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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호 코리언 스텐더즈: 박민규, 편혜영

  • 작성일 2018-06-01

기획의 말

2018년 커버스토리는 <문학과 일>입니다. 문학 작품에 대한 감상을 이미지로 다시 되새기는 작업 속에서 폭넓은 독자층과 소통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코리언 스텐더즈: 박민규, 편혜영
- 버스를 타고 고속도로를 바람처럼 달려가자

서희원

한때, 그리고 지금도, 어쩌면 앞으로도, 한국과 한국인의 모든 것을 말해 준다고 생각되는 두 가지 숫자가 있다. 대한민국의 경제성장률과 1인당 국민소득이 그것이다. 1998년 IMF 이후 2018년까지의 경제성장률을 먼저 보자. 제15대 김대중 정부의 경우 평균 5.32%의 경제성장률을, 제16대 노무현 정부는 4.48%를, 이명박 정부는 3.2%를, 박근혜 정부는 2.95%를,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은 3.1%를 기록하였다. 어림잡아 지난 20년 동안 대한민국의 경제는 매년 3.5% 이상씩 성장한 것이다. 이런 비유가 경제학적으로 의미를 갖는지 판단할 수는 없지만 나름의 이해방식으로 설명하자면, 1997년에 160cm의 키를 가진 사람이 매년 3.5%씩 성장하여 2018년엔 318cm가 되었다는 ‘재크와 콩나무’ 같은 이야기이다. 쑥쑥.
1인당 국민소득의 경우 더욱 놀라운데, 1997년의 경우 한국인의 국민소득은 1만 달러가 조금 넘었으나(IMF를 겪었던 1998년의 경우 7,989달러로 크게 하락하였다), 2007년에는 22,992달러가 되었고, 2017년에는 29,745달러 그리고 2018년인 올해에는 선진국의 지표인 대망의 3만 달러대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1) 사용가치는 없고 오로지 교환가치만을 가진, 그 덕분에 모든 가치를 환원할 수 있는 물신이 된 돈(달러)이 백분율(percentage)보다는 좀 더 이해하기 쉽게 느껴지겠지만 실제 한국인이 자신의 삶에서 느끼는 여러 가지 감각(행복의 척도가 되는 가치의 단일화와 불행을 감지하는 지표의 다양화, 더욱 힘겨워진 노동 강도와 볼품없는 여가, 가정에서 느끼는 만족감의 저하, 인간을 지탱하는 자존감의 붕괴, 높아진 실업률과 자살률 등)을 통해 이해하자면 이 숫자들은 20년의 시간 동안 한국인이 경험한 고통과 정신적 황폐화에 대한 그럴듯한 설명을 전혀 할 수 없는 거대한 허수이자 경제학자들과 정부 관료가 합작하여 만들어낸 국가의 픽션(fiction)에 불과하다.

1) 경제성장률과 1인당 국민소득은 한국은행 홈페이지 내 <한눈에 보는 우리나라 100대 통계지표>를 참조하였다. http://ecos.bok.or.kr/jsp/vis/keystat/#/detail

노드럽 프라이의 짧지만 정확한 정의에 따르자면, “소설에 있어서의 기법상의 과제는 모든 이론을 인간관계로 해소하는 것”이다.2) 은행원이나 보험설계사처럼 숫자를 통해 한국인의 현재와 미래를 명쾌하게 표현할 수 없는 소설가들은 사건의 플롯과 인간에 대한 형상화를 통해 이를 에둘러 보여준다. 소설가는 개별적 상황에서 개별적인 인간들이 연기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동시에 이를 통해 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인간이 경험할 수 모든 다양성의 양상들을 그려내고자 시도한다. 소설이 형상화하고 있는 대상과 그에 대한 폭넓은 이해 사이에서 벌어지는 인과의 관계를 설명해 주는 기법 중 하나의 명칭은 알레고리인데, 자본주의 이후의 소설에서는 벤야민이 얘기했던 ‘알레고리적인 것의 이율배반’ 즉 개별적인 인물, 관계, 대상이 절대적으로 다른 어떤 것을 의미하게 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3) 박민규가 2005년에 발표한 단편 「코리언 스텐더즈」와 편혜영이 2008년 발표한 「관광버스를 타실래요?」는 이러한 작가들의 알레고리 기법을 멋지게 펼쳐낸 단편이다. 각각 SF 농촌 활극과 부조리극 형식의 스릴러로 서사화 되고 있어 개별적인 독서물로도 매력적이지만, 여기에는 매년 세계 경제의 성장률을 뛰어넘는 고속성장을 거듭하여 연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로 진입한 한국인들에 대한 알레고리적 스케치가, 읽지 못했다고 말할 수 없는 정도로, 분명하게 담겨 있다.

2) 노드럽 프라이, 『비평의 해부』, 임철규 옮김, 한길사, 1982, 437쪽.
3) 이에 대해서는 프랑코 모레티의 『근대의 서사시』(조형준 옮김, 새물결, 2001) 중 4장의 「알레고리와 모더니티」 1, 2절을 참고하였다.

박민규의 「코리언 스텐더즈」는 사회적 공동체가 가져야 하는 경제적 지위와 정치적 역할 등이 소멸하고 있는 농촌과 발전의 산물을 독점하고 있는 대도시, 1980년대 중반 민주주의에 대한 정치적 신념만이 삶의 전부였던 청년과 모든 것이 아파트 평수와 경제적 성공으로 환원된 2000년대 중반의 속물적 중년의 대조를 통해 한국인에 대한 풍자를 우화의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는 작품이다. 85학번인 석현은 마흔 살이 된 어느 날 대학 시절 자신이 소속된 운동권 그룹의 리더이자 속칭 학생운동 “스타 플레이어”였던 “기하 형”의 전화를 받는다. 기하 형은 석현 아내의 첫사랑이자 출소 후 정치권으로 입성하여 국회의원이 될 것이라는 선후배들의 기대 ― 그들은 자발적으로 후원회를 조직해 석현의 정치적 행보를 돕지만 국회의원이 될 거라는 세속적 기대와는 달리 석현이 농촌운동을 지속해 나가자 후원회는 유명무실하게 와해된 상태이다 ― 와는 달리 농촌운동에 투신한 상태이다. 절실하게 도움을 요청하는 “기하 형”의 목소리에 석현은 예정된 가족과의 휴가를 포기하고 기하 형의 농촌공동체가 있는 실상리(失像里)로 내려간다. 농촌을 미디어나 스쳐 지나가는 차창 밖 풍경으로밖에 접한 적이 없는 ‘나’에게 기하 형이 있는 실상리는 그 본모습(實相/實像)을 가름할 수 없는 공간, 한자 뜻 그대로 ‘失像里’이다.
역설적이지만, 근접한 미지의 공간인 농촌으로 떠나는 낯선 모험을 위해 ‘나’는 만반의 준비를 한다. “심해로 거처를 옮기게 된 열대어처럼, 그래서 나는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또 갖추었다. 등산복과 등산화를 챙기고, 각종 구급약과 붕대를, 또 이런저런 공구들과 사냥총을, 또 충분한 탄환을, 트렁크에 실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돈을, 상당한 액수의 현금을, 구비했다. 돈만큼 사람의 마음을 안심시키는 것은 없었다.” ‘나’의 말처럼, 돈만큼 사람의 마음을 안심시키는 것도, 돈만큼 문제의 해결에 도움이 되는 것도 없는 시대이지만, 실상리에서 ‘나’는 돈도, 심지어는 사냥총도 전혀 쓸모가 없는 새로운 형태의 문제 상황을 목도하게 된다. 오랫동안 진행된 농촌의 경제적 붕괴와 함께 몰락의 길을 걷고 있었던 실상리의 공동체는 “외계인의 습격”이라는 새로운 종류의 침략을 맞고 있었던 것이다. 외계인은 기하의 공동체가 오랜 시간 공들여 이룩한 축사나 유기농 청정미가 자라는 논 등을 철저하게 파괴하고, 마지막에는 옥수수밭 위에 거대한 “크롭 서클(Crop Circle)”을 남기고 사라진다.

차에서 내린 우리는 언덕의 끝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 비로소 자신의 위치를 찾은 허수아비처럼, 두 팔을 허하니 벌린 마음으로 옥수수밭의 전경을 확인할 수 있었다. 거기엔

가 그려져 있었다. 놀랍도록 정확한 비례의, 거대한 KS였다. 이놈들… 하고 기하 형이 말문을 열었다. 우릴 너무 잘 알고 있구나. 아, 하고 나는 그래서 담배를 꺼내 물었다.

“우릴 너무 잘 알고 있구나.”라는 기하 형의 말처럼, 결말부에 찍힌 ㉿ 마크는 이 단편의 의미를 독자들에게 “너무 잘” 알려준다. 신념도, 첫사랑도, 청춘의 푸른 꿈도, 유기농 청정미도, 농촌도, 신뢰를 바탕으로 한 사람들의 연대도, 덧없이 사라진 세속적인 시대, ㉿ 마크가 찍힌 폐허가 된 옥수수밭 위에 한국인은 살고 있는 것이다. 말 그대로 “동지는 간 데 없고 깃발만 심히, 나부끼는” 세계, 연봉과 “34평 아파트”가 가치의 척도가 된 일상, 이것이 바로 민주화 이후 맞이한 신자유주의 시대의 본모습인 것이다. 덧붙이자면, 박민규가 선택한 남성 서술자인 ‘나’는 “인정을 열망하다가 인정의 목적을 잊는” 전형적인 속물의 아이러니에 갇혀 있는 인간이다. 속물은 “타인을 타인 그 자체로 보지 못하고 그가 가진 지위 혹은 문화적 자본으로 그를 판단한다.”4) ‘나’는 “농촌”을, “운동권”을, 의리를 모른다고 동료 여직원이나 아내를 멸시하지만, 서사가 진행될수록 독자들이 분명하게 알게 되는 것은 ‘나’ 역시도 흉내만 내는 수컷 앵무새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4) 김홍중, 「스노비즘과 윤리」, 『마음의 사회학』, 문학동네, 2009, 84쪽.

편혜영의 「관광버스를 타실래요?」는 상사에게 모종의 일을 지시받은 두 회사원 “케이”와 “에스”의 간단한 출장을 다루고 있는 단편이다. 상사는 케이와 에스에게 정체를 알 수 없는 하나의 자루를 배달하는 일을 지시하고 돌아올 때 쓸 “관광버스 승차권”을 준다. 이 일에 붙은 단서조항은 단 하나 “절대 자루를 열어 보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들은 남자 둘이 들어야 하는 육중한 자루를 들고 상사의 지시에 따라 “D시”에서 “B군”으로, 다시 “G읍”으로, 거기에서 “장승이 있는” “흉가”와 같은 “낡은 집”으로 간다. 도무지 영문을 알 수 없는 일이기에 그들은 자루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 왜 이런 일을 해야 하는 것인지, 이걸 누구에게 전달해야 하는 것인지 등과 같은 상식적 질문을 던지지만 이내 자신들이 회사에서 지금까지 해온 업무와 이 일이 그다지 다르지 않다는 결론으로 회귀한다. 그들은 자루를 인계할 누군가를 기다리며 낡은 집에서 잠이 든다. 아침이 되었을 때 자루는 사라졌지만 그들은 “야간 근무자”나 “당직자”가 다녀갔을 것이라 생각하며 상쾌한 기분으로 복귀한다. 그들은 터미널에서 고속버스 표를 끊지만 상사가 준 “관광버스 승차권”을 떠올리고는 “터미널과 반대쪽에” 위치한 승차장에서 지금 막 출발하려는 버스를 탄다. 흥겨운 노래가 나오는, 승객 중 몇몇은 그 노래를 큰 소리로 따라 부르는, 관광버스를 타고 그들은 목적지도 모르는 길을 간다.
간단한 스토리지만 편혜영은 결코 이러한 이야기를 가만히 두고 있을 만큼 단순한 작가가 아니다. 편혜영은 그들이 운반해야 하는 자루에 정체를 알 수 없는 불길함과 더러운 범죄의 흔적을 아로새긴다. 남자 두 명이 들어야 하는 자루의 기분 나쁜 무게감, 절대 열어서는 안 된다는 단서조항, 담긴 것에서 풍기는 냄새나 부유물이 밖으로 쉽게 배출되지 않게 “안에 비닐이 덧대어진” 자루의 매무새,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렁한가 하면 단단하고 단단한가 하면 물렁거”리는 마치 “생고기” 같은 촉감과 비닐 밖으로 스멀스멀 풍겨 오는 악취는 독자들에게 혹시 이것이 시체일지도 모른다는 악몽과도 같은 상상을 자아낸다. 이 의구심은 열리지 않는 자루와 그것의 흔적도 없는 사라짐으로 인해 결코 해소되지 않지만 이것이 더러운 어떤 일과 깊게 연계되어 있다는 그러한 감각만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이 일을 마치고 케이와 에스는 대화를 나눈다.

이제껏 이런 일을 해본 적이 있어?
자루에 관한 일은 처음이야. 너도 알다시피 늘 페로니켈이나 마그네슘에 관한 일만 해왔잖아.
나도 그래. 처음이야.
처음인데 낯설지가 않아.
그러게. 어쩐지 익숙해. 한 번만 해도 잘하게 될 것 같은 일이기도 하고.

입사동기이지만 항상 서로를 경쟁자로 인식했던 케이와 에스. 비슷한 어린 시절의 추억과 성장배경을 공유하고 있는, 같은 회사에 근무하며, 누구든 할 수 있는 일을 누군가와 다르지 않게 처리하며 살아가고 있는 케이와 에스. 결코 못 봤다고 말할 수 없는 더러운 일의 흔적이 새겨진 자루를 운반하며 그 일 자체의 노동을 분업화하는 합리성을 가지고 있지만 결코 자루를 열어 보지 않는 케이와 에스. 편혜영은 그들을 신문의 낱말풀이에서 본 “군더더기나 무용지물을 뜻하는 ‘부’로 시작하는 두 글자의 낱말”, 즉 ‘부췌(附贅)’라고 지칭하고 있지만, 더 정확하게는 그들은 관료제 사회에 너무나도 완벽하게 흡착된 한국인의 표준, 즉 케이에스(㉿)이다.

한때, 그리고 지금도, 어쩌면 앞으로도, 한국과 한국인은 자본주의의 성장 속도에 몸을 맞추며 살아왔다. 마치 “버스를 타고 고속도로를 바람처럼 달려”가며 흥겹게 “뛰뛰 뛰뛰 뛰뛰 빵빵 뛰뛰 뛰뛰 뛰뛰 빵빵” 노래를 부르는 사람처럼.5) 우린 아픈데도 아프다고 말하지 못하고, 괴로운데도 괴롭다고 말하지 못하고 지냈다. 무수하게 많은 한국인이 이 관광버스에서 탈락했고, 고속도로에서 로드킬을 당했다. 지금도 많은 한국인은 죽지 않기 위해 죽을힘을 다해 자동차와 같은 속도로 달리는 야생동물처럼 살아가고 있다. 한국인은 자신이 “뛰뛰 빵빵” 하고 신나게 클랙슨을 울리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이는 거대한 착각에 불과하다. 자본주의의 강렬한 헤드라이트 불빛은 내 앞에 놓인 것이 아니라 내 뒤에 있다. 한국인은 차에 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차 앞에서 죽지 않기 위해 달려가고 있는 것이다. 공포를 망각하기 위해 내가 클랙슨을 울리고 있다고 합리화하며. 하지만 그 소리는 내게 들려오고 있는 것이다.

5) <뛰뛰빵빵>(1977년, 노래 혜은이, 작사/작곡 길옥윤).
https://www.youtube.com/watch?v=syz-TuppUxo

문장웹진 6월호 살펴보기

만화경

만화경 변선우 이팝나무 두 그루 사이 ‘김’은 앉아 있다 온몸을 뻗어도 닿을 수 없는 하늘, 을 감각하다 눈 감는다 벤치가 편안해진다 나뭇가지가 쩍, 하는 소리와 흔들린다 비염 앓는 ‘김’은 재채기를 하려다 만다 눈물이 다소 흘러내리고 있으나 손수건으로 훔친다 이팝나무 꽃이 ‘김’의 정수리에 떨어진다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 것이다, 결코 ‘김’은 고양이 한 쌍을 본다 암수거나 아니어도 상관없는, 그 한 쌍이 고요하게 지나가는 걸 본다 적요를 등에 태우고 땅의 끝으로 향하는데, 아무도 모른다 아직까지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으므로 이팝나무 꽃이 다시 한 번 정수리에 떨어진다 톡, 톡, 이팝나무가 소리 없이 우는 것이란다, 어느 서정 시인이 말했던 것처럼 그사이 자전거 두 대가 지나갔고 노후한 봄과 가을이 얼굴 맞대고 떠나갔다 어쨌든 막, 떨어진 꽃이 정수리에 있던 꽃을 ‘김’의 무릎으로 떨어뜨린 것이었다 이건 중력이 요구한 일인가 정수리에 있었던, 사정을 무릎으로 옮겨 온다는 것에 대하여 어떤 대책이 필요한가 ‘김’은 가만히 앉아 대책이란 말을 씹고 있다 대책, 에서도 짠물이 배어나온다 하늘이 높아지거나 낮아지지 않았다 바뀐 건 없으므로 ‘김’은 벤치에 남겨진다 못의 계략에 빠진 듯, 벤치의 송곳니에 잔뜩 물려 있다 지나가는 걸 지나가는 것으로 가만 둘 일만 남는다 이팝나무 두 그루 사이 앉아 있는 ‘김’은 얼마나 버텼길래 여기까지 온 것인가 짐짓, ‘김’은 며칠 전 액자를 사지 않은 일에 대해 안도한다 사소한 고민이 ‘김’을 식탁처럼 조금씩 떼어 먹는다 비문에 빠지기 시작할 때 발끝으로 돌멩이 둘이 굴러온다

  • 관리자
  • 2018-06-01
바깥의 세계

바깥의 세계 변선우 발작이 입술처럼 흩어지는 대낮이었다 공장과 놀이공원이 다소 빗장을 걸었을 뿐 인류의 건강과 토양이 무언가에게 잠식당하는 * 자본주의를 쏙 빼닮은 남매가 있었다. 사탕을 얻어먹기 위해 토마토 짓밟으며 아양을 떨었다. 사탕 한 알에 키스. 사탕 두 알에 삽입하거나 삽입당하거나. 어른의 입맛을 그렇게 배웠다. 남매는 알사탕을 빼곡하게 물고 있었다. 혹시 허니 브레드라고 알고 있는가? 어른들이 뱉고 간 물음의 형태를 꼭 쥐었다. 남매는 머리 위에 유리접시를 두고 앉았다 일어났다, 를 반복했다. 일종의 훈련이었고 접시에 새겨진 무늬가 흘러내릴 때마다 남매의 안면근육은 땀구멍을 통해 배출되고야 말았다. 달콤함을 위해서라면 미소와, 이해관계가 녹아내리기 위해서라면 참을 만했다. * 미끄러운 건 따분해졌으며 상관없는 장면들이 실수처럼 번복되었다 버스기사의 투신 같은 것 투신을 구조할 인부도 사직되었거나 실종되었다는 것 식빵에 잼을 발라먹는 풍습이 사라진 지 오래였다 * 어른들의 담배 연기가 어른들의 형상을 닮아 갔다. 그것은 군집이 되었고 남매가 헤어져야 할 이유로 작용했다. 공허한 유리접시를 횡단보도에 올려 둔 채 각자의 침실로 들어가 직업을 얻었다. 작업복이 걸린 옷장엔 철 지난 구인광고와 나프탈렌이 버려져 있었다. 문을 닫았고 닫아야, 했으므로 사탕이 발밑에서 오도독오도독 파괴되고 있었다. 누나야. 동생아. (동시에) 우리 만나지 말자. 문턱을 넘자마자 팔다리가 꺾이는 남매, 작업복을 입고 무표정해지는 남매, 를 사람들은 보았다. 남매의 거기를 마구 드나들었다. 알아듣지 못하는 말이 으깨진 토마토처럼 난무했다. 그것은 사탕이 아니었으므로 아무도 인간으로서 파면당하지 못했다. 해가 졌고 달이 떴다. * 어느 집에 사는 누군가 후라이팬 위에 돼지비계를 녹이고 있었다 계란후라이는 아무도 해먹지 않았다 밤이 깊어 가도 정오가 쏟아졌다 사람을 펼쳐든 신문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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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6-01
초록코트 아줌마

[글틴스페셜 - 동화] 초록코트 아줌마 임어진 골목 끝 작은 집에 초록코트 아줌마가 살고 있었어. 아줌마는 수요일마다 인형가게에 갔어. 일주일에 한 번씩 집에서 만든 인형들을 갖다 주고 새 일거리를 가져오는 거지. 아줌마는 인형 만드는 사람이었거든. “인형들 얼굴이 모두 똑같네요.” 인형가게 주인이 아줌마에게 말했어. 전에는 그렇지 않았거든. 그래서 좋다는 건지 나쁘다는 건지는 말하지 않았어. 아줌마도 묻지 않았지. 아줌마는 사람들을 잘 만나지 않았어. 사람들과 나눌 말이 이상하게 잘 생각나지 않았거든. 집 밖으로도 잘 나오지 않았어. 일거리를 가지러 큰길 인형가게에 가야 하는 날 말고는 말이야. 그렇게 외출하는 수요일 아침에도 아줌마는 인형가게 볼일만 보고 바로 돌아왔어. 오는 길에 식품가게에 들러 장을 봐오는 게 전부였어. 다른 사람을 만나 이야기 나누거나 무언가에 눈길을 주며 걸음을 멈추는 일은 거의 없었지. “안녕하세요? 어떻게 지내세요? 아저씨가 하늘나라로 가버리셔서 참 안타까워요.” 길에서 누가 아는 척을 하며 인사를 해도 아줌마는 거의 대꾸를 하지 않았어. 사실 아줌마를 잘 아는 사람들도 아니었거든. 아줌마에게 세상은 늘 똑같은 색깔이었어. 아줌마가 입는 옷도 늘 똑같은 색깔이었지. 아줌마는 집 밖으로 나올 때면 어김없이 초록코트를 입었어. 사실 아줌마 코트는 너무나 낡고 빛이 바래서 초록색이라기보다는 거의 칙칙한 회색에 가까웠어. 그래도 아줌마는 아무 상관하지 않았어. 추울 때나 더울 때나 한결같이 아줌마 옷차림은 초록코트였어. 그러는 동안 조금씩 달라진 것도 있어. 아줌마 몸이 조금씩 커지고 있었거든. 아마 사람들은 그런 아줌마를 뚱뚱이라고 얘기할 거야. 아줌마 몸이 그렇게 늘자 신발도 작아지고 모자도 작아지고 집도 점점 작아졌지. 딱 하나, 초록코트만 그대로 아줌마에게 잘 맞았어. 아줌마는 그럼 됐다고 생각했어. 서랍장 위에 세워 둔 아저씨 사진을 마른수건으로 한 번씩 닦아 주고 아줌마는 묵묵히 초록코트를 걸쳤어. 수요일 아침이면 아줌마는 그렇게 일주일 동안 만든 인형을 작은 가방에 담아 집을 나섰어. 아줌마네 집 골목 입구에는 수수꽃다리집이 있어. 봄이면 하얗고 푸른 꽃이 가지마다 가득 피는 수수꽃다리 나무 두 그루가 대문 담장 곁에 다정하게 서 있는 집이지. 수수꽃다리 향기는 골목에 그득 차고 바람이 불면 온 동네로 퍼져 갔어. 어느 날 그 집에 새 식구가 이사를 왔어. 내내년 봄이면 학교를 다니게 될 호야와 호야네 식구들이었어. 호야는 아줌마가 그 집 앞을 지나갈 무렵이면 가방을 메고 대문 밖으로 뛰어 나왔어. 호야가 유치원에 가는 시간과 아줌마가 인형가게에 일 보러 가는 시간이 똑같았던 거야. 호야는 아줌마를 보자마자 눈을 반짝거렸어. 옆으로 가까이 다가가 대뜸 물었지. “아줌마! 옷 속에 뭐가 있어요?” 아줌마는 움찔했어.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은 지금껏 아무도 없었거든. 아줌마는 호야가 놀리려는 거라고 생각했어. 별안간 그런

  • 관리자
  • 2018-06-01
다시하자고

[단편소설] 다시하자고 임솔아 다시 하자고 지은이 말했다. “이걸 세워야겠어.” 지은은 침대를 가리켰다. 옆방에서 건너오는 소음을 줄이려면 매트리스를 벽에 세워 놓아야 한다고 했다. 바닥에서 자면 내 허리 통증도 완화될 거라 했다. 빗소리를 들으며 자고 싶다며 침대를 오른쪽으로 옮겼는가 하면, 화장실에서 먼 곳에서 자는 것이 풍수에 좋다며 왼쪽으로 다시 옮겼다. 배우의 일상을 보여주는 예능 프로그램을 보고서는 침대를 방 한가운데로 옮겼다. 드넓은 전면 창을 바라보며 배우는 기지개를 켰다. 드넓은 방 한가운데에 드넓은 침대가 놓여 있었다. 그 침대가 우리 방보다 넓어 보였다. 이 방에서 침대를 놓을 수 있는 색다른 장소는 더 이상 없었다. 이러다가 침대를 세워 놓고 싶을 때가 올 거라고 농담처럼 지은에게 말한 적이 있는데 현실이 되었다. 오전에는 냉동실에 낀 서리를 긁어내자고 했다. 그러다 냉장고 청소를 하자고 했다. 나는 문화센터 수영장에 가서 입영 연습을 할 계획이었다. 가라앉지 않고 제자리에 있는 기술을 마지막으로 마스터해야만 인명구조요원 자격증을 딸 수 있다. 수영을 시작할 때 내가 가장 습득하고 싶었던 것은 자유형도 아니고 평영도 아니고 바로 입영이었다. “너만 끝까지 착한 년이지.” 지은은 지금껏 서른 번쯤 내게 그 말을 했다. 착한 사람이 되는 방식으로 다른 사람을 못된 사람으로 만들어 간다고 했다. 그다지 중요할 리 없던 내 입장을 나는 쉽게 폐기했다. 그것으로 양보를 가장했다. 구경꾼이 될 수 있었기 때문에, 관찰하기에 좋은 위치를 차지하여 타인을 꿰뚫어보았다. 그게 내 못된 면모라고 지은은 주장했다. 매트리스에 예쁜 천을 덮고 폴라로이드 사진들을 걸어 놓고 싶다고 지은은 말했다. 지은은 이미 폴라로이드 사진들을 책상 위에 꺼내 놓고 있었다. 신영과 주혜, 미희와 미선, 시한과 유선, 영은과 지희, 규리와 소미, 주영과 세라. 한 장 한 장마다 우리가 사용했던 이름들이 적혀 있었다. 지하철 공공화장실에서 지은이 처음으로 이름을 주웠다. 휴지걸이 위에 놓여 있었다고 했다. “주신영을 주웠네.” 지갑을 흔들며 지은은 말했다. “다시 해보자. 주신영으로.” 그날부터 지은은 주신영이 되었다. 주신영의 생일 때 패밀리 레스토랑 사이트에 접속했다. 주신영의 주민등록번호를 넣고 생일쿠폰을 인쇄했다. 레스토랑 직원들이 고깔모자를 쓰고서 우리를 맞이했다. 한 직원은 우쿨렐레를 들고 있었고, 한 직원은 케이크를 들고 있었다. 폴라로이드 사진도 찍어 주었다. ‘신영과 주혜’라고 사진에 적었다. “다시 해보자 수희야.” 지은이 노트를 꺼냈다. 첫 장을 넘기자 방의 도면이 나타났다. 두 번째 장을 넘기자 방의 도면이 나타났다. 똑같은 도면이 그려진 페이지들을 지은은 넘기고 또 넘겼다. 빈 페이지에 방의 도면을 능숙하게 그려 나갔다. 옮길 수 없는 것들을 가장 먼저 표시했다. 방문과 욕실과 창문과 완강기였다.

  • 관리자
  • 2018-06-01
지속과 유예

[단편소설] 지속과 유예 천희란 깨진 유리파편이 튀어 올라 눈동자에 박히면 그 눈으로는 무엇을 보게 될까. 여자는 생각했다. 광역버스 한 대가 정류장을 향해 들어오고 있었다. 버스를 기다리던 승객들이 우르르 버스 앞머리로 몰려갔다. 버스의 뒷문은 닫힌 채 열리지 않았다. 이른 아침 시각 여자가 버스를 타는 정류장에서 사람이 내리는 일은 흔치 않았다. 여자는 바닥에 발을 지치며 버스에 오르는 사람들을 지켜보았다. 계단을 오르던 갈색 하이힐 한 짝이 도로로 굴러 떨어졌다. 곧바로 길이가 다른 두 다리가 절룩대며 계단을 내렸다. 줄지어 서 있던 사람들이 원을 만들며 뒷걸음질을 쳤다. 신발을 고쳐 신은 두 다리가 균형을 되찾고 다시 버스에 오르자 흩어졌던 사람들이 다시금 모여들었다. 승객으로 가득 찬 버스가 정류장을 떠나고, 정류장에 남은 사람들은 버스가 달려온 도로를 향해 길게 몸을 뺐다. 깨진 유리파편이 귀를 멀게 하면 그 귀로는 무엇을 듣게 될까. 여자가 생각할 때, 바람이 불고, 아직은 충분히 물들지 않은 초가을의 나뭇잎들이 몸을 비비는 소리가 물결쳤다. 버스가 도로 끝으로 사라지자 여자의 발도 움직임을 멈추었다. 여자는 습관적으로 손목에 감긴 시계를 내려다보았지만, 시간을 의식하지는 않았다. 여자는 또한 습관적으로 몸을 돌려 버스정류장 벽면에 가득 붙어 있는 너저분한 광고 전단을 일별했다. 헬스장 할인행사, 세탁소 개업 이벤트, 과외 구함, 콘서트 홍보 포스터가 외따로 혹은 겹겹이 두께를 이루며 붙어 있었다. 버스 노선도를 확인할 수 없을 만큼 수북했다. 그곳에서 시간은 흐르지 않고 누적되기만 하는 듯했다. 겹겹의 시간이 유리벽 위에 쌓이고 있었다. 어느 것이 현재에 유효한지 알 수 없고, 그러므로 누적되기만 하는 시간. 여자는 그런 것을 유심히 관찰하는 사람이었다. 여자의 삶에서는 오래전에 지나가 버린 것들이 끝없이 반추되며 지금 여기의 사건으로 실감되기도 하였으므로. 여자가 잠시 숨을 몰아 내쉬었다. 그녀는 나누어 가질 수 없는 무언가를 발견하기라도 한 듯 주위를 살폈다. 그러고는 두 장의 전단지 사이에 붙어 있는 작은 접착식 메모지를 떼어 주머니에 찔러 넣었다. 여자를 바라보던 남자가 막 도착한 버스를 향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를 따라 정류장에 남아 있던 승객들이 버스에 올랐다. 여자는 주머니 속에 든 손으로 메모지의 귀퉁이를 매만졌다. 사람을 살려 본 사람은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 그가 살린 사람이 그가 살려내지 않았다면 죽었을 사람일 때에. 여자는 뇌까렸다. 초록색 마을버스가 교차로를 지나고 있었다. 낮의 길이가 짧아지는 가을 아침, 버스는 정류장에 선 여자를 지나치기 일쑤였다. 여자는 속도를 줄이지 않는 버스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시멘트 바닥에 끌리는 슬리퍼 소리와 자신의 숨소리가 오롯이 자신에게로 되돌아오는 시간이었다. 이른 아침이면 복도는 청색의 필름을 덮어 놓은 듯했다. 아이는 텅 빈 푸른빛의 복도를 따라 교실로 향했다. 복도의 창문이 흔들렸다. 아이는 긴장한 어깨를 타고 흘러내리는 가방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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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6-01
절취선

절취선 이린아 나는 절취선에서 나왔지만 다시 절취선을 열고 들어가려 했다. 그것은 가로지르는 체념, 오른손의 협조. 점선인 척 숨어 있는 직선에 차 한 대가 신호에 걸려 멈춰 서 있다. 세로의 가장 큰 위험은 가로의 속도. 차를 탄 엄마가 직진을 했는데, 분명 우리는 쉼 없이 달리고 또 달렸는데, 누가 탯줄에 절취선을 그어 엄마를 우두둑 끊어 놓았을까. 우리는 그냥 절취선이었을까? 태어나는 행위는 한참 후에 알게 되는 일. 내가 죽는다는 것을 알아차렸을 때의 일 안과 밖으로 엄마가 나를 덧대었지만 일직선마다엔 노을이 아물어 가고 웅크린 칼날이 들어있고 따끔거리는 점선이 기어 나왔다. 허파를 시침질하는 예비동작 나는 더 큰 종이를 찾아 연필을 쥐지 않은 손목을 꽁꽁 묶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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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6-01
거짓말

거짓말 이린아 희망하는 것들을 거울에게 몽땅 들켰을 때 너와 나 둘 중 누가 깨져야 하니. 우리는 지금 거울에 들킨 거니? 마주 보는 것들은 믿을 수 없어. 거울 속 반대를 약속장소에 내보낸 거니. 나의 거울에 묶어 둔 네 왼뺨이 내 오른뺨이라 우기면서 우리는 얼룩말의 붕대를 풀어 각인刻印을 새긴 거니. 딱 반만 붕대를 감고 있는 얼룩말을 보러 거울 속 동물원에 갔었지. 한 번도 트럼펫 소리가 나지 않는 트럼펫 피시를 잡으러 바다에 갔었지. 트럼펫 피시의 오해와 아말감의 이빨 자국과 서로의 미간을 들이키고 얼룩을 풀어 얼룩말을 놓아 주었지. 네 오른 쇄골과 내 왼 쇄골은 찰나의 장소일까? 아가미에서 흘러나온 유리 방울로 헐떡이는 우리는 다른 지느러미를 보았지. 문門 띄엄띄엄 낱말로 생을 겨우 받치는 단어 사이에 사사로운 이야기를 우겨 넣은 연필자루가 민망한 날. 녹슨 지우개로 발목을 지우고 대신, 종이에 꾹꾹 남겨진 협곡은 안전한 곳일까. 누가 무릎이 지워진 사내에게 팔꿈치로 인사를 했을까. 엉거주춤한 낱말이 엮어낸 어간於間에서 꾸는 벗은 수의들의 변명, 순식간에 늙고 그 주름으로 깨지는 한 명 혹은, 두 명의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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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6-01
화투의 방식

화투의 방식 박은영 꽃이었던 적이 있었다 모이면 패를 섞었다 승부욕이 투철했다 숨소리를 죽인 채 기리를 떼고 호기롭게 퉁을 외쳤다 뻑, 하면 싸고 나가리가 되었지만 폭탄을 안고 살았다 못 먹어도 홍단, 청단 띠를 두르고 눈먼 새 다섯 마리를 잡으러 날밤을 샜다 죽고 사는 일이었다 그러나 싹쓸이를 한 인간은 죽지도 않았다 패 한 장을 잃은 나는 광을 팔았다 나중엔 껍데기도 팔았다 막판을 웃으면서 끝낸 적이 있던가 우리는 판을 엎고 멱살잡이를 하며 막판까지 갔다 그땐 모두가 화를 잘 냈다 딴 사람은 없고 잃은 사람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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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6-01
모눈종이

모눈종이 박은영 나는 한 칸으로 눈을 떴다 일흔두 칸을 검게 칠한 할머니의 눈이 오목했다 히말라야 인들은 첫 칸과 마지막 칸, 딱 두 번 초를 켠다는데 나는 한 칸에 한 번씩 생일초를 켰다 고깔모자를 쓴 엄마가 캄캄한 창문에서 불쑥 튀어나왔다 공포는 여러 모양으로 나타나곤 했지만 그건 모두 네모 안의 일 또, 사각팬티야? 나는 선물상자를 머리에 뒤집어썼다 할머니의 눈에서 네모 난 바람이 불었다 말을 하지 않아도 같은 간격의 말이 빠져나왔다 먹구름 낀 거리, 나는 미움과 마음 사이의 미음을 생각하며 보도블록을 걸었다 혼자서 금을 밟으면 죽는 놀이를 했다 어느 칸에선가 하늘이 파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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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6-01
연애의 감정학

[단편소설] 연애의 감정학 백영옥 1. 태희가 종수와 헤어진 건 1년 2개월 전이었다. 태희에겐 세 번째 이별이었다. 이별이 힘든 이유는 매번 늘어났다. 첫 번째 이별은 재수를 고려할 때라 그랬고, 두 번째 이별은 입사 후 첫 프로젝트 때문에 혼란스러웠다. 세 번째 이별에는 복병이 찾아왔다. 활짝 핀 목련과 흩날리는 벚꽃을 바라보며 세상 밖 풍경과 마음속 계절이 이렇게 달라도 되나 싶었다. 퇴근 길 지하철 플랫폼에서, 회사명이 적힌 설악산 워크숍 깃발 아래에서 “딱 한 발만 내딛으면 이대로 갈 수도 있겠구나”란 생각이 멈추지 않았다. 야근이 반복되던 직장 4년차 증상과 비슷했다. 로또에 당첨되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이 회사를 그만두는 건 아니었다. 언제든 그만둘 수 있다면 그곳이 더 이상 지옥은 아닐 테니까. 죽을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놓였다. 사표를 노트북의 바탕화면 맨 위에 깔아 놓고 마음을 잡았다. “적응하면 괜찮아져.” 친구 재연은 습관처럼 말했다. 하지만 적응하면 좋아지는 게 아니라 무뎌진다. 무뎌지면 아프지 않고, 아프지 않으면 괜찮아진 거라 착각한다. 밤새 먹어서 퉁퉁 부은 얼굴을 바라보던 날 아침, 태희는 괜찮지 않더라도 괜찮은 척 착각이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자기기만이든 자기 합리화든 상관없었다. 그날 이후, 한 시간 일찍 일어났다. 출근 전에 수영을 했다. 미뤄 두었던 일본어 공부를 시작했고, 사내의 재테크 스터디 모임에 가입했다. 금요일 이른 퇴근 후에 발레 공연을 보기 위해 블라디보스토크행 비행기에 올라탔다. 마린스키 극장의 가장 좋은 좌석에 앉아, 매일 두 편 이상의 공연을 봤다. 종수는 잘사는 것 같았다. 일주일 간격으로 그의 SNS 프로필 사진이 바뀌었다. 종수의 머리 색깔이 바뀌고, 한 번도 보지 못한 셔츠가 등장할 때마다, 태희는 수영장 트랙을 한 바퀴씩 더 돌았다. 숨이 차오를 때마다, 심장의 근육이 더 강해지고 있다고 믿었다. 보이지 않는 종수와 경쟁하는 기분이 나쁘지만은 않았다. 헤어지고 난 두 달 후, 일본어 1급 자격증 시험을 통과했을 때, 매미 울음소리를 들으며 어느새 여름이 깊어졌다는 걸 깨달았다. 코끝이 아렸다. “헤어지자마자 애인 사귀는 게 무슨 뜻이겠어?” 재연이 무심결에 내뱉은 이 얘길 듣기 전까지, 태희는 자신이 세 번째 이별을 잘 헤쳐 나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이별하는 게 힘들었나 보지. 나도 그랬으니까.” “양다리야.” “뭐?” “이종수, 너랑 헤어지기 전부터 여자가 있었던 거라고.” 이별의 이유가 바뀌는 순간이었다. 권태에서 외도로. 여름이 깊어지고 있었다. 2. 태희는 모범생이었다. 뭐든 시도하고 배우는 걸 좋아했다. 학원으로 가는 버스와 자동차 안에서 끼니를 해결하며 영어 단어를 암기할 정도로 시간을 아낀 덕에 늘 상위권 성적을 유지했다. 태희는 강남의 사교육 전쟁 속에 단련된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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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6-01
기획취재-우리가 보지 못한 어떤 것 2

[기획취재] 우리가 보지 못한 어떤 것 (2)― 화각장 이재만 안보윤 ― 죽음을 세 번쯤 경험한 사람. 이라고 이재만은 답했다. 윤은 순간적으로 내뱉은 질문을 후회했다. 도대체 선생님은 어떤 사람인가요? 그것은 무례한 질문이었다. 겸연쩍게 키보드를 만지작거리는 윤에게 이재만이 자신의 양손을 내보였다. 몇 개 남지 않은 손가락 끝이 생강빵처럼 부푼 손이었다. ― 내가 어릴 때 호기심이 얼마나 많았는지, 화롯불에 양손을 쑥 집어넣어 버렸더란 말이야. 그길로 손가락이 불에 죄 녹아버렸어. 화상만도 난리인데 마침 홍역을 앓는 바람에 다들 이 애는 죽겠구나 했다더라고. ― 아. 윤은 달리 대답할 말을 찾지 못했다. 이재만의 손은 첫 만남 때, 무형문화재전수교육관에 발을 들이던 순간부터 눈에 띄었다. 불에 녹았다는 말이 정말이지 어울리는 손이었다. 윤은 키보드를 두드리면서 수시로 이재만의 손을 훔쳐보았다. 저 손으로 그토록 정교한 작품들을 어떻게. 윤은 뉴욕 경매시장에서 책정된 화각장 값이 얼마였냐, 는 질문처럼 손에 대한 질문 역시 여러 번 삼켰다. 윤은 무례해지지 않기 위해 필사적이었다. 그러나 이재만은 태연히 웃으며 손을 흔들어 보였다. ― 어릴 때부터 죽음에 아주 근접한 삶을 살았지. 내가 서울 토박이야. 어머니가 한강에 나가 빨래를 하면 나는 옆에서 뛰놀고 수영하고 썰매 타고 그랬어. 하루는 내가 물에 빠져 쭉 떠내려가는데 어머니가 빨래하느라 그걸 못 본 거야. 한참만에야 헐레벌떡 뛰어와 나를 건져냈지. 그뿐인가. 중1 때는 강에서 썰매를 타다 얼음구멍에 빠진 적도 있어. 머리 위가 다 얼음판이니 밖으로 나올 수가 있나. 빙판 아래로 둥둥 떠내려가다가 다음에 뚫린 구멍으로 가까스로 나왔지. ― 그건 되게 심각한 사고잖아요? ― 그렇지. 사고지. 사람은 말이야, 갑자기 사고를 당하게 되면 살기 위해 애를 쓴다고. 얼음판 위로 기를 쓰고 올라오거나 병균과 싸워 이기느라 고열을 내거나 뭐라도 한단 말이지. 살겠다고 작정을 하면 어떻게든 살 수밖에 없어, 사람은. 그런데. ― 그런데? ― 죽겠다는 의지가 작동하면, 죽어버리겠다고 작정을 해버리면 말이지. 그거 참 답이 없거든. 나도 있었네. 딱 한 번. 내 의지가 반영된 죽음에 가까운 순간이. 삼십만 원. 이재만은 손에 쥔 돈을 멀거니 바라보았다. 삼십만 원. 집 여섯 채를 몽땅 팔아버린 이재만의 형은 고작 삼십만 원을 이재만에게 쥐어 주며 미안하다고 말했다. 무엇이? 이재만은 배낭을 메고 길바닥에 주저앉아 생각했다. ― 재만이 니가 그 손으로 무얼 하고 살겄냐. 이재만의 어머니는 그에게 뭐라도 해야 먹고산다고 말하면서도, 돌아앉으면 그 몸으로 무엇을 하겠느냐고 한탄했다. 당시 화각 기능장이던 음일천 선생 문하로 이재만을 밀어 넣은 것도 그의 어머니였다. 고된 일에 몸과 마음을 다쳐 집으로 도망치면 어머니는 이재만의 무릎을 잡고 밤새 설득해 공방으로 돌려보내곤 했다. 문하생이라기보단 잡역부에 가까운 일을 하고, 바람처럼 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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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6-01
문을 달래는 이야기

문을 달래는 이야기 문보영 아침엔 이런 일이 있었다. 문이 잠겨서 702호 남자는 밖으로 나갈 수 없었다. 경비원이 올라와 문을 따려 한다. 열리지 않는다. 손잡이에는 문제가 없다. 문 자체에 문제가 있었다. 문이 의식을 잃은 것이다. 두 남자는 하나의 문을 사이에 두고 이야기를 나눈다. 경비원에겐 이런 일이 있었다. 그는 말한다. 그가 소년이었을 때 집에 뱀이 나타났다고. 굴뚝 없는 집이었다. 정원에 실측백나무가 서 있었고. 소년과 뱀은 친밀했다. 실측백나무 아래. 소년은 가슴 위에 뱀을 올려놓고 잠들었다. 뱀은 가슴의 온기를 좋아했다. 어느 날. 뱀은 집 둘레를 휘감기 시작한다. 그것은 빠르면서 느리게, 느리면서 빠르게 돌았다. 뱀이 집 둘레를 묶어서 소년은 집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집은 누에고치 속 애벌레처럼 움찔거렸다. 뱀은 소년에게, 이제 떠나라고, 정중히 부탁했다. 경비원은 이것을, 실망에 관한 최초의 경험으로 기억한다. 702호 남자에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는 잘 때 꿈을 꾸는 일이 없었다. 꿈과 현실은 절단면 없이 존재했으며 꿈에서 깨어나는 과정 없이 그는 꿈에서 깼다. 다만 등을 문에 기대고 앉아, 소중히 여기는 토끼 인형을 만지작거린다. 토끼의 등에는 자크가 달려 있지만 열어도 무언가를 넣을 수는 없다. 그저 자크만 붙여 놓았으므로. 그것은. 수용할 수 있다는 자세만을 보여줄 뿐, 실제로는 그럴 생각이 없다. 무용한 등을 가진 토끼를 어루만진다. 자크 달린 토끼의 등은, 살기 위해서 아무것에도 의미를 두지 않는 삶을 의미한다, 고 702호 남자가 문 밖의 남자에게 말하지 않는다. 경비원이 다시 한 번 자신을 염세주의자, 라고 소개했으므로 702호 남자는 밖에 비가 오느냐 묻는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고 말하는 대신 비. 라고 경비원은 말한다. 비? 네, 옵니다. 비가 올 수 있나요? 네. 두 남자는 비에 관한 두 명의 이야기가 열리지 않는 문을 달래는 데 소용이 된다고 믿으며 끊임없이 이야기를 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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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6-01
가구를 보는 이유

가구를 보는 이유 문보영 명암을 넣기 전에 형태를 바로잡아 주세요. 그림 선생은 빠진 앞니의 형태를 바로잡으며 너에게 말한다. 빠진 앞니의 인간은 철봉에 매달린 채 웃고 있다. 그 옆에는 개가. 길을 잘못 들어서 여기까지 오게 된. 흰 개가, 매달린 채 웃는 인간을 올려다보고 있다. 회피적인 꼬리를 흔드는 그것은. 무엇이든 깊이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형태가… 그림 선생은 더러워진 지우개를 갈색 앞치마에 문대고. 그것을 빠진 앞니에 갖다 댄다. 끝까지 안 보시는군요, 당신은. 어디까지 봐야 하는지 모르는 것이지요. 철봉의 형태는 직접 고쳐 보세요. 너는 더 이상의 관찰은 하고 싶지 않았다. 자세히 바라보는 일에 진력이 났으므로. 너는. 철봉을 본다. 지진이 나면 철봉에 매달려 있겠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나만 빼고 세상만 흔들릴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에. 깊이 생각하지 않는 버릇은 미덕이지만. 명암을 넣기 전에 바라봤다. 너는. 어둠을 긁어모아 대낮에 저항했고 밤에는 느닷없이 살고 싶어서 잠이 안 왔다. 우중충한 빠진 앞니와. 지진이 나서 후두둑 빠져버린 두 개의 앞니. 캄캄한. 길을 잘못 들어서 철봉이 나타났고. 너는 그린다. 더 이상의 관찰을 하며. 너는 그러나. 한때. 모든 것에서, 매달려 있는 인간을 보았으므로, 집 안의 가구만을 바라보았다. 어디까지 봐야 끝난 건지 잘 몰랐으므로. 미안하다는 말에 적응이 되나요? 돌아올 거예요, 가방도 여기 있는데, 라는 말을 너는 그림에서 보지 않는다. 지나친다. 개는. 매달린 인간을 바라보고. 앞니가 빠져 캄캄해진 이는 정면을 지켜보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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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6-01
독자모임-언제나 다층적인 읽기를 위한 좌담 5

[기획 - 문장웹진 독자모임] 언제나 다층적인 읽기를 위한 좌담 5 참여 : 김주선(사회, 문학평론가), 김영삼, 송민우, 이다희, 이서영 [caption id="attachment_139820" align="aligncenter" width="230"]지혜, 「개명」 (《문장 웹진》 4월호)[/caption] [caption id="attachment_139821" align="aligncenter" width="230"]김수온, 「한 겹의 어둠이 더」 (《문장 웹진》 5월호) [/caption] [caption id="attachment_139821" align="aligncenter" width="230"]정지우, 『정원사를 바로 아세요』 (민음사, 2018) [/caption] 김주선 : 다섯 번째 《문장 웹진》 좌담회를 시작하겠습니다. 이번에 다룰 작품은 지혜의 「개명」(《문장 웹진》 4월호), 김수온의 「한 겹의 어둠이 더」, (《문장 웹진》 5월호), 정지우의 『정원사를 바로 아세요』(민음사, 2018)입니다. 지혜 작가의 「개명」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저는 「개명」을 즐겁게 읽었습니다. 화자의 기억에 등장하는 연인이 관성적인 만남을 이어 가고 있는데요. 남자 캐릭터가, 며칠 전 금정연 서평가에게 들은 말인데, ‘예술맨’적인 기질을 갖고 있는 것 같더라고요. 이다희 : 예술맨. (웃음) 김주선 : 네. (웃음) 그 예술맨적인 기질을 갖고 있는 남자와 동거하는 여자 사이에 발생하는 여러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다들 어떻게 읽으셨나요. 김영삼 : 그 예술맨이 ‘명훈’을 말하는 거죠? 김주선 : 예. 저 보기에는 좀 그런 것 같더라고요. 송민우 : 작중 화자인 미연이나 명훈이나 대단히 현실적인 인물이라고 생각했어요. 특히 명훈은 살면서 여러 번 마주쳐 본 유형의 인물이었고요. 명훈은 인정 욕망이 큰 인물로 그려져 있는데요. 인정 욕망 자체를 두고 비난할 수는 없는데 인정받지 못한 상황을 미연에게 공격적으로 표현하는 방식은 문제가 있어 보였어요. 명훈이 미연을 처음 봤을 때 너 글 좀 쓰냐고 묻잖아요. 미연은 명훈보다 처지가 더 낫다고 말할 수 없는 사람으로 보여요. 그런데 명훈은 그런 미연에게 삐딱한 모습으로 시비를 걸죠. 그 부분이 명훈의 문제적인 모습을 잘 보여주는 지점인 것 같습니다. 한편으로 통쾌했던 장면도 있었어요. 미연이 대학 2학년 때 명훈을 다시 만나잖아요. 그때 명훈이 또 묻죠. 요즘도 글 쓰냐고. 여기서 미연은 침묵하기로 결심하는데 그때 명훈의 여자 친구이자 미연의 친구인 아진이 화를 내죠. 그……. 김영삼 : “좆도 아닌 게?” (일동 웃음) 송민우 : 네. 그거요. 그러고 나서 아진이 조용히 좀 하라고 하는데, 미연이 하고 싶은 말을 아진이 대신해 준 것 같았어요. 또 이 작품은 여성 인물이 어느 한 지점에서 다른 지점으로 이동하는 일을 명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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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6-01
원피스인문학 - 고고학자 로빈과 ‘실재’

[기획-원피스인문학] “내겐 너희들이 모르는 어둠이 있어” - 고고학자 로빈과 ‘실재’ 권혁웅 1. 밀짚모자 일당 가운데 가장 신비에 싸인 인물은 로빈일 것이다. 루피에게 최초의 패배를 안긴 적이 칠무해 중 하나인 크로커다일인데(루피는 모래인간 크로커다일에게 물기를 뺏겨, 말 그대로 미라가 되어버린다), 로빈은 크로커다일의 파트너였다. 그녀는 크로커다일이 설립한 비밀조직 바로크 워크스의 조직원으로 『원피스』에 최초로 모습을 드러낸다. 이 조직은 회사의 형태를 띠고 있으나 실제로는 이상 국가를 세우기 위해 범죄를 저지르는 비밀스러운 결사체였다. 조직원들은 서로를 알지 못하고 코드네임으로 불리며, 그중에 최고위 간부들은 ‘미스터 + 넘버’(남자 사원들의 경우), ‘미스 + 요일’(여자 사원들의 경우)로 불린다. 크로커다일이 사장인 미스터 제로, 로빈이 부사장인 미스 올 선데이였다. 알려지지 않은(무질서해 보이는) 조직이 가장 위계가 잡혀 있다는(질서 지워져 있다는) 이 역설은 로빈의 주변에서 흔히 발견된다. 나미가 처음에 같은 편이었다가 밀짚모자 일당을 배신한 데 반해, 로빈은 적이었다가 (크로커다일에게 버려진 후에) 밀짚모자 일당에 합류한다. 나미가 배신한 이유는 돈에 있었다. 악당 아론에게서 자신의 마을을 구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로빈이 악당 크로커다일에게 합류한 이유는 다른 데 있었다. 왜 거짓말을 했지?”(네펠타리 코브라) “알고 있었어? 못됐네.”(로빈) “그 돌에는 이 나라의 역사 따윈 새겨져 있지 않아. 너희들이 원하는 ‘병기’에 관한 모든 것이 기록되어 있다. 그게 어디에 있는지도. 크로커다일에게 그걸 가르쳐주었다면 그 시점에서 이 나라는 그자의 것이 됐을 거다. 틀린가?”(코브라) “관심 없어. 나라나 사람이 살든 죽든. 난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어. 처음부터 크로커다일에게 병기를 건네줄 생각도 없었고.”(로빈) “이해할 수 없군. 그렇다면 왜 여기엘 온 거지?”(코브라) “내가 찾고 있던 건, ‘리오 포네그리프’(진짜 역사의 본문).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포네그리프 중에 유일하게 진짜 역사를 기록하고 있는 돌.”(로빈)(24권 217화) 알라바스타 국왕 네펠타리 코브라와 로빈이 나눈 대화다. 로빈은 처음부터 크로커다일의 목표에 동의하지도 않았고, 그의 요구(포네그리프에 적힌 고대병기의 정보를 알려주는 것)를 들어줄 생각도 없었다. 크로커다일이 알라바스타 왕국을 전복시키려고 했던 이유는 이 나라에 있던 포네그리프를 손에 넣기 위해서, 더 정확히는 거기에 새겨진 고대병기 플루토에 관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였다. 포네그리프란 해독 불가능한 고대문자가 새겨진 정육면체 형태의 석비(石碑)로 현존하는 어떤 무기

  • 관리자
  • 2018-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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