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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생활탐구] 1-2화 : 작가가 되고 싶어 하는 친구들!(2)

  • 작성일 2022-01-01

[문학생활탐구]

문학생활탐구

설하한, 최아현

 

-1화-
작가가 되고 싶어 하는 친구들!(2)

 


Q. 지금 꽂혀 있거나 자주 반복하여 사용하는 단어가 있어?

리치
스스로에게 금지한 분위기가 있어. ‘축축하다’라든지 물 냄새 나는 분위기를 쓰지 말자고 말이야. 그런 단어나 분위기는 최대한 배제하려고 해. 꼭 시에 동물 하나가 등장하기도 해. 그런 부분을 덜어내고 무던한 시를 쓰려고 노력하고 있어.


글쎄. 나는 잘 모르겠어. 요즘 꽂힌 단어는 ‘바람’ 정도? 참 ‘별’에 비유한 표현도 많이 쓰는 것 같기는 해.

리수
나는 최근에 ‘당신 얼굴 앞에서’라는 영화를 봤어. 그 영화를 본 뒤로 ‘얼굴’이랑 ‘거울’을 많이 사용하고 있는 것 같아.


Q. 그럼 쓴 글을 어딘가에 공개하거나 발표한 적이 있어? 아니면 다른 사람 글을 읽는 곳을 이야기해 줘도 좋아.

리수
친구들하고 500자 글쓰기를 했다고 했잖아? 그건 〈포스타입〉이라는 플랫폼에서 했지. 100일 동안 한 적도 있고 50일 동안 한 적도 있어. 장편이나 소설을 쓰는 건 아니고 매일 매일 다른 주제로 글을 썼지.보통은 블로그에 글을 올리고 다른 사람의 글도 블로그에서 접하는 편이야. 블로그에 올리는 글은 누군가에게 보여주려는 게 아니고 기록하듯이 올리고 있어. 찍은 사진을 올리듯이.


블로그 친구는 많은 편이야?

리수
이전에 예를 들었던 『사랑의 단상』의 글귀처럼 나를 관통하는 느낌이 들 때 블로그 친구를 맺는 편이라서 친구는 적은 편이야. 글을 올리는 친구들보단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나 예술비평 하는 사람들 위주로 블로그 친구를 맺고 있어.


나는 글을 개인적으로만 쓰는 것 같아서 플랫폼에 올려 보진 않았어. 나는 글쓰기 반에서 글을 보여주고 거기서 친구들의 글을 읽어. 내가 다니는 학교는 동아리가 많이 활성화되어 있거든. 나는 문학 동아리에 욕심을 많이 냈지. 1학년 때 열심히 활동해서 2학년인 지금은 부장을 맡았어. 1학년 때 문학 동아리는 언어 관련 활동을 많이 했는데, 내가 부장이 된 이후에는 문학 관련 활동을 많이 했어. 시를 산문으로 바꿔서 쓰기, 영어로 릴레이 소설 쓰기, 이런 것들을 했지. 덕분에 다른 동아리 친구들하고 많이 교류할 수 있었던 것 같아.

리치
나는 예술학교에 다니니까 글 쓰는 친구들을 만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어. 우리 반 40명 모두 글을 쓰고 학교 선생님들 대부분이 시인이나 소설가분들이고 학교로 강연 오시는 작가님들이 많아서 작가를 접할 기회가 많아.
요즘은 백일장 제출 작품에 급급하다 보니 공개하면 안 되는 작품도 있어서……. 그래도 〈문학광장 글틴〉에 조금씩 올리고 있고, 학교에서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전시회나 1년에 한 번씩 발간하는 교내 문집에 글을 발표하고 있어. 전시회나 문집에서 글을 보고 친구들이 이야기해 주기도 해. 지금은 독립서점 이런 곳에 문집을 배포하려는 계획도 하고 있지.


Q. 다양한 방식으로 주변과 글을 나누고 있다고 했잖아. 그렇게 글을 나눠 읽는 경험이 너희들에게 어떤 영향을 줬어?

리치
나는 사실 학교에 가면 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친구가 40명 정도 있는 셈이야. 보통 수업을 10명씩 나눠서 단체 합평도 많이 하고 교류도 하다 보니 다 함께 실력이 늘어 가는 게 눈에 보여서 좋아. 한편 서로 경쟁하고 있는 거잖아. 아무래도 미묘한 감정적인 기류가 있어. 그래도 이런 부분까지도 함께 이야기할 친구가 있어서 참 좋아.


나도 학교 동아리 친구들과 글을 나누며 영향받고 있어. 다들 아는 사람들이잖아. 직접 대면하고 있고. 친구들이 쓰는 글을 보면 즐거운 부분이 있어. 그 사람이 평소에 어떤 생각으로 살고 있는지,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삶을 대하는지 글에서 도드라지잖아. 그래서 친구들의 글을 보면 나도 즐겁고, 친구들도 즐거워하는 것 같아.한편으로는 용기를 얻기도 해. 예전에는 창피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절대 내 글을 보여주지 않았지만, 친구들과 함께 글도 읽고 서로 칭찬하거나 피드백을 나누면서 용기가 생기더라고.

리수
나는 학교에 다니지 않으니까 제도 밖에 있는 거잖아? 그래서 적극적인 피드백이나 선생님들의 지도를 통한 성장이 눈에 띄게 보이는 편은 아니야. 블로그를 쓰기는 하지만, 피드백이 오간다기보다는 가끔씩 감상이 오가는 정도지. 그래서 글에 관한 이야기가 그렇게 많이 이루어지지는 않아. 블로그 이웃이랑 다른 이야기를 하다가 흘러가는 말로 글 이야기가 나오는 정도지. 하지만 이런 교류 자체가 약간의 원동력은 되는 거 같아. 내 글을 봐주는 사람이 있기도 하고, ‘내가 어느 정도 말이 되는 글을 쓰고 있구나’라는 자신감이 붙기도 하거든.


Q. 다들 주변과 글을 나누고 있구나! 그럼 요즘 너와 주변 사람들 사이에 유행은 뭐야? 최신 유행!

리수
가장 최근에 다른 사람들이랑 말했던 책은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였어. 주변 사람들이 한강 작가를 무척 좋아하거든. 환경문제나 지속 가능성에 관한 이야기도 많이 나누는 것 같아. 그래서 『트러블과 함께 하기』라는 책도 읽었어. ‘함께 살아가는 것을 중시하려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기도 했어.아, 시를 읽다 문득 생각난 게 있어. 수능 공부를 하다 보면 다양한 시대의 시를 배우잖아. 확실히 당시의 시대정신이 담긴 시와 요즘 시가 상당히 다르다고 생각해. 일제강점기처럼 탄압이나 검열이 있던 시기의 시에서는 뼈대 같은 게 느껴지기도 했거든. 요즘은 조금 더 유연하기도 하잖아. 뭔가 찌르면 신음이 나듯 그것 자체를 시로 녹여낸 듯한 글들도 많고. 그런 다양한 변화를 즐겁게 느끼면서 읽고 있어.

리치
자주 말하는 작품은 아무래도 실기고사에 나오는 문학들이야. 최근에 고전문학이라는 과목에서 「거대한 날개가 달린 상늙은이」(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라는 작품의 의견이 무척 많이 갈렸어. 아무래도 시험 관련한 작품이다 보니까 ‘이렇게 써야 정답이다’ 하는 논쟁들이 오가기도 했지. 시험에 관한 것이 아니라면 문학상 작품집 이야기를 나누기도 해.
유행은 글쎄. 굳이 하나 뽑자면 웹소설이 유행하는 것 같아. 나도 웹소설을 무척 좋아하거든. 카카오페이지나 리디북스, 조아라에서 보고 있어. 결제도 하고. 사실 웹소설도 논쟁이 많잖아. ‘이것을 순수문학으로 봐야 하는가?’ 이런 것들 말이야. 교실에서 친구들하고 웹소설과 순문학의 경계에 관한 대화를 나눈 적도 있지. 그런데 나는 웹소설을 읽는 게 무척 재미있거든. 친구들이 웹소설을 쓰기도 하고. 그냥 즐기면 되는 거 아닌가? 왜 싸우지? 이런 생각이 들어.


주변을 돌아보면 아이돌을 좋아하는 또래 친구들이 많아. 그래서 〈포스타입〉 같은 플랫폼을 통해서 2차 창작된 창작물을 보는 것 같아.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을 주인공으로 글을 쓰는 사람도 많고.다른 경우는 누군가 공유해서 유행하는 거야. 예를 들어 시험에 나온 시 중에 좋은 구절을 보면 사진을 찍어서 인스타에 올리기도 해. 그러면 친구들과 그 책을 도서관에서 찾아서 나눠 읽어 보기도 하지. 참, 이런 예도 있어. 학교에 작가님들이 초청 강연을 자주 오시거든. 동화를 쓰는 분, 환경문제를 다룬 책을 쓰는 분 등 다양해. 그럼 친구들끼리 그분들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서 돌려 읽으면서 유행이 생기는 것 같아.


Q. 입시가 문학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점이 있어?

리치
나는 문학에 대한 영역이 입시에 꽉 막혀 있는 기분이야. 백일장이 입시랑 직결되거든. 읽고 싶은 책보다는 백일장 때문에 읽는 책들이 많고 내가 쓰고 싶은 것도 못 쓰고 있어.
그리고 입시 때문에 읽는 방식에 차이가 생기는 것 같아. 글을 분석하듯이, 공부하듯이 읽고 있어. 친구 한 명이 울면서 글 쓰고, 울면서 책을 읽는 것도 봤고……. 예술학교 영향이 큰 것 같아. 원하는 학교의 문예창작과를 못 가면 많이 힘들어하는 것 같아서……. 입시 공부를 하는 친구들이 많잖아. 나만 안 되면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도 들고…….


난 공부를 열심히 하는 편은 아니어서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아. 혼자서 조용한 환경에서 책을 읽는 걸 좋아하는데,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어서 하루 종일 친구들이랑 같이 있거든. 그런데 어떻게 보면 입시 때문에 기숙사에 들어와 있는 거니까. 학교에 있는 5일 동안은 책을 못 읽어. 그래서 집에 와서 읽고 쓰는 것 같아.

리수
학교를 안 다녀서 새로운 사람을 만날 기회가 굉장히 적어. 그래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거나 정신적으로 환기하고 싶을 때는 영화를 보러 갔어. 그런데 입시 준비를 하니까 시간이 너무 없었어. 그래서 대안으로 찾은 게 문학이야. 시는 영화만큼 시간이 많이 안 드니까. 상당히 짧고 빠른 시간 안에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느낌이 들어. 입시 생활을 하는 데 문학이 정신적으로 해소가 되어 주고 있지.


Q. 입시 말고 문학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게 또 있어?

리치
뮤지컬을 좋아해서 뮤지컬을 보기 전에 원작을 먼저 읽는 편이야. 〈웃는 남자〉 뮤지컬을 정말 좋아해서 꽤 긴 작품인데도 원작을 다섯 번이나 읽었어. 〈프랑켄슈타인〉도 찾아 읽었지. 문학 작품이 영상화되는 것에 많은 영향을 받기도 해.그리고 집에서 학교까지 이동 거리가 정말 길어. 왕복 4시간 정도. 그동안 이북으로 세계문학을 읽기도 해.

리수
나는 ‘손애플(Thornapple)’이라는 밴드를 좋아해. 그 밴드를 더 깊게 이해하고 싶어서 밴드의 작사가인 보컬이 언급했던 책들을 찾아 읽은 경우가 많아. 또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말했던 책을 그 사람을 이해하고 싶어서 읽기도 했어,


노래 듣는 걸 되게 좋아해서 유튜브 플레이리스트를 많이 찾아봐. 게시물이나 댓글에 문학 작품 한 단락이 쓰여 있는 때도 있는데, 이런 걸 찾아 읽기도 해. 그리고 학교에서는 책을 못 읽으니까 인터넷에서 찾은 시나 소설의 부분이 적힌 카드 이미지를 핸드폰 앨범에 저장해서 가끔 읽어. 그런 이미지 파일만 500개가 넘어.


Q. 너희는 정말 다양한 책을 읽고, 또 글을 쓰는구나! 그렇다면 읽고 쓰는 것이 일상생활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 것 같아?

리치
아무래도 문학을 계속 접하니까 책만 있으면 관심이 가. 일단 책과 관련된 것이라면 나도 말할거리가 있으니까 자신감도 생기고. 문학에는 정말 다양한 배경지식이 함께 들어 있잖아. 그러다 보니 알게 되는 것도 많고. 뭐랄까…… 그냥 조금 더 잡다하게 많이 아는 사람이 된 것 같아.


어릴 때부터 문학을 많이 읽었다고 했잖아? 그래서 생활의 일부가 된 것 같은 느낌이 있어. 나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 같기도 해.

리수
읽는 것은 문제 상황을 꺼내 놓고 밖에서 본다는 느낌이 들어. 감정적인 것들을 배제하고 조금 더 이성적으로, 차분하게 읽게 되는 것 같아. 실제 삶에서도 이런 감각이 도움이 되지.
쓰는 것은 나 자신에 대한 의심을 덜어 주기도 하는 것 같아. 실감이 나지 않는 어떤 일들이 실제로 있었다는 걸 입증하는 자료로, 기록물로, 시로 남아서 입증해 주는 기분이 든달까? 그러면 아무래도 의심을 덜 하게 되잖아.


Q.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 조금 더 직접적으로 너희를 변화시킨 경험이 있어? 사소한 것도 좋아.

리수
아까 말했던 밴드 있잖아. 그 밴드의 보컬이 예전에 SNS에 올린 글이 있어. ‘냉소는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다. 나는 차라리 평생 뜨겁고 촌스러울란다.’ 이전의 나는 염세적이고 냉소주의적이었거든? 그런데 이 글을 보고 나니까 촌스럽더라도 열정적으로 살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
또 한강의 시 중에 「휠체어 댄스」가 있어. 첫 구절은 이래.눈물은
이제 습관이 되었어요
하지만 그게
나를 다 삼키진 않았죠
어떤 감정이나 일시적인 태도가 나를 순간에만 지배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영구적일 거라고 믿곤 했거든. 거기에 푹 빠져 있기도 했고. 그런데 이 구절을 보면서 이제는 감정이나 상황에서 나를 조금 분리하는 연습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덕분에 어떤 순간들의 태도가 바뀐 것 같아.

리치
나는 김애란 작가에게 한참 빠진 적이 있어. 산문집이나 소설에서 국수가 참 많이 나왔던 것 같아. 어머니가 국숫집을 하셔서 자주 언급되곤 했거든. 그래서 한동안 국수가 정말 먹고 싶었지.
또 노량진이 자주 나오잖아. 그래서 컵밥이 무척 먹고 싶었던 적도 있어. 아직도 못 먹어 봤는데 꼭 한 번은 먹어 보고 싶어.


나는 사과를 많이 하는 습관이 있어. 사과할 필요가 없는데도 습관적으로 미안하다고 말할 때가 있었지. 그즈음에 황경신의 「사과하지 않겠어요」라는 시를 읽었어. 그때 그 습관을 고쳐야겠다고 마음먹었어. ‘왜 그런 습관이 생긴 거지?’ 고민했던 것 같아. 애초에 쓸데없이 사과하는 게 좋은 습관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잘 고친 것 같아.


Q. 앞으로의 문학생활이 너희에게 어떻게 남아 있을 것 같아?

리치
기회가 된다면 직업으로 삼고 싶어. 만약에 대학을 문예창작과로 간다면 또 당분간 문학이 일상에 스며있는 채로 지낼 것 같아. 매일 책도 읽고 문학 이야기도 하고. 그리고 쓰고 싶은 글을 쓸 수도 있을 거야.

리수
나는 문학을 좋아하지만 삶을 온전히 문학에 투자하진 않을 것 같아. 그냥 문어발 펼치듯 발을 담그는 하나의 웅덩이로 자리하지 않을까?
지금도 그래. 그림 그리다가 질리면 시를 쓰고 시 쓰다가 질리면 사진을 찍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지만 그래도 중단되진 않을 것 같아.
온전히 전념하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그런지 더 꾸준하게 이어 나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그리고 의미적인 측면에서 생각해 보면 내가 있었다는 걸 증명해 주는 그런 ‘수단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


나는 읽는 행위는 평생 할 것 같아. 지금까지 계속 좋아해 왔으니까. 고등학교 와서 진로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어. 내가 쓰는 걸 좋아하긴 하지만 이걸로 돈을 벌어야 한다면 내가 계속 좋아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도 들고, 문학 말고도 나는 좋아하는 게 많거든, 사회 쪽에도 관심이 많고 스페인에도 관심이 많으니까. 그런 고민을 하다가 지금은 내가 좋아하는 걸 하기로 했어. 왜냐하면 나는 100살까지 살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문학만 계속하진 않을 거야. 내 직업은 계속 바뀔 테니까.
그럴 거라면 좋아하는 것을 해서 나중에 후회하는 일이 없게만 하자고 생각하고 있어.


Q. 정반대의 질문이 될 것 같은데, 문학이 없는 자신의 생활은 어떨 것 같아?

리치
리수나 진처럼 나도 취미가 정말 많은데, 문학의 영향을 조금씩 받는 것들이야. 뮤지컬도 문학 작품을 기본으로 한 게 많고……. 나는 문학이 없는 삶을 상상할 수 없을 것 같아.


그렇게 되면 나는 내가 아닐 것 같아.

리수
엄청 피폐할 것 같아. 그런데 한편으로는 좋을 것 같아. 그만큼 다른 분야에 신경을 쓸 수 있으니까. 또 그럴만한 분야가 생겼다는 거니까. 아쉬우면서도 열심히 살 것 같아.


너희가 아는 가장 예쁜 책을 말해 줘. 나는 예쁜 책들을 찾고 있거든!

리수
현대문학에서 출간한 스트루가츠키 형제의 『노변의 피크닉』의 표지를 좋아해. 독자가 책 내용을 이해하는 데 큰 간섭을 하지 않을 정도로 기이한 환경을 그려낸 점이 훌륭하거든! 단색으로 간결하게 표현했다는 점 또한 무척 매력적이지.

리치
우다영의 『앨리스 앨리스하고 부르면』, 성동혁 시인의 『6』이 예쁘다고 생각해.


나는 리커버 표지들이 눈에 띄더라고. 민음사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양장 리뉴얼판이 간결하고 심플해서 나의 소유 욕구를 자극했지! 또 샤를 피에르 보들레르의 시집 『악의 꽃』 표지도 1800년대 당시 초판본 표지로 리뉴얼 됐어. 안 그래도 살 생각이었는데 표지가 정말 예뻐서 당장 살 수밖에 없었지.


예쁜 책을 알려줘서 고마워 리치, 리수, 진. 언젠가는 꼭 그 책들을 찾아서 내 엉덩이를 장식하는 데 쓰고 말겠어!

 

삑은 의기양양하게 말했어요.

 

부추
우리와 이야기 나눠 줘서 고마워. 너희들이 들려준 책 이야기 덕분에 읽고 싶은 책들이 무척 많아졌어. 우리는 계속해서 동쪽으로 가볼게. 예쁘고 좋은 책을 찾아 무지개 동산에 닿을 때까지!

 

부추는 자연스레 삑의 등에 올라탔어요.

 


헉…… 또 타는 거야?

부추
왜 아까 힘들었니?


아…… 아니야 전혀 힘들지 않았어. 등에 탄 줄도 몰랐어.

 

삑은 날개를 파닥거리며 날아올랐습니다. 그러곤 동쪽을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어요. 날아가는 삑과 부추에게 진과 리수 그리고 리치가 손을 흔들어 주었어요.
부추도 친구들에게 손을 흔들어 주었답니다. 날갯짓을 하느라 인사를 못 하는 삑의 몫까지요.

 

 

계속....

 

 

 

 

 

'그림 효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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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기획

미완의 봄, Primave

[편집위원 기획 – 작가들의 필명] 미완의 봄, Primave 김봄 이십 대 중반, 나는 강남구 신사동에 작은 테이크아웃 커피 전문점을 열 준비를 하고 있었다. 회사에 사표를 던지고 나온 지 6개월도 안 된 시점이었다. 다년간의 아르바이트 경험으로 커피와 샌드위치를 만드는 것은 자신 있었다. 회사만 아니면 된다, 뭔가 작게라도 만들어 팔 수 있는 가게를 해 보자, 그런 마음으로 사방을 떠돌던 시절이었다. 그러다 강남시장 인근을 걷다 가게 자리를 발견했고 나는 몇 주 동안 매일같이 가게 앞으로 출근해 시간대별·연령별 유동 인구를 조사했다. 신사대로와 압구정대로 사이를 가로지르는 꽤 널찍한 골목길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유동 인구가 많았다. 커피 선호도가 높은 소호 사무실이 많은 동네였고, 연령대도 청장년층이 많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권리금도 없이 월세 30만 원만 내면 되는 자리였다.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나는 굳은 의지만 가지고 결심한 바를 밀어붙였다. 그런데 정작 가게를 계약한 다음부터는 모든 게 물음표로 남았다. 내 머릿속에는 테이크아웃 커피 전문점이라는 막연한 테마만 존재했을 뿐 어떤 콘셉트로 가게 이미지를 만들 것인지도 정리되어 있지 않았다. 가게 이름도 정하지 않은 상태였다. “그런데, 그런데, 무어라 부르지?” 나는 난데없는 이름을 붙일 정도로 그렇게 쿨하고 힙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이미 그 골목 곳곳에 즐비한 테이크아웃 커피 전문점들처럼 프랜차이즈 커피숍을 만들 생각도 없었다. 수중에 가진 돈으로 어림없는 일이기도 했다. 커피 가게의 정체성은 커피 원두가 좌우하는 법이니 나는 이태리 원두 ‘라바짜’를 사용하기로 한 것에서부터 가게 콘셉트를 잡아가기로 했다. 당시 주변 가게에서는 9,800원짜리 코스트코 스타벅스 원두를 사서 쓰거나, 그와 비슷하거나 더 낮은 가격으로 유통되는 영세업자들의 원두를 사다 썼다. 대상에서 만든 ‘로즈버드’라는 전문 브랜드는 가격도 품질도 괜찮은 편이었지만 내 입에는 좀 가볍게 느껴졌다. 진하면서 크레마가 풍부한 커피를 만들어 승부하고 싶었기에 나는 대담하게도 44,000원짜리 라바짜 원두를 선택했다. 1킬로그램 원두 한 봉지에 100잔 정도 커피를 만들 수 있는데, 컵과 뚜껑, 컵 홀더, 빨대와 같은 부자재와 우유 등의 식재료 가격을 따져 보면 다른 가게에 비해 마진율이 크게 떨어졌다. 이문이 좀 적게 남더라도 하고 싶은 걸 하려고 도전하는 것이니만큼 나는 공들여 인테리어를 시작했다. 가게는 작아도 이탈리아 원두를 쓰느니만큼 정통 이미지를 만들고 싶었고 가게 이름을 이탈리아어에서 찾아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에 이르렀다. 여러 단어들을 후보군에 올려놓고 고민하다가 ‘봄’을 뜻하는 ‘프리마베라(Primavera)’로 결정했다. 겨우내 얼어붙었던 실개천이 녹아 흘러가듯, 자연스럽게 흐르는 발음이 마음에 들었다. 오페라 주역 여성 가

  • 김봄
  • 2026-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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