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
- 작성일 2010-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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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
기준영
연말을 같이 보내려고 친구들 세 명을 집에 불러들였다. 올해가 가면 우린 모두 열아홉이 된다. 아홉은 내가 좋아하는 숫자다. 꽉 차 있다가 비워지는 느낌이다. 끝이었다 시작일 것 같은 기대감이 있다.
친구들
영서가 거실에 미러볼을 달고 있는데, 벨이 울렸다. 주혜와 경란이었다. 남자는 금지. 이건 영서가 내세운 조건이었고, 그게 이 날의 모임에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넌 거짓말 안하지?”
주혜가 영서를 보며 물었다. 경란이 냉큼 거기 덧붙였다.
“내가 여기 선미도 올 거라고 했거든.”
영서는 의자에 올라 미러볼을 마저 달았다. 대답은 의자에서 내려와서야 했다.
“선미도 와. 거짓말은 아니지.”
주혜가 순간 고개를 좀 숙이고 입술을 깨물었다.
“사고치면 난 끝이야.”
주혜가 말했다.
“난 너하곤 틀리니까.”
주혜는 다시 말했다. 영서가 고개를 흔들며 대꾸했다.
“우린 다 달라. 그게 뭐 어때서?”
그러자 주혜가 조용히 주방 쪽으로 걸어갔다. 매사에 신중하고 공손해서 한 번쯤,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주고 싶어지는 타입. 선미가 시비를 걸어 교실에서 둘이 다퉜을 때도 목소리를 높이지 않고서 조곤조곤 질문하듯 말하던 주혜였다. 그 땐 영서가 주혜보다는 선미와 훨씬 가까웠다.
영서가 미러볼에 조명을 비추어 괜찮은 각도를 찾아보는 동안, 주혜는 오븐기를 살펴보는 듯했다. 영서가 음식은 주문해 먹을 거라고 하자 주혜는 다시 거실 쪽으로 와서 소파에 앉더니 할머니에게 전화를 넣었다. 주혜는 속옷가게를 하는 할머니와 대학생 삼촌과 살고 있다. 삼촌은 야간에 물류센터 아르바이트를 뛰기 때문에 집에는 할머니뿐이다. 친구랑 공부해요. 주혜는 평범한 거짓말을 더 평범하게 들리도록 했다. 할머니는 언제나처럼, 그래 장하다, 대꾸했다. 그 말은 보통 두 가지 의미로 쓰였다. 자랑스러움 아니면 반어적인 힐난. 오늘은 왠지 그 둘 중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어감인 듯했다. 주혜는 핸드폰을 가방 속에 넣고 경란을 쳐다봤다.
“왜?”
경란이 주혜에게 짧게 물었고, 주혜는 그냥 고개를 저었다. 경란은 주혜네 속옷가게의 마네킹이 겨우내 새빨간 레이스 팬티를 입고 있던 것을 떠올렸는데, 아마도 그 할머니가 지금 그 앞에서 ‘장하다’는 말을 했을 것 같아 웃음이 났다. 그런데 그 속을 알 수 없는 미소가 주혜 마음에는 좀 불편했다.
영서가 제 엄마 화장대 서랍에서 보라색 담배 케이스를 꺼내왔다. 거기 담긴 게 니코틴일 뿐이라는 걸 잊게 하는 매력적인 케이스였고, 그 때 그들이 느낀 약간의 죄책감도 더불어 매력적이었다. 주혜와 영서는 담배를 한 대씩 꺼내 피웠고, (아니, 피는 흉내를 좀 내봤고) 경란은 피지 않았다. 경란은 얘기를 지어내고 공상을 하는 데 선수여서, 영서의 새아빠가 걸어 놓은 그림 한 장 앞에 멈춰서더니 이런 말을 했다.
“이건 미친 남자가 풀장에 뛰어드는 그림이네.”
그건 사실 그림이라기보다는 얼룩에 가까워 보였지만, 주혜와 영서는 경란의 다음 말이 궁금해서 그 쪽으로 갔다.
“어디가 미친 남자야?”
영서가 웃으며 말했다.
“이 까만 점이, 아님 저 노란 점선이?”
주혜가 끼어들며 딴소리를 했다.
“괜찮지 않을까, 너희 엄마.”
경란은 그 말의 의미를 헷갈려 하는 것 같았지만, 특별히 신경 쓰는 기색은 아니었다. 경란은 곧 그림 속 애매한 허공을 손가락으로 짚으며 짓궂게 웃었다.
“남자는 벌써 여기 빠졌어.”
영서는 믿을 수 없다며 고개를 흔들고 웃었다. 주혜는 천장 쪽으로 담배 연기를 내뿜다 기침을 했다.
그들은 피자와 파스타를 주문한 뒤, 모두 텔레비전으로 란제리 패션쇼를 보기 시작했다. 쇼의 무대가 파리에서 밀라노로 이어지는 동안 주문했던 음식이 배달됐다. 경란은 가끔 생뚱한 질문을 잘 던졌는데, 주로 먹는 걸 앞에 두고 하는 편이었다. 이번에 경란이 마치 귀여운 아이라도 된 것처럼 고개를 갸웃하고 던진 질문은 이랬다.
“대학 가면 젤 먼저 해 보고 싶은 거는?”
주혜가 들고 있던 접시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난 현수 오빠를 쫓아다녀 보고 싶어.”
그러자 경란이 포크를 흔들며 까르르 웃었다.
“네가 늦바람나서 연예인을 쫓아다닌다고?”
주혜가 대답 대신 경란을 따라 조금 웃었다. 그 때 선미가 벨을 울렸고, 영서가 일어나 현관문 쪽으로 걸어갔다. 경란이 먹던 음식을 바닥에 흘리며 웃다가, 집 안으로 들어서는 선미를 쳐다보고는 입을 다물었다.
“더럽게 먹는 게 인사구나.”
선미가 영서 옆에 앉으며 말했다. 콧날이 긴, 이국적인 외모. 날렵한 턱에 허스키한 목소리. 선미는 주혜를 한 번 힐끗 쳐다보더니, 다시 영서 쪽으로 고개를 돌려 말했다.
“재수 없게, 오다가 인정이년하고 딱 부딪쳤다.”
눈이 길게 째진 선미의 여동생 인정은, 이름과는 달리 인정머리가 없었다. 인정이 고자질하는 걸 생활의 낙으로 삼는 바람에 선미의 불량한 사생활이 만방에 수십 가지 버전으로 떠돌고 있다. 다양한 버전 중에는 그들이 확인한 사실도 있었다. 지난 가을, 선미 책가방에서 아는 오빠와의 섹스 체험담이 적힌 일기장이 나왔는데, 그걸 반 애들끼리 돌려 보다 담임에게 압수당했다. 그 이튿날 선미는 애들과 패싸움을 벌이고서 이 주간 정학을 맞았다. 곧장 그 부모가 학교로 달려와 나쁜 일들의 좋은 끝을 만들어 보려 애썼다. 유머감각이 고유의 브랜드처럼 슈트 칼라 위에서 빛나는 사람들이었다. 영서는 그들의 사려 깊은 대응방식에 감탄했는데, 주혜는 근심했다. 자기한테 세상은 얼마간 불공정할 거라는 자기 확신을 과장하면서. 너 꼭 바닥에 오줌을 쌀 것처럼 보여. 영서는 그 때 주혜를 웃기려고 그렇게 말했는데, 주혜는 웃지 않았고 귀가 빨개졌다. 너한테도 괜찮은 장점이 있다고. 영서는 왠지 그렇게 다시 말했고, 그 말은 진심이었지만 변명처럼 들렸다.
선미가 바닥에 있던 담배를 가져갔다. 경란은 그 때도 담배를 피우지 않았는데, 그건 손끝에 남는 담배냄새와 사방에 날리는 담뱃재를 참을 수 없어 해서였다. 결벽증이 있는 건 아니었다. 음식을 잘 흘리는 건 실수가 아니라 경란의 특기였으니까.
“니들 외박 허락은 받았지?”
영서가 묻자, 모두들 영서를 뜨악하게 쳐다봤다.
“내 핑곈 안 댔지?”
영서는 다시 확인했다. 곤란한 일이 생기면 뭐든 새아빠랑 상의하라는 엄마의 태도가 떠올랐고, 저희들끼리 뭔가 말을 맞춰야 한다거나 하는 귀찮은 일들을 만들기 싫어서였다.
“내가 내 집에 허락 맞고 사고치는 줄 아냐?”
선미가 담뱃불을 끄며 한 마디 내뱉었다.
“누가 너랑 사고친대?”
주혜가 몸을 돌려 거기 예민하게 반응했다. 그러자 경란이 중간에서 상황을 일축했다.
“아, 괜히들 그래. 시시해서 잠 오려고 하는데.”
그들은 도로 텔레비전을 봤다. 란제리에 목걸이, 란제리에 부츠, 란제리에 금발, 란제리에 모피. 쇼는 볼 만했지만 모두가 란제리 생각을 하며 봤던 건 아니다. 주혜만 속옷에 대해 생각했다. 주혜의 할머니가 하는 시장 끝자락의 속옷가게에는 간판도, 그럴 듯한 상표가 붙은 속옷들도 없었다. 그러나 쇼를 누빈 옷들이 인기를 끈다면 오래지 않아 그 비슷한 걸 가게에 들여올 수 있을 것이다. 빠르게 도는 유행과 시장의 가능성, 그리고 청바지와 티셔츠 아래 갖춰 입은 자기의 깨끗한 속옷 세트는 이 순간 주혜에게 가벼운 안도감을 주었다.
유의어
패션쇼가 끝나고 재방송 오락 프로그램이 시작되자 영서는 선미와 새아빠의 방문을 따 보기로 했다. 그는 요즘 그림 몇 점 사들이는 일에 신경을 쏟고 있었고, 외출할 때마다 보호받아야만 할 중대한 사생활이 있는 사람처럼 문을 꼭 잠갔다. 선미가 머리핀을 자연스럽게 구부리고 펴 모양을 잡더니 그걸 문구멍에 집어넣었다. 주혜와 경란은 그 때 거실에서 쿠션을 끌어안고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영서의 새아빠는 영서의 엄마보다 여섯 살이 어렸다. 엄마가 신혼살림을 새로 차린 이 집에서 영서는 그간의 습관대로 대체로 잠옷 바람이었고, 그 때문에라도 방에서 잘 나오지 않았다. 한편 새아빠는 영서의 엄마가 집을 비운 어느 휴일 낮에 느닷없이 영서의 방문을 열고 들어와 침대 머리맡에 걸터앉더니, 영서가 입은 잠옷의 질감에 감탄하며 사진을 한 장 찍었다. 잠옷의 질감. 그건 그 사람 표현이었다. 잠옷 속에 아무것도 입고 있지 않던 영서는 썩은 미소를 짓고 그대로 누워 있었는데, 그는 영서가 수줍어하는 줄 알고 뺨을 쓰다듬었다.
“난 좋은 아버지가 되고 싶다.”
그는 그 순간 문어체로 말했다.
“그러게요.”
영서는 콧구멍을 벌름거리며 딴청을 부렸다. 영서가 자기가 맞닥뜨린 변화의 밑바닥에 놓아 봤던 가장 괜찮았던 상상은 엄마가 사랑에 빠졌다는 것이었는데, 그마저도 그 순간은 그다지 유쾌하지 않았다. 하여 그 상상을 접어 놓고 봤을 때는, 이 집을 새아빠가 엄마 돈으로 샀으며, 자기가 거기서 그들과 살고 있다는 팩트가 남았다. 이 엄연한 사실을 놓고 영서는 새아빠에 관한 무엇이든 엄마와 상의하고 싶지가 않았다. 이즈음 영서는 관계에 대한 정의를 다시 내리고 있었다. 그건 담장에 세워 둔 유리 같다. 날이 맑을 땐 빛나지만, 비가 오면 속수무책이다. 바람이 불면 피해 가야 한다. 친아빠가 사업에 실패하고 도망자가 되자 그의 친구와 친척들도 가까운 사람들의 인생에서 홀연히 사라졌다. 영서에게 다행스러웠던 사실은 그가 도망칠 때 함께 짐을 싼 젊은 여자가 있었다는 거였다. 이것이 그의 인생에 부쳐진, 유일하고 아름다운 잠언 같은 걸지 몰랐다. 영서는 그의 미래와 자신의 현재를 축복하고 위로해 보려 했다. 한편으론 엄마의 바람기와 엄마 쪽 식구들의 볼품없는 거만함. 거기에도 연민을 가져 보려 했다.
“야, 땄다.”
선미가 웃었다. 문이 작은 소리를 내며 안쪽으로 움직였다. 깨끗하게 정리된 책상, 책장과 옷걸이. 특이한 건 없어 보였다. 입구에 놓인 슬리퍼를 구석으로 밀어 놓고, 영서와 선미는 안쪽으로 들어섰다.
영서가 새아빠의 책상 서랍을 열었다. 서류 클립들과 그의 옛 전공과 관련 있는 여자들 누드 스케치 몇 장이 드러났는데, 거기 자기 사진도 끼여 있는 게 보였다.
“이건 너, 잠옷 입고 뭐하는 거냐?”
선미가 사진을 보고 참지 못하겠다는 듯 쿡쿡 웃었다. 영서는 그냥 모른 체했다.
책장에는 경제서, 추리소설과 화보집, 남성 패션지가 중구난방으로 꽂혀 있었다. 면도기가 거울 옆에, 그리고 보라색 용기에 담긴 데오드란트, 영서의 엄마와 새아빠, 그리고 그의 어머니가 함께 찍은 사진이 액자에 들어 있다. 그 사진에는 영서가 모르는 감정이 담겨 있는 듯했다. 배경은 봄이다. 영서의 엄마는 하얀 블라우스를 입고서 어깨까지 기른 생머리, 색조 화장을 거의 하지 않은 얼굴로, 화려하지 않은 오팔 목걸이를 목에 걸고서 치아를 드러내며 웃고 있다. 새아빠는 네이비 색상의 폴로 티셔츠를 입고 풍성한 머리칼을 한 손으로 쓸어내리며 눈웃음을 치고 있다. 그의 늙은 엄마는 그를 몇 살에 낳은 것일까. 주름진 거죽을 뒤집어쓴 듯한 그녀의 손이 아들의 한쪽 어깨를 잡고 힘을 꽉 주고 있는 것이 보인다. 사진 속 흩날리는 벚꽃 배경 사이로 누군가가 뭉크의 그림에서처럼 소리 없이 비명을 지르고 있는 것 같은 봄날이다.
“네 새아빠는 정력왕이니?”
선미가 영서의 어깨를 잡아끌었다.
“뭐?”
“여기, 이 하늘색 알약, 비아그라 같은데?”
영서는 선미가 준 약병을 받아들었다. 비아그라가 어떻게 생겼는지 실제로 본 적은 없었지만, 이건 그게 아닐 거라 추측했다. 영양제나 지사제 정도 아닐까.
협탁 위에 카메라가 놓여 있었다. 영서와 선미는 거기서 배터리를 꺼내 충전시키고, 보드에 핀으로 고정된 일정 메모들을 살펴봤다. 타이틀에 ‘클래스’ 자가 붙은 잡지사와의 인터뷰가 하나 있고, 다음 주에는 자동차 딜러와 큐레이터를 만나기로 돼 있다. 선미가 자기가 본 미국 드라마에 사비나라는 여자 마케터가 있었다며 얘기를 꺼냈다. 굉장한 색골인데 신체 부위 중 혀를 가장 잘 쓴다는 거다. 말로 하는 비즈니스와 몸으로 뛰는 비즈니스를 그걸로 다 하는데, 아마 영서의 새아빠도 사비나 같은 마케터를 만나면 필요할지 모를 약을 먹나 보다고 했다.
“근데 그 사비나는 우리 엄마를 좋아하게 되고, 그래서 우리 집에서 칵테일파티가 있을 때 거실에서 한바탕 칼부림이 시작되겠지.”
영서도 지지 않고 드라마틱하게 응수했다.
“이래서 네가 좋다니까.”
선미가 영서를 띄워 주는 말로 그 테마를 간단히 버렸다. 마케터와 큐레이터가 다르다는 것은 그들 대화에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그들은 다시 심심해졌다. 다행히 배터리가 금세 충전되어, 선미와 영서는 카메라를 들고 거실로 나왔다.
주혜와 경란이 미러볼 아래서 음악을 틀어 놓고 춤을 추고 있었다. 바닥에는 CD 케이스들을 늘어놓은 채였다. 영서가 그 모습을 시험 삼아 몇 컷 찍었다. 주혜와 경란이 영서에게 다가와 카메라에 찍힌 모습을 확인하더니 얼른 지워 달라고 했다. 미친년같이 찍혔어. 지워버려. 그러고 나서 얼마 후 그들은 ‘미친 것’의 유의어를 찾는 놀이를 했다. 미친 것으로 분류할 수 있는 자기 경험을 세 문장이 넘지 않는 이야기로 풀어내는 거였다. 이 게임은 이야기를 지어내는 데 소질이 있는 경란에게 아무래도 유리했다. 그래도 경란이 앞니 얘기를 꺼냈을 땐, 모두 그건 말이 안 된다고 야유를 보냈다.
“뻥이 넘 심하잖아.”
그들은 아우성을 쳤다.
“진짜야. 앞니가 벌어진 여자들이 출세 운이 있다니까. 나, 손톱 다듬는 줄로 매일 밤 앞니를 갈고 있어. 마돈나도 앞니가 벌어졌잖아.”
모두가 졌다는 듯이 양손을 하늘로 치켜들면서 뒤로 자빠지는 시늉을 했다. 경란이 냉장고 쪽으로 가서 영서가 한 시간 전에 넣어 둔 와인을 꺼내왔다. 경란이 오프너로 와인을 따려 하다가 손끝만 다치고 제대로 못해냈기 때문에, 결국 선미가 일어나 와인을 땄다. 오프너를 돌릴 때마다 찰랑대는 선미의 머리칼을 쳐다보다가 경란이 뜬금없이 물었다.
“너 정말 에비앙으로 머릴 감니?”
선미가 대답하지 않고 코르크 마개를 뽑은 뒤 글라스에 와인을 따랐다.
“아토피 때문이야.”
영서가 아는 척하며 거들었다.
“너도?”
경란이 물었다.
“내 미친 짓은 별거 없어. 주스에 침 뱉어 줬는데 새아빠가 좋아하더라.”
영서가 어깨를 으쓱하며 원래 화제로 돌아왔다. 경란이 자기 질문을 잊고 낄낄거렸다. 그들은 모두 와인 잔을 들고 부딪쳤다. 주혜가 라이터를 켰다 껐다 하면서 뭔가 생각에 잠긴 듯했다.
“난 첫경험을 싸구려 카시오 시계랑 바꿨어. 우레탄 밴드로 된 거.”
선미가 말했다. 경란이 멈칫하다가 다시 깔깔거렸다.
“기타 치는 오빠였는데, 그게 기타만큼 멋지진 않더라. 웃기는 건.”
“그만 하자.”
주혜가 그 대목에서 자리에서 일어섰다.
“네가 그럴 줄 알았어.”
선미가 코웃음을 쳤다.
“뭘 알았단 거야?”
“네 차례니까 네가 이렇게 나올 줄 알았다고.”
“네가 나에 대해서 뭘 안다고 그래?”
“너 같은 애 심심해서 알고 싶지도 않아.”
그 말을 듣고 주혜는 화장실로 가버렸다. 경란과 선미는 떠들면서 와인을 더 마셨다. 영서는 주혜를 따라 화장실 쪽으로 가 봤으나, 문밖에서 말을 걸지는 못했다. 주혜는 화장실 안쪽에서 뜨거운 물을 틀어 놓고 거울로 자기 얼굴을 보다가, 샤워용품 진열대에 손을 뻗어 비누를 하나 꺼내 들고는 욕조에 걸터앉았다. 비누 향을 들이마시는 동안 수증기가 거울에 서렸다. 바깥쪽에서는 영서가 물소리를 들으며 벽에 기대서서 다음과 같은 것들을 헤아려보고 있었다. 미친 것의 유의어. 두피를 위한 에비앙. 앞니 가는 칼과 특제 주스. 첫경험에 부친 우레탄밴드 손목시계. ‘너 같은 애’의 고요.
거짓말
화장실에서 나온 뒤 주혜는 조금 명랑하게 굴었고, 그걸 와인 때문이라고 생각한 영서가 와인을 한 병 더 내왔다. 그러자 선미가 영서 새아빠의 방에서 위스키를 봤다면서 그걸 집어와 와인과 위스키를 섞어 마시는 경험을 모두에게 선사했다. 시간이 그런 식으로 달콤 씁쓸하게, 그들과 함께 약간씩 기울고 흔들리며 흘러갔다. 전화벨은 울리기로 예정된 그 시각에 정확히 울렸다. 처음엔 영서의 엄마가, 나중엔 새아빠가, 그러다 다시 엄마가 전화를 받았다. 영서는 모든 게 괜찮다고 말했다.
“사랑해, 우리 딸.”
영서의 엄마는 여행지에서의 감흥 때문인지 간드러지는 목소리로 말했다.
“알아요. 나도요.”
영서는 엄마가 기대하는 대답을 들려 줬다. 영서 뒤에는 웃음을 참고 있는 세 명의 여자애들, 행복한 오늘 뒤에 종이로 접어 날릴 만한 하찮은 내일이 온대도 놀라지 않을 것 같은 그 얼굴들이 소리는 내지 않은 채 입모양으로만 ‘알아요, 나도요’를 중얼거리며 고개를 끄덕끄덕해 보이고 있었다. 영서는 자리로 돌아와 앉으려다 위스키를 소매에 좀 쏟았는데, 별로 웃기지도 않은 그 일에 소리내 웃고는 옷을 벗어 던지고 실내 온도를 높였다. 그들은 란제리 쇼의 여자들처럼 속옷 차림으로 서로의 사진을 찍어 줬다. 어디선가 손쉽게 버려질 추억이 되겠지만, 다른 방식으로 뭔가를 기념하는 일에 대해서는 모두가 익숙지 않았다. 그들은 카메라 앞에서 웃었다 찡그렸다 하다가, 다리를 벌렸다 꼬았다 했고, 가슴을 내밀었다 고개를 쳐들었다 했다. 영서가 입술을 내밀고 살짝 주먹을 쥐어 볼 옆에 대자 친구들이 큰 소리로 야유를 보냈다. 그러나 그 야유가 즐거워서 모두들 그 동작을 번갈아가며 카메라 앞에서 했다. 한동안은 그렇게 벌인 란제리 쇼도 텔레비전 쇼만큼 괜찮게 느껴졌는데, 이내 바보 같은 기분이 들었다.
선미가 고개를 숙이고 자기 목을 주물렀다. 주혜는 허리를 꼿꼿이 세우려 했지만, 점점 더 드러누웠다. 경란은 알코올 때문에 빨갛게 반점이 오른 자기 팔뚝을 긁었다.
갑자기 주혜가 모두에게 들릴 만큼 깊은 한숨을 쉬었다. 그건 거의 습관적인 거였는데, 이런 때 어울리는 짓은 아니었기 때문에, 선미는 거기다 또 자기 방식대로 빈정거림을 실어 무게를 보탰다.
“너는 너희 집이 무슨 수도원이고, 넌 유배된 천사인 줄 알지?”
“뭐?”
“그래서 네가 답답해. 보기만 해도 답답해.”
그러자 주혜가 중얼중얼, 꾸역꾸역 대꾸했다.
“네가 답답한 게 왜 나 때문이야, 너 때문이지.”
“내가 왜?”
“넌 네 집의 상품이니까. 전시할 거니까.”
선미가 주혜를 노려봤다. 주혜는 누굴 공격할 의도로 단정 지어 말하는 편이 아니었기 때문에, 영서는 좀 놀란 얼굴로 주혜를 쳐다봤다. 뭔가 잘못했고, 미안하다는 생각이 그 때 들었다. 영서가 주저하고 있는데, 선미가 주혜 뺨을 쳤다. 주혜도 선미 뺨을 쳤다. 경란이 얼른 와인 병을 들어 한쪽으로 치우면서 말했다.
“지나쳐, 너네.”
그러자 선미는 지나치다는 말의 정의를 다르게 내리고 싶었는지, 아님 뺨을 맞고 보니 뭐라도 새로 정의했어야만 했던 건지, 하여간 그 말을 다르게 물고 늘어졌다.
“내가 정말 그냥 지나친 게 있긴 해. 경란이가 나한테 보낸 이메일, 내가 다 포워드 해 줄까?”
영서는 순간 고개를 돌려 자기 집 벽을 일없이 노려봤다. 영서는 자신이 화가 났다는 걸 표시하는 데 그렇게 소극적인 사람인 줄 몰랐고, 그래서 더 당황했다.
“주혜, 너 촌스러워. 이러는 것도 다 좀 구린 거야. 그거 피곤하고 지겨운 거야. 네가 질린대, 경란이도. 너 복주머니에 십장생 수놓아서 네 할머니한테 선물하고 그런다며? 난 무슨 개그 콘서트 얘긴 줄 알았다. 넌 그게 아름답냐?”
선미가 되는 대로 고개를 흔들며 지껄였다. 경란이 “아니야, 오해야. 거짓말이야.” 하고 팔을 크게 내저었다. 그래서 영서는 그게 거짓말이 아니란 걸 눈치챘고, 주혜도 그런 것 같았다. 주혜가 구석으로 가서 벽에 기대앉고는 눈을 감고 다시 한숨을 쉬었다.
“내가 질리는 건 이거야.”
주혜는 그러고 다음 말을 잇지 못했다. 주혜는 선미에게 설명할 수 있는 방식으로 내가 아름다워야 하는가, 생각하다가 어깨가 뻐근해져 몸을 두 번 흔들고는 그 생각을 멈췄다. 그들은 빛바래고 있는 무언가의 아름다움을 그런 식으로 물끄러미 들여다보고 있었다. 선미는 거의 벗은 채로 바닥에 드러누웠고, 주혜는 그대로 웅크려 앉은 채 몸을 다시 흔들었다. 영서와 경란은 바닥에 흩어져 있던 옷들을 주워 입기 시작했다.
아름다움
경란이 케이크를 사오겠다는 핑계로 선미를 끌고 나갔다. 주혜와 영서는 집에 남았다. 그냥 흩어질 수도 있었지만, 영서 마음이 편치 않대서 다들 그렇게 하기로 했다.
“너 그런 줄 알았잖아. 걔가 그런 앤 줄, 너 알잖아.”
영서는 주혜에게 하나마나 한 말을 되풀이했다.
“그래서 내가 경고했잖아.”
주혜가 영서를 돌아보지 않고 말했다. 영서는 그냥 주혜의 등 뒤에 서 있을 뿐이었다.
“넌 내가 지키려는 게 뭔지도 모르면서.”
그 말을 듣고 영서는 막막했다. 사랑하는 소녀를 어느 밀항선에 태워 보내는 소년처럼. 영서는 서툴게 말했다.
“난 그냥 보여주고 싶었어.”
“뭘?”
“넌 선미를 겁내니까. 너한텐 내가 있고, 나한텐 우리가 있고, 새해는 모두에게 새로울 거라고.”
그러자 주혜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넌 그냥 우리한텐 각자의 사정이 있고, 우린 모두 다르다는 걸 알려 주려고 했어. 우린 다 달라. 그건 네 말이 맞아.”
영서는 말문이 막혔지만 그건 할 말이 없어서가 아니라 억울해서였다.
“아까 미친 짓 얘기할 때, 아무 말도 안한 건 너야.”
영서가 소리쳤다. 그러면서 동시에 생각했다. 나는 왜 소리치고 있을까.
“그건 니가 고작 주스에 침 뱉는 얘길 해서야.”
주혜가 그렇게 말하자 영서는 점점 더 갑갑해졌다.
“나한테 누가 있다고 이래. 난 너한테 내 목숨도 줄 수 있어.”
이번에 영서는 억울함보다 두려움 때문에 이렇게 말했다. 이건 지옥에 떨어지는 것 비슷하다.
“나한테 연예인 쫓아다닐 철없는 시절이 뒤늦게라도 생겨나겠니? 난 그냥 세금 고지서를 들고 만원버스에 올라타겠지. 우리 할머니랑 덤핑 속옷 나눠 팔기가 쉽겠지. 내가 은행을 털게 되면, 그게 최고 미친 짓일 거야. 너랑은 암것도 아냐.”
주혜가 그렇게 말하더니 갑자기 눈물을 쏟았다. 영서도 따라 울기 시작했다. 이상한 지옥에서 그녀들이 울고 있다.
영서는 주혜랑 키스를 나눴던 길고 텅 빈 복도를 떠올렸다. 그 날은 하루가 꿈처럼 짧았다. 두 사람 다 외로웠던 여름날이었다. 백만 사람과 섞여 있었더라도 알아볼 수 있었을 것이다. 나만큼 외로운 사람은 그 순간 너밖에 없었다는 걸. 영서는 그 얘기를 언제나 하고 싶었지만, 그 말은 너무 간절해 이상했고, 그래서 말 대신 주혜의 손을 잡았다 놓곤 했다. 그 날 주혜의 숨결에선 바셀린 섞인 체리향이 났다. 복도의 공기는 미지근했고, 그들의 볼은 뜨거웠다. 창밖의 나무들이 바람에 너울거렸다. 나무 그림자는 복도 바닥에 떨어져 그들의 그림자와 뒤섞이며 흔들렸다. 그 모든 건 미친 짓은 아니었지만, 모두가 보는 앞에서 말로 내뱉을 수 있었다면 좋았을 것이다. 그러면 그녀들 모두가 우레탄 밴드를 두른 인생처럼 보이고, 그리하여 미러볼의 불빛 아래 속옷만 걸친 네 사람의 육체는 헐벗고도 아름다워 보였을 텐데. 그런데 지금은 둘이서 짠 눈물만 흘리고 있었다. 언젠가는 그들 모두가 떠나가야 할 이 집의 벽에 기대서서.
“네가 사고치고 싶지 않다고 했고, 난 너를 위해서.”
영서는 떠들어대고 있었지만, 제 얘기가 제 귀에도 들리지 않았다.
“내가 기대한 게 있었나 보지. 난 내 기대가 두려웠나 보지. 이렇게 될 줄 다 알았나 보지. 난 답답한 애니까.”
주혜는 그렇게 말했지만, 곧 뒤돌아서서 영서를 껴안았다. 영서도 차가워진 손으로 주혜를 안았다. 경란이 두 사람 핸드폰으로 번갈아 전화를 돌려 넣었지만, 둘 다 받지 않았다. 경란이 무슨 말을 변명으로 내놓을까. 영서는 궁금한 마음이 잠깐 들었는데, 그 생각은 곧 전생의 생각처럼 희미해졌고, 뜨거운 키스에 그만 다리가 풀렸다.
의식
주혜와 영서는 함께 욕조에서 나왔다. 둘 다 물에 젖은 상태였다. 영서는 젖은 발로 새아빠 방에 들어가 삼각대를 가져왔다. 두 사람은 알몸으로 나란히 서서 사진을 찍었다. 첫 번째 사진은 영서가 균형을 잃어서 영서 모습만 흔들려 나왔다. 두 번째 사진이 찍혔을 때는 초인종이 울려서 둘이서 한꺼번에 뒤를 돌아봤다. 그들은 벗어 놓은 옷을 재빠르게 집어 입고 문 쪽으로 갔고, 문구멍으로 선미와 경란이 밖에서 케이크 상자를 들고 있는 걸 봤다.
“열지 마.”
주혜가 말했지만, 영서는 문을 열었다. 경란과 선미가 들어서며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이유는 곧 알게 됐다. “안녕!” 하는 짧은 인사와 함께 인정이 뒤따라 붙어 집으로 들어왔으니까.
“만났거든, 오다가.”
인정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인정, 선미, 경란이 뭐라고 한꺼번에 말을 더 늘어놓았지만 영서는 듣지 않았다. 영서는 케이크에 초를 꽂고 불을 붙였다.
“뭐야, 건전하게 노는구나? 언니들.”
인정이 소파 위에 앉더니 거기 놓여 있던 월간 패션잡지를 뒤적이며 말했다. 영서는 실내등을 끄고 미러볼에 맞춰진 조명을 켰다. 인정이 잡지를 내려놓고 위를 한 번 흘깃 쳐다보더니 어이없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커피라도 내려?”
경란이 식탁 쪽으로 슬리퍼를 끌고 가며 물었다. 영서는 갑자기, 먼지 쌓인 바닥에서 대본을 주워든 가난한 배우처럼 콜록거렸다. 선미가 미간을 찡그리며 영서를 올려다봤다. 영서는 목에 한 손을 얹고 선미를, 그 다음엔 주혜를 봤다. 주혜는 고개를 저으며 단순히 이렇게 말했다.
“앉아. 괜히 그러지 말고.”
영서는 들고 있던 라이터를 만지작댔다. 불꽃이 올라왔다 사라졌다. 선미가 아무렇지도 않게 리모컨으로 텔레비전에 전원을 넣었고, 모니터에 휴양지의 바닷가 모습이 떠올랐다. 건장한 외국 남자들이 파도를 탔다. 영서는 시간이 영원히 거기, 여름에 멈추어져 있는 듯한 나라의 파도 소리 속에서 주혜와 짧게 두 번 눈이 마주쳤는데, 영서가 마주친 그 눈은 아무것도 보고 있지 않았다.
“커피 내리지 마?”
경란이 좀 신경질적으로 되물었다. 영서는 창 쪽으로 다가가 야경을 내려다봤다. 커튼에 불이 붙은 건 그 다음이었다. 영서 뒤에서 비명 소리가 울렸다. 영서는 제 의식이 무의식을 두려워한다고 생각했고, 그래서였는지 그 순간 쓰러져, 그 나머지를 기억하지 못했다. 영서는 왼쪽 팔이 조금 뜨거워지는 걸 느꼈다.
눈을 떠 희미하게나마 주변을 볼 수 있을 때쯤, 영서는 들것에 실려가고 있었다. 주혜와 선미와 경란이 모두 소리내 울었다. 인정이, (나중에 안 사실이었지만) 느닷없는 그 손님만 밖으로 뛰어나가다가 계단에서 굴러 다리가 부러졌고, 나머지는 모두 괜찮았다. 벽면 한쪽과 커튼이 타다 만 그 집은 전과 다른 무엇이 되지는 않았다. 영서의 새아빠와 엄마가 조용히 그 주와 그 다음 주의 일정을 조정했다. 불을 내도 창가를 골라 낸 건 정말 그애다운 행동이었다, 고 경란은 영서에 대해 말했다. 그건 칭찬도, 안도도, 수위를 낮춘 책망도 아니었다. 그냥 어쩔 수 없는 말일 뿐이었다. 영서는 주혜에게 사랑받고, 또 사랑을 주고 싶었지만 그 기대가 두려워서 심장과 입술 끝이 함께 뛰었다. 영서의 팔 한쪽은 화상이 남았고, 그건 아름답지 않았다. 내가 한 미친 짓은 선미의 일기장에 기록됐을까. 영서가 그런 생각을 하며 침대 위에 누운 채로 붕대 감긴 팔을 내려다보고 있을 때, 주혜가 영서에게 천천히 다가왔다. 언제부터 주혜가 거기 있었는지 영서는 몰랐지만, 주혜는 거기 있었다.
“우리 할머니 돌아가셨어. 그 날, 화장실 욕조에서.”
그 말은 꿈처럼 들렸지만 분명했다.
“노인들은 그럴 수 있대. 그 때 난 집에 없었어.”
영서는 시선을 떨어뜨려 주혜의 목을 쳐다봤다. 제약회사 전화번호가 박힌 커다란 캘린더가 벽에 걸려 있던 것, 바깥의 공사장 소음, 미끌미끌한 미역. 그건 영서가 기억하는 그 집의 이미지 전부였다. 주혜 네서 할머니가 끓여 준 미역국을 먹었던 주혜의 생일, 그들은 방안에 단둘이었지만 서로의 눈을 오래 쳐다보지 않았고, 밤길에 갑자기 싸웠고, 새벽엔 둘 다 체했다.
주혜가 영서의 머리칼을 쓸어 올리고는 이마에 입을 맞췄다. 주혜는 말했다.
“난 너보다 빨리 오늘을 잊을 거야.”
그리고 조금 뒤에, 주혜는 다시 말했다.
“괜찮다고 말해.”
영서는 모든 것이 아무것도 아닌 게 되어버린 뒤, 자기가 불에 뎄던 자기 팔을 내려다보게 되면 추억보다 먼저 그게 욱신거릴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자 이상한 슬픔과 안도감이 찾아왔다. 끝이 났고, 여기가 끝이고, 시작도 이 끝에서부터일 거라고 받아들이자 더 이상 별다른 말이 떠오르지 않았고, 그래서 정말 괜찮아야 했다. 그녀는 대답했다.
“괜찮아.”
《문장웹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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