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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규관, 「패배는 나의 힘」

  • 작성일 2014-01-06
  • 조회수 3,230


황규관, 「패배는 나의 힘」





어제는 내가 졌다
그러나 언제쯤 굴욕을 버릴 것인가
지고 난 다음 허름해진 어깨 위로
바람이 불고, 더 깊은 곳
언어가 닿지 않는 심연을 보았다
오늘도 나는 졌다
패배에 속옷까지 젖었다
적은 내게 모두를 댓가로 요구했지만
나는 아직 그걸 못하고 있다
사실은 이게 더 큰 굴욕이다
이기는 게 희망이나 선(善)이라고
누가 뿌리 깊게 유혹하였나
해야 할 일이 있다면 다시 싸움을 맞는 일
이게 승리나 패배보다 먼저 아닌가
거기서 끝까지 싸워야
눈빛이 텅 빈 침묵이 되어야
어떤 싸움도 치를 수 있는 것
끝내 패배한 자여,
패배가 웃음이다
그치지 않고 부는 바람이다


◆ 시·낭송_ 황규관 - 1968년 전북 전주에서 태어나 1993년 전태일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 시작. 시집 『철산동 우체국』, 『물은 제 길을 간다』, 『패배는 나의 힘』, 『태풍을 기다리는 시간』 등이 있음.

◆ 출전_ 『패배는 나의 힘』(창비)
◆ 음악_ 권재욱
◆ 애니메이션_ 김은미
◆ 프로듀서_ 김태형



배달하며


대개 둘 중의 하나지요. 패배 아니면 승리. 세속은 도박 중독이어서 끝없이 싸움을 강요하지요. 사랑을 가르치지 않고 승리만을 가르치고 위로를 가르치지 않고 승리의 영광을 강조하지요. 패자들은 설자리가 없습니다. 누구나 언젠가 패배하게 되어 있으므로 모두가 패자일 것이면서 패자를 몰아냅니다.

시는 싸움입니다. 그러나 그 싸움은 승패를 가르는 싸움은 아닙니다. 끝끝내 승패가 없으라는 싸움입니다. 꽃 같은 싸움이고 파도 같은 싸움이고 계절 같은 싸움입니다. 이길 수 없고 질 수 없습니다. 미소를 낳는 싸움입니다. 굴욕이 없는 삶을 꿈꾸는 싸움입니다. 욕설이 없고 증오가 없고 폭력이 없는 싸움입니다. 미소를 낳는 싸움입니다. 겨울은 춥지만 겨울을 밀고 오는 것이 있음을 알기에 견딜 수 있지요. 패배가 힘인 것을 지혜를 아는 까닭입니다. 엄혹한 겨울입니다


문학집배원 장석남



장석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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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건

  • 익명

    제게는 별로네요, 글이요. 제가 글을 볼 줄 몰라서 이렇게 말하는건지는 모르겠는데, 전혀 감흥이 안느껴져요. 그냥 멋진 말말 갈긴 것 같아요, 패배가 그렇게.. 그 시 처럼 그럴 듯한 멋짐으로 꾸며진 세계인가....

    • 2014-01-17 23:30:45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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