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린, 『눈부신 안부』를 배달하며
- 작성일 2023-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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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이승우
백수린의 『눈부신 안부』를 배달하며
‘소용없는 짓인 줄 알면서도 하고 마는 바보 같은 마음이 간절함’이라고 이 소설은 말한다. 이 정의에 따르면, 간절한 사람은 자기 행동의 바보 같음을 인지하지 못하는 자가 아니라 인지하고서도, ‘알면서도’ 그 바보 같은 짓을 하고 마는, 하지 않을 수 없는 사람이다. 생각할 줄 모르는 사람이 아니라 한쪽으로만 생각하는 사람이다. 한쪽으로밖에 생각할 줄 모르는 사람이다.
바보 같은 짓인 줄 모르고, 몰라서 바보 같은 짓을 하는 사람은 동정할 수 있다. 그러나 바보 같은 짓인 줄 알면서도 바보 같은 짓을 하고 마는 사람은 동정할 수 없다. 그 사람은 바보가 아니라 간절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가 바보 같은 마음을 가진 것은 바보이기 때문이 아니라 간절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간절한 사람은 상식과 이치, 체면과 계산을 벗어난다. 간절한 사람이 넘지 못할 허들은 없다. 간절한 사람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 해보지 않은 일도 할 수 있고, 할 거라고 생각해 본 적 없는 일도 할 수 있다. 심지어 할 수 없는 일도 할 수 있다. 무엇이든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사람이 간절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끔 일어날 거라고 상상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난다. 이 세상에서 가끔 일어나는 기적은 모두 간절함이 일으킨 것이다. 간절함 말고 다른 기적의 요인을 나는 알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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