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 수집가
- 작성일 2021-05-01
- 댓글수 0
장면 수집가
장미도
극은 칠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너는 시간 순서로 재구성되어야 한다
흰색 가면을 쓰고
계단을 한 칸 오른다
두 칸 내려간다
한 발자국 뒤에 배치되었던 장면이 앞으로 밀려난다
이미 죽은 네가 벌써 태어난 너의 뒤를 좇는 것처럼
너는 인물에 개입하지 않으면서 장면을 수집한다
지하 이층 막다른 골목에서 더 이상의 방향성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식탁 위에 책을 쌓듯 너는 한 권의 무게로서 계단을 오른다
단면으로 서 있는
복도는 깊은 어둠으로 종결
같은 가면을 쓴 사람을 마주칠 때마다 모르는 척, 벽이 되면서
삼층의 남자는 천천히 독약을 삼키다가 어설프게 웃고
곰팡이 슨 벽장에 갇힌 사층의 여자
물이 가득한 욕조 속으로 뒷모습으로 쓰러지고
망설임 없이 짙푸른 물이 흘러넘친다
지하 일층
정적
너는 금발의 뒤를 쫓다가 텅 빈 찻잔에 다다르고
가슴에 총을 맞은 유모를 사랑하게 될 수도 있다
바닥과 계단으로 건물은 완성되는 한편
네가 수집한 장면은
가로로 긴 식탁에 앉아 포도주를 마신다
등장인물은 너를 소외시킨다
무언가 만들어졌고 또 어떤 것들은 사라졌는데
만져지는 것은
부유하는 먼지
서로 다른 흰 얼굴
돌아가려면 어떤 어깨를 잡아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추천 콘텐츠
새로운 인생 유진목 거리에 한참을 앉아 있었다. 지나가던 사람이 허리를 숙여 지폐 한 장을 두고 갔다. 그것을 돌려주려 했지만 그는 빠르게 걸어 사라지고 없었다. 나는 지폐를 주머니에 넣을까 하다가 그대로 두었다. 거리를 떠돌던 개가 가까이 다가와 웅크리고 자리를 잡았다. 몇 몇 사람들이 동전이나 지폐를 내려놓고 갔다. 동 틀 무렵 나는 돈을 세어 보았다. 이대로 내일도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개와 함께 수퍼마켓에 가 먹을 것과 마실 것을 조금 샀다. 그러고 그것을 나눠 먹었다. 아침이 되자 분주한 사람들이 돈을 두고 갔다. 돈을 주는 사람보다 주지 않는 사람이 더 많았다. 개와 나는 서로의 목덜미를 베고 잠이 들었다. 삶은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다. 삶이 죽음 말고 어디로 데려갈지 모르는 것처럼. 나는 뒤척이는 개에게 사람의 말로 속삭이고서 다시 잠이 들었다.
- 관리자
- 2025-08-01
폴라로이드 유진목 나는 달린다. 천천히 달려간다. 바라보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골목은 못생겼다. 아무렇게나 생긴 곳에서 살아왔다. 거기에는 우산을 쓴 남자가 있었다. 비는 오지 않았다. 아이스크림을 파는 행상이 구름 모양의 콘을 내밀고 있다. 나는 달려간다. 죽지 않고 살아왔다. 영원히 사랑할 것이다. 사랑만 남고 다른 것들은 천천히 말라 죽을 것이다. 아이스크림은 손에서 녹고 있다. 아이가 운다. 여자는 아이스크림을 빼앗는다. 거리에는 안내 방송이 흘러나온다. 출발하실 분들은 지금 바로 게이트로 모여 주십시오. 담배 한 보루를 사러 갔던 그가 오고 있다. 어제도 그랬다. 그는 담배를 사서 기분이 좋아 보인다. 그는 다른 곳으로 갔다가 나에게로 돌아오는 것을 좋아한다. 나는 그것을 사진으로 남긴다. 나는 달려간다. 도시는 못생겼다. 죽지 않고 살아왔다. 영원히 사랑할 것이다. 나는 사진을 열어 본다. 그가 웃고 없다.
- 관리자
- 2025-08-01
불면증 장혜령 사우디아라비아의 모하메드 빈 살만 왕자는 거울 도시 프로젝트1)를 발표했다. 홍해를 떠다니는 친환경 산업단지, 인공 호수와 스키장과 골프장이 있는 친환경 관광단지와 친환경 리조트, 그리고 이 모든 꿈을 낱낱이 비춰줄, 총길이 170km 높이 500m의 저탄소 친환경 거울 도시! 당신은 최근, 한국 대통령2)이 사우디 왕자를 찾아가 친환경 꿈 산업 계약에 사인한 일을 알고 있는가3)? 이것은 그저 사우디 왕자 혼자 외롭게 꾸는 꿈이 아니다. 우리는 매일 자신도 모르게 꿈의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거울 도시를 밝힐 100% 저탄소 친환경 재생 에너지 생산에 일조하고 있다. 어디에도 발표되지 않은 진실을 하나 더 말해 볼까? 이 저탄소 친환경 거울 도시를 위해서는 매일 거울에 부딪혀 살해될 빛과 모래와 바람과 새들과, 그들의 핏방울을 걸레로 닦아 줄 저탄소 친환경 걸레 여자들이 필요하며, 그들의 그림자들이 항의 집회를 하기 위해 지금 우리의 꿈속으로 날아오고 있는 중이다. 이것이 바로, 한국인 20%가 만성불면증에 시달린다고 보고하는 대한수면연구학회 통계 지표의 진짜 원인이다. 1) ㅇㄱㄹㅇ☞ www.neom.com 2) 구) 대통령. 3) 「韓-사우디 21조 투자 협약‧‧‧ “대규모 방산 협력 논의”」, TV조선, 2023.10.23.
- 관리자
- 2025-08-01
저번까지 읽은 이후로 이어보시겠어요?
선택하신 댓글을 신고하시겠습니까?
댓글0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