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준, 「巫(무)」
- 작성일 2015-09-23
- 좋아요 0
- 댓글수 2
- 조회수 1,556
박성준, 「巫(무)」
벌레야 벌레야 무당 벌레야
네 날개에는 귀신이 들려 있단다
두 더듬이에는 북소리
칠성방울 숨기고
저 초록에서 이 초록으로
무덤 나갈 채비를 하며, 벌레야 벌레야
무당춤아 난단다
비록 너는, 나는 것뿐이란다
어깻죽지에 너를 버린
수상한 기운처럼
귀신 들린 허공이 마냥, 무겁고
외롭단다
▶ 시 · 낭송 _ 박성준 - 1986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2009년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에 시 「돼지표 본드」 외 3편으로 등단했고, 2013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평론 「모글리 신드롬-가능성이라 불리는 아이들」이 당선되었다. 시집 『몰아 쓴 일기』, 산문집 『소울 반띵』 등이 있다.
배달하며
무(巫)라는 글자 속에 사람 인(人)이 두 개나 있다. 둘 중 하나는 귀신인가? 현란한 옷을 입고 허공을 나는 벌레의 모습에서 춤추는 샤먼을 떠올리며 지은 이름이 무당벌레 인 것 같지만 일본에서는 풀잎을 향해 날다가 그대로 날개를 펴고 하늘로 오르는 모습을 보고 천도충(天道蟲)이라 부른다고 한다. 그 또한 은근히 시적인 이름이다. 최근 리듬이 제거된 시가 많은데 이 시는 무(巫)라는 묵직한 주제를 던져 놓고 리듬을 살려 놓았다. 巫도 武도 無도 좋다.
문학집배원 문정희
▶ 출전_『몰아 쓴 일기』(문학과지성사)
▶ 음악_ 권재욱
▶ 애니메이션_ 제이
▶ 프로듀서_ 김태형
이어보기
저번까지 읽은 이후로 이어보시겠어요?
댓글신고
선택하신 댓글을 신고하시겠습니까?
댓글2건
아주 좋습니다.~ㅎㅎ 잘 감상했습니다. 풍성한 한 가 위 되세요.^^
시인님 말씀을 듣고 보니, 장인 공(工)에 사람 인(人) 둘이 나란하군요. 세상은 두 사람이 서로 만나 협력할 때, 무당벌레의 날갯짓처럼 아름다운 춤사위가 만들어지고, 하늘 높이 날아오를 수도 있는 것 같습니다. 박성준 시인님의 음성으로 시 낭송을 듣고 있노라니, 무당은 오지 않고, 북소리, 방울 소리도 들을 수 없는 굿터에 관객이 되고 싶은 저만 홀로 서 있는 듯, 왠지 허전하고 쓸쓸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감상 잘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