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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재즈카페

  • 작성일 2013-09-25
  • 조회수 440

신해철의 대표곡 ‘재즈카페’의 가사를 토대로 쓴 단편입니다.

제 인생 처음으로 노래가사를 가지고 소설을 써보네요.

부족할지 모르겠지만 잘 부탁드립니다.

사진 출처 : http://jeyong.com/MoinMoin/ns/moin.cgi/_bb_f3_c7_cf_c0_cc (구글링을 통해 얻음)

 

 

위스키 브렌디 블루진 하이힐

콜라 피자 발렌타인데이

까만머리 까만눈의

사람들의 목마다 걸려있는 넥타이

어느 틈에 우리를 둘러싼

우리에게서 오지 않은 것들

우리는 어떤 의미를 입고먹고 마시는가

빨간 립스틱 하얀 담배연기

테이블 위엔 보석빛깔 칵테일

촛불사이로 울리는 내 피아노

밤이 깊어도 많은 사람들

토론하는 남자 술에 취한 여자

모두가 깊이 숨겨둔 마음을 못본 척 하며

목소리만 높여서 얘기하네

 

흔들리는 사람들 한밤의 재즈카페

하지만 내 노래는 누굴 위한 걸까

신해철 - ‘재즈카페’ 가사에서

 

바깥 풍경이 창 너머로 보이는 번화가의 재즈카페, 그곳엔 사람들과 오래 전 우리에게서 오지 않은 것들이 보였다. 브랜드명도 다 외우지 못할 위스키와 브렌디, 사람들이 입고 신고 있는 블루진과 하이힐, 테이블에 보이는 콜라와 피자, 이 날 발렌타인데이. 사람들은 여기서 어디서 왔는지 의미를 모른 채 먹고 마시며 떠들기만 할 뿐이다.

VJ는 이 재즈카페의 일상을 카메라에 담고 있다. 아늑한 디자인과 조명, 창 너머를 보며 즐기는 운치, 바텐더의 현란한 몸짓과 구석진 무대에서 라이브로 연주하는 사람들, 재즈카페에 사람들이 많이 오기 충분한 곳이었다.

 

“잘 찍어야겠군. 그래야 보는 사람이 많아지고 오는 사람도 늘 테니까 말이지.”

 

VJ는 멀리서 사람들의 모습을 카메라 줌으로 담았다. 여자 손님의 빨간 립스틱, 베란다 쪽 담배 연기가 눈에 띄였다. 그날따라 사람들의 모습과 색깔이 선명하게 담겼다.

유리잔은 얼음같이 빛났다. 바텐더가 라이브 음악에 맞춰 각가지 묘기를 보여준 뒤 나온 칵테일이 유리잔에 담기자 보석 빛깔을 내기 시작했다. 금상첨화라 해야 할까? 사람들은 연신 박수를 쳤다.

촛불 너머로 피아니스트가 보였다. 재즈카페의 주인이기도 한 신청곡을 받아 피아노 연주를 하는 데 피아노 소리가 감미로워 대부분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아름다운 소리가 울리는 동안 재즈카페는 찾아오는 손님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카운터는 손님을 맞고 나가는 손님들에게 받는 돈 소리로 연신 시끄러웠다. 밤마다 문전성시였다.

VJ는 사람들에게 이 재즈카페를 찾아오는 이유를 물어보았다.

 

“전망이 좋고 운치가 있어서 찾아왔어요.”

“여기 피아노 치는 주인의 피아노 소리가 어쩜 아름답던지 일부러 찾아왔어요.”

“여기 칵테일 끝내준다니까요. 아참, 재즈 라이브가 죽이는 데요.”

 

갑자기 큰 소리가 들리자 사람들이 돌아보기 시작했다.

“어떻게 날 버리고 딴 사람이랑 눈이 맞을 수 있어?”

“아니야, 그거 오해라고. 내 말 좀 들어봐!”

테이블에서 커플로 보이는 두 사람이 입으로 서로를 향한 열띈 토론을 하고 있었다. 왜 싸우는 걸까? VJ는 조용히, 멀리서 남녀의 입싸움을 지켜보았다.

“내가 봤는데 어떤 여자랑 팔짱끼고 희희덕거리더라. 그 여자가 나보다 예쁜가보지?”

“무슨 소리야? 내 사촌동생이야! 몸이 안 좋다길래 부축해주고 간 길이었다고. 세상에 아프다는 사람 버리고 가는 사람 봤냐?”

“얼씨구, 사촌동생 좋아하네. 아프다는 사람이 새벽부터 불러내는 거 봤냐? 처음에 니 말대로 생각했는 데 니 몸을 잡고 ‘현수씨, 현수씨’ 그러는데 속이 안타겠냐?

“야, 생사람잡지마! 그 애는 나랑 이름만 같은 남친이 있다고.”

“어이구.. 꽃뱀아냐? 사촌인 척 접근하고.”

“아니라니까!”

두 사람의 열띈 토론은 사람들의 관심을 유도하기 충분했고 어느 새 피아노 소리보다 그 들의 말소리, 주변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강도가 세져갔다. 뒤에서 카메라를 들고 넋이 나간 채 지켜보던 VJ는 가만히 있을 수 없었는지 둘에게 접근하였다. 싸우고 있던 두 사람은 이를 눈치채고 한마음으로 소리쳤다.

“아니, 구경났어요? 왜 우리만 쳐다봐요? 지네는 안 싸워봤나?”

민망했는지 여자는 가방을 들고 카페 밖으로 나갔다. 남자는 고개를 푹 숙이더니 신경질적으로 나가달라고 소리치며 나갔다. VJ와 사람들은 자연스레 깨갱하며 제자리로 물러나야 했다.

다시 재즈카페의 분위기가 평온을 되찾을 때쯤 왼쪽 구석 자리에서 여자의 울부짖음이 들려왔다. VJ는 전과 마찬가지로 카메라를 뒤로 한 채 조심스레 지켜만 보고 있었다.

여자의 테이블에 여러개의 술병이 나뒹굴고 있었다. 여자는 테이블에서 울부짖으며 헤어진 애인의 이름을 외치고 있었다. 헝클어진 머리에 술에 취한 채로 슬픈 외침을 내뱉었다.

곧바로 재즈카페에 적막이 흐르기 시작했고 직원들은 바로 달려나가 여자를 끌어내기 바빴다. 여자는 쫒겨나면서도 이렇게 소리쳤다.

“어딜 만져? 어딜 만지냐고!”

“뭘 만져요! 빨리 나가세요!”

한참을 실랑이하다 여자가 잠시 정신이 들었는지 카드를 긁고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재즈카페를 나오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어이벙벙한 분위기 속에 VJ는 병을 치우는 직원과 얘기했다.

 

“어휴~ 술이 왠수지, 왠수... 그나저나 이 많은 병은 어떡하나요?”

“그러게요. 그거 때문에 밑의 애들은 죽어라~ 고생하지요.”

 

그러더니 피아노를 치고 있던 사람이 다가가 말했다.

 

“이런 일은 우리 재즈카페에서 흔해요.”

“네?”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는 데라 별별인간들도 보여요. 전에 어떤 사람이 찾아와 시비걸고 싸운 적이 한 둘이 아닙니다. 이거 때문에 치료비랑 수리비가 많이 나왔었죠. 1년동안 여기 운영하고 피아노 연주하면서 그러려니 하며 넘기고 있어요.”

 

피아니스트이자 재즈카페 주인인 그의 말이 들리자 주위를 살펴보았다.

다들 소리만 높이며 떠들기 바빠 보였다. 다만, 교양이 어느 정도 있는 지라 속마음을 숨긴 채 떠들 뿐이었다.

하염없이 VJ와 주인은 술을 마시며 얘기를 나누다 저 많은 사연 속에 흔들리는 사람들을 보며 한숨만 쉬어댔다.

 

“가끔 이런 생각도 해봐요.”

 

주인의 말은 계속 이어갔다.

 

“여기서 손님들의 신청곡을 받아 피아노를 치는 데 잠시 망설여요. 나의 음악, 여기서 울리는 노래... 누구를 위한 걸까? 이렇게..”

 

주인의 넋두리에 VJ는 말을 잃었다.

나는 누구를 위해 일하고 무엇을 위해 움직이는 것일까? 찍어야 할 것도 잊은 채 재즈카페에 눌러앉아 술과 안주로 밤을 보낼 뿐이었다.

 

사람들 돌아가고 문을 닫을 무렵

구석자리의 숙녀는 마지막 메모를 전했네

노래가 흐르면 눈물도 흐르고

타인은 알지 못하는 노래에 담긴 사연이

초록색 구두위로 떨어지네

 

-마지막 가사부분-

 

어느 덧 새벽 1시, 사람들이 돌아가고 문을 닫을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테이블에는 여자 손님 한 분만이 남아있었다. 그녀는 얼굴을 붉힌 채 나지막히 신청곡을 적은 메모를 주인에게 건네주었다.

메모 속 곡명을 보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주인... 기구한 사연이 담긴 것 같았다.

베토벤의 월광소나타, 아름답지만 애절함이 묻어나는 곡.. 왜 이 곡을 택한 걸까?

 

VJ는 여자에게 물어보았다.

 

“제 첫 사랑이 처음 저에게 연주해주던 곡이에요.”

 

그녀는 대답을 이어갔다.

 

“저 주인과 첫사랑이었어요. 하지만 우리는 서로 사정이 있어 헤어졌죠. 저는 이 곡으로 체조선수를 준비했고 다치는 바람에 체조선수가 될 수 없었지만 기억해요. 아직도 이 분과 사랑하는 동안 행복했었다고...”

 

VJ는 조용히 다가가 자세한 사연을 더 묻고 싶었지만 다시 자리에 앉았다. 두 사람의 어두운 안색과 분위기를 보니 참아야 했다. 괜히 물어선 안될 것 같아서다.

VJ는 자세한 사연을 알지 못한 채 주인이 치는 피아노 소리를 들으며 조용히 고개를 숙이기만 했다. 첫사랑인데 무슨 일로 헤어져야 했을까? 피아노를 치는 주인도... 여자 손님도 하염없이 눈물만 흘릴 뿐이었다.

사연이 담긴 연주, 애절한 멜로디... 안타까움 속에서 여자의 눈물은 저절로 초록색 구두 위로 떨어졌다.

 

VJ는 재즈카페를 취재하면서 피아노치는 주인의 심정을 알 것 같았다. 자신이 연주하는, 노래하는 음악은 누구를 위한 것인지 알지 못한 다는 게 얼마나 답답한지...

한밤의 재즈카페에 구슬픈 음악은 한가운데 울려 퍼지고 눈물도 애절하게 흐르고 있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