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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이순원과 함께하는 ‘커피 무한상상 글쓰기 이벤트’

  • 작성일 2008-06-24
  • 조회수 14,568

<19세>, <은비령>, <그 여름의 꽃게>, <수색, 그 물빛 무늬>의 소설가 이순원과 함께하는 ‘커피 무한상상 글쓰기 이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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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90건

  • 익명

    시어머니와 커피<br/><P><FONT face=돋움체>안녕하세요</FONT></P><P><FONT face=돋움체>전 오늘 시어머니에 대해 글을 써볼려고 합니다.</FONT></P><P><FONT face=돋움체>며칠전인가요 시골에 아이들과 신랑과 같이 내려갔습니다.</FONT></P><P><FONT face=돋움체>저 멀리서 반기시는 시어머니가 눈에 띄더라구요</FONT></P><P><FONT face=돋움체>그런데 정말 힘든 농사일을 하셔서인지 많이 야위셨더라구요</FONT></P><P><FONT face=돋움체>정말 보기 싫을(?)정도로 많이 마르셨더라구요</FONT></P><P><FONT face=돋움체>저희 어머니는 깻잎 농사를 지으셔서 쉴새없이 일이 정말 많거든요</FONT></P><P><FONT face=돋움체>잠깐 쉴때마다 커피를 드시더라구요 그래서 "어머니 커피 너무 많이 드시는거 아니에여?" 하니까 "이정도는 먹어야 피곤하지 않다"하시더라구요</FONT></P><P><FONT face=돋움체>저희 어머니는 커피를 유독 좋아하시거나 많이 드시거나 하지 않았거든요</FONT></P><P><FONT face=돋움체>그런데 이번에 가보니 정말 자주 많이 드시더라구요</FONT></P><P><FONT face=돋움체>어쩔땐 한번에 두개를 타서 드시기도 하더라구요</FONT></P><P><FONT face=돋움체>그걸 보면서 얼마나 힘드셨으면 커피를 드실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FONT></P><P><FONT face=돋움체>커피를 먹으면 덜 피곤하잖아요 그래서 그런듯 하더라구요</FONT></P><P><FONT face=돋움체>저와 어머니는 커피의 의미가 다른것 같았습니다.</FONT></P><P><FONT face=돋움체>어머니에게는 농사일이 힘들때.졸릴때.잠깐 휴식을 할때이지만 전 아줌마들과 수다떨때,할일이 없을때 전 정말 커피가 어머니에게 있어 생활의 비타민인것 같았습니다. 평소에 잘 즐기시지도,많이도 드시지 않았었는데 정말 힘드신것 같더라구요. 어머니 다음에 내려갈때에는 어머니가 즐겨 드시는 생활의 비타민인 커피를 사가지고 갈께요</FONT></P><P><FONT face=돋움체>지금도 동네 아줌마들과 같이 커피를 먹다가 문득문득 어머니 생각이 납니다.</FONT></P><P><FONT face=돋움체>나의 여유로움이 어머니에게 힘든 생활의 활력소가 된다는 생각이드네요</FONT></P><P><FONT face=돋움체>새삼 커피의 고마움을 많이 느꼈습니다.</FONT></P><P><FONT face=돋움체>지금도 힘들게 일하고 계실 어머니, 제가 나중에 갈때에는 커피 많이 사가지고 갈께요. 일 많이 하시지 마시고 조금씩하세요.</FONT></P><P><FONT face=돋움체>건강하시구요...</FONT></P>

    • 2008-07-22 13:47:37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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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익명

    양양 (엽편소설)<br/> 약속시간이 다가오자 초조감이 든다. 오늘 전번 취중사건에 관한 조서를 하기 위해서 옥천 형사계 반장이 직접 나와 대면키로 한 날이다. 사뭇 진중한 듯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내심 뒷돈을 기대를 걸고 있는 걸 눈치챈 나는 오늘 정오 십분께 영심이 다방 이곳에서 만나기로 오만원을 내밀며 약속을 하였다. <P> </P><P> 양양. 그 초조함 속을 고즈넉이 엉덩이를 휘저어가며 앞을 오가고 있다. 짧은 미니스커트에 바깥날씨에 걸맞는 보라색 털스웨터를 몸 실루엣이 드러날 정도로 타이트하게 입고 있다. 바깥에 진눈깨비가 흩날린다.</P><P> </P><P> 그도 그럴것이 나는 정계 모 당에서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기대주와 다름이 없었는데 하필이면 엊그제 요정에서 지낸 후 다시 취중에 든 뒤라 대리운전을 부르려다가 객기를 부린 것이었다. 또 하필이면 그날 운전기사조차 먼 고향집에 내려간 날이라 여타의 도움의 여지가 없기도 하였기 때문이었다. 날씨가 괴상타 하더니 밤새 빙판길이 꽁꽁 얼어붙어 이도저도 못하고 일행이 모두 부산을 떨며 바깥에서 입김을 불어가며, 아, 이참에 삼백배라도 해야 하는 게 아닌가. 하고 농담아닌 농담까지 오가고 있었다. 여차여차 하다 취기 가득 나는 내 차에 올랐고 보기 좋게 거리 단속반에 걸렸다. 내 명함을 들이밀어가며 얘길해도 통하는 기색이 없다 싶어, 말마따나 죽었구나. 싶었는데 저 뒤쪽에서 아는 얼굴 하나가 가까워지더니 먼저 아는 기색을 했다. 여, 정 모의원 아니십니까. 그래도 봐 드릴 수 없는데요. 어서 술이나 깨셔야겠습니다. 저 옥천 경찰서 형사계 최반장입니다.</P><P> </P><P> 양양이 타다 주는 쌍화차에 계란을 두 개 까지 얹고서야 어제 일이 확연하게 스친다. 그도 그럴것이. 여... 최.반.장. 입니다. 라는 말 마디가 확연하다. 지갑을 만지작거리며 잠시 멀거머니 양양을 바라본다. 피로하고 피곤하다.</P><P> </P><P> 문득 양양이 옆을 스치자 진한 민트향에 커피향이 뒤섞여 묘한 향내가 난다. 나는 성정이 일어 슬그머니 양양의 치마 밑으로 손이 간다. </P><P> "의원님. 점잖으신 분이 이러시면 안되져."</P><P> 사뭇 코맹맹이 소리를 해가며 앙앙대는게 그래도 내가 그다지 싫지는 않는 기색이다. </P><P> 이상하다. 정오가 한참을 넘어가고 있는데도 최반장이 나타나질 않고 있다. 불안감에 조바심을 내고 있는데 좁은 다방안에 전화기 울리는 소리가 요란하다. </P><P> </P><P> 삐리리리리리 삐리리리리</P><P> "어머, 최반장님. 웬일이세요. 아. 네. 계세요. 네. 아,... 네."</P><P> 양양이 수화기를 내려놓더니 양다리를 꼬아가며 나를 향해 걸어 온다. </P><P> </P><P> 얘. 박통아. 꿈 좀 깨. 배달 안 나가니?</P><P> </P><P> </P><P> </P><P> </P><P> </P><P> </P><P> </P><P>공모 : 소진숙 (본명)</P><P>연락처 : 063-626-8851 (집) 011-9454-6851 (어머니)</P><P>이메일 : <A href="mailto:rainingeyes@hanmail.net">rainingeyes@hanmail.net</A></P><P> </P><P>주소 : 전북 남원시 주천면 주천리 상주 722 (590-811)</P>

    • 2008-07-23 19:46:25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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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익명

    마시는 커피는 바로 그 민족성?<br/><P> </P><P>예전에 이런 글을 읽은 적이 있다.</P><P>사람들은 쓰디쓴 커피를 설탕을 넣어 아주 달게, 크림을 넣어 아주 부드럽게 해서 마신다고...</P><P>하지만, 진정한 커피 맛은 그 본래의 쓰디쓴 맛이 있는 것이 아닐까?</P><P> </P><P>  일반적으로 남유럽과 중유럽 사람들이 에스프레스와 같이 쓰고 강한 커피를 즐겨 마시고,</P><P>동유럽과 북유럽 사람들은 비교적 깊으나 부드러운 커피를 선호한다. 요즘 미국에서는 여러 가지 티핑을 올린 스타벅스와 같은 커피를 마시지만, 원래는 유럽보다는 좀 더 연하고 부드러운 커피를 마신다. 그렇다면 세계적인 커피 생산국가가 위치하고 있는 남미는 어떨까?</P><P> </P><P>  여기 남미의 가장 중앙에 위치한 작은 나라 파라과이에서는 사람들이 아주 쓰디쓴 커피를 마신다. 내가 "왜 이런 커피를 마시냐?" 고 물어보면 그들은 "맛이 강하니까!" 라고 말한다.</P><P>한국에서 정말 부드럽고 달콤한, 마치 어린아이의 피부처럼 앳된 커피를 마시다가,</P><P> 어느날 한국을 알리기 위해 봉사 한답시고, 서른 세시간동안 3대의 비행기를 갈아타고 내려서 갑자기 뜨거운 태양 아래 가릴 것 없이 내리쬐는 자외선 앞에서 심장이 벌렁거리는 커피를 마시니, 머리가 어질어질하고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으나 밤새 잠 못자는 날이 여러번 이어졌다. 하지만, 아침에 눈만 뜨면 그 기운 센 커피와 함께 기름에 튀긴 과자같은 작은</P><P>빵을 부셔 넣어서 같이 먹는다. 주로 고기와 야채로 만들어진 점심을 먹고 나서 또 커피, 저녁에 디저트와 같이 달콤한 빵과 함께 또 커피를 마시면 한동안은 위가 정신을 못차리고 울렁거리며 아파한다.</P><P>  어쩌다 한번씩 한국에서 물 건너온 커피믹스를 타 먹으면 어찌나 맛있고 달콤한지...</P><P>한동안 입 안에 맴도는 그 부드러운 맛을 넘기기가 아쉬워 몇 번이고 입 안에서 돌려마시는데, 왜 이리도 금방 넘어 가는지...</P><P> </P><P> 여기 커피는 어찌나 맛이 강한지 한국프림을 넣어도 그 강한 맛이 사라지지 않는다.</P><P> 왜 과라니부족의 후손이면서 스페인민족의 피가 섞인 이들은 이렇게 강한 커피를 마실까? 그러면서도 어쩜 이리도 속이 멀쩡할까?</P><P>  이런 점이 다른 문화환경과 자연환경의 차이인 것 같다.</P><P>  </P><P>  아주 미끈하고 세련된 한국제품의 자동차! 현재 여기에서는 한국 기아와 현대 차가 아주 인기가 좋다. 하지만, 차를 타본 사람들은 말한다. 한국차는 외관의 디자인과 내부 시설은 최고지만, 거친 돌길에서 너무 가볍고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엔진의 모터는 너무 쉽게 </P><P>달아올라 오래 타기 힘들다고 말한다. 반면 일본차의 엔진은 시종일관 조용하며, 독일이나 다른 유럽과 미국차는 험한 길에서 가볍게 들리거나 흔들리지 않고 하중을 아래에 둔 채, 무게 중심을 가지고 안정감 있게 잘 달린다고 한다.</P><P>  이 이야기가 바로 한국에서 벗어나 세계로 나온 한국사람들을 비유한 적절한 말이 아닐까?</P><P>  한국 밖으로 나오니 우리나라만큼 잘 갖추어진 곳이 드물다. 후진국은 물론 선진국도 가는 곳곳마다 아스팔트가 깔려있지 않고 자연의 돌길과 흙길이 그대로 나있는 곳이 많다.</P><P>  그러나 외국인들은 불평하지않고, 주어진 환경에 잘 적응한다.</P><P>  하지만, 한국인인 우리들은 살아온 환경과 다르면 바로 불평하고, 쉽게 단념해 버리고,</P><P>나와 다르다고 빨리 마음을 닫아 버린다.</P><P>  마치 모든 것이 잘 갖추어진 환경을 가진 한국에서처럼... </P><P>  그래서 한국제품은 아름답지만 다른 환경에서는 강하지 않은 걸까?</P><P>  그래서 우리 한국인들은 그렇게 부드럽고 달콤한, 쉽게 잘 넘어가는 커피를 마시는 걸까?</P><P>  이런 것이 바로 남한사람들의 민족성인가?</P><P> </P><P>  그토록 강한 커피를 하루에 서너잔씩 마시면서도 불평하지 않는 이들, 파라과이 사람들은</P><P>항상 웃으면서 타인을 대하고 결코 상대방을 불편하게 하는 말은 하지 않으면 차분하게 살아간다. 반면 여기서의 한국인들은 사계절이 뚜렷하고 매사가 분명한 모국과 다른 이곳의 수시로 바뀌는 기후와 상황, 그리고 사람들의 말에 어찌할 줄 몰라하며 당황하고 분개하며 화낸다.</P><P>  우리는 너무 좋은 자연 속에서 모든 것이 잘 갖추어진 곳에서 살아오면서 기본적으로</P><P>인간이 갖추어야 할 살아감에 대한 자세를 잊어버린것은 아닌지...</P><P>그 달콤한 커피 속에서 이 세상의 모든 커피는 이와 같을 거라는 생각을 하면서 살아온것은 아닐까?</P><P>  그래서 마치 어린아이처럼 그렇게 부드러운 커피를 마시는 걸까?</P><P>난 이제 어린아이도 어른도 아닌 35살의 노처녀지만, 여기서는 아직도 어린아이처럼 순진하며 바보같고, 꿈꾸는 소녀같다는 생각이든다. </P><P> </P><P>  사실은 쓰디쓴 커피와 같은 세상인데 말이다.</P><P>  우리는 좀 더 강해져야 하는 것일까? 다른 나라 사람들이 마시는 커피처럼?</P><P>  적어도 한 가지 맛에만 길들어지고 싶지는 않다.</P><P>  나라마다 자연환경에 따라 다른 민족성을 가지고 사람들이 각기 다른 커피를 즐겨 마시듯, </P><P>  지금은 나 또한 좀 더 다양한 맛의 커피를 즐겨 보고 싶다. 그리고나서 생각하고 싶다.</P><P>  '아! 이렇게 다르구나, 이런 점이 좋구나, 이건 별로구나.' 이렇게...</P>

    • 2008-07-27 16:25:59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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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 값이 되어 버린 나의 벗<br/><P>오늘도 로즈는 어김 없이 일어나자 마자 TV를켰다. 뭔가 재미있는 프로가 없나 리모컨으로 채널을 돌리던 중 뉴스 속보를 하길래 그제서야 리모컨을 놓았다.</P><P>솔직히 그녀가 30년을 살면서 이른 아침부터 뉴스 속보를 한다는 것이 처음이었기 때문에 채널을 고정한 것이다. 뉴욕 타임즈 기자 앙스씨 나와 주세요. 뉴욕 타임즈 기자 앙스 입니다.</P><P>네. 일주일 전부터 커피 값이 오르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금 값이 되어 버렸습니다.. 미국 정부와 전문가들이 정보를 수집한 결과 환경 오염과 이상 기후로 브라질에서만 커피가 재배되고 나머지 국가들은 재배가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실질적으로 이제 커피 시장은 브라질이 독점한 상태고 앞으로도 몇 년간 혹은 몇 십년 동안은 커피 값이 계속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각 나라에서도 지금 비상이 걸렸습니다. 그럼 잠시 뒤 좀더 자세한 정보를 갖고 여러분들을 찾아 뵙겠습니다. 뉴욕 타임즈 기사 앙스 였습니다. 뉴스 속보를 보고 로즈 깜짝 놀랐다. 그녀의 하루는 처음부터 끝까지 커피에서 커피로 하루를 마감하는데 커피 값이 오르다니 그녀는 마음을 가라 앉힌 뒤 외출복으로 황급히 갈아 입고 마켓으로 뛰어 갔다. 커피를 대량으로 사기 위해서였다. 몇 달간은 먹을 수 있는 양으로 말이다. 하지만 그녀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매장 앞에서부터 사람들이 북적이기 시작했다. 몇 시간이 지나서야 그녀는 매장안으로 들어 갈 수 있었다. 커피 진열대에 가보니 1인당 1개씩만 살 수 있었고 커피 한 봉지가 무려 400달러나 되었다. 그것도 봉지 안의 양은 15g 남짓 했다.</P><P>할 수 없이 로즈는 이 커피라도 사서 매장을 빠져 나와 집으로 발걸음 옮겼다. 돌아오는 길에 그녀는 아. 신이시여 저의 금쪽 같은 커피. 저의 인생의 동반자인 커피 값을 왜 올리게 하셨나이까? 제발 값이 내려지게 해주소서. 하고 그녀는 진심어린 마음으로 기도를 하면서 발걸음 옮겼다.</P>

    • 2008-07-28 16:3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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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익명

    향기 없는 세상<br/><!--StartFragment--><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 훅! 훅!</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 뜨겁다! 너무나 뜨겁다!</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 더운 숨결은 거칠다 못해 메말라, 아예 숨구멍까지 따갑게 만든다. </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 나는 이맛전에 고스란히 내려앉아 지글지글 타오르는 볕에게 저주를 퍼부었다.</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FONT><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 </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는 태양이 저주 받아 마땅하고 갈증이 기아보다 두려운, 고사하는 대지와 패사하는 가축들의 세계이다. </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 저주받은 이 땅. 무언가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되었다. </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FONT><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 </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 뉴스의 한 부분이 지나는 행인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나도 똑같이 갈증에 허덕이다 오아시스를 찾는 눈길마냥 어두운 쇼 윈도우 내의 구식 티비를 노려보았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내용은 비보였다.</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FONT><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 </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 "커피 값 폭등으로 인해 초유의 사태가 발생되었습니다. 어제 새벽 경에 일어난 미국 테네시주의 '무장 단체 커피 강도 사건'에서 공장을 지키던 경비 5명이 사망했다고, 오늘 외신이 밝혔습니다. 또한 미국 정부가 이에 대해 강경히 대응하는 바람에 오늘 아침 무장 단체의 멤버 26명이 피살되었다고 밝혔습니다. 나머지인 주모자 격 6명은 아직 검거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 </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 또 외신 뉴스였다. 우리의 정부는 치열한 세계정세에서 낙오되지 않으려는 듯, 내부로 일어나는 고갈과 갈등에 허덕거리면서도 외국과의 관계유지에만 죽어라 매달렸다. 그것은 정부의 손아귀로 떨어진 '대중매체'서부터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났는데, 특히나 티비에선 미국의 시시콜콜한 일들을 마치 자기 일처럼 자주 방송했다. </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FONT><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 </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 "다음 뉴스입니다. 우리 정부는 커피와 기타 기호 식품인 차들에 부과된 세금을 50% 올리겠다는......"</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 </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FONT><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 진지하게 시청하던 사람들이 다음 뉴스에 짜증 섞인 비명을 터뜨렸다. 누군가 "또야?"라고 소리쳤다. 나도 분개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어차피 우리들이 먹는 차는 쓰레기이다. 커피는 구경도 못한다. 나는 커피콩 냄새가 무언지 분별조차 할 수 없다! 다들 비탄에 한 마디씩 하고 있었다. 나도 자조 섞인 목소리로 거들었다.</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FONT><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 </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 "그 잘난 아메리카의 독립혁명도 차세폭등으로 인해 일어났다는 것을 다들 잊어 버렸나 봐?"</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FONT><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 </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 나는 '이러다가 무슨 폭동이라도 일어나 후세에 길이 남을 대한민국의 혁명이 되는 거 아니야?' 라고 농담 반, 기대 반 말하려던 걸 말았다. 주변의 몇몇 어른들이 도통 모르겠단 얼굴로 쳐다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언급한 건 식민지 시대의 '보스턴 차사건'이었지만, 지구가 사막화로 치달을 무렵부터 도통 역사에 관심을 끊어버린 사람들이 그러한 사건을 일말이라도 알고 있을리 만무했다. 마치 잊어야만 될 치부처럼, 학교에서도 역사과목이 사라졌다고 들었다. 나는 무안해져 슬쩍 자리를 뜬다. 때마침 뉴스가 별 볼일 없어지자 다들 약속한 것처럼 동시에 흩어져버렸다.</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 </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 나는 그들과 달리 역사를 배우려고 노력한다. 정부가 쉬쉬하는 것들은 더더욱 잊어서는 안 된다는 신념때문이다. 중국에 이어 지구의 거의 모든 땅이 사막이 되어버리고, 도시가 메마르고 사람들이 죽어가는 이유를, 그 '분노'를 잊는다면 미래는 불붙은 수레바퀴나 다름없다. 사람들을 태운 수레는 행로를 이탈해 산산조각이 날 것이다! 선대들이 조금이라도 후세를 생각했다면, 지금 지구의 운명은 조금이나마 바뀌지 않았을까?</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 </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FONT><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 "오빠야!"</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 </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 길 건너편에서 뛰어오는 여자아이가 손을 흔들며 팔짝팔짝 뛰었다. 발끝에 걸린 샌달이 아슬아슬하다. 뛰어오던 그 아이가 하마터면 차에 치일 뻔하자, 나는 심장이 "덜컥", 정지 신호에 걸린 자동차처럼 일순 멈춰 서버리는 줄 알았다. 그러나 정작 사람을 칠 뻔 한 자동차는 "뿌앙!" 신경질적인 경적만 울렸을 뿐 멈출 생각이 없어 보였다. 나는 미끄러져 내려가는 자동차를 향해 한참을 사납게 욕지걸이를 내뱉고 나서야, 그 아이를 다시 쳐다볼 수 있었다. 그는 필시 내게 혼이 날까봐서 풀이 죽어있었다. 모자를 눌러쓰고 하얀 마스크까지 낀, 그 작은 얼굴이 더욱 안쓰러웠다.</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 내 하나뿐인 여동생아! 하나뿐인 내 가족아! 널 잃는 게 얼마나 잔인할 줄 아니? 이 세상을 혼자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잔인한 것인 줄 아니?</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 그를 빤히 바라보며 속으로 씁쓸히 중얼거려본다. </FONT><FONT face=굴림체>물론 예전이었다면 분명 귀싸대기라도 한대 치며 욕을 쏟았을 일이지만, 그에겐 싫은 소리를 하지 않기로 일찍이 속으로 다짐해두었다. 내가 몰아치지 않아도 그는 이미 세상이라는 폭풍 속에서 살고 있으니까.</FONT></P><FONT face=굴림체><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 녀석은 13살의 나이주제에, 이리저리 치이며 잔인한 운명이 주는 고통을 잘도 감수하고 있었다. 그런 점에선 그는 나보다 훨씬 어른이다.</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 </FONT></P></FONT><FONT face=굴림체><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 "다신 그러지 말어."</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 </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FONT><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 내가 덤덤히 말하였다. 그는 내 마음이 바뀔까봐서 얼른 고개를 끄덕인다. 그의 고사리같은 </FONT></FONT><FONT face=굴림체>손을 꼭 잡곤 도시 외곽의 센터로 향하며 내가 잡담을 늘어놓는다.</FONT> </P><P></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FONT><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 </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 "너 최초의 신호등이 언제 생긴 줄 알아?"</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FONT><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 </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 "몰라."</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FONT><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 </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 "나도 도서관서 본건데, 불과 200여년 전이래. 그땐 사람이 옆에서 직접 색유리판을 돌려서 신호를 바꿨대. 그러다 경찰관이 깜빡 졸기라도 하잖아? 그러면 신호를 잘 못 알고 사방에서 추돌 사고가 일어나는 거지. 꽝!" </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 </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 그 시대에 서로 추돌 할만한 자동차나 있었겠느마는, 나는 얘기를 지어내 더욱 재밌게 만들었다.</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 </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 "와아-"</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 </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 "그래서 이건 아니다- 싶어, 수십 년간 자동화를 연구해낸 거지. 그니깐 신호를 안 지키는 건 과학자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야."</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FONT><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 </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 "와아. 오빤 정말 아는 게 많아. 나 오빠랑 10년, 50년, 아니-평생 살면서, 이것저것 배울 거야. 커서 오빠처럼 똑똑해질래. 신기한 얘기도 많이 알고! 그럼 정말 좋겠다!"</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FONT><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 </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 연달아 감탄사를 내놓던 여동생이 손바닥을 딱딱 치며 좋아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는 웃지를 못하고 표정이 굳어있다. 이럴 땐 내가 최선으로 웃어 보인다. 하지만 이번엔 웃는 와중에도 힘이 빠져버린다.</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FONT><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 </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 "그래.... 많이 배우려면 우선 10년, 50년, 건장하게 살아야지."</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FONT><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 </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 "으응."</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FONT><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 </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 이번엔 그가 힘없이 대답한다.</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 </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 그는 웃지 못하는 병에 걸렸다.</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 </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 그러나 나와 달리, 천사같은 그 애는 스스로의 운명을 탓하지 않는다. </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 </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FONT><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 "여기서 기다려."</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FONT><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 </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 나는 여동생을 차양이 쳐져있는 센터의 출입구 쪽에 세워 놨다. 통증에 좋은 약이나 얻어볼까싶어, 혼자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는데 매캐한 냄새가 먼저 오감 중에 후각을 자극한다. 뒤이어 소름끼치는 장면이 시야를 파고든다. 커다란 체육관을 방불케 하는 크기의 센터 내부를 '가득' 채운 노숙자들의 모습들이 나의 심기를 어지럽힌다. 그들의 표정은 하나하나 아무런 희망이나 기대도 없이 밑바닥에 닿아있다. </FONT><FONT face=굴림체>그리고 그 모습에 익숙해져가는 내가 있다. 별반 나을 것 없는 처지의 내가 염치없이 그들을 혐오할 순 없다. 그러니 나는 그냥 나를 경멸하고 만다. 그러나 그들은 연대를 만들어 가지만 속으로는 옆자리에 누운 가족을 혐오한다. 스스로에 경멸은 차라리 가엾기라도 할 터인데- 그들에게 가족이라 불리는 자들은 진짜 가족이 아니다. 그에 비하면 나는 혜택을 받은 것일 지도 모른다.   </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FONT><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 </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 "여, 이봐!"</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FONT><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 </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 모두와 똑같이 더러운 몰골의 한 남자가 몇 번 마주친 게 다인 나를 아주 잘 아는 양, 다감이 불러 세웠다. 내가 경계의 눈으로 쳐다보자 남자가 허허실실 웃으며 다가오더니, 주변에 들리지 않게 특별히 목소리를 낮췄다.</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FONT><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 </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 "오늘 밤에 관류 물품들 중에 커피가 들어온대. 너, 함께 할 생각 없어? 이번에 들어오는 커피콩들은 다 최상이라서 1kg에 작은 금반지만한 가격이 붙는다는 데."</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 </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FONT><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 나는 그 말을 거짓말이라 생각했기에 눈을 찌푸리고 화낼 기세의 표정을 지었다. 내가 부러 사납게 구는 건 다 이유가 있었다. 그들은 언제든 누구의 뒤통수를 쳐댈 준비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만만하게 보여서 좋을 건 없었다.</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 </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 "아저씨. 어제만 해도 미국서 26명이 죽은 거 몰라? 전부 커피를 훔치다가 그렇게 됐다는 걸 말이야."</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FONT><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 </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 "그건 미국 얘기고. 우리나라는 수입해 온 물품이 아무리 비싸도 관리가 그쪽보단 허술해. 특히 커피는 먹을 거라서 아예 관리하는 데가 다르다고. 고작 식품 수입청에서 경비를 대봤자 얼마나 대겠어?"</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 </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 내가 그럴듯한 설득에 조금씩 마음이 기우는 듯하자 그가 아예 쐐기를 박았다.</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FONT><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 </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 "이게 다 우리가 너같이 젊은 피가 필요해서 그래. 우리들 중 태반이 나이 많은 사람들인데, 판단이 재빨리 서겠어? 너만 좋다면 와서 행동대장 격이 되어달란 말이야."</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FONT><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 </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 "......."</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 </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 "게다가 넌 동생이 피부암이라며? 그런 표정 짓지 마. 이미 다 소문이 났던데... 놀랄 일도 아니지, 뭐! 그게 요즘 애들 사이서 그리 흔하다며? 가뜩이나 치료비도 만만치 않고..... 이 이상은 내가 말하지 않아도 알 것 아니야." </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FONT><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 </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 "빼낸 물건은 똑같이 나누는 거죠?"</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FONT><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 </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 "그럼! 사람 수 대로 공평히 나누지! 당연한 걸 왜 물어?"</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 </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 언뜻 창백한 동생의 얼굴이 나를 질책하려는 듯 음울한 표정으로 떠올랐지만, 나는 그것을 무시해버렸다. 돈만 생긴다면야 녀석도 고통 없이 환하게 웃어 보이겠지. </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FONT><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FONT><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FONT><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 </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 </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 </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 </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 새벽녘이 되자 나의 가슴은 머리가 사형대에 처해진 것 마냥 미친 듯이 날뛰었다. 두근대는 탬포가 가히 탭댄스의 수준이었다. 하지만 그들 사이에서 딱히 말쑥한 표정을 지을 필요는 없었다. 모두가 겁에 질린 얼굴들이었으니까.</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 </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 우리는 연습한 대로 신속하게 철조망을 끊고 안으로 기어들어갔다. 창고가 너무 멀어 처음에는 아득한 절망의 기분을 맛보았지만 예상 외로 '탈환 작전'-우리는 도둑질을 이렇게 불렀다. 원래 우리 것이었을 사치를 빼앗아 오는 것 뿐! 아무 죄책감도 느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니, 얼마나 좋은가?-은 쉽게 풀렸다. 몇몇이 조직적으로 구해온 총은 안에 공포탄이 든 것이나, 기껏해야 마취 총정도의 수준이었지만 그것으로도 경비들을 쉽게 굴복시킬 수 있었다. 경비를 제압하자 트럭이 길을 뚫고 들어오는 건 일도 아니었다. 모든 게, 앞서 내게 큰소리쳤던 남자의 말대로 고스란히 맞아 떨어졌다. 식품청에서 보관 중인 그 금값의 커피는 우습게도 금덩이의 취급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 </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 우리는 뒤늦은 싸이렌소리를 비웃으면서도, 창고와 조금이라도 더 멀어지기 위해 다 쓰러져가는 트럭에 바짝 매달렸다. 안전한 곳에 다다르자마자 그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나도 마찬가지였다.</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 </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FONT><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 그러나 나는 크게 기만하고 있었다.</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FONT><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 </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 맨 처음 내 몫의 하나 하고도 반 포대의 커피대신, 종이 쇼핑백에 담겨진 커피콩들을 받고 나는 어리둥절했다. 그것도 쇼핑백의 반절 정도 채워진 커피들이었다. 한 2,3kg 될까 말까 한 양에 내가 성질대로 눈깔이 뒤집혀버렸다. 나는 내 몫을 달라고 항의했다. 나도 목숨 걸고 동참했잖아! 내가 바라는 건 더도 아닌 내 몫 뿐인데! 내가 입에 거품 물고 대들자 애초부터 한통속이었던 어른들은 나를 적당히 먼지 나게 두들겨 줬다. </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 </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 나는 온 몸을 두들겨맞고 내동댕이쳐져도 다시 덤벼들었다. 쓰러져도 또 달려들고, 또 달려드는 내게 그들이 기어이 질려 버렸는지, 타고 왔던 트럭을 타고 횡하니 달려가 버렸다. 마지막으로 날 꼬아냈던 남자는 구겨진 내 품에 내 '몫'의 쇼핑백을 던져주었다.</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FONT><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 </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 "이거라도 잘 챙기라고!"</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 </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 그의 조언이 비정하게 날 내려다 봤다. 나는 너무 억울하고 화가나 그대로 한참을 누워있을 수 밖에 없었다. 신이 살리라 예상되는 탁한 밤하늘엔 별들이 먼지낀 것처럼 뿌얬다. 땅에 밖힌 돌맹이처럼 꼼짝않고 있어봤자 해결되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 나는 한 팔에 종이백을 부등켜안고, 납덩이 같은 몸으로 허우적대며 걷기 시작했다. 무거운 밤공기가 밟힌 가슴팍이 부풀러 오를 때마다 시큰하게 만들어주었다. 콧등은 벌써 아까 나갔던지 뜨신 피가 축축했다. 정작 맞을 때는 아픔도 뭣도 잊었었는데 지금은 눈물이 왈칵할 정도다. 나는 눈물을 무마하듯 정신나간 놈처럼 히히 웃었다. 녀석은 매일, 매 순간을 극심한 고통 속에서 살아가는 데 오빠라는 인간은 얻어맞은 게 아파 우는 구나!</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 동생을 떠올리자 더욱 한치의 오차도 없는 수렁이- 절망이란 것이, 늪으로, 늪으로 자꾸만 몸을 끌어당겼다.</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FONT> </P><P class=바탕글> </P><P class=바탕글> </P><P class=바탕글> </P><P class=바탕글> </P><P class=바탕글> </P><P class=바탕글> </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 며칠 동안 나는 잘 움직이질 못했다. 하지만 센터로 돌아가 놈들을 전부 죽여버릴까, 경찰에게 밀고 해 버릴까, 어찌나 약이 오르고 화가 치솟던지 앓던 와중에도 몇 번이나 "악"소리를 내뱉으면서도 벌떡벌떡 자리에서 일어설 지경이었다. 내 동생은 그런 내가 겁이 나는 지, 처음 내가 피투성이 몰골로 집에 왔을 때보다 더욱 두려워하며 눈물을 쏟아냈다. </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FONT> </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 벽돌 다리 밑에 폐자재로 지은 집에서 그렇게 사흘이 지났다.</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 그 오래된 다리 밑은 차갑고 습기 찬, 볕은 하나도 들지 않는 그런 곳이었다. 동생을 위해서 일부러 그런 곳에다 집을 지었는데, 녀석은 모자나 마스크 없이는 그곳에서 나오지도 않았다. 단 둘이 있을 때만 맨 얼굴로 지내곤 했다.</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FONT> </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 어두컴컴한 그늘 속에 앉아있던 동생의 얼굴에 얼룩과 딱지가 검은 수마처럼 앉아있다. 그가 나를 빤히 바라본다. 곧 그도 몇년 사이에 처녀가 될 텐데..... 나는 내 몫으로 예정되어 있었던 한 푸대하고도 반 푸대의 커피들이 여동생의 미래를 배신한 것 같아 또다시 서럽워 견딜 수가 없다. 그때 동생이 나를 향해 불쑥 지어보인 표정이 의심스러워 나는 그를 다시 보았다. 그는 웃고 있었다. 아파서 눈물이 주룩주룩 흐르는 데도 어떻게 하면 내가 좀 웃을까 싶어 화알짝 웃고 있었다. 나는 그만 안쓰러워 고개를 돌려버렸다. 눈물도 기울었다. 내 동생 여전히 예쁘기만 하구만! 목이 막힌 나는 고작 중얼거린다. 구석에 처박아 놓은 커피콩 담긴 쇼핑백을 이제는 쳐다보기도 싫다.</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 </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FONT> </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FONT> </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FONT> </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FONT> </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FONT> </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FONT> </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FONT> </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FONT><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FONT><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 탈환 작전이 있던 그 날 이후로 일주일이 지났다. 나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내게 주어진 커피가 담겨있는 쇼핑백을 들고 거리로 나왔다. 변함없이 가전제품 가게의 쇼 윈도우 앞에는 많이 사람들이 서 있었다. </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FONT><P class=바탕글><BR><FONT face=굴림체> "커피 사건으로 인한 무장단체 여럿이 붙잡혔습니다."</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FONT><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 </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 반듯한 아나운서의 첫 마디를 듣고 나는 다시 외신 뉴스의 남은 주도자 6명을 떠올렸다. 그러나 아나운서의 보도는 미국에 관한 것이 아니었다.</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FONT><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 </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 "그들은 서울 평창동에서 불법 판매를 거행하다가 경찰에게 덜미를 붙잡혔습니다. 경찰은 이 사건의 배후를 파악하고, 검거율을 높이기 위해 커피 판매와 출처를 두고 수사와 검문을 보강하고 있습니다."</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FONT><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 </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 곧이어 나오는 범인들의 얼굴들이 내가 아는 그들이라고 생각되었다. 그 바람에 나는 나도 모르게 "하하" 웃어버렸다. 주변의 뉴스를 시청하던 사람들이 나를 힐끔거렸지만 이상하게도 웃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미친 사람처럼 계속해서 웃어대는 내게 두려움을 느꼈던지 다들 지나는 행인들로 뒤바뀌어버렸다. 혼자 남은 나는 여전히 입가에 웃음을 띠었지만, 딱히 그들에게 벌어진 일들이 고소하고 달가워서가 아니었다. 경찰들이 기껏 노숙자들이 상대로 '배후'가 누구일 지 수사를 벌이고 있다는 사실이 우습기만 했다. 그들은 스스로를 궁지에 몰아넣고 있었다! 그들은 이제 정부의 위신을 높일 대단한 배후를 '만들어내기' 위해 전전근긍해야 할 것이다. 아까 내가 쇼핑백을 들고 누가 볼까 전전근긍했듯이 말이다. 나는 그대로 발걸음을 돌려 집으로 향했다.</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 </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 다리 밑서 숨어 있던 동생이 내가 나타나자 눈을 반짝이며 밖으로 나왔다. 며칠 만에 도시에 나갔다 온 내가 궁금한 모양이다. 나는 별다른 소득이 없다는 표시로 손을 들어보이다가 그제야 손에 들려진 쇼핑백의 존재를 떠올렸다. 나는 그 애를 앉혀다가 종이 백을 열었다. 뭔가 고약하면서도 진한 향기가 스물스물 타고 올라왔다. 뭔가 맛있는 걸 기대했던 그 애가 눈을 찌푸렸다. </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FONT><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 </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 "이게 뭐야? 까매."</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FONT><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 </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 "커피콩. 아주 비싼거야. 너무 비싸서 우리들은 평생에 먹을까 말까 하는 거야." </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FONT><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 </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 그가 묻고 내가 답했다. </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FONT><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 </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 "먹는 거야? 냄새가 나?"</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 </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 병이 심해지자 그는 이미 오래전에 웃음에 이어 후각도 잃어버렸다.</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FONT><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 </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 침묵했던 내가 한두 개 손에 쥐어 냄세를 맡고 나서야 답한다. </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FONT><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 </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 "응. 향이 좋아. 커피 없는 세상은 향기 없는 세상이라는 말도 있잖아."</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 </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FONT><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 "그런 소린 못 들어봤어. 세상에서 무슨 향이 나?"</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 </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 그가 고개를 완강하게 젓는다. 그에겐 무향(無香)인 세상을 두고 '향기' 운운하는 게 가당치도 않았던 모양이다. </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 </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 내가 망설이지 않고 그것들을 입에 털어 넣고 우적우적 씹자, 날 물끄러미 보던 그도 따라서 몇 알을 입에 물었다. 딱, 딱, 씹다말고 그가 울상이다.</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FONT><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 </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 "써."</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FONT><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 </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 "그래도 먹어."</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FONT><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 </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 나는 몇 알을 좀 더 그의 입에 밀어 넣어주었다. 그도 날 따라 내 입에 대여섯 알씩 털어 넣어주었다. 나는 꼭꼭 씹어도 딱딱한 그것들은 열심히 삼켰다. 지속되리라 믿었던 달큼하면서도 쌉살한 그 향(香)은 허무하게도 금새, 입 안에서 사라져버렸다. </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 </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 </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 </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 </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 </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 </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 </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내용을 잡다보니, 순식간에 우울해졌습니다.^ㅅ^;</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주제가 재밌어서 처음에는 재밌고 쉽게 풀어나가려 했지만...</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웬지 현실적으로 진지하게 생각해보니 전혀 재밌고 즐거운 세상이 아니었습니다.</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커피가 금값인 세상은 말이죠..</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그래서 저런 소설이 되어버렸습니다. 하핫(핑계같지만!)</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 </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계속 커피에 대해서만 써서 인지.... 오밤에 커피가 심히 땡기는 군요ㅠ</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 </FONT></P><P class=바탕글><FONT face=굴림체>어쨌든! 상상하느라 즐거운 밤이었습니다.</FONT></P>

    • 2008-07-29 05: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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