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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별꽃

  • 작성일 2014-07-01

들별꽃

― 성근에게

박신규


질기고 힘세고 숭고한 밥은 불현듯
가장 잔인하고 싸가지가 없다
생일날 아침 갓 서른을 넘긴 후배가 남편을 잃었다
상을 치르는 내내 나는 울고 밥 먹고 울었다
세 살짜리와 두 달 된 어린것을 품은 그녀는
젖을 물리려 밥을 먹고 토하고
또 밥을 먹고 토하며 꺽꺽 울지도 못했다
죽지조차 못하는 슬픔에게도 빈틈을 내주지 않는 죽음


어느 봄날의 공원, 물빛 꽃빛이 너무 시렸던가
이제는 연애도 하고 제주에도 가보라고
나는 꾸역꾸역 김밥을 밀어 넣었다 아무것도 손대지 않은
그녀를 한동안 다시 보지 못했다
늘 웃는 표정이 아름다웠던 그녀의 눈빛은
쉽게 식지 않는 유골함을 닮아 있었다.
그 길로 납골당을 찾아가 나는 또 한나절을 울고 밥을 먹었다
그러니까 세상에 나와 선하게 사는 것 말고는
한 여자를 안아 어린 자매를 낳은 게 다인 나의 아우는
서귀포시 남원읍 수망리
속도를 위반한 죽음에게 옆구리를 내어주었다
갓난아이가 걷고 말하고 어린이집을 다니는 동안에도
메신저 대화명은 네트워크에 남아
죽은 채로 살아가고 있었다
‘들별꽃, 지상에 흐드러진 그리움으로’
미아처럼 외로운 그리움과 로그오프된 심장,
거미줄 속 나방처럼 풍장 되지도 못했다


큰딸애가 초등학생이 되는 봄날
간신히 그가 튕겨 나간 수망리 교차로에 이르러
발바닥에 피가 배도록 기도를 올린다
어디에도 남지 말고 인드라망에서도 떨어져 나가라고
다시 태어나 밥 먹는 일 따위 없게 해달라고
제수는 울지만 나는 울지 않고 젯밥 한 숟가락을 건넨다
지상에 흐드러진 그리움 따위로
뒤돌아보지 말고 떠나가라고
식기 전에 뜨거울 때 먹고 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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