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2011년 2월 장르부문 수상자, 에포 님의 인터뷰입니다.

  • 작성일 2011-03-14
  • 조회수 256

 

 

1. 간단한 자기소개를 해 주세요.
EPOH라는 필명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hope의 단순한 애너그램으로, 한자로 쓰면 망희(望希)정도 되겠네요.
수능을 몇 개월도 채 남기지 않은 수험생입니다. 공부해야 하는데 잘 안 돼서 고민이에요.

 

2. 수상 소감은?
정말로, 말도 표현 못 할 정도로 기뻤습니다. 친구들한테 자랑도 하고, 그랬죠.
사실 전 글 쓰는 데 재주가 없어요. 백일장이나, 교내 글쓰기 대회 같은 곳에 글을 몇 번 내보기도 했지만, 예의로 주는 상 외에는 받아 본 적이 없거든요.
그래서 주간 우수작에 제 작품이 뽑히고 이어서 월간까지…
아, 인정받는 기쁨이란 건 이런 거구나, 싶었습니다.

 

3. 문장 사이트를 알게 된 경위, 또는 응모 계기?
학교 도서관 앞에 게시판이 비치되어 있어요. 그 게시판에 광고 포스터가 있었는데 바로 글틴이었습니다. 글틴에 들어가 보고 글틴과 더불어 문장 사이트도 알게 되었습니다.
응모 계기는… 사실 응모할 생각으로 쓴 단편은 아니었어요. 고등학교 3학년이니 앞으로 쓸 시간이 없겠구나, 싶어서 마지막으로 시간이 될 때 한 편이라도 더 써 두자고 쓴 겁니다. 그리고 그제야 문장 사이트가 생각났죠. 내 글은 어떤 평을 들을까 반 호기심으로 올려보았습니다.

 

4. 평소 좋아하는 작가가 있다면?
오트슨!
누군가 제게 그런 질문을 할 때마다 전 고민 없이 이렇게 외칩니다(정말로 외치지는 않지요).
장르소설을 좋아하시는 분들에게는 꽤 알려진 이름일 겁니다. 한국작가에요.
제 롤모델이며, 우상이며, 중얼중얼……
정말 글을 보면서 미치도록 두근거릴 수 있음을 알려주신 분이에요. 제가 글을 본격적으로 쓰고 싶어했던 것도 이분 덕분이고요.
보르헤스도 좋아합니다. '원형의 폐허들'을 읽었을 때의 충격은 아직도 잊히지 않네요. 이 분의 글을 읽다 보면 무언가 쓰고 싶어져요.

 

5. 가장 인상 깊게 읽은 작품 또는 책, 그리고 그 이유는?
오트슨 작가님의 <갑각 나비>라는 미출판·미완결 환상소설입니다. 레이즈라는 인물을 둘러싼 괴기한 이야기들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풀어나간 글인데요(약간은 실험적인 방식으로 쓰인 글도 있습니다), 이 글을 읽고 받은 충격은 무어라 비할 수 없었죠. ‘9. 연애’ 편이 최고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편의 마지막 문장을 읽고 우울증에 걸릴 뻔도 했구요. 좋아하는 이유를 딱 집어서 말할 수는 없지만, 그런 게 아닐까요. ‘제 마음을 움직였다는 점’. 맹목적으로 보일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아직도 이분의 글은 저를 미치게 합니다.

 

6. 입상작을 쓸 때 어떤 문제의식이 있었는지, 무엇을 말하고 싶었는지?
단편 '먼지'는 거창한 문제의식을 염해두고 쓴 것은 아닙니다. 심오한 주제의식(^^)이라는 평을 받긴 했지만, 늘 그렇듯 '의도치 않게 그렇게 된' 것이죠.
저는 글을 쓰기 전에 키워드를 정해두는데요, 먼지를 소재로 하면 어떨까 싶어서 생각하다가 구상하게 되었습니다. 먼지는 '부재'를 나타내기도 하고 '보잘것없는 것'을 나타내기도 하죠. 그런 먼지가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한 로봇에게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그 로봇은 먼지를 제거해야 해요. 열심히 제거하지만, 오히려 고장이 나버립니다. 그래서 사고능력을 얻게 되죠. 5층에서 4층으로, 4층에서 3층으로……. 무생물이 생명을 꿈꾸고, 자신의 무가치를 깨닫고, 탈출을 감행하게 되고. 자신을 해체하고 재조립하는 것조차 꺼렸던 로봇이, 밖으로 나가기 위해 자신의 몸을 부수게 되고. 모래먼지를 가르며 생명을 찾다가 결국 작동이 중지되어 버리고. 먼지가 쌓이고. 먼지 속의 싹이 틉니다. 모든 것이 먼지 한 점에서 시작되고, 먼지 한 점으로 끝이 납니다.
사소한 것처럼 보이는 것이 커다란 변화의 계기가 될 수 있다, 그 정도면 적당하지 않을까 합니다.
그리고 삶의 형태.
로봇 AA0001은 1층에서 커다란 실망감을 안게 됩니다. 자신이 만들던 물건은 어떤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게 아니었고, 조립과 완성과 해체를 반복할 뿐인 '무가치' 한 물건입니다. 무가치하다는 면에선 먼지와도 비슷합니다. 로봇들은 전부 무가치한 일을 하며 사는 것이죠. 그러나 로봇은 바깥으로 나오고 세상을 인식하고 깨닫습니다. 그런 무가치한 행동도 삶의 한 형태라고. 로봇들은 일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기 때문에, 그런 무가치한 일을 반복하고 있었던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얌전히 전원이 꺼진 채로 죽어 있었겠죠. 무가치의 가치를 표현해보고 싶었습니다(조금은 역설적인가요^^).

 

7. 맨 처음 글을 쓰게 된 특별한 동기가 있다면?
글을 처음 쓴 건 초등학교 '쓰기' 시간이었을 겁니다. 자신을 화자로 해서 글을 쓰는 수업이었죠. 타임머신을 타고 미래였나 과거였나로 떠나는 이야기였는데 자세히는 기억나지 않네요.
진지하게 글을 쓰기 시작한 건 오트슨 작가님의 글을 보고 감동 받은 후였군요. 나도 이런 글을 쓰고 싶다! 그런 생각으로 쓰기 시작했어요.

 

8. 앞으로 이런 작품 쓰고 싶다, 또는 다른 계획 같은 것?
그 글을 읽고 시간이 지난 후 또다시 읽고 싶어지는, 그리워지는 작품을 쓰고 싶습니다.
특별한 계획 같은 건 없습니다. 수험생은 그저 공부할 뿐….
사실 지금 쓰고 있는 단편이 있습니다만, 컴퓨터로 옮겨서 퇴고할 시간은 없을 것 같네요^^; 문장 사이트에 다시 돌아오는 건 올 12월 초, 혹은 내년이 되겠군요. 어쩌면 공부에서 도피하기 위해 올 수도(농담).

 

9. 자신의 작품을 읽은 독자, 또는 문장 회원에게 덧붙이고 싶은 말?
소중한 시간을 할애해 재미도 없는 글을 보아주셔서 감사합니다(--)(__)(--). 재밌는 글을 쓸 수 있도록 노력할게요.

 

10. 앞으로 문장에 바라는 점 또는 사이트 활성화를 위한 아이디어?
홍보가 부족합니다. 1년 내내 공모전을 개최하고 있지만, 아는 사람만 아는 것보단, 모르는 사람에게도 알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의외로 인터넷에 글을 쓰는 사람은 많습니다. 카페나 블로그를 서핑하다 보면 수두룩하지요(그런 분들이 몰려온다면 경쟁률은 올라가겠지만요^^). 그런 분들 외에도 글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 알려지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런 분들을 '문장'이라는 사이트에 묶어두려면 커뮤니티도 중요시해야 하지 않을까요. 대화의 장을 만들거나 서로의 작품을 평해주는 시스템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아, 갑자기 생각난 건데요, 위젯 같은 건 어떨까요? 문장 사이트의 소식을 알려주는 위젯이요. 블로그나 카페에 달 수 있고,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어느 정도의 노출이 가능하지 않을까요. 생겨나면 저도 하나 달아두고 싶네요.
혹은 스마트폰을 이용한 어플이라든지...(전 스마트폰 유저가 아니라 쓸 수 없습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