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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림] 2007년 5월호 <문장 웹진>이 발간되었습니다

  • 작성일 2007-04-30
  • 조회수 395

 

존 케이지는 한 시간 동안 ‘아무것도 아닌 것nothing’에 대한 강연을 한 적이 있다고 합니다. 그는 실제로 이렇게 말했다고 하지요. “나는 아무것도 아닌 것에 대해 얘기할 테고, 오늘 내 강연의 주제는 아무것도 아닌 것입니다. 그래서 내 얘기를 들어도 우리는 아무 데도 이르지 못하고, 나는 아무것도 아닌 것에 대한 얘기를 할 뿐이죠. 잠을 자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눈치 볼 것 없어요. 왜냐하면 난 여전히 아무것도 아닌 것에 관한 얘기를 하고 있을 테니까요. 자리를 뜨고 싶으면 그렇게 하세요. 우리는 여전히 어디에도 이르지 못한 채, 아무것도 아닌 것에 대해 얘기하고 있을 테니까요.”

그렇습니다. 사실 모든 것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그 아무것도 아닌 것에 모든 삶의 비의가 담겨 있습니다. 문학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무것도 아니지만 또한 모든 것이기도 합니다.

이번 호 ‘신작소설’은 그 ‘아무것도 아니면서 모든 것’을 환상에서 찾습니다. 환상성 탐색이지요. 염승숙은 「지도에 없는」에서 이땅에서 홀연 사라져 버린 어떤 지역을 애타게 찾아 헤매는 사람을 그리고 있고, 권리는 「부시가 된 소년」에서 스스로 부시라고 믿는 사람의 행적을 좇고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김이은은 「여의도 저공비행」에서 어떤 연유인지 모르지만 여의도 국회의사당 꼭대기에 매달리게 된 사람을 등장시킵니다. 이처럼 보이지 않는 세계에 들린 자들을, 흥미롭게 만나실 수 있습니다.

오랜만에 중편소설을 싣습니다. 패기있게 작품세계를 펼쳐가는 박금산이 「바디페인팅 제4호-거긴 인도였어요」를 세 차례에 걸쳐 분재합니다. 현대인의 정신적 본향으로 자리하는 인도의 진면목이 실감나게 펼쳐집니다.

‘신작시’ 코너는 묵묵히 자기세계를 굳혀가는 경륜의 시인들이 빛내줍니다. 최근 흐름에 휘둘리지 않고 자기만의 굵은 자취를 새겨가고 있는 천양희, 하종오, 김응수, 박주택, 김수열, 김희업, 복효근, 심언주, 황규관, 박성우 시인들의 시에서 자존을 느껴 보시기 바랍니다.

‘문화의 창’은 이광록 PD가 열어 줍니다. 한 소녀에 빗대어 보여주는 미디어 예술의 얄팍한 예술혼이 씁쓸합니다.

‘멀티미디어 낭송시’는 길상호 시인이 들려줍니다. 서정의 아름다움을 곡진하게 살피는 길 시인의 다감한 위무에 눈과 귀를 맡기십시오.

‘작가와작가’에서는 한국문단을 대표하는 신경림 시인을 안상학 시인이 만났습니다. 등단작이 실린 《문학예술》지를 펼쳐 놓고 나누는 오래된 정담에는 우리시의 다사로움이 짙게 깔려 있습니다.

4월호에 실리기로 한 ‘조경란이 만난 사람’이 지은이의 사정으로 이번호에 찾아갑니다. 사진작가 주펜Zu-Pan과의 살뜰한 교감을 통해 관계의 어울림이 어떤 것인지 맛보실 수 있습니다.          

계절의 여왕 5월은 더불어 가정의 달이기도 합니다. 사람은 자기의 그늘 속에 들어가서 쉴 수는 없지요. 가족과 친구의 공통점이 있다면 그건 바로 부족한 것을 함께 나눌 수 있다는 점 아닐까요. 서로서로에게 쉴 수 있는 그늘이 되어 주는 그런 뜻 깊은 5월 맞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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