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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현석, 『범도』를 배달하며

  • 작성일 2023-12-07
  • 조회수 628

소설가 이승우
방현석의 『범도』를 배달하며

   두 권으로 된 이 소설의 1부 제목이 ‘포수의 원칙’이다. 포수의 원칙은 짐승의 질서 속에서 짐승과 같이 사는 것이다. 자기 몫의 삶을 사는 것이다. 다른 생명의 몫을 인정하는 것이다. 같이 산다는 말 속에 들어 있는 뜻이 그것이다. ‘여우도, 늑대도, 범도 그 이상을 사냥하지는 않’는다. 자기 몫 이상을 탐내지 않는 것, 자기 욕심을 위해 다른 생명의 몫을 취하지 않는 것이다.

   현대인들은 다른 이의 몫을 보장해줄 줄 모른다. 현대인들은 자기에게 필요한 것만 취하고 멈출 줄 모른다. 아니, 자기에게 필요한 것이 얼마나 되는지 모른다. 그 이상을 탐하지 않으려면 자기 몫이 얼마인지 알아야 하는데, 그런 감각을 잃어 버렸다. 그래서 우리는 자주 지나치게, 그 이상으로 욕심내고, 필요가 다 채워졌는데도 취하고, 필요가 없는 데도 사냥한다. 짐승들이 다 아는 걸 사람이 모른다. 내가 내 몫 이상을 지나치게 취하려고 하면 다른 생명이 자기 몫을 얻지 못하게 된다는 사실을 모른다. 모른 척한다. 알려고 하지 않는다.

   어쩌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짐승의 원칙을 배우는 것인지 모른다. ‘내 몫만큼 사냥을 하며 이 산에서 짐승의 하나로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하는 것인지 모른다. 사람의 세상에 짐승의 질서를 불러들여야 하는 것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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