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대한민국 태극기이 누리집은 대한민국 공식 전자정부 누리집입니다.

공식 누리집 주소 확인하기

go.kr 주소를 사용하는 누리집은 대한민국 정부기관이 관리하는 누리집입니다.
이 밖에 or.kr 또는 .kr등 다른 도메인 주소를 사용하고 있다면 아래 URL에서 도메인 주소를 확인해 보세요.
운영중인 공식 누리집보기

우리는 게임을 한다 - 언더테일 2

  • 작성일 2017-07-01

[serialization]



우리는 게임을 한다

- 언더테일 2



염성진





게임을 향한 의지


1회차 플레이에서 우리가 보지 못한 ‘해피 엔딩’, 즉 불살 엔딩을 보기 위해선 아무도 죽이지 말아야 함은 물론이고 특정 괴물들과 친구가 되어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게임을 처음 플레이한다면 아무도 죽이지 않아야 한다는 조건은 사실상 달성이 불가능하므로, 대부분의 플레이어는 자신이 노말 엔딩까지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게임의 데이터 리셋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 리셋 플레이는 평행이론을 떠오르게 한다. 어떤 플레이어는 자신이 처음 선택했던 결과와 다른 게임의 진행을 보고 흥미로워 할 테고, 어떤 플레이어는 이미 겪었던 같은 사건들의 흐름에 지루해할 것이다. 어쨌든 언더테일이라는 게임은 첫 번째 플레이에서 해피 엔딩을 절대 볼 수 없도록 만들어진 게임이니, 이 리셋의 과정은 지난 글에서 이야기했던 ‘게이머의 자세’를 불러일으키려는 제작자의 의도가 담긴 것이 아닐까 조심스레 생각해 본다. ‘더 나은 엔딩’을 위해, 게이머는 리셋도 견딜 수 있다는 것이다.




친구가, 되어줄래요?


가장 먼저 친구가 될 수 있는 괴물은 스노우딘에서 플레이어를 막았던 파피루스이다. 조금 멍청해 보이지만 유쾌한 파피루스와의 만남들은, 이전에 이야기했듯 폐허에서 무거웠던 게임의 분위기를 환기해준다. 스노우딘에서의 모험은 유머로서의 게임에 충실하다고 할까. 파피루스와 돌발 상황들을 겪을 때마다, ‘인간 사냥에 미친놈’이라고 동생을 소개한 형 샌즈가 동시에 파피루스는 ‘위험하지 않다’고 이야기한 이유를 점점 납득하게 된다. 인간을 잡아서 왕실 근위대로 인정받겠다고 파피루스는 입버릇처럼 말하지만, 그의 퍼즐은 허술한 장난에 가깝고, 싸움에서 그는 주인공을 결코 죽이지 않는다. 다른 괴물들과의 전투와 달리 파피루스와의 전투에서 패배하면 주인공은 죽지 않고 파피루스의 손님방에 가두어지는데, 문은 안에서 잠겨 있어서 플레이어는 창고를 빠져나가 다시 그와 싸울 수 있다. 심지어 계속해서 파피루스에게 지면, 더 이상 싸우지 않고 게임을 진행할 수도 있다. 어떤 방식으로든 전투가 끝나면 플레이어는 파피루스와 친구가 될 기회를 얻고, 전투 중 파피루스를 유혹했다면 ‘데이트’를, 아니라면 ‘친구 되기’를 그의 집에서 할 수 있게 된다. 결국 파피루스와는 언제나, 어떻게든 친구가 될 있는 셈이다. 주인공이 파피루스를 죽이려 하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여담으로, ‘데이트’와 ‘친구 되기’에도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파피루스가 데이트를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서, 데이트가 더 재미있는 선택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기왕 재미있는 거, 더 재밌으면 좋지 않은가. 게임은 재미를 위해서 하는 것이니만큼.


파피루스와 친구가 되었다면, 다음은 왕실 근위대의 수장 언다인의 차례다. 파피루스와 친구가 되었다면 언다인에게서 도망칠 때 그가 언다인에 집에서 셋이 놀자고 전화를 거는데, 이후 언다인이 핫랜드에서 쓰러졌을 때 물을 뿌려 주었고 이때까지 아무도 죽이지 않았다면 파피루스와 함께 그녀의 집에 들어갈 수 있다. 자신이 죽여야 했던 인간이 파피루스와 함께 오니 언다인은 탐탁지 않아 보인다. 그렇다면 어떻게 ‘친구 되기’가 성사되는 것일까? 여기에도 파피루스의 천진함이 한 몫 하게 된다.



언다인을 자극하는 파피루스


파피루스는 호전적이고 도전을 좋아하는 언다인의 성격을 잘 알기에, 언다인이 주인공과 친구가 될 수 있을 거란 생각은 자신의 과대평가였다며 그녀를 도발하고 도망친다. 이윽고 현 시간부로 베프가 되겠다며 ‘도전’을 받아들이는 언다인. 인간과의 어색함을 극복하고 친해지기 위해 원래 파피루스가 받기로 했던 요리 수업을 진행하기로 하는데, 의욕이 넘쳐 불조절에 실패해 그만 집이 불이 나 버리고 만다. 언다인은 자신의 불같은 성격이 모든 것을 망쳐 버렸다며, 친구 같은 거 관두고 지난 싸움의 결판을 내자며 싸움을 건다. 그녀는 선제공격을 허락하고, 플레이어는 공격하는 척을 할 것인지 실제로 공격을 할 것인지 선택을 해야 하지만 이미 주인공에게는 언다인을 해칠 마음이 없는지 실제로 공격을 해도 전혀 먹히질 않는다. 괴물들의 몸은 마법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공격하는 자의 살의나, 공격받는 자의 의지에 따라 공격의 피해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결국 주인공이 정말로 괴물을 해칠 마음이 없다는 것을 깨달은 언다인은 주인공을 친구로 인정하게 된다.


언다인은 친구가 된 후 알피스 박사에게 전해달라며 편지를 준다. 플레이어는 알피스의 연구소 입구에 편지를 밀어넣고, 발신자의 이름이 적히지 않은 편지에 알피스가 오해하면서 데이트가 시작된다. 알피스 역시 데이트에 서툴러서,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에서처럼 애정도를 높여야 한다며 ‘아이템’을 주인공에게 주려 한다. 철제 갑옷 광택제, 비늘에 바르는 방수 크림, 마법 창 수리 세트. 전부 언다인을 위한 것들이다. 이어 아이템은 잊어버리자며, 알피스는 어색한 침묵 속에서 언다인과 항상 갔던 곳이라며 쓰레기장으로 주인공을 데려 간다. 쓰레기장에선 언다인을 마주치게 되는데, 알피스는 자신이 데이트하는 것을 들키면 안 된다며 숨고, 플레이어는 편지는 자신이 전해 주겠다며 돌려달라는 언다인을 따돌린다. 그렇게 언다인이 가 버린 후, 알피스는 어쩔 수 없다며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는다.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사람은 언다인이고, 주인공의 기분을 맞춰주기 위해 데이트하는 척 한 것이라고 말이다. 이어 주인공은 거짓말쟁이인 자신에겐 언다인이 과분하다는 알피스에게 진실을 말할 용기를 주기 위해 역할극을 하자고 제안한다. 괴상한 선택지로 가득한 역할극을 하고 있으면, 그 때 언다인이 주인공과 알피스를 발견한다. 그제야 언다인에게 속마음을 털어놓게 되는 알피스. 작은 자신의 거짓말들을 낱낱이 이야기하며 그것들이 모두 언다인에게 어필하기 위했던 것이었다고 자신을 자책하지만, 호탕한 언다인은 알피스의 분석적이고 열정적인 모습을 좋아한다면서 그런 자신의 모습에 만족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한다. 그렇게 엉망진창인 데이트는 언다인이 파피루스를 시켜 알피스에게 자존감 트레이닝을 받게 하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이후에는 파피루스로부터 알피스의 연구소로 가 보라는 전화를 받게 되며, 여기서부터 데이트의 과정은 끝나고 엔딩을 향한 본격적인 이야기가 펼쳐진다. 도대체 알피스는 무슨 거짓말을 했길래 그렇게 스스로를 거짓말쟁이라고 몰아붙이는 것일까. 어떤 큰 거짓말을 했기 때문은 아닐까. 연구소 안에는 진실을 알고 싶으면 욕실 속으로 들어오라는 쪽지가 놓여 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것이다.



모습을 드러내는 진실


욕실 안엔 엘리베이터가 있는데, 동력이 저하된다는 경고와 함께 플레이어는 정전된 연구소에 떨어지게 된다. 연구소 내부에는 알피스가 기록한 것으로 추정되는 실험 일지들이 흩어져 있으며, 플레이어는 이것들을 확인하며 동력실을 열기 위한 열쇠들을 찾는 탐험을 하게 된다. 연구소 내부에는 지금까지 만났던 괴물들과는 달리 흉측하게 일그러진 형체들의 괴물들을 맞닥뜨리게 되는데, 흡사 공포 게임을 하는 듯한 느낌을 불러일으키는 분위기가 연구소 전체에 퍼져 있다.
알피스의 실험 기록과 그녀의 고백에 따르면 이들은 죽어가던 괴물들이 한데 섞인 ‘융합체’라고 한다. 여러 괴물들이 그대로 합쳐진 것도 있는가 하면, 서서히 과거의 기억을 잃어가는 흐릿한 의식의 괴물도 있는 등 전투에는 혼란스럽고 어려운 점이 많지만, 지금까지 상대해 온 종류의 괴물들이 합쳐진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플레이어는 이 난관을 제법 쉽게 헤쳐 나갈 수 있다. 알피스의 말처럼 배가 고파 조금 제멋대로가 된 것 뿐이다. 겉모습이 흉측해 보여도, 모두 평범한 괴물들인 것이다.



순서대로 정리한 알피스의 실험 기록


알피스의 연구 일지에는 ‘의지’에 대한 실험 기록이 담겨있었던 셈이고, 그녀가 자존감이 없어 보이는 이유도 융합체가 되어버린 괴물들을 가족들에게 돌려보내주지 못한 죄책감 때문이었다. 또한, 이곳에서는 알피스의 과거 외에도 많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괴물의 육체는 의지의 힘을 견디지 못하고 녹아버린다는 것, 그래서 그녀는 인간도 괴물도 아닌 꽃에 의지를 투여해 보았다는 것. 게다가 사라져버린 ‘황금꽃’의 정체는 플라위일지도 모른다는 것까지도.
그녀가 성 근처에서 발견한 테이프는 노말 엔딩에서 이야기했던 아스고어 가족의 과거가 담긴 듯 보인다. 모두 소리밖에 남아있지 않지만, 괴물들의 목소리가 저마다 다른 게임의 특성상 토리엘과 아스고어의 목소리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게임을 시작할 때 플레이어가 지었던 이름이 비디오 속에서 자꾸 언급된다는 점이다. 아스고어를 아빠라 부르는 아이가 나타나는 것으로 보아 두 아이는 왕자 아스리엘과 첫 번째로 지하에 떨어진 아이의 이름인데, 그 아이는 이미 죽지 않았는가. 비디오에서는 인간 아이가 무언가를 계획하고 있고, 주저하는 아스리엘이 이를 따른 것으로 보인다. ‘강해져서 모두를 해방시키자’는 아스리엘의 말과 아스고어가 먹고 아팠던 버터컵 꽃을 가져오겠다는 계획, 게다가 마지막 비디오에서 죽음의 고비에 빠진듯한 아이의 모습에 아스리엘이 해내자고 다짐하는 것은 아이의 죽음이 의도된 것이었음을 알게 해 준다. 결계를 빠져나가려는 데에는 인간 하나와 괴물 하나의 영혼이, 결계를 부수는 데에는 일곱 인간의 영혼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1회차 플레이를 통해 알게 된 플레이어는, 이 죽음이 아스리엘을 결계 밖으로 보내기 위한 것이었음을 유추할 수 있다. 그리고 이 계획은 실패로 돌아갔다는 것도 알고 있다. 결국 ‘진실의 연구소’라는 이름답게 이곳에서 언더테일의 세계가 많이 드러난 셈이다. 다만 플레이어를 가장 혼란스럽게 하는 의문점이 생기기도 했다. 왜 플레이어가 지은 이름이 첫 번째로 떨어진 아이의 이름인가? 전투를 할 때 가장 왼쪽에 있는 이름도, 메뉴 버튼을 눌러 상태 창을 열면 확인되는 이름도, 분명 플레이어가 지은 이름이 아닌가? 얼핏 모순 같아 보이는 이 문제는 엔딩에 가서 확인할 수 있다. 연구소의 동력을 복구한 뒤 엘리베이터를 타면, ‘모든 일이 제대로 돌아갔다’는 의문의 통화가 걸려온 뒤 플레이어는 왕의 성에 도달하게 된다.



Here we are


주인공이 타고 온 엘리베이터는 덩굴로 막혀 있어 뒤로는 돌아갈 수 없다. 왕의 성에서 플레이어는 왕 아스고어와의 결전을 다시 맞아야 하는데, 시간은 이전과 다른 방식으로 흘러가기 시작한다. 아스고어는 이전과 똑같이 전투를 준비하지만, 고개를 숙이고 전투에 돌입하려는 찰나 주인공을 공격하려던 플라위를 내쫓던 것과 같은 불길이 아스고어를 덮친다. 토리엘이 나타난 것이다. 이 결계를 지나기 위해 누군가를 희생하는 것은 옳지 않은 일이라고, 그런 주인공이 걱정이 되어 찾아왔다고 한다. 아스고어의 아내였던 토리엘은 자신을 반기는 아스고어에게 얌전히 인간의 영혼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리는 그의 소극적 태도를 비난하고, 아스고어 역시 자신을 자책하며 싸움을 멈춘다. 이어 언다인, 알피스, 파피루스, 샌즈, 그리고 메타톤까지. 플레이어가 친구가 되어온 괴물들이 나타나기 시작해, 서로를 소개하고 인사하며 분위기는 시끌시끌해진다. 이 친근한 분위기 속에서 토리엘은 주인공이 이렇게 멋진 친구들을 사귀었으니 지하에서 계속 살아도 분명 행복할 것이라 말한다. 그러나 누가 이들을 모두 한 자리에 모이게 한 것일까. 알피스는 파피루스에게 그런 질문을 하고, 파피루스는 이 일을 ‘작은 꽃’이 도왔다고 한다.


또다시 주인공을 가로막는 플라위



이윽고 여섯 영혼을 이미 흡수한 플라위가 나타난다. 플라위는 괴물 친구들을 모두 구속하고, 지금 이 상황을 모두 주인공이 만들었다며 비난한다. ‘이들이 널 사랑하도록 만들었기 때문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는 플라위의 의미심장한 말은 계속 이어진다. 자신이 이런 짓을 하는 이유는 이것이 ‘게임’이기 때문이라고. 주인공이 만족한 채로 지하 세계를 빠져나가면 게임에서 ‘이기게’ 되는 것이고, 주인공이 ‘이겨 버리면’ 더 이상 자신과 놀아주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는 말도 한다. 결국 주인공이 승리하지 못하게 백만 번이라도 죽이면서 영원히 여기에 붙잡아둘 것이라는 그는, 첫 번째 만남에서처럼 피할 수 없는 총알로 죽이려 한다. 그러나 여기서 붙잡힌 괴물들이 하나씩 플라위의 공격을 막아 준다. 그리고 이어지는 격려의 말들. 또 지금까지 지하에서 만나온 괴물들도 모두 한 자리에 모여 주인공에게 힘을 나누어 준다. 롤플레잉 게임의 해피 엔딩을 향하는 이 왕도 같은 전개에서, 한 번 더 반전이 드러난다. 한자리에 모인 모든 괴물들의 영혼까지 플라위가 흡수해 버리는 것이다. 한 인간의 영혼은 모든 괴물의 영혼을 합친 것만큼 강하다, 는 사실로 미루어 보아 일곱 개의 영혼을 모두 모은 셈이 되는 것이다. 노이즈와 함께 화면은 하얗게 변하고 그 뒤에 플레이어는 작은 염소 괴물 하나와 마주하게 된다. 꽃의 모습은 질렸다며 플레이어가 지었던 아이의 이름을 부르는 괴물. 그 이름을 가졌던 아이의 ‘최고의 친구’인 아스리엘 드리무어다.



죽지도, 죽이지도 말아줘


곧바로 마지막 전투가 시작된다. 아스리엘은 더 이상 세계를 파괴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다고 하며, 주인공을 쓰러뜨려 시간을 조종하는 능력을 되찾아 모든 것을 되돌리겠다고 한다. 플레이어의 모험을 모두 무로 돌려놓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게 할 것이라고. 재미있는 점은 아스리엘이 게임이 리셋되어도 플레이어는 ‘해피 엔딩’을 보기 위해 다시 여기까지 올 것이라는 사실을 안다는 듯 말을 한다는 부분에 있다. 아스리엘이 플라위였던 때 말했던 것처럼, 자신이 해피 엔딩을 쥐고 플레이어를 패배시킬 테니 포기하지 말고 자신과 계속 ‘놀아달라는’ 뜻인 셈이다. 이것은 지하 세계에서 만난 괴물들과 교감하고, 그로 인해 더욱 해피 엔딩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게이머의 의지를 꿰뚫어 보는 말이기도 하다. 실제로 그 의지가 정말 대단해서인지, 이 마지막 관문에서는 죽을 수 없다. 체력이 0이 되고 영혼이 쪼개지려는 순간, ‘하지만 버텨냈다’라는 말과 함께 다시 전투에 돌입한다. 전투 자체는 게임의 주도권을 뺐기는 노말 엔딩에서의 신선한 충격과는 달리 꽤 전형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다만 아스리엘의 모든 공격을 피하면, 지금까지는 진정한 힘의 일부였다며 진짜 모습을 드러낸다. 여기까지도 기존 게임들의 ‘보스 캐릭터’다운 전개라고도 할 수 있지만, 재미있는 것은 지금부터다.



길잃은 영혼 부르기


모습이 바뀐 아스리엘 앞에서 할 수 있는 행동은 몸부림뿐이고, 그는 플레이어가 죽을 때마다 이 세계에서 점점 멀어진다고, 친구들도 플레이어를 잊을 것이라는 말을 한다. 마치 리셋을 하라는 협박처럼 들린다. 다시 게임을 처음부터 시작해서 자신과 놀아달라고. 하지만 플레이어는 여기까지 와서 멈출 리 없다. 그 플레이어의 의지에 맞추어 게임도, 세이브 파일을 불러오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아스리엘에게 흡수된 다른 영혼을 불러올 수 있을 것이라는 힌트를 준다. 이어서 ‘행동하기’ 버튼이 ‘부르기’ 버튼으로 바뀌며, 괴물 친구들의 영혼을 불러 기억을 되돌릴 수 있게 된다.1) 이전까지 겪어온 전투들의 경험을 살려 여섯 친구들의 기억을 되찾으면, 아직 불러와야 할 사람이 남았다며 플레이어는 아스리엘의 이름을 부른다. 아스리엘은 플레이어가 지은 이름을 부르며, 자신을 이해해주는 친구와 헤어지기 싫다며 제발 자신이 이기게 해 달라고 아이처럼 울기 시작한다. 이윽고 아스리엘은 엄청난 공격을 퍼붓지만, 플레이어의 체력은 소수점까지 떨어지며 0이 되지 않는다. 그렇게 외롭고 무서웠다는 아스리엘의 고백이 이어지며, 전투는 끝이 난다.

1) 영어 원문에서는 게임을 저장(save)하는 것은 불가능하나 다른 무언가를 구할(save)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부르기’ 버튼도 원문에서는 ‘구하기(save)'이다.


사실은 아스리엘도 주인공이 첫 번째로 떨어진 그의 친구가 아니라는 사실을 안다. 아스리엘을 부르는 회상 장면에서 나왔던 과거에 떨어진 아이는, 자세히 보면 티셔츠의 줄무늬가 하나다. 지금 플레이하는 주인공의 티셔츠는 줄무늬가 둘이다. 게임을 처음 시작할 때 떨어진 인간의 이름을 묻던 것은 애초에 우리가 조종할 주인공이 아닌, 첫 번째로 지하에 떨어진 인간의 이름을 정하라는 뜻이었던 것이다. 아스리엘은 주인공의 이름을 묻고, ‘프리스크’라는 이름을 듣게 된다. 아스리엘은 영혼이 없던 꽃일 때와 달리 모두의 영혼이 자신에게 들어오자 자신의 감정 뿐 아니라 괴물들의 감정까지 느낄 수 있게 되었다며, 지금까지 자신이 했던 끔찍한 일들에 대한 용서를 구한다. 플레이어가 용서를 받아들이든 아니든, 아스리엘은 영혼들을 되돌리기 전에 ‘일곱 개’의 영혼이 모인 지금이야말로 괴물이 자유로워질 때라며 결계를 부순다. 모든 괴물의 염원이 하나라는 말처럼, 괴물들의 영혼 모여 하나의 인간 몫의 힘을 발휘하는 것인 셈이다. 그 뒤, 자신은 꽃으로 되돌아가야 한다며 작별을 고한다. 엄마, 아빠를 잘 부탁한다는 말과 함께.



결계를 부수는 아스리엘



다시, 어떤 엔딩


이후 프리스크는 토리엘이 부르는 소리에 정신을 차리며, 다들 기억이 없고 결계가 부서졌다는 말을 듣는다. 이제야 비로소 해피 엔딩에 도달한 것이다. 부서진 결계를 넘어 지상으로 올라가면, 프리스크는 아스고어로부터 괴물과 인간 사이의 대사 역할을 해 달라는 제안을 받고, 토리엘과 함께 살 것인지 결정할 수 있게 된다. 엔딩 크레딧에서는 지금까지 만나온 괴물들이 지상에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보여주며, 게임은 끝이 난다. 결계를 통해 나가면 괴물들 또한 모두 지상으로 올라가는데, 그 전에 플레이어에겐 자유로운 행동을 할 시간이 주어진다. 지금까지 모험했던 지하 세계를 돌아다니며, 자신이 만났던 괴물들과 지하에 나가는 소감을 묻거나 하는 식으로 소소한 변화를 확인해 볼 수 있다.
결국 불살 엔딩은 고전적인 롤플레잉 게임의 재미를 따르고 있다고도 할 수 있지만, 게임에의 이입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메타게임적 요소들이 받쳐주는 식으로 이 재미를 배가시키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언더테일의 재미와 즐거움을, 글에 다 담아낼 수 없는 부족한 나의 능력이 안타깝기도 하다. 때문에 글의 끝에 노말 엔딩부터 불살 엔딩까지 플레이 영상의 전부를 남겨 두려고 한다.
노말 엔딩에서 확인했던 언더테일 세계의 수수께끼는 어느 정도 풀렸지만, 그리고 ‘진짜 엔딩’이라고 할 수 있는 결말도 맞이했지만, 왜 프리스크에게 첫 번째로 떨어진 아이의 이름이 계속 따라다녔는지, 플라위는 왜 그렇게 ‘죽거나 죽이거나’를 외치는 꽃이 되었는지 등 의문은 여전히 남아있기도 하다. 게다가 이렇게 플레이어의 자유도가 높은, 게임은 아직 해 볼 것들이 많다. 실제로, 해피 엔딩을 ‘평화 엔딩’이 아니라 ‘불살 엔딩’으로 부르는 이유도, 괴물을 상처 입히면 자비를 베풀 수 있는 게임의 시스템을 이용해서 ‘폭력적으로’ 아무도 죽이지 않는 방법 역시 해피 엔딩을 볼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엔딩을 본 플레이어의 다음 행선지는 어디가 되어야 할까. 게임을 다시 켜면 행복한 미래를 맞이한 괴물들에게 가장 큰 적은 리셋의 힘을 가진 플레이어라며, 프리스크와 괴물들의 행복을 위해 시간을 되돌리지 말아달라고 부탁하는 플라위가 나타난다. 여기서 그 말에 동의하고 게임을 멈출 수도 있지만, 시간을 되돌려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게임을 플레이하는 길 또한 남아 있다. 다음 글에서는 그 다른 엔딩, 몰살(학살) 플레이에 관해 다루어 보도록 하겠다.


- (영상 재생 목록) 노말 ~ 불살 엔딩까지의 언더테일 플레이 영상












작가소개 / 염성진

고려대학교 세종캠퍼스 국어국문학과
글을 쓰고 싶고, 음악을 하고 싶고, 게임을 하고 싶습니다.


《문장웹진 2017년 07월호》


추천 콘텐츠

미래 설계 - 우리는 집을 짓고 그 안엔 사람이 살고

[문장서포터즈] 미래 설계 - 우리는 집을 짓고 그 안엔 사람이 살고 - 《문장웹진》 다시 읽기 문장 서포터즈 2기 김성호 설계를 한다는 것은 무언가를 만들거나 짓기 위해서다. 2024년, 작년에 기획 연속좌담으로 진행되었던 ‘창작, 노동: 4차〈대학(원)생 작가들의 미래 설계〉’를 다시 읽자는 취지에서 특별한 형태랄 것 없는 이 ‘대화’가 이루어졌다. 대화는 1년 반 전의 좌담에서 이루어졌던 미래 설계를 돌아보고, 2025년 대학생 작가의 현재는 어떠한지 톺아 보려는 데 목적이 있다. 설계를 했다면 그것을 바탕으로 지어진 무언가가 있을 것이다. 나는 그것을 ‘집’이라 명명하고, 그 집 안에 어떠한 사람이 살고 있는지 살펴보려 한다. 2024년 《시와산문》 문예지 시 부문 대상을 수상하며 등단했고, 올해 여름 첫 시집 『네가 오렌지를 먹는 동안 나는 시집을 읽었다』(달아실 출판사)를 펴냈으며 현재 대학 재학 중인 임수민 시인과 함께 대화를 시작했다. 김성호(이하 김): 오늘 인터뷰일로부터 2학기 개강이 얼마 남지 않은 듯해요. 작년 여름에 시인으로 등단하시고 나서 올해 여름 첫 시집을 펴내셨는데, 1년간 집필 활동에 학부 생활에 많이 바쁘셨을 것 같습니다. 지금은 무얼 하고 계시나요? 임수민(이하 임): 첫 시집을 출간하고 나서 두 번째 시집을 바로 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새 시편 원고를 투고했는데, 좋은 기회로 계약이 되어서 준비하는 중입니다. 김: 오, 바로 두 번째 시집이라니. 활동이 왕성하시네요. 개강을 앞둔 소감은 어떠신가요? 개강을 앞둔 건 저도 마찬가지지만(웃음). 저와 같은 문예창작과이기도 하니까요. 임: 창작 수업이 많아서 잘 따라갈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조금 있고, 학점을 잘 받아야 한다는 압박감도 있어요. 학교생활과 집필 작업을 같이 잘 병행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있고요. 성호 님은 방학 때 무얼 하셨는지 궁금하네요. 김: 저는 일단 종강날 교수님의 조언대로 전작주의자가 돼서 한 작가를 좀 깊게 파 보고자 노력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빠지게 된 작가가 2018년 타계한 미국 소설가 필립 로스예요. 단편소설도 세 편 정도 썼습니다. 곧 신춘문예와 공모전 시즌이기도 하니까요. 그러고 보면 수민 님은 등단에 대한 압박에서 조금 벗어나 있으신 것 같아 부럽기도 해요. 아니면 제가 모르는 다른 고충이 있을까요? 임: 등단을 했지만, 작은 곳에서 등단했기 때문에 작품 청탁이나 시집 출간, 홍보에 관련해 조금 어려움이 있어요. 예를 들어 ‘대학생’이라서 원고료를 제대로 못 받는다거나, 저를 알리는 데 많은 기회가 없다거나. 아까 한 작가를 팠다고 하셨는데, 어떤가요? 확실히 글쓰기에 도움이 되나요? 김: 한 작가에 빠져서 읽는다는 건 일종의 ‘사랑’의 형태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 사랑의 대상이 작가든 작품이든 간에 느끼는 감정이 그렇

  • 관리자
  • 2025-10-01
나만의 여름나기 일기

[문장서포터즈] 나만의 여름나기 일기 -《문장웹진》 다시 읽기 문장서포터즈 2기 김소리 안녕하세요. 잘 지내셨을까요? 저의 첫 번째 《문장웹진》 작품 「도슨트는 문학이 될 수 있을까」 이후 두 번째로 인사드립니다. 김소리입니다. 무더위가 지속되고 있어요. 이런 무더위 속에서 무기력한 기분이 들 때도 글을 쓰는 일만큼은 그만둘 수 없네요. 저는 글을 쓰는 일만큼 읽는 일을 좋아하는데요. 글을 ‘읽는다’는 것은 좁은 세계에서는 작가와, 넓은 세계에서는 비슷한 체험을 하고 있는 여러 타인과 소통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이는 문학뿐만 아니라 에세이나 일기 등 개인적인 경험을 기반으로 쓴 글에서도 마찬가지겠지요. 이를테면, 여름의 무더위 속 일상을 적은 글에서 우리는 작가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는 동시에 이와 관련된 나의 경험을 떠올릴 수 있겠네요. 그리고 글을 읽은 뒤 타인과 감상을 공유하거나 비슷한 주제의 다른 글을 읽으면서 내가 가진 하나의 경험이 더 넓은 세계로 확장되곤 합니다. 그러면서 나의 세계는 자전을 시작하지요. 그럼 우리는 글을 쓸 때 어떤 방식으로 읽게 할 수 있을까요? 나와 타인의 세계가 어우러져 짝이 맞는 톱니바퀴가 돌아가는 시작점은 어디서 기인할까요? 글도 하나의 콘텐츠고, 콘텐츠를 보여 주는 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요. 특히 요즘은 디지털 콘텐츠나 오프라인 이벤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개인적으로 글을 읽는 방식도 풍부하게 확장되었으면 하는 소망이 있어요. 《문장웹진》의 기획들도 이처럼 글을 다양하게 소비하기 위한 방식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데요. 따라서 이번 두 번째 기획에서는 이전 《문장웹진》의 기획 중 한 가지를 다시 읽고, 관련된 저의 경험을 기록하며 소통하는 방식으로 재조명하고자 합니다. 제가 다시 읽은 《문장웹진》은 강영숙 작가의 「인디언 썸머」인데요. 여름의 끝자락에서 ‘겨울에 쓰는 여름 이야기’를 읽고 저만의, 그리고 여러분만의 여름을 되짚어 보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인디언 썸머’는 ‘겨울이 시작되기 직전인 10월 말~11월 중순경에 나타나는 고온 현상’을 의미해요. 여름은 덥죠. 무더위가 지속돼요. 저는 땀이 많은 사람이라 한여름 대낮에 길가를 걸을 때마다 무엇도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들어하는데요. 그래서 제가 지나온 여름을 돌이켜 보면 그저 ‘덥다’는 감상 말고 특별히 기억나는 순간들 없이 빠르게 지나갔던 것 같아요. 생각해 보면 우리나라의 사계절 중 여름이 가장 길다고들 하는데 우스운 이야기지요. 더워서 아무것도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빠르게 지나가는 것만 같은 여름이, 지나고 나서야 특별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해서 계절 감각을 직접적으로 체감할 수 있지요. 그중에서도 여름과 겨울은 봄과 가을에 비해 온도 차가 커서 ‘계절감’을 표현하기 위해 다양한 작품에서 활용되고 있어요. 앞서 언

  • 관리자
  • 2025-10-01
궁금하니까 궁금하고, 알고 싶으니까 알고 싶은

[문장서포터즈] 궁금하니까 궁금하고, 알고 싶으니까 알고 싶은 - 《문장웹진》 다시 읽기, 나는 왜 자꾸 당신이 궁금한가 문장서포터즈 2기 박소희 책은 새로운 세계로 향하는 문이다. 그 문은 얇고 가볍지만 예상치 못할 만큼 깊고 넓은 세계를 품고 있다. 문을 열고 들어간 우리는 많은 것들을 감각한다. 아직 겪어보지 못한 죽음이나 이별의 감정을 체험하고, 과거와 미래를 넘나드는 시간여행자가 되기도 한다. 그러다 마지막 책장을 덮고나면 한 세계의 끝 혹은 다른 세계의 시작을 마주하는데 그곳에 이전과 같은 ‘나’는 없다. 세계 하나를 거쳐왔기 때문이다. 이 모든 일은 온전히 각자가 경험하는 문학의 신비다. 거쳐온 세계 하나, 그 문학을 탐구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책 한 가운데에 우뚝 서서 작품만을 탐구할 수도 있다. 책의 바깥에 서서 작가의 생애나 작품이 쓰여진 시대 상황, 다른 독자들을 데려와 연결지어서 탐구할 수도 있다. 어떻게 그 세계를 다시 파고들 것인지는 각자 다르다. 다만 분명한 것은 그 세계를 직접 유영하다 온 ‘이전과는 달라진’ 이들은 앞서 말한 모든 것에 기꺼이 손을 뻗는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우연히 처음 초콜릿을 먹고 달콤함에 매료된 어린 아이가 그것과 비슷한 모양이나 색을 띄는 것들을 곧장 입으로 가져가듯이. 쉽게 말해 문학 작품에 깊은 인상을 받은 독자는 곧 작품과 연관된 모든 것을 알고 싶어진다. 이들은 아주 오래 전에도, 다가올 미래에도 늘 존재하고 있다. 오늘날 우리는 도서관이나 지역 서점에서 열리는 북토크나 강연에 간다. 관련 전시나 축제가 있으면 작가나 작품의 발자취를 찾아 간다. 인터뷰 기사나 동영상 콘텐츠도 있다. 이외에도 많은 것들이 있지만 그중 내가 선호하는 것은 인터뷰다. 정리되어 있는 글을 쉽고 빠르게 찾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2005년에 창간해 올해로 20주년을 맞은 문장웹진 또한 세계와 독자를 잇는 기획을 여럿 진행해왔다. 여러 기획 중 내가 소개하고 싶은 것은 지난 2014년부터 2015년까지 이어진 연속 기획 공개인터뷰 ‘나는 왜’이다. ‘나는 왜’ 기획은 매달 독자 10명을 초대해 시인 혹은 소설가를 인터뷰하며 그의 작품 세계를 조망했다. ‘공개인터뷰’로 작가와 독자를 물리적으로 한 공간으로 이끌었다는 점이 새로웠다. 또 인터뷰만 공개되는 것이 아니라 시인이라면 자선 시를, 소설가라면 자선 소설을 함께 공개했다. 이는 인터뷰에서 이야기 나눈 작가의 작품세계를 다시금 엿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기존에 10회로 기획되었던 공개인터뷰는 2015년까지 이어져 이제니 시인을 마지막으로 15회까지 진행됐다. 기획의 이름인 ‘나는 왜’에서 ‘나’는 시인이나 소설가를 칭했다. 작가마다 질문이나 주제를 갖고 인터뷰가 진행되었는데 가령 박준 시인의 질문은 “나는 왜 서정을 미인처럼 사랑하나”였다. 정세랑 소설가의

  • 관리자
  • 2025-10-01

댓글 남기기

로그인후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을 남겨 주세요!

댓글남기기 작성 가이드

  •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 비방 등은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 주제와 관련 없거나 부적절한 홍보 내용은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 기타 운영 정책에 어긋나는 내용이 포함될 경우, 사전 고지 없이 노출 제한될 수 있습니다.
0 / 1500

댓글0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