸 모르냐고 되물을까 봐 아무래도 이건 안 되겠다 싶어져 내일 봅시다 라고 따따따 찍어보니 참나 이건 정말로 더 아니다 싶어 결국 내일이 기다려져요 라고 보내버리고는 손목에 힘이 풀려 폰을 툭 떨어뜨렸다 『오로라 콜』(아침달, 2024)
- 관리자
- 2024-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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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리자
- 2024-06-14
- 관리자
- 2023-12-28
저번까지 읽은 이후로 이어보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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