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규, 「이 비」
- 작성일 2014-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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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규, 「이 비」
이 비는 좋다. 이 비는 지금 빗살무늬다. 이 비는 좋다. 이 비는 너를 향하고 있다. 이 비는 지금 좋다. 이 비는 좋다. 이 비는 지금 너를 향해 내리고 있다. 이 비는 좋다. 이 비는 탄천에 내린다. 이 비는 좋다. 이 비는 다리를 꼬고 있다. 이 비는 좋다. 이 비는 순록이다. 이 비는 좋다. 이 비는 겨울이다. 이 비는 좋다. 이 비는 너를 위해 세운다. 이 비는 좋다. 이 비는 지금 중랑천을 때린다. 이 비는 좋다. 이 비는 관사를 버리고. 이 비는 좋다. 이 비는 허기를 향한다. 이 비는 좋다. 이 비는 향기인가. 이 비는 좋다. 이 비는 지금 울고 있는가. 이 비는 좋다. 이 비는 그치지 않는다. 이 비는 좋다. 이 비는 너를 향한다. 이 비는 좋다. 이 비는 좋다. 이 비는 너를 향했을 뿐이다. 이 비는 좋다. 이 비는 좋다.
▶ 시_ 이준규 - 1970년 경기도 수원에서 태어났다. 2000년 《문학과사회》 여름호에 「자폐」 외 3편의 시를 발표하며 등단했다. 시집으로 『흑백』, 『토마토가 익어가는 계절』, 『삼척』, 『네모』 등이 있다.
▶ 낭송_ 황종권 - 시인. 1984년 전남 여수 출생. 2010년 경상일보 신춘문예에 시 「이팝나무에 비 내리면」이 당선되어 등단.
배달하며
가령 비 오는 날, 아니 비 좋은 날 어느, 비 오는 거리가 내다보이는 유리창 큰 커피 집에 앉아서 이 시를 중얼중얼 읽어나간다면 누군가도 그 곁에서 이 시를 중얼중얼 따라 할 것 같고 또 그 곁의 곁에서 중얼중얼 덩달아 따라 읽을 것 같고 그것이 향기의 합창이 되어 빗속에 퍼져나갈 것만 같습니다. 비가 한 차례씩 올 때마다 대지에서 초록이 한 켜씩 솟아오르겠지요? 이 비는 좋다, 이렇게 말하면 그 초록은 더 빛날 듯합니다. 이 비, 아주 가까운 비를 이 시에서 느낍니다.
문학집배원 장석남
▶ 출전_ 『삼척』(문예중앙)
▶ 음악_ 조성래
▶ 애니메이션_ 제이
▶ 프로듀서_ 김태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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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3건
이 비는 좋다...!
오늘 잠깐 비가 시원하게 내려서 이 시를 감상하게 되었다. 평소에 비가 오면 날씨 우중충하고 기분이 우울해서 비오는 날을 좋아하지 않았는데 이 시를 감상하면서 비오는날 때의 좋은기억이 무엇이었는지 생각해보았고 화자가 비오는날에대해 느낀 감정을 이해할 수있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을 떠올리면 비를 형상하는 느낌이든다. 비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공감할수있는 것 같다. 20204박예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