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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연의 「내리는 비 숨겨주기」를 배달하며

  • 작성일 2023-12-28
  • 조회수 3,224

시인 이수명
김소연 ┃「내리는 비 숨겨주기」를 배달하며

   그가 누구인지, 무엇인지 모른다. 그는 돌아오지 않았고, 만난 적도 없고, 안 만나도 된다. 그의 이름도 모른다. 하지만 오랜 세월, 그는 밤새 무언가를 “쓰다듬고” “어루만지다 웅크린 채/앉아서 잠들었다”. 또한 “그것을/나는 전해듣기만 했을 뿐/본 적 없다”. 직접 본 적도 없고,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은 그이건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나는 그와 그의 이야기를 믿는다. 보거나 설명을 듣지 않고 믿는 것이다. 믿음이 먼저인 것일까.

   나는 그가 쓰다듬은 것도 무엇인지 모른다. 내리는 비나 눈사람, 안개, 연기 같은 것일지 모른다고 추측할 따름이다. 모두 막연하고 잡히지 않는 것들이다. 눈앞의 모든 것이 막연하다. 불확실한 것들 앞에 밤새 앉아있는 불확실한 사람, 이 불확실을 나는 믿고, 믿음으로 붙잡으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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