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대한민국 태극기이 누리집은 대한민국 공식 전자정부 누리집입니다.

공식 누리집 주소 확인하기

go.kr 주소를 사용하는 누리집은 대한민국 정부기관이 관리하는 누리집입니다.
이 밖에 or.kr 또는 .kr등 다른 도메인 주소를 사용하고 있다면 아래 URL에서 도메인 주소를 확인해 보세요.
운영중인 공식 누리집보기

우리는 게임을 한다 - 언더테일 2

  • 작성일 2017-07-01

[serialization]



우리는 게임을 한다

- 언더테일 2



염성진





게임을 향한 의지


1회차 플레이에서 우리가 보지 못한 ‘해피 엔딩’, 즉 불살 엔딩을 보기 위해선 아무도 죽이지 말아야 함은 물론이고 특정 괴물들과 친구가 되어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게임을 처음 플레이한다면 아무도 죽이지 않아야 한다는 조건은 사실상 달성이 불가능하므로, 대부분의 플레이어는 자신이 노말 엔딩까지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게임의 데이터 리셋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 리셋 플레이는 평행이론을 떠오르게 한다. 어떤 플레이어는 자신이 처음 선택했던 결과와 다른 게임의 진행을 보고 흥미로워 할 테고, 어떤 플레이어는 이미 겪었던 같은 사건들의 흐름에 지루해할 것이다. 어쨌든 언더테일이라는 게임은 첫 번째 플레이에서 해피 엔딩을 절대 볼 수 없도록 만들어진 게임이니, 이 리셋의 과정은 지난 글에서 이야기했던 ‘게이머의 자세’를 불러일으키려는 제작자의 의도가 담긴 것이 아닐까 조심스레 생각해 본다. ‘더 나은 엔딩’을 위해, 게이머는 리셋도 견딜 수 있다는 것이다.




친구가, 되어줄래요?


가장 먼저 친구가 될 수 있는 괴물은 스노우딘에서 플레이어를 막았던 파피루스이다. 조금 멍청해 보이지만 유쾌한 파피루스와의 만남들은, 이전에 이야기했듯 폐허에서 무거웠던 게임의 분위기를 환기해준다. 스노우딘에서의 모험은 유머로서의 게임에 충실하다고 할까. 파피루스와 돌발 상황들을 겪을 때마다, ‘인간 사냥에 미친놈’이라고 동생을 소개한 형 샌즈가 동시에 파피루스는 ‘위험하지 않다’고 이야기한 이유를 점점 납득하게 된다. 인간을 잡아서 왕실 근위대로 인정받겠다고 파피루스는 입버릇처럼 말하지만, 그의 퍼즐은 허술한 장난에 가깝고, 싸움에서 그는 주인공을 결코 죽이지 않는다. 다른 괴물들과의 전투와 달리 파피루스와의 전투에서 패배하면 주인공은 죽지 않고 파피루스의 손님방에 가두어지는데, 문은 안에서 잠겨 있어서 플레이어는 창고를 빠져나가 다시 그와 싸울 수 있다. 심지어 계속해서 파피루스에게 지면, 더 이상 싸우지 않고 게임을 진행할 수도 있다. 어떤 방식으로든 전투가 끝나면 플레이어는 파피루스와 친구가 될 기회를 얻고, 전투 중 파피루스를 유혹했다면 ‘데이트’를, 아니라면 ‘친구 되기’를 그의 집에서 할 수 있게 된다. 결국 파피루스와는 언제나, 어떻게든 친구가 될 있는 셈이다. 주인공이 파피루스를 죽이려 하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여담으로, ‘데이트’와 ‘친구 되기’에도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파피루스가 데이트를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서, 데이트가 더 재미있는 선택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기왕 재미있는 거, 더 재밌으면 좋지 않은가. 게임은 재미를 위해서 하는 것이니만큼.


파피루스와 친구가 되었다면, 다음은 왕실 근위대의 수장 언다인의 차례다. 파피루스와 친구가 되었다면 언다인에게서 도망칠 때 그가 언다인에 집에서 셋이 놀자고 전화를 거는데, 이후 언다인이 핫랜드에서 쓰러졌을 때 물을 뿌려 주었고 이때까지 아무도 죽이지 않았다면 파피루스와 함께 그녀의 집에 들어갈 수 있다. 자신이 죽여야 했던 인간이 파피루스와 함께 오니 언다인은 탐탁지 않아 보인다. 그렇다면 어떻게 ‘친구 되기’가 성사되는 것일까? 여기에도 파피루스의 천진함이 한 몫 하게 된다.



언다인을 자극하는 파피루스


파피루스는 호전적이고 도전을 좋아하는 언다인의 성격을 잘 알기에, 언다인이 주인공과 친구가 될 수 있을 거란 생각은 자신의 과대평가였다며 그녀를 도발하고 도망친다. 이윽고 현 시간부로 베프가 되겠다며 ‘도전’을 받아들이는 언다인. 인간과의 어색함을 극복하고 친해지기 위해 원래 파피루스가 받기로 했던 요리 수업을 진행하기로 하는데, 의욕이 넘쳐 불조절에 실패해 그만 집이 불이 나 버리고 만다. 언다인은 자신의 불같은 성격이 모든 것을 망쳐 버렸다며, 친구 같은 거 관두고 지난 싸움의 결판을 내자며 싸움을 건다. 그녀는 선제공격을 허락하고, 플레이어는 공격하는 척을 할 것인지 실제로 공격을 할 것인지 선택을 해야 하지만 이미 주인공에게는 언다인을 해칠 마음이 없는지 실제로 공격을 해도 전혀 먹히질 않는다. 괴물들의 몸은 마법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공격하는 자의 살의나, 공격받는 자의 의지에 따라 공격의 피해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결국 주인공이 정말로 괴물을 해칠 마음이 없다는 것을 깨달은 언다인은 주인공을 친구로 인정하게 된다.


언다인은 친구가 된 후 알피스 박사에게 전해달라며 편지를 준다. 플레이어는 알피스의 연구소 입구에 편지를 밀어넣고, 발신자의 이름이 적히지 않은 편지에 알피스가 오해하면서 데이트가 시작된다. 알피스 역시 데이트에 서툴러서,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에서처럼 애정도를 높여야 한다며 ‘아이템’을 주인공에게 주려 한다. 철제 갑옷 광택제, 비늘에 바르는 방수 크림, 마법 창 수리 세트. 전부 언다인을 위한 것들이다. 이어 아이템은 잊어버리자며, 알피스는 어색한 침묵 속에서 언다인과 항상 갔던 곳이라며 쓰레기장으로 주인공을 데려 간다. 쓰레기장에선 언다인을 마주치게 되는데, 알피스는 자신이 데이트하는 것을 들키면 안 된다며 숨고, 플레이어는 편지는 자신이 전해 주겠다며 돌려달라는 언다인을 따돌린다. 그렇게 언다인이 가 버린 후, 알피스는 어쩔 수 없다며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는다.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사람은 언다인이고, 주인공의 기분을 맞춰주기 위해 데이트하는 척 한 것이라고 말이다. 이어 주인공은 거짓말쟁이인 자신에겐 언다인이 과분하다는 알피스에게 진실을 말할 용기를 주기 위해 역할극을 하자고 제안한다. 괴상한 선택지로 가득한 역할극을 하고 있으면, 그 때 언다인이 주인공과 알피스를 발견한다. 그제야 언다인에게 속마음을 털어놓게 되는 알피스. 작은 자신의 거짓말들을 낱낱이 이야기하며 그것들이 모두 언다인에게 어필하기 위했던 것이었다고 자신을 자책하지만, 호탕한 언다인은 알피스의 분석적이고 열정적인 모습을 좋아한다면서 그런 자신의 모습에 만족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한다. 그렇게 엉망진창인 데이트는 언다인이 파피루스를 시켜 알피스에게 자존감 트레이닝을 받게 하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이후에는 파피루스로부터 알피스의 연구소로 가 보라는 전화를 받게 되며, 여기서부터 데이트의 과정은 끝나고 엔딩을 향한 본격적인 이야기가 펼쳐진다. 도대체 알피스는 무슨 거짓말을 했길래 그렇게 스스로를 거짓말쟁이라고 몰아붙이는 것일까. 어떤 큰 거짓말을 했기 때문은 아닐까. 연구소 안에는 진실을 알고 싶으면 욕실 속으로 들어오라는 쪽지가 놓여 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것이다.



모습을 드러내는 진실


욕실 안엔 엘리베이터가 있는데, 동력이 저하된다는 경고와 함께 플레이어는 정전된 연구소에 떨어지게 된다. 연구소 내부에는 알피스가 기록한 것으로 추정되는 실험 일지들이 흩어져 있으며, 플레이어는 이것들을 확인하며 동력실을 열기 위한 열쇠들을 찾는 탐험을 하게 된다. 연구소 내부에는 지금까지 만났던 괴물들과는 달리 흉측하게 일그러진 형체들의 괴물들을 맞닥뜨리게 되는데, 흡사 공포 게임을 하는 듯한 느낌을 불러일으키는 분위기가 연구소 전체에 퍼져 있다.
알피스의 실험 기록과 그녀의 고백에 따르면 이들은 죽어가던 괴물들이 한데 섞인 ‘융합체’라고 한다. 여러 괴물들이 그대로 합쳐진 것도 있는가 하면, 서서히 과거의 기억을 잃어가는 흐릿한 의식의 괴물도 있는 등 전투에는 혼란스럽고 어려운 점이 많지만, 지금까지 상대해 온 종류의 괴물들이 합쳐진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플레이어는 이 난관을 제법 쉽게 헤쳐 나갈 수 있다. 알피스의 말처럼 배가 고파 조금 제멋대로가 된 것 뿐이다. 겉모습이 흉측해 보여도, 모두 평범한 괴물들인 것이다.



순서대로 정리한 알피스의 실험 기록


알피스의 연구 일지에는 ‘의지’에 대한 실험 기록이 담겨있었던 셈이고, 그녀가 자존감이 없어 보이는 이유도 융합체가 되어버린 괴물들을 가족들에게 돌려보내주지 못한 죄책감 때문이었다. 또한, 이곳에서는 알피스의 과거 외에도 많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괴물의 육체는 의지의 힘을 견디지 못하고 녹아버린다는 것, 그래서 그녀는 인간도 괴물도 아닌 꽃에 의지를 투여해 보았다는 것. 게다가 사라져버린 ‘황금꽃’의 정체는 플라위일지도 모른다는 것까지도.
그녀가 성 근처에서 발견한 테이프는 노말 엔딩에서 이야기했던 아스고어 가족의 과거가 담긴 듯 보인다. 모두 소리밖에 남아있지 않지만, 괴물들의 목소리가 저마다 다른 게임의 특성상 토리엘과 아스고어의 목소리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게임을 시작할 때 플레이어가 지었던 이름이 비디오 속에서 자꾸 언급된다는 점이다. 아스고어를 아빠라 부르는 아이가 나타나는 것으로 보아 두 아이는 왕자 아스리엘과 첫 번째로 지하에 떨어진 아이의 이름인데, 그 아이는 이미 죽지 않았는가. 비디오에서는 인간 아이가 무언가를 계획하고 있고, 주저하는 아스리엘이 이를 따른 것으로 보인다. ‘강해져서 모두를 해방시키자’는 아스리엘의 말과 아스고어가 먹고 아팠던 버터컵 꽃을 가져오겠다는 계획, 게다가 마지막 비디오에서 죽음의 고비에 빠진듯한 아이의 모습에 아스리엘이 해내자고 다짐하는 것은 아이의 죽음이 의도된 것이었음을 알게 해 준다. 결계를 빠져나가려는 데에는 인간 하나와 괴물 하나의 영혼이, 결계를 부수는 데에는 일곱 인간의 영혼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1회차 플레이를 통해 알게 된 플레이어는, 이 죽음이 아스리엘을 결계 밖으로 보내기 위한 것이었음을 유추할 수 있다. 그리고 이 계획은 실패로 돌아갔다는 것도 알고 있다. 결국 ‘진실의 연구소’라는 이름답게 이곳에서 언더테일의 세계가 많이 드러난 셈이다. 다만 플레이어를 가장 혼란스럽게 하는 의문점이 생기기도 했다. 왜 플레이어가 지은 이름이 첫 번째로 떨어진 아이의 이름인가? 전투를 할 때 가장 왼쪽에 있는 이름도, 메뉴 버튼을 눌러 상태 창을 열면 확인되는 이름도, 분명 플레이어가 지은 이름이 아닌가? 얼핏 모순 같아 보이는 이 문제는 엔딩에 가서 확인할 수 있다. 연구소의 동력을 복구한 뒤 엘리베이터를 타면, ‘모든 일이 제대로 돌아갔다’는 의문의 통화가 걸려온 뒤 플레이어는 왕의 성에 도달하게 된다.



Here we are


주인공이 타고 온 엘리베이터는 덩굴로 막혀 있어 뒤로는 돌아갈 수 없다. 왕의 성에서 플레이어는 왕 아스고어와의 결전을 다시 맞아야 하는데, 시간은 이전과 다른 방식으로 흘러가기 시작한다. 아스고어는 이전과 똑같이 전투를 준비하지만, 고개를 숙이고 전투에 돌입하려는 찰나 주인공을 공격하려던 플라위를 내쫓던 것과 같은 불길이 아스고어를 덮친다. 토리엘이 나타난 것이다. 이 결계를 지나기 위해 누군가를 희생하는 것은 옳지 않은 일이라고, 그런 주인공이 걱정이 되어 찾아왔다고 한다. 아스고어의 아내였던 토리엘은 자신을 반기는 아스고어에게 얌전히 인간의 영혼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리는 그의 소극적 태도를 비난하고, 아스고어 역시 자신을 자책하며 싸움을 멈춘다. 이어 언다인, 알피스, 파피루스, 샌즈, 그리고 메타톤까지. 플레이어가 친구가 되어온 괴물들이 나타나기 시작해, 서로를 소개하고 인사하며 분위기는 시끌시끌해진다. 이 친근한 분위기 속에서 토리엘은 주인공이 이렇게 멋진 친구들을 사귀었으니 지하에서 계속 살아도 분명 행복할 것이라 말한다. 그러나 누가 이들을 모두 한 자리에 모이게 한 것일까. 알피스는 파피루스에게 그런 질문을 하고, 파피루스는 이 일을 ‘작은 꽃’이 도왔다고 한다.


또다시 주인공을 가로막는 플라위



이윽고 여섯 영혼을 이미 흡수한 플라위가 나타난다. 플라위는 괴물 친구들을 모두 구속하고, 지금 이 상황을 모두 주인공이 만들었다며 비난한다. ‘이들이 널 사랑하도록 만들었기 때문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는 플라위의 의미심장한 말은 계속 이어진다. 자신이 이런 짓을 하는 이유는 이것이 ‘게임’이기 때문이라고. 주인공이 만족한 채로 지하 세계를 빠져나가면 게임에서 ‘이기게’ 되는 것이고, 주인공이 ‘이겨 버리면’ 더 이상 자신과 놀아주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는 말도 한다. 결국 주인공이 승리하지 못하게 백만 번이라도 죽이면서 영원히 여기에 붙잡아둘 것이라는 그는, 첫 번째 만남에서처럼 피할 수 없는 총알로 죽이려 한다. 그러나 여기서 붙잡힌 괴물들이 하나씩 플라위의 공격을 막아 준다. 그리고 이어지는 격려의 말들. 또 지금까지 지하에서 만나온 괴물들도 모두 한 자리에 모여 주인공에게 힘을 나누어 준다. 롤플레잉 게임의 해피 엔딩을 향하는 이 왕도 같은 전개에서, 한 번 더 반전이 드러난다. 한자리에 모인 모든 괴물들의 영혼까지 플라위가 흡수해 버리는 것이다. 한 인간의 영혼은 모든 괴물의 영혼을 합친 것만큼 강하다, 는 사실로 미루어 보아 일곱 개의 영혼을 모두 모은 셈이 되는 것이다. 노이즈와 함께 화면은 하얗게 변하고 그 뒤에 플레이어는 작은 염소 괴물 하나와 마주하게 된다. 꽃의 모습은 질렸다며 플레이어가 지었던 아이의 이름을 부르는 괴물. 그 이름을 가졌던 아이의 ‘최고의 친구’인 아스리엘 드리무어다.



죽지도, 죽이지도 말아줘


곧바로 마지막 전투가 시작된다. 아스리엘은 더 이상 세계를 파괴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다고 하며, 주인공을 쓰러뜨려 시간을 조종하는 능력을 되찾아 모든 것을 되돌리겠다고 한다. 플레이어의 모험을 모두 무로 돌려놓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게 할 것이라고. 재미있는 점은 아스리엘이 게임이 리셋되어도 플레이어는 ‘해피 엔딩’을 보기 위해 다시 여기까지 올 것이라는 사실을 안다는 듯 말을 한다는 부분에 있다. 아스리엘이 플라위였던 때 말했던 것처럼, 자신이 해피 엔딩을 쥐고 플레이어를 패배시킬 테니 포기하지 말고 자신과 계속 ‘놀아달라는’ 뜻인 셈이다. 이것은 지하 세계에서 만난 괴물들과 교감하고, 그로 인해 더욱 해피 엔딩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게이머의 의지를 꿰뚫어 보는 말이기도 하다. 실제로 그 의지가 정말 대단해서인지, 이 마지막 관문에서는 죽을 수 없다. 체력이 0이 되고 영혼이 쪼개지려는 순간, ‘하지만 버텨냈다’라는 말과 함께 다시 전투에 돌입한다. 전투 자체는 게임의 주도권을 뺐기는 노말 엔딩에서의 신선한 충격과는 달리 꽤 전형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다만 아스리엘의 모든 공격을 피하면, 지금까지는 진정한 힘의 일부였다며 진짜 모습을 드러낸다. 여기까지도 기존 게임들의 ‘보스 캐릭터’다운 전개라고도 할 수 있지만, 재미있는 것은 지금부터다.



길잃은 영혼 부르기


모습이 바뀐 아스리엘 앞에서 할 수 있는 행동은 몸부림뿐이고, 그는 플레이어가 죽을 때마다 이 세계에서 점점 멀어진다고, 친구들도 플레이어를 잊을 것이라는 말을 한다. 마치 리셋을 하라는 협박처럼 들린다. 다시 게임을 처음부터 시작해서 자신과 놀아달라고. 하지만 플레이어는 여기까지 와서 멈출 리 없다. 그 플레이어의 의지에 맞추어 게임도, 세이브 파일을 불러오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아스리엘에게 흡수된 다른 영혼을 불러올 수 있을 것이라는 힌트를 준다. 이어서 ‘행동하기’ 버튼이 ‘부르기’ 버튼으로 바뀌며, 괴물 친구들의 영혼을 불러 기억을 되돌릴 수 있게 된다.1) 이전까지 겪어온 전투들의 경험을 살려 여섯 친구들의 기억을 되찾으면, 아직 불러와야 할 사람이 남았다며 플레이어는 아스리엘의 이름을 부른다. 아스리엘은 플레이어가 지은 이름을 부르며, 자신을 이해해주는 친구와 헤어지기 싫다며 제발 자신이 이기게 해 달라고 아이처럼 울기 시작한다. 이윽고 아스리엘은 엄청난 공격을 퍼붓지만, 플레이어의 체력은 소수점까지 떨어지며 0이 되지 않는다. 그렇게 외롭고 무서웠다는 아스리엘의 고백이 이어지며, 전투는 끝이 난다.

1) 영어 원문에서는 게임을 저장(save)하는 것은 불가능하나 다른 무언가를 구할(save)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부르기’ 버튼도 원문에서는 ‘구하기(save)'이다.


사실은 아스리엘도 주인공이 첫 번째로 떨어진 그의 친구가 아니라는 사실을 안다. 아스리엘을 부르는 회상 장면에서 나왔던 과거에 떨어진 아이는, 자세히 보면 티셔츠의 줄무늬가 하나다. 지금 플레이하는 주인공의 티셔츠는 줄무늬가 둘이다. 게임을 처음 시작할 때 떨어진 인간의 이름을 묻던 것은 애초에 우리가 조종할 주인공이 아닌, 첫 번째로 지하에 떨어진 인간의 이름을 정하라는 뜻이었던 것이다. 아스리엘은 주인공의 이름을 묻고, ‘프리스크’라는 이름을 듣게 된다. 아스리엘은 영혼이 없던 꽃일 때와 달리 모두의 영혼이 자신에게 들어오자 자신의 감정 뿐 아니라 괴물들의 감정까지 느낄 수 있게 되었다며, 지금까지 자신이 했던 끔찍한 일들에 대한 용서를 구한다. 플레이어가 용서를 받아들이든 아니든, 아스리엘은 영혼들을 되돌리기 전에 ‘일곱 개’의 영혼이 모인 지금이야말로 괴물이 자유로워질 때라며 결계를 부순다. 모든 괴물의 염원이 하나라는 말처럼, 괴물들의 영혼 모여 하나의 인간 몫의 힘을 발휘하는 것인 셈이다. 그 뒤, 자신은 꽃으로 되돌아가야 한다며 작별을 고한다. 엄마, 아빠를 잘 부탁한다는 말과 함께.



결계를 부수는 아스리엘



다시, 어떤 엔딩


이후 프리스크는 토리엘이 부르는 소리에 정신을 차리며, 다들 기억이 없고 결계가 부서졌다는 말을 듣는다. 이제야 비로소 해피 엔딩에 도달한 것이다. 부서진 결계를 넘어 지상으로 올라가면, 프리스크는 아스고어로부터 괴물과 인간 사이의 대사 역할을 해 달라는 제안을 받고, 토리엘과 함께 살 것인지 결정할 수 있게 된다. 엔딩 크레딧에서는 지금까지 만나온 괴물들이 지상에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보여주며, 게임은 끝이 난다. 결계를 통해 나가면 괴물들 또한 모두 지상으로 올라가는데, 그 전에 플레이어에겐 자유로운 행동을 할 시간이 주어진다. 지금까지 모험했던 지하 세계를 돌아다니며, 자신이 만났던 괴물들과 지하에 나가는 소감을 묻거나 하는 식으로 소소한 변화를 확인해 볼 수 있다.
결국 불살 엔딩은 고전적인 롤플레잉 게임의 재미를 따르고 있다고도 할 수 있지만, 게임에의 이입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메타게임적 요소들이 받쳐주는 식으로 이 재미를 배가시키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언더테일의 재미와 즐거움을, 글에 다 담아낼 수 없는 부족한 나의 능력이 안타깝기도 하다. 때문에 글의 끝에 노말 엔딩부터 불살 엔딩까지 플레이 영상의 전부를 남겨 두려고 한다.
노말 엔딩에서 확인했던 언더테일 세계의 수수께끼는 어느 정도 풀렸지만, 그리고 ‘진짜 엔딩’이라고 할 수 있는 결말도 맞이했지만, 왜 프리스크에게 첫 번째로 떨어진 아이의 이름이 계속 따라다녔는지, 플라위는 왜 그렇게 ‘죽거나 죽이거나’를 외치는 꽃이 되었는지 등 의문은 여전히 남아있기도 하다. 게다가 이렇게 플레이어의 자유도가 높은, 게임은 아직 해 볼 것들이 많다. 실제로, 해피 엔딩을 ‘평화 엔딩’이 아니라 ‘불살 엔딩’으로 부르는 이유도, 괴물을 상처 입히면 자비를 베풀 수 있는 게임의 시스템을 이용해서 ‘폭력적으로’ 아무도 죽이지 않는 방법 역시 해피 엔딩을 볼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엔딩을 본 플레이어의 다음 행선지는 어디가 되어야 할까. 게임을 다시 켜면 행복한 미래를 맞이한 괴물들에게 가장 큰 적은 리셋의 힘을 가진 플레이어라며, 프리스크와 괴물들의 행복을 위해 시간을 되돌리지 말아달라고 부탁하는 플라위가 나타난다. 여기서 그 말에 동의하고 게임을 멈출 수도 있지만, 시간을 되돌려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게임을 플레이하는 길 또한 남아 있다. 다음 글에서는 그 다른 엔딩, 몰살(학살) 플레이에 관해 다루어 보도록 하겠다.


- (영상 재생 목록) 노말 ~ 불살 엔딩까지의 언더테일 플레이 영상












작가소개 / 염성진

고려대학교 세종캠퍼스 국어국문학과
글을 쓰고 싶고, 음악을 하고 싶고, 게임을 하고 싶습니다.


《문장웹진 2017년 07월호》


추천 콘텐츠

우리에게 필요한 책 틈 사이: 전주 도서관의 틈

[문장서포터즈] 문장서포터즈 1기 '몽글' 6명은 만 18세 이상 미등단자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몽글'은 직접 작성한 활동계획서를 기반으로 문학 관련 콘텐츠를 취재하며 다양한 형식으로 재생산하는 기획자로서 문학을 탐구합니다. 2024년 8월부터 2025년 1월까지 6개월간 문장웹진 '모색'에서 문장서포터즈의 다양한 기획을 만나보세요. *몽글 : 문장서포터즈의 이야기가 독자의 마음에 몽글몽글 뭉치어 있게 해주겠다는 포부를 담은 이름 우리에게 필요한 책 틈 사이: 전주 도서관의 틈 문장서포터즈 김주은 같은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한 공간에 모이면, 그 커다란 에너지가 온몸으로 느껴지는 것 같지요. 공간을 기획하고 채우는 모든 요소, 모든 사람들이 나와 함께 하나에 몰두하고 있다는 감각이 참 즐겁습니다. 이번에 다녀온 전주 독서대전에서 가장 좋았던 점도 책과 독서가 매개가 되어 사람들을 같은 정서로 잇는다는 점이었습니다. 전주시는 2018년부터 독서대전을 개최하여 올해로 7회를 맞았는데요, 올해는 ‘가을, 책 틈 사이로’라는 슬로건을 주제로 전주 페스타라는 큰 축제 안에서 열렸습니다. 행사는 10월 11일부터 13일까지 진행되었고, 저는 11일과 13일, 이틀 동안 축제에 참여하기 위해 전주 종합경기장에 방문했습니다. 그중 11일에 참여했던 전주 책 문화 답사의 경험을 꼭 나누고 싶었어요. 저는 행사 전에 홈페이지를 통해 ‘전주 도서관의 틈: 함께 걷기’ 프로그램을 신청했는데요, 전주 금암동과 서노송동 일대를 함께 걸으며 전주의 책 문화를 탐방하는 코스였어요. 1시부터 4시까지, 3시간 동안 걸을 생각에 걱정되기도 했지만, 중간에 자유롭게 중단할 수 있다는 안내를 보고 참여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설렘과 기대가 걱정보다 크기도 했고요. 집결지인 전북여성가족재단에 도착하니 해설사님과 인솔 스태프분들이 기다리고 계셨고, 함께 답사를 진행할 참가자분들도 하나둘 도착했습니다. 짧게 인사를 나누고 출발했어요. 처음으로 방문한 곳은 ‘봉사자도서관’입니다. 전주시자원봉사센터에 속한 건물이었는데, 예쁘게 정돈된 무지갯빛 책장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습니다. 번화가와 떨어진 한적한 동네에 위치해서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넓은 잔디밭이었고, 창가 쪽의 책상과 의자에 앉아 여유롭게 독서를 즐길 수도 있었습니다. 이 도서관이 가진 여유롭고 평화로운 분위기가 참 좋았어요. 도서관 내부는 넓고 다양한 책들이 구비되어 있었는데, 봉사 관련 도서를 모아 놓은 코너가 기억에 남습니다. 다음으로 도착한 곳은 ‘영풍문고 전주터미널점’입니다. 전주에는 대형 서점이 4곳 있는데, 영풍문고가 그중 하나입니다. 고속버스터미널 3층에 위치한 영풍문고를 짧게 훑어보고, 시외버스공용터미널과 거북바위 등 이동 중에 보이는 미래 유산을 쭉 훑으며 계속 걸었습니다. 그리고 ‘전주시립금암도서관’에 도착했습니다. 중앙일보의 기부로 세워

  • 관리자
  • 2025-01-01
걸어서 책방 속으로 - 천안 지역 독립서점 소개

[문장서포터즈] 문장서포터즈 1기 '몽글' 6명은 만 18세 이상 미등단자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몽글'은 직접 작성한 활동계획서를 기반으로 문학 관련 콘텐츠를 취재하며 다양한 형식으로 재생산하는 기획자로서 문학을 탐구합니다. 2024년 8월부터 2025년 1월까지 6개월간 문장웹진 '모색'에서 문장서포터즈의 다양한 기획을 만나보세요. *몽글 : 문장서포터즈의 이야기가 독자의 마음에 몽글몽글 뭉치어 있게 해주겠다는 포부를 담은 이름 걸어서 책방 속으로 - 천안 지역 독립서점 소개 문장서포터즈 이유빈 제가 주로 생활하고 있는 지역인 천안에는 구도심인 천안역을 중심으로 독립서점들이 모여 있습니다. 천안역에서부터 출발하여 근처에 있는 독립서점들을 걸어서 구경해 볼 수 있어요. 수도권이나 중심지에 비해 상권이 발달하지도, 유동 인구가 많지도 않지만 오히려 주변부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다양한 방향성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지역 독립서점들이 어떻게 각자의 특색을 살리며 운영 중인지 살펴보고자 직접 천안역에서부터 걸어서 독립서점들을 차례로 방문하여, 책방지기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1. 천안역에서 출발, ‘책방 악어새’ 주소: 충남 천안시 동남구 버들로 22, 1층 SNS: 인스타그램 @crocodilebird.book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은 일전에 인터뷰 원고를 작성한 적이 있던 ‘책방 악어새’입니다. 천안역 1번 출구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위치한 ‘책방 악어새’는 시와 동화를 주로 다루며, ‘문학인이 운영하는 독립서점’이라는 정체성이 강한 곳이에요. 책방은 성욱현 작가와 조민주 작가가 함께 운영하고 있습니다. 성욱현 작가는 단국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한 후 2021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동화 부문으로, 2024년 영남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으로 등단했습니다. 현재는 책방 운영과 더불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작가입니다. 조민주 작가는 단국대학교 문예창작과를 졸업한 후, 현재 동 대학원 석사 과정에 재학 중입니다. 독립출간물 『친애하는 서로에게』를 썼고 성욱현 작가와 함께 책방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책방에 방문했을 때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책방의 위치입니다. ‘책방 악어새’가 있는 천안역은 천안의 구도심이라서 이제는 상권이 매우 발달하거나 청년들이 자주 찾는 공간은 아니에요. 그런 구도심 중에서도 ‘책방 악어새’는 건물이 꺾이는 골목에 작게 위치해 있습니다. 중심으로부터 밀려난, 주의 깊게 보지 않으면 찾기 어려운 자리에 ‘책방 악어새’가 있는 것처럼 다수에 섞이지 못하는 사람들, 예술가, 사회적 약자 등을 배변하는 캐릭터가 바로 ‘악어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때 악어새는 몸은 새이고, 머리는 악어인 환상의 동물인데 악어 무리에도 새 무리에도 섞이지 못하는 캐릭터예요. 이런 악어새를 닮은 사람들이 편안하

  • 관리자
  • 2025-01-01
기형도 시인학교 ‘시 합평반’: 서윤후 작가와의 인터뷰

[문장서포터즈] 문장서포터즈 1기 '몽글' 6명은 만 18세 이상 미등단자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몽글'은 직접 작성한 활동계획서를 기반으로 문학 관련 콘텐츠를 취재하며 다양한 형식으로 재생산하는 기획자로서 문학을 탐구합니다. 2024년 8월부터 2025년 1월까지 6개월간 문장웹진 '모색'에서 문장서포터즈의 다양한 기획을 만나보세요. *몽글 : 문장서포터즈의 이야기가 독자의 마음에 몽글몽글 뭉치어 있게 해주겠다는 포부를 담은 이름 기형도 시인학교 ‘시 합평반’: 서윤후 작가와의 인터뷰 문장서포터즈 이형초 ※ 전 에피소드가 궁금한 분은 큐알코드 또는 아래 링크를 확인해 주세요. EP2. 문학창작지원사업 링크 : https://url.kr/5xihvs ‘기형도 시인학교’는 (재)광명문화재단이 문학 분야의 인재 양성과 지역 문학의 진흥을 위해 운영한 프로그램이야. 올해(2024년 기준)로 2회를 맞는 ‘기형도 시인학교’는 많은 시민과의 만남을 위해 다양한 계층과 예술 장르, 장소 등을 고려해 9개의 프로그램을 구성했지. 강의는 창작 수준을 고려하여 ‘기초반’, ‘창작반’, ‘합평반’, ‘동시반’으로 개설했어. 또한 기형도 시인의 문학 정신을 알리고자 시민문화플랫폼 공간에서 ‘학교 밖 이야기’, ‘한 뼘 교실’을 진행했으며, 그림으로 느끼는 기형도 시인의 작품 전시회 ‘시:리즈’도 선보였어. 그중, 문장이는 ‘시 합평반’을 신청했어. 총 7회차의 수업으로 구성되었으며 강사진은 이수명 시인, 이소호 시인, 서윤후 시인이야. ▲참가 자격 1. 자신의 시를 객관적으로 살펴보고 싶은 분 2. 시 창작의 고민을 함께 나누는 커뮤니티 활동을 하고 싶은 분 3. 시 쓰기를 사랑하며 등단을 희망하는 열의가 있는 분 ▲신청 방법 수강신청서 1부, 본인 창작시 1편, 이메일 제출 지정 양식 다운로드 : 기형도문학관 홈페이지 >교육 및 행사 > 예정 프로그램 이메일 : kihyungdomuseum@naver.com ▲선정 방식 기본기 및 충실성(20), 예술성 및 우수성(50), 기대 가치(30) ▲모집 인원 성인 15명 1~3회차는 강사별로 시 창작 강의를 하였고, 4~6회차는 그룹 합평, 마지막 7회차는 전체 합평 및 마무리 담화를 나누었지. 이수명 시인은 ‘시의 오해와 이해’를 주제로 시 창작 강의를 했어. ‘시에 대한 오해’, ‘시 쓰기에 대한 오해’에 대해 강연하며 이수명 시인만의 시론을 펼쳤지. 이소호 시인은 기형도를 비롯한 기성 시인의 작품을 낭독한 후, 수강생들과 함께 감상을 나눠 보는 시간을 가졌어. 또한 이소호 시인의 초고 작품을 읽고 문장을 지워보는 등 &

  • 관리자
  • 2025-01-01

댓글 남기기

로그인후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을 남겨 주세요!

댓글남기기 작성 가이드

  •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 비방 등은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 주제와 관련 없거나 부적절한 홍보 내용은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 기타 운영 정책에 어긋나는 내용이 포함될 경우, 사전 고지 없이 노출 제한될 수 있습니다.
0 / 1500

댓글0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